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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수도권 과열·지방 미분양, 엇박자 부동산 정책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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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수도권 과열·지방 미분양, 엇박자 부동산 정책의 대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석진 기자
2026-07-13 09:24:59
서울 도심 전경 사진아주경제DB
서울 도심 전경 [사진=아주경제DB]

[경제일보]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하다. 정부가 규제지역을 넓히고 대출 문턱을 높였지만 서울 집값은 오름폭을 키웠다. 상승세는 강남권을 넘어 성북·구로·중랑·강북 등 중저가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새로 규제지역으로 묶인 동탄에서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 규제가 발표되면 거래가 잠시 줄었다가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집값 급등과 가계부채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대출을 과도하게 끌어다 집을 사는 수요를 억제하고 금융 불안을 막아야 한다. 문제는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출과 거래부터 막았다는 데 있다. 규제는 발표와 동시에 시행되지만 집은 착공에서 입주까지 여러 해가 걸린다. 공급과 수요 억제의 시간이 어긋나면서 정책의 부담은 무주택자와 세입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규제지역의 담보인정비율을 낮추고 집값에 따라 대출 한도도 줄였다. 소득과 상환 능력이 있어도 현금이 부족하면 집을 사기 어려워졌다.
 

현금 자산이 많은 사람은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다. 반면 월급을 모으고 대출을 보태 첫 집을 마련하려던 무주택자는 시장에서 밀려난다. 투기성 다주택 매수와 무주택자의 실거주 목적 구입을 같은 잣대로 제한하면 규제의 부담은 자산이 적은 사람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며 만든 제도가 오히려 현금 부자에게 유리한 시장을 만들 수 있다.
 

집을 사지 못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매수를 포기한 사람은 전세나 월세로 남는다. 여기에 서울의 입주 물량 감소와 전세 매물 부족이 겹치면서 임대차 시장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매매를 누르면 전월세 수요가 늘고 전세가 부족해지면 월세 전환이 빨라진다.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막은 자리에 더 높은 월세 부담이 들어서는 셈이다.
 

정부가 공급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수도권에 2030년까지 135만호를 착공하고 용산·태릉·과천 등 도심 유휴부지와 노후 청사 부지에도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지역과 규모만 놓고 보면 필요한 방향이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135만호는 입주 물량이 아니라 착공 목표다. 도심 공급 물량 상당수도 2027년 이후 공사를 시작한다. 착공한 집에 사람이 들어가 살기까지는 다시 몇 년이 걸린다. 지금 전셋집을 찾는 세입자와 내년 결혼을 앞둔 청년에게 2027년 착공은 당장의 공급이 아니다.
 

시장은 발표 자료에 적힌 물량보다 실제 입주할 수 있는 집의 수를 본다. 올해 들어 서울의 주택 준공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넘게 줄었다. 정부가 앞으로 지을 집을 발표하는 동안 지금 들어가 살 집은 감소한 것이다. 후보지를 발표한 것과 첫 삽을 뜬 것은 다르고 첫 삽을 뜬 것과 입주한 것도 다르다.
 

집값 상승 기대가 다시 커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한 규제가 발표된 직후에는 거래가 줄고 시장 심리가 가라앉았다. 그러나 실제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자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이 되살아났다. 규제가 거래를 잠시 멈추게 할 수는 있어도 집이 부족하다는 걱정까지 없애지는 못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상황이 정반대라는 점도 문제다. 서울에서는 집과 전세가 부족해 가격이 오르는데 지방에는 다 지은 집이 팔리지 않고 쌓여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의 대부분이 비수도권에 몰려 있고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이른바 악성 미분양도 지방에 집중돼 있다.
 

서울에는 필요한 곳에 집이 부족하고 지방에는 수요가 없는 곳에 집이 남는다. 같은 부동산 시장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만큼 사정이 다르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정비사업과 도심 공급의 속도를 높이는 처방이 필요하다. 지방에는 미분양을 줄이고 지역의 산업과 일자리를 되살리는 대책이 먼저다.
 

그런데 정부는 서울 집값이 오르면 규제지역을 넓히고 지방 미분양이 늘면 세제 지원을 연장하는 식으로 뒤따라가고 있다. 가격이 오른 지역을 행정구역 단위로 묶어도 교통·일자리·학군을 찾는 수요는 없어지지 않는다. 동탄을 막으면 수원이나 오산으로 움직이고 기흥을 막으면 처인이나 평택을 찾는다. 수요의 원인을 그대로 둔 채 규제선만 옮겨 그으면 다음 상승 지역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정책은 규제 강도를 겨루는 일이 아니다. 더 센 대출 규제와 더 넓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내놓는다고 시장이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그 사이의 부담을 누가 떠안는지를 따져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당장 필요한 것은 추가 공급 발표가 아니다. 이미 발표한 사업의 착공과 준공 일정을 앞당기고 사업별 진행 상황을 공개해야 한다. 공공택지와 정비사업이 지연되는 원인을 밝히고 인허가가 여러 기관을 돌며 수년씩 묶이는 일을 줄여야 한다. 주택과 함께 교통·학교·생활 기반시설도 제때 들어와야 한다.
 

대출 규제 역시 집값만을 기준으로 일률 적용해서는 안 된다. 생애 최초 구입과 실거주 목적, 소득과 상환 능력을 더 세밀하게 반영해야 한다. 빚을 무한정 허용할 수는 없지만 현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주택자를 시장에서 퇴장시키는 정책도 옳지 않다.
 

지방에는 수도권과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 미분양 주택을 단순히 할인 판매하거나 세금 혜택으로 떠받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의 산업과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택만 더 지으면 미분양은 다시 쌓인다. 부동산 대책과 지역경제 대책을 따로 다뤄서는 지방 침체를 막기 어렵다.
 

지금 시장을 흔드는 것은 정책이 없어서가 아니다. 공급은 몇 년 뒤를 약속하면서 대출과 거래는 당장 막았다. 서울의 집 부족과 지방의 미분양에도 비슷한 규제와 공급 숫자를 들이댔다. 그 사이 무주택자는 매매시장과 전월세시장 양쪽에서 더 큰 부담을 떠안았다.
 

규제 발표 다음 날 거래가 줄었다고 집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에 실제 입주 물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지방의 미분양이 얼마나 줄었는지, 무주택자가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집을 구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집은 내일 짓고 대출은 오늘 막는 정책으로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 공급과 금융정책의 순서를 맞추고 수도권과 지방에 서로 다른 처방을 써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대책이 약해서가 아니라 필요한 곳에 필요한 시점보다 늦게 도착할 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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