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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조희대, 또 시간 끌 거면 물러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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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조희대, 또 시간 끌 거면 물러나는 게 맞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석진 기자
2026-09-07 09:06:47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이흥구 대법관이 7일 퇴임했다. 지난 3월 3일 노태악 전 대법관이 물러난 뒤 후임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또 한 자리가 비었다. 대법관 14명 가운데 두 자리가 공석이다.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오는 14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받는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반년 넘게 이어진 대법관 공석이 이제 두 자리로 늘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손봉기 후보자에 대한 재제청 요구를 받은 뒤 후속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기존 추천 후보 가운데 다시 고를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꾸릴지 결정해야 한다. 어느 길을 택하든 더 늦춰서는 안 된다.
 

이번 인선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그동안 이어져 온 방식을 따르지 않고 손봉기 후보자를 서면으로 제청했다. 대통령과 최종적인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례적인 대면 제청도 하지 않았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이 혼자 정하도록 하지 않았다.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며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대법관 한 사람을 정하는 데 대법원장과 대통령, 국회가 함께 관여한다.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 국회의원도 국민의 표로 뽑힌다.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
 

대법원장은 국민이 직접 뽑은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과 국회가 함께 관여하도록 한 대법관 인사에서 자신의 제청권만 앞세우기 어려운 이유다. 대법관 인사를 앞두고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사전에 의견을 조율해 온 관행도 이런 제도 아래에서 자리 잡았다.
 

사전 협의가 대통령에게 대법관 선택권을 넘겨주는 절차는 아니다. 제청할 사람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대법원장이다. 다만 대법원장의 제청만으로 임명이 끝나지 않는 만큼 뒤따를 절차를 감안해 미리 의견을 조율해 온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번에 그 관행과 다른 길을 택했다. 관행을 바꿀 수는 있다. 기존 방식이 사법권 독립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 자신의 권한으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관행을 깨야 했는지부터 설명했어야 한다. 사전 조율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왜 손 후보자를 기존 방식과 달리 서면으로 제청해야 했는지 국민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조 대법원장이 내놓은 설명만으로는 그 판단의 배경을 충분히 알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조 대법원장이 관행과 다른 방식으로 손 후보자를 제청한 뒤 후속 절차는 멈췄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자리는 지금까지 채워지지 않았고 이흥구 대법관까지 떠났다.
 

자신의 판단으로 기존 방식을 바꿨다면 지금의 인사 문제를 풀어가는 일도 조 대법원장이 해야 한다. 새 추천위를 구성해야 한다면 서둘러 꾸리면 된다. 기존 후보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면 결정을 늦출 까닭도 없다.
 

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는 것과 결정을 늦추는 것은 다른 일이다. 이미 대법관 한 자리를 반년 넘게 채우지 못했다. 다시 추천하고 검증한다는 이유로 몇 달을 더 보내면 대법관 공석은 그대로 남는다.
 

대법관 네 명이 참여하는 소부는 수많은 상고심 사건을 처리한다. 전원합의체 역시 대법관들이 참여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법적 판단을 내린다. 자리가 비어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남은 대법관들의 부담도 커진다.
 

그 부담은 결국 재판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대법관을 어떤 방식으로 제청할 것인지 결정한 사람도, 앞으로 어떤 절차를 밟을지 판단할 사람도 조 대법원장이다. 그 판단 때문에 생긴 시간을 국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을 강조해왔다. 사법부 수장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다. 그러나 사법부 독립을 위해 기존 인사 관행까지 바꿨다면 그 선택을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특히 대법원장은 국민에게서 직접 표를 받은 자리가 아니다. 그런 대법원장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국회가 함께 참여하는 대법관 인사에서 오랜 관행을 깨고 자신의 제청권을 강하게 행사했다면 그만큼 판단의 근거를 밝히고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제청권은 권한이다. 공석을 메우는 것은 직무다. 권한은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그 뒤의 인사 차질을 풀어내는 일에서는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자리는 이미 반년 넘게 비었다. 이제 이흥구 대법관까지 퇴임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번에도 결정을 늦추고 대법관 인선을 장기화한다면 더는 일시적인 인사 차질이라고 하기 어렵다.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을 말하기 위해 앉아 있는 자리가 아니다. 전국 법원을 이끌고 대법원이 제대로 재판하도록 책임지는 자리다. 기존 관행을 깨면서까지 자신의 제청권을 행사했다면 그 선택으로 생긴 상황도 자신이 풀어야 한다.
 

또 시간을 끌어 대법관 공석을 방치한다면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원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따져야 한다.
 

관행까지 깨며 행사한 권한의 결과를 책임질 생각이 없다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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