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국내에서 개발된 첫 GLP-1 계열 비만 신약이 허가를 받으면서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에 국산 신약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에페오토인젝터주(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 2·4·6·8·10mg 제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으며 국산 신약 45번째자리에 올랐다. 적응증은 당뇨병이 없는 성인 비만 및 과체중 환자의 만성 체중 관리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하는 보조제로 사용한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경쟁력은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확보한 임상 데이터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공개한 국내 3상 중간 결과를 보면 비만 또는 과체중인 성인 448명을 대상으로 40주간 투여한 결과 에페글레나타이드군의 평균 체중은 투여 전보다 9.75% 감소했다. 위약군의 체중 감소율은 0.95%였다.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환자는 에페글레나타이드군에서 79.42%, 10% 이상 감소한 환자는 49.46%다. 15% 이상 감량한 환자도 19.86%에 달했다. 일부 환자에서는 체중이 최대 30%까지 줄었다.
특히 여성 가운데 BMI 30㎏/㎡ 미만인 환자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해당 환자군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12.20%로 전체 하위군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미약품은 기존 GLP-1 계열 치료제와 비교해 구역·구토 등 이상반응 발생률도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설명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장기 지속형 약물 플랫폼인 ‘랩스커버리(LAPSCOVERY)’적용된 GLP-1 수용체 작용제다.
GLP-1 수용체를 자극해 식욕을 낮추고 위 배출을 늦춰 포만감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체중을 줄인다. 이번 허가는 2mg부터 10mg까지 단계적으로 용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5개 함량으로 이뤄졌다. 임상시험에서도 주 1회 투여 방식으로 평가됐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약물을 넘어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국산 비만 신약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허가는 한미약품 비만 신약 개발 전략의 첫 결실이기도 하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시작으로 비만 치료제 연구를 차세대 파이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있다. 2025년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뒤를 이을 삼중작용제 HM15275와 근육 증가 가능성을 가진 HM17321 등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같은 해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는 HM17321의 근육 증가 기전과 체지방 선택적 감소 가능성을 발표했고 HM15275에 대해서도 차세대 삼중작용 비만 치료제로서의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한미약품의 전략은 기존 GLP-1 약물처럼 ‘얼마나 많이 빼느냐’에서 ‘어떻게 건강하게 빼느냐’ 비만 치료의 초점을 넓히는 데 있다. 체중 감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근육 손실을 줄이거나 근육량을 유지·증가시키는 차세대 치료제를 개발하는 이유다.
에페글레나타이드 자체의 적응증 확대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올해 5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메트포르민·SGLT-2 억제제를 병용하는 국내 3상 임상에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비만에서 당뇨병으로 치료 영역을 넓히기 위한 것이다.
생산은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직접 맡는다. 회사 측은 국내 생산을 통해 수입 비만치료제보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 제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급 부족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허가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국내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등 수입 GLP-1 계열 치료제가 주도해왔다. 여기에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GLP-1 신약이 처음 합류하게 됐다.
결국 에페오토인젝터주의 등장은 단순히 국산 비만약 하나가 추가됐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출발점으로 비만→당뇨→차세대 체중 관리 치료제로 이어지는 비만 신약 포트폴리오를 본격 가동했다는 점에서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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