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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 아파트값 17억 원 육박…정부는 집값 폭등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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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 아파트값 17억 원 육박…정부는 집값 폭등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경제일보
2026-10-18 16:27:36

공급 실패·오락가락 규제가 부른 주거 불안…말뿐인 대책 걷어치우고 정책 실패부터 인정하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서울 아파트값이 17억원에 육박하는 현실은 대한민국 주택 정책에 대한 엄중한 성적표다.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어려운 사회에서 17억원은 단순한 가격 지표가 아니다. 청년에게는 출발선의 격차이고, 무주택 서민에게는 계층 이동의 문이 닫히고 있다는 경고다.

집값 상승으로 자산을 불린 사람은 웃을지 모르지만, 집 없는 국민에게는 노동의 가치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장벽이다. 주거 불안이 결혼과 출산을 늦추고 소비를 위축시키며 경제의 활력까지 갉아먹는다면, 이를 방치한 정부의 정책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공급 확대와 시장 안정을 약속해 왔다. 그러나 국민이 확인하고 싶은 것은 발표 자료의 숫자나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다. 실제로 언제, 어디에, 얼마나 많은 주택이 공급되는지다. 공급 대책을 내놓고도 인허가와 정비사업 절차가 지연되고, 규제 완화와 강화가 되풀이돼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면 정책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 집값을 잡겠다는 구호가 반복되는 동안 가격 부담이 커졌다면 정부는 먼저 정책의 무엇이 잘못됐는지 따져야 한다. 외부 요인과 시장 탓만 앞세우는 것은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의 자세가 아니다.

부동산 정책 실패의 핵심은 수요와 공급의 현실을 이념과 정치 일정에 종속시킨 데 있다. 주택은 수요가 몰리는 곳에 제때 공급돼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에 일자리·교통·교육 인프라가 집중된 현실을 외면한 채 외곽의 공급 목표만 늘어놓는다고 도심의 주택난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재개발·재건축의 불합리한 규제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손질하고 사업 기간을 단축해 실제 입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약속하고도 지방자치단체와 관계 부처의 엇박자를 조정하지 못한다면 그 약속은 공허하다. 공급 계획의 숫자를 성과로 포장하는 관행부터 끝내야 한다.

그렇다고 규제만 풀면 시장이 저절로 안정된다는 주장도 경계해야 한다. 공급 확대의 이익이 기존 주택 소유자와 개발사업자에게만 집중되고 실수요자의 부담은 줄지 않는다면 정책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수 없다. 정부는 사업성 확보와 공공기여 사이의 합리적 균형을 마련하고 교통·학교·생활 기반시설도 함께 확충해야 한다. 무엇보다 착공·준공·입주 실적을 공개하고 계획 대비 지연 사유와 책임 주체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정책의 성패를 홍보가 아니라 데이터와 결과로 평가받게 하는 것이 책임 행정의 출발점이다.

무주택자를 위한 주거 사다리가 무너진 현실도 더는 외면할 수 없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대출을 늘려 집을 사라고 권하는 것은 근본 해법이 아니다. 소득에 맞는 공공임대주택과 합리적인 가격의 분양주택을 충분히 확보하고 전세 사기와 임대료 급등으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해야 한다. 금융 지원은 상환 능력을 고려해 설계하되, 정책 변화로 실수요자가 갑작스럽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국민에게 더 많은 빚을 지우는 방식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

투기 수요와 불법 거래를 차단하는 일도 필요하다. 다만 실수요자와 투기 수요를 구분하지 못한 획일적 규제는 거래를 왜곡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 불법 대출과 편법 증여, 시세 조작에는 엄정하게 대응하되 과세와 대출 규제는 명확한 기준 아래 일관되게 운용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뒤집히고 정부 메시지가 엇갈리면 시장은 정책의 빈틈을 학습한다. 그 대가는 결국 무주택자와 서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정부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공급 목표와 규제 대책을 발표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 정치권도 집값을 정쟁의 소재로 삼을 것이 아니라 공급과 주거 복지, 투기 억제를 아우르는 장기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집은 투기의 수단이기에 앞서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17억원에 육박하는 현실 앞에서 국민에게 인내만 요구할 수는 없다. 정부는 정책의 결과로 책임을 평가받아야 한다. 무너진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는 일은 선택 가능한 정치 구호가 아니라 국가가 져야 할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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