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이상동기 범죄가 다중밀집장소에서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경찰의 위험성 평가 체계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흉기 소지 혐의로 입건된 전력이 있는 피의자조차 위험성 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존 대응책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상동기 범죄는 총 146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지난 2023년 46건, 2024년 42건, 2025년 39건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매년 살인과 살인미수, 상해·폭행 등 중대한 피해로 이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전체 사건 중 127건(87.0%)은 노상과 상점, 쇼핑몰, 지하철 역사 등 일반 시민이 이용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발생해 파급력이 크게 작용했다. 범행 도구를 사용한 사건은 85건(58.2%)이었으며, 도구 사용 사건 가운데 칼 등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한 경우가 59건(69.4%)으로 집계됐다.
이상동기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관련성이 없거나 범행 동기가 불분명하고, 범행 양상이 과도하거나 비전형적인 범죄를 말한다.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만큼 일상 공간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피해도 치명적으로 번질 수 있는 것으로 꼽힌다.
지난 13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대형 상업시설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도 이런 위험을 드러냈다. 피의자 최충락(59)은 양손에 흉기를 테이프로 묶은 채 시민들에게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 대책 마련했지만…현장에선 위험 신호 놓쳐
앞서 경찰은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르자 순찰을 강화하고 위험 징후를 분석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 온 바 있다. 지난 2023년 신림동과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를 중심으로 특별치안 활동을 벌였고, 공공장소 흉기 소지와 공중협박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도 도입했다.
지난 1월에는 '이상동기 범죄 전조 증후 분석 및 대응 강화 전국 확대 계획'을 세워 위험 대상 선별, 범죄분석·평가, 분석 결과 활용의 3단계 대응 체계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평가에는 폭력 위험성 평가 도구 HCR-20, 정신병질자 선별도구 PCL-R, 재범 위험성 평가 도구 KORAS-G, 성격 평가 도구 PAI 등이 활용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구속·입원 등을 검토하고, 즉각적인 격리가 어렵다면 치료·재활시설 연계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번 인천 사건에서는 기존에 드러난 위험 징후가 범죄분석·평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달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중 흉기를 꺼냈다가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로 지난 4일 입건됐다. 지난 2015년에도 전처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당시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높은 수준의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병질자 선별도구 검사에서도 재범 위험성이 중간 수준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경찰은 당시 흉기를 시위 팻말에 사용하는 데 그쳤고 시민을 직접 위협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범죄분석·평가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흉기 소지와 과거 범죄 전력 등 여러 신호가 있었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절차로 연결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평가 도구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위험성 평가 대상 선정 기준과 후속 조치 절차가 명확해야 하고, 개별 사건에서 확인한 정보가 추가적인 위험 분석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관건은 위험성 평가 체계가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일관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흉기 소지와 반복적인 위협 행위 등 위험 징후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된 경우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지 구체화해야 한다.
치료나 재활이 필요한 대상은 관련 기관과 연계하고, 위험 징후가 추가로 확인될 경우 평가 결과를 갱신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다. 동시에 전과나 정신건강 관련 정보만으로 위험군을 분류하지 않도록 객관적인 판단 기준과 절차적 통제도 갖춰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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