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잇따라 이주를 앞두면서 전월세시장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남과 여의도, 목동 등 대규모 단지의 이주가 비슷한 시기에 겹칠 경우 인접 지역 전월세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수요를 분산할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2031년까지 정비사업을 통해 약 31만가구 착공을 추진하고 있다. 정비사업은 착공에 앞서 기존 거주자의 이주가 선행되는 만큼 사업 속도가 빨라질수록 서울 곳곳에서 대규모 이주 수요도 순차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특히 여러 대단지의 일정이 겹칠 경우 특정 생활권의 전세 수급에 부담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올해 하반기에도 대규모 이주가 이어지는 중이다. 노량진1구역은 지난 8월 31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3897가구의 이주를 진행하고 있고 노량진3구역 1038가구도 이달 말부터 이주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2862가구 역시 다음 달 9일부터 내년 3월까지 이주가 예정돼 있다. 이들 세 곳의 이주 수요만 합쳐도 7700가구가 넘는다.
내년에는 강남권 대규모 재건축 단지도 이주 대열에 합류한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기존 4424가구가 내년 상반기 이주를 목표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개포주공6·7단지 1960가구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마치고 내년 2월부터 이주를 시작할 방침이다.
서남권에서는 여의도와 목동에서 대규모 이주 수요가 순차적으로 발생할 전망이다. 현재 여의도에서는 대교 576가구가 이미 이주에 들어갔고 한양아파트 588가구도 이주개시 공고를 내고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공작과 시범, 광장38-1구역은 시공사 선정을 마친 뒤 사업을 진행 중이며 화랑·삼익·은하는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는 중이다
총 14개 단지에서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목동은 향후 이주 규모가 더 크다. 14개 단지의 기존 주택은 약 2만5500가구며 서울시는 2030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고도제한 새 기준 적용 전까지 사업시행인가를 마친다는 목표다. 여러 단지의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 일정이 비슷하게 맞물리면 이주 시기도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통합심의를 통과한 6단지와 9단지, 13단지의 기존 가구 수는 합치면 5600가구를 웃돈다. 여기에 시공사 선정을 마쳤거나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8·10·12단지까지 더하면 6개 단지의 현재 가구 수만 1만1000가구를 넘어선다.
서울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이주 물량은 더 커진다. 서울시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6~2030년 207개 정비사업장에서 총 17만9310가구가 이주할 예정이다. 특히 2028년 4만5256가구, 2029년 3만9102가구, 2030년 5만6662가구 등 후반부로 갈수록 물량이 늘어난다. 지역별로는 목동 재건축이 몰린 양천구가 3만1112가구로 가장 많고 송파구 2만4708가구, 강남구 1만5852가구, 영등포구 1만3395가구 순이다.
문제는 정비사업 이주가 서울 전셋값 상승 국면과 맞물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해 들어 누적 8.55% 상승했다.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 속 대규모 정비사업 이주가 본격화될 경우 인접 생활권의 전세 수급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정비사업 이주 수요는 일반적인 주거 이동과 달리 기존 생활권에 남으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도 변수다. 자녀의 학교와 학원, 직장 접근성 등을 이유로 멀리 이동하기보다 인접 지역에서 전셋집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은마 등 강남권 대단지가 이주하면 강남·서초·송파로, 목동은 양천·강서·구로로 수요가 번질 가능성이 크다. 여의도는 영등포와 마포·동작, 목동은 강서·구로 등 인접 생활권의 전세 수급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서울시는 대규모 정비사업의 이주 수요가 특정 지역과 시기에 몰리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매월 25개 자치구의 사업장별 이주 물량을 파악하고 2000가구 이상 사업장은 사전에 이주계획을 받아 해당 지역과 인접 자치구의 주택 공급·멸실량, 전월세시장 영향을 함께 살핀다.
이처럼 정비사업이 본격적인 착공 단계로 넘어갈수록 이주 수요 관리는 주택공급 정책의 또 다른 축이 될 전망이다. 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더라도 대규모 단지의 이주 시기가 겹치면 단기적으로 전월세시장에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사업 일정과 생활권별 임대차 수급을 함께 살피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는 것은 중장기 공급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이주 수요가 전월세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대규모 사업장의 이주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고 인접 생활권까지 포함해 전세 수급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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