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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주택 공급은 숫자가 아니라 입주 가능한 집으로 평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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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데스크 칼럼] 주택 공급은 숫자가 아니라 입주 가능한 집으로 평가해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석진 기자
2026-10-26 15:00:00

수도권 착공 목표 최대 5만 호 부족 전망… 공사비·금융 부담 해소하고 준공·입주까지 책임져야

서울 종로구 북악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종로구 북악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경제일보] 정부가 올해 수도권에 착공하겠다고 약속한 주택은 26만8000호다. 그러나 연말까지 실제 착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은 21만8000~23만5000호에 그친다. 지난 16일 정부가 직접 공개한 전망이다. 목표보다 최대 5만 호가 부족하다. 연말까지 두 달여를 남긴 시점에서 정부 스스로 공급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해 대규모 공급대책을 발표할 당시의 자신감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정감사를 계기로 주택 공급계획의 이행 실적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약속해도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시작되지 않으면 주택 부족을 해소할 수 없다. 올해 착공하지 못한 주택은 앞으로 수년 뒤 입주할 물량에서 빠지거나 공급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 당장의 착공 부진이 미래의 주택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수도권에 2030년까지 135만 호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올해 8월에는 23만 호 이상을 추가 공급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실행 과정에는 적지 않은 걸림돌이 남아 있다. 택지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받더라도 사업비를 조달하지 못하면 첫 삽을 뜰 수 없다. 착공 이후에도 공사를 마치고 사용승인 절차를 거쳐야 입주가 가능하다. 정부가 발표한 공급 목표와 국민이 실제로 들어가 살 수 있는 주택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놓여 있다.


국토교통부의 8월 주택통계에서도 이러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의 주택 인허가는 1만1306호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4.4% 증가했다. 반면 수도권 착공은 8845호로 1.7% 감소했다. 전국의 1~8월 누적 준공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2% 줄었다. 물론 인허가와 착공, 준공은 사업 시점이 달라 같은 기간의 증감률만으로 공급 차질의 규모를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공급의 선행지표가 개선되는 동안 실제 완공되는 주택은 감소하고 있다는 현실만큼은 분명하다.


건설 현장에서 공급을 늦추는 대표적인 요인은 공사비와 금융비용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는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사비가 오르면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고, 협상이 길어질수록 금융비용도 불어난다. 분담금 부담을 둘러싼 갈등으로 착공이 늦어지면 사업성은 더욱 나빠진다. 인허가 절차를 단축해도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사기간을 앞당기기 어렵다.


민간 개발사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토지비와 공사비, 금융비용을 감당할 만큼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자는 착공을 미룬다.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더라도 민간의 착공 부진이 계속되면 전체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리와 건설사업의 자금조달 지원, 정비사업 공사비 분쟁 조정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장까지 자금난으로 멈춰 서는 일이 없도록 살피되, 부실 사업의 손실을 무분별하게 떠안는 방식도 경계해야 한다.


지역별 공급 실적 역시 면밀히 따져야 한다. 지난 8월 말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8080호에 달했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 부족을 걱정하는 반면 다른 지역에는 완공하고도 팔리지 않은 주택이 쌓여 있다. 공급 물량을 전국 단위로 합산하는 방식만으로는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주택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 적정한 가격과 규모의 주택이 제때 들어서는지도 정책 성과에 포함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주택공급 정례브리핑을 도입해 착공과 분양, 입주 등 단계별 추진 상황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뒤늦게나마 공급 실적을 점검하고 국민에게 알리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실적을 공개하는 것만으로 공급계획의 이행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예정된 착공과 준공이 늦어졌다면 어느 사업에서 차질이 발생했고, 그 원인이 무엇이며, 언제까지 해결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신규 공급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앞서 약속한 물량의 이행 실적을 함께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주택 공급계획은 법률상 확정된 주택 인도 의무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렇다고 정부가 공표한 정책 목표에 아무런 책임이 따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정부의 공급계획과 입주 전망을 참고해 주택 매입과 임대차, 이사 시기를 결정한다. 공급 일정이 반복해서 늦어지면 그 부담은 집을 기다리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행정기관이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면 이행 과정의 차질과 변경 사유까지 책임 있게 설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의 주택 공급 성적표는 몇 채를 짓겠다고 발표했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완공했고, 언제 입주할 수 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착공 목표조차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공급 숫자를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미 발표한 주택들이 예정대로 지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멈춰 선 사업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주택 공급의 성과는 발표장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공사가 끝나고 국민이 집 열쇠를 받아 드는 순간 비로소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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