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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파업권 쥔 현대차 노조, 성과급 잔치가 먼저인가
현대차 노조가 파업권을 쥐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함께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 투표는 파업 쪽으로 기울었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도 멈췄다. 현대차 파업은 낯선 뉴스가 아니지만, 올해의 '공기'는 다르다. 기존 임단협이 '기본급 몇 원, 상여금 몇 퍼센트'의 문제였다면, 지금의 쟁점은 이익 배분 공식이다. '순이익의 30%'라는 숫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불붙은 성과급 논쟁이 자동차 산업으로 넘어왔다는 신호다. 대기업 노조의 교섭 언어가 임금 인상률에서 이익 배분율로 바뀌고 있다. 노동의 몫을 말하는 일은 정당하다. 현대차의 실적은 현장의 땀 없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울산·아산·전주 공장의 생산라인, 품질을 붙든 숙련공, 납기를 맞춘 협력사,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를 지켜낸 임직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현대차도 없다. 불황기에는 고통 분담을 말하고, 호황기에는 미래 투자를 이유로 성과 공유를 미루는 기업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 노조가 성과급의 기준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그런 불신도 있다. 다만,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가 서 있는 자리는 '편안한 잔칫상'이 아니다. 전기차 수요는 예상보다 느리게 움직이고, 하이브리드 호황은 언제든 경쟁 심화에 흔들릴 수 있다. 미국 관세와 통상 불확실성은 손익계산서에 이미 부담을 남겼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으로 밀고 들어오고, 테슬라와 글로벌 완성차들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자율주행, 로봇, 배터리 내재화 경쟁에 돈을 쏟고 있다. 현대차의 이익은 올해 성과급의 재원인 동시에 다음 10년 생존을 위한 실탄이다. 성과급 논쟁이 불편한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순이익은 금고 속 현금 더미가 아니고, 이 순이익 안에는 미국 공장 투자, 전기차 플랫폼, 배터리 공급망, 소프트웨어 인력, 로봇과 AI, 협력사 지원, 주주환원, 미래차 연구개발이 포함돼 있다. 오늘 나눌 돈은 내일 싸울 돈이기도 하다. 교섭장에서 이 사실이 지워지면, 성과급은 보상이 아니라 미래 투자와의 경쟁이 된다. 올해 현대차 노조 요구에는 AI와 자동화에 대한 불안도 담겨 있다. 로봇은 더 똑똑해지고, 생산 데이터는 더 촘촘해지며,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가치를 좌우하는 등 완성차 공장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에 회사가 AI와 로봇을 도입해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고조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불안감이 모든 요구의 정당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AI 전환이 불안하다면 필요한 것은 순이익 30%라는 숫자만이 아니라 직무 전환 계획, 재교육 시간의 유급 보장, 자동화 도입 전 고용영향 평가, 생산성 향상분의 합리적 공유, 협력사 노동자 보호, 고령 숙련공의 역할 재설계 등의 요구들이 나왔어야 한다. 미래차 시대의 노사 교섭은 돈의 크기보다 변화의 설계가 더 중요하다. 대기업 성과급 파업이 더 민감한 이유는 그 울림이 공장 담장을 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멈추면 1차 협력사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2차·3차 협력사, 물류, 항만, 지역 상권까지 파장이 간다. 대기업 정규직의 성과급 요구가 커질수록 그 성과를 함께 만든 협력업체 노동자의 몫은 어디에 있는지도 묻게 된다. 성과급 잔치가 원청 정규직의 식탁에서 끝나면 산업 생태계의 신뢰는 약해진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대차 노조도 더 큰 시야를 가져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 중 하나다. 그만큼 힘이 있고, 그만큼 책임도 크다. 순이익 30%를 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요구가 청년 구직자와 협력사 노동자, 주주와 소비자, 지역경제와 국가 산업전략 앞에서 어떻게 들릴지도 생각해야 한다. 권리는 고립돼 존재하지 않는다. 권리는 늘 다른 사람의 몫과 마주 선다. 회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노조의 요구가 거칠다고만 말하기 전에, 성과 배분의 기준을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경영진 보상과 주주환원은 어떻게 정해지고, 임직원 성과급은 어떤 원칙으로 결정되며, 미래 투자를 위해 얼마를 남겨야 하는지 숫자로 말해야 한다. “어렵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현대차는 이미 세계적 기업이다. 세계적 기업이라면 보상 체계도 세계적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를 이기는 협상이 아니다. 파업권은 압박 수단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성과는 아니다. 실제 파업이 벌어지면 노조는 힘을 보여줄 수 있고, 회사는 원칙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생산 차질과 브랜드 훼손, 협력사 부담과 고객 신뢰의 균열은 모두의 장부에 남는다. 파업 뒤에 남는 것은 승자의 깃발이 아니라 손실의 명세서일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 이후 대기업 노조들은 성과급의 새 기준을 찾고 있다.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이다.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본 노동자들이 보상을 요구하고, 자동차와 조선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산업 호황을 근거로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산업마다 체질이 다르고, 이익의 변동성도 다르며, 투자 사이클도 다르다. 삼성의 산식이 현대차의 산식이 될 수 없고, 반도체의 성과급 공식이 자동차와 조선의 표준이 될 수도 없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그것이 시장경제의 신뢰다. 하지만 미래까지 나눠 먹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산업의 상식이다. 이 두 문장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올해 현대차 교섭의 본질이다. 현대차는 지금 단순한 임금협상장에 서 있지 않다. 전기차 캐즘, 중국차 공세, 미국 통상 압박, AI와 로봇 전환, 고령화와 정년 연장 요구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길목에 서 있다. 이런 때 성과급 논쟁이 모든 의제를 삼켜버리면 가장 중요한 질문이 사라진다. 현대차는 다음 10년에도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가. 그 승리 안에 노동자의 자리는 어떻게 보장되는가. 노조는 파업권을 얻었다. 이제 더 어려운 선택이 남았다. 그 권리를 실제 파업으로 쓸 것인가, 아니면 더 나은 합의를 끌어내는 마지막 압박으로 남길 것인가. 회사도 선택해야 한다. 버티기로 시간을 살 것인가, 아니면 투명한 성과 배분과 미래 전환 계획을 내놓을 것인가. 현대차의 성과급 논쟁은 돈의 문제가 맞지만, 돈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제조업이 호황을 다루는 방식, 노동이 기술 전환을 받아들이는 방식, 기업이 성과와 미래를 동시에 설명하는 방식의 문제다. 성과급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성과급만으로 미래를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다. 파업권을 쥔 현대차 노조 앞에 놓인 것은 잔칫상이 아니라 갈림길이다. 성과를 나누되 투자의 숨통은 남기는 길, 자동화의 불안을 인정하되 변화 자체를 막지 않는 길, 대기업 정규직의 몫을 키우되 협력사와 미래세대의 몫을 지우지 않는 길이 필요하다. 그 길을 찾지 못하면 이번 파업권 확보는 노조의 힘을 보여준 장면으로는 남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 산업의 품격을 높인 장면으로 기억되기는 어렵다. 현대차 노사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직 늦지 않았다. 파업권을 얻은 지금이야말로 파업을 피할 마지막 기회다.
2026-06-26 08: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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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보] '경제일보 리더스 인사이트' 개최…AI시대, K-산업·금융 전략 논의
24일 오전 7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별실)에서 ‘경제일보 리더스 인사이트(Economic Daily Leaders Insight)’가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산업, 금융, 정책의 핵심 변화를 조망하는 정례 조찬 특강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주제는 ‘AI 대전환 시대, K-산업·금융의 새로운 전략 모색’이다. 인공지능(AI)이 제조업의 생산 방식, 기업 투자 전략, 금융의 자금 공급 기준, 정부 산업정책을 동시에 바꾸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산업과 금융의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특강은 류근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맡는다. 류 교수는 국민경제자문회의 성장경제분과 분과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번 조찬 특강에서는 AI 전환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배터리, 철강 등 한국 주력 산업의 생산성·품질·원가 경쟁력·공급망 관리에 미치는 영향을 짚을 예정이다. 금융권이 AI 전환 기업의 성장성, 투자 위험, 신용평가, 자금 조달 구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도 주요 논의 대상이다. 행사는 조찬 및 네트워킹, 개막세션, 특강,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된다. 양규현 대표이사 사장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국회, 정부, 기업, 금융권, 경제단체 리더들이 함께하는 미래산업·금융 의제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2026-06-23 08: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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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26] 오세훈, 출구조사 뒤집고 서울시장 5선…국민의힘, 민주 압승 속 '서울' 지켰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누르고 5선에 성공했다. 개표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출구조사 우세를 등에 업은 정 후보가 앞섰지만, 4일 오전 강남권과 송파·강동 등 보수 성향 지역 개표가 본격 반영되면서 오 후보가 막판 역전했다. 민주당이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곳을 차지하는 압승 흐름을 만들었지만, 국민의힘은 수도 서울을 지키며 정국 견제의 상징 거점을 확보했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선거 패배를 승복하며 “모든 것이 제 탓”이라며 “시민 선택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다. 출구조사 뒤집은 오세훈, 강남권 개표 반영되며 역전 서울시장 선거는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와 실제 개표가 엇갈린 대표 사례로 남게 됐다. 방송3사 공동 출구조사에서는 정원오 후보가 51.4%, 오세훈 후보가 46.0%로 정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표 흐름은 새벽 이후 급변했다. 오 후보는 개표 13시간 만에 정 후보를 역전했고, 이와 같은 흐름을 막판까지 이어갔다. 오 후보의 승리는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막판 강남권 개표로 승부가 뒤집힌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번에도 출구조사와 개표 초반 흐름은 정 후보 쪽이었지만, 실제 투표함은 마지막까지 다른 결론을 남겼다. 오 후보는 “이번 선거 결과는 시민들의 승리”라며 “마지막 4년 모든 역량을 서울을 위해 쓰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중앙정부와 서울시 사이의 긴장 관계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앞서 오 후보는 선거 막판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국무회의에 참석해 시민의 대표자로서 정부를 견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압승 속 ‘서울 패배’…승리 크기 줄인 마지막 변수 이번 지방선거 전체 판세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정리된다. 민주당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12곳, 국민의힘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경기·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2곳과 부산·울산, 충청·강원·호남·제주에서 우위를 확보했고, 특히 부산과 울산의 승리는 영남 정치 지형 변화의 신호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12곳을 가져갔던 흐름과 비교하면, 이번 선거는 지방권력의 대대적 교체에 가깝다. 그럼에도 서울 패배는 민주당에 뼈아프다. 서울은 전국 최대 광역단체이자 정국 해석의 상징 지역이다. 정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앞섰고 개표 중반까지도 우세를 유지했던 만큼, 막판 역전패의 충격은 작지 않다. 민주당은 전체 승리에도 불구하고 “수도 서울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안게 됐다. 차기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을 근거지 삼아 견제론을 전면화할 수 있게 된 점도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전국적으로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서울을 지킨 것은 정치적 방어선이 됐다. 대구·경북·경남에 더해 서울을 확보하면서 최소한의 반전 명분을 마련했다. 특히 오 후보의 5선 성공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수도권 재건론과 차기 대권 구도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 다만 부산·울산 상실과 충청·강원 열세는 당 지도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오세훈 5선, 서울시정은 ‘연속성’…중앙정치엔 ‘견제 축’ 부상 오 후보의 승리는 서울시정의 연속성을 뜻한다. 재건축·재개발, 한강변 개발, 교통망 확충, 청년·약자 동행 정책 등 기존 시정 방향은 큰 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 기간 오 후보가 강조한 것은 정권 견제와 서울시정의 안정성이었다. 민주당 소속 대통령과 다수 광역단체장이 동시에 힘을 얻은 상황에서 오 후보는 서울시를 야권의 핵심 행정 거점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정 후보의 패배는 민주당의 서울 전략에 숙제를 남겼다. 성동구청장 3선 경력을 바탕으로 ‘생활 행정’과 ‘실용 행정’을 내세웠지만, 서울 전체 선거에서는 보수층 결집과 현직 시장 프리미엄을 넘지 못했다. 특히 출구조사 우세가 실제 개표에서 뒤집힌 만큼, 민주당은 강남권과 동남권, 중도층·고령층 표심을 다시 분석해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가 남긴 또 다른 쟁점은 선거관리 논란이다. 서울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개표 지연과 정치권 공방이 이어졌다. 선관위는 재선거 사유는 아니라는 입장을 냈지만, 선거관리 신뢰 문제는 별도 책임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장 선거가 초박빙으로 끝난 만큼 투표 과정의 혼선은 당분간 정치적 논란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정국 전망은 복합적이다. 민주당은 지방권력 대부분을 확보하며 국정 운영 동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서울을 국민의힘에 내주면서 완전한 압승의 상징성은 줄었다. 국민의힘은 전국적 패배 속에서도 서울을 지키며 대여 견제의 구심점을 확보했다. 앞으로의 정국은 민주당의 지방권력 장악과 국민의힘의 서울발 견제론이 맞부딪히는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종 성적표는 민주당의 승리”라면서도, “다만, 가장 극적인 장면은 서울에서 나왔다. 출구조사를 뒤집은 오세훈의 5선, 정원오의 승복, 그리고 서울을 둘러싼 여야의 엇갈린 표정은 이번 선거가 남긴 정치적 압축판”이라고 했다.
2026-06-04 10: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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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26] 재보궐 '민주 9·국힘 4·무소속 1'…교육감 '진보 11·보수 5' 재편
6·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교육감 선거 결과가 4일(오전 8시 기준) 모두 확정됐다. 재보궐선거 14곳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9곳, 국민의힘이 4곳, 무소속이 1곳을 차지했다. 교육감 선거는 진보 성향 후보 11곳, 보수 성향 후보 5곳으로 정리됐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확인된 민주당 우세 흐름이 재보궐과 교육감 선거에도 상당 부분 이어졌지만, 상징성이 큰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계 후보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재보궐선거의 전체 구도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우세했다. 14곳 가운데 9곳을 확보해 의석 수에서 분명한 비교우위를 점했다. 다만, 부산 북갑에서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당선됐고, 경기 평택을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전체 판세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지만, 보수 진영도 상징 지역에서는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가장 눈길을 끈 곳은 부산 북갑이다. 이곳에서는 한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부산 북갑은 선거 기간 내내 국민의힘 공천 갈등과 보수 표 분산, 무소속 돌풍 가능성이 겹치며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결과적으로 한 후보가 깃발을 꽂으면서 보수 진영 내부 재편 논의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단순한 1석 확보를 넘어 향후 보수 정치의 주도권 경쟁과도 맞물릴 수 있는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기 평택을도 의미가 적지 않다. 평택을에서는 국민의힘 유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 지역은 선거 막판까지 3자 초박빙 구도로 분류됐지만, 실제 개표에서는 유 후보가 경쟁 후보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야권 표심 분산이 현실 정치에서 어떤 파괴력을 가지는지 보여준 사례로 읽힌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같은 공간에서 경쟁할 경우 보수 진영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다시 확인됐다. 민주당은 상징 지역 일부를 내줬지만 전체 재보궐 판세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인천 연수구갑과 계양구을, 경기 안산시갑과 하남시갑, 광주 광산구을, 충남 아산시을, 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갑과 을, 제주 서귀포시 등에서 승리하며 조직력과 지역 기반을 재확인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부산 북갑, 평택을 외에 대구 달성군, 울산 남구갑,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에서 승리했다. 결과적으로 재보궐은 민주당이 양적으로 앞서고, 보수계가 질적으로 일부 상징 지역을 건졌다. 교육감 선거는 보다 선명한 흐름을 보여줬다. 진보 성향 후보가 16개 시도 가운데 11곳에서 당선되며 보수 성향 후보 5곳을 앞섰다. 4년 전보다 진보 우위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점에서 교육정책 지형의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에서는 정근식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고, 부산과 광주, 전남, 전북, 울산, 강원, 충남, 경남, 제주 등에서도 진보 성향 후보들이 승리했다. 수도권과 호남, 일부 영남 지역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폭넓게 당선된 점은 향후 교육정책 논쟁의 주도권이 다시 진보 진영으로 기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수 성향 후보들은 대구, 경북, 충북, 세종, 대전 5곳에서 승리했다. 대구에서는 강은희 후보가 3선에 성공했고, 경북에서는 임종식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다. 충북은 윤건영 후보, 세종은 강미애 후보, 대전은 오석진 후보가 각각 승리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 선거가 아니지만, 지역별 정책 성향과 교육 철학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앞으로의 교육행정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신호다.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는 단순한 인물 경쟁을 넘어 정책 경쟁의 재편을 뜻한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다수 지역에서 승리하면서 학생인권, 민주시민교육, 무상교육 확대, 고교체제 개편, 학교 자치 강화 같은 의제가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반대로 보수 성향 후보가 승리한 지역에서는 기초학력 강화, 교권 회복, 평가체계 정비, 학업 성취도 관리 강화 같은 정책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 현장은 앞으로 4년 동안 지역별로 더 뚜렷한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으로 보면 재보궐과 교육감 선거 결과는 광역단체장 선거의 연장선이면서도 별도의 메시지를 던졌다. 재보궐에선 민주당이 전체 판세를 가져갔지만, 부산 북갑 한동훈과 평택을 유의동이라는 상징적 승리가 보수 진영에 숨통을 틔워줬다. 교육감 선거에선 진보 성향 후보가 11곳을 차지하며 교육 분야에서 다시 우위를 점했다. 지방권력 재편이 행정 영역에서 벌어졌다면, 재보궐과 교육감 선거는 각각 국회와 교육 현장으로 그 파장이 번진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재보궐 9곳 확보와 교육감 선거 진보 우위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지방권력 전반에서 우세를 주장할 수 있게 됐지만, 부산 북갑과 평택을 같은 상징 지역을 놓친 점은 여전히 부담"이라면서 "재보궐은 국회 의석과 차기 정치 재편의 단초를 남겼고, 교육감 선거는 향후 4년간 지역 교육정책의 방향을 갈랐다"고 했다.
2026-06-04 09: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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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26] 민주당 우세 속 서울 막판 역전…광역단체장 '12대4' 구도
6·3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개표가 막바지로 접어든 4일(오전 7시 30분 기준) 지방권력의 무게중심은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다만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가 막판 초접전으로 흐르면서 전체 선거의 정치적 해석은 마지막 개표 결과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시·도지사 현재 1위 후보 기준 더불어민주당 12곳, 국민의힘 4곳으로 집계했다. 전국 투표율은 61.0%로 직전 제8회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 50.9%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가장 큰 변수는 서울이다. 선거 초반 출구조사와 개표 초반 흐름에서는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앞섰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빠르게 추격했다. 특히 이날 오전 7시경 오 후보는 정 후보를 0.06%p 차로 역전했다. 서울은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개표가 지연된 지역인 만큼 당선 확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서울은 단순한 광역단체장 1석이 아니다. 수도권 최대 상징 지역이자 중도층·청년층·무당층 표심이 압축된 선거구다. 민주당이 서울을 가져가면 수도권 지방권력을 사실상 석권했다는 평가가 가능하지만, 국민의힘이 막판 역전으로 서울을 지키면 전국적 열세 속에서도 정국 견제론의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수도권·부산은 민주당 흐름…서울만 마지막 변수 수도권 전체 흐름은 민주당 우세가 뚜렷하다. 경기에서는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를 크게 앞서 당선됐고, 인천에서는 박찬대 민주당 후보가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승리를 굳혔다. 서울이 오 후보 쪽으로 기울더라도 경기·인천 결과만으로도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부산시장 선거도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변화로 꼽힌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 접전으로 분류됐던 부산은 개표 과정에서 전재수 민주당 후보의 승리 흐름으로 정리됐다. 부산 결과는 영남 정치 지형의 균열 신호로 읽힌다. 국민의힘의 핵심 기반이던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권에 오른 것은 단순한 지역 승부를 넘어 PK 민심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울산에서도 김상욱 민주당 후보가 우세를 굳히면서 민주당은 부산·울산에서 의미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반면 경남은 국민의힘이 방어하는 흐름이다. 개표 중반까지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출구조사상 우세로 예측됐지만, 실제 개표에서는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가 앞서 나가며 경남을 지켜내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대구·경북과 함께 경남이 영남 방어선의 핵심이 됐다. TK·경남은 국민의힘 방어…대구 접전은 보수 텃밭의 경고음 국민의힘은 대구와 경북에서 우세를 확보했다. 경북에서는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가 큰 격차로 앞서며 3선 고지에 다가섰고, 대구에서도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김부겸 민주당 후보와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다만 대구는 출구조사 단계부터 1%p 안팎의 초접전 지역으로 분류됐다. 대구 결과가 국민의힘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정치적 숙제는 남았다. 보수 핵심 기반으로 꼽혀온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다는 사실 자체가 보수 결집력 약화와 지역 변화론 확산을 보여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의힘이 대구·경북·경남을 지켜도 서울·부산·울산·충청·강원에서 밀리는 구도라면 전국 선거 패배 책임론은 불가피하다. 충청과 강원은 민주당이 우위를 보인 지역으로 정리된다. 대전 허태정, 세종 조상호, 충북 신용한, 충남 박수현 후보가 각각 당선되면서, 민주당은 중원 민심에서도 성과를 냈다. 강원에서도 우상호 민주당 후보가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를 꺾었다. 호남과 제주에서는 민주당 강세가 재확인됐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선거에서는 민형배 민주당 후보가 큰 격차로 앞섰고, 전북에서는 이원택 민주당 후보가 무소속 김관영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제주는 위성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선거 결과는 4년 전 지방선거와 정반대 흐름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12곳을 가져가며 압승했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이 대부분 지역에서 우세를 보이며 지방권력의 대대적 교체를 눈앞에 뒀다. 민주당이 경기·인천·부산·울산·충청·강원 등 주요 광역단체를 확보하면서, 주거·교통·산업단지·지역균형발전 공약의 집행 주체가 대거 바뀌게 될 전망이다. 특히 경기도의 반도체·첨단산업벨트, 부산의 북항·원도심 재편, 충청권의 산업·행정수도 전략, 강원의 관광·청년 일자리 정책은 새 단체장 체제에서 우선순위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2026-06-04 07: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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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26] '투표용지 부족 사태' 고개 숙인 선관위…유권자 대기 속 '관리 신뢰' 도마
6·3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마감 이후 대기 중인 유권자도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지만, 선거관리의 기본인 투표용지 수급에서 차질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선거일 투표용지 부족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파악한 투표용지 부족 발생 지역은 서울 일부 투표소였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오후 6시 30분 기준 송파구 4개동 10개 투표소, 강남구 1개동 1개 투표소, 광진구 1개동 1개 투표소 등 모두 3개구 6개동 12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현장 혼란은 투표 종료 전부터 이어졌다.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소진돼 약 100명이 줄을 서는 등 혼란이 빚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2동 제6투표소 등에서는 오후1시부터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 대기가 이어졌고, 오후 4시 30분부터는 투표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 불편이 더 커졌다. 가락2동 제3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없어 30분 이상 기다렸다는 유권자 제보가 이어졌고, 일부 유권자가 수십분을 기다리다 귀가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는 해당 사실을 인지한 뒤 부족한 투표소로 투표용지를 이송했다고 밝혔다. 또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6시가 지나더라도 마감 전 대기 중이던 유권자는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교육감,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을 동시에 뽑는 선거”라며 “유권자 한 명이 여러 장의 투표용지를 받는 구조라 투표소별 예상 투표 인원과 투표용지 배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 유권자 수와 예상 투표율을 감안해 사전에 충분한 용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이는 행정 착오를 넘어 선거관리 신뢰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해 투표용지 부족 규모와 원인, 유권자 참정권 보장 조치 등을 따졌고, 국민의힘은 투표용지 부족사태를 “총체적 부실”로 규정하며 “이 상태로 개표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일단 유권자의 투표권 보장 조치를 강조했다. 허 사무총장은 사과문에서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로 투표용지를 이송했으며, 해당 투표소에서 대기 중인 유권자는 마감시각이 지나더라도 정상적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일부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갔는지, 돌아간 유권자에게 다시 투표 기회가 충분히 안내됐는지,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에 애초 몇 장이 배부됐는지는 개표 이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번 사태는 높은 투표율 속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원인으로 지난 선거보다 높은 투표율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투표율 상승은 선거 당일 충분히 예상 가능한 변수라는 점에서 이를 이유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투표용지 부족이 한 곳이 아니라 서울 3개구 12개 투표소에서 확인됐다는 점은 단순 현장 실수인지, 배분 기준 자체의 문제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로 투표를 하지 못한 한 시민은 “선거 과정에서 투표용지 부족은 결과를 곧바로 바꾸는 사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선거의 정당성은 투표 결과뿐 아니라 투표 과정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에서 나온다”며 “용지가 없다는 이유로 기다려야 하고, 발길을 돌렸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선거 관리 기관의 신뢰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앙선관위도 사안을 가볍게 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허 사무총장은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흡한 준비와 대처로 실망을 드리게 돼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개표는 예정대로 진행되지만, 이번 사태는 개표 이후에도 정치적·행정적 책임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출구조사와 개표 결과가 선거의 승패를 가른다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관리의 신뢰를 가르는 사건으로 남게 됐다.
2026-06-03 21: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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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26] 수도권 낮은 투표율…서울·경기·인천 표심 어디로
6·3 지방선거 투표율이 오후 1시 기준 46.0%를 기록하며 같은 시간대 지방선거 기준 역대 최고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거 판세의 핵심축인 수도권은 지역별 온도 차가 뚜렷하다. 경기는 43.0%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고, 인천도 43.4%에 그쳤다. 서울은 46.1%로 전국 평균을 0.1%p 웃돌았지만, 수도권 전체로 보면 투표 열기가 전국 상승세를 강하게 견인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현재 전체 유권자 4464만9908명 가운데 2051만8553명이 투표를 마쳤다. 이 수치에는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실시된 사전투표율 23.51%와 거소투표 결과가 반영됐다. 오후 1시 기준 투표율 46.0%는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같은 시간대 투표율 38.3%보다 7.7%p 높은 수준이다. 전국 투표율은 크게 뛰었지만, 수도권의 상승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이다. 경기는 전국 평균보다 3.0%p 낮고, 인천은 2.6%p 낮다. 서울만 전국 평균권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투표율이 높은 전남 56.1%, 전북 52.2%, 강원 51.8% 등과 비교하면 수도권은 분명히 낮은 축에 속한다. 수도권 투표율이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히 지역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확정한 제9회 지방선거 선거인수는 총 4464만9908명이다. 이 가운데 경기도는 1187만899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서울은 831만9134명으로 두 번째다. 두 지역만 합쳐도 전체 선거인수의 45%를 넘는다. 인천까지 포함하면 수도권 표심은 사실상 전국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다. 수도권 투표율이 낮거나 평균권에 머물 경우 선거의 무게중심은 ‘바람’보다 ‘동원’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높은 투표율이 전국적 관심과 심판론·안정론의 확산을 뜻한다면, 수도권의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은 막판 조직력, 지지층 결집, 부동층 투표 참여가 승패를 가르는 구조를 만든다. 특히 서울·경기·인천은 여야 모두 중도층과 무당층 비중이 큰 지역으로 보는 만큼, 오후 시간대 투표율 변화가 최종 득표율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다. 서울의 경우 46.1%로 전국 평균과 사실상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어느 한쪽 지지층이 압도적으로 결집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수치다. 서울시장 선거와 구청장·시의원 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만큼, 지역별 생활 이슈와 정권 평가론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강남권, 한강벨트, 서북권, 동북권 등 권역별 투표율 차이가 최종 결과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경기는 더 민감하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 유권자 지역이지만 오후 1시 기준 투표율은 43.0%로 가장 낮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물론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선거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정 정당의 일방적 바람보다 후보 경쟁력, 지역 현안, 교통·부동산·일자리 이슈가 촘촘히 작동할 수밖에 없다. 투표율이 낮게 유지될 경우 각 정당의 기초조직과 후보 캠프의 막판 투표 독려력이 결정적 변수가 된다. 인천도 비슷하다. 오후 1시 기준 투표율은 43.4%로 전국 평균보다 낮다. 인천은 원도심과 신도시, 항만·공항 경제권, 검단·송도·청라 등 개발 이슈가 뒤섞인 지역이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지역별 조직 기반이 강한 후보, 생활밀착형 공약을 앞세운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질 수 있다. 다만, 낮은 투표율이 특정 정당의 유불리로 곧장 연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야의 해석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여당은 전국 투표율 상승을 국정 안정론과 지지층 결집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반면, 야당은 수도권의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근거로 “아직 투표하지 않은 중도·부동층이 남아 있다”고 보고 막판 견제론 확산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오후 1시 이후 퇴근 전 시간대와 오후 막판 투표율이 수도권 승부의 마지막 관문이 된다. 이번 선거의 투표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유권자는 신분증을 지참하고 주민등록지 관할 지정 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한다. 중앙선관위가 공식 발표하는 시간대별 투표율은 전국 256개 구·시·군 선관위에서 취합한 투표 현황을 기준으로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수도권은 늘 전국 선거의 축소판이었다”면서 “수도권 투표율이 평균권 또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데 이 차이가 단순한 시간대별 착시인지, 아니면 수도권 유권자의 신중한 관망인지가 이날 밤 선거 결과를 가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수도권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마지막 표를 누가 더 투표장으로 데려오느냐가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2026-06-03 14: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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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금부터 시작이다④] 초격차 삼성, 노사관계도 초격차가 필요하다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는 파업을 멈췄다. 그러나 갈등을 끝낸 것은 아니다. 총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성과급 제도, 내부 형평성, 주주 반발, 정부 개입 가능성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았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을 앞두고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기준인상률 4.1%, 성과인상률 평균 2.1%,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복지 개선 등이 합의안의 주요 내용이다. 노조는 총파업을 유보하고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합의는 분명한 성과가 있다. 우선 생산 차질 우려를 줄였다. 반도체 공급망 불안을 완화했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극단적 충돌도 피했다. 노사는 법적 강제보다 자율교섭을 통해 접점을 찾았다. 하지만 합의의 내구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첫 번째 변수는 조합원 투표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파업 위기는 공식적으로 봉합된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삼성전자 노사관계는 다시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내부 형평성이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AI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반영한 조치다. 그러나 메모리와 파운드리, 반도체와 비반도체 사이의 실적 차이가 보상 격차로 이어질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 있다. 실제 이번 합의가 파업을 피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메모리 부문 직원과 일부 주주 사이의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세 번째 변수는 주주 반발이다. 삼성전자 일부 주주 그룹은 잠정합의안의 위법 가능성을 주장하며, 조합원 승인 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과급을 자사주 중심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현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주주가치와 이사회 권한, 주주 승인 필요성 논란을 동시에 불러올 수 있다. 삼성전자가 여기서 배워야 할 것은 분명하다. 노사관계는 더 이상 비용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인재 전략이고, 투자 전략이며, 지배구조의 문제다. AI 반도체 시대에는 기술 초격차만으로 부족하다. 핵심 인재를 지키는 보상 체계, 구성원이 납득하는 성과 배분 기준, 주주가 수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관리의 삼성’, ‘기술의 삼성’으로 불렸다. 이제는 ‘교섭의 삼성’이 되어야 한다. 무노조 경영의 시대가 끝난 뒤 삼성은 노조를 예외적 변수로 볼 것인지, 아니면 조직 내부의 위험 신호를 제도권 안에서 흡수하는 파트너로 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노조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의 핵심 기업이고, 반도체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노조의 요구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보상 요구는 가능하지만, 그 요구는 지속 가능한 원칙과 연결돼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정부에도 숙제를 남겼다. 긴급조정권은 법적으로 가능한 카드지만, 노동권을 제한하는 매우 무거운 수단이다.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이 공표되면 쟁의행위는 즉시 중지되고 30일간 재개할 수 없다. 이런 제도는 최후의 안전판이어야지,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협상 압박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결국 삼성전자 노사 사태의 본질은 초과이익의 배분이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을 직원 보상으로 돌릴 것인가, 미래 투자로 남길 것인가, 주주에게 환원할 것인가, 세수로 흡수해 국가 재정에 쓸 것인가의 문제다. 어느 하나만 정답이 될 수 없다. 균형이 필요하다. 정부의 올해 세입 전망도 이 문제를 뒷받침한다. 추경 과정에서 정부는 초과세수 25조2000억원을 전망했고, 법인세만 14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호황은 영원하지 않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초과 세수는 세수 결손으로 바뀔 수 있다. 기업의 초과이익도 마찬가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달라는 구호나 덜 주겠다는 방어가 아니다. 어디에 먼저 쓰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막은 합의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라며 “기술의 초격차를 말하는 기업이라면 노사관계에서도 초격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과를 낸 사람에게 합당하게 보상하되, 조직 전체가 납득할 기준을 세우는 것. 주주가치를 지키되,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는 것. 정부 개입 없이도 갈등을 제도 안에서 해결하는 것. 이것이 이번 사태 이후 삼성전자와 한국 경제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과 세수 활용 해법을 함께 모색한다. 임금과 성과급, 미래 투자,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한국 대표 기업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논의하고, 반도체 호황이 만든 세수를 단기 지출에 쓸 것인지, 국가채무와 재정준칙 복원에 활용할 것인지, 미래 성장 투자로 돌릴 것인지도 따져볼 예정이다.
2026-05-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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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티어 격돌] 같은 우주, 다른 승부… 한화 '안보 우주' vs 스페이스X '민간 우주'
우주는 하나지만, 기업들이 그리는 청사진은 다르다. 특히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의 우주를 미래 성장축으로 한 발 빠른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두 기업이 겨냥하는 시장과 축적해 온 산업 자산의 결은 확연히 다르다. 스페이스X가 전 세계 소비자를 겨냥한 ‘민간 우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면, 한화는 발사체와 위성, 해양안보를 묶는 ‘안보 우주 기업’에 방점을 찍고 있다. 스페이스X가 우주를 통해 시장을 연결한다면, 한화는 안보를 연결하는 셈이다. ‘로켓 회사’ 넘어 거대 통신 플랫폼으로 진화한 스페이스X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결정은 스페이스X의 지향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에코스타의 주파수 매각 승인을 통해 스타링크 단말 간 직접통신 서비스용 65MHz 대역을 170억 달러에 확보했다. 이는 스페이스X가 더 이상 단순한 로켓 발사나 위성 인터넷 사업자에 머물지 않음을 시사한다. 저궤도 위성망과 지상 이동통신망을 결합해, 기지국 없이도 전 세계 휴대전화를 우주망에 직접 연결하는 거대한 통신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파괴력의 원천은 팰컨9 로켓의 1단부 재사용 기술을 통한 획기적인 비용 절감과 사업의 수직계열화에 있다. 우주로 쏘아 올리는 발사체 제조 능력과 우주 공간에서 궤도 위 통신망을 운영하며 서비스를 판매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이 스페이스X의 진정한 경쟁력이다. 발사체 자립과 방산의 융합… 한화의 ‘한국형 안보 우주’ 한화의 길은 다른 궤도를 그린다. 한화그룹은 ‘스페이스허브’를 통해 발사체, 위성, 우주 탐사 역량을 통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국판 스페이스X’를 좇는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한화가 보유하고 있는 산업 자산은 민간 소비자를 위한 인터넷망보다는 군 위성통신, 감시정찰, 지상 및 해양 방산 체계와 더 강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전환점은 누리호 4차 발사였다. 한화는 누리호 제작 및 조립을 총괄하며 단순 부품 공급자를 넘어 체계종합기업으로 도약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차세대 발사체(KSLV-Ⅲ) 개발도 주도하고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등 국가 우주 수송 능력 확보라는 장기 프로젝트의 중심에 섰다. 한화의 강점은 단일 로켓 기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발사체 및 항공엔진 기술(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지휘통제·위성통신(한화시스템), 함정·잠수함 등 해양방산(한화오션)이 결합하며 육·해·공을 우주로 잇는 거대한 방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한화시스템이 프랑스‧영국계 위성사업자 유텔셋 지분 5.4%를 전량 매각한 것 역시, 글로벌 민간 통신 가입자 유치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자사의 강점인 군 위성통신 및 안보 인프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인프라가 된 우주, 새롭게 재편되는 글로벌 전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와 같은 선택의 당위성을 명확히 설명한다. 전쟁 이후 위성통신과 상업 위성영상, 드론 운용, 전장 데이터 연결은 현대전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 일례로 지난해 7월 스타링크 장애가 우크라이나 군 통신과 드론 운용에 영향을 준 바 있다. 이는 상업용 위성영상이 병사, 드론, 지휘소를 실시간으로 잇는 핵심 전장 인프라로 격상됐고, 민간 위성망조차 전쟁이 발발하면 정찰과 타격을 위한 안보 인프라로 전환되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독일 연방군은 오는 2029년까지 자체 위성망 구축을 검토 중이고, 중국은 저궤도 위성망을 차세대 6G 통신의 핵심 인프라로 삼고 대규모 주파수 및 궤도 자원 선점에 나서는 등 주요 국가들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한화의 승부처, K-방산과 해양 안보의 결합 우주 산업 전문가들은 한화가 단기간에 스페이스X의 길을 그대로 걷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은다. 발사 빈도나 민간 위성 수요, 글로벌 가입자 기반 등에서 한국은 아직 후발 주자이기 때문이다. 한화가 주력해야 할 승부처는 막연한 ‘한국판 스타링크’가 아닌 ‘한국형 안보 우주 생태계’의 구축이다. 우리 군과 동맹국이 필요로 하는 저궤도 군 통신, 정찰위성, 발사체 자립, 장거리 정밀타격 체계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전략이 유효하다. 특히 해상에서 움직이는 전력을 위성으로 감시하고 표적 정보를 갱신하는 현대전의 양상을 고려할 때, 안보 우주와 해양 방산의 시너지는 필수적이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에 나선 한화오션의 행보 역시 이 같은 큰 그림의 연장선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주 경쟁이 단순한 발사체 기술 경쟁을 넘어 주파수, 통신 주권, 전장 데이터 지배력을 다투는 싸움으로 확전된 양상”이라며 “스페이스X가 거대한 내수 시장과 벤처 자본을 바탕으로 민간 우주 플랫폼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고 있다면, 한화는 K-방산 특유의 빠른 제조 역량과 동맹국의 안보 수요를 결합해 ‘안보 우주의 표준’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2026-05-21 10: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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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휴머노이드 동료와 퇴근하는 저녁, 우리는 준비가 됐나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 이상 전시장 무대 위의 묘기가 아니라 공장 라인의 동료가 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영국 로봇기업 휴머노이드는 독일 자동차·산업부품 기업 셰플러의 글로벌 제조 현장에 2032년까지 1000~20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할 계획이다. 초기 배치는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독일 헤르초게나우라흐와 슈바인푸르트에서 시작된다. 현대차그룹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오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공장에 투입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제 질문은 기술이 가능한가가 아니다. 인간의 일자리와 임금, 세금과 안전망은 준비돼 있는가다. 자동차 공장은 산업혁명의 가장 오래된 상징 중 하나다. 컨베이어벨트가 노동을 쪼갰고, 산업용 로봇 팔이 용접과 도장을 바꿨다. 이제 그 라인에 사람의 형태를 닮은 기계가 들어온다. 바퀴가 아니라 두 다리로 움직이고, 고정된 팔이 아니라 사람처럼 공간을 인식하며, 단순 반복이 아니라 상황 판단을 흉내 내는 기계다. 공장 안의 로봇은 더 이상 철제 울타리 안에 갇힌 설비가 아니다. 사람 옆에서 상자를 들고, 부품을 옮기고,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는 ‘강철 동료’가 되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이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한국은 이미 인구절벽 앞에 서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22년부터 향후 10년간 332만명 감소하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71.1%에서 2072년 45.8%로 낮아질 전망이다. 노동의 빈자리는 점점 커지고, 숙련 노동자의 은퇴는 빨라지며, 청년 인력은 제조 현장을 기피한다. 이 구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공상과학의 장난감이 아니라 산업 현장의 생존 수단이 된다. 기업 경영의 관점도 분명하다. 로봇은 피로를 덜 느끼고, 위험한 작업을 대신할 수 있으며,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다만 여기서 단정은 경계해야 한다. 휴머노이드는 아직 완성된 해법이 아니다. 실제 공장 투입에는 안전성, 신뢰성, 유지보수 비용, 작업 전환 속도, 현장 노동자와의 협업 규칙이 필요하다. 현대차가 아틀라스를 2028년 공장에 투입하고 2030년까지 더 복잡한 공정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이 기술이 오늘 당장 전면 대체가 아니라 단계적 검증의 대상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인구는 줄고, 제조 경쟁은 치열해지며, 글로벌 기업들은 더 싸고 빠르고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요구한다. 한국 자동차·부품·조선·물류·전자 산업이 휴머노이드 도입을 외면할 수는 없다. 문제는 로봇 도입 여부가 아니라 로봇 도입의 질서다. 시장은 이미 움직이는데 법과 제도, 교육과 세금, 노사관계는 아직 과거의 언어에 머물러 있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정의를 설명하며 각자가 자기 본성에 맞는 일을 하고 남의 일을 침범하지 않는 질서를 말했다. 이를 오늘의 공장에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통찰은 남는다. 사회는 역할이 새로 나뉠 때 정의를 다시 세워야 한다. 로봇이 위험하고 반복적이며 고강도인 작업을 맡는다면 인간은 설계, 관리, 창의, 공감, 판단, 돌봄의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 이동이 가능하려면 교육과 임금, 안전망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기술의 승전보 뒤에는 반드시 그림자가 있다. 휴머노이드 도입은 어떤 노동자에게는 해방이지만, 어떤 노동자에게는 실직의 예고일 수 있다. 로봇이 허리를 굽혀 무거운 부품을 들 때 인간 노동자의 허리는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까지 대신한다면, 보호받은 것은 노동자의 몸인지 기업의 비용인지 묻게 된다. 기술은 중립적일 수 있어도 기술이 배치되는 시장은 중립적이지 않다. 여기서 ‘로봇세’ 논의가 나온다. 로봇세는 오래된 논쟁이다. 빌 게이츠는 2017년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체해 기업 비용을 줄인다면,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과해 돌봄·교육 같은 인간에게 필요한 일자리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로봇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어떤 자동화가 과세 대상인지, 혁신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을지, 해외 이전을 부추기지 않을지 모두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로서의 로봇세가 아니라 설계로서의 사회계약이다. 로봇 한 대마다 단순히 세금을 매기는 방식은 거칠 수 있다. 그러나 로봇과 AI로 늘어난 생산성, 자동화로 절감한 인건비, 자본집약적 생산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 전체의 전환 비용으로 연결할 것인지는 논의해야 한다. 재교육 기금, 고용 전환 계정, 지역 제조업 훈련센터, 중장년 노동자의 직무 재설계, 협력사 자동화 지원 같은 구체적 장치가 필요하다. 핵심은 혁신을 벌주는 것이 아니다. 혁신이 만든 과실로 혁신에서 밀려나는 사람을 다시 세우자는 것이다.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다만 그 생산성의 과실이 주주와 경영진, 일부 기술 인력에게만 집중된다면 산업의 정당성은 약해진다. 시장경제가 오래가려면 시장 밖으로 밀려난 사람을 다시 시장 안으로 데려오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유럽도 이 문제를 완전히 풀지는 못했다. 다만 AI 시스템의 투명성, 표시 의무, 이용자 고지 같은 규범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 달 AI법 제50조상 특정 AI 시스템의 투명성 의무 이행 지침 초안을 공개했다. 이것이 곧바로 ‘휴머노이드 노동 가이드라인’은 아니다. 그러나 AI와 로봇이 인간의 생활세계로 들어올수록 기술 사용의 투명성, 책임성, 이용자 보호가 제도화되고 있다는 흐름은 분명하다. 한국도 기술 강국이라는 자부심만으로는 부족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고 쓰는 능력만큼, 로봇과 함께 일하는 사회를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로봇이 산업 현장에 들어오면 산업안전 규칙도 바뀌어야 한다. 사람이 로봇 옆에서 일할 때 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로봇이 학습한 작업 데이터는 누구의 자산인가. 로봇 도입으로 줄어든 인건비 중 일부를 노동 전환에 쓸 수 있는가. 협력사와 중소기업도 자동화 혜택을 누릴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로봇 산업은 기술적으로는 앞서가도 사회적으로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역할도 분명하다. 한쪽으로는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 실증 특례, 안전 인증, 데이터 표준, 로봇 보험, 산업안전 기준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한쪽으로는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로봇 정비사, 로봇 운용 관리자, 공정 데이터 분석가, AI 안전 관리자, 현장 재교육 강사 같은 새 직무를 만들어야 한다. 로봇이 기존 일자리를 없애는 속도보다 사람이 새 일자리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야 사회가 버틴다. 노동계도 냉정해야 한다. 휴머노이드 도입을 전면 거부하는 방식은 오래가기 어렵다. 인구 구조와 글로벌 경쟁, 원가 압박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노동계는 더 구체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로봇 도입 전 고용영향 평가, 전환 배치 계획, 재교육 시간의 유급 인정, 자동화 이익 공유, 산업안전 공동 점검, 협력사 노동자 보호를 교섭 의제로 올려야 한다. “로봇 반대”가 아니라 “인간을 배제하지 않는 로봇 도입”을 요구해야 한다. 기업도 바뀌어야 한다. 휴머노이드 도입을 단순 비용 절감 프로젝트로만 보면 갈등은 커진다. 로봇은 인간을 대체하는 장비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이기도 하다. 어느 길을 선택할지는 기업의 철학과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 로봇을 들여오면서 노동자의 숙련을 무시하면 공장은 조용해질지 몰라도 조직의 신뢰는 무너진다. 반대로 로봇을 위험 작업과 반복 작업에 먼저 배치하고, 사람을 더 높은 가치의 업무로 옮기면 자동화는 갈등이 아니라 경쟁력이 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노동의 종말일 수도 있고, 생산성의 신대륙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될지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가 결정한다. 로봇의 성능은 기업이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로봇이 만든 사회의 품격은 정부와 국회, 기업과 노동계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머지않아 휴머노이드 동료와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같은 라인을 점검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저녁을 맞게 될 것이다. 그때 인간 노동자의 어깨가 패배감으로 처지지 않게 하려면 지금 준비해야 한다. 로봇이 대신한 노동의 빈자리를 인간의 배움과 이동, 돌봄과 창의의 자리로 바꿔야 한다. 로봇이 만든 부가 인간을 배제하는 자본의 성벽이 아니라 인간을 다시 세우는 사회적 기반이 되게 해야 한다. 결국 모든 혁신의 마침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시장경제의 활력이다. 그 과정에서 밀려나는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은 공동체의 의무다. 차가운 금속음 속에 인간의 따뜻한 숨결을 남기는 것, 그것이 휴머노이드 시대 한국 산업이 지켜야 할 기본이고 원칙이며 상식이다.
2026-05-17 09: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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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호황의 잔칫상, 씨종자까지 나눠 먹을 텐가
올해 대한민국 제조업의 임금협상장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언어들이 점령하고 있다. 수십 년간 협상 테이블의 주역이었던 “기본급 몇 호봉 인상”이라는 정액 중심의 담론은 어느덧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영업이익의 N%”라는 서늘한 수식어다. 노동의 대가를 ‘비용’이 아닌 ‘지분’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노조의 요구는 이제 삼성전자를 넘어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경제의 기둥인 중후장대 산업 전체로 번지고 있다. 최근의 흐름은 가히 폭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카카오,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 노조는 약속이라도 한 듯 영업이익 또는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명시하라는 요구안을 던졌다. 특히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연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조합원에게 지급할 것”을 공식 요구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는 지난해 실적 기준 조합원 1인당 약 7500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이다. 현대차 노조 역시 지난해 거둔 역대급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고수하고 있는 ‘영업이익 15% 성과급 재원화’와 ‘성과급 상한 폐지’는 이제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기업 이익의 사후 배분 구조를 바꾸겠다는 근본적인 도전이다. 이러한 요구를 단지 ‘노조의 이기주의’나 ‘귀족 노조의 떼쓰기’로 치부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단견(短見)이다.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실존적인 불안과 정당한 기여도가 섞여 있다. 고물가 행진 속에 실질 임금은 정체됐고, 현장의 노동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가 일자리를 위협하는 대전환기에 ‘내가 만든 호황의 과실’이라도 확실히 챙겨야겠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나 로이터 등 외신들도 글로벌 제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이익 공유(Profit Sharing) 요구의 강화가 기술 격변기의 노동자들이 선택한 자기방어적 전략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방법론이다. 성과를 나누자는 철학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이익의 일정 비율을 ‘자동 배분’ 공식으로 고정하자는 주장은 기업의 영속성을 뒤흔들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장부상의 숫자가 아니라 내일의 생존을 위해 투입돼야 할 ‘미래의 종잣돈’이기 때문이다. 동양의 고전 순자(荀子) 부국(富國)편에는 “욕다이물과, 과칙필쟁(欲多而物寡, 寡則必爭)”라는 구절이 나온다. “욕망은 많은데 물건이 적으면 반드시 다툼이 생긴다”는 뜻이다. 순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分)’, 즉 합리적인 제도와 기준을 강조했다. 지금의 성과급 논쟁은 바로 이 ‘분’의 기준이 무너졌기 때문에 발생한다. 영업이익이라는 한정된 그릇을 두고 노동자, 주주, 협력사, 그리고 미래 투자가 서로의 몫을 먼저 챙기려 다투는 형국이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업은 소위 ‘사이클 산업’이다. 오늘의 천문학적인 이익은 어제의 고통스러운 R&D(연구개발)와 설비투자가 낳은 결과다. 동시에 오늘의 이익은 내일의 다운사이클을 버텨낼 맷집이자,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유일한 실탄이다. 최근 기업들이 노사 갈등으로 투자 재원을 소진할 경우, 국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과 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순식간에 낙오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AI 메모리 시장에서 한 세대만 뒤처져도 수조원의 이익은 순식간에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현대차가 전기차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기에 투자 시기를 놓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의 일자리 안정성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성과급 공식이 투자의 발목을 잡는 순간, 우리는 ‘미래를 가불해서 오늘을 잔치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제 성과 배분의 새로운 원칙을 세워야 한다. 첫째, 성과급 산정의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노조가 ‘정률 배분’이라는 거친 요구를 들고나온 것은 사측이 성과급 산정 기준을 ‘깜깜이’로 운영해온 탓이 크다. 기업은 사업부별 실적과 현금흐름, 향후 투자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조를 진정한 경영 파트너로 대우해야 한다. “회사가 어려우니 참으라”는 식의 낡은 훈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둘째, 성과 배분의 범위를 산업 생태계 전체로 확장해야 한다. 현대차 노조가 제안한 ‘협력업체 노동자와의 성과 공유’는 매우 고무적인 진전이다. 대기업 정규직만 성과의 과실을 독식하는 구조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산업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킨다. 1, 2차 협력사와 사내하청 노동자들까지 아우르는 ‘상생형 성과 배분’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셋째, ‘정률 배분’ 대신 ‘유연한 보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영업이익의 30%를 고정적으로 떼어가는 방식은 기업 경영의 유연성을 완전히 박살 낸다. 대신 실적에 연동하되, 미래 투자 재원과 재무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한선과 하한선을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사석에서 “기업의 성장은 국가 발전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 메시지는 무겁다. 개별 기업의 임단협 결과가 국가 수출 경쟁력과 환율, 지역 경제에 직결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냉철한 숫자로 움직이지만, 사회는 따뜻한 분배의 정의로 유지된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그것은 시장경제의 정의다. 그러나 미래까지 나눠 먹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산업의 상식이다. 지금 삼성전자와 현대차, HD현대중공업의 협상 테이블 위에 놓인 것은 단순한 ‘보너스 금액’이 아니다. 대한민국 제조업이 호황의 단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다음 10년이 결정될 것이다. 노사는 지금 좁은 능선 위에 서 있다. 서로를 벼랑 끝으로 밀어낼 것인가, 아니면 서로의 손을 잡고 더 높은 고지로 향할 것인가. ‘나눔’의 미덕과 ‘투자’의 책무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K-제조업’의 지속 가능성은 증명될 수 있다. 성과는 나누되 미래의 씨앗은 남겨두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산업의 문법이다.
2026-05-15 13: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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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티어 격돌] 현대차 vs 두산, 로봇 상용화 '수익성 고개' 누가 먼저 넘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제조 거인, 현대자동차그룹과 두산의 시선이 ‘로봇’이라는 같은 지점을 향하면서도 그 방법론에서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를 통해 산업 생태계 전체를 바꾸려는 ‘대담한 도약’을 선택했다면, 두산은 사람 곁에서 즉각적인 도움을 주는 협동로봇(Cobot)을 통해 ‘실용적 진화’에 집중하고 있다. “차를 넘어 기계로”…‘아틀라스’에 담은 현대차의 꿈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 개발형 모델은 로봇 공학의 정점을 보여줬다. 아틀라스는 단순한 보행을 넘어 물구나무를 서고 L자 균형 동작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 동작의 핵심은 ‘강화학습 기반 전신 제어 기술’에 있다. 이는 비정형 환경에서도 로봇이 스스로 균형을 잡고 복잡한 과업을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대차의 전략은 명확하다. 로봇을 단순한 설비가 아닌, 자동차 바깥의 ‘모빌리티 운영체제’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지난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11억 달러에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을 두고 ‘자동차 회사가 움직이는 기계 그 자체를 사들인 결정적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CES2026에서 AI 로보틱스 비전을 구체화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전격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오는 2028년부터 반복적인 부품 배열 작업을 시작으로 2030년에는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한 조립 업무까지 로봇의 영역을 넓힐 계획이고,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손잡은 두산…제조업 DX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 현대차가 ‘미래’를 설계한다면 두산은 ‘현재’를 수선한다. 2015년 두산로보틱스 설립 이후 두산이 일관되게 밀고 온 카드는 협동로봇이다. 대규모 공정 교체 없이 기존 생산 라인에 즉시 투입 가능한 코봇은 중소·중견 기업의 실질적인 해법으로 떠올랐다. 두산의 경쟁력은 ‘현장 침투력’에서 나온다. 두산은 최근 제조업을 넘어 식음료(F&B), 의료, 물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 두산로보틱스가 엔비디아(NVIDIA)와 ‘피지컬 AI’ 협력을 논의했다는 소식은 시장의 큰 관심을 끌었다. 양사는 두산의 로봇 운영체제와 엔비디아의 AI 인프라를 결합해 작업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경로를 최적화하는 ‘지능형 협동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질적인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광진그룹에 2027년까지 100대 이상의 제조용 로봇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존 현장에서 제품 불량률을 ‘0’에 수렴하게 만든 실적이 대규모 수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고가의 자동화 설비 도입이 어려운 중소 제조업체들에게 코봇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임을 증명하는 사례다. ‘멋진 영상’은 돈이 될까…상용화·노동 간극 숙제 두 기업 모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의 아틀라스는 ‘멋진 영상물’을 넘어 ‘돈이 되는 제품’임을 증명해야 한다. 앞서 지난 2월 보스턴다이내믹스 경영진 교체를 두고도 현대차가 기술 과시형 연구에서 상용화와 수익 창출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제조 현장 노동자와의 간극도 숙제다. 로봇 투입이 고용 충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키느냐가 기술 도입의 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수익성 개선’이라는 현실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올해 1분기 두산로보틱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90% 가까이 급증했지만, 여전히 121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글로벌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고객 맞춤형 솔루션 제공에 따르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애플리케이션과 유지보수 등 서비스 영역에서 수익 모델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로봇 밀도 1위 韓…‘양적 팽창’ 넘어 ‘질적 패권’ 쥐어야 국제로봇연맹(IFR)의 ‘World Robotics 2025’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직원 1만명당 로봇 1220대를 보유한 세계 1위의 로봇 밀도 국가다. 이미 로봇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정부 역시 ‘AI 로봇 M.AX 얼라이언스’를 통해 세계 3대 로봇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핵심 부품 내재화와 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다. 결국 현대차와 두산의 대결은 기술의 우열이 아닌 ‘산업 철학’의 대결이다. 현대차는 공장과 물류, 도시 전체를 잇는 거대 운영체제(OS)를 선점하려 하고, 두산은 사람의 팔이 닿지 않는 곳, 숙련공이 부족한 현장을 하나하나 고쳐나가고 있다. 다만 기술적 찬사가 걷힌 뒤에는 냉혹한 시장의 숫자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에는 조지아 메타플랜트 투입 이후 아틀라스가 보여줄 ‘실제 공정 가동률’과 노동 유연성 확보 여부가, 두산에는 폭발적인 외형 성장을 실질적인 수익으로 치환할 ‘손익분기점(BEP) 달성 시점’이 향후 1~2년의 성패를 가를 결정적 지표(Critical Indicator)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30년 전 자동차와 중공업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견인했듯 이제 로봇이 그 역할을 이어받아야 할 시점”이라며 “현대차의 아틀라스가 보여주는 압도적 기술력과 두산의 코봇이 보여주는 기민한 현장 대응력 중 누가 먼저 ‘돈이 되는 생태계’를 완성할 것인가에 주목된다”고 했다.
2026-05-14 16:3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