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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권 뉴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기업용 AI 키운다…데이터센터도 확충
중국의 인공지능(AI) 산업이 연구실을 벗어나 기업과 공장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기업의 회계·구매·생산 업무를 처리하는 AI 시스템이 등장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조와 의료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센터와 통신망 투자도 함께 늘고 있다. 20일 중국 정보기술 기업 엑스퓨전은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기업용 AI 시스템을 대거 공개했다. 엑스퓨전이 내놓은 제품은 기업의 회계와 인사, 구매, 재고를 관리하는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에 AI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직원이 일일이 자료를 입력하고 분석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주문과 재고를 살피고 생산 일정을 조정하거나 경영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이다. 기업 내부에서 AI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서버와 소프트웨어를 묶은 시스템도 선보였다. 대형 AI 모델 자체의 성능 경쟁보다 AI가 실제 기업 업무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엑스퓨전은 전력과 서버, AI 연산, 업무 수행 프로그램을 하나로 연결하는 사업 구조도 제시했다. AI에 투자한 비용이 생산성 향상과 매출 증가로 이어지도록 기업의 핵심 업무 안에 AI를 넣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정부도 AI의 산업 현장 적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올해 상반기 지능형 로봇과 상업우주, 신에너지차, 신소재 분야에서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제조와 의료 현장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과 로봇, AI를 결합한 서비스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사족보행 로봇은 세계 판매량의 약 70%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처럼 네 발로 움직이는 사족보행 로봇은 계단이나 비탈길, 공사장처럼 바퀴로 이동하기 어려운 곳에서 주로 사용된다. 중국 기업이 내놓은 휴머노이드 로봇 제품도 세계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사람처럼 팔과 다리를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은 공장에서 물건을 옮기거나 조립하는 작업부터 병원과 돌봄 현장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발표한 ‘세계 절반’은 판매량이 아니라 출시된 제품의 종류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중국 기업들이 다양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빠르게 내놓고 있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로봇과 기업용 AI를 움직이는 데이터센터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중국의 AI 연산시설 규모는 2185EFLOPS에 달했다. 일반 독자에게 생소한 EFLOPS는 컴퓨터가 1초 동안 얼마나 많은 계산을 처리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단위다. 중국 전역의 데이터센터가 AI 학습과 서비스에 투입할 수 있는 연산 능력을 모두 합한 수치다. 데이터센터에 마련된 공간 가운데 서버가 실제로 설치된 비율은 71.4%로 집계됐다. 중국은 최근 2년 동안 주요 데이터센터 지역을 잇는 고속 통신망도 70개 이상 구축했다. 지역 간 데이터 전송 속도와 안정성도 개선됐다. 중국은 전력과 부지가 풍부한 서부 지역에 대형 데이터센터를 짓고, 베이징과 상하이 등 동부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AI 연산 수요를 보내 처리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도시의 전력 부담을 줄이고 전국의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거대한 연산망처럼 활용하려는 것이다. 중국의 AI 전략은 이제 대형 모델을 개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기업 업무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로봇을 생산 현장에 투입하며, 그 뒤에서 대규모 계산을 처리할 데이터센터를 확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술을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보다 공장과 기업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가르는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2026-07-20 16: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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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디올백 종결' 뒤집어 보는 경찰…권익위는 누구의 권익을 지켰나
경찰이 20일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대상은 유철환 전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사용하던 사무실 등이다. 경찰청 3대 특검 인계사건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6일 정 전 부위원장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적용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이다. 수사의 출발점은 300만원짜리 가방이 아니다. 권익위가 2024년 김건희씨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하는 과정에서 수뇌부가 실무진의 조사와 전원위원회의 심의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가 핵심이다. 당시 언론이 흔히 사용한 ‘무혐의’라는 표현도 정확하지 않다. 권익위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아니다. 형사책임의 유무를 확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를 조사해 수사기관이나 감사기관에 이첩·송부할 사안인지 판단하는 반부패 행정기관이다. 권익위가 내린 결론은 형사재판의 무죄판결이 아니라 신고사건의 종결 결정이었다. 그 종결 결정이 정상적인 조사와 심의를 거쳐 나왔는지를 경찰이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처벌 규정이 없다는 말로 덮을 수 없는 문제 사건은 202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 취임 후 서울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2023년 12월 19일 김씨와 윤 전 대통령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신고 접수 후 업무일 기준 116일이 지난 2024년 6월 10일 사건을 종결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신고사항을 접수일부터 6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하고, 보완이 필요할 때도 30일 범위에서만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권익위는 최장 90일의 법정 처리기간도 넘겼다. 정승윤 당시 부위원장은 대통령 배우자를 제재하는 규정이 청탁금지법에 없다는 점을 종결 이유로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과 가방 제공자의 직무 관련성, 가방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도 논의한 뒤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배우자 본인을 직접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는 설명 자체는 틀리지 않는다. 청탁금지법은 금품을 받은 공직자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실 하나로 사건 전체를 끝낼 수는 없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한다. 공직자가 배우자의 수수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를 처벌하는 구조도 두고 있다. 금품 제공자에 대한 제재 규정도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청탁금지법이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지 않는 대신 공직자의 신고 의무와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두고 있다는 법률 구조를 전제로 판단했다. 따라서 권익위가 확인했어야 할 대상은 김씨 개인의 처벌 가능성에 그치지 않는다. 가방 제공과 대통령 직무 사이에 관련성이 있었는지, 윤 전 대통령이 가방 수수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알게 된 뒤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거나 반환·인도 조치를 했는지, 제공자의 행위가 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는지까지 조사했어야 했다.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다는 문구는 조사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에 가까웠다. 권익위는 법률의 한 문장을 꺼내 사건 전체에 덮었다. 법조문을 좁게 잘라 읽으면 결론은 쉬워진다. 그러나 반부패기관의 임무는 권력자에게 가장 유리한 문구를 찾아주는 데 있지 않다.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법률이 요구하는 책임의 범위를 가려내는 것이 권익위가 해야 할 일이었다. 조사 마감일 밤, 조사 대상 대통령과 만난 권익위 2인자 2026년 출범한 권익위 정상화 추진 태스크포스의 조사 결과는 당시 종결 결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권익위 TF에 따르면 정 전 부위원장은 담당 부서의 의견과 달리 판단을 유보하고 추가 보완을 반복적으로 지시해 사건 처리를 지연시켰다. 전원위원회가 열리기 약 2시간 전에는 일부 정무직·상임위원을 따로 불러 수사기관 이첩이나 송부가 아닌 ‘사건 종결’을 처리 방향으로 제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더 심각한 대목은 대통령 관저 회동이다.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사건 처리기간 중 윤 전 대통령 등과 심야에 대통령 관저에서 약 1시간 동안 비공식 회동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동 시점은 당초 사건 처리 마감일 밤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배우자와 함께 권익위 신고사건의 피신고자였다. 조사기관의 수뇌부가 조사 대상자를 비공식적으로 만난 셈이다. 권익위가 회동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경찰이 밝혀야 한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사건 처리 방향에 관한 요청이나 언급이 있었는지, 회동 뒤 실무진에 어떤 지시가 내려갔는지, 회동 사실을 전원위원들에게 알렸는지가 수사의 중심에 놓인다. 조사 대상자와 조사기관 수뇌부의 비공식 접촉은 그 자체로 기관의 공정성을 훼손한다. 법률가라면 사건 당사자와 심판자의 접촉이 어떤 의심을 낳는지 모를 수 없다. 사건 당사자에게 특혜를 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혜를 의심할 만한 접촉부터 피하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다. 그런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면 법률 지식의 부족이 아니다. 직업적 양심의 문제다.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문구까지 의결서에 추가 TF가 확인한 의결서 작성 과정도 정상적인 행정기관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권익위 의결서는 원칙적으로 사건을 조사한 담당 부서가 전원위원회의 논의와 의결 내용에 따라 작성한다. 그런데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상정 의안에 없거나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하지 않은 사항을 의결서에 직접 추가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전원위원회는 장식물이 아니다. 여러 위원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사건을 심의하고 다수 의견으로 결론을 내리도록 만든 합의제 기관이다. 회의 전에 결론을 정해 놓거나 회의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사후에 의결서에 넣었다면 합의제 의사결정의 외형만 빌린 셈이다. 의결서는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설명문이 아니다. 실제 회의에서 논의하고 결정한 내용을 기록하는 공문서다. 수뇌부가 원하는 결론에 맞춰 의결서의 논리를 사후 보강했다면 전원위원들의 심의권과 실무진의 고유 업무를 침해했는지가 문제 된다.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한다. 대법원은 실무 담당자에게 법령과 절차에 따른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있는데도 상급자가 그 기준과 절차를 어기도록 지시한 경우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 경찰은 정 전 부위원장과 유 전 위원장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실무진이 원래 작성한 보고서와 최종 의결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전원위원들의 독립적인 판단이 침해됐는지를 문서와 전자정보로 확인해야 한다. 직권남용죄 성립은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무진이 법령상 의무가 없는 일을 실제로 했거나 고유한 권한 행사가 방해된 결과까지 입증해야 한다. 이번 압수수색의 성패도 그 연결고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복원하느냐에 달렸다. 반대 의견을 낸 간부에게 돌아온 발언 제한과 업무 배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가장 참담한 대목은 실무 책임자였던 김모 부패방지국장의 죽음이다. 김 국장은 명품가방 사건이 종결된 지 약 두 달 뒤인 2024년 8월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공개된 김 국장의 메시지에는 “지난 20년간 만든 제도를 제 손으로 망가뜨렸다”, “가방 건과 관련된 여파가 너무 크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국장은 종결 결정에 반대 의견을 표시한 권익위원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한 사람의 죽음을 특정 사건 하나와 곧바로 연결해 형사책임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권익위 자체 TF가 확인한 조직 내부의 처우는 별개의 문제다.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사건 종결에 반대했던 김 국장의 회의 발언권을 제한하고 주요 사건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토대로 공개적으로 비난한 정황을 확인했다. 권익위는 해당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정 전 부위원장의 현 소속기관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 고인과 유족에게 기관 차원의 사과도 결정했다.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실무자의 의견이 조직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발언 제한과 업무 배제로 돌아왔다면 권익위의 내부 통제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반대 의견을 설득하지 못하자 사람을 배제하고 결론을 밀어붙이는 조직에서 합의제 의사결정은 작동할 수 없다. 부하 직원에게 청렴을 교육하면서 정작 수뇌부는 권력자의 사건 앞에서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면 그보다 모순적인 일도 없다. 법률가의 지식이 권력의 방패가 될 때 유 전 위원장과 정 전 부위원장은 모두 법률가다. 유 전 위원장은 판사 출신이고 정 전 부위원장은 검사 출신 법학교수다. 법률의 문언과 행정절차가 왜 존재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법률가 출신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책임은 법조문을 많이 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권력자가 불편해하더라도 법과 절차에 따라 판단하고, 실무자가 외압 없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그 일을 하라고 장관급 위원장과 차관급 부위원장 자리를 맡긴다. 법률 지식을 권력자의 책임을 가리는 데 사용하면 무지보다 해롭다. 법을 모르는 사람은 잘못 해석할 수 있지만, 법을 아는 사람이 결론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문구를 찾아 붙이면 법률은 책임을 묻는 기준이 아니라 책임을 피하는 기술로 전락한다. 청탁금지법에 대통령 배우자 직접 처벌 규정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은 없다. 국민이 권익위에 물은 것은 법 조항 한 줄이 아니었다. 대통령 배우자가 고가의 금품을 받고 대통령이 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최고 권력자에게도 일반 공직자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지를 물었다. 권익위 수뇌부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116일을 끈 뒤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는 설명을 내놓고 사건을 닫았다. 그 과정에서 조사 대상 대통령과 비공식 회동이 있었고, 회의 직전 종결 방향을 제시했으며,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내용이 의결서에 들어갔다는 것이 권익위 자체 조사 결과다. 이런 정황이 확인되고도 공직자의 재량이나 법률 해석의 차이라고 둘러댈 수는 없다. 재량은 정해진 절차 안에서 행사할 때 보호받는다. 법률 해석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반대 의견을 검토한 뒤 내놓아야 설득력을 얻는다. 결론을 정해 놓고 절차를 거꾸로 밟았다면 재량이 아니라 권한의 사유화다. 권익위가 잃은 것은 한 사건의 신뢰가 아니다 권익위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반부패 총괄기관’이라고 소개한다.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을 관장하고 공직사회 청렴도를 평가하며 부패 신고자를 보호하는 기관이다. 그런 기관이 최고 권력자의 배우자 사건 앞에서 처리기간을 넘기고, 조사 대상자와 수뇌부가 비공식으로 만나고, 실무진의 반대 의견을 누르고,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내용까지 의결서에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익위가 잃은 것은 김건희씨 사건 하나에 대한 신뢰가 아니다. 일반 공무원과 국민에게 청렴을 요구할 자격을 잃었다. 민원인에게 절차를 지키라고 말하고 공직자에게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신고하라고 교육하면서 대통령 부부에게는 법의 빈틈부터 찾아줬다는 인식이 남았다. 공직자는 정권과 함께 일할 수 있지만 정권을 위해 일해서는 안 된다. 임명권자에게 인간적인 의리를 느낄 수는 있어도 법률상 직무를 그 의리 아래 둘 수는 없다. 권력자의 눈치를 살펴 결론을 정하는 사람이라면 반부패기관의 수뇌부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된다.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경력, 판사와 검사를 지냈다는 이력, 법을 가르친다는 직함도 공직자의 양심을 대신하지 못한다. 오히려 법과 절차를 잘 아는 사람이 본분을 저버렸다면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경찰 수사는 누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 밝히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대통령 관저 회동과 사건 지연, 사전회의, 의결서 수정, 실무진 배제 사이에 어떤 연결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권익위의 독립적인 심의 절차가 권력을 위해 훼손됐다면 그 책임을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물어야 한다. 권익위 간판에는 아직도 ‘청렴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그 문구를 다시 사용할 수 있으려면 먼저 권익위 내부에서 벌어진 일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반부패기관의 신뢰는 홍보 문구나 사과문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권력 앞에서 법을 굽힌 사람이 누구인지 가려내고 그에 맞는 책임을 묻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2026-07-20 1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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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보완수사권 공방, 검찰도 경찰도 아닌 국민을 보라
수사는 처음부터 완전하지 않다. 확보하지 못한 영상 하나, 조사하지 않은 참고인 한 명, 잘못 해석한 진술 한 줄이 사건의 결론을 바꾼다.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검사가 다시 들여다보고 부족한 부분을 확인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했지만 당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려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도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경찰 수사를 교정할 최소한의 권한은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스토킹,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에는 예외적으로 보완수사를 허용하자는 법안도 나왔다. 형사사법제도는 한번 바꾸면 수많은 사건과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의 출범 시점을 오는 10월 2일로 정해 놓고도 형사절차의 핵심인 보완수사 구조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조직을 먼저 나눈 뒤 그 조직들이 어떻게 사건을 처리할 것인지를 뒤늦게 논의하는 순서가 됐다. 보완수사권과 보완수사요구권은 구별해야 한다. 보완수사권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직접 추가 조사하는 권한이다. 보완수사요구권은 검사에게 부족한 부분을 발견했을 때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다. 전면 폐지론은 검사에게 직접 조사권을 남기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무너진다고 본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내세워 송치된 혐의와 관계없는 사실까지 들여다보거나 별건 수사로 확대할 위험도 지적한다. 검찰은 이런 불신을 스스로 키웠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서 표적수사와 별건수사, 과도한 압수수색, 피의사실 유출 논란을 반복했다. 직접수사권을 축소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는 검찰권 남용에 대한 사회적 반작용이었다. 과거와 같은 포괄적 수사권을 검사에게 돌려줄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는 문제와 경찰 수사의 오류를 교정하는 기능을 없애는 문제는 같지 않다.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기면 충분하다는 주장은 실제 수사 과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처음 수사를 부실하게 한 수사관에게 같은 사건을 다시 조사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빠진 증거가 저절로 발견되지는 않는다. 수사팀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면 같은 조직에 보완수사를 맡기는 방식만으로 잘못을 바로잡기 어렵다. 검사가 경찰 수사기록만 검토해서는 기록 밖에 있는 증거를 찾을 수도 없다. 경찰이 확보하지 않은 영상, 조사하지 않은 참고인, 누락한 압수물은 기록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자나 참고인을 직접 만나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해야 수사의 빈틈이 드러나는 사건도 있다. 전남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은 이런 우려를 보여줬다. 경찰은 피의자를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범죄 목적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 수사팀 내부에서 중요 증거 확보와 보고를 막고 수사 내용을 축소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개별 사건 하나로 모든 제도를 설계할 수는 없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 수사 축소나 증거 누락이 발생했을 때 같은 경찰 조직에 다시 수사를 맡기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검찰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던 것처럼 경찰의 내부 감찰도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를 대신하기 어렵다. 보완수사권 문제를 검찰과 경찰 사이의 권한 다툼으로만 보면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사라진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아동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피해자는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에게 경제적·정서적으로 종속돼 있거나 보복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진술만 기계적으로 비교하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어렵다. 주변 정황과 디지털 증거, 반복되는 범행의 구조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경찰 수사가 부실하면 피해자는 같은 일을 여러 번 진술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바뀔 때마다 피해 사실을 다시 설명하고, 뒤늦게 발견된 증거가 이미 사라지는 일도 생긴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검사 한 사람의 권한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가 수사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를 잃을 수 있는 문제다. 피의자의 권리도 다르지 않다. 경찰이 혐의를 과도하게 구성하거나 불리한 진술만 골라 기록했다면 검사의 재검토 과정에서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보완수사는 유죄 증거를 추가로 찾는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경찰 수사가 공판에 넘길 만큼 충분하고 적법한지 다시 확인하는 절차여야 한다. 검사가 기소권을 가진 채 직접 보완수사까지 하면 유죄 판단에 치우칠 위험이 있다. 반대로 기소를 결정하는 검사가 증거의 신빙성과 수사 과정의 문제를 확인할 수 없다면 부실한 경찰 수사가 그대로 재판으로 넘어갈 수 있다. 입법자는 두 위험을 함께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선택지는 전면 폐지와 현행 유지뿐이 아니다. 검사의 독자적인 수사 개시는 금지하되 경찰이 송치한 사건 가운데 제한된 범위에서만 직접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피의자가 구속된 사건,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대규모 민생침해 범죄, 경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 누락이나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사건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예외 범위는 법률에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처럼 폭넓게 해석될 수 있는 문구를 두면 보완수사권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우회적으로 복원하는 통로가 된다. 수사 범위도 경찰이 송치한 범죄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같은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에는 공소청장이나 상급자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보완수사의 사유와 범위, 조사 내용은 모두 기록에 남겨 피의자와 변호인이 다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사 기간과 횟수도 제한해야 한다. 위법한 별건 수사로 취득한 증거는 재판에서 배제하고 수사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장치도 필요하다. 전면 폐지를 선택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통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까지 공소청에 보내 다시 검토받도록 하는 전건송치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모든 사건을 공소청이 다시 심사하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기록을 형식적으로 훑는 데 그칠 가능성이 있다. 전건송치는 중대범죄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부터 적용하거나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한 사건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논의도 구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를 검찰 기득권 옹호나 개혁 후퇴로 몰아서는 안 된다. 수사 실무를 경험한 법조인과 범죄피해자 지원단체가 지적하는 문제는 검찰 조직을 지키자는 요구가 아니다. 경찰 수사가 잘못됐을 때 피해자가 기댈 절차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경찰의 부실수사 사례를 검찰권 복원의 근거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경찰이 잘못했다고 과거 검찰의 수사권 독점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보완수사권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려면 별건 수사와 과잉수사를 막을 구체적인 통제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검찰개혁은 검찰 조직에 대한 응징이 아니다. 경찰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일도 아니다. 잘못된 수사를 줄이고 피해자와 피의자의 권리를 지키는 형사절차를 만드는 일이다. 수사기관의 권한은 어느 기관이 더 신뢰받느냐에 따라 배분할 일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 모두 잘못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서로의 판단을 검증하고 법원과 변호인이 그 과정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정 기관의 선의를 기대하는 대신 권한의 범위와 책임을 법률로 정해야 한다. 정치권은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일을 정해 놓고도 보완수사 구조를 두고 합의하지 못했다. 시행일이 다가온다는 사정이 졸속 입법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입법이 늦어진 책임을 피하려고 충분한 검토 없이 전면 폐지나 현행 유지를 선택한다면 그 부담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국민이 떠안는다. 검찰개혁의 성과는 검사에게서 몇 개의 권한을 빼앗았는지로 평가할 수 없다. 경찰의 부실수사가 줄었는지, 억울하게 묻힌 사건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지, 무고한 사람이 잘못 기소되는 일을 막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보완수사권 공방에서 기준이 돼야 할 사람은 검사도 경찰도 아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일상과 명예, 때로는 삶 전체가 달라지는 피해자와 피의자다. 정치권이 그들의 권리를 외면한 채 수사기관의 권한만 나눈다면 검찰청의 이름을 바꾸고 조직을 둘로 나누더라도 개혁의 목적은 달성되지 않는다.
2026-07-16 11: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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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권 뉴스] 中 상반기 무역 25조위안 첫 돌파…수입 22% 늘고 가전 수출도 호조
중국의 올해 상반기 상품 수출입 규모가 처음으로 25조위안을 넘어섰다.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을 웃돈 가운데 가전제품도 중국의 주력 수출품 역할을 이어갔다. 주택 임대시장에서는 대학 졸업철을 맞아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임대료가 오름세를 보였다. 14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품 수출입 총액은 25조4700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증가했다. 상반기 수출입 규모가 25조위안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수출은 14조7300억위안으로 13.4% 늘었다. 수입은 10조7400억위안으로 22.1% 증가했다. 수입 증가율이 수출보다 8.7%포인트 높았다. 중국의 상반기 무역수지는 3조9900억위안 흑자를 기록했다. 수입이 수출보다 빠르게 늘면서 무역 흑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줄었다. 수출에서는 기계와 전자제품이 성장을 이끌었다. 상반기 기계·전자제품 수출액은 9조3600억위안으로 지난해보다 20.1%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5%에 달했다. 반도체와 첨단 장비 등을 포함한 고기술 제품 수출도 39% 늘었다. 교역 상대국도 다변화됐다. 중국과 일대일로 참여국 간 교역액은 12조9700억위안으로 14.8% 증가해 전체 무역의 절반을 넘어섰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교역은 각각 16.2%, 19.6% 늘었고 유럽연합과의 교역도 10.2% 증가했다. 중국 해관총서는 세계 경제와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하반기에는 수출입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수출 시장이 여러 지역으로 분산돼 있고 민간기업과 첨단산업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어 무역 성장 기반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임대시장에서는 계절적인 수요 회복이 나타났다. 중국 부동산 조사기관인 중즈연구원에 따르면 6월 전국 50개 주요 도시의 평균 주택 임대료는 ㎡당 월 33.97위안으로 전달보다 0.08% 올랐다. 4월과 5월 두 달 연속 이어진 하락세가 멈췄다. 6월은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과 이사를 준비하면서 임대주택을 집중적으로 구하는 시기다. 신규 임대 수요가 늘면서 50개 도시 가운데 16곳의 임대료가 전달보다 올랐다. 33곳은 하락했고 1곳은 변동이 없었다. 다만 전국 임대시장이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이르다. 6월 평균 임대료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2% 낮았다. 올해 상반기 누적으로도 50개 도시 평균 임대료는 0.56% 하락했다. 전달 대비 0.08% 상승은 장기적인 회복이라기보다 졸업철 수요가 반영된 계절적 반등에 가깝다. 지역별 차이도 컸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1선 도시의 6월 평균 임대료는 전달보다 0.38% 올랐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은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상하이는 0.95%, 베이징은 0.31%, 선전은 0.23% 올랐다. 올해 상반기 1선 도시의 평균 임대료는 0.60% 상승했다. 반면 2선 도시는 1.20%, 3·4선 도시는 0.79% 하락했다. 일자리와 인구가 몰리는 대도시에서는 임대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만 중소도시는 여전히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가전제품은 중국의 전통적인 수출 주력 품목으로 존재감을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가전제품 수출액은 3609억6000만위안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에어컨과 선풍기, 냉장고 등 더위를 식히거나 식품을 보관하는 가전제품 수출액은 1079억1000만위안이었다. 전체 가전 수출의 약 30%에 해당한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고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냉방 가전 수요가 수출을 뒷받침했다. 상반기 TV 수출액은 500억위안을 넘었고 냉장고와 진공청소기 수출액도 각각 300억위안을 웃돌았다. 중국 자체 브랜드 제품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전체 수출 가전 가운데 중국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했다. 중국 브랜드 가전제품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2% 증가했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품목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은 전기차와 리튬이온 배터리, 태양광 제품을 이른바 ‘신 3종’으로 부르며 수출을 확대해 왔다. 동시에 휴대전화와 컴퓨터, 가전제품으로 대표되는 기존 주력 제품도 수출 기반을 받치고 있다. 상반기 중국 경제에서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두 자릿수로 증가하고 대도시 임대 수요와 가전 수출도 회복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다만 임대료가 전국적으로 전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지역별 격차도 이어지고 있어 일부 지표의 반등을 내수 전반의 회복으로 확대해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6-07-14 18: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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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지는 한 달이면 정한다는데…반도체 공장은 언제 돌아가나
정부가 반도체 첨단산업단지 지정 요청이 들어오면 한 달 안에 후보지를 정하기로 했다.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산업단지 조성 기간을 기업 투자 일정에 맞춰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전체 조성 일정도 당초 2047년에서 2040년으로 최대 7년 앞당길 방침이다. 그러나 후보지 지정은 공장이 가동되기까지 거쳐야 할 긴 절차의 출발점일 뿐이다. 반도체 산업은 시간 싸움이다. 미국과 일본, 대만은 생산시설을 자국에 끌어들이기 위해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앞세우고 있다. 기술이 있어도 공장 건설과 양산이 늦어지면 시장을 선점하기 어렵다. 기업의 투자를 느린 행정절차가 붙잡아서는 안 된다는 정부의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문제는 정부가 내세운 ‘한 달’이 전체 산단 조성기간 가운데 극히 일부라는 점이다. 후보지 선정 이후 산업단지계획 수립과 관계기관 협의, 주민 의견 수렴, 환경영향평가, 토지보상, 이주대책, 부지 조성공사가 이어진다. 전력과 용수, 도로와 철도까지 제때 갖춰져야 생산라인을 돌릴 수 있다. 후보지를 빨리 정해도 나머지 절차가 뒤따르지 못하면 기업이 체감하는 투자 시계는 달라지지 않는다. 산업단지 인허가를 줄이기 위한 제도도 이미 있다.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 특례법은 관계기관 협의를 동시에 진행하고 일정한 기간 안에 의견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다시 패스트트랙을 꺼내 들었다면 기존 제도가 현장에서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은 원인부터 밝혀야 한다. 법을 하나 더 만들고 전담 조직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처 간 이견과 주민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 용인 국가산단은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정부는 2023년 3월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과 남사읍 일대를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했고 2024년 12월 산업단지계획을 승인했다. 후보지 선정에서 산단 승인까지 1년9개월이 걸렸다. 통상적인 국가산단 사업과 비교하면 빠른 편이지만 정작 사업 현장에서는 토지보상이 다음 관문으로 남아 있다. 용인 국가산단 예정지 727만4000㎡ 가운데 지난달 말까지 토지 보상 협의가 끝난 면적은 274만1000㎡로 37.7% 수준이다. 상당수 토지 소유자가 보상액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수용재결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연내 보상을 마무리한 뒤 부지 조성공사에 들어가겠다고 했지만 보상과 이주가 계획대로 끝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사업기간을 줄인다는 이유로 보상과 주민 의견 수렴을 형식적으로 처리해서도 안 된다. 보상 기준과 이주대책을 둘러싼 갈등이 길어지면 공사 지연과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민을 설득하는 데 드는 시간을 행정 낭비로 볼 것이 아니라 전체 사업기간을 줄이기 위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 초기 단계부터 보상 기준과 생활대책을 공개하고 이견을 조정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빠르다. 토지보상보다 더 까다로운 문제는 전력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장기적으로 10GW가 넘는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발전소와 변전소를 산단 안에 짓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외부 전력을 끌어오기 위한 장거리 송전망도 새로 설치해야 한다. 송전선로의 노선 선정과 부지 확보, 환경 검토, 주민 협의를 감안하면 산단 승인과는 다른 차원의 난제다. 산단 부지 조성만 7년 앞당기고 송전망이 뒤따르지 못하면 공장 가동 시점은 앞당겨지지 않는다. 어느 지역에서 전기를 가져오고 송전선로가 어느 지방자치단체를 지나며 변전소를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가 먼저 확정돼야 한다. 첫 번째 생산라인이 필요로 하는 전력을 언제부터 공급할 수 있는지도 공개해야 한다.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용수 문제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통합용수공급 사업은 하루 107만2000t의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대형 사업이다. 팔당댐에서 용인까지 46.9㎞에 이르는 전용 관로와 가압시설을 새로 설치해야 하고 사업비도 2조원을 웃돈다. 1단계 용수 공급 목표 시점은 2031년이다. 용인 국가산단과 인근 일반산단의 전체 용수 수요는 하루 약 133만t으로 예상된다. 기존 댐의 여유 물량만으로는 부족해 하수 재이용수와 발전용 댐의 물까지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물을 확보하는 것과 수십㎞의 관로를 제때 설치하는 일은 별개 문제다. 관로가 지나는 지역과의 협의가 늦어지면 공장 완공 이후에도 용수 공급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는 용인 국가산단의 최종 완공 시점을 2040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에 중요한 시점은 마지막 공장이 들어서는 2040년이 아니라 첫 번째 생산라인을 언제 착공하고 가동할 수 있느냐다. 첫 팹에 필요한 토지를 언제 넘기고 공사용 도로를 언제 개통하며 전력과 용수를 어느 시점부터 얼마나 공급할 것인지가 투자 판단을 좌우한다. 배후 교통망도 산단 공사와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동 공공주택지구 인허가를 내년 초까지 마치고 국도 45호선 확장사업도 오는 8월 발주할 계획이다. 주택과 도로 건설이 산단보다 늦으면 출퇴근 혼잡과 주거난이 불가피하다. 공장만 먼저 지어 놓고 근로자에게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다. 호남권에 새로 조성하겠다는 반도체 국가산단은 용인보다 불확실성이 더 크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를 중심으로 팹 4기가 들어서는 국가산단과 연구·창업·주거 기능을 갖춘 첨단도시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기업 투자 규모로 800조원을 제시했지만 투자 주체와 투자 시기, 공장별 착공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산단 부지로 거론된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는 군공항 이전과 종전부지 개발, 재원 조달 문제가 먼저 풀려야 한다. 군공항 이전이 늦어지면 산단 부지 확보도 늦어진다. 후보지 지정만 한 달 안에 마치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군공항 이전부터 토지 인도와 산단 조성, 기반시설 공급까지 하나의 일정으로 관리해야 한다. 정부가 내세운 ‘출퇴근 30분, 수출입 물류 1시간’이라는 목표도 구체성이 부족하다. 도로와 철도의 노선, 사업비, 착공과 개통 시점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무안국제공항의 기반시설과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어떤 물류를 얼마나 처리할 것인지가 나와야 한다. 반도체 물류에 필요한 보안과 온습도 관리, 신속한 통관 체계를 어떻게 갖출 것인지도 설명해야 한다. 산업단지 조성기간을 줄이는 방법이 환경영향평가를 건너뛰거나 주민 권리를 축소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개발계획 수립과 환경조사, 기반시설 설계를 사업 초기부터 동시에 진행하고 부처 간 이견을 신속히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관계부처 회의를 여는 방식으로는 기업 시간표를 맞출 수 없다. 단계별 책임 기관과 최종 결정권자를 정해 둬야 한다. 정부가 내놓아야 할 것은 ‘한 달 안에 후보지 지정’이라는 숫자보다 공장 가동일까지 이어지는 전체 공정표다. 후보지 선정과 산단 승인, 토지보상, 부지 조성, 송전망과 용수관로, 도로와 철도 건설을 하나의 일정표에 담아야 한다. 각 단계의 완료 시점과 책임 부처를 공개하고 일정이 늦어질 경우의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공장은 산업단지 지정 고시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땅과 전기, 물, 도로가 필요한 시점에 함께 준비돼야 생산라인이 움직인다. 후보지를 한 달 안에 정하는 것은 의미 있는 출발이다. 정부의 속도전이 성과를 내려면 그다음 10년을 어디에서 어떻게 줄일 것인지부터 보여줘야 한다.
2026-07-13 16: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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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권 뉴스] 중국, 곡물 생산 늘리고 재사용 로켓 회수…AI 데이터 시장도 키운다
중국이 식량 생산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재사용 로켓과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산업을 키우고 있다. 먹거리 공급부터 우주항공, 디지털 기술까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모습이다.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여름 곡물 생산량이 1억5074만6000t으로 지난해보다 100만t 늘었다고 10일 밝혔다. 증가율은 0.7%다. 중국 통계로는 3014억9000만근이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1근은 500g으로, 한국의 1근 600g과 차이가 있다. 여름 곡물은 한 해 동안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곡물을 뜻하지 않는다. 주로 전년도 가을이나 겨울에 심어 이듬해 여름에 거두는 밀과 보리 등을 가리킨다. 중국인의 주요 식재료인 밀가루와 면류의 공급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중요하게 관리하는 농업 지표 가운데 하나다. 올해 여름 곡물을 재배한 면적은 지난해보다 0.2% 줄었다. 그러나 같은 면적에서 거둔 수확량이 0.8% 증가하면서 전체 생산량은 오히려 늘었다. 여름 곡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밀 생산량은 1억3895만2000t으로 지난해보다 0.6% 증가했다. 밀의 단위면적당 생산량도 0.9% 늘었다. 농사를 지은 땅은 줄었지만 품종과 재배기술 개선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준의 곡물 소비국이다. 기후변화와 국제분쟁, 수출 통제 등으로 해외 식량 공급이 흔들릴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일정 수준의 생산량을 자국 안에서 유지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농업을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안보의 문제로 다루는 이유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재사용 로켓 기술이 한 단계 진전됐다. 창정 10호B 로켓은 10일 낮 12시15분 하이난 상업우주 발사장에서 발사돼 위성을 예정된 궤도에 올려놓았다. 발사 약 6분 뒤 분리된 1단 로켓은 다시 지상 방향으로 내려와 해상 회수 플랫폼에 설치된 그물에 포획됐다. 1단 로켓은 발사 초기에 가장 큰 추진력을 내는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위성을 우주로 보낸 뒤 바다로 떨어뜨리거나 폐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1단 로켓을 온전하게 회수해 정비한 뒤 다시 사용하면 새 로켓을 제작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중국이 발사체 1단을 통제된 상태로 회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켓을 해상 플랫폼의 그물로 받아낸 것도 세계 첫 사례라고 중국항천과기집단은 밝혔다. 착륙 장치를 이용해 로켓을 지면에 세우는 방식과 달리, 플랫폼의 그물이 내려오는 로켓을 붙잡는 방식이다. 창정 10호B는 재사용하는 조건에서도 지구 저궤도에 최대 16t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지구 저궤도는 지상과 비교적 가까운 우주 공간으로, 통신위성과 지구관측위성 등이 주로 운용되는 곳이다. 중국은 창정 10호B를 위성 인터넷망 구축과 대형 상업위성 발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수많은 소형 통신위성을 잇달아 발사해 전 세계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발사 횟수를 늘리고 비용을 낮춰야 한다. 재사용 로켓은 이런 위성 사업의 경제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AI 산업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9일 발표된 ‘데이터베이스 발전 연구보고서 2026’은 중국 데이터베이스 시장 규모가 2028년 979억7400만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13.06%씩 성장한다는 예상이다. 데이터베이스는 은행 거래 내역이나 인터넷 쇼핑몰의 주문 정보처럼 방대한 자료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빠르게 찾아주는 전산 시스템이다. 스마트폰 앱에서 회원 정보를 확인하거나 카드 결제를 처리하는 과정에도 데이터베이스가 사용된다. AI가 확산되면서 데이터베이스의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AI가 답변을 만들고 업무를 수행하려면 수많은 자료를 신속하게 불러와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료를 보관하는 창고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AI 서비스를 움직이는 기반 시설로 바뀌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데이터베이스 시장 규모는 1316억달러였다. 중국 시장은 94억9000만달러로 세계 시장의 7.2%를 차지했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상용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자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70%를 넘어섰다. 식량과 로켓, 데이터베이스는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중국의 산업정책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식량은 해외 공급망의 충격에 대비하고, 재사용 로켓은 우주 진출 비용을 낮추며, 데이터베이스는 AI 시대의 핵심 기술을 자국 안에서 확보하려는 것이다. 중국이 전통적인 농업 생산과 첨단산업을 동시에 육성하는 배경에는 외부 환경이 달라져도 흔들리지 않는 산업 기반을 만들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2026-07-10 17: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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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권 뉴스] 중국, 물가는 잠잠한데 전기차 수출은 질주
중국 소비자물가가 완만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신에너지차 수출과 국제선 여객 회복이 중국 경제의 다른 축을 받치고 있다. 물가는 크게 뛰지 않았고,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와 수출을 앞세워 성장세를 이어갔다. 항공 여객도 무비자 입국 확대와 국제선 운항 회복에 힘입어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올랐다. 올해 상반기 평균 상승률도 1.0%였다.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와 서비스 가격이 완만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전월과 비교하면 6월 CPI는 0.3% 낮아졌다. 식품 가격 하락의 영향이 컸다. 식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 내렸고, 돼지고기 가격은 15.9% 떨어졌다. 돼지고기는 중국 식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품목인 만큼 가격 하락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리는 효과를 냈다. 반면 계란 가격은 16.0% 올랐다. 품목별 흐름은 엇갈렸지만 전체 물가는 안정된 범위에 머물렀다. 비식품 가격은 1.5% 상승했고, 서비스 가격은 0.8% 올랐다. 교통·통신과 의료보건 등 서비스 관련 품목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 낮은 물가, 회복의 여지를 남겼다 중국의 물가 흐름은 다른 주요국과 차이가 있다. 미국과 유럽은 한동안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과 긴축을 이어갔다. 중국은 반대로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아 소비 회복의 강도를 따지는 상황이다. 물가가 낮다는 것은 가계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의미도 있지만, 수요가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돼지고기와 일부 식품 가격 하락은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이지만, 생산자와 유통업체에는 수익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중국 당국이 보는 과제는 물가 억제가 아니라 수요 회복에 가깝다. 소비자가 지갑을 더 열고, 기업이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지 않아도 팔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물가 안정이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신에너지차, 내수 넘어 수출로 성장 자동차 시장에서는 신에너지차가 계속 비중을 키우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신에너지차 생산은 743만8000대, 판매는 744만6000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생산은 6.7%, 판매는 7.3% 늘었다. 6월 한 달 신에너지차 판매는 164만3000대였다. 전체 신차 판매에서 신에너지차가 차지한 비중은 58.5%까지 높아졌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더 이상 일부 소비층의 선택지가 아니라 중국 자동차 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출 증가세는 더 컸다.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 수출은 509만6000대였다. 이 가운데 신에너지차 수출은 235만5000대였다. 6월 한 달 자동차 수출은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섰고, 신에너지차 수출도 52만3000대를 기록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신에너지차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넓히는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과 배터리 공급망, 다양한 차종 출시가 있다. 비야디(BYD), 지리자동차(Geely), 체리자동차(Chery) 등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아시아와 유럽, 중동,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만 수출 확대가 곧바로 안정적인 수익을 뜻하지는 않는다. 유럽과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통상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일부 국가는 현지 생산과 부품 조달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해외에서 오래 버티려면 판매량뿐 아니라 서비스망, 부품 공급, 브랜드 신뢰까지 갖춰야 한다. ◆ 다싱공항, 무비자 확대 타고 국제 여객 회복 국제 여객 이동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다싱국제공항의 올해 출입국 이용객은 300만명을 넘어섰다. 상반기 출입국 이용객은 약 28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 이용객 비중도 커졌다. 무비자 입국과 경유 무비자 정책이 확대되면서 중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방문객이 늘고 있다. 다싱공항을 이용한 외국인 가운데 무비자로 입국한 인원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선 회복은 항공사 실적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광과 호텔, 면세, 외식, 전시·회의 산업까지 연결된다. 외국인의 중국 방문이 늘면 서비스 소비가 함께 증가하고, 기업 간 교류와 투자 상담도 늘어날 수 있다. 다만 국제 여객 회복 속도는 노선별로 차이가 있다. 항공권 가격, 비자 정책, 중국에 대한 여행 수요, 국제선 공급량이 함께 영향을 준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는지는 공항별·노선별로 따져봐야 한다. ◆ 물가 안정과 수출, 항공 회복의 온도차 최근 중국 경제 지표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소비자물가는 안정적이지만 수요가 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신에너지차는 내수와 수출에서 모두 비중을 키우고 있지만 가격 경쟁과 해외 규제가 부담이다. 국제 여객은 회복되고 있지만 항공과 관광 소비가 경제 전반을 끌어올릴 만큼 강한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세 지표가 보여주는 흐름은 있다. 중국은 낮은 물가 환경에서 소비 회복을 기다리고, 제조업에서는 신에너지차 수출을 통해 해외 시장을 넓히고 있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국제선 회복과 무비자 정책을 통해 사람의 이동을 늘리려 한다. 중국 경제가 힘을 받으려면 이 세 흐름이 서로 이어져야 한다. 물가 안정이 소비 여력으로 이어지고, 전기차 수출이 기업 이익과 고용을 늘리며, 국제 여객 회복이 관광과 비즈니스 교류를 키워야 한다. 지금 중국 경제는 그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단계에 있다.
2026-07-09 18: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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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가족이라는 이름의 면죄부, 사법정의는 어디에 있었나
친족상도례라는 말은 어렵다. 한자로 쓰면 더 멀어진다. 그러나 내용은 어렵지 않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족 사이에서 절도, 사기, 횡령, 배임 같은 재산범죄가 벌어졌을 때 국가가 처벌을 삼가거나,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 절차로 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법은 오래전부터 가족 안의 돈 문제에 형벌권을 들이대는 일을 조심스러워했다. 가정의 평온을 지키고, 가족 사이의 일을 가족 내부에서 해결하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그 취지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사이의 사소한 금전 다툼까지 모두 경찰서와 법정으로 끌고 가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가족이라는 말이 언제나 따뜻한 울타리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신뢰의 이름이지만, 범죄자가 그 신뢰를 이용하면 피해자는 가장 늦게 구조된다. 남이 훔치면 절도이고, 남이 속이면 사기인데, 가족이 훔치고 속이면 “집안일”로 밀려나는 순간이 있었다. 법의 이름으로 그런 일이 가능했다. 친족상도례 논란의 본질은 가족 해체가 아니다. 피해자를 법 밖에 세워 둔 제도의 문제다. 피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재판절차에서 말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피한다면 사법정의는 출발선에서 멈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4년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조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의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도록 했다. 형법은 절도, 사기, 공갈, 횡령·배임 등 여러 재산범죄에도 제328조를 준용해 왔다. 다시 말해 친족상도례는 권리행사방해죄 한 조항에 머무르지 않고 친족 간 재산범죄 전반에 영향을 미쳐 온 셈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문을 보면 친족상도례가 왜 더 이상 옛 논리로 버틸 수 없게 됐는지 알 수 있다. 청구인 측은 친족상도례가 노인이나 장애인 등 약자를 상대로 한 악질적 재산범죄의 면죄부로 기능한다고 주장했다. 법이 가족 내부의 자율 해결을 기대하는 사이, 현실의 피해자는 고립됐다. 가족 안에서 돈을 빼앗긴 사람은 가족 안에서 침묵을 요구받는다. 가해자는 경찰서 앞에서 가족을 말하고, 법정 앞에서 화해를 말한다. 피해자는 생활비, 주거, 간병, 정서적 의존 때문에 끝까지 싸우기 어렵다. 형사사건 현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다. 친족 간 재산범죄는 폭행처럼 상처가 바로 보이지 않는다. 통장, 인감, 위임장, 법인카드, 가족회사, 명의신탁, 생활비 계좌 같은 이름 뒤로 숨어 있다. 처음에는 부탁처럼 시작된다. “가족인데 믿어라”, “내가 관리해 주겠다”, “나중에 정산하자”는 말이 이어진다. 피해자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계좌가 비어 있거나, 회사 돈이 빠져나갔거나, 명의가 옮겨져 있다. 그때 가해자는 다시 가족을 앞세운다. “고소까지 할 일이냐”는 말이 나온다. 가족의 이름은 한 번은 범행의 도구가 되고, 또 한 번은 책임 회피의 방패가 된다. 방송인 박수홍 씨 사건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씨 친형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고, 2026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법인 자금 횡령이 중심이어서 친족상도례가 그대로 적용된 전형적 사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대중이 이 사건을 통해 본 것은 가족회사, 가족 간 신뢰, 돈 관리, 내부 감시 부재가 맞물릴 때 재산범죄가 얼마나 오래 숨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항소심은 피해 회사가 가족회사로서 내부 감시체계가 취약했고 형제 관계의 신뢰가 악용됐다는 점을 특별가중 요소로 봤다. 국회도 헌재 결정 이후 움직였다. 2025년 12월 31일 공포된 형법 개정으로 과거의 형 면제 조항은 삭제됐다. 개정 형법 제328조는 피해자의 친족이 재산범죄를 저지른 경우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도 고소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상 직계존속 고소 제한을 배제했다. 친족 아닌 공범에게는 친족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남겼다. 가까운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을 면제받던 시대는 끝났다. 아버지 돈을 자식이 훔쳐도, 형제의 돈을 다른 형제가 빼돌려도, 배우자가 상대방 재산을 횡령해도 이제 “가족이니까 처벌하지 않는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고소하면 수사와 재판으로 갈 수 있다. 가족 내부의 자율 해결이라는 이름 아래 피해자의 입을 막던 낡은 문은 닫혔다. 그러나 여기서 칼럼을 끝내면 절반만 본 것이다. 형 면제가 사라졌다고 친족 특례의 문제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개정법은 친족 간 재산범죄를 원칙적으로 친고죄로 정리했다. 친고죄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검사가 재판에 넘길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장점이 있다. 가족 사이의 일률적 처벌을 피하고, 진정한 화해가 이뤄진 사건까지 국가가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친고죄는 피해자가 자유롭게 고소하고 자유롭게 고소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가족 내부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노부모가 자식에게 생활을 의존하고 있다면 어떠한가. 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재산 관리를 친족에게 맡겨 왔다면 어떠한가. 배우자나 형제가 집안 여론을 동원해 “네가 가족을 감옥 보낼 셈이냐”고 몰아붙이면, 피해자의 고소 취소가 정말 자유로운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형 면제의 시대에는 법이 피해자를 밀어냈고, 친고죄의 시대에는 가족 내부 압박이 피해자를 다시 밀어낼 수 있다. 대법원의 2026년 4월 판단은 이 대목을 생각하게 한다. 부모의 집에서 금고를 들고 나와 현금, 상품권, 귀금속 등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해자인 부모가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자, 대법원은 개정 형법상 친족 간 절도는 친고죄에 해당하고 1심 판결 선고 전 고소가 취소된 이상 공소기각 판단을 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단은 현행법 체계상 자연스럽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친고죄 사건에서 법원이 공소를 유지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사건은 개정 이후의 숙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법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동시에 그 의사가 가족 내부의 압박, 두려움, 생계 의존, 정서적 굴레 속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특히 노인과 장애인 피해자는 이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장애인학대 현황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장애인학대 신고는 6031건이었다.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1449건이었다. 학대 피해자 중 발달장애인의 비율은 71.1%였고, 학대 유형 중 경제적 착취는 18.6%를 차지했다. 숫자가 말하는 장면은 냉정하다. 가족 안에서 돌봄을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돈과 노동력을 빼앗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노인학대도 가정 안에서 많이 발생한다. 법제처 생활법령정보는 2025년 학대피해노인이 7973명으로 전년보다 11.2% 증가했다고 정리하고 있다. 노인학대는 신체적 학대만을 뜻하지 않는다. 정서적 학대, 경제적 학대, 방임, 유기도 포함된다. 재산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통장을 가져가고, 기초연금이나 예금을 생활비라는 이름으로 빼 쓰고, 부동산 처분 권한을 넘겨받은 뒤 돌려주지 않는 일도 가족 안에서 벌어진다. 가족은 법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그래서 위험할 때 더 무섭다. 타인의 범죄는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가족의 범죄는 신고하기 전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 많다. 왜 가족을 고소하느냐는 질문을 먼저 받는다. 피해자는 돈을 잃은 사람인데도 가족을 깨뜨린 사람처럼 몰린다. 가해자는 범행을 설명하기보다 관계를 내세운다. “부모 자식 사이”, “형제 사이”, “부부 사이”라는 말이 피해 사실 위에 덮인다. 사법정의가 어려워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형사법의 목적은 국가가 벌을 주고 끝내는 데만 있지 않다. 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피해자의 말을 공적 절차 안으로 들여오며,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를 세우는 일도 형사사법의 역할이다. 응보라는 말도 거칠게만 볼 필요가 없다. 응보는 복수가 아니다. 범죄로 무너진 질서에 대해 공동체가 “그 일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절차다. 피해자는 그 선언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당한 일이 집안일이나 운명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였다는 확인을 받는다. 가족 안의 재산범죄에서도 그 확인은 필요하다. 친족 특례를 모두 없애자는 말이 아니다. 가족관계에는 회복 가능성이 있고, 형사처벌이 오히려 분쟁을 키우는 사건도 있다. 부모 지갑에서 소액을 가져간 미성년 자녀 사건과, 장애가 있는 친족의 보조금과 예금을 장기간 빼돌린 사건을 같은 눈으로 볼 수는 없다. 술김에 벌어진 일회성 절도와, 가족회사를 이용해 수년간 돈을 빼낸 횡령도 다르다. 법은 차이를 봐야 한다. 과거 친족상도례의 잘못은 그 차이를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가까운 친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피해 규모, 범행 기간, 피해자의 처벌 의사, 피해자의 취약성, 가해자의 지배관계, 피해 회복 정도를 뒤로 밀었다. 앞으로의 과제도 그 지점에 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친족 간 재산범죄에서 고소 취소가 접수됐다고 곧바로 “화해”라고 읽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독립된 상태에서 의사를 밝혔는지, 가해자와 주거·생계·돌봄 관계로 묶여 있지는 않은지, 피해 회복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다른 가족의 압박이 있었는지 따져야 한다. 노인, 장애인, 질병이 있는 피해자라면 진술 조력, 국선변호인, 피해자 보호명령, 후견제도, 임시 재산관리 장치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고소권을 법전에 적어 두는 일과 피해자가 그 권리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일은 다르다. 입법도 한 번 더 손봐야 한다. 친고죄 일원화는 헌재 결정 이후 급한 불을 끈 절충안에 가깝다. 친족 간 재산범죄를 모두 일률적으로 친고죄로 묶는 방식이 적절한지도 계속 따져야 한다. 피해액이 크거나 범행 기간이 길거나, 피해자가 노인·장애인 등 취약한 지위에 있거나, 가해자가 재산관리 권한을 이용한 사건이라면 고소 취소만으로 절차가 끝나지 않도록 별도의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 가족 내부 해결을 존중하더라도, 가족 내부에서 해결될 수 없는 범죄까지 가족에게 되돌려 보내서는 안 된다. 언론도 이 문제를 연예인 가족 분쟁이나 자극적인 집안싸움으로 소비해선 안 된다. 친족상도례 논란은 유명인의 불행담이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이 가족 안의 피해자를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 묻는 사건이다. 고령화가 빨라지고 1인 가구와 재혼가정, 사실상 돌봄 가족, 가족회사, 가족 간 재산관리 관계가 복잡해지는 시대다. 예전처럼 “가족끼리 알아서 하라”는 말로 덮을 수 있는 사건은 줄어들고 있다. 가족의 형태가 달라졌는데 법의 감각만 오래된 사진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친족상도례의 형 면제 조항은 역사 속으로 물러났다. 늦었지만 필요한 변화였다. 그러나 사법정의는 조항 하나를 고쳤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고소할 수 있어야 하고, 고소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고소를 취소할 때도 그 결정이 자유로운 의사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받을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이라는 말이 피해자의 권리를 지우는 순간, 법은 가장 가까운 곳의 약자를 놓친다. 가족의 평온은 범죄의 침묵 위에 세울 수 없다. 진짜 평온은 가해자의 책임을 덮는 데서 오지 않는다. 피해자가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할 수 있고, 국가는 그 말을 절차 안에서 듣고, 법원은 관계가 아니라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가족도 사회도 무너지지 않는다. 친족 특례의 시대가 남긴 교훈은 하나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사법정의보다 앞설 수는 없다.
2026-07-09 07: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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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권 뉴스] 중국, 전기차는 밖으로 나가고 돈은 우주로 몰린다
중국 경제의 세 장면이 엇갈리고 있다. 자동차 내수시장은 가격 경쟁과 소비 둔화로 흔들리고 있지만 수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달러 강세와 자산가격 변동 영향으로 소폭 줄었다. 상업우주 분야에서는 저궤도 위성망 구축이 이어지고,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권이 발사와 위성 운영 리스크를 떠안는 방식으로 산업에 들어서고 있다. 자동차와 외환, 우주는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 지표는 중국 경제가 어디에서 압박을 받고,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는지를 보여준다. 내수 자동차 시장은 이미 신규 수요를 크게 늘리기 어려운 단계로 들어섰고, 제조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물량을 찾고 있다. 거시경제에서는 외환보유액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해졌고, 신산업에서는 우주 인프라와 금융 서비스가 결합하기 시작했다. ◆ 자동차 내수는 줄고, 수출은 늘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내수와 수출의 온도차다. 중국 내 승용차 판매는 감소세를 보였다. 가격 인하 경쟁이 길어졌고, 재고 조정 부담도 이어졌다. 부동산 경기 부진과 가계 소비심리 약화도 자동차 구매를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수출은 크게 늘었다. 중국 승용차 수출은 상반기 428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70.6% 증가했다. 6월 한 달 수출도 88만2000대로 82.1% 늘었다. 내수시장에서 줄어든 판매를 해외 시장에서 메우려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신에너지차는 중국 자동차 시장 재편의 중심에 있다. 올해 중국 신에너지차 침투율은 60%대에 올라섰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더 이상 일부 소비층의 선택지가 아니라 주력 차종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비야디(BYD), 지리자동차(Geely), 체리자동차(Chery) 등 중국 브랜드는 전동화 모델과 해외 판매망을 앞세워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합작 브랜드의 입지는 예전 같지 않다.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혼다, 닛산 등은 중국 시장에서 한동안 강한 영향력을 보였지만, 스마트 전기차 전환 속도에서는 중국 브랜드에 밀리는 흐름이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내연기관 중심의 브랜드 이미지보다 배터리 성능, 가격, 주행 보조 기능,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더 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자동차 산업이 무난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야디도 해외 판매 증가로 버티고 있지만 국내 판매 둔화와 가격 경쟁의 압박을 받고 있다. 수출이 늘수록 유럽과 동남아, 중남미, 중동 각국의 통상 규제와 현지 생산 요구도 커질 수 있다. 앞으로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은 단순 판매량보다 현지 공장, 부품 공급, 사후 서비스, 브랜드 신뢰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 외환보유액 감소, 달러 강세 영향 중국 외환보유액은 6월 말 기준 3조4163억달러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260억달러 줄었다. 감소율은 0.75%였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달러지수 상승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환율 및 자산가격 변동이 외환보유액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은 단순히 달러 현금만 쌓아 둔 금고가 아니다. 주요국 국채와 다양한 통화 표시 자산으로 구성돼 있어 환율과 채권가격 변화에 따라 달러 환산액이 달라진다. 6월 외환보유액 감소를 중국 금융시장의 위기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은 여전히 3조4000억달러대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위안화 환율과 달러 강세, 미국과 주요국의 금리 흐름이 중국 외환보유액에 영향을 미치는 구도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강조하는 것은 안정이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지급 능력과 금융시장 신뢰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출이 늘고 무역흑자가 이어져도 자본 이동과 환율 변동이 커지면 시장은 외환보유액을 민감하게 본다. 중국 정부가 달러 강세와 자산가격 변동을 감소 원인으로 설명한 것도 불필요한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한 성격이 있다. ◆ 위성망 구축에 금융이 붙기 시작했다 상업우주 분야에서는 저궤도 위성망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7월 4일 타이위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 6호A 운반로켓을 사용해 첸판 위성군 18기를 궤도에 올렸다. 이번 발사로 첸판 위성군의 운용 위성 수는 218기로 늘었다. 첸판 위성군은 중국이 추진하는 저궤도 광대역 통신위성망이다.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처럼 저궤도에 다수의 위성을 띄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상이다. 위성 수가 늘수록 발사 빈도와 발사 실패, 궤도 진입, 위성 운영과 관련한 위험도 함께 커진다. 이번 발사에서 SS GEN1-257 위성은 ‘핑안24’로 이름 붙여졌다. 핑안손해보험이 첸판 위성군 사업과 연결돼 상업우주 분야의 보험 서비스를 알린 사례다. 위성 발사와 운용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발사 실패, 궤도 이탈, 위성 고장, 제3자 손해 등 다양한 위험이 존재한다. 보험과 금융 서비스가 없으면 민간 기업이 대규모 발사 계획을 지속하기 어렵다. 중국 상업우주 산업이 커질수록 금융권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 로켓과 위성을 만드는 기업은 발사체와 부품, 지상국, 데이터 서비스까지 장기간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보험사는 발사 위험을 분산하고, 은행과 투자기관은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자금을 공급한다. 우주산업이 연구개발 프로젝트에서 산업 생태계로 옮겨가려면 이런 금융 장치가 필요하다. 다만 중국 상업우주가 곧바로 스타링크 수준의 글로벌 서비스를 갖췄다고 보기는 이르다. 저궤도 위성망은 수천 기 단위의 위성, 안정적인 발사체, 지상 단말기, 주파수 확보, 해외 규제 대응이 함께 필요하다. 위성을 많이 쏘는 일과 이를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로 바꾸는 일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이 있다. ◆ 내수 압박 속 새 시장을 찾는 중국 자동차와 외환, 상업우주는 중국 경제의 서로 다른 얼굴이다. 자동차 시장은 내수 둔화와 가격 경쟁 속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금융 안정성을 관리해야 하는 중국 경제의 현실을 보여준다. 상업우주는 제조와 기술, 금융이 함께 움직이는 새 산업으로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선택은 기존 시장에서 버티는 것과 새 시장을 여는 것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수출과 현지 생산으로 돌파구를 찾고, 당국은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 하며, 금융권은 우주산업의 위험을 떠안는 방식으로 신산업에 참여한다. 이 흐름이 중국 경제 전체의 회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수출이 늘어도 내수 부진과 가격 경쟁이 기업 수익을 압박할 수 있다. 외환보유액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도 달러 강세와 자본 이동은 계속 부담이다. 상업우주는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투자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세 분야는 중국 경제가 기존 성장 방식에 머물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자동차는 내수 중심에서 해외 시장으로, 금융은 외환 안정에서 신산업 위험 관리로, 우주산업은 국가 프로젝트에서 민간과 금융이 결합한 산업 생태계로 옮겨가고 있다.
2026-07-08 18:1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