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진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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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명가 DNA 분석② 삼성물산 건설부문] 국토 개발의 현장에서 글로벌 랜드마크까지…삼성 건설의 성장사
대한민국 산업화의 굵직한 장면마다 삼성의 건설 사업은 빠지지 않았다. 공장과 도로, 주택과 발전소, 초고층 빌딩과 첨단 산업시설까지 나라의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공간과 기반시설이 세워질 때마다 삼성의 이름이 따라붙었다. 오늘날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단순 시공사를 넘어 글로벌 복합개발과 첨단 생산시설, 에너지 인프라를 수행하는 종합 건설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 건설의 역사는 한국 산업 발전의 또 다른 단면이다. 삼성 건설의 뿌리는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사업 철학과 맞닿아 있다. 그는 제조와 무역, 금융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전반을 떠받칠 기반 사업의 중요성을 일찍이 주목했다. 산업이 커질수록 공장과 물류시설, 도시 인프라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는 판단이었다. 생산과 유통, 소비가 커지면 이를 담아낼 공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삼성 건설 사업의 출발점이 됐다. 초기의 삼성 건설은 그룹 내부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공장과 업무시설, 물류 거점 등을 직접 짓고 운영하며 공정 관리와 원가 통제, 품질 관리 역량을 축적했다. 이는 훗날 외부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밑거름이 됐다. 삼성 특유의 관리 체계와 실행 속도가 건설 현장에 이식된 것도 이 시기다. 국내 성장기에는 주택과 도시 개발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래미안 브랜드는 국내 아파트 시장의 고급화 흐름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집을 짓는 데서 벗어나 설계와 커뮤니티, 조경과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며 주거 상품의 기준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랜드 경쟁이 본격화된 국내 주택 시장에서 래미안은 오랜 기간 선호도 상위권을 지켜 왔다. 삼성 건설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장면은 초고층 프로젝트였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는 대표 사례다. 세계 최고층 빌딩 시공 경험은 단순한 수주 실적을 넘어 기술력과 공정 관리 능력을 입증한 상징적 성과로 꼽힌다. 복잡한 설계와 난도 높은 시공, 글로벌 협업 체계를 완수하며 삼성 건설은 세계 시장에서 이름값을 높였다. 최근 삼성 건설의 핵심 경쟁력은 첨단 산업시설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반도체 공장과 연구시설, 바이오 생산기지, 데이터센터 등 정밀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시설은 일반 건축과 다른 역량이 필요하다. 공정 오차를 최소화해야 하고 고도의 설비 이해도와 빠른 일정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그룹 내 반도체와 바이오 투자 확대 과정에서 이런 분야의 경험을 빠르게 축적해 왔다. 다른 건설사와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주택이나 일반 토목 중심 회사와 달리 삼성 건설은 첨단 제조시설이라는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 AI 확산과 반도체 투자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러한 역량의 가치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건설업 특유의 부침도 피해 가지는 않았다. 국내 부동산 경기 변동, 해외 프로젝트 손익 변동성,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변화는 삼성 건설에도 부담 요인이다.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공기 지연과 비용 증가 위험이 크고 해외 사업은 환율과 지정학 변수에도 민감하다. 안정적 관리 역량만으로 모든 위험을 없앨 수는 없다. 최근 사업 지형은 다시 바뀌고 있다. 과거의 중심축이 주택과 일반 건축, 플랜트였다면 지금은 첨단 산업 인프라와 친환경 에너지, 복합개발 사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기지와 바이오 캠퍼스, 데이터센터, 소형모듈원전(SMR), 신재생에너지 관련 인프라가 새로운 기회로 떠오른다. 특히 반도체 시설은 삼성 건설의 대표 성장축으로 꼽힌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 투자 확대로 세계 각국이 반도체 생산 능력 확보에 나서면서 대형 팹 건설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클린룸과 진동 제어, 초정밀 시공 경험은 진입 장벽이 높아 후발 주자가 단기간에 따라오기 쉽지 않다. 친환경 에너지 시장도 주목할 분야다. 탄소중립 기조 아래 태양광과 수소, 차세대 발전 인프라 투자가 늘고 있다. 건설사는 단순 시공사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을 현실화하는 실행 주체가 되고 있다. 삼성 건설 역시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금 조달 역량을 활용해 관련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도시 개발 분야에서도 역할은 커지고 있다. 대형 복합개발 사업은 주거와 업무, 상업과 문화 기능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단순 시공 능력보다 금융과 운영, 설계 조정 역량까지 요구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가진 브랜드와 사업관리 경험은 이런 시장에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삼성 건설의 경쟁 우위는 여러 축에서 나온다. 삼성 브랜드가 주는 신뢰도, 우수한 재무 기반,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 경험, 첨단 산업시설 노하우, 래미안으로 대표되는 주택 브랜드 경쟁력은 쉽게 대체되기 어렵다.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역시 다른 회사가 갖기 어려운 자산이다.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주택 시장 의존도를 어떻게 조절할지, 해외 대형 사업의 수익성을 어떻게 관리할지, 친환경과 디지털 전환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지가 향후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기술 인력 확보 경쟁과 공사비 상승 부담도 계속된다. 삼성 건설은 단순 시공 회사를 넘어 미래 산업과 도시의 기반을 만드는 기업으로 체질 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단순 시공 회사가 아니라 미래 산업과 도시의 기반을 설계하는 고부가가치 인프라 기업으로 외연을 넓히는 길이다. 아파트를 넘어 스마트 주거로, 공장을 넘어 첨단 생산 생태계로, 건물을 넘어 도시 전체의 가치 창출로 사업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이병철 창업주의 시대가 산업화 기반을 닦던 시기였다면 지금 삼성 건설의 과제는 기술 패권 경쟁과 에너지 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국내 성장의 현장에서 출발한 삼성 건설이 앞으로도 세계 건설 시장에서 같은 존재감을 이어갈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2026-04-22 10: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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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명가 DNA 분석① 종근당] 실험실의 불빛에서 글로벌 신약 무대로…종근당 성장과 도전의 역사
대한민국 제약 산업의 흐름을 짚어보면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전쟁의 상흔이 짙던 시절 필수 의약품을 공급하던 기업에서 출발해 오늘날 연구개발형 제약사로 자리 잡은 종근당이다. 치료제가 부족하던 시대에는 공급 책임을 맡았고 산업이 성장하던 시기에는 국산 기술 축적에 힘을 보탰으며 경쟁 무대가 세계로 넓어진 지금은 신약 개발과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근당의 발자취는 한국 제약 산업의 성장 과정과 함께 이어져 왔다. 출발점에는 창업주 이종근 회장이 있다. 그는 해방 직후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려면 안정적인 의약품 생산 기반부터 갖춰야 한다고 봤다. 수입 의존도가 높고 생산 시설도 부족하던 시절 국내에서 직접 약을 만들고 기술을 쌓아야 한다는 판단은 단순한 사업 계획을 넘어 시대적 요구에 가까웠다. 종근당이라는 이름에도 사람의 건강을 받든다는 뜻이 담겼다. 초기의 종근당은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곧 경쟁력이던 시절을 지나야 했다. 원료와 설비, 기술이 모두 부족했지만 공장을 세우고 품질 기준을 높이며 국산 제약 산업의 토대를 다졌다. 국민 소득이 늘고 의료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제약 산업도 단순 제조업에서 기술 산업으로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고 종근당 역시 그 변화에 맞춰 방향을 바꿨다. 전환점은 연구개발 투자 확대였다. 복제약 중심 시장에 안주해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연구소 기능을 키우고 전문 인력을 확보했다. 단기 실적만 놓고 보면 부담이 큰 결정이었지만 장기 경쟁력은 기술에서 나온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이후 종근당은 개량신약과 퍼스트제네릭, 전문의약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입지를 넓혀 갔다. 국내 시장에서 종근당의 강점은 고른 제품군에 있다. 순환기와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제를 비롯해 항생제와 소화기, 면역 분야까지 폭넓은 처방 시장을 확보했다. 특정 품목 하나에 기대지 않고 여러 치료 영역에서 매출 기반을 갖춘 점은 제약 산업 특유의 정책 변수와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힘이 됐다. 의약분업 이후 전문의약품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도 종근당은 영업력과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외형을 키웠다. 대중에게 익숙한 기업 이미지 역시 종근당의 자산이다. 오랜 기간 이어진 광고와 브랜드 마케팅은 제약사가 병원 안에서만 존재하는 기업이 아니라 생활 가까이에 있는 산업이라는 인식을 넓혔다. 전문성과 친숙함을 함께 가져간 전략이었다. 물론 제약 산업의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약가 인하 정책과 리베이트 규제 강화, 특허 분쟁, 글로벌 경쟁 심화는 업계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성공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임상 실패 한 번이 수년간의 투자를 흔들 수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종근당 역시 수익성과 연구개발 투자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종근당의 행보는 한층 적극적이다. 단순한 국내 매출 경쟁을 넘어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합성신약과 바이오의약품, 항체 기술, 희귀질환 치료제 등 성장성이 큰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기존 전문의약품 사업에서 확보한 수익을 미래 파이프라인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핵심은 신약 개발이다.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기준은 생산 규모보다 독자 기술과 파이프라인이다. 종근당은 항암·면역·대사질환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기술수출과 공동개발 기회를 넓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 폭에 한계가 있는 만큼 세계 시장을 겨냥한 연구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바이오 분야도 중요한 축이다. 합성의약품 중심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 비중이 커지면서 생산 기술과 임상 역량, 글로벌 파트너십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종근당은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신약 등 중장기 과제를 통해 사업 외연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전통 제약사의 경험에 새로운 기술 역량을 더하는 과정이다. 해외 시장 확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제약 시장은 인구 구조와 건강보험 재정 통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글로벌 시장은 규모가 크고 성장 기회도 넓다. 종근당은 완제의약품 수출과 기술 이전, 현지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다. 연구개발 성과가 해외 시장에서 평가받을수록 기업 가치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종근당의 강점은 오랜 업력에서 비롯된 신뢰도와 안정적인 전문의약품 매출 기반, 축적된 연구개발 경험, 전국 단위 영업망에 있다. 꾸준한 현금 창출력은 장기 투자가 필요한 제약 산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다. 오랜 시간 쌓아온 품질 관리 체계와 브랜드 인지도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으로 꼽힌다. 과제도 적지 않다.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해야 하는 신약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고 연구개발 비용은 계속 커지고 있다. 국내 약가 규제와 시장 포화, 연구 인력 확보 경쟁도 부담이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과거의 성공 공식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종근당이 향하는 방향은 기존 사업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혁신 성과를 더해 글로벌 연구개발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맞춰져 있다. 단순 제조를 넘어 기술 기업으로, 국내 중심 사업에서 세계 시장형 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과정이다. 이종근 창업주의 시대가 의약품 국산화의 문을 연 시기였다면 지금 종근당의 과제는 한국 제약 기술의 수준을 세계 시장에서 입증하는 일이다. 실험실의 작은 불빛에서 시작된 도전이 글로벌 신약 무대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6-04-21 09:5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