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진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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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발표 엿새 만에 다시 손보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
정부가 지난 3일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실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줄이고 자기 집에 살지 않는 1주택자와 다주택자,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부담은 늘리는 내용이다. 그런데 발표한 지 엿새 만에 여당이 다시 의견을 듣겠다고 나섰다. 주요 쟁점을 정부와 조율해 8월 말까지 정리하겠다고 한다. 국회가 정부안을 심사하고 고치는 것은 정상적인 입법 절차다. 입법예고도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논의한다는 내용은 세부 문구나 시행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실거주와 비거주를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 직장이나 자녀 교육 때문에 자기 집에 살지 못한 경우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누구에게 세금을 더 물릴지를 다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제도의 뼈대에 해당하는 문제다. 정부안에 따르면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라간다. 반면 자기 집에 살지 않는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아진다. 같은 가격의 집 한 채를 갖고 있어도 실제 거주하는지에 따라 공제액이 5억원이나 차이 난다. 보유기간에 따라 주던 종부세 공제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뀐다. 실제로 거주한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집에 살지 않는 사람을 곧바로 투자자나 투기 목적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직장 발령이나 자녀의 취학, 부모 봉양, 해외 근무 때문에 다른 곳에서 사는 경우가 있다. 임차인의 계약기간이 남아 자기 집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재건축 과정에서 잠시 이주한 사람도 있다. 정부안에는 전근과 취학, 질병,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에 관한 예외가 들어 있다. 다만 원칙적으로 해당 주택에서 1년 이상 거주했어야 하고 비거주 기간도 최장 3년까지만 인정한다. 예외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반발이 커지자 정부와 여당은 사유와 기간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문제는 세 부담의 많고 적음에만 있지 않다. 직장과 가족 문제처럼 흔히 생길 수 있는 사정을 정부가 발표 전에 충분히 따졌는지가 의문이다. 세법은 국민의 생활 사정을 반영해야지, 국민에게 세법에 맞춰 살라고 요구해서는 곤란하다. 직장을 옮기지 말고 부모를 돌보러 가지 말며 세입자의 계약이 끝나기 전이라도 자기 집에 들어가 살라는 식으로 세제가 작동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처음부터 다양한 거주 사정을 검토했다면 발표 직후 예외 규정을 다시 설계하는 일도 줄었을 것이다. 정부안을 먼저 내놓고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예외를 붙이는 방식은 과세 기준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납세자는 자신이 예외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려고 다시 계산해야 하고 과세당국은 개인의 거주 사정을 일일이 판단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가 신뢰를 잃는 이유는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5월 9일 끝난다며 재연장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정부도 2월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발표하면서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내세웠다. 정부가 정한 날짜를 믿고 집을 팔거나 계속 보유할지 결정하라는 의미였다. 부동산 거래는 며칠 만에 끝나지 않는다. 세입자에게 계약 종료를 알리고 매수자를 찾은 뒤 계약금과 잔금 일정을 맞춰야 한다. 매수자는 대출을 준비하고 기존 집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정부가 중과 유예 종료 날짜를 못 박으면 시장 참여자들은 그 일정에 맞춰 수개월 전부터 움직인다. 그런데 정부는 8월 세제개편안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2027년과 2028년에 다시 한시적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5월에는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이유로 중과를 재개했고 석 달 뒤에는 매도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며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 정책도 바뀔 수 있다. 문제는 몇 달 전까지 재연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던 정부가 반대 방향의 정책을 내놓고도 그 사이 정부 말을 믿고 움직인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데 있다. 정책을 바꿀 필요가 생겼다면 무엇이 달라졌는지, 이전 판단이 왜 틀렸는지, 새 기준을 얼마나 유지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정부와 시장의 힘겨루기를 연상시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대통령이 상대해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다. 집을 사려는 신혼부부와 집을 팔아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는 은퇴자, 전세계약이 끝나 이사를 준비하는 세입자, 직장 발령으로 다른 지역에 살아야 하는 1주택자의 선택이 모여 시장을 이룬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이들의 결정을 바꾼다. 대통령이 세금 강화를 예고하면 매도자는 계약을 서두르고 매수자는 기다린다. 유예가 끝난다고 못 박으면 잔금 날짜와 등기 일정이 달라진다.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의 혜택을 줄이겠다고 말하면 집주인은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들어갈지 계산한다. 이처럼 대통령이 정책 방향을 직접 제시했다면 결과에 대한 설명도 대통령이 맡아야 한다. 세부 규정은 재정경제부가 만들고 국회가 법안을 고치더라도 큰 방향을 정하고 국민에게 신호를 보낸 사람은 이 대통령이다. 정부안에서 문제가 드러났다고 부처의 준비 부족이나 여당의 의견 수렴 문제로 돌릴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왜 비거주 1주택자를 실거주자보다 크게 불리하게 과세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직장과 가족 사정으로 거주하지 못한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지도 밝혀야 한다. 양도세 중과를 다시 완화하면서 불과 몇 달 전 강조했던 예측 가능성과 신뢰는 어떻게 되는지에도 답해야 한다. 세제 변경이 반복되면 시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집을 팔았다가 다음 달 세금이 내려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매도자는 기다린다. 집을 샀다가 새로운 규제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면 매수자도 계약을 미룬다. 거래가 멈추면 매물이 필요한 실수요자와 이사해야 하는 세입자가 먼저 불편을 겪는다. 세법이 자주 바뀌고 예외 규정이 늘어날수록 일반 국민은 정부 발표만으로 자신의 세 부담을 알기 어려워진다. 세무사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산가는 변경된 규정에 맞춰 계약 시기와 보유 방식을 다시 설계할 수 있다. 평범한 1주택자와 세입자는 뒤늦게 바뀐 기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과세 정상화라고 설명한다. 정상적인 세제라면 국민이 몇 년 뒤 자신의 세 부담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원칙도 상당 기간 유지돼야 한다. 과세 대상과 공제 기준이 몇 달마다 바뀌고 발표 직후 다시 조정된다면 국민은 정부 발표를 마지막 결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동산은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주거와 생업, 가족생활이 얽힌 재산이다. 정부가 그 세금을 고칠 때는 충분한 검토와 예고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먼저 발표하고 관료들이 뒤늦게 예외를 채우는 방식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가 지금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세금을 얼마나 올리고 내릴지가 아니다. 어떤 원칙으로 세금을 매기고 그 원칙을 얼마나 오래 지킬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정부안을 발표하기 전에 시장과 국민 생활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일단 내놓은 기준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8월 말 수정안이 나오면 정부는 국민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정책을 내놓고 반발이 생긴 뒤 고치는 일을 의견 수렴이라고 포장하기는 어렵다. 시장이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세율표가 아니라 내년에도 믿을 수 있는 기준이다. 이 대통령은 올해 초 대한민국이 예측 가능한 사회로 돌아오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금의 부동산 세제부터 그 말에 맞는지 돌아볼 때다. 정부가 스스로 만든 원칙을 몇 달도 지키지 못하면서 국민에게 수십 년짜리 주거와 재산 계획을 세우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2026-08-10 09: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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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하지 말라더니 합수본엔 들어오라는 검사
정부가 검사가 사건을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 수사의 부족한 부분을 다시 조사하는 권한을 없앴다. 그런데 마약과 보이스피싱, 주가조작 사건을 맡아온 합동수사본부에는 공소청 검사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소청은 기소와 재판을 맡고 중대범죄수사청은 주요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이다. 정부는 두 기관을 나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합수본에서는 공소청 검사가 수사 기록을 살펴보고 영장을 청구하며 수사 과정에 법률 의견도 내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검사가 법만 설명한 것인지, 실제로 수사 방향까지 정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수사권이 없는 검사가 압수수색 범위나 계좌 추적, 공범 조사에 의견을 냈다면 피고인 측은 권한 없는 수사 참여라고 다툴 가능성이 크다. 검사의 합수본 참여 범위를 미리 정하지 않으면 수사 과정뿐 아니라 재판에서도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복잡한 범죄 맡아온 합수본 9곳 현재 전국 검찰청에서 운영되는 합동수사기구는 모두 9곳이다. 보이스피싱과 마약, 금융·증권 범죄, 가상자산 범죄 등을 맡고 있다. 합수본에는 검찰과 경찰뿐 아니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관세청, 금융정보분석원 등 여러 기관이 참여한다. 기관마다 따로 보유하고 있는 정보와 전문 인력을 한곳에 모아 수사하는 방식이다. 합수기구 9곳의 본부장은 모두 검사가 맡고 있다. 합수본이 필요한 이유는 대상 범죄가 한 기관의 힘만으로 쫓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대포통장과 대포전화, 가상자산을 이용해 돈을 빼돌린다. 금융·증권 범죄는 주식 거래 자료와 계좌 흐름, 세금 자료를 함께 살펴야 한다. 마약 사건도 세관의 밀수 단속부터 국내 유통망과 범죄수익 추적까지 여러 기관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기존 합수본에서는 검사가 사건 초기부터 압수수색과 구속 필요성을 살피고 피의자 조사와 증거 수집에도 참여했다. 수사가 끝난 뒤 기록을 넘겨받는 것이 아니라 수사 단계부터 재판에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갖춰졌는지 확인한 것이다. 보이스피싱 합수단은 출범 이후 2년간 628명을 입건하고 201명을 구속했다. 여러 기관이 각자 가진 정보와 권한을 모은 합동수사가 조직범죄 대응에 활용돼 온 사례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공소청 검사가 피의자를 직접 조사하거나 압수수색을 집행할 수 없게 된다. 새 공소청법은 검사가 기소와 재판, 영장 청구를 맡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 법률 의견을 줄 수 있도록 했다.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에 파견되거나 중수청의 직책을 함께 맡는 것도 금지했다. 검사를 수사 조직에서 떼어내겠다는 취지는 법에 담겼다. 그러나 합수본에서 검사가 어디까지 의견을 낼 수 있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 “법률 의견”이 수사 방향 바꿀 수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일 정부 업무보고에서 합수본의 운영 근거가 “매우 취약하고 사실상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수사권이 없는 공소청 검사가 합수본에 참여하면 확보한 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다. 행정안전부는 공소청과 중수청, 경찰이 함께 참여하는 이른바 ‘공중경 합수본’을 대안으로 내놨다. 중수청과 경찰이 실제 수사를 담당하고 공소청 검사는 법률 검토와 영장 청구, 수사 과정에 대한 의견 제시를 맡는 방식이다. 기관별 업무를 문서로 나누는 것은 가능하다. 실제 사건에서는 법률 판단과 수사 판단이 맞물릴 수밖에 없다. 공소청 검사가 기록을 검토한 뒤 특정 계좌를 더 추적해야 한다거나 공범의 휴대전화를 압수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의견은 단순한 법률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 수사 대상과 범위, 순서를 바꿀 수 있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도 마찬가지다. 검사는 혐의가 어느 정도 확인됐는지,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자료가 부족하면 수사기관에 추가 조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요구가 법률 검토인지 수사 지휘인지는 사건마다 논란이 될 수 있다. 공식 문서가 아니라 합수본 회의나 전화 통화에서 오간 의견을 어떻게 볼지도 문제다. 피고인 측은 검사가 압수수색 대상과 조사 순서, 자금 추적 범위를 정하는 데 관여했다면 수사권 없는 검사가 사실상 수사를 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법원이 이를 위법한 수사 참여로 판단하면 압수한 자료나 피의자 진술을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지를 놓고 다툼이 벌어진다. 마약이나 보이스피싱 조직을 어렵게 적발하고도 재판에서는 범죄 혐의보다 수사 절차의 적법성부터 다투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검사가 영장만 전달할 수도 없어 헌법상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검사다. 경찰이나 중수청이 압수수색 또는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법원에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는 없다.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려면 사건 기록을 살펴야 한다.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자료까지 압수하려는 것은 아닌지, 강제수사가 꼭 필요한지, 피의자를 구속할 만큼 증거가 확보됐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검사가 자료 보완을 요구하거나 압수수색 범위를 줄이면 수사 방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수사 관여 논란을 피하려고 기록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수사기관이 신청한 영장을 법원에 넘길 수도 없다. 검사를 거치도록 한 제도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검사의 참여를 넓히면 수사권 없는 검사가 사건을 지휘했다는 논란이 생긴다. 참여를 줄이면 검사는 영장 서류를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 수 있다. 정부가 검사에게 어떤 행위까지 허용할지 법률에 적어야 하는 까닭이다. 정부가 시행령이나 내부 지침으로만 역할을 정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국회가 법률로 없앤 검사의 수사권을 정부가 하위 규정으로 다시 인정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공소청 검사가 어떤 기록을 볼 수 있는지, 수사기관에 추가 조사를 요구할 수 있는지, 합수본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낼 수 있는지부터 법률에 담을 필요가 있다. 검사의 의견에 수사기관이 따라야 하는지, 협의 내용은 어떤 방식으로 남길지도 정해야 한다. ◆중수청으로 옮겨도 수사와 재판 연결 필요 정부는 중수청에 보이스피싱과 금융범죄, 가상자산범죄, 마약범죄, 국가재정범죄를 담당하는 합동수사과를 설치할 계획이다. 금융위와 국세청 등 다른 기관의 인력도 파견받아 현재 검찰청 합수본의 기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수사 조직을 중수청으로 옮긴다고 문제가 모두 풀리는 것은 아니다. 중수청이 수사를 마치면 공소청 검사가 기록을 검토해 기소할지 결정하고 재판에서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공소청 검사가 수사가 끝난 뒤 처음으로 기록을 받으면 사건을 다시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증거가 부족하거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기록을 중수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 사이 범죄수익 동결이나 공범 추적이 늦어질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공소청 검사를 수사 초기부터 참여시키면 이번에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원칙과 부딪힌다. 공소청 검사와 중수청 수사관이 같은 합수본에서 한 팀처럼 사건을 처리하면 검찰의 수사 기능을 두 기관으로 나눈 의미도 약해진다. 권한과 책임의 구분도 필요하다. 중수청은 수사를 제대로 할 책임이 있고 공소청은 재판에서 입증할 수 있는 사건만 기소할 책임이 있다. 누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남기지 않으면 수사가 잘못됐을 때도, 재판에서 혐의 입증에 실패했을 때도 서로 책임을 미룰 수 있다. ◆검사 역할부터 법으로 정해야 마약과 보이스피싱, 주가조작처럼 여러 기관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범죄에서는 수사와 재판 준비를 완전히 떼어놓기 어렵다. 수사 초기부터 법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증거를 제대로 모으지 못하면 사건이 재판에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소청 검사에게 기존 검찰과 비슷한 역할을 맡긴 뒤 법률 자문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검사가 수사 대상과 범위, 방법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줬다면 이름과 관계없이 수사 관여 논란이 생긴다. 정부는 합수본이라는 이름을 유지할 수 있는지보다 공소청 검사가 합수본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부터 정해야 한다. 검사의 참여가 필요하다면 역할과 절차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검사에게 수사하지 말라고 해놓고 수사 기록을 검토하며 영장과 수사 방향을 판단하도록 하는 현재 구상으로는 권한과 책임을 가르기 어렵다. 새 수사 체계가 출범하기 전에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2026-08-09 13: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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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권 뉴스] 美와 교역 줄어도 수출 14% 늘었다…로봇·관광객 소비 키우는 중국
중국의 올해 1~7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 미국과의 교역은 감소했지만 아세안과 유럽연합, 일대일로 참여국과 거래가 늘면서 전체 교역액은 30조위안을 넘어섰다. 자본시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유니트리가 60억위안 넘는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공개에 들어갔다. 베이징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발급한 출국세 환급 신청서가 지난해의 5배 수준으로 늘었다. 내국인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중국이 수출 상대를 넓히고 로봇 산업에 자금을 대는 한편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 미국 줄고 아세안 늘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상품 수출입액은 30조1300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증가했다. 수출은 17조4400억위안으로 14%, 수입은 12조6900억위안으로 22% 늘었다. 7월 한 달간 수출입액은 4조6600억위안으로 전년 동월보다 19.2% 증가했다. 수출은 17.8%, 수입은 21.2% 늘었다. 월간 교역액은 지난 3월부터 5개월 연속 4조위안을 웃돌았다. 교역 상대별 실적은 엇갈렸다. 아세안과의 교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고 유럽연합과의 교역은 9.5% 증가했다.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상대로 한 교역도 각각 15.4%, 18.9% 늘었다. 중국이 일대일로 참여국으로 분류한 국가들과의 교역액은 15조3600억위안으로 15.5% 증가했다. 중국 전체 교역액의 절반을 넘는다. 미국과의 교역은 1.6% 줄었지만 감소 폭은 상반기보다 2%포인트 줄었다. 미국 시장에서 줄어든 거래를 아세안과 중남미, 아프리카 시장이 메우는 양상이다. 중국의 최대 교역 상대도 미국이 아니라 아세안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동남아시아로 옮기고 현지에서 부품과 중간재를 조달하는 움직임도 교역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수출 품목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1~7월 중국의 기계·전자제품 수출은 11조1200억위안으로 21.2%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8%로 지난해보다 3.8%포인트 높아졌다. 전기차 수출은 71.2%, 리튬 배터리는 35.8%, 풍력발전기는 34.8% 늘었다. 3D 프린터 수출액은 지난해의 두 배를 넘었고 산업용 로봇 수출도 13.2% 증가했다. 의류와 완구 같은 소비재보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용 장비가 수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 수입도 빠르게 늘었다. 기계·전자제품 수입액은 5조3100억위안으로 29.7% 증가했다. 인공지능 산업과 첨단 제조업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장비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올해 1~7월 수입 증가율은 수출 증가율을 8%포인트 웃돌았다. ◆ 유니트리에 몰린 중국의 큰손들 중국 로봇 업체 유니트리는 지난 6일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 기업공개 공모가를 주당 150.8위안으로 확정했다. 커촹반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바이오, 첨단 장비 기업이 주로 상장하는 시장이다. 유니트리는 신주 4044만6434주를 발행한다. 상장 후 전체 주식의 10%에 해당한다. 이번 기업공개로 조달하는 금액은 약 60억9900만위안이며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상장 후 시가총액은 609억9300만위안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 유니트리의 상장을 승인했다. 유니트리는 네 발로 걷는 사족보행 로봇과 사람의 몸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다. 조달한 자금은 로봇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 체화지능 알고리즘 개발 등에 쓸 예정이다. 체화지능은 인공지능이 로봇의 카메라와 센서로 주변을 인식하고 팔과 다리를 움직여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을 말한다. 사람의 지시를 글이나 음성으로 답하는 생성형 인공지능보다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지만 시장 규모는 훨씬 클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전략적 투자자에는 딥시크 운영사인 항저우선두추숴인공지능기초기술연구유한공사가 이름을 올렸다. 딥시크는 약 93만3400주를 배정받아 1억4100만위안을 투자한다. 텐센트 계열 상하이치산투자와 중국석유그룹 쿤룬캐피털, 중국남방전력 계열 투자회사, 차이나텔레콤 계열 톈이캐피털도 참여했다. 인공지능 업체와 정보기술 기업, 에너지·통신 국유기업이 유니트리 주주로 들어가는 것이다. 공모가는 지난해 실적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유니트리의 공모가 기준 주가수익비율은 약 219배다. 같은 업종 기업들의 평균인 약 39배보다 5배 이상 높다. 유니트리는 올해 상반기 매출을 10억5200만~11억2800만위안, 순이익을 2억5800만~3억600만위안으로 예상했다. 매출과 순이익이 늘어도 현재의 공모가를 뒷받침하려면 로봇 판매를 빠르게 늘려야 한다. 연구개발비와 판매비가 늘면서 일회성 이익을 제외한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상장 후에는 로봇을 얼마나 많이 생산해 어느 시장에 팔 수 있는지가 평가의 기준이 된다. ◆ 관광객이 산 자리에서 세금 돌려준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이 입국해 쓰는 돈을 늘리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에 입국한 외국인은 2291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무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은 1781만5000명으로 30.6% 늘었다. 전체 외국인 입국자의 77.7%가 비자 없이 중국에 들어왔다. 관광객이 늘면서 쇼핑도 함께 증가했다. 올해 1~7월 베이징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발급한 출국세 환급 신청서는 지난해보다 400% 증가했다. 지난해의 5배 수준이다. 환급 대상 상품 매출은 44.5%, 실제 환급액은 44% 늘었다. 베이징의 출국세 환급 매장도 7월 말 기준 2000곳을 넘어섰다. 외국인이 사는 물건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실크 제품과 차, 전통 공예품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중국산 스마트폰과 보조배터리, 전동칫솔, 액션카메라, 무선이어폰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베이징 싼리툰의 샤오미 매장과 중국 국제무역센터 인근 DJI 매장에는 중국산 전자제품을 사려는 외국인이 몰리고 있다. 베이징 훙차오시장은 하루 방문객 8000여 명 가운데 외국인이 70%를 차지한다. 중국 정부는 출국세 환급 절차도 계속 줄이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최소 구매액을 500위안에서 200위안으로 낮췄고 현금 환급 한도는 1만위안에서 2만위안으로 올렸다. 물건을 산 매장에서 세금을 먼저 돌려주는 ‘즉시 환급’ 제도도 전국으로 확대했다. 지난 7월부터는 구매액이 1만위안 미만인 경우 모든 물품을 검사하지 않고 일부만 무작위로 확인한다. 신청서와 영수증도 종이로 낼 필요 없이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다. 베이징에서 즉시 환급을 받은 관광객이 상하이나 광저우 공항을 통해 출국하더라도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지역 간 환급도 허용했다. 즉시 환급을 받은 뒤 출국해야 하는 기간은 28일로 통일했다. 중국이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부진한 내수가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소매판매액은 24조8722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품 판매 증가율은 1.1%였다. 수출입 증가율과 비교하면 소비 회복 속도가 더디다. 관광객 소비만으로 중국 전체 내수를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다만 관광객이 쓰는 돈은 숙박과 음식, 교통, 쇼핑으로 곧바로 퍼진다. 무비자 입국을 확대하고 외국 신용카드와 모바일 결제를 허용한 데 이어 세금 환급 절차까지 손보는 이유다. 중국은 아직 내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신 해외에서는 거래처를 넓히고 국내에서는 로봇 기업에 자금을 대며 공항과 상점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돈을 더 쓰게 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부동산과 내국인 소비가 예전처럼 성장률을 끌어주지 못하자 다른 곳에서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2026-08-07 17: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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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수사할 사람도 못 정한 중수청, 10월 문부터 연다
중대범죄수사청이 오는 10월 2일 문을 연다.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을 두고 정원 2874명 가운데 2567명을 수사관으로 채운다. 부패와 경제범죄, 방위사업, 마약, 국가보호범죄, 사이버범죄, 법왜곡죄까지 맡는다. 정부가 발표한 직제만 보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넘겨받을 거대 기관은 이미 완성돼 있다. 사건을 맡을 사람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8월 들어서야 전국 검찰청을 돌며 임용 설명회를 시작했다. 검사와 검찰수사관의 지원 규모를 확인한 뒤 부족한 자리를 외부 채용과 다른 기관 파견으로 메워 9월 말까지 배치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출범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사람을 모집해 한 달여 만에 2800명이 넘는 수사기관을 꾸리겠다고 한다. 요리사도 못 구한 식당이 개업일부터 못 박은 꼴이다. 국가의 중대범죄 수사권을 옮기면서 누가 그 일을 맡을지 확인하지 않은 채 출범일과 직제부터 정했다. 중수청이 맡을 사건은 정원표의 빈칸을 채운다고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업 회계장부에서 비자금을 찾아내고 수백 개 계좌의 흐름을 연결해야 한다. 압수수색 범위를 정하고 피의자와 참고인의 조사 순서를 짜며 디지털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맞춰 범죄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금융과 가상자산, 방위사업, 담합 사건은 관련 산업과 거래 관행을 익히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든다. 장부에 드러나지 않은 자금 흐름을 찾아내고 말 맞추기와 허위 진술을 가려내려면 여러 사건을 직접 다뤄본 검사와 수사관이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임용장을 나눠주고 업무 지침을 읽힌다고 이런 능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현재 검찰에서 반부패·공공·증권범죄 등 직접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와 수사관은 70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중수청 수사관 정원 2567명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존 직접수사 인력이 모두 옮겨도 부족하지만 정부는 그 가운데 실제로 몇 명이 중수청을 선택할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검사와 검찰수사관은 중수청으로 자동 배치되지 않는다. 중수청 근무를 원하는 사람이 임용을 신청해야 한다. 공소청에 남아 기존 경력을 이어갈지, 행정안전부 소속 수사관으로 옮길지 개인에게 결정하도록 했다. 국가 수사 역량의 승계를 개인의 지원에 맡겨 놓은 것이다. 검사들이 중수청으로 옮기려면 검사 신분을 내려놓고 직급과 보직, 승진 경로의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지검장급은 1급, 차장·부장검사급은 2급, 법조 경력 10년 이상 검사는 3급, 10년 미만 검사는 4급 상당 수사관으로 임용된다. 봉급과 정년이 보장돼도 검사로 쌓아온 경력과 향후 보직 체계는 달라진다. 실무 수사의 상당 부분을 맡아야 할 저연차 검사에게 4급 상당 수사관으로 옮기라고 하면서 대규모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검찰수사관도 지휘 체계와 승진 기준, 근무지와 담당 업무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지원자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확인한 뒤 검사 출신과 검찰수사관, 외부 채용 인력의 역할을 정하겠다고 한다. 담당 직무와 지휘 관계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사람을 뽑는 통상적인 순서를 뒤집었다. 중수청의 업무는 기존 검찰의 직접수사보다 줄지 않는다. 서울청에는 경제범죄와 금융범죄, 반독점, 반부패, 마약, 첨단수사 부서를 두고 보이스피싱과 가상자산, 국가재정범죄를 다루는 조직도 설치한다. 다른 수사기관이 처리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까지 맡는다. 이처럼 넓고 전문적인 업무를 검찰의 희망 전입자와 신규 채용자, 다른 기관의 파견 인력을 출범 직전에 섞어 만든 수사팀에 맡기게 된다. 서로 다른 조직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누구의 지휘를 받아 사건을 처리할지, 신규 인력을 누가 교육할지, 중수청과 공소청 사이의 의견 충돌은 어떻게 조정할지 실무에서 검증된 적도 없다. 수사와 기소를 나눴다면 두 기관이 사건 초기부터 증거의 적법성과 공소 유지 가능성을 협의할 절차를 먼저 마련했어야 한다. 중수청이 수개월 동안 수사한 뒤 공소청이 증거가 부족하거나 법정에서 쓰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사건은 다시 흔들린다. 보완수사 요구가 되풀이되고 책임 공방까지 벌어지면 피해자는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를 채용해 부족한 자리를 메우는 방안도 수사 경험의 공백을 해소하지 못한다. 법률과 회계 지식은 필요하지만 자격증이 복잡한 자금 추적과 압수수색, 피의자 조사 경험을 대신하지 않는다. 진술의 허점을 찾아내고 증거 사이의 연결을 짚는 능력은 여러 사건을 직접 처리하면서 쌓인다. 경찰 인력을 빼 중수청을 채우면 경찰 수사 현장이 비게 된다. 경찰은 이미 해마다 20만건이 넘는 미제 사건을 안고 있다. 수사 인력을 늘린다는 계획도 충분한 신규 채용보다 다른 부서 경찰관을 옮기는 방식에 기대고 있다. 경찰의 부족한 인력을 다시 중수청으로 돌리는 것은 수사기관 사이에서 사람을 옮겨 앉히는 데 그친다.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의 인계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대형 경제·부패 사건은 기록이 수만 쪽에 이르고 계좌 자료와 압수물, 디지털 증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담당 수사팀이 바뀌면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관련자들의 관계와 진술의 의미, 추가로 확인해야 할 단서는 문서만 넘겨서는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검찰청 폐지 이후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이 중수청으로 넘어가더라도 담당 검사와 수사관이 공소청에 남으면 새 수사팀은 사건을 사실상 다시 시작해야 한다. 수사는 늦어지고 피의자는 증거를 숨기거나 말을 맞출 시간을 벌게 된다. 범죄수익이 여러 계좌를 거쳐 빠져나간 뒤에는 사람을 보충해도 되돌리기 어렵다. 형사사건에서 시간은 행정 일정으로 계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사람의 기억은 흐려지고 자료는 사라지며 범죄수익은 계속 이동한다. 수사팀 교체와 기록 재검토로 몇 달을 허비하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기회까지 놓칠 수 있다. 독자적인 형사사법정보시스템도 출범일까지 갖춰지지 않는다. 당분간 경찰 시스템을 함께 사용하고 일부 기능은 개청 이후 추가할 계획이다. 사람을 확보하지 못했고 사건 처리 방식도 다듬지 못했으며 전산망마저 임시로 빌려 써야 하는데 정부는 10월 2일 개청을 밀어붙이고 있다. 검찰 개혁의 성패는 검찰청 폐지라는 결과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검찰이 맡던 부패와 금융, 방위사업 수사를 누가 이어받아 어느 수준으로 수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수사와 기소를 나누면서 수사 경험과 전문성까지 흩어버리면 그 부담은 사건 피해자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정원 2874명을 채우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수사가 가능한 사람이 몇 명인지 공개해야 한다. 중수청 이동을 신청한 검사와 검찰수사관의 숫자, 경제·부패·금융·마약 사건을 직접 맡아본 인력의 규모, 신규 채용자의 교육 계획을 밝혀야 한다. 진행 중인 사건을 기존 수사팀과 함께 넘길지도 답해야 한다. 10월 2일에 문을 여는 것보다 검찰청이 사라진 다음 날에도 중대범죄 수사가 이어지도록 준비하는 일이 급하다. 인력이 부족하고 지휘 체계가 정리되지 않았다면 날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숙련 수사관이 몇 명인지조차 밝히지 못한 채 출범을 밀어붙이면 국가의 수사 역량 전체가 검증되지 않은 행정 실험의 대상이 된다. 그 실험이 실패했을 때 수사를 놓친 책임은 흐려지겠지만 범죄 피해와 장기 미제 사건은 그대로 남는다.
2026-08-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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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공급 절벽' 해소하려면 입주 날짜부터 밝혀라
주택 공급 대책이 나올 때마다 수십만호, 백수십만호라는 숫자가 등장한다. 인허가를 늘리고 착공을 앞당기며 공공택지를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따라붙는다. 발표문만 놓고 보면 몇 년 뒤에는 집이 넘쳐날 것 같다. 그러나 집을 구하는 서민이 마주하는 현실은 딴판이다. 들어갈 집은 줄고 전셋값과 월세는 오르는데, 주택 당국은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물량까지 공급 실적으로 내세운다. 집 없는 서민에게 공급은 계획도, 인허가도, 착공식도 아니다. 이삿짐을 들고 들어갈 수 있는 집이 공급이다. 어느 지역에 몇 가구가 지어지고 언제 입주할 수 있는지가 빠진 대책은 가장 중요한 내용을 비워 둔 약속이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주택 통계는 발표 숫자와 국민 체감이 왜 다른지를 보여준다. 수도권 분양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1% 늘었지만 준공 물량은 47.6% 줄었다. 청약을 받은 아파트는 크게 늘었는데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인허가는 8.1% 줄었고 착공도 0.7% 감소했다. 분양은 계약자를 모집했다는 뜻이고 착공은 공사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전세 시장에 집이 나오고 매매 시장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때는 공사가 끝나 입주가 시작된 뒤다. 분양 증가를 공급 회복으로 포장해도 당장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에게 돌아오는 집은 없다. 서울의 사정은 더 답답하다.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지난해 3만7103가구에서 올해 2만5281가구로 줄고, 2027년에는 1만8682가구, 2028년에는 1만3683가구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 물량은 지난해의 40%에도 못 미친다. 그마저 특정 지역의 대단지에 몰려 있다. 서울 전체 입주 물량만 보면 어느 정도 공급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 아파트가 한 채도 나오지 않는 자치구도 있다. 직장과 학교 때문에 생활권을 쉽게 옮길 수 없는 서민에게 서울 전체 합계는 큰 의미가 없다. 필요한 것은 자신이 사는 지역과 출퇴근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언제 집이 나오는지에 관한 정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135만호를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숫자는 크지만 2030년까지 착공한다는 말과 2030년까지 입주할 수 있다는 말은 전혀 다르다. 2030년 말 첫 삽을 뜬 아파트라면 실제 입주는 그로부터 몇 년 뒤다. 토지 보상과 사업 승인, 공사비 협상, 자금 조달이 늦어지면 착공 시점부터 밀린다. 지금 전세계약 만료를 걱정하는 세입자와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에게 2030년 착공 목표는 눈앞의 공급이 아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답은 앞으로 2∼3년 동안 서울과 수도권 어느 지역에 몇 가구가 실제로 입주하느냐다. 먼 미래의 착공 총량으로 당장의 공급 공백을 덮어서는 안 된다. 주택 당국도 인허가 숫자의 허점을 알고 있다. 인허가를 받고도 사업이 멈추거나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장이 늘자 공급 관리의 무게중심을 착공으로 옮겼다. 인허가 실적만으로는 주택이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착공에서 멈출 이유가 없다. 준공과 입주까지 추적하고 공개해야 한다. 공사비가 오르면 시공사와 조합이 다투고, 프로젝트파이낸싱이 막히면 현장이 멈춘다. 도로와 학교가 늦어지면 집을 다 짓고도 입주가 미뤄진다. 이런 위험을 관리하지 않은 채 착공 물량만 발표하는 것은 공급 정책이라기보다 첫 삽을 뜬 횟수를 세는 행정에 가깝다. 공급 대책마다 사업별 입주 예정 연월을 붙여야 한다. 최초 계획과 현재 예상 시점을 나란히 적고, 일정이 늦어졌다면 지연 기간과 원인을 밝혀야 한다. 토지 보상 때문인지, 공사비 분쟁 때문인지, 금융 조달에 문제가 생겼는지, 기반시설이 늦어지는지를 국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책임 기관과 정상화 목표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계획 물량을 부풀려 보여주는 관행도 바로잡아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전체 건립 가구 수를 모두 새 공급으로 소개해서는 안 된다. 기존 2500가구를 철거하고 3000가구를 짓는 사업이라면 시장에 새로 보태지는 집은 500가구다. 전체 가구 수와 순증 물량, 조합원 몫, 일반분양, 공공임대를 나눠 보여줘야 실제 공급 규모를 알 수 있다.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도 총물량만 발표할 일이 아니다. 지구별·블록별 입주 시기와 도로, 철도, 학교의 완공 일정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집은 완성됐는데 교통망이 열리지 않고 학교가 들어서지 않았다면 주거 공급이 끝났다고 말할 수 없다. 주민이 입주 뒤 몇 년 동안 불편을 떠안는 것은 불가피한 과정이 아니라 행정이 일정을 맞추지 못한 결과다. 입주 시계를 공개하면 어느 사업이 멈췄고 어느 기관에서 일정이 지연됐는지가 드러난다. 그동안 착공식은 정부의 성과가 되고 입주 지연은 시행사나 조합의 문제로 남는 일이 반복됐다. 착공 날짜만 관리하고 입주 날짜를 관리하지 않으면 성과는 행정이 가져가고 실패의 책임은 현장에 남는다. 공급 대책은 발표 당일의 박수로 평가받는 정책이 아니다. 몇 년 뒤 약속한 주택이 제때 완공됐는지, 국민이 예정된 날짜에 입주했는지로 성패를 따져야 한다. 일정과 책임자가 공개되지 않은 계획은 늦어져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 계획이 된다. 입주 물량이 줄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사람은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전세계약이 끝나는 세입자,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청년, 아이가 생겨 더 넓은 집이 필요한 신혼부부다. 매매시장을 대출 규제로 누르면 이들은 전월세 시장으로 밀려난다. 그곳에서도 입주 물량이 부족하면 선택할 집은 줄고 주거비는 더 오른다. 서민에게 주택 공급은 먼 미래의 국가계획이 아니다. 다음 계약 때 올려줘야 할 보증금과 매달 빠져나갈 월세의 문제다. 정부가 5년 뒤 착공 물량을 자랑하는 동안 국민은 6개월 뒤 이사할 집을 찾지 못한다. 이런 현실을 두고 공급 대책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1년, 2년, 3년 동안 실제로 입주할 주택이 어디에 얼마나 나오는지 공개해야 한다. 약속한 일정대로 가는 사업과 지연된 사업을 구분하고, 공급이 비는 지역에는 어떤 대책을 언제 시행할지도 밝혀야 한다. 주택 공급 실적은 장관이 착공식에서 삽을 든 날 생기지 않는다. 집 없는 서민이 열쇠를 받아 현관문을 여는 날 비로소 완성된다. 공급 절벽을 해소하겠다면 더 큰 숫자를 내놓을 것이 아니라 국민이 믿고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입주 날짜부터 내놓아야 한다.
2026-08-05 09: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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