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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재개발·재건축을 왜 공급 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하는가
주택 공급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반론이 있습니다. 재개발·재건축은 기존 주택을 허물고 새 주택을 짓는 사업이므로 실제 공급 증가 효과가 제한적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보다 가구 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얼핏 보면 타당한 지적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주택시장을 건축물의 개수만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중요한 한계를 갖습니다. 주택 공급의 효과는 새로 지어진 집의 숫자뿐 아니라 그 집이 기존 주택시장에 만들어내는 연쇄적인 변화까지 함께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한 정비사업 구역에서 노후 주택 800가구가 철거되고 1,6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사업 구역만 놓고 보면 주택 수는 800가구 증가합니다. 이는 명확한 물리적 순증 물량입니다. 하지만 이 사업의 효과가 800가구 증가에서 끝난다고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가구가 기존에 거주하던 주택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또 다른 주거 이동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가구가 기존의 30평형대 아파트를 매도하거나 임대하고, 그 집을 선택한 가구가 다시 자신이 살던 주택을 비운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주택은 또 다른 가구의 선택지가 됩니다. 이런 이동이 주택의 가격과 품질, 입지에 따라 연쇄적으로 이어지면 신규 아파트의 공급 효과는 최초 입주 가구를 넘어 기존 주택시장으로 확산됩니다. 새로운 주택이 하나 생겼다는 사실뿐 아니라, 그 주택으로 이동한 가구가 기존에 사용하던 주거 공간을 다른 가구가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주택시장이 서로 분리된 개별 시장이 아니라 여러 가격대와 품질의 주택이 연결된 시장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고급 신축 아파트의 공급은 해당 주택을 직접 구입할 수 있는 가구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 가구가 비운 기존 주택은 다른 가구의 선택지가 되고, 다시 그 가구가 비운 주택은 또 다른 수요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최초의 공급이 주거 사다리의 여러 단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쇄적인 주거 이동은 해외 연구에서도 분석되어 왔습니다. 미국에서는 시장가격형 아파트의 공급이 기존 저소득 지역의 임대주택 선택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핀란드에서도 신규 주택 공급에 따른 이동이 소득 하위 계층까지 이어지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이는 신규 주택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에 공급되더라도 기존 주택시장의 주거 이동을 통해 더 넓은 계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물론 여기서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신축 주택 한 가구가 기존 주택 몇 가구의 추가 공급 효과를 만들어낸다고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존 주택이 실제로 매매나 임대시장에 나오는지, 새 입주자가 기존 주택을 계속 보유하는지, 주택 수요가 충분한지에 따라 연쇄 이동의 범위는 달라집니다. 또한 한 가구의 이동으로 발생한 여러 차례의 주거 변화를 모두 독립적인 신규 공급으로 계산하면 효과를 중복 산정할 위험도 있습니다. 따라서 물리적인 주택 순증과 광역 주택시장에서 발생하는 유효공급 효과는 구분해 평가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연쇄적인 주거 이동을 계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 효과를 무시하는 것 역시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직접적인 순증 물량은 객관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기본 지표이지만, 주택시장의 변화를 모두 설명하는 지표는 아닙니다. 공급 정책을 평가할 때는 실제 주택 수의 증가뿐 아니라 기존 주택의 재사용,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 주거 선택지의 확대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재개발·재건축은 주택의 품질을 개선하는 역할도 합니다. 노후화된 주택을 정비하면 주거 안전성과 생활 편의성을 높일 수 있고, 기존에 낮은 밀도로 이용하던 토지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가능성도 생깁니다. 이미 도로와 대중교통, 상업시설 등 도시 기반시설이 형성된 지역에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신규 택지 조성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도심 주택 수요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신규 주택이 실제로 얼마나 늘어나는지 엄밀하게 계산하고, 그 공급이 기존 주택시장과 주거 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로 분석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입니다.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면 새로운 택지를 확보하는 정책과 함께 기존 도심의 재개발·재건축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야 합니다. 사업성을 지나치게 떨어뜨리는 규제와 불필요한 행정 지연은 민간의 공급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예측 가능한 규칙과 합리적인 사업 환경은 민간 자본이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게 하는 기반이 됩니다. 주택시장은 단순히 건축물의 개수를 더하고 빼는 산수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한 가구의 입주가 다른 가구의 이동을 촉진하고, 그 이동이 다시 새로운 주거 선택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연결된 시장입니다. 재개발·재건축의 공급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눈에 보이는 신축 물량뿐 아니라 그 뒤에서 움직이는 주택시장 전체의 흐름까지 살펴야 합니다. 공급 정책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2026-10-13 15: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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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중앙행정기관 44곳 세종으로…2027년부터 9929명 단계 이전
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 44곳을 2027년부터 세종으로 단계적으로 이전한다. 별도 청사가 필요하지 않은 27개 기관은 내년에 우선 옮기고 수사·보안 등 특수시설이 필요한 17개 기관은 독립청사를 새로 지어 2031년까지 순차 이전한다는 구상이다. 공무원 정원 기준 9929명이 추가로 세종에 근무하게 되면서 세종 중심의 국정운영 체계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13일 행정안전부는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 등 44곳, 공무원 정원 기준 9929명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9월 3일 이전 추진방향을 발표한 뒤 관계기관 협의와 네 차례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기관별 기능과 성격, 청사 확보 여건 등을 반영해 이전 대상과 방식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번 계획은 기관 특성에 따라 ‘임차청사 활용 조기 이전’과 ‘청사 신축 후 이전’으로 나눠 추진된다. 현재까지 세종으로 이전한 중앙행정기관은 43곳으로 이전 당시 정원 기준 1만4731명이다. 이번 2차 이전까지 마무리되면 세종에서 근무하는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규모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우선 별도 독립청사가 필요하지 않은 27개 기관, 2995명은 세종지역 민간 임차공간을 활용해 2027년 중 단계적으로 이전한다. 상반기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재외동포청 등 6개 기관이 우선 세종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각 부처 소속기관과 각종 자문위원회 등 19개 기관이 뒤를 잇는다. 정부는 이들 기관의 임차청사 이전을 2027년 안에 끝낸다는 계획이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이전 시점은 관련 법 개정 일정과 연계해 정한다. 수사·보안·관제 등 업무 특성상 독립청사와 특수시설이 필요한 17개 기관, 6934명은 별도 청사를 신축한 뒤 옮긴다. 정부는 2031년까지 청사 건립과 이전을 순차적으로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대통령 세종집무실은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회 세종의사당은 2033년 준공이 예정돼 있어 행정·정치 기능의 세종 집중도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관 이전에는 대규모 재정도 투입된다. 행안부에 따르면 2027년 임차청사를 활용해 이전하는 기관의 청사 임차·조성과 운영비, 공무원 이주지원비 등에는 약 89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독립청사가 필요한 기관과 향후 임차청사를 사용하는 기관 등을 위한 청사 건립비는 약 3조1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에 기본설계비 약 286억원을 반영해 청사 건립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전체 사업비는 기관별 입지와 시설 규모, 부지 확보 상황과 설계 결과 등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이전 공무원과 가족의 세종 정착을 위해 이사비와 초기 이주지원비를 지원하고 주택 마련이나 자녀의 학기 종료 등으로 즉각적인 이주가 어려운 공무원에게는 일정 기간 교통편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기관 이전이 실제 생활권 이동으로 이어지는 만큼 주거와 교통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구상이다. 남은 과제는 법 개정과 예산 확보다. 현행 행복도시법은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 법무부, 성평등가족부를 세종 이전 제외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기관을 이전 제외 대상에서 삭제하기 위한 방안을 국회와 논의하고 기관 이전과 청사 건립에 필요한 예산도 적기에 확보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앞으로 관계기관 협의와 공청회 등 법정 절차를 거쳐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을 변경·고시한 뒤 기관별 청사 확보 상황에 맞춰 순차적으로 이전한다. 이전 과정에서 민원과 인허가 등 국민이 이용하는 행정서비스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관별 업무 연속성 확보 방안도 별도로 마련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은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국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한 핵심 국가 전략”이라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이전기관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빠짐없이 챙기면서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26-10-13 15:4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