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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게이트, AI 화이트해커 키운다…9월 글로벌 펠로우십 출범
국제해킹방어대회 코드게이트가 대회 중심의 인재 발굴을 넘어 교육과 장학, 글로벌 네트워킹을 결합한 AI 보안 인재 육성 체계를 구축한다. 코드게이트보안포럼은 지난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코드게이트 2026’ 개회식에서 차세대 AI 화이트해커를 양성하기 위한 ‘글로벌 펠로우십’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세부 교육과정을 마련한 뒤 오는 9월 1기 참가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글로벌 펠로우십은 시스템 취약점을 발견하고 공격 코드를 분석하는 기존 보안 교육에 AI 활용 역량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AI를 이용한 공격을 방어하는 능력뿐 아니라 AI로 취약점을 탐지하고 사고 대응을 자동화하는 역량까지 갖춘 융합형 보안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선발된 참가자에게는 장학금과 함께 현직 보안 전문가의 멘토링이 제공된다. 실제 사이버 위협과 취약점 연구를 기반으로 한 실전 교육과 해외 보안 커뮤니티와의 네트워킹도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을 단기 기술 습득에 그치지 않고 연구와 대회 참가, 산업 현장 진출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구성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펠로우십 도입 배경에는 생성형 AI와 자율형 에이전트 확산으로 빠르게 달라지는 사이버 위협 환경이 자리한다. AI는 대규모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빠르게 분석하고 공격 코드를 생성할 수 있지만, 방어 분야에서도 악성 행위 탐지와 취약점 점검, 사고 대응 시간을 줄이는 도구로 활용된다. 올해 코드게이트에서는 KAIST와 코드게이트보안포럼이 공동 개발한 ‘AI 해커’가 인간 화이트해커들과 같은 문제를 풀었다. AI 해커는 일반부에서 18위, 주니어부 기준으로는 2위 수준의 성적을 기록했다. AI 단독 성능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전문 지식을 갖춘 보안 인재와 AI의 협업 필요성이 부각됐다. 코드게이트 주관사인 한컴그룹은 장학금 조성과 교육과정 기획 등 글로벌 펠로우십 운영을 후원한다. 한컴그룹은 계열사 한컴이노스트림이 보유한 AI 교육 역량도 프로그램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컴이노스트림은 엔비디아의 AI 교육 프로그램인 DLI(Deep Learning Institute) 공인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국내 최초이자 세계 다섯 번째 공인 교육센터로, AI와 데이터, 로보틱스 분야의 실무 교육과 기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코드게이트보안포럼은 2008년부터 국제해킹방어대회와 보안 콘퍼런스를 개최하며 국내외 화이트해커를 발굴해 왔다. 올해 대회 온라인 예선에는 88개국 3333명이 참가했으며, 일반부 20개 팀과 주니어부 20명이 본선에서 경쟁했다. 조현숙 코드게이트보안포럼 이사장은 “AI가 방어와 공격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보안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을 올바르게 다루고 통제할 사람”이라며 “잠재력 있는 미래 인재를 발굴해 세계적인 AI 보안 전문가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펠로우십이 정착하면 코드게이트는 대회에서 우수 인재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과 연구, 글로벌 진출까지 지원하는 보안 인재 플랫폼으로 역할을 넓히게 된다. 구체적인 선발 규모와 지원 자격, 교육 기간 등은 9월 모집 공고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2026-07-27 11: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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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쉴더스 EQST, 코드게이트 2026 준우승…세계 해킹대회 존재감
SK쉴더스의 화이트해커 그룹 EQST가 국제해킹방어대회 ‘코드게이트 2026’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SK쉴더스는 EQST가 연합팀으로 코드게이트 2026 캡처더플래그(CTF) 일반부에 출전해 최종 2위에 올랐다고 27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코드게이트보안포럼과 한컴그룹이 주관한 이번 대회는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올해 온라인 예선에는 88개국 3333명이 참가했으며, 일반부에서는 8개국 20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CTF는 참가자들이 제한된 시간 안에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거나 보안 문제를 해결해 점수를 겨루는 방식이다. 올해 일반부 본선에서는 AI와 웹, 시스템, 리버싱, 암호, 블록체인 분야의 문제가 출제됐으며 참가자들은 24시간 동안 경쟁을 펼쳤다. EQST 연합팀은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며 일본의 ‘BunkyoWesterns’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최근 공개된 게임 소프트웨어의 실제 취약점 연구를 바탕으로 구성된 시스템 해킹 문제를 풀어 높은 점수를 확보했다. 해당 문제는 공개된 지 약 7주에 불과한 최신 보안 연구를 리눅스 환경에 맞게 재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공격 코드를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취약점이 발생하는 원리를 분석하고 이를 새로운 운영환경에 맞춰 구현하는 능력이 요구됐다. EQST는 약 200명 규모로 구성된 SK쉴더스의 화이트해커 조직이다. 모의해킹과 취약점 연구, 레드팀, AI 보안 연구 등을 수행하며 금융과 제조, 통신, 공공 등 다양한 산업의 보안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대회에서 축적한 공격·방어 경험은 실제 고객사의 취약점 진단과 침해사고 대응 서비스에도 반영한다. 대회에 참가한 이동주 EQST Lab 선임은 “최신 취약점과 보안 연구를 꾸준히 살펴보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며 “24시간 동안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고 각자의 강점을 살린 협업이 준우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QST는 올해 드림핵 해킹방어대회 우승과 글로벌 AI 레드팀 대회 ‘Judgement Day’ 1위도 기록했다. 오는 8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데프콘 34 CTF’ 본선에도 진출해 세계 정상급 해킹팀들과 경쟁할 예정이다. SK쉴더스 관계자는 “보안은 실제 환경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EQST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축적한 역량을 고객 보안 서비스 고도화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공격 자동화와 취약점 악용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최신 공격 기법을 직접 분석할 수 있는 화이트해커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SK쉴더스는 코드게이트 준우승과 데프콘 본선 진출을 발판으로 글로벌 보안 연구 활동과 AI 기반 사이버 위협 대응 역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26-07-27 11: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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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그룹, 상반기 영업익 12%↓…하반기 비용·조직 개편 가속
상반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폭스바겐그룹이 비용 절감과 조직 개편을 앞세워 수익성 회복에 나선다. 차량 원가와 간접비를 줄이고 플랫폼과 의사결정 체계까지 손질하며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낸다. 27일 폭스바겐그룹에 따르면 올리버 블루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년간 추진한 구조 재편 노력이 그룹 전반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상반기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를 웃도는 실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폭스바겐그룹은 상반기 중국 시장 차량 인도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하며 실적에 영향을 받았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차량 인도량이 증가했고 주문 잔고도 안정적인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소형 전기차 ‘ID. 폴로’를 중심으로 한 도심형 전기차 라인업은 출시 수 주 만에 7만대 이상의 주문을 기록했다. 2분기 유럽 순수전기차(BEV) 주문도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하며 전동화 시장에서 회복세를 보였다. 블루메 CEO는 “제품들은 비교 테스트와 각종 품질 평가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철저한 비용 관리를 통해 수백억 유로 규모의 악재를 상쇄했다”며 “지정학적 위기와 무역 갈등, 규제 강화, 시장 변동성, 경쟁 심화 등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엄중하다”고 전했다. 이어 “제품과 기술, 경쟁력, 조직, 미래 성장 영역 전반을 아우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포괄적인 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며 “더 혁신적이고 신속하며 견고한 기업으로 거듭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폭스바겐그룹은 하반기에도 비용 구조 개선과 조직 효율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아르노 안틀리츠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신차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소프트웨어 로드맵을 차질 없이 이행하는 동시에 투자와 간접비를 줄인 결과 상반기 32억유로(약 5조3000억원)의 순현금흐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영업이익률 3.8%는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며 현재 추진 중인 계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차량 비용 구조 개선과 간접비 절감, 공장 효율성 제고, 기술 개발 속도 향상,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구축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시장이 위축되고 중국 업체들의 유럽 공략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제품 포트폴리오와 플랫폼, 지분 구조는 물론 리더십과 의사결정 체계 전반의 복잡성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하고 일관된 실행”이라고 했다.
2026-07-27 11: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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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네이버 주주로 올라선다…14조원 AI 팩토리 승부수
네이버가 엔비디아를 전략적 주주로 맞아들이고 글로벌 투자사 브룩필드와 손잡으며 초대형 인공지능(AI) 팩토리 사업을 실행 단계로 옮긴다. 검색·광고·커머스 중심의 사업 구조를 GPU와 데이터센터, AI 플랫폼을 공급하는 글로벌 AI 인프라 영역으로 확장하는 승부수다. 네이버는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10억달러, 약 1조4809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엔비디아는 신주 724만1564주를 받아 네이버 지분 약 4.5%를 확보한다. 납입 예정일은 10월30일이며 신주는 1년간 보호예수된다. 네이버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은 22년 만이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보다 엔비디아를 AI 팩토리 사업의 공동 이해관계자로 끌어들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엔비디아는 GPU 공급사를 넘어 네이버의 전략적 주주가 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기술과 수요, 자본을 결합한 ‘AI 컴퓨트 파트너십’ 체결도 엔비디아와 논의하고 있다. 브룩필드와는 최대 90억달러 규모의 GPU·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보를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 다만 90억달러가 네이버에 직접 투입되는 현금은 아니다. 브룩필드를 독점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방식으로 인프라를 조달하는 구조가 유력하다. 앞서 공개된 합의도 최대 90억달러를 대상으로 한 비구속적 조건합의다. 엔비디아의 투자금 납입 역시 네이버가 AI 팩토리 확장에 필요한 90억달러 이상의 자금조달 약정을 증명한 뒤 진행되는 조건부 구조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의 전체 규모는 100억달러에 달하지만, 엔비디아의 10억달러 지분 투자와 브룩필드가 주선할 최대 90억달러의 인프라 금융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2027년 상반기 55MW 규모의 글로벌 AI 팩토리 가동을 시작하고 2028년까지 200MW로 확대할 계획이다. 200MW 시설에는 엔비디아 블랙웰과 차세대 베라 루빈 플랫폼을 포함해 약 10만개의 GPU가 투입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1GW급 소버린 AI 인프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경쟁력의 바탕은 데이터센터 ‘각 세종’과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X, 기업용 AI 서비스를 연결한 풀스택 운영 경험이다. GPU 임대에 그치지 않고 모델 개발과 학습, 추론, AI 에이전트 구축까지 통합 제공해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중동의 소버린 AI 수요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주주가치 제고책도 병행한다. 네이버는 약 1조원 규모의 자사주 490만1094주를 8월3일 소각한다. 전체 발행주식 수를 줄여 엔비디아 대상 신주 발행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다만 자사주는 기존에도 의결권과 배당권이 없었던 만큼 신규 주식 발행에 따른 경제적 희석을 완전히 상쇄하는 것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냉각, 변전소, GPU 교체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네이버가 제시한 2027년 매출 창출 목표도 장기 고객계약과 전력망 확보, 인허가, 브룩필드와의 최종 계약이 예정대로 진행돼야 현실화할 수 있다. 엔비디아 의존도와 빠른 GPU 세대교체에 따른 투자 부담도 관리해야 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엔비디아와 브룩필드의 투자는 네이버 미래 성장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며 “AI 팩토리 고객사 유치도 속도감 있게 마무리해 네이버가 글로벌 AI 인프라 분야의 주요 기업으로 도약하는 분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도 “그간 축적해 온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과 노하우를 글로벌 무대로 확장할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며 “국가와 집단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AI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글로벌 자본과 엔비디아의 컴퓨팅 생태계에 자체 데이터센터·클라우드·AI 모델을 결합해 2027년부터 AI 팩토리 매출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고객 확보와 인프라 구축이 계획대로 이어진다면 이번 협력은 네이버가 국내 포털을 넘어 글로벌 소버린 AI 인프라 사업자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2026-07-27 10: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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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9500억달러 AI 동맹, 숫자보다 '한국 몫'이 중요하다
숫자는 크고 박수는 요란했다. 삼성전자와 SK그룹이 미국 빅테크들과 발표한 인공지능 협력 규모는 모두 9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400조원에 이른다. SK그룹이 엔비디아 등을 상대로 7500억 달러 규모의 협력을 추진하고, 삼성전자가 브로드컴과 20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협력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AI 공급망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부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경사임은 분명하지만, 숫자에 취할 때는 아니다. 9500억 달러가 당장 한국 기업의 금고에 들어오는 현금도, 이미 법적 구속력을 갖춘 단일 수주계약도 아니기 때문이다. SK와 엔비디아의 5000억 달러 이상 협력은 의향서에 기초한 AI 팩토리와 장기 메모리 공급·공동개발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의 2000억 달러 협력도 2030년까지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예상되는 규모를 담은 양해각서다. 엔비디아 역시 발표문에서 미래 전망은 실제 결과와 달라질 수 있으며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 차이를 지적하는 것은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귀한 기회를 진짜 성과로 만들기 위해서다. 발표 금액이 클수록 정부와 기업은 숫자의 구성부터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확정된 구매 물량은 얼마인지, 시장 수요를 근거로 산출한 추정치는 얼마인지, 국내 투자는 얼마이고 해외 공급계약은 얼마인지 분리해야 한다. 의향서와 양해각서, 장기 공급계약, 실제 시설투자를 한 덩어리로 묶어 ‘1400조원 성과’라고만 부르면 국민은 규모는 알되 실체는 알 수 없다. 이번 협력의 가치가 작다는 뜻은 더욱 아니다. 엔비디아와 SK의 계획에는 국내 최대 2기가와트급 AI 팩토리 건설과 차세대 HBM 공동개발이 포함됐다. 첫 AI 팩토리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의 협력 범위도 HBM 공급을 넘어 2나노미터 이하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메모리를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AI 가속기의 설계와 생산 생태계로 올라설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능성과 성과를 혼동하지 않는 일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한국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한국의 HBM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AI 슈퍼컴퓨터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도 한국이 반도체와 인프라, 인재를 아우르는 핵심 파트너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한국의 협상력이 어느 때보다 커진 순간이다. 협상력이 생겼다면 이제 그 힘을 국내 산업의 두께를 키우는 데 써야 한다. 반도체 물량을 많이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 시대의 가장 큰 부가가치는 칩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AI 모델과 서비스가 연결되는 지점에서 생긴다. 한국이 HBM과 파운드리 생산만 맡고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고객 데이터와 서비스 수익은 미국 기업이 가져가는 구조라면 계약액은 커도 한국에 남는 몫은 제한된다. 첫 번째 성적표는 국내 생산이다. 이번 협력을 계기로 국내 반도체 공장이 얼마나 증설되고, 장비·소재·부품 기업에 얼마의 주문이 돌아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글로벌 수요를 한국 공장에서 소화하지 못하고 해외 생산기지만 늘어난다면 국내 산업의 낙수효과는 약해진다. 전력과 용수, 송전망, 산업용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투자 발표식에 참석하는 데서 역할을 끝낼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공장을 제때 지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 성적표는 기술의 귀속이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차세대 HBM을 공동개발하고,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은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연결하는 협력을 추진한다. 공동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특허와 설계 경험, 생산 노하우가 한국 연구조직에 축적돼야 한다. 미국 기업의 제품 일정에 맞춰 생산만 대행하고 핵심 설계 역량은 밖에 남는다면 공급자는 될 수 있어도 기술의 주인은 되기 어렵다. 세 번째는 국내 AI 생태계다. 이번 정상외교를 전후해 네이버·브룩필드·엔비디아는 세종 데이터센터의 AI 팩토리를 200메가와트, 약 10만개의 GPU 규모로 확대하는 계획을 내놨다. 엔비디아는 KAIST와 공동 연구소를 운영하고 서울대와도 연구·교육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거대한 협력이 몇몇 대기업의 매출로 끝나지 않고 국내 대학과 스타트업, 제조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연산 인프라와 연구 기반으로 이어져야 한다. 네 번째는 고용과 인재다. 첨단산업 투자의 진짜 성과는 계약서가 아니라 사람에게 남는다. 국내에서 채용되는 설계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공정기술자와 데이터 과학자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봐야 한다. 세계적 기업과의 협력이 한국 인재를 미국으로 데려가는 통로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해외 인재가 한국 연구소로 들어오고, 국내 연구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젝트를 한국에서 수행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분명하다. 민간기업의 장기계약에 일일이 간섭할 필요는 없다. 시장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기업이다. 다만 세제 지원과 정책금융, 전력망과 용수, 산업단지와 외교력이 투입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국내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 투자액 발표 이후 실제 집행액, 국내 생산 비중, 협력업체 발주, 연구개발 투자, 신규 고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AI 협력 이행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성과를 재촉하다 기업의 영업비밀까지 공개하라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계약의 세부 가격이 아니라 국가가 제공한 지원과 국내에 돌아온 편익의 균형이다. 정부가 산업의 승자를 고르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거대한 숫자를 외교 성과로 홍보한 뒤 실행 여부를 묻지 않는 태도도 책임 있는 산업정책이라 할 수 없다. 논어 학이편에는 “군자는 근본에 힘쓰니, 근본이 서면 도가 생긴다(君子務本 本立而道生)”는 말이 나온다. 9500억 달러라는 숫자는 가지다. 국내 공장과 연구소, 기술과 인재, 중소 협력업체는 뿌리다. 가지가 아무리 화려해도 뿌리가 굵어지지 않으면 그 나무는 한국 산업의 것이 아니다. 이번 협력은 한국에 찾아온 드문 기회다. 미국 AI 기업들은 더 많은 반도체와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하고, 한국은 이를 공급할 제조역량을 갖고 있다. 지금의 협상력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은 메모리 강국을 넘어 AI 생산과 실증, 서비스가 함께 움직이는 산업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 규모만 반복해서는 그 미래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몇 년 뒤 9500억 달러 중 얼마가 실제 매출로 실현됐는지, 국내에 몇 개의 공장과 연구소가 생겼는지, 몇 명의 기술자가 새 일자리를 얻었는지 물어야 한다. 한국 기업이 공급망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했는지도 따져야 한다. 9500억 달러는 출발선이지 성적표가 아니다. 진짜 성과는 달러로 발표되지만 원화 매출과 국내 투자, 한국의 기술과 국민의 일자리로 확인된다. 이제 박수를 거두자는 것이 아니다. 박수를 친 만큼 꼼꼼히 지켜보자는 것이다. AI 동맹의 크기는 계약서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그 협력 뒤에 한국에 남은 것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2026-07-27 10: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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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개혁, 보완수사권부터 없애고 보자는 식이어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달 말 국회 본회의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일부 범죄에는 전건 송치 제도를 적용하는 보완책도 제시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찰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검찰 권한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수사·기소의 집중을 해소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그러나 제도 개혁은 구호만 옳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제도가 실제 범죄 피해자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는지, 부실 수사를 누가 바로잡을지, 수사기관 사이의 책임 공백은 어떻게 막을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그동안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해 왔다. 검찰이 경찰의 1차 수사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할 경우 피해자를 보호할 대안이 있는지 물었고 억울한 피해자 한 명이라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와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근에는 정 장관의 사의 논란까지 불거졌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사의 표명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정 장관이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여러 차례 무력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무 장관조차 제도 설계에 충분한 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느낀다면 여당은 이를 정치적 반발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보완수사는 경찰 수사가 미흡하거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을 때 검사가 추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다. 검찰이 이를 수사권 확대의 통로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그렇다고 권한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능 자체를 없애는 것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보완수사의 범위와 기간을 제한하고 직접 수사가 가능한 요건을 법률로 엄격히 정하며 모든 과정을 기록·공개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성범죄와 아동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대형 경제범죄처럼 피해자의 진술과 복잡한 증거 분석이 중요한 사건은 한 차례의 부실 수사가 회복하기 어려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권한만 갖고 직접 확인하지 못한다면 사건이 경찰과 검찰 사이를 오가며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피해자에게는 수사기관 간 권한 다툼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진상 규명이 중요하다. 여당이 제시한 ‘7대 범죄 전건 송치’도 충분한 해답인지 의문이다. 적용 범죄의 기준이 무엇인지, 송치된 사건을 검찰이 어느 범위까지 검토할 수 있는지, 경찰의 수사가 미흡할 경우 누가 최종 책임을 지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일부 범죄만 예외로 두는 방식은 오히려 형사사법 체계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검찰개혁의 목표는 검찰이라는 기관의 권한을 줄이는 데만 있지 않다. 수사기관이 서로 견제하면서도 범죄에 제대로 대응하고 국민이 더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받도록 만드는 것이 본질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한 뒤 문제가 생기면 다시 제도를 고치겠다는 접근은 무책임하다. 형사사법 제도의 시행착오 비용은 정치권이 아니라 범죄 피해자와 국민이 부담한다. 국회는 법안 처리를 서두르기 전에 경찰과 검찰, 법원, 변호사단체, 피해자 지원단체와 일선 수사관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들어야 한다. 보완수사권을 폐지했을 때 예상되는 사건 지연과 부실 수사, 책임 소재를 구체적인 사례와 통계로 검증해야 한다. 중대 범죄에 대한 교차 검증 장치와 이의신청 절차, 피해자 구제 수단도 법률에 함께 담아야 한다. 검찰에 기존 권한을 그대로 두자는 것이 아니다.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면 그 범위를 최소화하고 외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검사의 자의적인 사건 확대와 별건 수사를 차단하고 보완수사 개시 사유와 결과를 기록하게 해야 한다. 반대로 경찰 수사가 부실했을 때 이를 바로잡을 책임 주체도 분명히 해야 한다. 개혁은 빠르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잘못 설계된 제도를 밀어붙였다가 되돌리는 과정에서 국민의 권리와 안전이 훼손될 수도 있다. 이는 개혁이 아니라 또 다른 혼란이다. 여당은 ‘검찰개혁 완수’라는 정치적 시간표보다 피해자 보호와 형사사법 체계의 안정성을 앞에 놓아야 한다. 주무 장관도 납득하지 못하고 일선에서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제도를 충분한 검증 없이 강행해서는 안 된다.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부실 수사를 막고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할 장치를 만드는 일이다. 없애고 나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무엇으로 대신할 것인지부터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2026-07-27 10: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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