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
조선 3사, '수주 호황' 넘어 '이익 호황' 진입하나
국내 조선 3사가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올해 1분기에는 고선가 선박 인도와 고부가 선종 확대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며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2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실제 성적표는 후판가와 인건비, 외주비, 환율 등 원가 변수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이달 말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실적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영업이익 규모 자체보다 수주잔고의 질(quality)이다. 조선사는 선박을 수주한 뒤 설계와 건조, 인도 과정을 거치며 매출과 이익을 나눠 인식하는 구조다. 수주 당시 선가와 원가 구조가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2021년 이후 선가 상승기에 확보한 선박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면서, 과거 쌓아둔 수주잔고가 실제 이익 체력으로 전환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가가 낮았던 시기의 저가 수주 물량이 줄고, 선가가 오른 뒤 확보한 선박 비중이 커지면서 같은 매출에서도 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는 의미다. 이미 1분기 실적에서 변화는 확인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8조1409억원, 영업이익 1조35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2%, 영업이익은 57.8% 증가했다. 조선 부문은 생산성 확대와 제품 믹스 개선 효과에 힘입어 매출 6조6963억원, 영업이익 1조1107억원을 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한화오션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2099억원, 영업이익 441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매출 2조9023억원, 영업이익 273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2% 늘었다. 다만 2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 전인 만큼 구체적인 수치를 예단하기 어렵다. 회사들도 미공개 실적에 대해서는 확인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실적의 핵심은 “얼마를 벌었느냐”보다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는 구조가 얼마나 본격화됐느냐”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등 계열 조선소의 고선가 물량 인도와 제품 믹스 개선 효과가 주요 변수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규제와 해운업계 선대 교체 수요 확대에 맞춰 친환경 선박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주잔고와 수익성 위주의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선가 물량들이 반영되며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LNG운반선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 상선 수주잔고가 수익성 개선의 기반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의 2026년 6월 말 기준 전체 수주잔량은 153척·기·건, 337억7000만 달러다. 이 가운데 상선 수주잔량은 125척, 252억5000만 달러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LNG운반선 수주잔량만 57척, 144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고선가 국면에서 확보한 LNG운반선 물량이 향후 매출로 반영될수록 상선 부문의 이익 체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플랜트와 특수선도 또 다른 축이다. 한화오션은 에너지플랜트 부문에서 13척·기·건, 36억5000만 달러, 특수선 및 기타 부문에서 15척·기·건, 48억7000만 달러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과 FLNG 등 고부가 프로젝트의 공정 진행이 매출과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저가 수주 물량은 지난해 대부분 해소됐다”며 “LNG운반선 비중이 높아지는 점이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가 부담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선가가 올라가 있고 환율도 높은 수준이어서 과거보다 수익성이 나올 수 있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2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선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수익성 개선의 지속 여부다. 과거 조선업 호황기에는 수주잔고 규모가 중요한 지표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수주했는지보다 어떤 선박을 어떤 조건으로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건조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고선가 물량이 실적으로 반영되는 속도와 생산 안정화 여부가 조선사의 이익 체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변수도 적지 않다. 후판 가격과 인건비, 외주비 부담은 여전히 수익성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조선소 인력난이 장기화하면서 외주비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고부가 선박 건조가 늘어날수록 공정 관리 능력도 중요해진다. 환율 역시 실적 변수다. 선박 계약은 대부분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원화 약세는 원화 환산 매출과 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헤지 비용과 평가손익도 함께 살펴야 한다. 하반기 신규 수주 흐름도 관건이다. 고선가 수주잔고가 이익으로 반영되는 구간에 들어섰더라도, 향후 발주가 둔화하면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 LNG선과 친환경 연료 추진선, 해양플랜트, 특수선 수주가 이어질지가 조선사의 실적 흐름을 가르는 다음 변수가 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도 하반기 실적 변수에 대해 특정 요인 하나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시장 상황 변동 등 복합 요인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선가 물량 인도 효과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지만, 글로벌 선박 발주 흐름과 원가 부담, 환율,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2분기 성적표는 단순한 이익 규모보다 국내 조선업이 수주잔고를 실제 수익으로 전환하는 단계에 들어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수주 호황이 생산성과 원가 관리 개선을 바탕으로 이익 호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확인할 부분이다.
2026-07-20 16:41:55
-
베트남-한국, 현대 금융생태계 구축 협력 확대…국제금융허브 조성 속도
베트남과 한국이 투자·무역 중심 협력을 넘어 결제 인프라와 자본시장, 녹색금융, 자산관리 등 현대 금융생태계 구축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양국의 금융 협력은 호찌민 국제금융센터(VIFC-HCMC) 조성과 맞물리며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13일 호찌민시에서는 호찌민 국제금융센터(VIFC-HCMC)와 주호찌민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공동으로 '베트남-한국 금융협력 포럼'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양국 정부 관계자와 금융기관, 은행, 기업, 전문가들이 참석해 금융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개회식에서 응우옌 흐우 후언 VIFC-HCMC 운영기구 부위원장은 "베트남과 한국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이후 경제협력이 새로운 발전 단계에 들어섰다"며 "양국 협력은 무역과 투자를 넘어 공급망, 첨단기술, 금융, 인재 양성, 기업 생태계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누적 투자액 920억 달러 이상으로 베트남 최대 외국인 투자국"이라며 "2026년 1∼2월 신규 투자액도 13억4000만달러로 전체 신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약 38%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국 교역 규모는 2025년 말 기준 약 946억달러에 달했으며 2030년까지 보다 균형적이고 지속가능한 15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응우옌 부위원장은 "베트남은 인프라 구축과 디지털·녹색 전환, 혁신산업 육성을 위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시기에 들어섰다"며 "국제 자본과 효과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더욱 깊고 다양한 금융시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VIFC-HCMC는 금융기관이 집적된 공간을 넘어 국제 자본과 기술, 전문인재를 연결하고 새로운 금융 모델을 실험하는 국제 금융허브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VIFC-HCMC는 자산관리와 국제 자본시장, 국제채권, 녹색금융, 핀테크, 국경 간 결제, 해양·항공 금융을 비롯해 신용평가, 회계감사, 중재, 금융인력 양성 등을 핵심 육성 분야로 제시했다. 한국 전문가들은 서울과 부산 금융중심지 조성 경험을 소개하며 도시별 산업 특성에 맞는 금융허브 모델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핀테크와 디지털 금융, 규제 샌드박스, 지속가능금융, 자산관리 분야의 경험이 VIFC-HCMC 구축 과정에 참고할 만한 사례로 평가됐다. 양측은 베트남의 높은 성장률과 젊은 인구, 디지털 기술 수용 능력에 한국의 선진 금융시스템과 자본시장,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접목하면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 연계와 공급망 금융, 녹색금융, 자국 통화 결제 확대, 금융시장 관리 경험 공유, 양국 기업의 시장 진출 지원 등을 우선 협력 분야로 선정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한·베트남 QR 기반 국경 간 결제 시스템 구축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한국금융결제원(KFTC)은 국가 간 결제망을 직접 연결하면 이용자가 해외에서도 기존 모바일뱅킹과 전자지갑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환전 비용을 줄이고 은행·카드사·핀테크 기업의 참여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FTC와 베트남 국가결제공사(NAPAS)는 지난 4월 23일 QR 결제 연계 협력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양국 간 결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부실채권 시장과 관련해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법·제도와 시장 인프라, 제도 역량, 디지털 플랫폼 등 네 가지 축을 기반으로 한 한국의 부실채권 관리 경험을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자산 정보 표준화와 시장 투명성 제고, 투자자 기반 확대, 통합 거래 플랫폼 구축이 부실채권 시장의 가격 형성과 유동성 개선, 전문 투자자 유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VIFC-HCMC 관계자는 "이번 포럼은 국제 금융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선진 금융시장의 경험을 공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한국을 비롯한 주요 금융 선진국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트남-한국 금융협력,호찌민 국제금융센터,국경간 결제
2026-07-20 16:41:18
-
-
-
-
-
-
-
'김건희 디올백 종결' 뒤집어 보는 경찰…권익위는 누구의 권익을 지켰나
경찰이 20일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대상은 유철환 전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사용하던 사무실 등이다. 경찰청 3대 특검 인계사건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6일 정 전 부위원장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적용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이다. 수사의 출발점은 300만원짜리 가방이 아니다. 권익위가 2024년 김건희씨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하는 과정에서 수뇌부가 실무진의 조사와 전원위원회의 심의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가 핵심이다. 당시 언론이 흔히 사용한 ‘무혐의’라는 표현도 정확하지 않다. 권익위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아니다. 형사책임의 유무를 확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를 조사해 수사기관이나 감사기관에 이첩·송부할 사안인지 판단하는 반부패 행정기관이다. 권익위가 내린 결론은 형사재판의 무죄판결이 아니라 신고사건의 종결 결정이었다. 그 종결 결정이 정상적인 조사와 심의를 거쳐 나왔는지를 경찰이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처벌 규정이 없다는 말로 덮을 수 없는 문제 사건은 202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 취임 후 서울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2023년 12월 19일 김씨와 윤 전 대통령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신고 접수 후 업무일 기준 116일이 지난 2024년 6월 10일 사건을 종결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신고사항을 접수일부터 6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하고, 보완이 필요할 때도 30일 범위에서만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권익위는 최장 90일의 법정 처리기간도 넘겼다. 정승윤 당시 부위원장은 대통령 배우자를 제재하는 규정이 청탁금지법에 없다는 점을 종결 이유로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과 가방 제공자의 직무 관련성, 가방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도 논의한 뒤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배우자 본인을 직접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는 설명 자체는 틀리지 않는다. 청탁금지법은 금품을 받은 공직자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실 하나로 사건 전체를 끝낼 수는 없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한다. 공직자가 배우자의 수수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를 처벌하는 구조도 두고 있다. 금품 제공자에 대한 제재 규정도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청탁금지법이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지 않는 대신 공직자의 신고 의무와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두고 있다는 법률 구조를 전제로 판단했다. 따라서 권익위가 확인했어야 할 대상은 김씨 개인의 처벌 가능성에 그치지 않는다. 가방 제공과 대통령 직무 사이에 관련성이 있었는지, 윤 전 대통령이 가방 수수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알게 된 뒤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거나 반환·인도 조치를 했는지, 제공자의 행위가 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는지까지 조사했어야 했다.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다는 문구는 조사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에 가까웠다. 권익위는 법률의 한 문장을 꺼내 사건 전체에 덮었다. 법조문을 좁게 잘라 읽으면 결론은 쉬워진다. 그러나 반부패기관의 임무는 권력자에게 가장 유리한 문구를 찾아주는 데 있지 않다.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법률이 요구하는 책임의 범위를 가려내는 것이 권익위가 해야 할 일이었다. 조사 마감일 밤, 조사 대상 대통령과 만난 권익위 2인자 2026년 출범한 권익위 정상화 추진 태스크포스의 조사 결과는 당시 종결 결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권익위 TF에 따르면 정 전 부위원장은 담당 부서의 의견과 달리 판단을 유보하고 추가 보완을 반복적으로 지시해 사건 처리를 지연시켰다. 전원위원회가 열리기 약 2시간 전에는 일부 정무직·상임위원을 따로 불러 수사기관 이첩이나 송부가 아닌 ‘사건 종결’을 처리 방향으로 제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더 심각한 대목은 대통령 관저 회동이다.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사건 처리기간 중 윤 전 대통령 등과 심야에 대통령 관저에서 약 1시간 동안 비공식 회동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동 시점은 당초 사건 처리 마감일 밤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배우자와 함께 권익위 신고사건의 피신고자였다. 조사기관의 수뇌부가 조사 대상자를 비공식적으로 만난 셈이다. 권익위가 회동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경찰이 밝혀야 한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사건 처리 방향에 관한 요청이나 언급이 있었는지, 회동 뒤 실무진에 어떤 지시가 내려갔는지, 회동 사실을 전원위원들에게 알렸는지가 수사의 중심에 놓인다. 조사 대상자와 조사기관 수뇌부의 비공식 접촉은 그 자체로 기관의 공정성을 훼손한다. 법률가라면 사건 당사자와 심판자의 접촉이 어떤 의심을 낳는지 모를 수 없다. 사건 당사자에게 특혜를 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혜를 의심할 만한 접촉부터 피하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다. 그런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면 법률 지식의 부족이 아니다. 직업적 양심의 문제다.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문구까지 의결서에 추가 TF가 확인한 의결서 작성 과정도 정상적인 행정기관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권익위 의결서는 원칙적으로 사건을 조사한 담당 부서가 전원위원회의 논의와 의결 내용에 따라 작성한다. 그런데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상정 의안에 없거나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하지 않은 사항을 의결서에 직접 추가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전원위원회는 장식물이 아니다. 여러 위원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사건을 심의하고 다수 의견으로 결론을 내리도록 만든 합의제 기관이다. 회의 전에 결론을 정해 놓거나 회의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사후에 의결서에 넣었다면 합의제 의사결정의 외형만 빌린 셈이다. 의결서는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설명문이 아니다. 실제 회의에서 논의하고 결정한 내용을 기록하는 공문서다. 수뇌부가 원하는 결론에 맞춰 의결서의 논리를 사후 보강했다면 전원위원들의 심의권과 실무진의 고유 업무를 침해했는지가 문제 된다.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한다. 대법원은 실무 담당자에게 법령과 절차에 따른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있는데도 상급자가 그 기준과 절차를 어기도록 지시한 경우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 경찰은 정 전 부위원장과 유 전 위원장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실무진이 원래 작성한 보고서와 최종 의결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전원위원들의 독립적인 판단이 침해됐는지를 문서와 전자정보로 확인해야 한다. 직권남용죄 성립은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무진이 법령상 의무가 없는 일을 실제로 했거나 고유한 권한 행사가 방해된 결과까지 입증해야 한다. 이번 압수수색의 성패도 그 연결고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복원하느냐에 달렸다. 반대 의견을 낸 간부에게 돌아온 발언 제한과 업무 배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가장 참담한 대목은 실무 책임자였던 김모 부패방지국장의 죽음이다. 김 국장은 명품가방 사건이 종결된 지 약 두 달 뒤인 2024년 8월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공개된 김 국장의 메시지에는 “지난 20년간 만든 제도를 제 손으로 망가뜨렸다”, “가방 건과 관련된 여파가 너무 크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국장은 종결 결정에 반대 의견을 표시한 권익위원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한 사람의 죽음을 특정 사건 하나와 곧바로 연결해 형사책임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권익위 자체 TF가 확인한 조직 내부의 처우는 별개의 문제다.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사건 종결에 반대했던 김 국장의 회의 발언권을 제한하고 주요 사건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토대로 공개적으로 비난한 정황을 확인했다. 권익위는 해당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정 전 부위원장의 현 소속기관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 고인과 유족에게 기관 차원의 사과도 결정했다.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실무자의 의견이 조직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발언 제한과 업무 배제로 돌아왔다면 권익위의 내부 통제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반대 의견을 설득하지 못하자 사람을 배제하고 결론을 밀어붙이는 조직에서 합의제 의사결정은 작동할 수 없다. 부하 직원에게 청렴을 교육하면서 정작 수뇌부는 권력자의 사건 앞에서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면 그보다 모순적인 일도 없다. 법률가의 지식이 권력의 방패가 될 때 유 전 위원장과 정 전 부위원장은 모두 법률가다. 유 전 위원장은 판사 출신이고 정 전 부위원장은 검사 출신 법학교수다. 법률의 문언과 행정절차가 왜 존재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법률가 출신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책임은 법조문을 많이 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권력자가 불편해하더라도 법과 절차에 따라 판단하고, 실무자가 외압 없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그 일을 하라고 장관급 위원장과 차관급 부위원장 자리를 맡긴다. 법률 지식을 권력자의 책임을 가리는 데 사용하면 무지보다 해롭다. 법을 모르는 사람은 잘못 해석할 수 있지만, 법을 아는 사람이 결론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문구를 찾아 붙이면 법률은 책임을 묻는 기준이 아니라 책임을 피하는 기술로 전락한다. 청탁금지법에 대통령 배우자 직접 처벌 규정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은 없다. 국민이 권익위에 물은 것은 법 조항 한 줄이 아니었다. 대통령 배우자가 고가의 금품을 받고 대통령이 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최고 권력자에게도 일반 공직자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지를 물었다. 권익위 수뇌부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116일을 끈 뒤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는 설명을 내놓고 사건을 닫았다. 그 과정에서 조사 대상 대통령과 비공식 회동이 있었고, 회의 직전 종결 방향을 제시했으며,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내용이 의결서에 들어갔다는 것이 권익위 자체 조사 결과다. 이런 정황이 확인되고도 공직자의 재량이나 법률 해석의 차이라고 둘러댈 수는 없다. 재량은 정해진 절차 안에서 행사할 때 보호받는다. 법률 해석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반대 의견을 검토한 뒤 내놓아야 설득력을 얻는다. 결론을 정해 놓고 절차를 거꾸로 밟았다면 재량이 아니라 권한의 사유화다. 권익위가 잃은 것은 한 사건의 신뢰가 아니다 권익위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반부패 총괄기관’이라고 소개한다.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을 관장하고 공직사회 청렴도를 평가하며 부패 신고자를 보호하는 기관이다. 그런 기관이 최고 권력자의 배우자 사건 앞에서 처리기간을 넘기고, 조사 대상자와 수뇌부가 비공식으로 만나고, 실무진의 반대 의견을 누르고,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내용까지 의결서에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익위가 잃은 것은 김건희씨 사건 하나에 대한 신뢰가 아니다. 일반 공무원과 국민에게 청렴을 요구할 자격을 잃었다. 민원인에게 절차를 지키라고 말하고 공직자에게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신고하라고 교육하면서 대통령 부부에게는 법의 빈틈부터 찾아줬다는 인식이 남았다. 공직자는 정권과 함께 일할 수 있지만 정권을 위해 일해서는 안 된다. 임명권자에게 인간적인 의리를 느낄 수는 있어도 법률상 직무를 그 의리 아래 둘 수는 없다. 권력자의 눈치를 살펴 결론을 정하는 사람이라면 반부패기관의 수뇌부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된다.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경력, 판사와 검사를 지냈다는 이력, 법을 가르친다는 직함도 공직자의 양심을 대신하지 못한다. 오히려 법과 절차를 잘 아는 사람이 본분을 저버렸다면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경찰 수사는 누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 밝히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대통령 관저 회동과 사건 지연, 사전회의, 의결서 수정, 실무진 배제 사이에 어떤 연결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권익위의 독립적인 심의 절차가 권력을 위해 훼손됐다면 그 책임을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물어야 한다. 권익위 간판에는 아직도 ‘청렴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그 문구를 다시 사용할 수 있으려면 먼저 권익위 내부에서 벌어진 일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반부패기관의 신뢰는 홍보 문구나 사과문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권력 앞에서 법을 굽힌 사람이 누구인지 가려내고 그에 맞는 책임을 묻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2026-07-20 16:05:05
-
두산에너빌리티, 원전·가스터빈 앞세워 A급 복귀…사업 체질 바꿨다
2020년 두산중공업은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총 3조6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았다. 그룹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등 고강도 자구책도 뒤따랐다. 석탄화력과 대규모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비중이 높았던 국내 대표 발전 기자재 기업이 생존을 걱정하던 시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6년이 지난 올해 두산에너빌리티는 회사채 시장에서 A급 신용도를 되찾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월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올렸고, NICE신용평가도 6월 같은 등급을 부여했다. 원전·가스터빈 수주 확대와 실적 개선 전망 등이 반영됐다. 등급 상향의 배경에는 단순한 수주 증가를 넘어선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가 있다. 과거 수익성이 낮았던 석탄발전 물량을 줄이고 원전 주기기와 가스터빈, 장기 유지보수 서비스 등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 비중을 높인 결과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현재 회사 사업은 원자력과 SMR, 가스터빈, 풍력 등으로 볼 수 있다”며 “원자력과 가스터빈 사업은 단기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지난 6월 29일 공개한 투자자 대상 NDR 자료에도 이런 변화가 담겼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중장기 전략을 ‘원자력·가스 중심 고수익 사업 전환’으로 규정했다. 저수익 석탄 물량을 소진하고 원전과 가스터빈 기자재, 서비스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말 23조원이던 에너빌리티 부문 수주잔고가 올해 말 29조원, 2030년 47조7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사업 수주잔고 비중도 지난해 75%에서 2030년 81%로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이는 확정 실적이 아닌 회사의 중장기 목표다. 매출은 올해 7조4000억원에서 2030년 11조7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영업이익률은 5.4%에서 9.9%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4조2611억원, 영업이익은 233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13.7%, 63.9% 증가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부문 영업이익도 57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원전과 가스터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실적을 뒷받침한다. 대형 원전은 장기간 공장 가동과 수주잔고를 유지하는 기반이고, 가스터빈은 기자재 공급 이후 유지보수와 부품 교체를 통해 반복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다. 원전에서는 체코 두코바니를 비롯한 해외 사업과 국내 신규 원전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SMR 분야에서는 X-에너지와 핵심 소재 예약계약을 체결했고, 테라파워와 주기기 제작계약을 맺었다. 다만 프로젝트마다 예약계약과 제작계약, 공급 참여 검토 등 단계가 달라 이를 모두 확정된 양산 수주로 보기는 어렵다. 가스터빈은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1분기 북미 데이터센터용 7기와 국내 복합화력용 3기 등 총 10기를 수주했다. 미국 누적 수주도 12기로 늘었다. 두산에너빌 관계자는 “특정 시장을 정해놓기보다 수요가 있는 시장에 최대한 공급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회사는 가스터빈 누적 수주를 지난해 13기에서 2034년 110기로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연간 서비스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급한 터빈이 늘수록 장기 정비와 부품 교체 대상도 누적되는 구조를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A급 복귀는 원전과 가스터빈 업황 개선뿐 아니라 수주잔고의 구성을 바꿔온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2030년 수주잔고 47조7000억원과 영업이익률 9.9%는 경영 목표다. SMR 사업이 본계약과 양산으로 이어지고 가스터빈 공급이 장기 서비스 매출로 전환돼야 체질 변화가 실적으로 완성된다. 늘어난 수주를 이익과 현금으로 바꾸는 실행력이 향후 신용도 개선을 가를 전망이다.
2026-07-20 16:04:01
-
풍산 탄약사업 매각설 일단락…류진 "한화에 지금은 안 판다"
풍산 탄약사업 매각 검토는 실제로 진행됐지만 최종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방산사업의 시장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매각 가능성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풍산은 현재 탄약사업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번 검토 과정은 풍산이 높은 수익성을 가진 방산부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향후 사업구조를 어떤 방향으로 재편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다시 불러왔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제주 기자간담회에서 “방산이 잘 되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 가치가 있을까 궁금해서 매각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지만, 지금은 안 팔기로 했다”고 했다. 지난 4월 풍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매각·인수 검토 중단을 공시한 데 이어 류 회장이 직접 거래 종료를 재확인한 것이다. 매각 대상은 풍산 전체가 아니라 탄약 제조사업을 중심으로 한 방산부문이었다. 4월 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풍산 탄약사업 인수를 위한 비공개 입찰에 참여해 최종제안서를 냈다는 보도가 나왔고, 풍산은 사업구조 개편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같은 달 9일 한화는 인수 검토 중단을, 풍산은 “탄약사업 매각과 관련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공시했다. 거래가 성사됐다면 국내 방산업계 판도를 바꿀 사안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등 화력체계를 수출하고 있고, 풍산은 소구경탄부터 155㎜ 대구경탄까지 생산한다. 시장에서는 한화가 탄약사업을 확보하면 무기체계와 탄약을 묶은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거론된 매각가격은 약 1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다만 가격과 거래 구조는 업계 추산으로, 양사가 공식 확인한 내용은 아니다. 풍산이 매각을 접은 배경으로는 방산부문의 높은 수익성이 꼽힌다. 풍산의 2025년 연결 매출은 5조485억원이며, 방산부문 매출은 1조3115억원으로 약 26%를 차지했다. 반면 법인세비용차감전이익은 방산이 2108억원으로 신동부문 217억원의 약 10배였다. 방산은 매출 규모보다 수익 기여도가 높은 핵심 사업이다. 글로벌 탄약 수요 증가도 사업 가치를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유럽은 155㎜ 포탄 부족을 겪었고, 각국은 탄약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탄약 생산기반은 단순 제조시설을 넘어 전략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류 회장 설명도 자금 확보 목적의 매각과는 거리가 있다. 방산사업의 시장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취지다. 그는 방산 수익을 부산 부지 개발과 골프장·호텔 등 신사업에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다만 수익성이 높은 방산사업을 활용한 자산 재배치가 주주가치를 높이는지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투자 규모와 예상 수익률, 자금 회수 계획 등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풍산의 사업구조 개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방산부문 물적분할을 추진했다가 소액주주 반발로 철회했다. 이번 매각 검토까지 핵심 방산사업을 분리하려는 구상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논란은 남아 있다. 승계 문제와 방산 규제를 매각 배경으로 연결하는 해석도 있었지만, 풍산이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는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였다. 매각 검토 과정과 중단 배경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류 회장의 “안 판다”는 발언으로 한화와의 거래 가능성은 일단락 됐지만, 풍산 방산사업의 향후 운영 방향과 재투자 계획,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설명 과제는 남아 있다.
2026-07-20 16:03: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