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9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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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를 지키려거든, 조희대는 물러가라
[이코노믹데일리]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이 예전 같지 않다. 단순한 불신을 넘어, “이 법원이 정말 공정한가”라는 질문이 일상적인 의문이 됐다. 특정 판결 하나에 대한 반발이 아니다. 절차와 태도, 그리고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누적된 결과다. 그 중심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있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의 사법농단이 외부 권력과의 부적절한 관계에서 비롯된 위기였다면, 지금의 문제는 사법 스스로 정치적 오해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 비롯됐다. 부산지법 김도균 부장판사가 내부망에 남긴 글은 그 기류를 분명히 드러낸다. 이례적인 절차 운용은 정치적 편향이라는 비판을 부를 수 있고, 이는 법원의 신뢰를 잠식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현직 판사가 최고법원의 재판 방식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장면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내부에서조차 납득하지 못하는 절차라면, 국민이 선뜻 신뢰하기는 더 어렵다. 논란의 출발점은 전원합의체 회부 과정이었다. 2025년 4월 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소부에 배당하자마자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그날 바로 첫 합의기일이 열렸고, 이틀 뒤 두 번째 기일이 진행됐다. 회부 9일 만에 선고기일이 지정됐다. 속도만 놓고 보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원합의체 회부는 대법원장의 권한이다. 문제는 그 권한을 행사한 맥락과 방식이다. 6만여 쪽에 달하는 기록이 두 차례 합의만으로 충분히 검토됐는지, 연구관 보고와 주심 대법관의 검토가 얼마나 충실히 이뤄졌는지에 대해 대법원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청주지법 송경근 부장판사가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도 이 지점이다. 위법 여부를 다투는 차원이 아니라, 최고법원이 스스로 절차적 신뢰를 충분히 확보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최고 사법기관의 판단은 합법이라는 형식만으로 존중받지 않는다. 납득 가능한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왜 그처럼 서둘러야 했는지, 왜 전원합의체라는 중대한 절차를 즉각 가동했는지 국민 앞에서 설명하지 않았다. 침묵은 때로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법 수장의 침묵은 설명 책임을 다하지 않는 태도로 읽힐 위험이 더 크다. 정치권은 곧바로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위는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개혁안의 타당성과는 별개로, 사법 리더십이 정치적 논쟁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 현실은 사법부에 부담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 아래에서는 의미 있는 개혁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사법부가 정치적 계산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그 책임을 온전히 외부로만 돌릴 수는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재판의 독립을 강조했다. 법관들에게 헌법만을 믿고 당당히 재판하라고 당부했다. 원칙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독립은 선언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지도자의 태도가 스스로 의혹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그 말은 힘을 잃는다. 공자는 말했다. “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기신정 불령이행 기신부정 수령불종)” 몸이 바르면 명하지 않아도 따르고, 몸이 바르지 않으면 명해도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이 의심받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독립을 강조해도 설득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5부 요인 오찬 자리에서 사법부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했다. 알고 있다는 인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설명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까지는 원칙의 언어가 앞섰고, 구체적 해명은 보이지 않았다.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에 침묵을 택한 리더십은 결국 책임의 문제로 돌아온다. 대법원장직은 개인의 영예가 아니다. 사법부 전체를 상징하는 자리다. 사법개혁 논의가 인물 공방으로 흐르며 제도 설계 논의가 가려지고 있다면, 그 자체가 사법부의 부담이다. 논란이 계속되는 한 사법부 전체의 신뢰도 함께 소모된다. 맹자는 “民為貴 社稷次之 君為輕(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이라 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나라가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는 뜻이다. 공공의 신뢰가 흔들릴 때 지도자의 자리는 절대적일 수 없다. 사법 신뢰가 최우선 가치라면, 개인의 임기는 그보다 가볍다. 지금 문제는 판결의 결론이 옳았는지 여부를 넘어선다.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이 국민적 의문에 충분히 응답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로 인해 사법부 전체가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는 점이 본질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그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선택이 조희대 대법원장 앞에 놓여 있다. 논란을 끌고 가며 사법부를 계속 소모시키는 길과, 책임을 짊어지고 결단하는 길이다. 사법부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복잡하지 않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사법부의 신뢰를 되살리는 첫걸음이다.
2026-02-20 09: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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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승리, 가문의 패배…구광모 회장이 새겨야 할 것
법은 차갑다. 증거와 절차, 문서와 진술에 따라 판단한다. 이번 LG가 상속 소송 1심 판결도 그 원칙을 따랐다. 재산분할 협의는 유효했고 기망은 인정되지 않았다. 구광모 회장은 법적으로 승소했다. 그러나 기업은 법정의 언어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특히 ‘가문’이라는 상징을 짊어진 한국 대기업 총수라면 더욱 그렇다. 법적 승소가 모든 책임의 종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질문은 이제부터다. 왜 LG가 오랫동안 지켜온 질서와 전통이 법원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는가. LG는 한국 재계에서 오랫동안 예외적인 존재로 불려왔다. 다른 그룹에서 반복돼온 형제 간 분쟁과 달리 비교적 조용한 승계와 절제된 갈등 관리, 원칙을 중시하는 문화가 LG의 정체성이었다. 장자 승계의 관행은 안정적으로 이어졌고 가족 간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 이미지는 단순한 미담이 아니었다. 기업 경영에서 예측 가능성과 내부 안정성은 곧 신뢰다. 투자자와 시장은 실적뿐 아니라 지배구조의 품격을 본다. LG는 그 품격을 중요한 무형 자산으로 축적해왔다. 이번 소송은 그 자산에 균열을 냈다. 상속 문제로 가족이 법정에서 다퉜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을 흔들었다. 경영권을 둘러싼 노골적 충돌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LG에는 갈등이 없다”는 인식은 더 이상 온전하지 않다. 법적 결론과는 별개로, 사회적 평가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상속은 본질적으로 민감한 문제다. 거액의 재산이 걸린 상황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그것 자체가 곧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문제는 과정과 리더십이다. 총수는 단순한 상속인이 아니다. 가문과 기업의 얼굴이다. 법적 정당성뿐 아니라 도덕적 설득력과 관계의 품격까지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것은 법률적 하자의 유무가 아니라 내부 신뢰의 균열이다. 협의가 있었다고 해도, 왜 그 협의가 수년 뒤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성찰은 남는다. 법원은 “유효하다”고 판단했지만 사회는 “왜 법정까지 갔는가”를 묻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의 기본 원칙은 분명하다. 투명성과 소통이 갈등을 줄인다. 오너 기업일수록 그 중요성은 더 크다. 총수의 권한은 막강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 내부 합의가 외부에서 의심받는 단계까지 간 것은 결과적으로 리더십의 상처로 남는다. 더욱이 LG는 ‘조용한 리더십’을 하나의 브랜드로 삼아왔다. 공격적 경영보다 안정적 성장, 분쟁보다 합의를 중시해왔다. 그 전통이 이번 사안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물론 법정 다툼의 모든 책임을 총수 개인에게 돌릴 수는 없다. 가족 간 갈등은 본질적으로 복잡하다. 그러나 총수의 자리는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자리다. 법적 승소는 최소한의 조건일 뿐, 도덕적 권위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세계 시장에서 ESG와 거버넌스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오너 리스크에 민감하다. 가족 분쟁은 곧 경영 안정성에 대한 의문으로 번지기 쉽다. 이번 판결로 법적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지만 신뢰의 손상은 숫자로 환산하기 어렵다. LG는 배터리, 전장, 인공지능, 친환경 소재 등 미래 산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사업이 아무리 확장돼도 신뢰가 흔들리면 기업의 무게는 가벼워진다. 신뢰는 공장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이고 한 번 금이 가면 회복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구광모 회장은 비교적 젊은 총수로 세대교체의 상징이었다. 디지털 전환과 미래 사업을 앞세워 새로운 LG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가문의 전통과 내부 통합을 지켜냈어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리더십은 법의 최소선을 넘어서는 책임을 요구한다. 이번 사안은 한 개인의 승패를 넘어 한국 오너 기업 문화에 질문을 던진다. 지속 가능하려면 권한만큼 투명성과 설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LG가 오랫동안 지켜온 품격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상징은 반복될 때 힘을 잃는다. “LG는 다르다”는 말이 더 이상 자동으로 나오지 않는 순간 그것이 가장 큰 손실이다. 법정에서의 승리는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나 기업의 진짜 평가는 시장과 사회의 기억 속에 남는다. 구 회장이 이번 일을 단순한 법적 승소로 정리한다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클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어가 아니라 성찰이다. 가문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내부 소통을 어떻게 재정비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총수의 자리는 영광이 아니라 책임의 자리다. 법정의 문은 닫혔을지 몰라도 사회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6-02-12 17: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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