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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일할수록 보안팀도 바빠진다"…기업들 AI 확산에 보안 투자도 확대
[경제일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기업 업무 전반으로 빠르게 침투하면서 기업들의 정보보호 투자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보안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AI 투자가 정보보호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과거 해킹이나 악성코드 등 외부 공격을 막는 데 집중했던 보안의 범위가 AI 모델과 데이터,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넓어지고 있다. 15일 IT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AI 도입 확대와 함께 정보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통신과 금융 등 대규모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다루는 산업을 중심으로 보안 인력과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AI가 기업의 업무 환경에 들어오면서 보안팀이 관리해야 할 영역도 늘어났다. 임직원이 생성형 AI에 사내 문서나 고객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입력할 경우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AI 시스템과 외부 AI 서비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보안 취약점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AI가 기존 업무 시스템과 연결되면서 보안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단순히 AI 모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AI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떤 업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지, 생성된 결과물을 어떻게 검증할지까지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하는 공격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공격자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피싱 문구를 제작하거나 악성코드 개발을 지원받고, 취약점 탐색과 공격 과정의 일부를 자동화할 수 있다. 공격 속도와 규모가 커질수록 기존의 인력 중심 보안관제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기업들의 보안 투자 역시 AI와 결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AI를 활용해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보안 로그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반복적인 보안 대응 작업을 자동화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AI가 공격에 활용되는 만큼 방어에도 AI를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이다. IT 기업뿐만 아니라 보안이 중요한 금융권에서도 보안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과 카드,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는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계좌와 결제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어 AI 도입 과정에서 데이터 보호와 접근통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AI 산업의 비용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AI 투자라고 하면 GPU와 데이터센터, AI 모델 개발 등에 집중됐지만 앞으로는 AI 서비스를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한 보안 솔루션과 전문 인력, 데이터 관리 체계까지 투자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기업의 AI 경쟁력이 단순히 얼마나 많은 AI 서비스를 도입했는지로 결정되는 시대에서 벗어나 AI를 업무에 빠르게 적용하는 동시에 데이터와 시스템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춰야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AI 투자가 늘어날수록 정보보호 투자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가 본격화되면서 보안이 AI 사업의 부수적인 비용이 아니라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보안 문제로 발전된 AI를 즉각 실제 업무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고, 다른 IT 업계 관계자는 "본사와 자회사 모두 보안 부서를 따로 보유해 보안에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6-08-1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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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3주체를 다시 짜라 ②소비자편
[경제일보] 인공지능(AI)이 소비자의 일상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검색과 쇼핑, 금융 상담, 보험 심사, 대출 추천, 콘텐츠 소비, 교육, 의료 상담까지 AI가 개입하는 영역이 빠르게 넓어지는 모습이다. 소비자는 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에 쓰이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도 늘고 있다. 24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소비자의 클릭 기록, 검색 이력, 결제 정보, 이동 경로, 신용 정보, 건강 정보, 소비 패턴 등은 AI 학습과 맞춤형 서비스의 주요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를 기반으로 개인별 추천과 광고, 금융상품, 콘텐츠 노출 순서를 조정하고 있다. AI시대 소비자는 단순한 구매자를 넘어 데이터 제공자이자 알고리즘 판단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AI 확산에 따른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올해 1월 AI 기본법을 시행하면서 의료, 금융, 교통, 원전 등 민감 분야의 고영향 AI에 대해 인간 감독과 투명성 확보를 요구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AI 모델·시스템 개발자와 제공자가 개인정보 유출, 딥페이크에 따른 인격권 침해 등 새로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AI 프라이버시 리스크 관리 모델’을 공개했다. 금융권의 변화도 빠르다. 은행과 카드사, 보험사, 핀테크 기업들은 AI 상담, 이상거래 탐지, 신용평가, 맞춤형 상품 추천, 보험금 심사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AI 활용 확대와 함께 설명 가능성, 책임 소재, 소비자 보호 기준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AI 상담과 대출심사는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지만, 소비자가 왜 특정 상품을 추천받았는지, 왜 대출 한도나 금리가 다르게 산정됐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 AI의 핵심은 속도보다 설명 책임”이라고 말했다. AI가 골라주는 시대, 소비자는 더 자유로워졌나 AI 추천 서비스는 소비자의 선택 방식을 바꾸고 있다. 과거 소비자는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비교하고 선택했다. 지금은 플랫폼이 소비자의 검색 기록과 구매 이력, 위치, 관심사를 분석해 상품과 콘텐츠를 먼저 제시한다. 쇼핑몰은 개인별 추천 상품을 배열하고 금융 플랫폼은 맞춤형 대출과 카드, 보험상품을 보여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포털, 뉴스 플랫폼도 이용자의 선호를 기반으로 콘텐츠 노출 순서를 조정한다. 문제는 추천이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선택의 범위를 좁힐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범위 안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가 상단에 노출되는 이유, 추천 기준에 광고나 수수료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AI 추천은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지만 플랫폼이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보여주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정보 비대칭이 커질 수 있다”며 “추천의 편리함과 소비자의 알 권리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는 공짜 원료가 아니다 AI 서비스의 기반은 데이터다. 소비자가 남긴 정보가 많을수록 AI는 더 정교한 추천과 예측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 활용이 늘어날수록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금융, 의료, 교육, 이동 정보처럼 민감한 데이터가 결합되면 개인의 생활 패턴과 경제 상황, 건강 상태까지 추정할 수 있다. 개인정보위가 AI 프라이버시 리스크 관리 모델에서 개인정보 유·노출뿐 아니라 딥페이크로 인한 인격권 침해를 새로운 위험으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AI가 만든 이미지와 음성, 영상은 소비자 피해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보이스피싱과 투자 사기, 허위 광고, 유명인 사칭, 딥페이크 범죄가 AI 기술과 결합하면 피해 규모와 확산 속도가 커질 수 있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기존 개인정보 유출은 계정 탈취나 스팸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AI시대에는 유출된 정보가 음성 합성, 얼굴 합성, 맞춤형 사기 문구에 활용될 수 있다”며 “소비자 보호의 기준도 단순 정보보호에서 신원과 평판 보호로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AI의 편리함 뒤에 남는 설명 책임 금융 분야는 AI가 소비자 권리와 직접 충돌할 수 있는 대표 영역이다. AI가 대출 한도와 금리, 카드 발급 가능성, 보험 가입 심사, 이상거래 탐지, 투자상품 추천에 활용되면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과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편리한 상담과 빠른 심사는 장점이지만 잘못된 데이터나 편향된 모델이 적용되면 불합리한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AI가 판단했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 한도가 줄었는지, 왜 보험 가입이 거절됐는지, 왜 특정 투자상품이 추천됐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AI 판단에 오류가 있다면 이의를 제기하고 사람이 다시 검토할 수 있는 절차도 필요하다. 한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는 “AI가 금융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 수는 있지만 설명할 수 없는 AI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충돌할 수 있다”며 “특히 고령층이나 금융 취약계층은 AI 상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 별도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약자를 방치하면 AI 격차는 생활 격차가 된다 AI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디지털 취약계층의 문제도 커질 수 있다.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디지털 기기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는 AI 기반 서비스에서 배제되거나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 점포와 대면 창구가 줄고 모바일 앱과 챗봇 상담이 늘어날수록 이 같은 격차는 금융 접근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AI 학습 서비스는 개인별 맞춤 교육을 제공할 수 있지만 기기와 네트워크, 결제 능력이 부족한 가정은 혜택을 충분히 누리기 어렵다. AI 건강관리 서비스도 스마트기기 활용 능력과 데이터 접근성에 따라 이용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시대 소비자 정책이 ‘피해 구제’ 중심에서 ‘역량 강화’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AI 추천과 자동화된 판단을 이해하고 개인정보 제공 여부를 선택하며 부당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I시대 소비자는 더 빠른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시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한다. 편리함은 공짜가 아니다. 소비자의 데이터가 기업의 수익과 AI 성능을 높이는 원료가 되는 만큼 소비자에게도 정보 접근권과 설명 요구권,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 한 소비자정책 전문가는 “AI시대 소비자 보호의 핵심은 기술을 막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기술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데이터 주권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AI 편익은 일부 기업과 플랫폼에 집중되고 소비자는 판단의 객체로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7-24 11: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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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금융·기술·채용 지원 확대…협력사 관리 전면 강화
[경제일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배터리 업계 경쟁력이 개별 기업을 넘어 생태계 경쟁으로 확장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협력사 지원 확대를 통해 공급망 안정화와 동반성장 강화에 나섰다. 단순 납품 관계를 넘어 금융·기술·인재 육성까지 포괄하는 산업 생태계 전략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7일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협력사들과 동반성장 파트너십 협약식을 열고 상생 협력 프로그램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행사에는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협력사 대표,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 등 약 20명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공정거래 기반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협력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금융·기술 보호·인재 채용·ESG 대응 등 협력사 운영 전반에 걸친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배터리 산업 구조 변화와 맞물린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재편되면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뿐 아니라 소재·장비·부품 협력사 경쟁력까지 공급망 안정성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배터리 업계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 공급망 규제, ESG 요구 강화 등으로 협력사 관리 중요성이 한층 커진 상황이다. 글로벌 고객사들이 단순 가격 경쟁력을 넘어 공급망 투명성과 ESG 수준까지 평가 요소로 반영하면서 협력사 역량이 전체 사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금융 지원을 통해 협력사의 경영 안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저리 자금 대출과 신용보증서 발급 절차 간소화, 대금결제 정보 관리 체계 개선 등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 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완화한다는 전략이다. 기술 분야에서는 기술자료 임치제를 도입해 협력사의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 보호를 강화한다. 기술자료 임치제는 핵심 기술 자료를 제3의 기관에 보관해 기술 탈취와 분쟁 리스크를 줄이는 제도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산업 특성상 소재·공정 기술 보호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협력사 기술 보호 체계 역시 경쟁력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인재 확보 지원도 강화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협력사 전용 온라인 채용관을 운영하고 교육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중소 협력사의 채용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배터리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 인력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협력사 인력난 해소 역시 공급망 안정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ESG 규제 대응 컨설팅과 전문 인력 교육, 스마트러닝 지원 등도 병행한다.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ESG 기준 충족 여부가 납품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만큼 협력사의 ESG 대응 역량 강화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행보를 단순 상생 활동을 넘어 공급망 내재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협력사 네트워크 확보가 생산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 고객 대응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는 충북을 대표하는 미래산업 현장이자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거점"이라며 "이번 협약이 협력사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대기업과 협력사가 함께 경쟁력을 높이는 상생협력의 모범 사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금융지원, 기술보호, 인재육성, ESG 대응 등은 협력사들이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라며 "국회에서도 공정한 하도급 거래 질서가 현장에 뿌리내리고, 충북의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가 더욱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적·제도적 뒷받침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앞으로도 협력사의 성장 가속을 위해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며 "협력사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동반성장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했다.
2026-05-07 11: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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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에서 생활 플랫폼까지…쿠팡 성장과 질주의 역사
[경제일보] 밤늦게 주문한 상품이 다음 날 새벽 문 앞에 놓여 있는 경험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생수 한 묶음부터 반려동물 용품, 신선식품, 가전제품까지 필요한 물건이 빠르게 도착하는 풍경은 한국 소비자의 일상이 됐다. 이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업이 쿠팡이다. 쿠팡은 단순히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라 배송 속도와 소비 기대치 자체를 바꾼 회사로 자리 잡았다. 출발은 소셜커머스 시대였다. 창업 초기 쿠팡은 할인 쿠폰과 공동구매 중심 플랫폼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시장은 오래 머물 자리가 아니었다. 경쟁사는 많았고 진입 장벽은 낮았다. 쿠팡은 일찍 방향을 틀었다. 남이 만든 물건을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물류망을 갖추는 길을 택했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유통사의 판을 바꾼 승부수가 됐다. 로켓배송은 쿠팡을 설명하는 핵심 단어다. 자체 물류센터와 배송 인력을 바탕으로 주문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통제하는 방식은 당시만 해도 파격에 가까웠다. 소비자는 배송비와 대기 시간에 대한 불만에서 벗어났고, ‘언제 오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오느냐’를 따지기 시작했다. 쿠팡은 배송을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핵심 상품으로 바꿔 놓았다. 로켓배송의 의미는 속도에만 있지 않았다. 대량 물류 운영 능력, 재고 관리, 지역별 수요 예측, 고객 경험 설계가 동시에 맞물려야 가능한 모델이었다. 전국 단위 물류 인프라를 먼저 구축한 기업만 누릴 수 있는 경쟁력이기도 했다. 후발 주자가 따라오기 쉽지 않은 이유다. 쿠팡의 성장에는 와우멤버십도 중요한 축이었다. 일정 금액을 내면 무료배송과 각종 혜택을 누리는 회원 모델은 고객을 플랫폼 안에 오래 머물게 했다. 반복 구매가 늘고 고객 충성도가 높아질수록 물류 투자 효율도 커졌다. 단순 쇼핑몰에서 생활형 구독 플랫폼으로 성격이 바뀐 배경이다. 사업 외연도 빠르게 넓어졌다. 쿠팡이츠는 음식배달 시장에 뛰어들었고 쿠팡플레이는 콘텐츠 영역으로 확장했다. 대만 등 해외 시장 진출도 시작됐다. 쇼핑 앱 하나를 넘어 소비자의 시간을 두고 경쟁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이동한 셈이다. 한때 쿠팡의 이름 앞에는 ‘적자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물류센터와 인력, 기술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 확대와 운영 효율 개선이 이어지며 수익성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규모 투자 뒤에 어떤 숫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기업 가치의 핵심 기준이 됐다. 기술 기업으로서의 색채도 짙어지고 있다. 수요 예측과 추천 시스템, 물류 동선 최적화, 자동화 설비, 광고 플랫폼 고도화는 모두 데이터와 기술이 핵심이다. 쿠팡이 단순 유통회사가 아니라 기술 기반 리테일 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다만 성장 속도가 빨랐던 만큼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질문도 함께 커졌다. 노동 환경과 시장 지배력, 중소 판매자와의 관계, 수수료 정책 등은 꾸준히 논쟁의 대상이 됐다. 규모가 커질수록 시장은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 개인정보 보호 이슈도 예외가 아니다. 대형 플랫폼 기업에게 고객 정보는 서비스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지만 동시에 가장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영역이다. 쿠팡 역시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리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며 사회적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실제 사고 여부를 떠나 이용자가 느끼는 불안 자체가 기업 신뢰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민감한 사안이다.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문제는 단순한 보안 사고로 끝나지 않는다. 이름과 주소, 결제 정보, 구매 이력, 생활 패턴까지 방대한 데이터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신뢰가 흔들리면 회복에 긴 시간이 걸린다. 쿠팡이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배송 속도 못지않게 정보 보호 체계와 내부 통제 수준을 꾸준히 높여야 하는 이유다. 쿠팡의 경쟁력은 여러 갈래에서 나온다. 전국 물류망, 빠른 배송 경험, 강한 앱 이용 습관, 멤버십 기반 충성 고객, 기술 인프라, 다양한 생활 서비스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 단일 사업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힘으로 성장해 온 회사다. 넘어야 할 산도 분명히 존재한다. 물류 투자 부담은 계속되고 경쟁사들도 배송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공정거래와 개인정보 보호, 노동 환경에 대한 사회적 기준도 갈수록 높아진다. 해외 사업은 또 다른 투자와 시행착오를 요구한다. 성장 공식이 한국 시장에서 통했다고 해서 다른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쿠팡은 지금 전자상거래 기업을 넘어 생활 인프라 기업으로 자리를 넓히는 전환기에 서 있다. 물건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배송과 콘텐츠, 음식배달, 광고, 데이터 서비스까지 일상 전반을 연결하려는 시도다. 앞으로의 평가는 단순 매출 증가보다 얼마나 지속 가능하고 신뢰받는 플랫폼이 되느냐에 달릴 가능성이 크다. 소셜커머스로 출발했던 작은 회사는 한국 소비자의 주문 습관을 바꾸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 시장이 지켜보는 다음 장면은 더 빠른 배송이 아니라 더 단단한 신뢰와 더 넓은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2026-04-28 07: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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