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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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도 '본업 특화' 시대…유통업계, ESG에 인프라·전문성 더한다
[경제일보] 유통업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단순 기부를 넘어 본업 인프라와 사업 역량을 사회적 과제 해결에 직접 연결하는 '운영형'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BBQ는 본사 공급망과 전국 가맹점 조리 역량을 지역사회 나눔에 활용하고 쿠팡은 직매입·물류망을 인구감소지역 농가의 판로로 연결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도 여행과 맞닿은 업종 특성을 살려 관광약자의 문화체험을 지원하는 등 기업이 보유한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사회공헌에 접목하며 일회성 지원보다 지속 가능한 ESG 체계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BQ는 전국 가맹점 및 본사의 식품 공급망, 치킨대학의 조리 인프라를 지역사회 나눔에 활용하고 있다. 제너시스BBQ그룹은 추석을 앞둔 이달 '찾아가는 치킨릴레이', '치킨대학 착한기부', '패밀리와 함께하는 치킨릴레이' 등을 통해 전국 아동·청소년과 어르신에게 치킨 1000마리를 전달했다. '찾아가는 치킨릴레이'는 BBQ가 직접 현장을 찾아 갓 조리한 치킨을 전달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나눔을 꾸준히 이어오면서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지역사회에 기부한 치킨은 약 1만8000마리에 달한다. 추석을 앞두고는 원주시청소년쉼터와 이천시청소년쉼터, 용인청소년쉼터 등 9곳을 찾아 현장에서 조리한 치킨을 전달했다. BBQ는 가맹점 교육 시설인 치킨대학도 사회공헌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착한기부'를 통해 치킨대학에서 교육받는 패밀리와 구성원이 직접 조리한 치킨을 지역사회에 전달하고 대한적십자사와 연계해 그룹홈, 청소년복지센터, 노인복지센터 등으로 지원 대상을 넓히고 있다. 전국 가맹점주가 참여하는 '패밀리와 함께하는 치킨릴레이'도 운영하고 있다. 본사가 신선육을 지원하면 각 지역 패밀리가 이를 직접 조리해 지역아동센터와 종합복지관, 아동보육원, 요양원 등에 전달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본사의 식자재 공급 역량과 가맹점의 조리·지역 네트워크를 결합해 전국 단위 나눔 체계를 이어가고 있다. BBQ 관계자는 "명절을 앞두고 치킨 한 끼가 아이들과 이웃들에게 작은 즐거움이 되고 함께 나누는 정까지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활동을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가까이에서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했다. 쿠팡은 전국 단위 직매입과 물류망을 활용해 인구감소지역 농가의 판로를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유통망 확대에 힘입어 올해 1~8월 해당 지역 8곳에서 매입한 과일은 7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연간 매입량인 약 7600톤에도 근접한 수준이다. 매입 지역은 전남 영암·함평과 경북 성주·의성·영천·고령, 대구 군위 등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 중인 지역이 대부분이다. 쿠팡은 이들 지역에서 사과·참외·자두·수박·딸기·무화과 등 30여종을 직매입해 전국 소비자에게 새벽배송한다. 지역 농산물 매입 규모는 해마다 확대되는 추세다. 인구감소지역 등의 과일 매입량은 2022년 3400톤에서 2023년 5600톤, 2024년 6000톤, 지난해 7600여톤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회사는 연말까지 매입량이 8400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매입 확대에는 전국으로 넓어진 새벽배송망이 큰 역할을 했다. 쿠팡이 호남·경상·강원 등으로 배송 지역을 확대하면서 과일 구매 수요가 늘었고 이에 맞춰 인구감소지역을 중심으로 산지 매입도 함께 늘렸다. 올해 경북 고령의 매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60%, 전남 함평은 138%, 대구 군위는 73% 증가했다. 확대된 판로는 농가 매출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군위 지역 자두 농가 130여곳이 참여하는 '군위농협자두공선출하회'의 쿠팡 매출은 올해 현재까지 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었다. 대형 유통사 직매입이 기존 공판장 거래의 가격 변동과 판로 불확실성을 일부 보완하면서 농가의 안정적인 판매 기반을 넓히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인구감소 지역 농가들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 농가 매입과 상생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여행 산업과 맞닿은 업종 특성을 관광약자 지원과 연결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지난 17일 초록우산에 장애아동의 해외 문화체험을 지원하는 '배리어프리 글로벌 문화체험' 기부금 1600만원을 전달했다. 이번 사업은 교통·숙박·관광시설 접근성 등의 제약으로 해외여행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장애아동에게 보호자와 함께하는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장애아동 3가정이 참여하며 아동과 보호자가 1대1로 동행한다. 장애 특성을 고려한 이동과 숙박 환경을 지원하고 여행지도 휠체어 이동과 현지 접근성을 반영해 선정할 예정이다. 신세계디에프가 관광약자를 지원 대상으로 정한 배경에는 면세점이 여행 과정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기존 아동·청소년 사회공헌에서 범위를 넓혀 자사 사업 영역과 연관된 '여행 접근성'을 사회적 과제로 설정한 것이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여행의 출발점에 있는 기업으로서 여행 접근성은 우리 업과 가장 가까운 사회적 과제"라며 "장애아동과 가족이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함께 추억을 쌓는 데 이번 지원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6-09-21 17: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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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일 때는 공소취소, 장관 후보 되니 '권한 없다'
[경제일보]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임명권자에게만 책임지는 자리는 아니다. 검찰과 교정, 출입국, 인권과 형사사법 행정을 총괄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까지 떠맡는 자리다. 그래서 법무부 장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과의 적절한 거리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논란에 선을 그었다. 김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공소취소를 할 직접적인 권한도 없고 검찰총장을 통해 지휘할 생각도 지금 없다”고 밝혔다. 개별 사건의 공소유지는 공판검사의 권한이며 이를 존중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제는 과거 발언과의 간극이다. 김 후보자는 의원 시절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다. 관련 의원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았고, 이 대통령 사건은 국가가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정치인의 입장이 공직에 따라 달라지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국회의원과 법무부 장관은 역할과 책임이 다르다. 의원은 정치적 주장을 펼치는 자리지만 장관은 법과 절차를 집행하는 자리다. 오히려 장관 후보자로서 과거 정치적 주장과 거리를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말 한마디로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권한의 유무보다 신뢰의 문제다. 법무부 장관에게 직접 공소를 취소할 권한이 없다는 설명은 맞다. 현행 체계에서 개별 사건의 공소유지와 취소는 검사가 판단한다. 다만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며,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한다. 이 때문에 장관의 과거 정치적 입장과 현재의 태도는 형사사법 시스템의 신뢰와 직결된다. 더욱이 대상이 현직 대통령의 형사사건이라면 기준은 한층 엄격해진다. 법무부 장관이 과거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주장했다면 국민은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장관이 된 뒤에도 같은 판단을 유지하는가. 검찰이 다른 결정을 내릴 경우 이를 그대로 존중할 것인가. 대통령과 여권의 정치적 이해보다 형사사법 절차를 앞세울 수 있는가. 김 후보자가 답해야 할 대목도 여기에 있다. 공소취소가 법적으로 가능하냐는 논쟁만으로는 부족하다. 장관으로 취임한 뒤 대통령 사건과 관련해 어떤 원칙을 적용할지, 이해충돌 우려가 생길 경우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절제할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법치주의는 법 조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과정이 공정하다는 믿음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검찰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를 유지하든 취소하든 국민이 그 결정을 정치적 압력의 결과로 받아들이면 형사사법의 신뢰는 흔들린다. 장관이 실제로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과거의 정치적 발언이 결정 과정 전체에 의심을 덧씌울 수 있다. 그래서 권력기관의 장에게는 법에 적힌 권한보다 더 넓은 자기 절제가 요구된다. 로마 공화정 시기 법과 권력의 관계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원칙 가운데 하나가 ‘법은 사람보다 오래가야 한다’는 사고다. 통치자의 이해에 따라 법이 흔들리는 순간 공화정의 토대도 함께 흔들린다고 봤다. 오늘날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원칙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과 정치권의 사정이 바뀌어도 형사사법의 기준은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한다. 장관은 대통령의 참모이면서 동시에 법치의 관리자다. 두 역할이 충돌할 때 어느 쪽을 앞세우느냐가 중요하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 법무행정의 목표로 읽히는 순간 장관의 독립성은 약해진다. 반대로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이라도 법과 절차 앞에서는 거리를 둘 수 있다면 신뢰는 유지된다. 우리 정치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된 이유도 이 경계가 자주 흐려졌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인사와 수사 방향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고, 여권은 검찰개혁을, 야권은 권력수사를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는 정치의 중심으로 끌려 들어갔다. 정치적 사건이 생길 때마다 장관의 말과 검찰의 판단이 정쟁의 소재로 소비되는 구조가 굳어진 셈이다. 이제는 이 악순환을 줄여야 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정치적 발언을 문제 삼는 데서 멈출 일도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취임 이후 대통령 사건을 비롯한 정치적 사건에서 어떤 원칙을 적용하느냐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불필요한 발언을 자제하고 검찰의 법적 판단을 존중하며, 지휘권 행사 기준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태도가 관건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같은 기준에서 접근하는 편이 낫다. “공소취소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단답형 공방보다 대통령 사건에서 장관의 이해충돌을 어떻게 관리할지, 수사지휘권 행사의 기준은 무엇인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보장할지를 묻는 편이 생산적이다. 김 후보자가 “지휘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것은 방향 자체로는 타당하다. 하지만 국민이 궁금한 것은 현재의 말보다 취임 이후의 행동이다. 의원 시절의 정치적 주장을 장관이 된 뒤에도 법과 원칙보다 앞세운다면 우려는 현실이 된다. 반대로 정치적 이해와 거리를 두고 형사사법 절차를 존중한다면 과거 발언과의 간극도 설명력을 얻는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이 아니다. 정권의 이해를 지키는 자리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으로 형사사법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본래의 책무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봐야 할 것도 결국 그 점이다. 과거의 발언 자체보다 앞으로 어떤 기준을 지킬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대통령과의 정치적 거리를 스스로 확보하고, 법과 절차를 흔들지 않는 태도로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신뢰는 강한 권한 행사에서 나오지 않는다. 대통령과 가까울수록 법 앞에서는 더 멀리 서는 절제에서 나온다.
2026-09-04 16: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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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공방, 검찰도 경찰도 아닌 국민을 보라
[경제일보] 수사는 처음부터 완전하지 않다. 확보하지 못한 영상 하나, 조사하지 않은 참고인 한 명, 잘못 해석한 진술 한 줄이 사건의 결론을 바꾼다.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검사가 다시 들여다보고 부족한 부분을 확인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했지만 당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려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도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경찰 수사를 교정할 최소한의 권한은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스토킹,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에는 예외적으로 보완수사를 허용하자는 법안도 나왔다. 형사사법제도는 한번 바꾸면 수많은 사건과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의 출범 시점을 오는 10월 2일로 정해 놓고도 형사절차의 핵심인 보완수사 구조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조직을 먼저 나눈 뒤 그 조직들이 어떻게 사건을 처리할 것인지를 뒤늦게 논의하는 순서가 됐다. 보완수사권과 보완수사요구권은 구별해야 한다. 보완수사권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직접 추가 조사하는 권한이다. 보완수사요구권은 검사에게 부족한 부분을 발견했을 때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다. 전면 폐지론은 검사에게 직접 조사권을 남기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무너진다고 본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내세워 송치된 혐의와 관계없는 사실까지 들여다보거나 별건 수사로 확대할 위험도 지적한다. 검찰은 이런 불신을 스스로 키웠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서 표적수사와 별건수사, 과도한 압수수색, 피의사실 유출 논란을 반복했다. 직접수사권을 축소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는 검찰권 남용에 대한 사회적 반작용이었다. 과거와 같은 포괄적 수사권을 검사에게 돌려줄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는 문제와 경찰 수사의 오류를 교정하는 기능을 없애는 문제는 같지 않다.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기면 충분하다는 주장은 실제 수사 과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처음 수사를 부실하게 한 수사관에게 같은 사건을 다시 조사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빠진 증거가 저절로 발견되지는 않는다. 수사팀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면 같은 조직에 보완수사를 맡기는 방식만으로 잘못을 바로잡기 어렵다. 검사가 경찰 수사기록만 검토해서는 기록 밖에 있는 증거를 찾을 수도 없다. 경찰이 확보하지 않은 영상, 조사하지 않은 참고인, 누락한 압수물은 기록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자나 참고인을 직접 만나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해야 수사의 빈틈이 드러나는 사건도 있다. 전남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은 이런 우려를 보여줬다. 경찰은 피의자를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범죄 목적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 수사팀 내부에서 중요 증거 확보와 보고를 막고 수사 내용을 축소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개별 사건 하나로 모든 제도를 설계할 수는 없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 수사 축소나 증거 누락이 발생했을 때 같은 경찰 조직에 다시 수사를 맡기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검찰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던 것처럼 경찰의 내부 감찰도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를 대신하기 어렵다. 보완수사권 문제를 검찰과 경찰 사이의 권한 다툼으로만 보면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사라진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아동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피해자는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에게 경제적·정서적으로 종속돼 있거나 보복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진술만 기계적으로 비교하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어렵다. 주변 정황과 디지털 증거, 반복되는 범행의 구조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경찰 수사가 부실하면 피해자는 같은 일을 여러 번 진술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바뀔 때마다 피해 사실을 다시 설명하고, 뒤늦게 발견된 증거가 이미 사라지는 일도 생긴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검사 한 사람의 권한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가 수사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를 잃을 수 있는 문제다. 피의자의 권리도 다르지 않다. 경찰이 혐의를 과도하게 구성하거나 불리한 진술만 골라 기록했다면 검사의 재검토 과정에서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보완수사는 유죄 증거를 추가로 찾는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경찰 수사가 공판에 넘길 만큼 충분하고 적법한지 다시 확인하는 절차여야 한다. 검사가 기소권을 가진 채 직접 보완수사까지 하면 유죄 판단에 치우칠 위험이 있다. 반대로 기소를 결정하는 검사가 증거의 신빙성과 수사 과정의 문제를 확인할 수 없다면 부실한 경찰 수사가 그대로 재판으로 넘어갈 수 있다. 입법자는 두 위험을 함께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선택지는 전면 폐지와 현행 유지뿐이 아니다. 검사의 독자적인 수사 개시는 금지하되 경찰이 송치한 사건 가운데 제한된 범위에서만 직접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피의자가 구속된 사건,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대규모 민생침해 범죄, 경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 누락이나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사건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예외 범위는 법률에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처럼 폭넓게 해석될 수 있는 문구를 두면 보완수사권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우회적으로 복원하는 통로가 된다. 수사 범위도 경찰이 송치한 범죄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같은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에는 공소청장이나 상급자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보완수사의 사유와 범위, 조사 내용은 모두 기록에 남겨 피의자와 변호인이 다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사 기간과 횟수도 제한해야 한다. 위법한 별건 수사로 취득한 증거는 재판에서 배제하고 수사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장치도 필요하다. 전면 폐지를 선택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통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까지 공소청에 보내 다시 검토받도록 하는 전건송치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모든 사건을 공소청이 다시 심사하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기록을 형식적으로 훑는 데 그칠 가능성이 있다. 전건송치는 중대범죄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부터 적용하거나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한 사건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논의도 구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를 검찰 기득권 옹호나 개혁 후퇴로 몰아서는 안 된다. 수사 실무를 경험한 법조인과 범죄피해자 지원단체가 지적하는 문제는 검찰 조직을 지키자는 요구가 아니다. 경찰 수사가 잘못됐을 때 피해자가 기댈 절차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경찰의 부실수사 사례를 검찰권 복원의 근거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경찰이 잘못했다고 과거 검찰의 수사권 독점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보완수사권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려면 별건 수사와 과잉수사를 막을 구체적인 통제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검찰개혁은 검찰 조직에 대한 응징이 아니다. 경찰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일도 아니다. 잘못된 수사를 줄이고 피해자와 피의자의 권리를 지키는 형사절차를 만드는 일이다. 수사기관의 권한은 어느 기관이 더 신뢰받느냐에 따라 배분할 일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 모두 잘못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서로의 판단을 검증하고 법원과 변호인이 그 과정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정 기관의 선의를 기대하는 대신 권한의 범위와 책임을 법률로 정해야 한다. 정치권은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일을 정해 놓고도 보완수사 구조를 두고 합의하지 못했다. 시행일이 다가온다는 사정이 졸속 입법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입법이 늦어진 책임을 피하려고 충분한 검토 없이 전면 폐지나 현행 유지를 선택한다면 그 부담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국민이 떠안는다. 검찰개혁의 성과는 검사에게서 몇 개의 권한을 빼앗았는지로 평가할 수 없다. 경찰의 부실수사가 줄었는지, 억울하게 묻힌 사건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지, 무고한 사람이 잘못 기소되는 일을 막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보완수사권 공방에서 기준이 돼야 할 사람은 검사도 경찰도 아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일상과 명예, 때로는 삶 전체가 달라지는 피해자와 피의자다. 정치권이 그들의 권리를 외면한 채 수사기관의 권한만 나눈다면 검찰청의 이름을 바꾸고 조직을 둘로 나누더라도 개혁의 목적은 달성되지 않는다.
2026-07-16 11: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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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1심 징역 7년…법원이 본 것은 '선물'의 외형보다 청탁의 맥락
[경제일보] 고가 목걸이와 브로치, 귀걸이, 금거북이, 손목시계, 디올 가방, 미술품. 물건의 종류와 이를 건넨 사람들은 달랐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가 26일 김건희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며 살핀 지점은 같았다. 단순한 축하 선물이나 친분의 표시였는지, 아니면 공직 인사와 사업 지원, 공천 등 공적 영역의 청탁과 결부된 금품이었는지였다. 재판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씨의 5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김 씨 측은 일부 물품은 친분에 따른 선물이거나 구매를 대신 맡긴 것일 뿐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대통령 배우자에게 전달된 고가 물품을 어떤 기준으로 형사책임과 연결할 수 있는지를 다룬 사건이다. 재판부는 물건 하나하나의 겉모습보다 금품이 오간 시점, 제공자의 현안, 청탁 내용, 물품의 가액, 김 씨의 인식과 대응을 함께 놓고 판단했다. ◆ 나토 목걸이 논란에서 시작된 수사 사건은 202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순방 당시 김 씨가 착용한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논란에서 시작됐다. 재산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고가 목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당시 대통령실은 지인에게 빌린 물건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는 모조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수사의 방향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맏사위 인사 청탁을 대가로 목걸이를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와 진품 목걸이를 제출하면서 달라졌다. 특검은 이 회장이 2022년 3월부터 5월 사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티파니 앤 코 브로치, 그라프 귀걸이 등 1억38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건넸다고 봤다. 재판부는 세 차례의 귀금속 수수를 하나의 연속된 경위로 판단했다. 처음에는 묵시적으로 나타난 청탁 의사가 시간이 지나면서 구체적인 인사 청탁으로 이어졌고, 김 씨도 그 과정에서 금품 수수의 성격을 인식했다고 본 것이다. 김 씨 측은 대통령 당선과 취임을 축하하는 의미의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제공자의 이해관계와 청탁이 구체화된 과정, 반복된 금품 수수를 종합하면 사교적 선물로만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공무원이 아닌 대통령 배우자에게 적용된 알선수재죄 김 씨는 공무원 신분이 아니다. 직접 인사권이나 인허가권을 행사하는 위치도 아니었다. 이 사건에 뇌물죄가 아니라 알선수재죄가 적용된 이유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안을 알선하는 대가로 금품이나 이익을 받으면 성립한다. 공무원만 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가 아니라,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을 중개하거나 편의를 봐주겠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일반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제 청탁이 받아들여졌는지나 인사와 사업 지원이 현실화했는지가 아니다. 금품을 받은 사람이 공적 의사결정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를 이용해 청탁을 들어줄 것처럼 행동했고, 제공자가 그러한 기대 아래 물건을 건넸는지가 판단 대상이 된다. 재판부는 김 씨가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에 있었고, 그 지위가 공직 인사와 사업상 현안을 둘러싼 비공식 청탁의 통로로 이용될 수 있다고 봤다. 김 씨가 직접 처분권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대통령실과 정부, 정치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가 금품 제공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 금거북이·시계·디올 가방·그림…법원이 본 다섯 갈래 청탁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에게서 받은 265만원 상당 금거북이와 세한도 복제품은 공직 임명 청탁과의 관련성이 쟁점이었다. 김 씨 측은 취임 축하 편지와 함께 전달된 선물이라는 취지로 맞섰다. 재판부는 편지의 형식보다 그 전부터 형성된 인사 청탁 관계에 주목했다.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 씨에게서 받은 3990만원 상당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도 사업 지원 청탁과 연결됐다. 김 씨 측은 시계 구매를 대신 맡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통상적인 구매 대행이라면 대금 지급이나 사후 정산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사정이 뚜렷하지 않았고, 제공자가 김 씨와의 관계를 유지하며 사업 현안을 부탁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최재영 목사에게서 받은 디올 가방 등은 공무원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 문제 됐다.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게서 받은 이우환 화백 그림은 공천 청탁과 연결됐다. 재판부는 각 물품이 오간 전후 사정과 제공자들의 요구를 살펴 청탁과 금품 사이에 대가 관계가 형성됐다고 봤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금품마다 청탁 하나를 기계적으로 대응시킨 것은 아니다. 서희건설 귀금속 사건처럼 여러 차례 물건이 전달되고 청탁의 내용도 점차 구체화된 경우에는 전체 경위를 묶어 판단했다. 반면 금거북이와 시계, 디올 가방, 그림은 각 제공자가 가진 인사·사업·공천상 이해관계와 전달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 징역 7년이 나온 배경 알선수재죄의 기본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그러나 여러 범죄가 함께 유죄로 인정되면 경합범 가중이 적용될 수 있다. 특검은 결심 공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징역 7년6개월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 사유로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 반복된 금품 수수, 적지 않은 금품 가액, 청탁 대상이 인사와 사업, 공천 등 공적 영역에 걸쳐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 씨가 자신의 영향력을 알선 대상으로 삼아 금품을 반복적으로 받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같이 재판에 넘겨진 이봉관 회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로봇개 사업가 서 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최재영 목사에게는 벌금 8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 항소심에서는 무엇이 쟁점이 되나 김 씨 측은 항소 방침을 밝혔다. 항소심에서는 각 금품 수수와 청탁 사이의 관련성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 축하 선물·친분·구매 대행이라는 주장을 1심처럼 배척할 수 있는지, 여러 차례의 금품 수수를 하나의 포괄적 대가 관계로 볼 수 있는지가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형량도 쟁점이 된다. 1심은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와 반복성, 금품의 규모를 무겁게 봤다. 반대로 김 씨 측은 구체적 청탁이나 실제 알선 행위가 없었다는 주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번 1심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고가 물품의 명칭이나 전달 방식만으로 수수의 성격을 가릴 수 없다고 봤다. 제공자가 무엇을 기대했는지, 수수자는 그 기대를 알고 있었는지, 그 사이에 공적 권한과 연결된 청탁이 있었는지가 판결의 중심에 놓였다.
2026-06-26 16: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