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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전통주·133년 닥스·한글 굿즈…유통·패션업계, '오래된 가치' 재해석 나선다
[경제일보] 오래된 유산이 현재의 소비 방식과 만나 새로운 상품 경쟁력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유통·패션업계는 천년 전통주를 편의점 상품으로 되살리고, 전통 건축과 한글을 호텔 기프트로 구현하는 한편 133년 브랜드 역사를 제품·공간·문화 경험으로 확장하며 과거의 헤리티지를 오늘날 소비자가 직접 사고 입고 체험할 수 있는 가치로 바꾸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F의 모던 브리티시 클래식 브랜드 닥스는 2026년 가을·겨울(FW) 시즌부터 133년 영국 헤리티지를 제품·공간·마케팅 전반에 반영하는 통합 브랜드 전략을 본격화한다. 핵심은 오랜 역사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고객이 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재구성하는 것이다. 영국의 문화·취향·라이프스타일을 제품, 인물, 공간에 함께 녹여 닥스의 브랜드 정체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는 구상이다. 닥스는 그 첫 행보로 지난 20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영국 위스키 브랜드 글렌피딕과 '브리티시 수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클래스를 열었다. 영국식 수트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런던 수트'와 위스키 문화를 결합해 옷뿐 아니라 영국 문화까지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오는 11월에는 서울신라호텔과 부산 아난티 호텔에서 VIP 고객을 대상으로 영국 문화 요소를 접목한 미술·문화 강연과 스타일링 클래스를 진행한다. 10월에는 각 분야 인물들의 일상과 가치관을 패션과 함께 보여주는 '데이 투 나잇(Day to Night)' 캠페인도 전개할 예정이다. 제품에도 아카이브를 적극 활용한다. 닥스는 26FW 시즌부터 하우스 체크와 영국적 디자인 요소를 현대적 감도와 실루엣으로 재해석한 시그니처 라인 '디오리지널(THE ORIGINAL)'을 강화한다. 전체 컬렉션 역시 '런더너스 다이어리(The Londoner’s Diary)'를 주제로 런던의 일상과 문화를 담는다. 매장도 브랜드의 역사를 체감하는 공간으로 바꾼다. 영국식 정원에서 착안한 곡선형 구조와 하우스 체크를 형상화한 시그니처 월 등을 적용해 주요 백화점 매장을 순차적으로 리뉴얼하고 있다. LF 관계자는 "닥스가 제품에 담아온 130여년 영국 헤리티지를 문화와 서사, 취향과 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우르는 브랜드 경험으로 확장하고자 한다"며 "제품, 콘텐츠, 공간, 고객 경험을 하나의 철학 아래 연결해 동시대 브리티시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오랜 브랜드 역사를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은 주류에서도 나타난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천년 신라의 역사 속 전통주를 현대적으로 복원한 프리미엄 증류주 '신라주'를 오는 26일 출시한다. 신라주는 해동역사와 지봉유설 등 역사 문헌에 등장하는 전통주다. 당나라 시인 이상은의 시문에도 등장할 만큼 당시 동아시아에서 풍미와 품격을 인정받았던 술로 전해진다. CU가 선보이는 신라주는 제조사 우리술컴퍼니가 신라시대 문헌 기록과 경주 지역에 전해 내려온 가양주 제조법 등을 참고해 현대적으로 재현했다. 쌀과 찹쌀을 기본으로 국화꽃과 구기자나무 열매 등을 사용했으며 전통적인 발효와 증류, 숙성 과정을 거쳤다. 고문헌과 경주 지역 전통주 제조법에 등장하는 원재료를 활용하면서도 현재 소비자가 접하기 쉬운 375㎖ 용량의 20도 증류주로 상품화했다. 가격은 1만8600원이다. 마케팅 방식도 현대 소비자와의 접점에 초점을 맞췄다. 배우 유해진을 상품 모델로 발탁해 '천만배우 유해진이 선택한 술'이라는 콘셉트로 홍보하고 다음 달에는 팝업스토어와 팬사인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편의점에서 증류주를 찾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CU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증류식 소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6% 늘어 일반 소주 증가율인 7.3%를 크게 웃돌았다. 주류에서도 원재료와 제조 방식, 제품에 담긴 이야기 등을 중시하는 소비가 늘면서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제품이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잊혀졌던 신라의 전통주를 문헌 속 기록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려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담은 차별화된 주류 상품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주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호텔업계에서는 한국 고유의 공간, 문자, 공예 자체를 현대적인 상품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서울신라호텔은 한국 전통 건축과 한글, 공예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K-아트 기프트 컬렉션'을 선보인다.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호텔이 보유한 문화적 자산 자체를 상품의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컬렉션은 단양 오미자와 제주 흑임자, 지리산 녹차, 안동 우엉 등 국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식재료를 활용한 프리미엄 구움과자 4종으로 구성됐다. 상품 디자인에는 서울신라호텔의 상징적 공간인 영빈관이 녹아 있다. 공예 디자인 브랜드 '칠석무늬'의 방윤정 작가는 영빈관의 처마, 문살, 단청 등 전통 건축의 조형미를 모티프로 디자인을 개발했다. '신라'와 '신라호텔'의 한글 초성도 현대적인 그래픽 패턴으로 바꿨다. 특히 '신라' 디자인은 영빈관 처마의 곡선과 돌담 형태에서 착안해 'ㅅ'과 'ㄹ'의 조형적 특징을 연결했다. 목공예 브랜드 '소목소복'의 김송이 작가와는 우드 케이스를 제작했다. 지역 식재료로 만든 식품과 전통 건축 디자인, 목공예를 하나의 상품에 담아 한국적 미감을 선물 경험으로 구현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이번 컬렉션은 서울신라호텔의 상징적 공간인 영빈관의 헤리티지와 한국적 미감을 담아 기획한 상품"이라며 "앞으로도 영빈관을 비롯한 서울신라호텔의 문화적 자산과 스토리를 담은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2026-08-24 1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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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할인부터 아티스트 협업까지…추석 선물, '가성비+특별함' 잡는다
[경제일보] 고물가와 온라인 선물 구매 확산으로 명절 소비가 한층 실용적으로 바뀌면서 유통·식품업계가 가격 부담은 낮추고 선물의 차별화 가치는 높이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할인·무료배송·지정일 수령 등으로 실속을 높이는 한편 단독 프리미엄 상품과 아티스트 협업 패키지로 특별함까지 더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오는 31일까지 '2026 추석 얼리버드' 기획전을 열고 한우와 건강기능식품, 프리미엄 화장품, 디저트 등 1800여개 상품을 최대 77% 할인한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얼리버드 혜택을 마련했다. 상품 가격 할인뿐 아니라 △무료배송 △사전예약 △선착순 쿠폰 △카드사 할인 등을 함께 제공해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료배송 적용 범위도 확대했다. 기존에는 컬리멤버스 회원이나 4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제공하던 무료배송을 '무료배송' 표시가 붙은 4만원 이하 실속형 선물세트까지 적용했다. 대상 상품은 '태극당 종합 과자 세트' 등 디저트부터 조말론런던 핸드크림과 산타마리아노벨라 장미수 토너 등 럭셔리 뷰티, 김소형원방 흑염소 진액스틱 등 건강기능식품까지 다양하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상품을 선택해도 배송비 부담 없이 선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격 혜택만으로 경쟁하지는 않는다. 컬리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모은 '컬리온리 선물' 코너에는 'Kurly's 1++ 등심·갈비·차돌박이 세트'를 비롯해 올리브오일과 화장품, 헤어케어 제품 등 프리미엄 상품을 배치했다. 구매 비용은 낮추면서 상품 자체의 희소성과 차별성은 유지하는 전략이다. 배송 편의도 강화했다. '백년가게 덕화명란', '조선호텔 LA갈비', '옥돔·갈치·민어굴비' 등 80여개 상품에는 사전예약 서비스를 적용해 다음 달 18일부터 추석 당일인 25일 새벽까지 원하는 수령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추가 할인 혜택도 마련했다. 기획전 기간 매주 월·수·금 오후 3시에는 컬리멤버스 회원에게 20% 할인 쿠폰을 선착순으로 지급하고 카드사별 결제 할인도 제공한다. 프로모션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는 다음 달 3일부터 17% 재구매 쿠폰도 순차적으로 지급한다. 컬리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얼리버드 행사에서 7만원 미만 상품군을 대폭 늘리며 실속형 선물세트에 대한 고객 수요를 확인했다"며 "올해는 가격대를 3만원 미만부터 10만~15만원까지 더욱 세분화하고 처음으로 4만원 이하 선물세트에도 무료배송을 적용해 부담을 낮췄다"고 말했다. 이어 "설·추석처럼 선물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보다 편리하게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사전예약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상 청정원은 추석을 앞두고 그래픽 아티스트 차인철과 협업한 온라인 전용 '2026 추석 선물세트' 21종을 선보인다. 대상은 온라인에서 명절 선물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제품 구성뿐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 역시 구매를 결정하는 요소로 보고 이번 협업을 기획했다. 기존 베스트셀러 제품을 유지하면서 아티스트의 디자인을 입혀 선물을 주고받는 경험에 특별함을 더하는 방식이다. 차인철 작가는 경쾌한 색채와 개성 있는 드로잉, 타이포그래피를 기반으로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왔다. 이번 선물세트에는 '선물을 주고받는 즐거움'을 콘셉트로 리드미컬한 도형과 다양한 표정을 활용했다. 청정원의 브랜드 정체성도 유지했다. 패키지에 청정원 브랜드 아이덴티티(BI)의 주요 색상을 사용하고 기존 명절 선물세트에서 활용한 크라프트 질감을 일부 적용해 기존 제품과의 통일성을 살렸다. 제품 구성은 일상 활용도가 높은 식품을 중심으로 했다. 캔햄을 비롯해 유지류와 조미료, 소스 등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청정원 베스트셀러를 조합해 총 21종으로 마련했다. 디자인은 차별화하되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 구성은 유지한 셈이다. 온라인 전용이라는 판매 특성도 반영했다. 제품은 청정원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와 G마켓, 쿠팡 등 주요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되며 일부 채널에서는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차인철 작가의 디자인을 적용한 리유저블백을 증정한다. 대상 관계자는 "명절 선물의 온라인 구매가 보편화되면서 소비자 편의뿐 아니라 상품 구성과 패키지 디자인에서도 차별화된 가치를 원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이번 협업을 통해 실용적인 제품 구성에 특별한 디자인을 더해 선물을 주고받는 즐거움까지 전달하고자 했다"고 했다.
2026-08-19 10: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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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문 닫았던 67개점 다시 연다…13일부터 정상 영업
[경제일보]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임시휴업했던 67개 점포의 영업을 정상화한다.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고객 유입과 매출 회복에도 나선다. 12일 홈플러스는 임시휴업에 들어갔던 전국 67개 점포를 오는 13일 정식 재개장한다고 밝혔다. 해당 점포들은 지난 7일부터 임시 개장해 운영 상태를 점검해왔다. 홈플러스는 12일까지 점검과 보완 작업을 마무리하고 13일부터 정상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점포 재개장과 함께 고객 유입을 위한 대규모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 마이홈플러스 회원을 대상으로 13일부터 나흘간 한우 전 품목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14일부터 사흘간은 대표 델리 상품인 '당당후라이드치킨'을 정상가의 절반 수준인 3400원대에 판매한다. 1인당 1마리로 구매가 제한되며 서귀포점은 행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돈 일품포크 삼겹살과 목심도 40% 할인한다. 이와 함께 육류와 수산물, 과일, 과자, 음료, 델리, 베이커리 등 주요 상품을 기간별로 최대 50% 할인하거나 1+1 방식으로 판매한다. 재개장 행사는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 온라인 영업도 대부분 재개한다. 재개장하는 67개 점포 가운데 아시아드점과 남대구점, 삼척점, 보령점, 오창점, 송탄점, 강릉점, 구월점 등 8곳을 제외한 59개 점포는 13일부터 온라인 주문과 배송 서비스를 다시 시작한다. 이번 재개장은 홈플러스의 영업 정상화와 매출 회복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금난으로 일부 점포를 임시휴업해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많은 이용을 부탁드린다"며 "좋은 품질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 고객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2026-08-12 1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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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기 뚫을 포트폴리오 재배치 사활…시험대 오른 '롯데 DNA'
[경제일보] 롯데는 한국 재계에서 가장 독특한 출발점을 가진 그룹이다. 창업자 신격호 명예회장은 1948년 일본 도쿄에서 껌 사업으로 롯데를 시작했다. 이후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세우며 국내 사업을 본격화했다. 롯데의 첫 DNA는 소비자의 입맛과 생활 반경을 파고드는 데 있었다. 껌과 과자, 음료, 햄과 우유, 패스트푸드, 백화점과 호텔, 놀이공원까지 롯데는 제조업의 공장보다 소비자의 일상에 가까운 곳에서 몸집을 키웠다. 롯데식 성장은 ‘생활의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삼성과 현대차가 반도체와 자동차, 중후장대 제조업을 앞세웠다면 롯데는 먹고, 마시고, 사고, 쉬고, 노는 공간을 장악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리아,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롯데월드가 쌓아 올린 것은 단순한 계열사 목록이 아니었다. 한국인의 소비 동선 속에 롯데라는 이름을 심는 과정이었다. 1970년대 이후 롯데는 식품을 넘어 유통과 관광, 석유화학으로 사업을 넓혔다. 롯데 공식 연혁에 따르면 롯데는 1976년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했고, 1979년 롯데쇼핑을 세웠다. 식품과 유통에서 번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호텔, 백화점, 마트, 화학, 건설까지 넓히는 방식이었다. 롯데 DNA의 핵심은 ‘크게 한 번 베팅하는 승부수’보다 ‘될 만한 영역을 넓게 깔고, 오래 버티며, 전국망으로 키우는 확장력’이었다. 확장의 DNA, 소비 동선을 장악하다 롯데의 확장 방식은 시대와 잘 맞았다. 한국 경제가 고성장하던 시기, 소비자는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샀다. 도심에는 백화점이 들어섰고, 외곽에는 마트가 생겼다. 해외여행과 관광 수요가 커지면서 호텔과 면세점도 성장했다. 롯데는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식품에서 시작해 유통과 관광으로, 다시 석유화학과 건설로 이어지는 확장은 내수 성장기의 성공 공식이었다. 롯데의 강점은 안정성이었다.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 호텔, 식품은 경기 변동을 타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수요를 품고 있다. 롯데는 이와 같은 안정성을 바탕으로 재계 상위권에 올라섰다. 신 명예회장 시대의 롯데는 과감한 기술 승부보다 치밀한 입지, 브랜드, 유통망, 현금흐름으로 성장한 그룹이었다. 하지만 성장의 기반이던 내수 확장 공식은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쿠팡과 네이버, 전문몰과 해외 직구가 소비 동선을 바꿨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여전히 강하지만, 성장률은 과거 같지 않다. 롯데온은 그룹의 유통 자산을 온라인으로 묶겠다는 시도였지만, 시장의 판을 뒤집을 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석유화학도 더 이상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아니다. 중국과 중동의 증설, 글로벌 수요 둔화, 범용 제품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롯데케미칼은 한때 롯데의 제조업 확장을 상징했지만, 지금은 그룹 체질 전환의 가장 무거운 숙제가 됐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 롯데 DNA는 변화하고 있다. 과거 롯데는 좋은 입지에 점포를 깔고, 좋은 시장에 설비를 늘리며 성장했다. 지금은 반대로 줄이고, 합치고, 멈추는 능력이 필요해졌다. 성장기의 롯데가 ‘확장형 그룹’이었다면, 저성장기의 롯데는 ‘정리형 그룹’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시대, ‘많이 깔던 롯데’의 반전 과제 신동빈 회장 체제의 과제는 분명하다. 매출 규모보다 수익성, 점포 수보다 효율, 계열사 수보다 포트폴리오 질을 따져야 한다. 올해 초 롯데그룹의 경영 회의에서 신 회장이 수익성 중심 경영과 고강도 구조조정을 주문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롯데는 더 이상 많이 벌려놓는 방식만으로 버티기 어렵다. 투자자와 시장은 “얼마나 크냐”보다 “얼마나 남기느냐”를 묻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도 변화는 드러났다. 공정위는 올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102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가 처음으로 재계 5위권에 진입했고, 롯데는 포스코와 함께 순위가 밀린 것으로 보도됐다. 순위 자체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징성은 작지 않다. 한화가 방산·조선·우주로 체급을 키우는 동안 롯데는 화학 부진과 유통 전환의 숙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롯데의 강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식품과 음료, 백화점, 호텔, 면세, 관광, 물류, 화학을 모두 가진 그룹은 드물다. 소비자의 하루를 따라가면 롯데가 여러 번 등장한다. 커피와 과자, 편의점, 마트, 백화점, 호텔, 놀이공원, 면세점, 택배, 카드와 멤버십이 하나의 생활권 안에 있다. 이 자산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흩어진 자산을 하나의 경쟁력으로 묶는 능력이다. 롯데는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였지만, 온라인에서는 쿠팡과 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업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마트와 슈퍼, 백화점과 이커머스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신선식품과 프리미엄 식품, 지역 맞춤형 점포, 오프라인 픽업과 반품, 멤버십 데이터 활용은 롯데가 다시 강점을 찾을 수 있는 영역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계열사별 이해관계를 넘어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조직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화학 부문에서는 범용 제품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스페셜티 소재로 이동해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올해를 미래 성장을 위한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밝히며, 사업구조 전환과 재무 건전성 강화, 경쟁력이 낮거나 차별화가 어려운 사업의 합리화를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생존 조건에 가깝다. 석유화학은 더 이상 설비를 많이 가진 기업이 이기는 산업이 아니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남기며, 어디에 다시 투자할지를 정하는 산업이 됐다. 롯데 DNA의 본질은 ‘생활산업의 확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DNA는 ‘선택과 집중’이다. 신격호 시대의 롯데가 소비자의 생활 반경을 넓게 장악한 그룹이었다면, 신동빈 시대의 롯데는 그 넓은 반경을 다시 효율적으로 재배치해야 하는 그룹이다. 과거에는 점포와 설비를 늘리는 것이 성장의 언어였다. 지금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줄이는 것도 성장의 언어가 됐다. 롯데의 시험대는 그래서 냉정하다. 유통에서는 온라인 전환의 속도를 높여야 하고, 화학에서는 구조조정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 호텔과 관광은 회복 국면을 살려야 하며, 식품은 글로벌 K푸드 흐름 속에서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롯데의 과제는 복잡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롯데에 필요한 것은 더 큰 확장이 아니라 더 정교한 재편”이라며 “롯데 DNA의 다음 장은 ‘확장’이 아니라 ‘정리’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14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14 10: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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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 줄고 간편식 늘었다…북중미 월드컵 달라진 '응원소비'
[경제일보] 북중미 월드컵이 한국의 응원 소비 공식을 바꿔놓고 있다. 밤늦게 치킨과 맥주를 시켜놓고 TV 앞에 모이던 익숙한 풍경은 예전만 못하지만, 대신 출근길 편의점, 사무실 간편식, 무알코올 맥주, 즉석치킨, 도시락, 삼각김밥이 월드컵 특수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소비 시간이 바뀌었고, 응원이 식은 것이 아니라 소비 장소가 흩어진 모습이다. 변수는 시차였다. 북중미 월드컵은 캐나다·멕시코·미국 3개국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으로 처음으로 48개국이 참가하는 대회다. 3개국 16개 개최도시에서 총 104경기가 치러지며 대회 규모는 커졌지만, 한국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새벽, 오전에 경기를 시청해야 하는 만큼 적잖은 부담이다. 지난 한국 대표팀 조별리그 경기도 평일 오전 시간대에 몰리면서 과거처럼 퇴근 후 야식과 주류 소비가 폭발하는 구조를 만들기 어려웠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기업들은 대회 전부터 이와 같은 변화를 읽고, 발 빠르게 준비했다. 월드컵 개막 전 한국 대표팀 경기가 평일 오전 10~11시에 배치되면서 유통기업들은 편의점 간편식과 즉석 치킨 등의 물량 확보에 공을 들였다. 과거 월드컵 특수가 야간 응원, 배달 치킨, 주류 소비에 집중됐다면,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낮 시간대 간편식 수요가 오를 것으로 예상해 대비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경기 시간이 모두 오전 시간대에 몰려 있어 예전처럼 치킨과 맥주 중심의 야식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며 “실제 구매가 발생할 수 있는 시간대와 채널을 고려해 편의점 즉석식품, 음료, 간식류 중심으로 행사를 설계했다”고 했다. 이와 같은 유통 기업들의 전망은 실제 매출 흐름과 들어맞았다. 잎서 지난달 12일 열린 한국 대표팀 조별리그 1차전 당시 GS25의 즉석치킨 ‘치킨25’ 매출은 1주일 전보다 126.9% 늘었고, CU에서는 김밥 25.6%, 도시락 23.4%, 삼각김밥 18.9%, 즉석치킨 15.5% 매출이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냉장식품, 과자, 간편식, 즉석치킨 매출이 나란히 늘었다. 이마트24에서도 스낵, 안주류, 샌드위치, 삼각김밥 등 간편식 판매가 증가했다. 월드컵 응원이 치킨과 맥주에서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지만, 소비의 중심축이 ‘밤의 배달’에서 ‘낮의 편의점’으로 이동한 셈이다. 무알코올 맥주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같은 날 CU에서는 무알코올 맥주 매출이 31.1% 늘었고, 세븐일레븐에서도 무알코올 맥주 매출이 30% 증가했다. 이는 평일 오전 경기라는 특성상 일반 주류보다 부담이 낮은 제품을 찾는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한 편의점 점주는 “출근 전후, 사무실, 광장 응원 현장에서는 맥주 한 캔보다 커피, 생수, 이온음료, 무알코올 맥주가 더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된 것 같다”며 “생수, 스포츠·이온음료, 얼음컵, 아이스크림 매출도 함께 증가했다. 여름철 야외 응원과 오전 경기라는 조건이 겹치며 응원 먹거리의 구성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실제 광화문 일대 편의점은 이와 같은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한국 대표팀 경기가 열린 날 거리 응원이 펼쳐졌던 광화문 인근 편의점 매출이 경기가 열리지 않았던 날보다 2~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집관’과 ‘사무실 응원 소비’가 늘면서 광화문 인근 편의점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편의점 전반에서 무알코올 맥주와 안주류 판매가 급증했다. 다만, 치킨업계와 배달 플랫폼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BBQ, bhc, 교촌치킨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대표팀 경기를 앞두고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일부 오프라인 매장을 일찍 열어 응원 소비를 흡수하기도 했다. 배달 플랫폼도 이른 오전부터 들어오는 치킨·피자 주문에 맞춰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2026-07-02 10: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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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타자에 과자가 등장한 이유…Z세대 키보드 경험 되살리기 나섰다
[경제일보] 한컴(대표 김연수)이 해태제과와 손잡고 국민 타자게임 ‘산성비’를 여름 시즌 컬래버레이션 콘텐츠로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협업은 단순한 업무협약이나 행사성 제휴가 아니다. 무상으로 제공되는 한컴타자의 대중성을 넓히고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키보드 사용 경험을 다시 친숙하게 만들기 위한 마케팅 실험에 가깝다. 한컴은 해태제과의 스낵 브랜드 해태 가루비와 함께 ‘한컴타자’ 특별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허니버터칩, 가루비감자칩, 오사쯔, 자가비, 구운양파, 생생감자칩 등 해태 가루비 제품이 한컴타자 대표 게임 산성비에 등장한다. 이벤트는 7월 1일부터 두 달간 진행된다. 산성비는 화면 위에서 내려오는 단어를 빠르게 입력해 없애는 타자게임이다. 이번 스페셜 에디션에서는 기존 글자뿐 아니라 해태 가루비 스낵 패키지 이미지가 단어와 함께 무작위로 내려온다. 한컴은 이를 ‘가루비가 내려와~’라는 콘셉트로 기획했다. 게임 방식은 익숙하지만 체험 요소는 달라졌다. 이용자가 화면에 내려오는 과자 이름을 입력하면 제품별 ASMR 효과음이 재생된다. 자가비의 바삭한 식감, 오사쯔의 부드러운 식감 등 제품 특징을 소리로 구현했다. 장마철 빗소리와 키보드 타건음, 스낵의 바삭한 소리를 연결해 타자 연습을 가벼운 놀이 콘텐츠로 바꾼 셈이다. 이번 콜라보의 배경에는 한컴타자의 플랫폼 성격이 있다. 한컴타자는 전 국민이 한 번쯤 사용해본 친숙한 타자 연습 서비스다. 현재도 무상 제공되는 대중 플랫폼으로, 직접 수익보다 한글 입력과 키보드 사용 경험을 넓히는 데 의미가 크다. 이번 콜라보도 매출 확대보다 한컴타자에 다시 접속할 이유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젊은 세대의 입력 습관 변화도 한컴이 주목하는 지점이다. 모바일 중심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키보드 사용 경험은 과거보다 줄었다. 메신저와 숏폼, 터치 입력에 익숙한 세대도 학교와 회사에 들어가면 문서 작성, 이메일, 보고서, 업무 시스템에서 키보드를 써야 한다. 취업 전 별도로 타자 연습을 하는 사례가 생기는 것도 이 간극을 보여준다. 한컴타자는 이 간극을 게임으로 좁히려 한다. 타자 연습을 훈련처럼 제시하면 젊은 이용자를 붙잡기 어렵다. 산성비에 과자 브랜드와 ASMR, 캐릭터 굿즈를 결합하면 키보드 입력 자체가 놀이가 된다. 해태 가루비는 편의점과 마트에서 쉽게 접하는 브랜드인 만큼 한컴타자가 젊은 이용자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는 접점이 된다. 오프라인 협업도 함께 진행된다. 한컴은 셀프 포토 스튜디오 브랜드 포토이즘과 협업해 한컴타자 캐릭터 IP를 활용한 ‘포토이즘 여름 프레임’을 한정 출시한다. 프레임은 여름방학과 바캉스를 주제로 제작됐으며 7월 1일부터 국내외 포토이즘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 경품 이벤트도 마련했다. 참가자 중 130명에게 해태 가루비 과자 선물세트를 제공하고 70명에게 한컴타자 인기 캐릭터 ‘갈색머리 걔’ 바디필로우를 증정한다. 게임 참여를 브랜드 경험과 굿즈 소비로 연결하는 구성이다. 한컴 관계자는 “산성비 게임에 해태 가루비 브랜드 요소를 자연스럽게 담고 포토이즘과 협업해 오프라인 접점도 확대했다”며 “기존 이용자는 물론 Z세대 이용자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추억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장수 플랫폼은 추억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지금 이용자가 다시 들어올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한컴타자가 해태제과와 포토이즘을 끌어들인 것은 한글 입력의 기초 경험을 게임과 브랜드 놀이로 다시 포장하려는 시도다. 키보드 사용이 줄어드는 시대일수록 타자 연습은 더 낡은 서비스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려야 할 디지털 기본기다.
2026-07-01 1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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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이 다시 한국을 불렀다…AI 반도체 전쟁의 심장에 선 삼성·SK
[경제일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재 위치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홍대 삼겹살집 앞에서 시민들에게 ‘HBM칩’ 과자를 나눠주며 “모두가 HBM을 사랑한다”고 외친 장면은 가벼운 팬서비스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AI 반도체 시대 한국의 전략적 위상이 담겨 있었다. 엔비디아가 한국을 다시 찾은 첫 번째 이유는 메모리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GPU 성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쓰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없으면 AI 가속기는 제 성능을 내기 어렵다. GPU가 AI 서버의 엔진이라면 HBM은 그 엔진에 데이터를 공급하는 혈관이다. 젠슨 황이 이번 방한 과정에서 언급한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은 이 구도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베라 루빈 시대에는 HBM4가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다. 황 CEO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베라 루빈용 HBM4 공급사로 자격을 갖췄다고 언급한 것은 글로벌 메모리 3사가 다시 엔비디아 공급망을 놓고 경쟁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 AI 공급망에서 가장 앞선 위치에 있다. HBM 시장에서 쌓아온 기술 우위와 공급 경험은 SK하이닉스를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과 직접 만난 것도 단순 친분 과시가 아니다. HBM 공급 안정화, 차세대 메모리 투자, AI 데이터센터와 산업용 AI 클라우드까지 이어지는 큰 그림이 맞물려 있다. SK의 과제는 주도권을 지키는 일이다. AI 서버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HBM 생산능력은 단기간에 확대하기 어렵다. 웨이퍼 투입, 패키징, 테스트, 수율 안정화까지 시간이 걸린다. 공급 부족이 이어질수록 엔비디아는 복수 공급망을 원할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가 높은 수익성을 지키면서도 엔비디아의 물량 요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맞출지가 향후 핵심 변수다. 삼성전자는 다른 시험대에 서 있다. 삼성은 메모리 절대 강자였지만 HBM 경쟁에서는 한동안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다. 그러나 베라 루빈과 HBM4는 삼성에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 삼성은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시스템 반도체까지 갖춘 종합 반도체 기업이다. 엔비디아가 원하는 것은 단순 부품 공급이 아니라 안정적인 장기 협력이다. 삼성은 HBM4 성능과 수율, 납기에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파운드리 협력 가능성도 관심이다. 엔비디아는 여전히 대만 TSMC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젠슨 황이 TSMC와의 신뢰와 우정을 강조한 것도 반도체 공급망에서 안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파운드리 협력을 확대하려면 기술력만이 아니라 장기간 검증된 제조 신뢰를 입증해야 한다. 이번 방한은 한국 반도체에 기회이자 경고다. HBM 수요가 폭증하는 것은 분명한 호재다. 그러나 엔비디아 생태계 안에서 한국 기업이 단순 공급자로만 남으면 가격과 물량 협상에 끌려갈 수 있다. HBM, 패키징, 파운드리,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솔루션까지 묶어 공급할 수 있어야 한국 반도체는 AI 시대의 구조적 수혜자가 된다. 결국 베라 루빈 시대의 승부는 누가 더 많은 HBM을 만드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누가 엔비디아의 다음 플랫폼 설계 단계부터 함께 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삼성과 SK가 공급망 바깥의 납품업체가 아니라 AI 반도체 아키텍처의 전략 파트너로 올라설 수 있느냐가 이번 방한의 첫 번째 질문이다. 젠슨 황의 방한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명확한 메시지를 남겼다. AI 시대의 금맥은 HBM에 있고, 그 금맥을 캐는 기술은 한국에 있다. 그러나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SK하이닉스는 선두를 지켜야 하고, 삼성전자는 다시 증명해야 한다. 엔비디아의 네 가지 선물 가운데 가장 먼저 한국 산업을 흔들 선물은 결국 HBM4다.
2026-06-07 12: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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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홍대서 '삼소 회동'…AI 동맹도 K푸드 특수도 띄웠다
[경제일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홍대 앞에서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삼소 회동’을 갖고 한국식 불금을 즐겼다. 삼겹살과 소맥, 2차 치킨으로 이어진 친근한 장면 뒤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피지컬 AI, 클라우드로 이어지는 한국 기업과 엔비디아의 협력 구도가 자리하고 있다. 황 CEO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삼겹살집 ‘형님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만찬을 했다.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가죽 재킷 차림으로 등장한 황 CEO는 시민들의 환호 속에 입장했고, 참석자들과 삼겹살과 소주, 맥주를 곁들여 식사를 이어갔다. 현장 분위기는 격식보다 친목에 가까웠다. 황 CEO는 삼겹살 깻잎쌈과 고추를 맛보고, 소맥을 마시며 “Go 코리아, Go SK, Go LG, Go 네이버”라고 건배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사 뒤에는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며 한국식 거리 소통도 이어갔다. 이날 회동은 단순한 화제성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통해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LG그룹은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냉각·전력 인프라 등 피지컬 AI 적용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는 AI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소버린 AI 영역에서 엔비디아 생태계와 접점을 넓힐 수 있는 파트너다. 황 CEO가 시민들에게 SK하이닉스 HBM을 모티브로 한 과자를 나눠주며 “모두가 HBM칩을 사랑한다”고 외친 장면도 상징적이다. HBM은 AI 반도체 시대 한국 기업의 전략적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 품목이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이 커질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의 역할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회동은 식품·주류업계에도 즉각적인 파급을 냈다. 현장에는 하이트진로의 테라와 참이슬이 놓였고, 주변에서는 ‘젠슨 황처럼’, ‘엔비디아처럼’ 라벨을 활용한 현장 마케팅도 이어졌다. 황 CEO와 총수들이 시민들에게 HBM칩, 바나나맛우유, 비락식혜 등을 나눠주면서 관련 상품과 홍대 상권도 주목받았다. 지난해 방한 당시 치킨집 회동이 화제가 됐던 것처럼, 이번에는 삼겹살·소맥·치킨 조합이 또 하나의 소비 이슈로 번진 셈이다. 식사 뒤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페이로 현장 손님들의 식사비를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는 “네이버가 모두를 위해 다 산다”며 박수를 유도했고, 이후 일행은 인근 BBQ 치킨집으로 자리를 옮겨 2차 회동을 이어갔다. 이번 홍대 회동은 한국 AI 산업의 위상을 대중적 장면으로 압축해 보여줬다. 한쪽에는 삼겹살과 소맥, 치킨, 바나나맛우유가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HBM, 로봇, 클라우드, 피지컬 AI가 있었다. 한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단순 공급자가 아니라 AI 인프라와 산업 적용을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2026-06-05 23: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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