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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없는 선거가 남긴 상처, 음모론과 정략을 넘어 시스템 개혁이 먼저다
[경제일보] 민주주의는 투표로 시작해 투표로 완성된다. 국민이 한 표를 행사하는 순간 주권은 현실이 되고, 선거는 국민의 뜻을 국가 운영에 반영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신성한 절차가 된다. 그렇기에 선거는 무엇보다 공정해야 하며, 유권자가 불편함 없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이른바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중대한 사건이다.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거나 투표에 차질을 빚었고, 개표 과정에서도 혼란이 발생해 개표소가 봉쇄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선거 관리의 기본 중 기본인 투표용지 수급과 운영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 앞에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선거의 결과와 무관하게 국민의 참정권 행사에 불편과 혼란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명백한 행정 실패이자 관리 부실이다. 국민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실수 자체보다도 반복되는 무능과 무책임이다. 선관위는 그동안 각종 채용 비리 논란과 관리 부실 문제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 왔다. 그럼에도 조직 혁신과 내부 개혁은 지지부진했고, 결국 이번 사태를 통해 그 허술한 관리 체계가 다시 드러났다. 선거 관리 기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야가 오는 18일 본회의에서 선관위에 대한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은 그런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정조사는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를 위한 정치적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여야 한다. 이번 기회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사전 대응 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책임 소재는 어디에 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잘못이 확인된다면 관련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도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국정조사의 목적이 정치 공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전국 재선거' 주장이나 이를 둘러싼 정략적 논쟁은 사태의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 선거 관리의 부실을 비판하는 것과 선거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명확한 증거와 법적 근거 없이 국민의 선택을 통째로 부정하는 주장은 오히려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킬 수 있다. 특히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부정선거 음모론은 사회적 갈등만 키울 뿐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에 근거한 비판은 필요하지만,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정치적 선동은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쟁이 아니라 진실이며, 음모론이 아니라 제도 개선이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출발점은 같아야 한다. 국민의 투표권은 침해되어서는 안 되며, 선거 관리의 허점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정치적 유불리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선관위의 독립성은 보장하되 책임성은 강화하고, 선거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과 디지털 관리 체계 개선, 위기 대응 매뉴얼 정비 등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 공자는 "백성의 신뢰를 잃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역시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선거는 국민과 국가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약속이다. 그 약속이 흔들릴 때 민주주의도 흔들린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행정 착오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큰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그 상처를 정치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악용하는 것 또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음모론도, 정략적 구호도 아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사과, 그리고 국민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는 선거 시스템의 전면적 개혁이다. 그것이야말로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2026-06-17 09: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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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돈 잔치 문제 대통령보다 주무 장관이 나서라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생산 차질까지 감수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는 단순한 기업 내부 갈등의 차원을 넘어선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번 사안은 국가 경제 전반의 안정성과도 직결된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직접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이를 정치적 책임론으로 연결하는 주장까지 뒤섞이며 논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물러서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정 운영의 기본은 역할과 책임의 분명한 구분에 있다. 모든 사안에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일견 강력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행정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에 가깝다. 대통령은 국가 운영의 큰 방향과 원칙을 제시하는 자리다. 개별 산업의 노사 갈등에 일일이 개입해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오히려 책임 행정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주무 부처 장관과 실무 라인이 존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산업과 노동을 담당하는 부처는 전문성과 정책 수단을 바탕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할 1차적 책임을 진다. 이들이 전면에 나서 노사 양측을 설득하고, 필요한 경우 밤을 새워서라도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정 운영의 모습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방식은 최후의 수단이어야지, 일상적인 해결 방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성과급을 둘러싼 논쟁 역시 감정이 아닌 원칙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기업이 높은 이익을 거두었다면 구성원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이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보상의 수준과 방식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경쟁력, 그리고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세 가지 축 위에서 균형 있게 결정되어야 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기술 경쟁이 곧 생존과 직결되는 분야다. 연구개발 투자와 설비 확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한 번 경쟁에서 뒤처지면 만회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단기적 성과를 과도하게 분배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 여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노동자에게도 불리한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성과급이 미래를 잠식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 중요한 점은 삼성전자의 성과가 결코 특정 집단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많은 협력업체의 기술 축적과 헌신, 산업 생태계를 지탱해온 중소기업들의 기여, 그리고 장기간에 걸친 국가의 인프라 투자와 정책 지원이 함께 어우러져 오늘의 경쟁력을 만들어냈다. 투자자와 국민의 신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이익은 단순히 내부 구성원끼리 나눌 몫이 아니라, 보다 넓은 관점에서 활용과 배분을 고민해야 할 성격을 지닌다. 노조 역시 이러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그 권리가 사회 전체와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은 최후의 선택이어야 하며,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결국 공감대를 잃게 만든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주체 역시 노동자 자신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분명하다. 원칙을 세우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노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산업 경쟁력과 경제 안정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무 부처는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하며, 필요하다면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해 갈등의 폭을 줄여야 한다. 대통령은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큰 방향을 제시하고, 책임 있는 행정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해법은 단순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노사는 상호 절제와 타협의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정부는 책임 있는 중재자로서 기능하며, 대통령은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산업과 경제의 안정성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지속 가능한 길이다.
2026-04-29 1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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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통신 3사 대표 첫 간담회 진행…보안·요금·AI 투자 공동 쇄신
[경제일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대표와 첫 간담회를 열고 보안 강화와 통신요금 개편, AI(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 등 통신 산업 전반의 쇄신 방향을 논의했다. 특히 통신 3사는 공동선언문을 통해 국민 신뢰 회복과 민생 기여, 미래 통신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협력 의지를 공식화했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총회관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대표와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SK텔레콤과 KT 신임 대표 취임 이후 통신 3사 대표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자리로 알려졌다. 급변하는 통신 환경 속에서 통신 산업의 신뢰 회복과 민생 안정, AI 시대 대응 전략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올해는 간담회 논의를 바탕으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통신 3사의 쇄신 의지를 공식화했다. 배경훈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통신사의 책임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해킹 사태를 겪으며 통신사들의 책임과 역할의 무게가 더욱 분명해졌다"며 "이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넘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환골탈태 수준의 쇄신과 기여로 답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정보보안 강화가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배 부총리는 통신 3사에 보안 사고 대응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오는 2027년 시행 예정인 디지털 포용법 개정에 따라 침해사고 발생 시 디지털 취약계층 지원 체계 마련에도 협조를 당부했다. 민생 분야에서는 통신요금 개편과 서비스 품질 개선이 논의됐다. 통신 3사는 기본통신권 정책 취지에 공감하고 데이터 이용 보장 확대, 어르신 대상 음성·문자 제공 확대, 2만원대 5G 요금제를 포함한 통합요금제 출시 등을 추진하기로 협의했다. 지하철 LTE를 5G로 전환하는 와이파이 고도화와 고속철 품질 개선 등 대중교통 통신 서비스 개선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재난 대응 통신 강화 방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산불·화재 등 대형 재난 상황에서 소방청 긴급 구조 통신이 우선 처리될 수 있도록 상용망 기반 긴급통신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고 통신 3사도 관련 서비스의 신속한 도입을 위해 협력할 뜻을 밝혔다. 미래 통신 인프라 투자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배 부총리는 AI 시대 대응을 위한 차세대 통신망 구축을 국가 핵심 인프라 투자로 규정하고 통신 3사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정부는 AI 네트워크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과 대규모 실증사업 지원 계획도 밝혔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통신은 단순한 연결을 넘어 국민의 삶과 직결된 핵심 인프라로서, 엄중한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며 "오늘 이 간담회는 국민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통신에 대한 신뢰와 본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부총리는 "오늘 간담회 의제들이 일회성 논의에 그치지 않도록 간담회를 정례화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가 현장에서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민관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통신 산업이 민생 안정과 AI 시대 국제적 리더십 강화에 중추적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04-09 16: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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