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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의 무능한 조율, 국익을 위태롭게 하는 정부의 책임을 묻는다
[경제일보]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떠받치는 두 축은 굳건한 안보와 개방형 통상체제다. 안보가 흔들리면 국가의 존립이 위태롭고, 통상 경쟁력을 잃으면 경제의 활력과 국방의 기반마저 약화된다. 그런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검증 과정에서 한미 간 이견이 드러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도 연내 추진하지 않기로 하면서 정부의 대외 전략에 경고등이 켜졌다. 우연한 정책 차질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사전에 예상할 수 있는 쟁점을 조율하고 이해관계를 설득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안보에서는 동맹과의 조율이, 통상에서는 국내 갈등을 풀어낼 정치적 결단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익을 지켜야 할 정부가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면 그 책임부터 분명히 물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정권의 치적을 장식하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다. 우리 군이 연합방위체제를 주도할 역량을 확보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한미동맹의 억제력이 전환 이후에도 유지되는지를 엄격하게 검증해야 하는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다. 전환 시기를 앞당기는 것 자체가 자주국방의 성과는 아니다. 필요한 능력이 부족한데도 일정에 맞춰 서두른다면 자주라는 명분으로 안보 위험을 키우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은 분명하다. 전작권 전환 조건의 충족 여부를 놓고 한미 간 시각차가 있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사전 협의와 검증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우리 군의 핵심 작전 능력은 어느 수준까지 확보됐는지 설명해야 한다. 동맹 간 이견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핵심 조건을 둘러싼 견해차가 남았다면 협의 과정과 판단 근거를 점검하는 것이 마땅하다. 성과를 앞세워 검증을 형식화하거나 정치적 일정을 군사적 판단에 종속시켜서는 안 된다. 정부는 막연한 자주 구호나 낙관론 뒤에 숨지 말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과 단계별 보완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안보 정책의 실패는 사후 책임 추궁만으로 되돌릴 수 없다. CPTPP 가입 신청의 연내 보류는 통상 정책의 전략과 조정 능력을 시험하는 또 다른 고비다. 세계 경제가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의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주요국들은 시장 접근성을 넓히고 자국 기업에 유리한 통상 규범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가입 논의를 미루기만 한다면 역내 경제 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언권을 잃고 기업의 경쟁 기회도 제약받을 수 있다. 수출로 성장한 나라가 통상 네트워크 확장에 소극적이라면 경쟁국이 차지한 자리를 나중에 되찾는 데 더 큰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물론 CPTPP 가입에는 농수산업 등 민감 산업의 피해와 시장 개방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따른다. 정부가 공개한 경제적 영향 분석에서도 가입 이후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와 함께 농림수산업의 생산 감소 가능성이 제시됐다. 피해 우려를 무시한 채 가입을 서두를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반발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는 피해 규모를 객관적으로 산출하고 보상과 경쟁력 강화, 산업 전환을 아우르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충돌할수록 정부가 나서 국민을 설득하고 국익과 피해 대책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가입의 편익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하지도, 피해 대책을 구체화하지도 못했다면 정책 지연의 책임을 국내 반발에 떠넘길 수 없다. 결정을 미룬다고 갈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택의 비용만 커질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안보와 통상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연결하는 정부의 조정 능력이다. 군사적 억제력과 경제적 회복력은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 에너지와 핵심 소재의 공급망, 첨단산업의 해외 시장, 동맹국과의 기술 협력은 모두 경제 안보의 일부다.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 주요 교역국과의 경제 관계를 정교하게 관리하려면 외교·국방·산업·통상 부처가 같은 전략 목표 아래 움직여야 한다. 부처별 이해와 단기 현안에 끌려다니는 방식으로는 복합적인 국제 질서에 대응할 수 없다.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며 결정의 결과에 책임지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제 정부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답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의 군사적 조건과 한미 간 협의 상황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CPTPP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통상 전략과 산업 피해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연내 가입 신청을 보류했다면 그 기간에 무엇을 검토하고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정책이 지연되거나 판단이 잘못됐다면 원인을 밝히고 시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책무다. 국회 역시 정쟁에 매몰되지 말고 객관적 검증과 초당적 협력으로 정부를 감시해야 한다. 외교·안보와 통상에는 정권의 임기가 있지만 국익에는 임기가 없다. 자주국방은 동맹을 흔드는 구호가 아니라 스스로 지킬 능력으로 증명해야 하며, 통상 주권은 가입 선언이 아니라 시장을 확보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성과로 입증해야 한다. 정부가 원칙과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그 대가는 국민의 안전과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국가 전략의 혼선을 불가피한 국제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상황을 예측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국익을 관철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정책을 바로잡고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2026-10-15 11: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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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의 독립, 권력의 선의에 맡길 수 없다
[경제일보] 법의 권위는 권력자의 의지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데서 나온다. 힘 있는 사람이라고 감싸지 않고, 힘없는 사람이라고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성경 레위기 19장 15절도 재판에서 공의를 지킬 것을 강조한다. 법 집행의 공정성이 흔들리면 수사기관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 지난 14일 열린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남긴 질문도 결국 여기에 있다. 지난 2일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검찰에 집중됐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분리해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구축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러나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고 해서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을 막고 수사권 남용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과거 검찰 재직 당시 감찰 민원 처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무배제 반대 성명 참여 경위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후보자는 감찰 민원을 묵살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당시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직무배제 반대 성명에 참여한 데 대해서는 당사자의 소명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정치적 중립성을 검증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책무다. 다만 의혹은 구체적인 사실과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 후보자의 해명 역시 같은 기준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어느 진영에 가까운 인물인지를 따지는 데 그친다면 정작 국민이 확인해야 할 수사기관장의 자질과 독립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청문회에서 더욱 주목할 대목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이다. 중수청법 제6조는 행안부 장관이 중수청장과 소속 직원을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하되,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관의 감독권 자체가 법률에 근거한 권한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모든 지휘와 감독을 정치적 외압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반대로 법률상 권한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행사가 언제나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 11일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중수청은 이튿날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감찰의 필요성과 적법성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다만 이번 사례는 장관의 감독권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사되고, 그 적절성을 누가 검증할 것인지라는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수사기관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정당한 감독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감독권이 개별 사건의 수사 방향이나 결론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통로가 돼서도 안 된다. 법률이 허용한 지휘권과 정치적 개입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권한 행사에 대한 기록과 사후 통제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권력의 선의에 기대는 제도는 권력이 바뀔 때마다 흔들릴 위험이 있다. 수사 독립을 청장 개인의 소신이나 조직 내부의 결의에만 맡길 수 없는 이유다. 우선 인사 절차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현행 제도에는 후보추천위원회와 청장 임기 규정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추천위원회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위원회 구성의 객관성과 심사 기준의 투명성을 높이고,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 정치적 중립성을 일관된 기준으로 검증해야 한다. 청장의 신분을 보호하되 법률에 따른 정당한 책임 추궁 절차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건 배당과 수사 진행 과정 역시 외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객관적인 배당 기준을 마련하고 담당자 교체나 수사 종결에는 합리적인 사유를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 사건의 특수성과 수사 전문성을 고려한 예외가 필요하더라도 그 판단 근거는 남겨야 한다. 표적 수사나 부당한 사건 지연, 선택적 수사 논란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수사권이 커질수록 통제의 책임도 무거워진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법원의 영장 심사와 적법절차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하면 실효성 있는 구제와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 국회 역시 기관 운영과 권한 남용 여부를 감시하되 개별 사건의 수사 결론을 정치적으로 요구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독립은 감시받지 않을 권리가 아니다.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수사하되 법과 절차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책임지는 것이 수사기관의 독립이다. 중수청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조직의 실질적인 수사 역량이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인력 확보율이 약 66%, 물적 인프라 확보 수준은 60∼70% 정도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관이 법률상 권한을 갖췄더라도 인력과 시설,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한 인력 확보와 전문성 강화도 서둘러야 한다. 중수청 개혁의 성패는 과거 검찰의 문제를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수사 강도가 달라지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선택적으로 처리한다는 의혹이 반복된다면 조직 개편의 의미는 퇴색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새로운 권한 집중이나 책임 회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관 사이의 역할과 통제 절차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본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후보자의 자질과 과거 행적을 철저히 검증하되 같은 기준을 여야 모두에게 적용해야 한다. 의혹을 제기할 때는 근거를 제시하고, 해명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청문회가 정치적 공방에만 머문다면 국민이 판단할 정보는 오히려 부족해진다. 공직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특정 권력자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을 지킬 의지다. 특히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의 수장이라면 정치적으로 불편한 사건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중수청은 정권의 칼도, 정치권의 방패도 돼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독립 선언이 아니다. 지휘·감독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권한 행사의 근거를 기록하며, 위법하거나 부당한 개입에는 책임을 묻는 제도다. 동시에 수사권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장치도 갖춰야 한다. 진리와 정의의 저울을 권력자의 손에 맡겨둘 수는 없다. 새 수사기관에 대한 평가는 조직을 얼마나 크게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권력 앞에서도 법과 원칙을 지켰느냐로 내려질 것이다. 중수청의 독립은 권력의 선의가 아니라 권력조차 함부로 넘을 수 없는 제도적 경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2026-10-15 10: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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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만 앞세운 '중수청'의 자중지란, 기본과 상식이 먼저다
[경제일보] 국가 형사사법 체계를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재편하겠다며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열흘여 만에 내부 갈등과 운영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중대범죄를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기관이 정작 조직의 기초를 다지는 일부터 삐걱거린다면 국민이 무엇을 믿어야 하겠는가. 검찰개혁이라는 거창한 깃발을 앞세웠지만, 정작 그 깃발을 받쳐야 할 행정 역량과 조직 운영의 기본은 갖췄는지 의문이다. 제도 개편의 명분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준비 부족과 권력 다툼으로 얼룩진다면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출범 과정부터 문제다. 현장에서는 핵심 수사 인력 부족과 주요 보직 공백, 수사 기밀을 다룰 전산망 등 필수 인프라의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이라면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중대범죄 수사는 전문 인력과 정보 보안, 증거 관리, 기관 간 공조 체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런 기반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정치 일정에 맞춰 조직부터 출범시켰다면 그 자체가 무책임한 행정이다. 간판을 먼저 달고 내부를 나중에 채우겠다는 식의 개문발차는 국가 수사기관이 취할 방식이 아니다. 수사기관의 부실은 일반 행정기관의 시행착오와 다르다. 증거 확보가 늦어지고 수사 정보가 유출되거나 사건 처리에 공백이 생기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범죄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수사의 완결성이 훼손되면 그 책임은 누구도 대신 질 수 없다. 정부는 출범 당시 인력과 시설, 예산, 전산 보안, 사건 이관 및 공조 절차를 얼마나 면밀하게 점검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준비가 미흡했다면 누가 어떤 판단으로 출범을 강행했는지부터 규명해야 한다. 제도 개편의 속도가 수사의 질과 국민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인사와 감찰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다. 조직 출범 초기에는 지휘 체계를 안정시키고 구성원 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초대 청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에 이어 감찰과 인사 조치를 둘러싼 갈등까지 불거졌다면 지도부의 관리 능력을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감찰이 비위 규명을 위한 정당한 절차인지, 내부 비판을 억누르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한 수단인지 의혹이 제기된다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사실관계를 가리지 않은 채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도 안 된다. 중수청의 존립 근거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특정 인물이나 세력에는 관대하고 반대편에는 엄격하다면 국민은 그 기관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내부 비판을 무조건 조직 흔들기로 몰아붙이거나 감찰권을 사적으로 행사한다면 기강 확립이라는 명분도 설 자리가 없다. 인사는 전문성과 청렴성, 실적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하며 감찰은 명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장치가 없다면 조직 개편으로 간판만 바뀌었을 뿐 권력 수사의 고질적 문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무겁다. 검찰개혁의 당위만 강조하며 제도 설계와 현장 준비의 허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개혁의 성패는 조직을 얼마나 빨리 출범시켰느냐가 아니라 범죄를 얼마나 정확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느냐로 판가름 난다. 정부는 출범 준비 과정과 인사·감찰 논란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전산 보안과 전문 인력 확보, 사건 처리 기준 등 운영 전반의 취약점을 공개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중수청 지도부 역시 책임을 실무진에 떠넘기지 말고 조직 혼란을 초래한 의사결정과 지휘 체계부터 돌아봐야 한다. 정치권도 수사기관을 정쟁의 전리품으로 삼으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이 특정 정권의 이해에 따라 흔들리고 기관의 독립성이 정치적 유불리에 좌우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중수청이 신뢰를 얻으려면 외부의 정치적 간섭을 차단하는 동시에 내부의 전횡과 무능에도 엄격해야 한다. 독립성은 책임을 면제하는 특권이 아니며, 기강 확립은 비판을 봉쇄하는 명분이 아니다. 중수청 출범 이후의 혼란은 정부가 추진한 제도 개편이 현장의 수사 역량과 조직 운영 체계를 충분히 갖췄는지 되묻게 한다. 국회와 정부는 정치적 명분을 앞세우기보다 수사기관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전산망, 지휘 체계를 안정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조직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함께 확보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깃발이 제도를 대신할 수 없고, 명분이 실력을 대신할 수도 없다. 중수청은 지금이라도 출범의 속도보다 운영의 완성도를 우선해야 한다. 정부는 졸속 준비와 인사 난맥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지도부는 공정한 인사와 투명한 감찰, 전문적인 수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기본과 상식이 무너진 개혁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중수청이 진정한 개혁의 성과를 입증하는 길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수사,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시작된다.
2026-10-13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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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중앙행정기관 44곳 세종으로…2027년부터 9929명 단계 이전
[경제일보] 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 44곳을 2027년부터 세종으로 단계적으로 이전한다. 별도 청사가 필요하지 않은 27개 기관은 내년에 우선 옮기고 수사·보안 등 특수시설이 필요한 17개 기관은 독립청사를 새로 지어 2031년까지 순차 이전한다는 구상이다. 공무원 정원 기준 9929명이 추가로 세종에 근무하게 되면서 세종 중심의 국정운영 체계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13일 행정안전부는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 등 44곳, 공무원 정원 기준 9929명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9월 3일 이전 추진방향을 발표한 뒤 관계기관 협의와 네 차례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기관별 기능과 성격, 청사 확보 여건 등을 반영해 이전 대상과 방식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번 계획은 기관 특성에 따라 ‘임차청사 활용 조기 이전’과 ‘청사 신축 후 이전’으로 나눠 추진된다. 현재까지 세종으로 이전한 중앙행정기관은 43곳으로 이전 당시 정원 기준 1만4731명이다. 이번 2차 이전까지 마무리되면 세종에서 근무하는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규모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우선 별도 독립청사가 필요하지 않은 27개 기관, 2995명은 세종지역 민간 임차공간을 활용해 2027년 중 단계적으로 이전한다. 상반기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재외동포청 등 6개 기관이 우선 세종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각 부처 소속기관과 각종 자문위원회 등 19개 기관이 뒤를 잇는다. 정부는 이들 기관의 임차청사 이전을 2027년 안에 끝낸다는 계획이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이전 시점은 관련 법 개정 일정과 연계해 정한다. 수사·보안·관제 등 업무 특성상 독립청사와 특수시설이 필요한 17개 기관, 6934명은 별도 청사를 신축한 뒤 옮긴다. 정부는 2031년까지 청사 건립과 이전을 순차적으로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대통령 세종집무실은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회 세종의사당은 2033년 준공이 예정돼 있어 행정·정치 기능의 세종 집중도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관 이전에는 대규모 재정도 투입된다. 행안부에 따르면 2027년 임차청사를 활용해 이전하는 기관의 청사 임차·조성과 운영비, 공무원 이주지원비 등에는 약 89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독립청사가 필요한 기관과 향후 임차청사를 사용하는 기관 등을 위한 청사 건립비는 약 3조1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에 기본설계비 약 286억원을 반영해 청사 건립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전체 사업비는 기관별 입지와 시설 규모, 부지 확보 상황과 설계 결과 등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이전 공무원과 가족의 세종 정착을 위해 이사비와 초기 이주지원비를 지원하고 주택 마련이나 자녀의 학기 종료 등으로 즉각적인 이주가 어려운 공무원에게는 일정 기간 교통편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기관 이전이 실제 생활권 이동으로 이어지는 만큼 주거와 교통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구상이다. 남은 과제는 법 개정과 예산 확보다. 현행 행복도시법은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 법무부, 성평등가족부를 세종 이전 제외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기관을 이전 제외 대상에서 삭제하기 위한 방안을 국회와 논의하고 기관 이전과 청사 건립에 필요한 예산도 적기에 확보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앞으로 관계기관 협의와 공청회 등 법정 절차를 거쳐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을 변경·고시한 뒤 기관별 청사 확보 상황에 맞춰 순차적으로 이전한다. 이전 과정에서 민원과 인허가 등 국민이 이용하는 행정서비스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관별 업무 연속성 확보 방안도 별도로 마련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은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국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한 핵심 국가 전략”이라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이전기관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빠짐없이 챙기면서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26-10-13 15: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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