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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정상외교의 빛과 그림자…국내 산업 뿌리 남겨야
[경제일보] 대통령이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의 중심으로 간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를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등 국내 기업인들도 합류한다. 정부가 주최하는 AI 서밋에서는 양국 기업 간 협약이 체결되고, 글로벌 AI 협력 방향을 담은 선언도 발표될 예정이다. 참석자의 면면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반도체를 공급하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AI 모델을 만드는 오픈AI와 앤트로픽, 메모리와 제조 역량을 가진 삼성전자와 SK, 피지컬 AI의 거대한 실험장이 될 현대차가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이 세계 AI 생태계의 변방이 아니라 핵심 공급망의 한 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상외교가 기업 간 장벽을 낮추고 투자와 기술협력의 문을 여는 일은 마땅히 환영할 일이다. AI 산업은 한 나라가 모든 기술을 독자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거대한 결합체다. 그래픽처리장치와 메모리, 파운드리,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거대언어모델, 전력과 냉각 설비가 맞물려야 한다. 한국이 미국 빅테크와 손잡지 않고 AI 경쟁의 속도를 따라잡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기술동맹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동맹은 악수로 완성되지 않는다. 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가져오는지, 그 결과가 어느 나라의 공장과 연구소, 일자리와 세수로 남는지를 따져야 한다. 정상외교의 성과를 협약 건수나 투자 금액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해외에서 박수를 받은 양해각서가 국내 산업의 뿌리를 약하게 만든다면 외교적 성과는 산업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앞두고 산업통상부 장관도 워싱턴으로 향했다. 김정관 장관은 미국 상무·에너지 당국과 한국 기업의 대미 전략투자, 에너지·자원 협력 등을 논의한다. 정부는 한미전략투자특별법에 따라 대미 투자사업을 구체화하고 있고, 현재 논의되는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은 3500억달러 규모다. 같은 시기에 샌프란시스코에서는 AI 기술협력을 넓히고, 워싱턴에서는 한국 자본의 미국 투자를 협의하는 셈이다. 미국에 투자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 시장에 공장을 짓고 현지 고객과 가까워지는 것은 기업의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관세와 보조금, 조달 규정이 기업의 입지를 좌우하는 시대에는 현지 생산도 경쟁력의 일부다. 미국 시장을 지키기 위한 투자를 애국심만으로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문제는 균형이다. 해외 공장을 하나 세울 때 국내 공장 하나가 사라지고, 해외 연구소를 키울 때 국내 인재 채용이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돼서는 안 된다. 대기업이 생산시설을 옮기면 협력업체와 장비업체, 물류와 지역 상권도 함께 움직인다. 산업 공동화는 어느 날 공장 문에 붙은 폐업 공고로 시작되지 않는다. 국내 증설이 미뤄지고, 신규 채용이 줄고, 핵심 연구조직이 해외로 이동하는 작은 변화가 쌓여 어느 순간 산업 생태계 전체의 빈자리로 나타난다. 특히 AI는 과거 제조업보다 기술 종속의 위험이 크다. 한국 기업이 반도체와 데이터, 전력, 자본을 제공하더라도 핵심 모델과 플랫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해외 기업이 독점한다면 한국은 고부가가치 사슬의 중심이 아니라 값비싼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하청기지에 머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과 AI 시대의 주도권을 갖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AI 정상외교의 성과를 국내에 남기기 위한 원칙을 먼저 세워야 한다. 우선 정책금융과 공적 보증이 투입되는 해외 투자에는 국내 투자 연계 조건을 붙여야 한다. 국내 연구개발센터 유지, 핵심 공정 투자, 협력업체 발주, 인재 양성 계획을 함께 따져야 한다. 해외 투자의 수익성뿐 아니라 국내 산업에 남기는 파급효과도 국익 심사의 기준이 돼야 한다. 또한 글로벌 빅테크와 체결하는 기술협약에는 한국 기업의 역할과 지식재산권의 귀속을 명확히 해야 한다. 데이터는 한국이 제공하고, 설비투자는 한국 기업이 부담하면서 핵심 기술과 수익은 해외 플랫폼에 집중되는 계약이라면 기술동맹이라 부르기 어렵다. 공동 연구의 성과가 국내 연구자와 스타트업, 대학으로 확산될 수 있는 통로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 벤처자본과의 협력에는 상호성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세쿼이아캐피털과 앤드리슨호로위츠 등 글로벌 벤처투자회사 관계자들을 만나고, 국민연금과 이들 투자회사 간 장기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행사에도 참석한다. 한국 자본이 실리콘밸리의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리콘밸리의 자본과 네트워크도 한국의 AI 스타트업과 연구 생태계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정상외교의 성과를 협약 건수가 아니라 국내 잔존 가치로 평가해야할 필요도 있다. 협약 이후 국내 투자액이 얼마나 늘었는지, 몇 명을 새로 고용했는지, 국내 중소기업이 공급망에 얼마나 진입했는지, 공동 연구에서 한국이 확보한 특허와 기술이 무엇인지 공개해야 한다. 양해각서는 출발선일 뿐이다. 이행되지 않는 협약은 외교행사의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에는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物有本末 事有終始)”는 구절이 나온다. AI 정상외교에서 글로벌 협약과 해외 투자는 뻗어 나가는 가지다. 국내 공장과 연구소, 인재와 협력업체는 뿌리다. 가지가 세계로 뻗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가지를 키우겠다고 뿌리의 물과 양분을 모두 빼내면 나무는 오래 서 있지 못한다. 한국 기업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국내에만 머물라는 요구는 개방경제의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 진출을 세계화라는 말로 무조건 미화해서도 안 된다. 기업의 해외 투자는 기업의 판단이지만, 세제와 금융, 외교적 지원이 더해지는 순간부터는 국가 경제에 어떤 이익을 남기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미 투자사업을 상업적 합리성과 국익을 기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원칙은 옳다. 이제 ‘국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해외에서 거둔 수익만 국익이 아니다. 국내 생산능력과 연구인력, 기술자립도, 협력업체의 생존, 청년들이 일할 양질의 일자리도 국익이다. AI 정상외교는 한국에 큰 기회다. 엔비디아와 오픈AI를 만나고 세계의 자본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다만 진정한 성과는 회담장의 사진이 아니라 몇 년 뒤 국내 산업 현장에서 확인될 것이다. 한국에 연구소가 늘고, 공장이 증설되고, 스타트업이 성장하며, 청년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때 기술동맹은 비로소 국익이 된다. 빅테크와 손을 잡되 산업의 뿌리는 한국에 남겨야 한다. 해외 시장을 넓히되 국내 생산 기반을 비워서는 안 된다. 세계 AI 질서에 깊숙이 들어가되 기술과 플랫폼의 종속국이 돼서도 안 된다. AI 정상외교의 성패를 가를 기준은 단순하다. 협력의 열매가 국내 산업과 국민에게 돌아오는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기술동맹은 동맹이 아니라 공동화의 통로가 될 수 있다.
2026-07-23 10: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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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미토스'로 사이버 보안 동맹 구축… '기술 유출' 아닌 '방어 우선' 선택
[경제일보]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최신 AI 모델 ‘미토스(Mythos)’를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에 선제적으로 제공한다. 7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은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이라는 이름의 공동 계획을 발표하며 AI가 해커의 손에 들어가 악용되기 전에 방어하는 쪽이 기술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AI 기술의 고도화가 가져올 잠재적 위험성을 인정하고 기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방어 동맹’을 구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미토스’가 지닌 압도적인 성능이 있다. 사이버 보안 취약점 재현 성능지표(벤치마크)인 ‘사이버짐’ 평가에서 미토스의 점수는 83.1%로 기존 최상위 모델인 ‘오퍼스 4.6’(66.6%)을 큰 격차로 뛰어넘었다. 앤트로픽은 “미토스가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발견하는 데 있어 최고 숙련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간을 능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능력은 곧 ‘양날의 검’이다.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던 취약점을 찾아내는 강력한 무기가 되지만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기존의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만능키’가 될 수 있다. 특히 분야별 박사급 전문가 수준의 문제를 모은 ‘인류의 마지막 시험(HLE)’ 점수에서 AI 모델 최초로 50%의 벽을 넘어선 것은 미토스가 인간의 지능에 근접했음을 시사한다. 이 기술이 통제 없이 외부에 유출될 경우 국가 단위의 사이버 전쟁이나 금융 시스템 마비 등 예측 불가능한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앤트로픽은 미토스를 일반에 공개하는 대신 ‘프로젝트 글래스윙’이라는 방어 동맹을 선택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AWS, 애플, 구글, MS, 엔비디아 등 AI 인프라를 지배하는 빅테크 기업들과 시스코, 팔로알토 등 보안 전문 기업 그리고 JP모건체이스와 같은 금융 기업까지 초기 파트너로 참여했다. 앤트로픽은 이들 기업에 최대 1억 달러 규모의 모델 사용권을 제공하고 오픈소스 보안 단체들에는 400만 달러를 기부할 계획이다. 이는 기술을 독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생태계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힘을 합쳐 AI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공동 책임’의 선언이다.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AI를 잘못 다루면 위험하지만, 잘만 다루면 근본적으로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 기회가 생긴다”며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강조했다. 앤트로픽은 이번 프로젝트를 미 정부 당국자들과도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AI 기술이 더 이상 민간 기업의 영역을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앤트로픽은 “이러한 사이버 역량의 등장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AI 기술 분야에서 확고한 우위를 유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라며 정부와의 협력 의지를 분명히 했다. 향후 AI 기술 개발은 ‘성능 경쟁’과 ‘안전 경쟁’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전개될 것이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선두 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더 똑똑한 AI를 만드는 것을 넘어 ‘우리의 AI가 얼마나 안전한가’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진입했다. 미토스와 같은 공격적인 AI를 활용해 자사의 시스템 취약점을 점검하는 ‘AI 레드팀’이 기업 보안의 표준이 될 것이다. 정부는 AI 기술의 군사적 전용을 막기 위해 핵심 모델에 대한 수출 통제나 라이선스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앤트로픽의 이번 ‘선제적 협력’은 이러한 규제 흐름 속에서 기업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로도 볼 수 있다. AI가 창과 방패 역할을 모두 하게 되면서 AI 기반의 사이버 보안 솔루션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앤트로픽의 이번 결정은 AI 기술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동안 기술 기업들은 ‘성능’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며 ‘안전’ 문제를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앤트로픽은 자사가 개발한 강력한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쟁사들과 손을 잡는 전례 없는 선택을 했다. 물론 이러한 ‘자발적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스스로 그 위험을 통제하려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였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프로젝트 글래스윙’은 AI 시대의 윤리적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미토스의 등장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이 강력한 지능을 통제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앤트로픽과 빅테크들의 동맹은 그 질문에 대한 첫 번째 응답이다.
2026-04-08 07: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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