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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명목 GDP 26.4% 급증, 경제 체질까지 좋아진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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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명목 GDP 26.4% 급증, 경제 체질까지 좋아진 건 아니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송정훈 기자
2026-09-08 14:55:00
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경제는 한껏 달아올랐다. 올해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9.2%,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4%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979년 3분기 이후 약 4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총저축률도 45.6%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영향을 제거한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했다.
 
명목 GDP는 현재 가격으로 계산한다. 생산량뿐 아니라 가격 변화가 함께 반영된다. 실제 2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보다 21.9% 올라 1980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 명목성장률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물경제의 움직임도 나쁘지 않았다. 수출은 전분기보다 1.3% 늘었고 민간소비도 성장에 기여했다. 제조업은 1.4%, 서비스업은 1.0% 증가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교역조건 개선과 실질 무역이익 증가에 힘입어 전분기보다 3.1% 늘었다.
 
그렇다고 명목 GDP 26.4%를 경제 체질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곤란하다.
 
기업 매출과 이익이 늘고 가계소득과 세수가 개선되는 데 명목경제의 확대는 중요하다. 반도체 호황과 수출 증가가 기업 실적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재정에도 숨통이 트인다.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전력망 등 미래산업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여력도 그만큼 커진다.
 
관건은 호황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얼마나 퍼지고 있느냐다. 2분기 순수출은 실질GDP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렸다. 민간소비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도 각각 0.2%포인트 기여했다. 반면 건설투자는 0.1% 감소했고 건설업 생산은 1.9% 줄었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0.2%에 그쳤다. 수출과 제조업이 성장을 견인하는 가운데 투자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모습이 나타났다.
 
한국경제가 경계해야 할 대목은 이런 불균형이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수출이 급증하면 명목성장률은 빠르게 올라간다. 그러나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거나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반대 장면도 빠르게 나타난다. 가격 요인이 만들어낸 호황은 가격 조건이 달라지는 순간 약해진다.
 
총저축률 45.6%라는 기록도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 폭이 최종소비지출 증가 폭을 크게 웃돌면서 총저축률이 역대 최고로 올라갔다. 반면 국내총투자율은 24.2%로 전분기보다 1.1%포인트 낮아졌다.
 
벌어들인 소득이 빠르게 늘었는데 투자율은 떨어졌다면 질문은 자연스럽다. 늘어난 소득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봐야 한다.
 
경제에서 저축은 결국 투자의 재원이 된다. 그러나 저축이 생산적인 설비와 연구개발, 신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성장잠재력은 높아지기 어렵다. 기록적인 총저축률보다 그 자금이 국내 투자로 연결되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
 
경제사의 오래된 사례도 이를 보여준다. 16~17세기 스페인은 신대륙에서 막대한 금과 은을 들여오며 유럽 최강국의 부를 누렸다. 그러나 풍부한 귀금속이 국내 산업과 생산 기반 강화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고 물가 상승과 수입 의존이 커지면서 번영은 오래가지 못했다. 돈의 규모와 경제의 체력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역사적 교훈이다.
 
지금의 한국경제를 당시 스페인과 같은 선상에 놓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숫자가 좋아질 때 그 숫자를 만들어낸 구조까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원칙은 지금도 유효하다.
 
정부도 26.4%라는 명목성장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인공지능(AI)·전력망·첨단소재와 서비스산업 투자로 이어지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건설투자 부진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주택 공급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생산성과 필요성이라는 기준에서 다시 점검할 때다.
 
서비스업 생산성을 높이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수출 대기업 성장의 효과를 공유할 통로를 넓히는 일도 중요하다. 반도체 한 업종이 세수와 GDP를 끌어올리는 경제보다 여러 산업에서 생산성과 임금, 투자가 함께 오르는 경제가 훨씬 단단하다.
 
기업의 투자 심리를 되살리는 것도 관건이다. 규제와 세제, 노동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이 확보한 자금을 국내 설비와 연구개발에 투입하도록 해야 한다. 호황기에 민간투자가 따라붙지 않는다면 다음 경기 둔화 때 버틸 힘도 약해진다.
 
한국경제가 2분기에 보여준 성적은 분명 의미가 있다. 수출과 소비가 함께 성장했고 교역조건도 개선됐다. 이를 굳이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다만 명목 GDP 26.4%라는 화려한 숫자 뒤에는 실질성장과 투자 부문의 온도차라는 또 다른 얼굴이 있다. 경제정책이 바라봐야 할 곳은 기록의 높이보다 그 기록을 만들어낸 구조다.
 
호황은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이다. 지금 벌어들인 소득을 생산성과 투자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다음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숫자의 화려함부터 사라진다. 26.4%라는 기록을 자랑하는 데 머물지 말고, 그 호황이 끝난 뒤에도 남을 성장 기반을 만드는 일이 지금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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