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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6400선 붕괴…지수보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살펴야 한다
[경제일보] 연휴를 마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1.69포인트(3.65%) 내린 6384.24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6400선이 무너진 것은 약 두 달 만이다. 코스닥도 4.83% 하락한 849.19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약 2조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하락 폭을 나흘로 넓혀보면 충격은 더 크다. 지난 2일 7003.74였던 코스피는 4거래일 만에 619.50포인트, 8.85%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양호한 실적과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못했다. 1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나란히 4%대 하락했다. 이번 급락의 배경에는 외국인 매도세와 미국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수급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하루의 주가 하락을 곧바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기업 실적과 경기 전망, 글로벌 자금 흐름을 함께 살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문제는 급락 자체보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투자자와 기업이 얼마나 충격을 견딜 수 있느냐다. 주식시장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를 가격에 반영한다.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주가가 조정받는 것은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국인 매도가 장기화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기업의 자금 조달과 가계의 소비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중소·중견기업에는 주가 하락과 위험회피 심리의 확산이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이럴 때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지수 자체를 정책 목표로 삼는 일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공적 자금을 동원하거나 단기 부양책으로 시장을 떠받치려 한다면 가격 형성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은 특정 지수의 유지가 아니라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와 금융기관의 유동성 및 건전성을 점검하고 신용융자와 파생상품 시장의 위험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급격한 가격 변동이 연쇄적인 강제 매도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는 신속하게 시행하되 개입의 기준과 목적은 명확해야 한다.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고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과 인위적으로 주가 수준을 높이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정책 당국의 설명 책임도 중요하다. 시장이 불안할 때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투자자를 안심시키려 해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렇다고 단기 급락을 곧바로 경제위기로 규정해 불안을 키워서도 안 된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질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12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7원 내린 1335.1원으로 마감했다. 주가 급락과 환율 상승이 반드시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금융시장의 위험을 진단할 때도 막연히 고환율과 고금리를 나열하기보다 실제 지표와 자금 흐름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과제는 한국 경제의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 시장의 유동성, 제도적 신뢰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자본시장의 투명성이 개선된다면 장기 투자자금을 유치할 기반도 넓어진다. 정부는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하고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뒷받침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미래산업의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노동시장과 교육, 산업구조의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기부양만으로는 잠재성장률 둔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기업 역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표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주가는 글로벌 기술 경쟁과 투자 수요에 대한 기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적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장기업 전반으로 보면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주주와의 소통도 개선해야 한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실적과 자본 배분,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질 때 시장의 신뢰도 쌓인다. 정치권은 금융시장 불안을 단기적인 정책 경쟁의 소재로 삼지 말아야 한다. 경기 대응과 취약계층 지원은 필요하지만 재정지출의 효과와 지속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자본시장 관련 제도 개선과 기업 투자에 필요한 법·제도 정비도 정쟁과 분리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급락이 한국 경제의 모든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반도체 대형주와 외국인 수급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다시 확인됐다. 특정 산업의 호황만으로 증시 전체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지키고, 기업은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정치권은 경제주체가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주가 하락은 투자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모든 하락을 막을 수도, 막아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충격이 왔을 때 시장이 질서를 유지하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일이다. 코스피가 언제 7000선을 되찾을지보다 한국 경제가 다음 충격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지수의 회복은 정책 구호가 아니라 기업의 실적과 경제의 기초체력, 시장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할 때 지속될 수 있다.
2026-10-13 09: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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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성장에 가려진 숙제, '반도체 다음'을 준비할 때다
[경제일보] 한국 경제가 모처럼 좋은 숫자를 받아들었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월 전망보다 1.5%포인트 높였다. 수년간 1~2%대 성장에 익숙해진 우리 경제로서는 반가운 변화다. 오늘 아침 나온 수출 성적표는 더 화려하다. 9월 수출은 1209억4000만 달러로 사상 처음 월 1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1~9월 누적 수출도 8145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이미 웃돌았다. 무역수지는 498억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그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 9월 반도체 수출은 603억 달러로 처음 6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2.8% 늘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리고 수출 물량과 가격이 함께 뛰면서 한국 경제를 밀어 올리고 있다. 좋은 성적은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반도체는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확보한 몇 안 되는 확실한 비교우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커지면 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 주문이 이어지고 설비투자가 늘어난다. 수출과 경상수지가 좋아지고 세수에도 도움이 된다. 반도체 호황 자체를 경계할 이유는 없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다음이다. 예정처가 내다본 내년 성장률은 2.7%다. 올해보다 0.8%포인트 낮다. 2026~2030년 연평균 성장률 역시 2.7%로 전망했다. 올해 잠재성장률은 2.2%, 앞으로 5년 평균은 2.3% 수준이다. 내년 2.7% 성장을 경기침체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예정처는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설비투자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내수도 회복할 것으로 봤다. 성장률도 잠재성장률을 웃돈다. 올해의 높은 성장세가 내년에는 다소 정상화된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런데도 3.5%와 2.7% 사이에는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문제가 숨어 있다. 올해 성장의 상당 부분을 반도체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9월만 놓고 보면 전체 수출 1209억 달러 가운데 반도체가 603억 달러다. 거의 절반이다. 특정 월의 이례적으로 높은 비중을 우리 수출의 평상시 구조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도체 경기가 전체 수출과 성장률을 크게 좌우하는 현실만큼은 분명해졌다. 예정처도 반도체 쏠림을 별도의 위험 요인으로 짚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늘어난 기업이익과 국민소득이 다른 산업의 투자와 일자리, 가계소득으로 퍼지는 데 시간이 걸리고 수혜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 사이의 격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상 최대 수출에도 자영업자나 일부 중소기업이 경기 회복을 선뜻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첨단 반도체 공장은 수십조원을 투자해도 자동화 수준이 높다. 과거 제조업 호황처럼 수출 증가가 곧바로 대규모 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기업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속도와 가계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속도에도 차이가 생긴다. 더 근본적인 숫자는 잠재성장률이다. 한 해 성장률은 경기와 수출 여건에 따라 크게 움직인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물가 불안을 키우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초체력에 가깝다. 예정처가 내다본 향후 5년 평균은 2.3%다. AI 투자와 생산성 향상으로 자본과 생산성의 기여는 커지지만 인구 감소 탓에 노동의 성장 기여는 계속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저출생·고령화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려주는 것도 아니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저절로 없애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반도체의 힘과 한계를 함께 경험했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수출과 설비투자, 세수가 한꺼번에 좋아졌다. 사이클이 돌아서면 세 지표가 동시에 흔들렸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산업을 가진 것은 한국 경제의 큰 자산이다. 그렇다고 나라 경제 전체를 한 산업의 경기 사이클에 오래 맡겨둘 수는 없다. 지금의 호황은 AI 투자 붐과도 맞물려 있다. 예정처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에 따른 AI 투자 둔화 가능성과 미국의 관세정책, 중국과의 경쟁 심화를 향후 성장경로의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외부 변수가 지금의 호황을 흔들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그러니 지금 해야 할 일은 반도체 호황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가 벌어준 시간과 돈을 다음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쓰는 것이다. 구조개혁은 불황보다 호황기에 하기 쉽다. 경기가 꺾이면 기업은 투자 여력을 잃고 정부의 세수도 줄어든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개혁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려워진다. 수출과 기업이익, 세수가 함께 좋아지는 지금이 오히려 손대기 어려웠던 숙제를 풀 기회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부터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중국, 대만, 일본, 유럽까지 국가 차원의 반도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력망과 용수, 연구개발, 인재 공급은 개별 기업이 홀로 해결하기 어려운 국가 인프라의 영역이다. 동시에 산업정책의 시선을 그 너머로 넓혀야 한다. AI 서비스와 바이오, 로봇, 방산, 에너지, 콘텐츠 등에서 반도체의 뒤를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대학과 직업교육을 산업 수요에 맞게 바꾸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반도체에서 생긴 자본과 기술, 인재가 다른 산업으로 흘러갈 통로가 넓어져야 반도체 기업의 호황이 한국 경제 전체의 호황으로 이어진다. <관자(管子)>에는 “일년지계 막여수곡, 십년지계 막여수목, 종신지계 막여수인(一年之計 莫如樹穀, 十年之計 莫如樹木, 終身之計 莫如樹人)”이라는 구절이 있다. 한 해를 내다보면 곡식을 심고 10년을 내다보면 나무를 심으며 평생을 내다보면 사람을 키우라는 뜻이다. 경제도 다르지 않다. 반도체 공장 하나를 더 짓는 일은 몇 년 뒤 수출을 늘릴 수 있다. 사람을 키우고 대학과 노동시장을 바꾸며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10년 뒤 나라의 성장률을 바꾼다. 9월 수출 1209억 달러와 반도체 603억 달러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일궈낸 값진 성과다. 기록은 기록대로 평가해야 한다. 다만 그 숫자가 한국 경제의 오래된 숙제까지 해결됐다는 증거는 아니다. 올해 3.5%와 내년 2.7% 사이에서 읽어야 할 것도 성장률의 단순한 오르내림이 아니다. 반도체가 밀어준 성장의 힘을 다른 산업과 가계, 다음 세대의 성장으로 얼마나 옮겨놓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호황은 언젠가 끝난다. 사이클도 다시 돈다. 좋은 시절에 할 일은 축배를 오래 드는 것이 아니라 다음 겨울을 견딜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다. 반도체가 벌어준 지금의 시간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다음 호황에도 또 반도체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면 우리는 이번 호황에서 충분히 배우지 못한 것이다.
2026-10-01 13: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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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넘칠 때가 재정의 진짜 시험대다
[경제일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기업의 장부를 넘어 나라 곳간까지 바꾸고 있다. 정부가 예상한 내년 국세수입은 584조4000억원. 올해 본예산보다 크게 늘어난다. 법인세와 소득세가 동시에 증가하는 배경에는 AI 반도체 호황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최근 10년의 내국세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 162조3000억원을 떼어 ‘미래대응기금’을 만들겠다고 했다. 숫자가 워낙 크다 보니 먼저 하나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162조3000억원 전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이 직접 낸 세금이라는 뜻은 아니다. 정부가 추세선을 웃도는 전체 내국세 증가분을 계산한 금액이고, 반도체 호황은 그 세수 급증을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반도체가 번 세금’이라는 표현이 던지는 질문은 유효하다. 호황기에 갑자기 늘어난 세수는 누구의 돈인가. 지금 살아 있는 국민이 당장 써도 되는 돈인가. 아니면 경기가 꺾인 뒤를 위해 남겨둬야 할 돈인가. 더 멀리 보면 아직 세금을 낼 나이조차 되지 않은 미래세대에게도 일정한 몫이 있는 돈인가.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3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짚은 것도 같은 문제다. 그는 대외 불확실성과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려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시에 국가채무와 의무지출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재정 여력을 떨어뜨리고 잠재성장률과 미래세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말은 모순되지 않는다. 경기가 무너질 때 재정은 과감하게 써야 한다. 민간이 움츠러들고 기업이 투자를 미룰 때 정부까지 지갑을 닫으면 불황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호황기에는 일부를 남겨야 한다. 불황에 쓸 수 있는 정부가 되려면 호황기에 다 쓰지 않는 정부여야 한다. 이것이 재정의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대응기금이라는 발상 자체는 평가할 대목이 있다. 정부는 162조3000억원 가운데 45조4000억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쓰고, 12조5000억원으로 신규 국채 발행을 줄일 계획이다. 가장 큰 몫인 104조4000억원은 당장 쓰지 않고 여유자금으로 적립한다. 전체 기금의 64%가량이다. 세수가 더 들어왔다고 한 해에 모두 지출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더구나 반도체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다. AI 붐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메모리 가격이 떨어지고 투자 사이클이 꺾이면 기업이익과 법인세는 빠르게 줄어든다. 세수는 내려가는데 한 번 시작한 복지와 보조금, 기관과 사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재정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일시적인 돈으로 영구적인 지출을 만드는 일이다. 올해만 들어오는 10조원을 근거로 매년 10조원이 필요한 사업을 시작하면 호황이 끝나는 순간 그 차이는 빚이 된다. 세금을 올리거나 다른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결국 국채가 빈자리를 메운다. 때문에 미래대응기금의 성패도 ‘얼마를 담았느냐’보다 어떤 돈을 어디까지 쓸 수 있게 하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45조4000억원의 사업지출 가운데 AI와 전략기술, 인재 양성처럼 미래의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오늘의 반도체 호황에서 나온 세금으로 다음 산업을 만드는 것은 세대 간 이전이라기보다 세대 간 투자에 가깝다. 반면 한번 시작하면 끊기 어려운 경상적 복지와 반복성 지원사업을 초과세수에 기대어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반도체 가격은 내려가도 법으로 정해진 의무지출은 내려가지 않는다. 반도체 사이클은 꺾여도 정부 사업에는 사이클이 없다. 바로 이 점에서 104조4000억원의 여유자금이 중요하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이 돈은 향후 세수 결손이나 예상하지 못한 재정 수요가 발생할 때 재정을 보강하는 일종의 ‘저수지’ 역할을 하게 된다. 방향은 합리적이지만 정부는 일정한 범위에서 추가경정예산을 거치지 않고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들고 있다. 신속성은 커지지만, 100조원이 넘는 자금에 행정부의 재량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을 쌓아두는 것만으로 미래세대의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 꺼낼 수 있는지, 무엇에 쓸 수 있는지, 누가 결정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세수 결손이 어느 정도일 때 사용할 것인지, 경기침체의 기준은 무엇인지, 미래투자라는 이름으로 어떤 사업까지 허용할 것인지 법과 제도로 선을 그어야 한다. 특히 기금의 여유자금이 그때그때 정부가 원하는 사업을 담는 별도 예산처럼 운용돼서는 안 된다. 노르웨이의 경험은 참고할 만하다. 노르웨이는 석유와 가스에서 들어오는 정부 순수입을 정부연기금 글로벌(GPFG)에 넣고 해외에 투자한다. 재정에는 기금의 원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 대신 장기적으로 예상 실질수익률에 해당하는 수준을 기준으로 활용한다. 현재 그 기준은 약 3%다. 핵심은 석유로 갑자기 부자가 된 한 세대가 자원을 모두 소비하지 않고 금융자산으로 바꿔 후대와 나누겠다는 데 있다. 물론 한국의 반도체 세수와 노르웨이의 석유 수입을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석유는 땅에서 한 번 꺼내 쓰면 사라지는 국민 자산이고, 반도체 기업의 이익과 세금은 혁신과 생산 활동에서 생긴다. 정부가 기업이 낸 세금을 영구적으로 묶어둘 이유도 없다. 하지만 배울 원칙은 있다. 일시적으로 크게 들어온 돈을 평상시의 소득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 노르웨이는 석유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한국 재정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예기’ 왕제편에는 ‘국무구년지축왈부족(國無九年之蓄曰不足)’이라는 구절이 있다. ‘나라에 아홉 해를 버틸 비축이 없으면 부족한 것’이라는 의미다. 이어 3년을 농사지으면 1년치 식량을 남기고, 9년이면 3년치를 비축해야 한다고 했다. 풍년에 남겨 흉년을 견딘다는 오래된 국가운영의 원칙이다. 2500년 전 곡식창고가 오늘의 재정기금으로 바뀌었을 뿐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의 2027년 예산안은 총지출이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8% 늘어난다. 동시에 정부는 미래대응기금과 국채 발행 축소를 통해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8.3%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적극적인 지출과 재정안정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원칙이 필요하다. 우선 경기순환으로 생긴 초과세수와 경제의 기초체력에서 생긴 구조적 세수를 구분해야 한다. 일시적 초과세수는 상시 지출의 재원으로 잡아서는 안 된다. 또한 초과세수의 사용 순서를 정해야 한다. 미래 성장투자, 재정안정 적립, 국가채무 축소 사이의 기준을 사전에 만들어 정권과 경기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기금에서 돈을 꺼내는 조건도 엄격해야 한다. 불황이나 세수 급감 때는 과감하게 쓰되 단순히 예산을 더 쓰기 위한 우회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오늘의 호황을 내일의 고정비로 바꾸지 않는 것이다. 반도체 기업이 잘 벌어 세금이 많이 들어온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 돈으로 AI와 첨단산업을 키우고 청년에게 기회를 만들며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나라 살림은 기업의 분기 실적과 달라야 한다. 기업은 좋은 해에 성과급을 더 줄 수 있다. 국가는 좋은 해의 세수를 보고 수십 년 동안 지급해야 할 약속을 쉽게 늘려서는 안 된다. 앞으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연금과 의료, 돌봄 지출은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 늘어난 돈을 모두 현재의 소비에 써버리면 다음 세대는 호황의 혜택은 누리지 못한 채 그때 만들어진 지출 의무만 넘겨받을 수 있다. 반도체가 벌어준 추가 세수는 현 정부의 돈도, 현 세대만의 돈도 아니다. 호황을 만든 기업과 노동자의 성과에서 나왔지만 국가의 세금이 된 순간 현재와 미래의 국민 모두를 위해 써야 할 자원이 된다. 재정이 돈이 들어올 때보다 그 돈이 사라진 뒤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언젠가 끝난다. 그때도 남아 있어야 할 것은 새로 만든 지출의 청구서가 아니라, 다음 위기를 견딜 재정 여력과 다음 산업을 만들어낼 자산이다. 돈이 많이 들어왔을 때 많이 쓰는 정부보다, 돈이 사라질 때를 준비하는 정부가 더 유능하다. 162조3000억원 미래대응기금의 진짜 이름값도 거기서 판가름 날 것이다.
2026-09-1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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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달러 장외매입, 외환당국은 왜 설명하지 않나
[경제일보] SK하이닉스가 지난 7월 미국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265억 달러가 한국 외환정책의 원칙을 묻는 문제로 번졌다. 로이터 등의 보도대로라면 외환당국은 SK하이닉스의 조달금 가운데 약 200억 달러를 장외에서 사들였다. 우리 돈 27조원이 넘는 규모다. 현재까지 정부와 한국은행, SK하이닉스는 이 거래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거래 시점과 환율, 구체적인 계약 방식도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매입 사실과 목적을 정부가 공식 확인한 것처럼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보도가 던지는 질문은 가볍지 않다. SK하이닉스의 조달금은 AI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공장과 설비 투자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거액의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는 과정이다. 상당액을 원화로 바꾸면 외환시장에는 그만큼의 달러 매물이 쏟아진다. 또 달러 공급이 갑자기 불어나면 원화 가치에는 단기간에 상당한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최근 시장 상황도 민감했다. 원화는 지난 6월 말 달러당 1550원 안팎까지 밀린 뒤 두 달 사이 12% 넘게 반등했다. 이 국면에서 수백억 달러의 일회성 물량까지 더해지면 변동성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외환시장은 방향보다 속도에 더 쉽게 다친다. 원화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반영해 서서히 오르는 것과 특정 기업의 대규모 자금 이동 때문에 며칠 사이 급격히 치솟는 것은 다르다. 수출기업은 환율을 전제로 가격과 손익을 짜고, 수입기업은 결제계획을 세우며, 외국인 투자자는 환차손익을 계산한다. 예측 가능한 변화에는 적응할 수 있지만 급격한 쏠림에는 대응할 시간이 없다. 로이터 보도대로 외환당국이 SK하이닉스 물량의 상당 부분을 장외에서 받아냈다면, 시장 충격을 완화하려는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로이터 역시 원화의 급격한 강세를 누그러뜨리고 외화 여력을 보강하려는 성격으로 이번 거래를 전했다. 외환당국이 최근 상당한 규모의 달러를 시장에 공급해 온 것은 확인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당국은 원화 약세가 심했던 지난해 4분기 224억6700만 달러, 올해 1분기 136억2800만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순매도했다. 두 분기 동안 풀어놓은 달러만 360억 달러를 넘는다. 그만큼 외화 대응 여력을 다시 보강할 유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은 가능하다. 원화가 급락할 때 달러를 팔아 속도를 늦췄다면, 반대로 대규모 달러 공급으로 원화가 급등할 때 일부를 다시 흡수하는 것은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적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시장안정 차원의 매입이었다면 정책적 명분은 충분하다. 쟁점은 매입 자체가 아니다. 외환당국이 무엇을 지키기 위해 200억 달러를 움직였느냐다. 시장인가, 특정 환율인가. 외환정책은 본래 한 가지 긴장을 품고 있다.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 하지만 시장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릴 때는 당국이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원하는 환율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 시장안정은 환율 수준을 관리하는 정책으로 변질된다. 그래서 개입에는 선이 필요하다. 외환당국이 지켜야 할 것은 환율의 특정한 ‘수준’이 아니라 시장의 ‘질서’다. 원화가 어느 수준에서 거래돼야 하는지는 기본적으로 시장이 판단할 몫이다. 수출기업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원화를 의도적으로 약하게 만들거나, 물가를 잡겠다고 특정 환율을 사실상의 목표로 삼는 것은 정부가 시장가격을 대신 정하는 일이다.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을 흔들 뿐 아니라 교역 상대국과의 환율 갈등을 자초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일회성 대규모 외화 유입 등으로 수급이 단기간에 한쪽으로 쏠릴 때 그 충격을 완화하는 것은 당국의 역할이다. 환율의 수준은 시장이 정하되, 그 가격을 찾아가는 시장의 질서는 당국이 지켜야 한다. 이번 200억 달러 거래를 따져봐야 할 기준도 여기에 있다. 로이터 보도대로 265억 달러 가운데 약 200억 달러를 외환당국이 흡수했다면 전체의 4분의 3이 넘는다. 시장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였다면 개입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크지 않다. 수백억 달러가 한꺼번에 현물환시장으로 쏟아지는 것을 피하는 것은 중앙은행과 외환당국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선택이다. 그렇다고 200억 달러라는 숫자의 무게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 정도 규모의 거래라면 어떤 원칙이 적용됐는지는 물어야 한다. 다른 기업이 같은 규모의 외화를 들여와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가. 무엇보다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서는 수급 충격의 기준은 무엇인가.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 이번 거래를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로 규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이런 거래가 반복될 때 적용할 보편적 기준이다. 한국 외환시장의 수급 구조는 이미 달라졌다. 거래 규모가 커졌다면 외환정책의 규칙도 그에 맞춰 정교해져야 한다. 그래서 이제 외환개입에도 ‘사후 설명의 원칙’이 필요하다. 한국 외환당국은 현재 외환 순거래액을 일정한 시차를 두고 공개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투명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하지만 얼마를 사고팔았는지는 알 수 있어도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외환개입의 세부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개입 시점과 가격, 규모를 공개하면 시장이 당국의 대응 패턴을 역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외환정책에는 불가피하게 비밀이 필요하고 정책당국의 재량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비밀이 필요하다는 것과 불투명해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거래가 끝난 뒤 설명이 비어 있는 자리는 추측과 개입설이 차지한다. 이번에도 200억 달러라는 거대한 거래가 정부 발표가 아니라 외신의 익명 취재를 통해 알려졌다. 거래의 세부 조건은 공개하지 않더라도 정책 목적과 판단 원칙 정도는 사후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앞서 사용한 외화 여력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정책적 판단이 있었는지 말이다. 외국환평형기금도 마찬가지다. 외평기금은 외환시장이 급격히 흔들릴 때 충격을 완충하기 위해 존재한다. 시장 안정을 위해 재량 있게 운용할 필요가 있는 특수한 자금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필요할 때 수십조원을 움직인 뒤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아도 되는 돈은 아니다. 거래 세부를 공개할 수 없다면 최소한 대규모 장외거래의 목적과 운용 원칙, 기금에 미치는 영향 정도는 국회가 사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외환정책에는 두 가지 절제가 함께 필요하다. 시장에 개입하되 가격을 정하려 해서는 안 되고, 비밀을 지키되 원칙까지 감춰서는 안 된다. 200억 달러 매입이 단기적인 수급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정책목표에 부합할 수 있다. 반면 원화 가치를 일정 수준 아래로 묶어두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외환당국이 설명해야 할 것은 개별 거래의 세세한 조건이 아니라 바로 이 경계다. ‘논어’ 안연편은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즉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고 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환율은 숫자로 표시되지만 그 숫자를 떠받치는 것은 결국 정책에 대한 신뢰다. 외환당국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언제나 외환보유액인 것은 아니다. 예측 가능한 원칙 역시 강력한 외환정책 수단이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자본시장에서 265억 달러를 조달한 것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만든 성과다. 그 거대한 자금이 국내 외환시장에 일시적인 충격을 줄 우려가 있었다면 당국이 이를 완충하는 것 역시 정책의 영역이다. 다만 시장안정이라는 이름이 모든 개입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외환당국이 지켜야 할 것은 특정한 환율이 아니라 환율이 제 가격을 찾아갈 수 있는 시장의 질서다. 로이터가 보도한 200억 달러 거래가 사실이라면 이제 당국이 밝혀야 할 것도 거기에 있다. 왜 개입했고, 어떤 원칙을 적용했으며, 같은 상황이 다시 오면 어떤 기준으로 움직일 것인가. 시장에는 비밀이 필요하다. 정책에는 원칙이 필요하다. 외환당국이 지켜야 할 마지막 자산은 달러가 아니라 그 원칙에 대한 신뢰다.
2026-09-03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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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030년 555만대 판매·영업이익률 9% 이상…전동화·원가혁신 승부
[경제일보] 현대자동차가 오는 2030년 글로벌 판매 목표 555만대를 유지하면서 수익성 목표는 영업이익률 9% 이상으로 높였다. 하이브리드·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하고 원가 절감에 속도를 내 판매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6일 현대차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서울호텔에서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2026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중장기 사업 전략과 재무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하이브리드차(HEV) 판매가 36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고, 같은 기간 매출은 95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 심화, 미국 관세 부담에도 HEV를 비롯한 전동화 차량 판매 확대를 통해 사업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완전 변경·부분 변경·파생 모델을 포함해 100개 이상의 신규 차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가운데 18개 이상은 기존에 판매 차종이 없었던 새로운 세그먼트에 투입되는 완전 신차가 될 전망이다. 범용 플랫폼을 활용해 글로벌 모델을 확대하고 지역별 수요에 맞춘 파생·특화 모델도 선보인다. 신차 확대에 맞춰 글로벌 생산능력도 2030년까지 127만대 늘린다. 지역별 증설 규모는 북미 50만대, 인도 32만대, 국내 20만대, 반조립(CKD) 생산 25만대다. 전동화 전략에서는 시장별 수요에 맞춰 HEV와 EREV, 전기차를 병행한다. 북미에서는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HEV 신차 10종을 출시하고 HEV 판매 비중 50%를 달성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싼타페 EREV를 미국 시장에 투입한다. 유럽에서는 2030년 EV 판매를 42만대까지 확대한다. 지난해 유럽 EV 판매량 11만6000대의 약 4배 수준이다. 유럽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3는 다음 달 출시하며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적용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00㎞ 수준이다. 인도에서는 2030년까지 SUV 판매 비중을 80%로 높이고 현지 전략형 SUV를 추가한다. 같은 기간 부품 현지화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수출 비중도 최대 30%까지 확대한다. 국내에서는 울산 EV 신공장을 제조혁신 거점으로 구축한다. AI 기반 품질 관리와 검사를 적용하고 첨단 생산기술 108개를 도입해 소프트웨어중심공장(SDF)으로 운영한다. 현대차의 첫 고유모델 포니를 양산했던 울산 1공장과 첫 모델 코티나를 반조립 생산했던 울산 4공장은 내년부터 재건축에 들어간다. 중국에서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판매 회복에 나선다. 올해 상반기 공개한 아이오닉 V에 이어 내년 소형 SUV EV와 준중형 EV·EREV 겸용 모델 등 2개 신차를 출시한다. 중국 법인은 중국 이외 지역을 포함한 판매량을 2030년까지 50만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 시장도 확대한다. 올해 4분기 스페인에 진출하고 내년에는 오스트리아·덴마크·폴란드·포르투갈 등 4개국을 추가한다. 이후 인도와 아세안 시장으로 진출 범위를 넓혀 2030년까지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35만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미래 사업에서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사업화를 추진한다. 현대차는 올해 4분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한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를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에 공급한다.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올해 말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상용화를 추진하며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진행하는 제조 AI 로보틱스 사업도 생산 현장 적용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6월 미국에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를 열고 연말까지 부지를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이곳에서 제조용 AI 로봇을 실제 사업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훈련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기술을 검증한다. 2028년부터는 HMGMA에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배치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를 위한 사업도 진행한다. 올해 말 전남·광주특별시에 자율주행 AI '아트리아 AI'를 투입해 돌발 상황 데이터를 수집한다. 2028년에는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첫 SDV 양산 모델에 레벨2 플러스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다. 이후 아트리아 AI를 양산차로 확대하고 레벨2 플러스부터 레벨4까지 자율주행 라인업을 구축한다. 2029년부터는 새만금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계획이다. 100㎿급 규모로 5만장 이상의 GPU를 수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양산차에서 축적한 주행 데이터와 자체 AI 기술,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결합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수익성 목표는 기존보다 상향했다. 현대차는 올해 영업이익률 가이던스 6.3~7.3%를 유지하는 한편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올렸다. 영업이익 총액도 기존 목표보다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30년까지 매출원가율을 기존 계획보다 3%포인트 낮춘다. 차량 전 주기 원가혁신으로 1.5%포인트, 재료비 절감으로 1%포인트, 부품 현지화로 0.5%포인트를 각각 줄이는 방식이다. 주주환원 정책도 제시했다. 총주주환원율은 35% 이상으로 유지하고 최소배당금은 1만원 이상으로 설정한다.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는 임직원 보상 목적 물량을 제외하고 전량 소각한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며 "더 많은 모델을 출시하고, 더 많은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신규 차급과 신규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미래 신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며 로봇과 로보택시를 생산·배치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2026-08-26 15: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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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조 쏜 KB금융… 양종희 연임 가도 '청신호'
양종희 회장이 이끄는 KB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KB금융은 상반기 3조884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성적표를 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은행의 안정적인 이익 기반에 증권을 중심으로 한 비은행 부문 성장, 비이자이익 확대, 주주환원 강화가 맞물리면서 양 회장의 리더십이 실적으로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양 회장은 오는 가을 연임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상반기 실적이 양 회장의 연임 가도에 힘을 실어주는 핵심 성과로 보고 있다. 취임 이후 강조해온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 자본 효율성 제고, 주주가치 확대 전략이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양 회장의 리더십은 ‘조용하지만 강한 실행력’으로 요약된다. 대외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앞세우기보다 계열사별 경쟁력을 높이고,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을 맞추며, 시장과 주주가 원하는 성과를 숫자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은행 안정성에 비은행 성장 더했다 KB금융 상반기 실적의 핵심은 수익구조 다변화다. 과거 금융지주의 실적은 은행 이자이익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KB금융은 은행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 위에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의 기여를 더하며 성장의 폭을 넓혔다. 특히 증권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증시 호조와 자본시장 회복 흐름 속에서 KB증권의 실적 기여도가 높아졌고, 그룹 전체의 비이자이익 확대에도 힘을 보탰다. 비은행 부문 기여도가 높아진 것은 금리 사이클 변화에 따른 은행 이익 변동성을 완화하고, 그룹 전체 이익 체력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 회장은 취임 이후 은행 중심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자본시장, 자산관리, 보험, 디지털 금융을 결합한 종합금융그룹 경쟁력 강화를 강조해왔다. 이번 실적은 이런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진 사례라는 평가가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은행의 안정적 수익력을 기반으로 증권과 자산관리, 비이자 부문에서 성장 동력을 만들고 있다”며 “금융지주 경쟁의 기준이 단순 순이익에서 수익 포트폴리오의 질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양 회장의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 확대, 시장 신뢰 높였다 주주환원 정책도 양 회장 리더십을 보여주는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KB금융은 높은 이익 체력과 안정적인 자본비율을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주 투자자들이 순이익 규모뿐 아니라 자본 효율성, 배당 안정성, 자사주 소각 여부를 함께 보는 흐름에서 KB금융의 주주환원 강화는 시장 신뢰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금융지주를 둘러싼 평가는 과거와 달라졌다. 단순히 많이 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번 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는지, 주주에게 어떻게 돌려주는지,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을 어떻게 확보하는지가 함께 평가된다. KB금융이 상반기 최대 실적과 주주환원 확대를 동시에 제시한 것은 양 회장 체제의 자본정책이 시장 요구에 부합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 회장 입장에서도 주주환원 성과는 연임 국면에서 중요한 강점이다. 현직 회장의 경영 성과는 실적, 건전성, 주주가치, 조직 안정성으로 압축된다. KB금융은 상반기 최대 실적을 통해 수익성을 확인했고,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자본시장과의 소통 능력도 보여줬다. ◆조용한 실행형 리더십…리딩금융 경쟁력 강화 양 회장의 리더십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실무형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보험, 은행, 지주를 두루 거친 경험을 바탕으로 계열사 간 균형을 맞추고, 그룹 전체의 리스크와 성장을 함께 관리하는 데 강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취임 이후에도 급격한 조직 변화보다 안정적인 실행과 실적 개선에 무게를 둬왔다. 이 같은 리더십은 KB금융이 리딩금융 경쟁에서 앞서가는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금융지주 간 경쟁은 당기순이익 1위 다툼을 넘어 비은행 경쟁력, 자산관리 역량, 디지털 플랫폼, 글로벌 사업, 주주환원 정책까지 확대되고 있다. 양 회장은 이 가운데 은행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비은행과 자본시장 부문을 키우는 방식으로 KB금융의 체질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양 회장의 리더십이 화려한 구호보다 실행과 성과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양 회장은 외형적인 메시지보다 계열사별 실적과 자본 효율을 챙기는 스타일”이라며 “상반기 최대 실적은 이런 실무형 리더십이 그룹 전체 성과로 연결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최대실적 앞세워 연임 가도 탄력 양 회장은 오는 가을 KB금융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상반기 최대 실적이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카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직 회장으로서 임기 중 최대 실적을 냈고, 비은행 성장과 주주환원 확대라는 구조적 성과도 함께 제시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실적을 통해 그룹의 기초체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은행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했고, 비은행은 성장성을 보였으며, 주주환원은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 강화됐다. 이는 경영 연속성을 선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임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현직 회장이 다음 임기에도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라며 “양 회장은 최대 실적과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그 신뢰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20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20 08: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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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SMR·핵융합 등 '7대 첨단산업' 키운다…미래성장동력 점검
[경제일보] 정부가 소형모듈원자로(SMR)와 핵융합, 재생에너지 등 7대 첨단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선다. 인공지능(AI) 대전환에 필요한 에너지 기술과 첨단 공급망을 확보하고, 이공계 인재 양성과 연구생태계 혁신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12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첨단기술이 여는 미래’를 슬로건으로 ‘미래성장동력, 7대 SEED(씨앗) 보고회’를 주재한다. 7대 첨단산업에는 SMR을 비롯해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첨단 소재·부품 등이 포함됐다. 보고회에서는 김승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와 장진아 포항공과대학교 교수가 각각 ‘AI 대전환을 위한 에너지기술과 공급망’, ‘미래 대도약을 개척하는 첨단기술’을 주제로 발제한다. 이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래 개척의 기반, 첨단 공급망 생태계 육성’을 주제로 첨단산업 공급망 구축과 향후 정책 방향을 보고할 예정이다. 이날 보고회에는 관계부처 장관과 청와대 참모를 비롯해 대학·연구소·기업 연구자, 이공계 학생, 창업가 등 총 60여명이 참석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AI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하고 미래 대도약을 개척하기 위해 과학기술 전문가, 기업인 등과 첨단기술 확보와 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라며 “이공계 인재 양성과 연구생태계 혁신을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2026-08-12 11: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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