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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환율, 우려보다 안정… 韓 경제에 좋은 사인"
[경제일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까지 안정된 것에 대해 “당초 우려보다 많이 안정됐다”며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17일(현지시간) 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구 부총리는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 부총리의 낙관론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 통행을 전격 허용하면서 나왔다. 이란의 발표 직후,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었던 국제유가는 10% 안팎 급락하며 80~90달러 선으로 내려왔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의 강세도 한풀 꺾이며 원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한 것이다. 구 부총리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경제 기초)을 감안할 때,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까지 환율이 갔으면 한다”고 밝혀, 현재의 안정세가 지속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오후 예정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의 양자 회담에서도 환율 안정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구 부총리는 이번 G20 회의 기간 동안 국제 사회가 한국 경제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고위급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에 투자를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한국은 투자 기회가 많은 곳”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과 같은 주요 의제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각했다. “매 세션마다 발언하며 실질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고 밝힌 것은, 한국이 중동 리스크와 같은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음을 국제 사회에 적극적으로 어필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은 구 부총리의 발언에 안도하면서도, 여전히 중동 정세라는 ‘불확실성’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의 휴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완전히 정상화될 경우, 국제 유가는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회복시켜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휴전이 깨지고 다시 군사적 충돌이 격화될 경우, 유가와 환율은 다시 급등하며 ‘킹달러’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경제는 무역수지 악화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공포에 다시 직면하게 된다. 결국 한국 경제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우리가 가진 ‘경제 기초 체력’ 사이의 줄타기에 달려 있다. 구 부총리가 스콧 베선트 장관과의 회담에서 ‘대미 투자’ 카드를 꺼내 든 것 역시, 한미 동맹을 강화하여 통상 및 금융 분야에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구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다는 자신감을 국제 사회에 피력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단순히 말뿐인 자신감이 아니라, 중동 리스크가 재점화될 경우 정부가 어떤 실효성 있는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가동할 수 있을지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뱃길이 열리며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중동의 화약고는 여전히 살아있다. 정부는 이 짧은 안정기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핵심 산업의 공급망 재편 등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26-04-18 1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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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2기' 신한지주, 화려한 숫자가 아닌 '고객의 체감'으로
[경제일보] 신한금융그룹이 ‘진옥동 2기’ 체제의 돛을 올렸다. 고졸 사원으로 입사해 금융지주 회장까지 오른 그의 서사는 여전히 한국 금융계의 상징적인 이정표다. 지난 1기 임기 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과감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며 경영 능력 또한 충분히 입증해 보였다. 그러나 연임 확정과 함께 시작된 두 번째 임기를 맞이하는 시장의 시선은 축하보다 엄중한 질문에 쏠리고 있다. “과거의 성과가 미증유의 복합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물음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은 가혹하다.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고, 고금리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표상의 숫자보다 무서운 것은 현장의 비명이다.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자영업자와 원자재 가격·환율 상승의 이중고에 짓눌린 중소기업들에게 지금의 금융은 ‘금리 몇 %’라는 산술적 수치가 아니다. 그들에게 금융은 당장의 숨통을 틔워주느냐, 아니면 마지막 생명줄을 조이느냐는 생존의 문제다. 진옥동 2기의 성패는 바로 이 지점, ‘고객 중심’이라는 선언이 공허한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금융권에 요구되는 ‘상생’은 이제 시혜적 차원의 사회공헌이 아니다. 벼랑 끝에 선 소상공인의 대출 금리를 단 0.5%포인트라도 낮춰주는 결단, 환율 폭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판단이 절실하다. 이자 부담으로 무너지는 가계를 위한 정교한 채무조정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다. 연체를 방지하고 고객을 살려내 금융사 자신의 건전성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 전략이다. 고객이 무너지면 은행도 공멸한다는 ‘운명 공동체’ 의식이 진정한 상생 금융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진 회장이 강조하는 디지털 전환과 AI(인공지능) 전략 역시 ‘편의’의 차원을 넘어 ‘가치’의 혁명으로 진화해야 한다. 단순히 뱅킹 앱의 UI를 개선하고 속도를 높이는 수준으로는 빅테크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신한이 내세운 ‘AI 금융’은 고객의 소비 패턴과 현금 흐름을 정밀하게 분석해 “다음 달 이자 부담이 위험 수준”임을 미리 경고하고, 자동으로 최적의 대환대출이나 자산 배분을 제안하는 수준까지 도달해야 한다. 기술이 고객의 손실을 막고 자산을 지켜주는 ‘보호막’이 될 때, 비로소 혁신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글로벌 전략 또한 외형적 성장이 아닌 내실 있는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해외 점포 숫자를 늘리는 양적 팽창의 시대는 지났다. 베트남에서의 성공 모델을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하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시기일수록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덜 벌더라도 확실하게 버는 구조,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이다. 무엇보다 신뢰의 근간인 내부통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금융 사고는 단 한 번의 방심으로도 공들여 쌓은 공든 탑을 무너뜨린다. 최근 금융권을 강타한 각종 횡령과 부정 행위는 시스템의 미비보다 도덕적 해이와 실적 지상주의 문화에서 기인했다. ‘책무구조도’ 도입은 시작일 뿐이다. 성과보다 윤리를, 이익보다 정직을 우선시하는 조직 문화가 신한의 DNA로 각인되지 않는다면 어떤 첨단 시스템도 무용지물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미래 비전보다 “내 소중한 자산이 안전하다”는 확신 그 자체다. 주주환원 정책 역시 정교한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시장은 높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원하지만, 지금은 전례 없는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위기 대응 체력을 비축해야 할 시기다. 지나친 낙관론에 기대어 기초 체력을 소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잘 나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폭풍우 속에서도 끝까지 버텨낼 수 있는 맷집이다. 결국 진옥동 2기는 화려한 ‘스토리’가 아니라 차가운 시장의 ‘체감’으로 심판받을 것이다. 고객이 위기의 순간 “신한이라서 다행이다”라고 느끼는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일류 신한’의 위상은 공고해진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고객의 신뢰를 잃은 숫자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금융의 본질은 신뢰이며, 그 신뢰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위기의 현장에서 고객의 편에 서는 작은 결정들의 축적에서 완성된다. 진옥동 회장이 이 엄중한 원칙을 2기 임기 내내 지켜낼 수 있을지 시장과 국민이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
2026-03-3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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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大 狂風'과 中國의 '硏究型 崛起'… 과학 國富를 잃은 나라에 미래는 없다
[경제일보] 천하의 형세는 흐르는 물과 같아, 잠시도 멈추지 않고 변한다.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水善利萬物而不爭)"고 했으나, 오늘날 국가 간의 패권 다툼은 물길을 돌려 스스로의 옥토를 만들려는 치열한 생존 전쟁이다. 이 전쟁의 핵심 병기(兵器)는 다름 아닌 '과학기술'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보면, 인재라는 귀한 물줄기가 '국부(國富)의 창출'이라는 바다로 흐르지 못하고 '의대 입시'라는 거대한 웅덩이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최근 발표된 '네이처 인덱스'의 성적표는 가히 충격적이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3년째 세계 1위를 수성했다. 더 무서운 것은 질적 도약이다. 상위 10개 연구기관 중 9개를 중국이 싹쓸이하는 동안, 대한민국의 자존심이라는 서울대와 KAIST의 순위는 뒷걸음질 쳤다. 중국이 딥시크(DeepSeek)와 같은 초격차 AI 모델을 내놓고 인공지능, 로봇,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을 집어삼키는 저력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국가 전략산업의 엔진을 '대학'으로 설정하고, 젊은 인재들을 파격적으로 대우하며 '연구형 대학'이라는 신형 무기를 실전 배치한 결과다. 중국의 푸야오과학기술대나 대만구대학의 출범을 보라. 이들은 전통적 상아탑에 안주하지 않는다. 1학년부터 전공 벽을 허물고, 화웨이 같은 초일류 기업의 멘토를 붙여 산업 현장에서 즉각 통용되는 지식을 연마한다. 이공계 인재가 국가의 보배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대한민국은 어떤가. 국가 전체가 '의대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지방 의대 증원 소식에 상위권 이공계 학생들은 전공 서적 대신 다시 수능 교재를 펼쳐 든다. 매년 1만 명의 석·박사급 두뇌가 기회의 땅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마당에, 남은 인재들마저 환자의 환부만 들여다보겠다고 줄을 서는 나라에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인류결정(Human Destiny)』에서 강조하듯, 인류의 진보는 정신적 갈망과 지적 탐구가 물리적 환경을 극복할 때 이루어진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인재들은 '지적 탐구'가 아닌 '안정적 수익'이라는 세속적 욕망에 매몰되어 있다. 물론 생명을 살리는 의업(醫業)은 숭고하다. 그러나 AI가 진단과 수술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미래 사회에서, 국가 인재의 90%가 의대에 목을 매는 것은 명백한 '자원 배분의 왜곡'이자 '국가적 자살 행위'다. 도덕경의 가르침대로 "족함을 모르는 것보다 큰 화는 없다(禍莫大於不知足)"고 했다. 특정 직역의 기득권과 그를 쫓는 맹목적 추종이 과학 입국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중국은 제조 강국을 넘어 '지식 강국'으로 대전환을 이루며 신질(新質) 생산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들은 기초과학이라는 뿌리를 깊게 내리고, 인재라는 양분을 전폭적으로 공급한다. 우리가 안이하게 "그래도 기술은 우리가 앞서겠지"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져 있을 때, 저들은 이미 우리의 뒤통수를 넘어 저만치 앞서 달려가고 있다. 과학기술이 무너진 나라는 결국 타국의 기술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의 엄중한 경고다. 정부에 묻는다. 연구개발(R&D) 예산을 깎았다가 다시 늘리는 갈지자 행보와 땜질식 처방으로 어떻게 천하의 인재를 붙잡겠는가. 성과에 따른 파격적인 보상 체계를 확립하고, 이공계 인재가 의사보다 더 높은 사회적 존경과 실질적 혜택을 누리는 '상식적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은 산업의 엔진으로 거듭나야 하고, 교육 시스템은 입시 기술자가 아닌 '연구 전사'를 길러내는 구조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 "근본이 서야 도가 생긴다(本立而道生)"고 했다. 국가의 근본은 인재요, 인재의 길은 국익과 인류의 진보를 향해야 한다. '의대 광풍'이라는 집단 최면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머지않아 중국의 기술 패권 아래 신음하는 변방의 낙오자로 전락할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재의 물길을 다시 과학의 바다로 돌려라. 그것만이 망국(亡國)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는 유일한 길이다.
2026-03-17 09: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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