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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의 무능한 조율, 국익을 위태롭게 하는 정부의 책임을 묻는다
[경제일보]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떠받치는 두 축은 굳건한 안보와 개방형 통상체제다. 안보가 흔들리면 국가의 존립이 위태롭고, 통상 경쟁력을 잃으면 경제의 활력과 국방의 기반마저 약화된다. 그런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검증 과정에서 한미 간 이견이 드러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도 연내 추진하지 않기로 하면서 정부의 대외 전략에 경고등이 켜졌다. 우연한 정책 차질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사전에 예상할 수 있는 쟁점을 조율하고 이해관계를 설득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안보에서는 동맹과의 조율이, 통상에서는 국내 갈등을 풀어낼 정치적 결단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익을 지켜야 할 정부가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면 그 책임부터 분명히 물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정권의 치적을 장식하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다. 우리 군이 연합방위체제를 주도할 역량을 확보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한미동맹의 억제력이 전환 이후에도 유지되는지를 엄격하게 검증해야 하는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다. 전환 시기를 앞당기는 것 자체가 자주국방의 성과는 아니다. 필요한 능력이 부족한데도 일정에 맞춰 서두른다면 자주라는 명분으로 안보 위험을 키우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은 분명하다. 전작권 전환 조건의 충족 여부를 놓고 한미 간 시각차가 있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사전 협의와 검증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우리 군의 핵심 작전 능력은 어느 수준까지 확보됐는지 설명해야 한다. 동맹 간 이견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핵심 조건을 둘러싼 견해차가 남았다면 협의 과정과 판단 근거를 점검하는 것이 마땅하다. 성과를 앞세워 검증을 형식화하거나 정치적 일정을 군사적 판단에 종속시켜서는 안 된다. 정부는 막연한 자주 구호나 낙관론 뒤에 숨지 말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과 단계별 보완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안보 정책의 실패는 사후 책임 추궁만으로 되돌릴 수 없다. CPTPP 가입 신청의 연내 보류는 통상 정책의 전략과 조정 능력을 시험하는 또 다른 고비다. 세계 경제가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의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주요국들은 시장 접근성을 넓히고 자국 기업에 유리한 통상 규범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가입 논의를 미루기만 한다면 역내 경제 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언권을 잃고 기업의 경쟁 기회도 제약받을 수 있다. 수출로 성장한 나라가 통상 네트워크 확장에 소극적이라면 경쟁국이 차지한 자리를 나중에 되찾는 데 더 큰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물론 CPTPP 가입에는 농수산업 등 민감 산업의 피해와 시장 개방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따른다. 정부가 공개한 경제적 영향 분석에서도 가입 이후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와 함께 농림수산업의 생산 감소 가능성이 제시됐다. 피해 우려를 무시한 채 가입을 서두를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반발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는 피해 규모를 객관적으로 산출하고 보상과 경쟁력 강화, 산업 전환을 아우르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충돌할수록 정부가 나서 국민을 설득하고 국익과 피해 대책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가입의 편익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하지도, 피해 대책을 구체화하지도 못했다면 정책 지연의 책임을 국내 반발에 떠넘길 수 없다. 결정을 미룬다고 갈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택의 비용만 커질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안보와 통상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연결하는 정부의 조정 능력이다. 군사적 억제력과 경제적 회복력은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 에너지와 핵심 소재의 공급망, 첨단산업의 해외 시장, 동맹국과의 기술 협력은 모두 경제 안보의 일부다.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 주요 교역국과의 경제 관계를 정교하게 관리하려면 외교·국방·산업·통상 부처가 같은 전략 목표 아래 움직여야 한다. 부처별 이해와 단기 현안에 끌려다니는 방식으로는 복합적인 국제 질서에 대응할 수 없다.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며 결정의 결과에 책임지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제 정부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답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의 군사적 조건과 한미 간 협의 상황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CPTPP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통상 전략과 산업 피해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연내 가입 신청을 보류했다면 그 기간에 무엇을 검토하고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정책이 지연되거나 판단이 잘못됐다면 원인을 밝히고 시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책무다. 국회 역시 정쟁에 매몰되지 말고 객관적 검증과 초당적 협력으로 정부를 감시해야 한다. 외교·안보와 통상에는 정권의 임기가 있지만 국익에는 임기가 없다. 자주국방은 동맹을 흔드는 구호가 아니라 스스로 지킬 능력으로 증명해야 하며, 통상 주권은 가입 선언이 아니라 시장을 확보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성과로 입증해야 한다. 정부가 원칙과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그 대가는 국민의 안전과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국가 전략의 혼선을 불가피한 국제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상황을 예측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국익을 관철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정책을 바로잡고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2026-10-15 11: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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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공항 피격이 울린 경고음…에너지 안보가 곧 국익이다
[경제일보] 중동의 불길이 세계 경제의 급소를 겨누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관문인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운항이 중단됐다는 소식은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공항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는 가운데 석유 시설과 주요 해상 수송로까지 위협받으면서 지역의 안보 불안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도 커지고 있다. 민간 항공 인프라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에너지 생산과 수송의 핵심 거점 역시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를 또 하나의 국지적 무력 충돌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중동의 안보 불안이 국제유가의 변동성과 해상 운임, 보험료 상승 압력을 키우고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무력으로 민간 시설을 위협하고 국제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국제사회는 민간인의 안전과 국제법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 그러나 규탄 성명만으로 위기를 막을 수는 없다. 중동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유가는 출렁이고 해상 운임과 보험료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원유 수송로가 위협받거나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 에너지 가격은 실제 수급 악화 이전부터 움직인다. 시장의 불안이 물가를 밀어 올리고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이며 가계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연쇄 충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에 이번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급 기반이 취약하고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자원 빈국이다. 올해 들어 수입선 다변화로 중동산 원유 비중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체 원유 수입의 절반을 웃돈다. 주요 해상 수송로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 지역 분쟁이 장기화하면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석유화학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운송비와 생산비용을 통해 산업 전반으로 파장이 번진다. 수입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투자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환율까지 겹친다면 같은 양의 원유를 들여오는 데 더 많은 원화를 지출해야 한다. 중동의 안보 위기가 우리 경제의 물가와 성장, 민생을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다. 그런데도 위기가 터진 뒤 유가 동향을 살피고 임시 대책을 내놓는 데 그친다면 정부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 안보는 가격이 급등한 뒤 대응하는 사후 관리가 아니라 공급 차질을 가정하고 미리 대비하는 국가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정부는 국제유가와 해상 운송로의 위험 수준을 상시 점검하고, 비상 상황별 원유 수급 계획과 부처 간 대응 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 전략 비축유의 규모뿐 아니라 방출 기준과 실행 절차, 실제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도 점검해야 한다. 위기 때 꺼내 쓸 수 없는 비축유는 장부상의 숫자에 불과하다.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도 더는 미룰 수 없다. 중동 의존도를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낮추기는 어렵지만 미국과 다른 산유국 등으로 도입선을 넓히고 공급 계약과 수송 경로를 분산해 특정 지역의 위기가 국가 전체의 공급 위기로 번지는 위험을 줄여야 한다. 액화천연가스(LNG)와 핵심 원자재 역시 공급망 취약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원전·재생에너지 등 국내 에너지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충하는 일도 장기적인 대응책이다. 에너지 전환은 구호나 이념이 아니라 공급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을 함께 따지는 현실적 원칙 위에서 추진해야 한다. 기업과 시장의 대응을 뒷받침할 정교한 정책도 필요하다. 정부는 정유·석유화학·항공·해운 등 에너지 가격과 수송 차질에 민감한 업종의 위험 노출을 점검하고, 중소기업의 원가 부담과 자금 경색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국제유가 상승을 빌미로 한 담합이나 부당한 가격 인상은 엄정하게 감시하되, 시장 가격을 무리하게 억누르는 방식으로 공급을 위축시켜서도 안 된다. 취약계층 지원은 대상을 명확히 하고 한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재정 부담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키우는 일이다. 외교·안보 역시 경제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토대로 주요 우방국과 정보 공유, 해상교통로 보호, 공급망 안정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중동 국가들과의 외교 채널을 유지해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을 확보하고 에너지 공급 차질을 최소화해야 한다. 어느 한쪽에 대한 정치적 구호에 매달리기보다 국제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실질적인 국익을 확보하는 실용 외교가 중요하다. 에너지 수송로의 안전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가 함께 지켜야 할 공공재다. 정치권도 정쟁을 멈추고 국가 에너지 안보를 초당적 과제로 다뤄야 한다. 비축 시설과 수입선 다변화, 에너지 효율 투자에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 위기가 잠잠해지면 예산과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정부는 위기 때마다 국민에게 절약을 호소하기에 앞서 얼마나 치밀하게 대비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리야드 공항을 둘러싼 위기는 중동의 불안이 언제든 한국의 공장과 물류망, 국민의 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일깨운다. 에너지 안보를 시장에만 맡길 수도, 정치적 구호로 해결할 수도 없다. 정부는 비축과 다변화, 외교와 산업정책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어야 한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능력이 곧 경제의 경쟁력이고, 위기 속에서도 국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국가의 실력이다. 위기가 닥친 뒤 허둥대는 나라와 위기를 예상하고 대비한 나라의 차이는 평상시의 준비에서 결정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론이 아니라 실행이고, 임시방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안보 체계다.
2026-10-13 10: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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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6400선 붕괴…지수보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살펴야 한다
[경제일보] 연휴를 마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1.69포인트(3.65%) 내린 6384.24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6400선이 무너진 것은 약 두 달 만이다. 코스닥도 4.83% 하락한 849.19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약 2조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하락 폭을 나흘로 넓혀보면 충격은 더 크다. 지난 2일 7003.74였던 코스피는 4거래일 만에 619.50포인트, 8.85%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양호한 실적과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못했다. 1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나란히 4%대 하락했다. 이번 급락의 배경에는 외국인 매도세와 미국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수급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하루의 주가 하락을 곧바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기업 실적과 경기 전망, 글로벌 자금 흐름을 함께 살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문제는 급락 자체보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투자자와 기업이 얼마나 충격을 견딜 수 있느냐다. 주식시장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를 가격에 반영한다.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주가가 조정받는 것은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국인 매도가 장기화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기업의 자금 조달과 가계의 소비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중소·중견기업에는 주가 하락과 위험회피 심리의 확산이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이럴 때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지수 자체를 정책 목표로 삼는 일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공적 자금을 동원하거나 단기 부양책으로 시장을 떠받치려 한다면 가격 형성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은 특정 지수의 유지가 아니라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와 금융기관의 유동성 및 건전성을 점검하고 신용융자와 파생상품 시장의 위험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급격한 가격 변동이 연쇄적인 강제 매도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는 신속하게 시행하되 개입의 기준과 목적은 명확해야 한다.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고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과 인위적으로 주가 수준을 높이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정책 당국의 설명 책임도 중요하다. 시장이 불안할 때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투자자를 안심시키려 해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렇다고 단기 급락을 곧바로 경제위기로 규정해 불안을 키워서도 안 된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질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12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7원 내린 1335.1원으로 마감했다. 주가 급락과 환율 상승이 반드시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금융시장의 위험을 진단할 때도 막연히 고환율과 고금리를 나열하기보다 실제 지표와 자금 흐름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과제는 한국 경제의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 시장의 유동성, 제도적 신뢰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자본시장의 투명성이 개선된다면 장기 투자자금을 유치할 기반도 넓어진다. 정부는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하고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뒷받침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미래산업의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노동시장과 교육, 산업구조의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기부양만으로는 잠재성장률 둔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기업 역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표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주가는 글로벌 기술 경쟁과 투자 수요에 대한 기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적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장기업 전반으로 보면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주주와의 소통도 개선해야 한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실적과 자본 배분,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질 때 시장의 신뢰도 쌓인다. 정치권은 금융시장 불안을 단기적인 정책 경쟁의 소재로 삼지 말아야 한다. 경기 대응과 취약계층 지원은 필요하지만 재정지출의 효과와 지속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자본시장 관련 제도 개선과 기업 투자에 필요한 법·제도 정비도 정쟁과 분리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급락이 한국 경제의 모든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반도체 대형주와 외국인 수급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다시 확인됐다. 특정 산업의 호황만으로 증시 전체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지키고, 기업은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정치권은 경제주체가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주가 하락은 투자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모든 하락을 막을 수도, 막아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충격이 왔을 때 시장이 질서를 유지하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일이다. 코스피가 언제 7000선을 되찾을지보다 한국 경제가 다음 충격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지수의 회복은 정책 구호가 아니라 기업의 실적과 경제의 기초체력, 시장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할 때 지속될 수 있다.
2026-10-13 09: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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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무서운 건 경제 불확실성이다
[경제일보] 전쟁은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끝나지 않는다. 총성이 멎은 뒤에도 전쟁은 유가에 남고 환율에 남고 물류비에 남고 기업의 투자계획서와 가계의 장바구니에 남는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다. 세계 금융시장은 즉각 안도했다.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주요 증시는 반등했다. 전쟁 프리미엄이 빠지자 시장은 마치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 환호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환호가 아니라 냉정이다. 전쟁보다 무서운 것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경제 불확실성이다. 휴전문서 한 장이 원유 생산시설을 하루아침에 복구하지 못한다. 해협 재개방 선언이 곧바로 선박 보험료를 낮추지도 않는다. 국제유가가 하루 이틀 떨어졌다고 해서 물가가 곧장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전쟁은 정치적으로는 합의로 끝나지만 경제적으로는 비용 청구서가 도착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이 세계경제에 남긴 첫 번째 상처는 에너지 시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지나는 핵심 길목이다. 그 길목이 전쟁의 인질이 되자 세계는 다시 한 번 에너지 안보가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경제 생존의 문제임을 확인했다. 합의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급락했지만 이것은 위험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기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일단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유가가 내려도 공급망은 즉시 회복되지 않는다. 산유국의 생산설비, 정제시설, 항만, 보험, 선박 운항, 금융결제망은 모두 시간이 필요한 시스템이다. 더 큰 문제는 시장의 기억이다. 한번 흔들린 시장은 쉽게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선사들은 통항이 가능하다는 정치적 선언보다 실제 항로의 안전을 본다. 보험사는 합의문보다 재발 가능성을 계산한다. 정유사와 항공사, 석유화학 기업은 현물가격보다 3개월 뒤, 6개월 뒤의 조달 안정성을 본다. 그래서 전쟁 뒤의 경제는 늘 ‘안정’이 아니라 ‘안정 확인’의 시간을 요구한다. 불확실성은 가격 그 자체보다 더 비싸다. 이번 합의는 세계 중앙은행에도 어려운 숙제를 남겼다. 전쟁 중 급등한 에너지 가격은 물가를 밀어 올렸다. 유가가 떨어지면 물가 압력은 완화되지만 이미 오른 운송비와 원재료비, 기대인플레이션은 시차를 두고 경제 전반에 스며든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물가가 불안하면 움직이기 어렵다. 금리를 유지하면 경기 회복은 더뎌지고 금리를 내리면 다시 물가와 환율이 흔들릴 수 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통화정책의 안개는 더 짙어질 수 있다. 한국경제에는 이 불확실성이 더 예민하게 작용한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큰 나라다. 원유와 가스 가격이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가 먼저 오른다. 정유·화학·철강·항공·해운은 물론이고 전력비 부담이 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산업에도 파장이 간다. 유가가 오르면 무역수지가 흔들리고 무역수지가 흔들리면 환율이 불안해진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뛰고 수입물가가 뛰면 소비자물가가 다시 고개를 든다. 결국 중동의 포성이 서울의 주유소 가격표와 서민 밥상으로 번지는 구조다. 합의 이후 유가가 안정된다면 한국경제에는 분명 숨통이 트인다. 기업의 원가 부담은 줄고 항공·해운·석유화학·자동차 등 에너지 민감 업종은 불확실성을 덜 수 있다. 고유가에 짓눌렸던 소비심리도 일부 회복될 수 있다. 환율 안정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에도 긍정적이다. 최근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부담이 낮아지면 한국경제는 다시 회복 궤도에 올라설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것을 경기 반전의 신호로 과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종전 합의가 곧 경기부양책은 아니다. 전쟁은 이미 비용을 남겼다. 기업들은 몇 달 동안 비싼 원료와 물류비를 감당했다. 일부 기업은 납기와 계약조건을 조정했고 일부 가계는 고유가와 고물가 속에서 소비를 줄였다. 한번 미뤄진 투자는 다시 집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한번 닫힌 소비지갑은 유가가 떨어졌다는 뉴스 하나로 곧바로 열리지 않는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봐야 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지금 필요한 정책은 ‘전쟁이 끝났으니 정상화됐다’는 낙관론이 아니라, ‘전쟁이 끝났지만 불확실성은 남았다’는 위험관리다. 물가가 완전히 안정되기 전까지 통화정책은 신중해야 한다. 동시에 취약계층과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는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 고유가의 부담은 모든 국민에게 같지 않다. 대기업은 헤지와 장기계약으로 버틸 수 있지만 영세 자영업자와 운송업자, 농어민, 저소득층은 유가 변동을 그대로 맞는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같은 단기 처방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필요할 때 한시적 완충장치는 있어야 하지만 재정 여력이 무한한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전략비축 체계 점검, 핵심 원자재 공급망 확보, 항만·해운 리스크 관리, 기업의 환율·유가 헤지 역량 강화다. 전쟁이 남긴 교훈은 단순하다. 싸게 사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사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효율만 따지던 공급망의 시대가 저물고, 회복탄력성을 따지는 공급망의 시대가 왔다. 기업도 달라져야 한다. 중동 리스크를 일시적 외부 변수로만 볼 수 없다. 지정학은 이제 재무제표의 바깥에 있는 문제가 아니다. 원가, 환율, 운송, 보험, 재고, 투자, 배당까지 모두 흔드는 변수다. 최고경영자는 매출 목표만이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 시나리오를 들여다봐야 한다. 에너지 가격이 배럴당 70달러일 때와 100달러일 때, 호르무즈 통항이 정상일 때와 부분 제한될 때, 환율이 100원 더 오를 때의 손익을 따져야 한다. 위기 대응은 전쟁이 난 뒤 만드는 문서가 아니라 평시에 쌓아두는 체력이다. 금융시장도 안도 랠리에 취해서는 안 된다. 전쟁 합의 이후 주가가 오르고 유가가 내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종종 정치적 이벤트에 먼저 환호하고 실물경제의 복구 속도를 뒤늦게 확인한다. 유가 하락이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지, 물가 안정이 금리 인하로 이어질지, 금리 인하가 소비와 투자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다. 지금의 시장 반등은 ‘평화 배당’이라기보다 ‘공포 할인 해소’에 가깝다. 여기서 고전의 지혜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손자병법은 “용병을 잘하는 자는 다시 징병하지 않고, 군량을 세 번 싣지 않는다”고 했다. 전쟁을 잘하는 장수는 싸움터에서만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보급의 비용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오늘의 경제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실력은 전쟁의 승패보다 전쟁 뒤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에서 드러난다. 에너지, 물류, 금융, 물가, 환율의 보급선을 관리하지 못하면 평화의 이름 아래서도 경제는 계속 흔들린다. 이번 미국·이란 합의는 세계경제에 시간을 벌어줬다. 하지만 시간을 번 것과 문제를 해결한 것은 다르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린다고 해도 세계경제는 이미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을 봤다. 국제유가가 내려간다고 해도 한국경제는 수입 에너지 의존 구조를 다시 확인했다. 증시가 오른다고 해도 기업과 가계가 체감하는 불확실성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책당국은 이제 세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유가·환율·물류비의 변동이 물가와 산업별 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망을 장기계약·비축·대체선 확보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셋째, 전쟁 이후 완화된 시장 분위기를 구조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위기가 지나가면 개혁의 긴장도 함께 풀린다. 그러나 다음 위기는 늘 우리가 방심할 때 온다. 전쟁보다 무서운 것은 경제 불확실성이다. 전쟁은 언젠가 끝난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끝났다는 선언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숫자와 가격과 계약과 기대 속에 남아 서서히 비용을 청구한다. 지금 한국경제가 해야 할 일은 평화의 뉴스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남긴 경제의 균열을 차분히 메우는 일이다. 평화는 합의문으로 시작되지만 경제의 안정은 준비된 국가만이 얻을 수 있다.
2026-06-16 15: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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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천피' 눈앞의 코스피, 거품 경계하고 기초체력 다질 때다
[경제일보] 코스피가 마침내 9000포인트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방한 소식과 뉴욕증시 강세에 힘입어 코스피는 하루 만에 3.68%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000조 원을 넘어섰고,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도 7000조 원을 돌파했다. 한국 자본시장의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의미 있는 성과다.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명을 안고 있던 우리 증시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도약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환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장이 최고치를 경신할수록 냉정한 점검도 병행돼야 한다. 역사는 과도한 낙관론이 언제나 거품의 씨앗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지금의 상승세가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반영한 결과인지, 아니면 일부 초대형 기술주에 대한 기대감이 만들어낸 착시효과인지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증시 상승을 이끄는 핵심 동력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시장 전체를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우리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정 산업과 소수 대형 종목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해당 산업의 경기 변동이나 글로벌 공급망 충격에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과거에도 반도체 업황 악화가 한국 경제와 증시에 큰 충격을 준 사례는 적지 않았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다.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도 외국인은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과 기관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지만, 국제 자본의 시각은 여전히 신중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국인 자금은 국내 투자자보다 훨씬 냉정하게 국가 경제의 성장성, 기업의 수익성, 정책의 일관성을 평가한다.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는 현재의 상승세가 탄탄한 기초체력 위에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진정한 증시 선진화는 단순히 지수 숫자를 높이는 데 있지 않다. 기업의 경쟁력과 투자 매력을 높여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드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감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신산업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소액주주 권익 보호,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확립, 주주가치 제고 정책 확대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기본 조건이다. 정부 역시 단기적인 증시 부양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시장의 활황이 실물경제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산업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와 AI에 편중된 성장 구조를 넘어 바이오, 에너지, 첨단 제조업, 문화 콘텐츠 등 미래 성장 산업을 육성하는 균형 잡힌 전략이 요구된다. 9000포인트 돌파는 분명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숫자가 높아질수록 시장은 더욱 냉정해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들뜬 기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거품은 순간의 환호를 남기지만, 체질 개선은 오랜 번영을 만든다. 한국 증시가 진정한 선진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록 경신의 기쁨에 취하기보다 시장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데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2026-06-02 09: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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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떠받친 증시 호황, 가계부채 시한폭탄 키워선 안 된다
[경제일보] 국내 가계부채에 또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이 한 달 만에 2조6000억 원 넘게 증가하며 107조 원에 육박했다. 특히 증가분 대부분이 마이너스통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단순한 생활자금 수요가 아니라 투자 목적의 차입이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억제되자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신용대출 급증의 배경에 ‘빚투’ 열풍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과 증시 상승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크게 늘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가 자기 자본이 아닌 빚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카드론까지 동원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은 과열 신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투자는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는 경제활동이지만, 과도한 레버리지는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특히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가 동시에 지속되는 이른바 ‘3고 현상’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 역시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일부 산업의 호조가 경제 전체의 체력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금리 인상과 증시 조정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그 충격은 개인 투자자와 금융시장 전반에 고스란히 전이될 수 있다. 주가가 급락하면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이는 다시 시장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개인회생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생각보다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칫 가계부채 부실이 금융권의 건전성 문제로 확산될 경우 우리 경제는 소비 위축과 성장 둔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금의 상황을 단순한 시장 활황의 부산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신용대출과 카드론의 용도와 증가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고, 고위험 차입 투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회사 역시 단기 실적에만 매몰되지 말고 대출 건전성 관리에 더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상승장에서는 누구나 수익을 기대하지만, 시장은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빚을 내 투자하는 행위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손실도 배가시킨다. 투자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포모(FOMO) 심리에 휩쓸려 무리한 차입에 나선다면 결국 그 대가는 개인과 가계, 나아가 경제 전체가 떠안게 된다. 빚으로 만든 호황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투기적 낙관론이 아니라 냉정한 위험 관리다.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의 초침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정부와 금융권, 그리고 투자자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2026-06-01 09: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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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경고등, 이제는 '버티기'가 아니라 '체질 전환'이다
대한민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고유가는 물가와 생산비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수출 둔화는 성장 엔진을 식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는 소비를 짓누르고,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는 우리 제조업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하나만으로도 버거운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라는 점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과거처럼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버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에너지 정책, 금융 시스템까지 모두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대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전히 정쟁에 몰두하고, 정부는 단기 처방에 치우쳐 있다.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면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에너지 체질 개선이다. 국제유가가 출렁일 때마다 우리 경제가 흔들리는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 때문이다. 우리는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다. 그럼에도 산업 구조는 여전히 에너지 다소비형에 머물러 있다. 중동 리스크만 발생하면 물류비와 전기요금,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뛰고 이는 곧바로 물가 상승과 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이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경쟁력 강화라는 현실적 병행 전략으로 가야 한다. 이념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태양광과 풍력, 수소 산업을 키우되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도 활용하는 실용주의가 필요하다. 동시에 산업 전반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에너지 절약은 캠페인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이 되어야 한다. 둘째, 수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반도체 하나로 버텨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그러나 특정 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반도체 경기가 흔들릴 때마다 한국 경제 전체가 출렁였다. 앞으로는 인공지능, 바이오, 우주항공, 방산, 콘텐츠 산업 등 미래 성장 동력을 동시에 육성해야 한다. 특히 K콘텐츠와 플랫폼 산업은 더 이상 부가적 산업이 아니다. 제조업 중심 국가였던 한국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 산업이다. 정부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세계는 속도전인데 우리는 허가와 심사, 이해관계 충돌 속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산업 정책이다. 셋째, 가계부채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폭탄이다. 이미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금리가 오르면 소비가 얼어붙고, 소비가 위축되면 내수가 무너진다. 지금처럼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를 방치해서는 미래가 없다. 핵심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다. 돈이 아파트 투기에만 몰리는 경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기술기업과 창업, 혁신 산업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금융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청년들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데 인생을 걸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만 바라보는 경제는 결국 성장 동력을 잃게 된다. 넷째, 노동시장 개혁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지금 한국 사회는 한쪽에서는 청년 실업이 심각한데 다른 한쪽에서는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 노동시장 구조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공서열 중심 임금 체계와 경직된 고용 구조로는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노동 개혁은 노동자를 희생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형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전환 시스템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초과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로는 사회적 갈등만 커질 뿐이다.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노동자와 기업, 사회 전체로 합리적으로 분배되어야 지속 가능한 성장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리더십이다. 위기의 시대에는 방향을 제시하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미래 비전 경쟁보다 진영 대결에 갇혀 있다. 경제는 생존의 문제인데 정치는 선거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래서는 국가적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온 나라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팬데믹도 이겨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과거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다. 과거의 성공 공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낡은 성장 모델과 결별하는 용기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며 과거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새로운 체질로 전환할 것인가. 위기는 언제나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준비하지 못한 나라에는 재앙이 되지만, 준비한 나라에는 도약의 기회가 된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비관 속에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처럼 현실을 외면하고 개혁을 미룬다면 암울한 미래는 피할 수 없다. 이제는 ‘버티는 경제’가 아니라 ‘바꾸는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다시 살아나는 유일한 길이다.
2026-05-24 09: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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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배당금'이라는 위험한 수사(修辭), 정책 사령탑의 가벼움이 시장을 흔든다
[경제일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쏘아 올린 ‘인공지능(AI) 국민배당금’ 논의가 우리 경제계와 자본시장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유례없는 호황으로 발생할 최대 70조 원 규모의 초과 세수를 전 국민에게 현금 형태로 환원하자는 제안이다. 국가 정책의 물줄기를 잡는 정책 사령탑이 SNS를 통해 던진 이 화두는 논쟁적인 수준을 넘어 위태롭기까지 하다. 국정 운영의 핵심 참모는 그 입의 무거움이 곧 국가의 신뢰도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정책의 본질을 망각한 채 수사적 포퓰리즘에 기대어 시장의 질서를 교란한 전형적인 '메시지 리스크'다. 김 실장의 논리는 AI 시대의 과실이 특정 기업의 노력이 아닌, 수십 년간 축적된 국가적 산업 기반 위에서 피어난 것이니 이를 '구조적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공정의 가치를 담은 듯 보이지만, 이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와 기업가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기업의 이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생존을 건 투자와 기술 혁신의 결과물이다. 이를 '국민 배당'이라는 이름으로 강제 환원하려는 움직임은 자칫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고 자본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할 뿐이다. 실제로 김 실장의 발언 직후 코스피 지수가 5% 이상 급락하며 8,000선을 넘보던 장세가 순식간에 얼어붙은 것은 시장이 이 제안을 얼마나 심각한 위험 신호로 받아들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정책 결정권자의 '지나친 낙관론'이다.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거액의 사용처를 미리 정해놓는 것은 재정 운용의 기본 원칙인 '신중함'을 저버린 처사다. 반도체 산업은 사이클의 변동성이 극심하며,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 붇으며 우리 턱밑까지 추격해 오고 있다. 지금은 초과 이윤을 어떻게 나눠 쓸지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초격차 유지를 위해 R&D 지원을 확대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핵심 인프라 구축에 재원을 집중 투입해야 할 때다. 또한, 국가재정법은 세계잉여금의 일정 비율을 국채 상환에 우선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랏빚이 산더미처럼 쌓인 상황에서 미래 세대에게 짐을 넘기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를 두고 '포퓰리즘적 긴축'이라 비난하며 현금 살포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무책임하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농어촌 기본소득이나 노령연금 강화 등을 언급하는 것은 정책의 순수성을 의심케 하며, 국가 재정을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책의 책임 있는 자는 모든 일에 있어서 신중하고 조심해도 과하지 않다. 설익은 아이디어를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던져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외신이 이를 '횡재세'로 오인해 보도하게 만든 뒤 해명에 급급한 모습은 볼썽사납다. 국정의 최고위 경제 참모라면 장밋빛 전망에 취해 대중의 인기를 좇을 것이 아니라, 냉혹한 글로벌 경제 전쟁터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실효적 전략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세금은 정부가 국민에게 베푸는 '시혜적 현금'이 아니다. 국가의 존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배당금'이라는 선정적인 수사를 거두고, 초과 세수를 국가 경쟁력 강화와 재정 건전화라는 본연의 목적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신중하지 못한 입이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우(愚)를 다시는 범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경제 정책 사령탑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이자 상식이다.
2026-05-13 07: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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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정권 동력' 굳히기냐, 유정복 '현직' 반전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인천시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후보와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의 양강 대결로 압축됐다. 현재 판세만 놓고 보면 현정부 동력을 활용한 박 후보가 앞서 달리고 유 후보가 현직 시장의 행정 경험과 지역 개발 성과를 앞세워 추격하는 구도다. 그러나 인천 선거는 늘 단순한 정당 대결로만 끝나지 않았다. △신도시와 원도심 △항만과 공항 △수도권 규제와 지역 자존심 △중앙정치 바람과 생활 행정 평가 등이 한꺼번에 부딪히는 게 인천시장 선거의 특성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당 프리미엄 박찬대 ‘우세’...현직 유정복 남부·강화·옹진권서 ‘추격’ 최근 여론조사 흐름은 박 후보에게 유리하다.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꽃이 지난 4월 28~29일 인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무선 가상번호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인천시장 가상 다자대결에서 박찬대 후보 54.9%, 유정복 후보 29.5%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률은 6.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이 조사는 다자구도 조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중도층에서도 박 후보가 58.7%를 얻었다는 점은 판세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양강 구도에서도 박 후보 우세 흐름은 확인된다. 인천일보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23~25일 인천 거주 만 18세 이상 8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박찬대 후보 48.1%, 유정복 후보 34.7% 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 응답률은 6.5%다. 권역별로는 서북권에서 박 후보 52.8%, 유 후보 31.3%, 동부권에서 박 후보 44.8%, 유 후보 34.0%였고, 남부·강화·옹진권에서는 박 후보 47.1%, 유 후보 38.1%로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 특히 주목할 곳은 원도심이다. 인천일보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3~4일 제물포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21명을 대상으로 무선 가상번호 ARS 100%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박 후보 46.8%, 유 후보 41.0%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 응답률은 7.3%다. 오차범위 내 결과지만 유 후보의 정치적 기반으로 꼽히는 원도심에서 박 후보가 근소 우위를 보였다는 점은 여당 후보에게 의미 있는 신호로 읽힌다. 박찬대, 현정부·여당 조직 ‘강점’...행정경험 부족 ‘부담’ 박찬대 후보의 강점은 정권 동력과 당 조직이다. 그는 친명계 핵심이자 3선 의원 출신으로 중앙정부와 국회 네트워크를 동시에 내세울 수 있다. 민주당 인천 지역 조직도 ‘원팀 선대위’를 표방하며 송영길 전 시장, 박남춘 전 시장 등 전직 시장급 인사들을 상징 자산으로 결집시키고 있다. 이는 인천 13개 국회의원 선거구를 촘촘히 묶어 투표율과 조직 동원을 끌어올리는 데 강점이 있다는 게 박 후보 캠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 후보의 약점은 행정 경험이다. 국회와 당내 정치에서는 중량감이 있지만, 광역행정 경험은 유 후보보다 부족하다. 인천은 교통, 항만, 공항, 매립지, 경제자유구역, 원도심 재생이 얽힌 복합 행정 도시다. 박 후보가 중앙정치의 힘을 시정 운영의 실력으로 바꿔 보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유 후보 측이 ‘검증된 일꾼’ 프레임을 반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후보의 기회는 산업 전환 의제다. 그는 인천의 미래 비전으로 인공지능(AI), 바이오, 콘텐츠, 에너지를 묶은 ‘ABC+E’를 제시했다. 공항·항만·물류단지를 연결한 물류 AI 실증도시, 바이오산업 고도화, 해상풍력 산업 클러스터 등이 핵심이다. 박 후보는 5월 6일 해상풍력 사업자들과 만나 “인천 앞바다의 바람을 이용한 제2의 에너지 개항”을 내세웠고, 해상풍력 기회발전특구와 산업 클러스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대로 위협 요인은 기대치다. 여론조사상 앞선 후보에게는 실수가 더 치명적이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박 후보가 말이 앞서고 실행계획이 약하다는 인상을 주면 유 후보의 ‘행정 안정론’이 되살아날 수 있다”며 “특히 제물포구, 중구, 동구, 강화·옹진, 연수 일부 등 보수 성향과 현직 평가가 교차하는 지역에서는 박 후보의 낙관론이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정복, 현직·행정이력 ‘강점’...시 채무 증가 ‘과제’ 유정복 후보의 강점은 단연 현직 프리미엄과 행정 이력이다. 그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김포군수, 인천 서구청장, 김포시장,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인천시장을 거쳤다. 이번에 당선되면 인천 최초의 민선 3선 시장이 된다. 유 후보는 출마 선언에서 인천국제자유특별시, 복지정책인 천원정책확대, 저출생·보육 지원, 원도심 균형발전, 교통혁명, 미래산업 유치 등을 제시했다. 유 후보의 약점은 정당 지형이다. 최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과 정부지원론이 강하게 나타나는 가운데 국민의힘 후보로 치르는 선거라는 점은 부담이다. 현직 시장은 성과를 설명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모든 미완의 과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재정 논쟁도 그중 하나다. 박 후보 측은 인천시 채무 증가와 경제성장률 하락을 비판했고, 유 후보 측은 예산 규모 확대와 부채비율 15% 수준을 들어 반박했다. 이 공방은 남은 선거기간 ‘현직 평가’의 핵심 전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 후보의 기회는 생활 체감형 공약이다. 유 후보는 ‘인천국제자유특별시’를 장기 비전으로, 천원정책과 개발사업을 단기 체감 카드로 내세운다. 5월 7일에는 ‘인천 제3개항’을 선언하며 인천국제자유특별시 특별법, 송도구·논현서창구 신설을 포함한 2차 행정체제 개편, 공공기관 인천 이관을 3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수도권 규제에서 벗어나 싱가포르·두바이와 경쟁하는 도시로 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유 후보의 위협은 장기 재임 피로감이다. 3선 도전은 경험의 증거이자 피로감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천시민들이 한 번 더 맡길 시장으로 볼지, 이제 교체할 시점으로 볼지가 선거의 핵심이다. 한 정치 컨설팅 관계자는 “박 후보가 원도심 재생과 미래산업을 동시에 묶어 교체의 효능을 설득한다면 유 후보는 단순한 성과 홍보를 넘어 미완 사업의 시간표와 재원 조달 방식을 더 정교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인천판 미래산업 연합전선’...유 ‘검증된 현직 반전 토론’ 전문가들은 남은 선거 기간 박 후보의 히든카드로 ‘인천판 미래산업 연합전선’을 꼽는다. AI 물류, 바이오, 해상풍력, 콘텐츠를 따로 말할 것이 아니라 공항·항만·송도·청라·영종·원도심을 하나의 경제지도 위에 올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 인천지역 개발학과 교수는 “인천을 서울의 위성도시가 아니라 대한민국 성장 엔진으로 만들겠다는 메시지가 선명해야 한다”며 “동시에 재정·교통·주거에 대한 100일 실행계획을 제시해 행정 경험 부족 우려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의 히든카드는 ‘검증된 현직의 반전 토론’이다. 여론조사 흐름을 뒤집으려면 공약집보다 토론장이 중요하다. 인천경기기자협회 토론회와 선관위 법정토론회 등 최소 4차례의 공개 대결이 예정돼 있다. 한 미디어 관계자는 “유 후보는 토론회라는 무대에서 박 후보의 공약 재원, 인허가 현실성, 중앙정부 의존도를 집요하게 검증해야한다”며 “자신은 인천국제자유특별시와 천원(복지)정책을 바로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5-09 08: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