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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 참여 컨소시엄, 노르웨이 도로사업 설계분쟁 1심 패소
[경제일보] SK에코플랜트가 참여한 노르웨이 대형 도로사업의 시공 컨소시엄이 현지 설계회사와 벌인 소송에서 1심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사들은 설계 과정의 잘못으로 공사비가 늘었다며 100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컨소시엄은 판결 뒤 미지급 설계비와 이자 등을 포함해 약 180억원을 지급했다. 현재는 계약 취소에 따른 손해배상과 소송비용 일부를 놓고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9일 노르웨이 오슬로 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3월 26일 소트라링크 시공 컨소시엄(Sotra Link Construction)이 설계회사 멀티컨설트(Multiconsult)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소트라링크 시공 컨소시엄은 이탈리아 위빌드와 스페인 FCC건설, SK에코플랜트가 함께 꾸린 공동 시공팀이다. SK에코플랜트의 시공 지분은 30%다. 분쟁은 소트라 고속국도 공사를 시작하기 전 설계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멀티컨설트는 입찰 준비 과정에서 도로와 터널 설계를 맡고 공사에 필요한 암석 굴착량과 옹벽, 도로 포장 등의 예상 물량을 계산했다. 시공 컨소시엄은 이 계산이 실제 공사에 필요한 물량보다 적었다고 주장했다. 공사에 들어가 보니 예상보다 더 많은 암석을 파내고 구조물을 설치해야 했고 이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일정 금액에 공사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계약됐다. 예상보다 공사 물량이 늘어날 경우 추가 비용을 시공사가 부담할 수 있어 컨소시엄은 설계 단계에서 물량을 산정한 멀티컨설트에 책임을 물었다. ◆ 시공사 “공사 물량 잘못 계산”…법원은 인정 안 해 시공 컨소시엄은 멀티컨설트가 입찰 당시 공사 물량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했고 일부 세부 설계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가장 큰 쟁점은 암석 굴착과 토공, 옹벽, 도로 포장, 상하수도 등에 필요한 물량이었다. 소송 과정에서 청구금액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재판부가 최종적으로 판단한 시공 컨소시엄의 반대청구액은 최대 7억1458만크로네로 1000억원을 넘는 규모다. 앞서 2025년 8월 법원에 최종 의견서를 제출했을 당시에는 반대청구액이 9억5000만크로네에 육박하기도 했다. 반대청구는 소송을 당한 쪽이 상대방에게 오히려 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절차다. 멀티컨설트가 밀린 설계비 등을 달라고 소송을 내자 시공 컨소시엄도 설계 잘못으로 더 큰 손해를 입었다며 맞청구한 것이다. 하지만 오슬로 지방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일부 공사 물량에 차이가 있더라도 멀티컨설트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정도의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시공 컨소시엄이 주장한 손해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도 내렸다. 고압전선 설계와 관련한 청구에서도 법원은 컨소시엄의 책임을 일부 지적했다. 필요한 의견과 검토를 받는 데 약 6개월이 걸렸고 이 때문에 발생한 공사 지연을 멀티컨설트 책임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봤다. 결국 시공 컨소시엄이 멀티컨설트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요구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설계회사가 못 받은 돈은 지급하라고 판결 반대로 멀티컨설트가 시공 컨소시엄을 상대로 요구한 돈은 상당 부분 인정됐다. 법원은 멀티컨설트가 이미 수행한 설계 업무에 대해 시공 컨소시엄이 지급하지 않은 약 8080만크로네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시공 컨소시엄이 예정돼 있던 설계 업무 일부를 취소하면서 멀티컨설트가 입은 손해도 인정됐다. 법원이 인정한 계약 취소에 따른 손해배상액은 약 8420만크로네다. 이와 별도로 소송비용 약 3140만크로네도 지급하도록 했다. 판결 뒤 시공 컨소시엄은 지난 4월 미지급 설계비와 그동안 붙은 이자, 소송비용 일부를 합쳐 약 1억2300만크로네를 지급했다. 한화로 약 180억원 규모다. 다만 재판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시공 컨소시엄은 지난 5월 상급법원인 보르가르팅 항소법원에 항소했다. 다만 1심 판결 전체를 다시 다투지는 않고 설계 업무 취소에 따른 약 8400만크로네의 손해배상과 소송비용 부분만 항소했다. 이미 수행한 설계 업무의 대금과 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에는 항소하지 않았다. 시공 컨소시엄이 멀티컨설트를 상대로 제기한 1000억원대 반대청구를 기각한 부분도 항소 대상에서 빠졌다. ◆ SK에코플랜트 북유럽 첫 민관협력사업 소트라 고속국도는 SK에코플랜트가 북유럽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하면서 따낸 사업이다.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과 인근 외가든을 연결하는 9.4㎞ 길이의 왕복 4차로 도로를 건설한다. 약 900m 길이의 현수교와 터널 4곳도 함께 들어선다. 노르웨이 도로청이 소트라링크와 체결한 계약금액은 198억크로네로 도로청이 지금까지 맺은 단일 계약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사업 방식도 일반적인 도급공사와 다르다. 건설회사가 정부로부터 공사비를 받아 도로만 건설하고 빠지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 사업자가 자금을 조달하고 설계와 시공을 맡은 뒤 개통 후에도 일정 기간 운영과 관리를 맡는다. 소트라링크는 자금을 마련해 도로를 설계·건설하고 개통 이후 15년 동안 운영과 유지관리까지 맡는다. SK에코플랜트는 사업에 돈을 투자하는 소트라링크에는 20%, 실제 공사를 맡은 시공 컨소시엄에는 30%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다. 공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당초 2027년 6월 1일 개통할 예정이었지만 현수교를 세우는 지역에서 예상보다 까다로운 지반이 나오면서 일정이 늦어졌다. 노르웨이 도로청은 이르면 2027년 4분기에 도로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공사 지연과 멀티컨설트 소송은 별개의 사안으로 현재 공개된 자료에서 두 문제가 직접 연결됐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SK에코플랜트가 북유럽 첫 민관협력사업으로 수주한 대형 도로공사는 계속되고 있지만 설계회사와의 법정 다툼에서는 시공 컨소시엄이 1심에서 졌다. 100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설계회사가 받지 못한 대금과 이자도 이미 지급됐다. 남은 법적 다툼은 계약 취소에 따른 손해배상과 소송비용에 관한 항소심이다.
2026-09-09 08: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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