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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 없이 시작한 송무 로펌…바른 28년, 이제 동인과 합병
[경제일보] 1998년 3월 서울 서초동. 판사 출신 강훈·홍지욱·김재호 변호사가 바른법률사무소의 문을 열었다. 당시 형사·민사 사건 수임에는 이른바 ‘사무장’이나 브로커가 개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세 사람은 사건을 소개해주는 브로커를 쓰지 않고 변호사가 직접 의뢰인을 만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바른’이라는 이름에도 그런 생각을 담았다. 1997년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으로 법원과 변호사 업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던 시기였다. 평판사 출신들이 만든 작은 사무실은 전관의 이름을 앞세우기보다 직접 사건을 맡아 승부하겠다고 나섰다. 검사와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지낸 김찬진 변호사도 초기부터 힘을 보탰다. 28년이 지난 지금 바른에는 외국변호사를 포함해 300명 안팎의 변호사가 일한다. 2025년 매출은 1076억원으로 2023년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선 뒤 3년 연속 1000억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같은 해 YK가 1694억원, 지평이 1327억원을 기록하면서 중대형 로펌 사이의 외형 경쟁에서는 다시 뒤를 쫓는 처지가 됐다. 바른은 결국 다시 큰 선택을 했다. 지난 9월 14일 법무법인 동인과 합병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지난해 기준 합산 매출 1877억원, 변호사 553명 규모로 커진다. 평판사들이 만든 송무 사무실에서 출발한 바른이 28년 만에 국내 로펌 사상 최대 규모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 법조비리 뒤 문 연 평판사들의 사무실 바른이 문을 열던 1990년대 말 법률시장은 지금과 달랐다. 개인 변호사 사무실의 비중이 컸고 법원이나 검찰을 갓 나온 전관들이 사건을 소개받아 처리하는 방식도 널리 퍼져 있었다. 브로커와 사무장을 통한 사건 수임이 법조비리로 번지면서 변호사 업계 전체가 비판을 받던 때였다. 강훈·홍지욱·김재호 변호사는 모두 법원에서 10년 안팎 근무한 평판사 출신이었다. 고위 법관 출신도 아니었고 대형 기업자문 조직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잡은 시장은 송무였다. 법정에서 재판을 해본 경험을 토대로 민·형사 사건을 직접 맡았다. 사무장이 사건을 가져오면 변호사가 이름을 빌려주는 관행도 피했다. 파트너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한 뒤 저연차 변호사에게 전부 넘기는 방식도 지양했다. ‘변호사가 직접 의뢰인을 만나고 직접 책임진다’는 방식은 신생 사무실이 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송무 중심의 출발은 이후 바른의 성격을 오랫동안 규정했다. 기업과 금융회사에 계약을 자문하는 대신 이미 벌어진 분쟁을 법정에서 해결하는 사건이 먼저 쌓였다. 지금도 바른을 설명할 때 송무와 기업형사가 먼저 거론되는 배경이다. ◆ 대법관·고법부장들이 신생 로펌으로 설립 이듬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1999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원을 떠난 조중한 변호사가 2대 대표로 합류했다. 같은 해 정귀호 전 대법관도 바른으로 왔다. 2000년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박인호 변호사가 가세했다. 평판사 세 명이 시작한 사무실에 고위 법관 출신들이 들어오면서 송무 인력의 폭이 넓어졌다. 이후 검사장급 인사와 고법부장, 법원장 출신 변호사들도 잇달아 합류했다. 명로승 전 법무부 차관과 정동기·문성우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정인진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동건 전 서울고법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성과도 따라왔다.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 탱크공사 관련 5500억원대 가처분 사건과 두산중공업 희망퇴직자들의 600억원대 퇴직금 소송 등을 맡았다. 동서식품의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사건에서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냈다. 2010년에는 대법원 수임 사건 수가 국내 로펌 가운데 가장 많다는 보도도 나왔다. 바른 홈페이지 연혁에도 이 기록이 남아 있다. 송무에서 확보한 사건과 인력이 바른을 100명대 로펌으로 끌어올렸다. ◆ 송무만으로는 종합로펌이 될 수 없었다 바른이 계속 법정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기업 고객을 상대하다 보면 소송이 터지기 전 계약과 금융, 공정거래 문제부터 자문해달라는 요구가 따라왔다. 송무에서 기업을 만났지만 기업의 일은 법정 밖에서 더 많이 벌어졌다. 2005년 바른은 김·신·유에서 기업자문을 이끌던 박기태 변호사와 자문팀을 영입했다. 같은 해 법인 이름도 지금의 ‘법무법인 바른’으로 바꿨다. 김장리와의 합병을 추진했고 2007년에는 세종과의 합병도 검토했지만 두 건 모두 성사되지는 않았다. 2010년대 들어서는 조세와 부동산금융, 공정거래를 잇달아 보강했다. 2015년 조현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영입했고 이듬해 법무법인 양헌에서 부동산금융팀을 받아들였다. 2017년에는 법무법인 KCL의 공정거래팀이 합류했다. 바른의 확장은 다른 대형 로펌과 달리 한 번의 대형 합병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송무라는 기존 기반을 두고 필요한 자문팀을 하나씩 붙였다. 법원과 검찰 출신 인력 중심의 조직에 세무와 금융, 공정거래 전문가가 들어오면서 업무 범위도 넓어졌다. ◆ 론스타에서 통상임금까지 법정에서 이름 알려 기업형사 사건에서도 바른의 송무 경험이 이어졌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에서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을 대리해 1심부터 대법원까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신한은행이 45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신상훈 전 사장 사건에서도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냈다. 노동과 공정거래 사건에서도 굵직한 판결이 나왔다. 2014년 쌍용자동차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2016년 액화천연가스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담합 사건에서는 SK건설을 대리해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승소했다. 최근 매출을 끌어올린 사건에도 송무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 사이의 1조원대 과징금 분쟁에서 공정위를 대리했고 HD현대중공업의 6300억원대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근로자 측을 대리했다. 2023년 바른의 매출이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서는 데 이런 대형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설립 당시의 주력이었던 송무가 20년 넘게 바른의 매출과 브랜드를 떠받쳐온 것이다. 다만 대형 로펌 시장이 기업자문과 M&A, 금융, 국제중재 중심으로 커지면서 송무에 강하다는 것만으로는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어려워졌다. ◆ 남들이 덜 보던 상속·도산도 파고들었다 바른은 대형 로펌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하던 분야에도 사람을 붙였다. 대표적인 분야가 상속과 자산승계다. 2013년 상속신탁연구회를 만들었고 2022년에는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자산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EP센터를 출범시켰다. 기업 오너와 고액 자산가의 상속은 유언장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세금과 기업 지분, 경영권, 신탁, 가족 간 분쟁이 한꺼번에 얽힌다. 바른은 조세와 가사, 기업법무 변호사를 묶어 이 시장을 따로 키웠다. 도산에서도 새로운 사건을 맡았다. 2018년 레이크힐스순천 회생에서 서울회생법원의 첫 ‘한국형 프리패키지 제도’ 적용을 이끌고 이후 골프존으로의 매각까지 관여했다. 회생 절차와 인수·합병을 한 조직에서 이어간 사건이었다. 최근에는 국제중재와 지식재산권도 확대하고 있다.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기술 분쟁이 늘면서 외국변호사를 영입하고 특허 분야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AI와 디지털자산, 재생에너지 같은 신산업 규제 분야에도 별도 인력을 붙이고 있다. ◆ 1000억원 넘었지만 경쟁자는 더 빨리 컸다 바른은 2023년 매출 1058억원을 기록하며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24년 1064억원, 2025년 1076억원으로 3년 연속 1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적어도 외형에서는 중대형 로펌의 문턱을 넘었다. 문제는 경쟁사들이 더 빨리 컸다는 데 있다. 2025년 YK는 1694억원, 지평은 1327억원을 기록했다. 대륙아주도 1027억원으로 바른을 바짝 따라붙었다. 1000억원대 로펌 사이에서도 변호사 영입과 합병 경쟁이 시작됐다. 기업 고객 평가에서도 아직 상위권과 거리가 있다. 한국경제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실시한 2025년 평가에서 바른은 종합·전문성·서비스 모두 9위를 기록했다. 송무에서 오랫동안 이름을 쌓았지만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 종합 서비스에서는 빅6와 차이가 남아 있다. 2025년 이동훈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바른은 기업자문과 국제중재, 지식재산권을 다음 성장 분야로 잡았다. 같은 해 기업전략연구소도 세웠다. 법률문제가 생긴 뒤 대응하는 송무에서 기업의 사업과 규제를 미리 들여다보는 쪽으로 업무를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 28년 만에 다시 꺼낸 합병 카드 바른은 지난 9월 14일 법무법인 동인과 합병 추진 MOU를 체결했다. 양측은 합병추진위원회를 만들고 12개월 안에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통합 법인의 가칭은 ‘바른동인’이다. 아직 합병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두 로펌의 2025년 매출을 합하면 1877억원이다. 외국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사는 바른 303명, 동인 250명으로 모두 553명이다. 계획대로 합병이 끝나면 매출 기준 국내 7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는 규모다. 바른과 동인은 모두 송무와 형사 분야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로펌이다. 양측은 여기에 기업과 금융, 공정거래 등 자문 역량을 합치겠다는 구상이다. 2005년 김장리, 2007년 세종과의 합병을 추진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던 바른이 약 20년 만에 다시 대형 합병 카드를 꺼냈다. 합병의 규모가 큰 만큼 풀어야 할 일도 많다. 500명이 넘는 변호사의 보수와 사건 배분, 고객 충돌, 파트너 지분과 경영구조를 하나로 맞춰야 한다. 송무 중심 조직 두 곳이 단순히 사람을 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자문까지 함께 키울 수 있는지가 합병 이후의 문제다. ◆ ‘바르게 하자’에서 500명 로펌으로 바른의 출발에는 거창한 기업법무 전략이 없었다.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뒤 법원을 나온 젊은 판사들이 사무장과 브로커 없이 사건을 맡아보겠다고 만든 사무실이었다. 그 조직에 대법관과 고법부장, 검사장 출신들이 들어오면서 송무가 커졌고 뒤이어 조세와 금융, 공정거래, 기업자문을 붙였다. 2011년에는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 사옥인 바른빌딩도 마련했다. 2023년에는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변호사 6명 규모로 출발했던 조직은 이제 300명 안팎의 변호사가 일하는 중대형 로펌이 됐다. 그동안 바른은 송무의 힘으로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지금 법률시장에서 더 큰 로펌이 되려면 기업자문과 금융, 국제분쟁까지 함께 가져가야 한다. 바른이 동인과 합병을 추진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1998년에는 사무장 없이 사건을 맡는 일이 도전이었다. 2026년에는 500명이 넘는 변호사를 한 조직으로 묶는 일이 새로운 도전이 됐다. 바른의 다음 10년은 이번 합병이 실제로 어떤 조직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2026-09-28 09: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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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다시 3위…세종이 판을 뒤집은 방법
[경제일보] 2025년 국내 대형 로펌의 순위가 바뀌었다. 법무법인 세종은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 매출 4363억원을 기록하며 광장과 율촌을 앞섰다. 2007년 광장에 자리를 내준 뒤 19년 만에 매출 3위로 돌아왔다. 2021년 말 455명이던 변호사는 2025년 말 603명으로 늘었다. 순위 하나가 바뀐 것보다 그 과정이 더 눈에 들어온다. 한동안 세종은 대형 로펌 경쟁에서 성장 속도가 더딘 곳으로 꼽혔다. 2007년 광장에 밀렸고 2013년에는 율촌에도 뒤졌다. 최근 5년 사이 세종은 조세와 정보통신기술(TMT), 송무와 형사, 공정거래 등 필요한 분야의 사람을 공격적으로 끌어들이며 다시 선두권으로 올라왔다. 1983년 문을 연 세종은 올해로 43년째다. 처음부터 모든 분야를 갖춘 종합로펌은 아니었다. 출발점에는 증권과 금융이 있었고 성장 과정에는 몇 차례 합병이 있었다. 최근의 세종은 여기에 인재 영입이라는 승부수를 더했다. ◆ ‘증권법 1호 박사’가 만든 로펌 세종의 출발에는 신영무 변호사가 있다. 신 변호사는 판사로 법조 생활을 시작했지만 2년 만에 법복을 벗었다. 미국 예일대 로스쿨에서 증권법을 공부했고 미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 연수와 뉴욕 로펌 근무를 거쳤다. 국내에서 증권법을 전공한 법률가를 찾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1980년 귀국한 신 변호사는 남산합동법률사무소에 합류했다. 1983년 사무실을 광화문 교보빌딩으로 옮기면서 세종합동법률사무소가 출범했다. 당시 함께 일하던 김두식 변호사의 성을 더해 영문 이름도 지금의 ‘SHIN & KIM’으로 정착했다. 창업 초기부터 금융과 증권을 주력 분야로 잡았다. 자본시장 개방이 시작되면서 세종은 외국인전용수익증권과 코리아펀드 설립을 자문했다. 삼성전자 해외 전환사채(CB), 삼미종합특수강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삼성물산 해외 주식예탁증서(DR), 포스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에도 관여했다. 한국 기업이 해외 자본시장으로 나가기 시작하던 때였다. 세종은 그 길목에서 금융과 증권을 다룬 경험을 쌓았다. ◆ 창업자 혼자 가져가는 로펌을 만들지 않았다 신영무 변호사가 신경 쓴 것은 사건만이 아니었다. 로펌을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운영할지도 중요하게 봤다. 당시 국내 법률사무소 상당수는 창업자의 영향력이 강했고 젊은 변호사가 일정 기간 일한 뒤 독립하는 일도 흔했다. 신 변호사는 미국 로펌에서 경험한 파트너십을 세종에 도입했다. 연공과 성과를 배당에 함께 반영하고 지분을 가진 파트너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 운영 방식은 지금도 남아 있다. 세종은 지분 파트너들의 직접 투표로 경영위원을 선출하고 현재 오종한 경영대표를 비롯한 5명의 경영위원이 주요 경영 판단에 참여한다. 한 명의 창업자나 대표에게 경영권을 집중시키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신 변호사는 2013년 세종에서 물러났다. 창업자가 조직을 떠난 뒤에도 로펌 이름과 경영체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개인의 이름으로 시작한 법률사무소를 구성원들이 이어가는 조직으로 바꾸려 했던 초기 선택이 세대교체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 외환위기가 증권·금융 로펌을 바꿨다 1997년 외환위기는 세종에도 큰 전환점이었다.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법률시장의 일도 달라졌다. 새로운 투자와 증권 발행보다 부도와 회생, 워크아웃, 채권 회수가 급해졌다. 세종은 대농과 한일합섬, 쌍방울그룹, 미도파, 국제상사, 삼성자동차, 기아자동차, 진로 등 당시 도산 절차를 밟은 기업들의 사건에 관여했다. 대우그룹 워크아웃과 하이닉스·SK글로벌 구조조정에도 참여했다. 금융과 증권을 다루던 변호사들이 부실기업의 채권관계와 구조조정까지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후 세종의 기업법무 영역도 M&A와 도산, 기업분쟁으로 넓어졌다. 외환위기가 금융·증권 중심의 로펌을 종합 기업법무 쪽으로 밀어낸 셈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문제와 구조조정, 소송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자문만 잘해서는 기업 고객의 문제를 끝까지 맡기 어려웠다. 세종은 2000년대 초 송무를 크게 보강하는 선택을 했다. ◆ 국내 첫 로펌 간 합병…송무를 붙였다 2001년 1월 세종은 열린합동법률사무소와 합쳤다. 열린합동에는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황상현 당시 부장판사와 이건웅 부장판사 등 법원 출신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금융과 기업자문에 강했던 세종에 송무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이 대거 들어왔다. 국내 법무법인 사이에서 이뤄진 첫 합병으로 알려져 있다. 합병 뒤 세종은 김앤장에 이어 국내 2위권 종합로펌으로 몸집을 키웠다. 제조물 책임 소송 등 대형 송무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2010년에는 세종 출신 변호사들이 설립했던 에버그린을 다시 합쳐 국내외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인력을 280여명으로 늘렸다. 금융·증권이라는 기존 기반에 송무와 기업분쟁을 붙이는 작업이 계속됐다. 광장도 2001년 한미와 합병하며 기업자문과 송무를 결합했다. 세종은 합병 이후에도 금융·증권을 중심축으로 두고 송무와 기업분쟁을 계속 보강했다. 지금의 세종에는 창립기의 금융·증권과 2000년대 이후 강화한 송무가 함께 남아 있다. 다만 몸집을 키운다고 순위가 계속 올라간 것은 아니었다. ◆ 2위권에서 밀려난 뒤 길었던 정체 2000년대 초 세종은 김앤장 다음을 다투는 로펌이었다. 이후 경쟁사들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2007년 광장이 세종을 앞섰고 2013년에는 율촌에도 추월당했다. 기업법무 시장이 M&A와 공정거래, 조세, 노동, 지식재산권, 국제중재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전문인력 확보 경쟁도 거세졌다. 세종은 오랫동안 상위권을 지켰지만 순위에서는 4~5위권에 머물렀다. 금융과 증권이라는 전통적인 강점만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격차를 다시 벌리기 어려웠다. 변화가 빨라진 것은 2021년 오종한 대표변호사가 경영을 맡으면서부터다. 오 대표는 1989년 세종에 입사해 기업분쟁과 M&A를 맡아온 내부 출신 변호사다. 취임 이후 세종은 부족한 분야를 외부 인재 영입으로 빠르게 채우기 시작했다. 2020년 말 434명이던 세종의 변호사는 2025년 말 603명으로 늘었다. 5년 동안 169명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매출은 93% 늘었다. 대형 로펌 가운데서도 빠른 외형 확장이었다. ◆ 사람을 데려와 팀째 키웠다 세종의 최근 성장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영입 방식이다. 유명한 전관 한두 명을 데려오는 데 그치지 않고 조세와 TMT, 공정거래, 송무·형사처럼 경쟁력이 부족했던 분야에 필요한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붙였다. 조세에서는 2022년 백제흠 변호사를 영입한 뒤 인력을 확대했고 송무에는 법원 출신 변호사들을 보강했다. 방송·통신과 개인정보 분야에도 정부와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들어왔다. 결과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는 영풍·MBK 연합을 대리했고 한미약품과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에도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 사이의 2500억원대 계약금 소송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대리해 대법원까지 승소했다. 송무와 기업분쟁에서 존재감이 커졌다. M&A에서도 대형 거래가 늘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플랫폼 합작법인 설립과 아워홈 경영권 지분 매각, 교보생명의 SBI저축은행 인수 등에 참여했다. 2026년 상반기에는 부동산·SOC 법률자문에서도 거래금액과 건수 기준 선두에 올랐다. 외부에서 데려온 인력이 기존 금융·기업자문 조직과 맞물리면서 업무 폭도 넓어졌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의 2026년 평가에서는 금융과 자본시장, 공정거래, 기업자문·M&A, 국제중재, 송무, 노동, 부동산, 조세, TMT 등 11개 분야가 최고등급인 Band 1을 받았다. 김앤장 다음으로 많은 숫자였다. 초기 금융·증권 중심의 로펌에서 여러 분야를 함께 가져가는 조직으로 업무 구성이 달라졌다. ◆ 19년 만의 3위…격차는 39억원 인재 영입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세종은 2025년 매출 4363억원으로 전년보다 18% 성장했다. 태평양은 4402억원, 광장은 4309억원을 기록했다. 2위 태평양과 세종의 차이는 39억원, 세종과 광장의 차이는 54억원에 불과했다. 세종에는 19년 만의 3위 복귀지만 안심할 만한 격차는 아니다. 한두 건의 대형 M&A나 송무 수임만으로 순서가 바뀔 수 있다. 공격적인 인재 영입으로 몸집을 키운 만큼 새로 들어온 변호사들과 기존 조직을 얼마나 잘 묶느냐도 중요해졌다. 외형 확대 다음 단계의 문제다. 고객 평가에서는 가능성과 한계가 함께 나타난다. 2025년 한국경제·한국사내변호사회 조사에서 세종은 종합평가와 전문성에서 각각 3위, 서비스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M&A·IPO와 금융 일반, 경영자문에서는 2위였고 민사·송무와 형사·수사기관 대응, 조세·관세에서는 3위였다. 1위 김앤장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김앤장의 2025년 추정 매출은 약 1조6000억원이다. 세종을 포함한 2위권 로펌들이 4000억원대에서 치열하게 순위를 다투는 것과는 시장 규모가 다르다. 세종의 경쟁 상대는 당장 김앤장보다 태평양과 광장, 율촌 쪽에 더 가깝다. ◆ 변호사만 늘리는 경쟁은 끝나고 있다 세종도 다음 단계에서는 다른 문제를 풀어야 한다. 오종한 대표는 최근 로펌이 변호사만으로 구성된 조직에서 회계사와 세무사, 변리사, 컨설턴트 등이 함께 일하는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세종은 방산·국방과 통상 분야에 비변호사 전문가를 늘리고 AI·디지털 경쟁법팀과 통상산업정책센터도 새로 만들었다. AI도 업무 안으로 들어왔다. 세종은 글로벌 법률 AI 서비스 ‘하비’ 사용 계정을 기존 30개에서 1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계약서 검토에 주로 사용하던 AI를 소장과 준비서면 등 송무 업무로 넓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변호사를 더 뽑는 방식에서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쟁이 옮겨가고 있다. 600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같은 고객을 놓고 경쟁하지 않고 서로 사건을 연결하는 일도 중요하다. 영입한 스타 변호사의 개인 실적이 조직 전체의 실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매출 4000억원대에서 5000억원대로 넘어가려면 인력의 숫자뿐 아니라 협업과 생산성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 오 대표는 2026년 목표로 5000억원을 언급하면서 외형보다 조직의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법률 수요 상당 부분이 현지 로펌으로 흘러가는 한계도 직접 거론했다. 국내에서 몸집을 키우는 것과 해외에서 한국 기업의 사건을 가져오는 것은 또 다른 경쟁이다. ◆ 밀린 순위를 사람으로 되찾았다 세종의 43년에는 앞선 대형 로펌과 다른 굴곡이 있다. 신영무 변호사는 증권법을 들고 로펌을 만들었고 자본시장이 열리자 금융과 증권 분야에서 자리를 잡았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기업 구조조정과 도산으로 업무를 넓혔고 송무가 부족해지자 2001년 열린합동과 합쳤다. 그 뒤 경쟁사들이 더 빨리 성장하면서 세종은 2위권에서 밀려났다. 2021년부터는 방향을 바꿨다. 부족한 분야를 하나씩 오래 키우는 대신 필요한 전문가를 외부에서 데려와 기존 조직과 묶었다. 조세와 TMT, 기업송무, 형사, 공정거래에서 사람이 늘자 사건도 따라왔다. 2025년 세종은 19년 만에 다시 3위에 올라섰다. 창업기의 무기는 증권법이었고 최근의 무기는 사람이다. 한 번 밀린 순위를 되찾는 데 19년이 걸렸다. 세종이 다시 치고 올라온 방법은 복잡하지 않았다. 부족한 곳에 사람을 넣었고 그 사람들이 가져온 사건을 조직의 일로 만들었다. 43년 전 금융과 증권에서 시작한 로펌은 이제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으로 다시 순위를 올리고 있다.
2026-09-14 08: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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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 '요즘 입맛' 읽는 법…'가격' 넘어 '취향' 세분화
[경제일보] 편의점 3사가 '쫀득한 식감'부터 카페형 차 음료,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한 끼까지 세분화된 소비자 취향을 신상품으로 담아내며 먹거리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격과 간편성에 더해 식감과 음료 취향, 건강·식사 방식 등 상품을 고르는 기준이 다양해지자 각사가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가 확인된 분야를 빠르게 키우는 모습이다. GS25의 '라라스윗 쫀득바' 2종은 출시 약 3개월 만에 400만개가 팔렸고 이마트24의 올해 1~7월 차 음료 점포당 일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올해 비빔밥 매출이 25% 늘자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비빔밥을 핵심 전략 상품으로 육성하고 나섰다. '맛'에 '식감' 더했더니 400만개…GS25 쫀득 아이스크림 흥행 GS25에서는 맛과 함께 '씹는 재미'를 앞세운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GS25가 지난 5월 말 차별화 상품으로 출시한 '라라스윗 쫀득바' 메론·망고 2종은 출시 약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400만개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라라스윗 메론 쫀득바'는 현재 GS25 바류 아이스크림 가운데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출시된 GS25 상품 중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이다. 망고 쫀득바까지 포함하면 두 상품 모두 GS25 전체 아이스크림 판매량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쫀득한 식감을 강조한 상품의 인기는 타 제품에서도 나타났다. 기존 인기 아이스크림에 젤리를 접목한 '스크류바 젤리 골드키위&딸기'와 '죠스바 젤리 먹은 포도&피치'는 8월 초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각각 10만개 이상 판매됐다. GS25는 지난 25일 '라라스윗 그릭 복숭아 쫀득바'도 추가로 내놨다. 쫀득한 식감에 그릭요거트를 더하고 당류를 낮추는 등 기존 흥행 요소에 영양 측면을 결합한 제품이다. 차별화 상품 확대와 프로모션 등에 힘입어 올해 1월부터 지난 25일까지 GS25의 아이스크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6% 증가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아이스크림 업계에서는 새로운 식감을 경험할 수 있는 상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새로운 맛과 차별화된 요소를 적용한 아이스크림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차 음료 매출 17% 상승…이마트24, 카페 밀크티를 1600원에 이마트24는 최근 늘어나는 차 음료 수요를 겨냥해 밀크티 등 카페 전문 메뉴를 편의점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커피 외 음료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더 낮은 가격과 높은 접근성을 앞세워 관련 수요를 공략하는 모습이다. 이마트24의 올해 1~7월 차 음료 점포당 일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음료 매출 신장률보다 10.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회사는 말차, 우롱차, 밀크티 등 차를 활용한 음료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마트24는 이 같은 흐름을 겨냥해 28일 자체 카페 브랜드 '성수310'의 '로열밀크티'를 출시했다. 350㎖ 용량의 RTD(Ready To Drink) 제품으로 가격은 1600원이다. 회사가 제시한 일반적인 카페 밀크티 가격인 4000~6000원대보다 낮고 기존 편의점 RTD 밀크티의 2000원대 가격과 비교해서도 가격 부담을 낮췄다. 상품은 단맛보다 홍차의 풍미를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홍차 맛이 우유에 묻히지 않도록 차 베이스를 진하게 구성하고 차의 맛과 우유의 부드러움 사이의 균형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이마트24는 지난해 11월 '편의점 속 작은 카페'를 콘셉트로 '성수310'을 선보인 뒤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 컵커피와 파우치 음료를 비롯해 베이커리와 아이스크림까지 영역을 확대했고 소금빵과 크림빵 등 카페·베이커리에서 소비되는 메뉴도 편의점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달에는 뱅쇼 풍미에 쫄깃한 식감을 더한 '스윗뱅쇼&코코'와 원유 비중을 70%대까지 높인 가공유 4종도 출시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최근 차 음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홍차의 깊은 맛과 우유의 부드러움을 균형 있게 담은 밀크티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성수310'을 중심으로 편의점에서도 다양한 카페 메뉴를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도록 상품군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간단하게 먹어도 제철로…세븐일레븐, 비빔밥 전략 상품으로 세븐일레븐은 간편성과 건강을 함께 챙기려는 수요가 늘자 비빔밥을 편의점 도시락의 핵심 상품군으로 키우고 있다. 여러 나물과 채소를 한 번에 먹을 수 있고 취식도 간편하다는 점이 소비자 선택을 끌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세븐일레븐의 비빔밥 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19%였으며 비빔밥, 덮밥, 볶음밥 등이 포함된 '원팟 도시락'은 27% 늘었다. 비빔밥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반응을 얻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비빔밥 매출은 지난해 40%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15% 늘었다. 대표 상품인 '전주식소고기비빔밥'은 세븐일레븐 전체 도시락 중 판매 4위, 원팟 도시락 가운데서는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기존 40·50세대뿐 아니라 20·30세대까지 소비층을 넓히기 위해 가수 성시경과 함께 '시경 pick 제철 비빔밥'을 다음 달 2일부터 시즌별 한정 상품으로 선보인다. 첫 상품은 가을이 제철인 무와 도라지 등을 활용했다. '비법간장가을무비빔밥'에는 강원 평창 고랭지 무를 사용했고 '비법강된장불고기비빔밥'에는 강원도산 곤드레 나물과 보리밥을 적용했다. 기존 '전주식소고기비빔밥'도 함께 시리즈로 구성했다. 밥과 장류 등 기본 품질도 손봤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4월 도입한 냉장밥 노화 방지·수분 보존 기술을 비빔밥에 적용해 전자레인지 조리 시간을 기존 1분40초에서 30초로 줄였다. 태양초 고추장, 바지락육수 강된장, 청양고추 간장 등 비빔밥에 맞춘 장류도 개발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건강식이나 간편한 한 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 추세 등을 고려해 비빔밥을 주력 성장 모델로 선정하게 되었다"며 "세븐일레븐만의 독자적인 푸드테크 기술과 연예계 대표 미식가 성시경님의 입맛이 만난 만큼 국내외 전 연령층을 아우르며 편의점 도시락 시장을 압도적으로 리딩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6-08-30 0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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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60조 캐나다 잠수함서 고배
[경제일보] 한화오션이 최대 60조원 규모로 거론된 캐나다 차세대잠수함도입사업(CPSP)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에 밀렸다. 기술과 납기 경쟁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나토 동맹과 북극 안보, 캐나다 내 산업 효과가 최종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 현지시간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TKMS를 캐나다 해군 차세대 잠수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총리실은 이번 사업이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최대 12척의 현대식 잠수함을 도입하는 캐나다 역사상 최대 방위 조달 사업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완전히 탈락한 것은 아니다. 캐나다 정부는 TKMS와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한화오션을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해 협상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카니 총리도 TKMS와 한화오션 모두 캐나다 해군의 요구 조건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수주전이 막판까지 경쟁 구도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캐나다가 TKMS를 택한 핵심 배경은 나토 상호운용성이다. TKMS의 212CD 잠수함은 독일과 노르웨이가 함께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캐나다 총리실은 이 잠수함이 북극 작전과 해저 감시, 특수부대 투입이 가능하고 나토와 완전한 상호운용성을 갖췄다고 밝혔다. 러시아 위협과 북극 해역 방어가 커지는 상황에서 캐나다는 동맹 체계 안에서 검증된 플랫폼을 택한 셈이다. 납기도 중요했다. 캐나다 정부는 TKMS와 계약을 2027년 말까지 마무리하고 첫 4척을 2034년에 앞당겨 인도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KSS-III 기반 잠수함과 빠른 건조 역량을 앞세워 공세를 펼쳤지만, 독일·노르웨이 기존 발주 물량과 연계한 조기 인도 제안이 캐나다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평가 기준이었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사업이 자국 공급망 투자와 고임금 일자리, 방위산업 역량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안보와 경제안보가 함께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한화오션도 캐나다 내 산업협력과 경제적 기회를 제시했지만 캐나다는 나토 플랫폼과 자국 산업전략의 결합을 더 높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과다. 한화오션은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을 기반으로 빠른 납기와 기술력을 강조했고, 정부와 군도 현지 홍보와 외교 지원에 나섰다. 캐나다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과 이 사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점도 한국 정부가 막판까지 총력전을 펼쳤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결과가 한국 방산의 경쟁력 약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캐나다 정부가 한화오션을 예비 공급자로 남긴 것은 기술적 적합성 자체를 인정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초대형 방산 조달에서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동맹 구조, 현지 산업기여, 장기 유지·보수, 정치적 신뢰가 모두 묶여야 최종 수주로 이어진다. 한편 한화오션의 고배는 K-방산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를 보여준다.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은 강점이지만 나토권 대형 조달에서는 동맹 네트워크와 현지 산업 생태계 편입 전략이 더 중요해진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끝났지만 교훈은 남았다. 한국 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주계약자로 서려면 좋은 무기만이 아니라 상대국 안보전략 안에 들어가는 파트너십을 팔아야 한다.
2026-07-07 07: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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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깃발을 누가 꽂을 것인가? 캐나다 CPSP 최대 60조원의 승부수
[경제일보] 이달 캐나다 재래식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의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한국과 독일의 경쟁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을 이뤄 검증된 기술력과 대규모 경제 패키지로 승부하는 반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는 NATO 동맹의 공동 잠수함 체계와 풍부한 건조 실적을 앞세운다. 이번 CPSP는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건조부터 정비·훈련까지 아우르는 최대 60조원 규모의 초장기 패키지다. 북극·대서양·태평양 3개 해역에서 동시 작전이 가능한 장기 잠항·원해 작전 능력이 핵심 요구조건이다. 특히 캐나다는 빅토리아급 퇴역에 따른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납기와 높은 가동률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다. 6월 말로 예정된 발표는 단순한 12척의 향방을 넘어선다. 한국이 수주할 경우 방산 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인 동시에, 지상무기에 편중됐던 K-방산이 고부가가치 해양 무기체계로 영토를 넓히는 분기점이 된다. 승부는 ▲플랫폼의 기술력과 납기 ▲캐나다에 안길 경제 효과 ▲동맹·산업 협력 구도라는 세 갈래에서 갈릴 전망이다. 기술력의 한국 vs 실적·납기의 독일 플랫폼 경쟁력만 놓고 보면 양측은 팽팽하다. 그러나 '검증된 실적'과 '납기'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결이 갈린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KSS-Ⅲ Batch-Ⅱ는 한국 해군이 실제 운용 중인 3000t급 잠수함의 개량형이다. 작전반경 7000해리 이상, 533㎜ 어뢰발사관 6문과 수직발사체계(VLS)를 갖췄다. 기술적 차별점은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시에 적용한 세계 최초의 디젤 잠수함이라는 데 있다. 잠항 지속 능력과 저소음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린 설계다. 무엇보다 강점은 '운용 실적'이다. 지난 5월 23일 도산안창호함이 약 1만4000㎞를 항해해 캐나다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입항하며 대양 작전 능력을 실전에서 입증했다. 한화오션은 2026년 계약이 성사되면 1번함을 2032년, 4척을 2035년까지 인도하고 이후 매년 추가 건조해 최대 12척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반면 독일(TKMS)이 제안한 212CD 잠수함은 독일·노르웨이가 공동개발한 신형 2500t에서 3000t급 잠수함이다. 차별점은 연료전지 기반 AIP로, 최장 41일을 잠항할 수 있다. 다만 212CD는 아직 양산 초기 단계로,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를 의식한 듯 독일은 납기로 승부수를 띄웠다. 5월 28일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CANSEC 현장에서 212CD 4척을 2036년까지 인도하겠다고 직접 공약했다. 독일·노르웨이가 자국 도입 물량 일부를 캐나다에 우선 전용하는 방식이다. 양강 구도의 승부는 납기 연도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2035년까지 4척을 독일은 2036년까지 4척을 인도할 계획으로 1년 정도의 시간 차가 존재한다. 캐나다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1980년대 영국에서 건조돼 1990년대 중고로 도입된 노후 잠수함이다. 실질적인 운용 수명이 2030년대 중반에 다다른다. 따라서 납기가 당락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연 2만2500개 일자리'… 캐나다가 진짜 따지는 것 캐나다의 선택 기준은 잠수함 성능에만 있지 않다. 누가 캐나다에 더 많은 일자리와 산업을 남기느냐가 당락을 좌우한다. 캐나다의 산업·기술 혜택(ITB·Industrial and Technology Benefits)이 이번 수주의 핵심 승부처로 꼽힌다. 이번 수주를 따낸 기업은 계약액과 동일한 규모의 경제활동을 캐나다 안에서 수행할 의무를 지게 된다. 즉, 무기를 팔려면 그만큼 캐나다 현지에 생산·투자·고용으로 되돌려줘야 한다. 캐나다 카니 총리는 주요 방산 계약과 관련해 캐나다 전역에 직접적인 경제활동을 일으켜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그만큼 무기를 넘어 캐나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일자리 창출과 GDP 효과를 앞세웠다. 한화오션은 KPMG 평가를 근거로 연간 2만2500개 이상의 일자리와 약 940억 미국 달러의 GDP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CANSEC 2026'에서 한화오션은 전시장 내 ‘범캐나다 경제 전략(Pan-Canada Economic Strategy)’ 코너를 통해 캐나다와의 산업 협력 네트워크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홍보했다. 단순히 무기 거래가 아닌 '국가적 산업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르블랑 노바스코샤 장관은 "문은 열려 있다"며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와 기대감을 표했다. 반면 독일은 기존 독일·노르웨이가 공동 추진 중인 공통설계 프로그램을 캐나다로 편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독일은 사업 전 주기 누적 GDP 약 86조원(860억 캐나다달러), 연인원 65만4695명의 고용 효과를 제시했다. 단, 이 수치는 누적 기준이라 한화오션이 제시한 연간 수치와는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원팀' vs 독일 'NATO 동맹망'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국가 간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경쟁사였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손잡은 이례적인 '원팀'과, 독일이 내세운 'NATO 동맹망'의 대결이기도 하다. 현재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약 7조8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구축함 사업 'KDDX'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단순한 선박 수주가 아니라 향후 한국 해양방산 주도권을 가르는 사업인 만큼 양보가 어렵다. 최근 정부의 핵추진잠수함 사업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두 기업의 경쟁 구도는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그런 두 기업이 어떻게 '원팀'으로 묶일 수 있었을까. 답은 해외 시장의 생리에 있다. 국내에선 맞수지만, 독일·노르웨이 같은 강력한 경쟁자와 겨루는 해외 수주전에서는 한국 기업끼리 힘을 합치는 편이 승산이 높다. 한화오션의 잠수함·특수선 역량에 HD현대중공업의 수상함 건조 실적을 더해, 국내 조선·방산 기술을 하나로 결집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독일은 노르웨이와 공동 추진하던 212CD 프로그램을 캐나다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맞불을 놓았다. 공통 언어·운용절차·군수·정비 체계를 이미 공유하고 있는 만큼 상호운용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캐나다는 NORAD(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의무상 미국과 보안 센서·통신 데이터를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대 제프리 콜린스 교수는 이미 서방 동맹 체계에 엮인 플랫폼이 운용상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CPSP 사업의 최종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될 전망이다. 승부는 △플랫폼 검증·납기 △경제 기여 △동맹·산업 구도 세 갈래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수주에 성공하면 방산 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인 동시에, 지상무기에 편중됐던 K-방산이 고부가가치 해양 무기체계로 영역을 넓히는 분기점이 된다.
2026-06-01 15: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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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5구역 수주전 가보니…현대건설 '미래주거' vs DL이앤씨 '자산가치'
[경제일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의 중심에 선 압구정5구역에서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홍보관을 열고 서로 다른 하이엔드 주거 청사진을 꺼내 들었다. 현대건설은 로보틱스·모빌리티·초대형 커뮤니티를 결합한 미래형 주거 플랫폼을 강조했고 DL이앤씨는 한강 조망과 펜트하우스, 금융 조건 등을 앞세워 자산가치 극대화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강남구 신사동 신구중학교 인근에 압구정5구역 홍보관을 열고 조합원 대상 설명과 모형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같은 사업지를 두고도 설명의 초점은 뚜렷하게 갈렸다. “압구정5구역은 단순한 재건축이 아니라 새로운 압구정의 미래 가치를 만드는 사업입니다.” 현대건설의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 홍보관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연계한 로보틱스 라이프가 소개됐다. 현대건설은 로봇 기술이 단순 편의 기능을 넘어 주거 공간 자체를 변화시키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내부에서는 순찰 로봇과 음식 배달 로봇, 재활용 수거 로봇, 무인 소방 로봇 등을 운영하고 향후 입주민 생활 패턴에 맞춘 서비스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어 공개된 DRT 무인 셔틀 시스템도 관심을 끌었다. 압구정 로데오역과 갤러리아백화점, 현대백화점, 도산공원 등을 연결하는 고정 노선과 함께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탄력 노선 개념이 함께 제시됐다. 현대건설 측 관계자는 등하교 시간이나 종교시설 이용 시간 등 특정 시간대 이동 수요까지 반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지 모형 설명에서는 갤러리아 백화점과 연계한 복합 개발 전략도 공개됐다. 현대건설은 한화와 협력해 단지 지하 상가와 갤러리아 백화점을 직접 연결하는 구상을 제시하며 압구정 핵심 생활권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겠다는 방향을 내세웠다. 단지 외관은 글로벌 설계사 RSHP와 협업해 랜드마크형 디자인으로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커뮤니티 설명에서는 ‘더 서클 420’이 핵심으로 제시됐다. 현대건설은 단지 중앙 지하 공간에 420m 길이 순환형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피트니스센터와 웰니스 스파, 골프시설, 프라이빗 커뮤니티 등을 입체적으로 배치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각 동별 프라이빗 게스트하우스와 스튜디오,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 계획도 함께 소개됐다. 특히 현대건설은 커뮤니티와 이동 동선을 연결한 구조를 강조했다. 여기에 기둥식 구조 기반 커스터마이징 설계를 적용해 내부 공간 변경 자유도도 강화했다. 금융 조건으로는 전체 사업비 코픽스(COFIX)+0.49%, 공사기간 67개월, LTV 100%, 분담금 최대 4년 유예 등을 제시했다. “압구정5구역은 회사 차원에서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사업지이며 가장 좋은 조건과 설계로 참여했습니다” 반면 DL이앤씨 홍보관에서는 ‘아크로 압구정’을 중심으로 한강 조망과 자산가치 전략이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DL이앤씨는 조망을 단순히 한강이 보이는 수준이 아니라 여러 실에서 정면으로 체감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모형 설명에서는 동 배치를 조정해 후면 세대까지 조망을 확보한 구조가 상세히 공개됐다. DL이앤씨는 2개 실 이상에서 한강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세대를 S등급으로 구분하고 조망 등급 자체를 단지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일부 세대에는 테라스 특화와 층고 특화 설계를 적용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기준층 천장고는 2.85m, 우물천장고는 3.0m 수준으로 계획됐으며 일부 세대는 최대 6m 이상 층고 특화가 적용된다. 펜트하우스 전략도 주요 설명 항목이었다. DL이앤씨는 최고층 3개 층을 활용한 244평 규모 슈퍼 펜트하우스를 공개하며 단지 상징성을 높이는 핵심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소형 펜트하우스와 테라스 특화 세대 등을 함께 배치해 특정 대형 평형에만 고급화 요소가 몰리지 않도록 했다는 점도 밝혔다. 커뮤니티에서는 ‘클럽 아크로’를 전면에 내세웠다. 스카이 라운지와 스카이 라이브러리 등의 스카이 커뮤니티를 계획하고 지하에는 가든형 커뮤니티를 배치했다. 세대별 약 5.4평 규모 프라이빗 스튜디오와 세대 창고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금융 조건 설명에서는 사업비 금리와 공사기간, 분담금 납부 유예 등이 중심이 됐다. DL이앤씨는 필수 사업비 코픽스(COFIX)+0% 사업비 금리와 57개월 공사기간, LTV 150% 이주비, 7년 분담금 납부 유예 등을 제안했다. 이처럼 현대건설은 미래 기술과 생활 플랫폼 중심 전략을, DL이앤씨는 조망과 자산가치 중심 전략을 앞세우며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막바지 하이엔드 전략 홍보 경쟁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압구정5구역 재건축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 지하 5층~지상 최고 68층, 8개 동, 총 1397가구 규모로 추진된다. 총공사비는 약 1조5000억원 수준이며 조합은 오는 30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예정이다.
2026-05-19 12:0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