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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두나무 지분 4% 취득…디지털자산 동맹 본격화
[경제일보] 삼성증권과 삼성SDS, 삼성카드가 국내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4%를 취득한다. 증권·IT서비스·카드 계열사가 함께 투자에 나선 만큼 단순 재무투자보다 토큰증권, 블록체인 인프라, 디지털 결제 생태계를 겨냥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는 28일 카카오 계열사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4.0%에 해당하는 주식 139만주를 총 6128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회사별 취득 지분은 삼성증권 2.0%, 삼성SDS 1.0%, 삼성카드 1.0%다. 이번 거래는 카카오의 두나무 지분 정리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을 하나은행과 한화투자증권 등에 매각하며 투자 회수에 나섰다. 카카오가 두나무 지분 처분을 통해 약 1조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이를 AI 생태계 확장과 미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통 금융사의 두나무 지분 확보 경쟁도 이미 가시화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부터 두나무 지분 3.90%를 약 5978억원에 추가 취득하기로 공시했고 인수 후 지분율은 9.84%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두나무 지분을 인수하며 전략적 파트너로 올라섰다. 삼성의 이번 투자는 계열사별 역할이 비교적 분명하다. 삼성증권은 토큰증권 발행·유통과 가상자산 서비스 등 디지털자산 전반에서 두나무와 협업할 수 있다. 이미 국내 증권업계는 토큰증권 제도화 이후 발행·유통 플랫폼 선점을 준비해 왔고 두나무는 비상장 주식 플랫폼과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 삼성SDS는 AI, 클라우드, 보안, 데이터 관리 역량에 두나무의 블록체인 운영 노하우를 결합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향후 금융권 대상 디지털자산 인프라, 블록체인 기반 인증·정산·수탁 시스템, 보안 솔루션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 삼성카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나 디지털자산 결제 인프라가 제도화될 경우 삼성금융 통합앱 ‘모니모’와 결제 생태계를 연결하는 접점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아직 제도 불확실성이 크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2단계 입법과 관련해 주요 내용이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국회 논의도 지연되면서 업계에서는 제도화 시점과 발행 주체, 준비자산 요건, 유통 규제 등이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나무 입장에서도 전통 금융·IT 대기업과의 자본 동맹은 의미가 있다. 두나무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346억원, 영업이익 8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5%, 영업이익은 78% 감소했다. 가상자산 거래량 둔화가 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친 만큼 거래 수수료 중심 구조를 넘어 결제, 수탁, 토큰증권, 기관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필요성이 커졌다. 해외 사례도 방향성을 보여준다. 미국 코인베이스는 거래 수수료 의존도를 낮추고 스테이블코인, 스테이킹, 결제 인프라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거래소가 단순 매매 중개를 넘어 디지털 금융 인프라 사업자로 진화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번 투자로 삼성은 디지털자산 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두나무는 삼성 계열사의 금융·IT·결제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를 얻었다. 실제 성과는 제도화 속도와 협업 모델의 구체성에 달려 있다. 토큰증권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기반 결제·정산 인프라가 열리면 이번 지분 투자는 삼성 금융 생태계와 두나무를 잇는 디지털자산 동맹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026-05-28 08: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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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포럼 2026, 김광석 연구실장 "반도체 초과세수 계속 이어가야"
[경제일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초과세수가 계속 달성되는 내년, 내후년을 맞이해야 한다” 27일 김광석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겸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본관에서 열린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 2026’에서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반도체 호황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이날 김 실장은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광석 실장은 최근 AI 메모리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수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출하량 증가보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확대는 시장 가격 상승 영향이 크다”며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현재 수준의 초과이익이 계속 유지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경쟁 심화도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그는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CXMT(창신메모리), 대만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미국 역시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반도체와 메모리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초격차 유지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들어서 그마저도 36%로 급증했다”며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품목이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세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방향도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김 실장은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크게 △재정 건전성을 위한 국가채무 상환 △양극화 완화를 위한 분배 △미래 산업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 등 세 가지 축으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그는 한국 재정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8년 연속 적자재정이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 재정운용계획’상 오는 2029년까지도 적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국가채무 역시 올해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실장은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해 재정 건전성을 조금 더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초과세수의 10~20%는 재정 건전성 확보와 국채 상환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 역시 외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와 AI 중심 산업 호황이 일부 대기업과 자산 보유층에 집중되면서 산업·자산·소득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5분위 고소득층은 소득 증가율이 5.9%로 치솟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절대적인 소득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며 “어려워지고 있는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하는 것도 고민의 대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가장 중요한 방향으로 미래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구조에 진입한 상황에서 노동 투입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생산성과 자본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AI 반도체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반도체 투자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인재 양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에서는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김 실장은 “기술 산업에서 미래에도 영업이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만 한다”며 “열매를 걷었다면 내일 농사를 위한, 내년 농사를 위한 씨앗은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과세수를 어떻게 써야 한다는 것에 정답은 없다”며 “대화합, 대타협의 과정을 거쳐 이 숙제(초과세수)를 해결하는 논리를 마련할 때”라고 전했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8 07: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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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포럼 2026, 삼성 반도체 초과이익 활용 공방…"미래 투자·사회 환류 함께 가야"
[경제일보]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과 초과세수가 동시에 확대되는 가운데 초과이익 배분 문제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단순 임금·성과급 갈등을 넘어 국가 지원과 사회적 기반 위에서 성장한 반도체 산업의 이익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환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재정 건전성과 미래 산업 투자, 사회적 환류 사이에서 새로운 분배 원칙과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경제일보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 2026’을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임금·성과급 갈등을 단순 노사 문제로 보지 않고 초과수익 분배와 미래 투자, 재정 운용 원칙 등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반도체 호황 국면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을 노동자와 주주, 미래 투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가 핵심 의제로 제시됐다. 조정식 국회의장 후보자는 축사를 통해 “유례없는 반도체 기업들의 초과수익에 대한 밀도 있는 사회적 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정책 간담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는 축하 메시지를 전해왔다. 양규현 경제일보 사장은 개회사에서 “기업이 기록적인 성과를 냈을 때 그 결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이제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노동의 기여와 자본의 책임, 미래 투자와 사회적 신뢰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 간 불신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오늘 간담회가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상생의 해법을 찾는 생산적 논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첫 발표를 맡은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초과세수 활용 방향을 ‘갚을까·나눌까·투자할까’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설명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은 초과세수를 단순 재정 여유가 아닌 ‘미래세대까지 이어지는 국가 전략 자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운영 이사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세수는 구조적으로 지속되는 고정 수입이 아니라 경기순환적 성격이 강한 자금”이라며 “일회성 현금 지원이나 단기 소비성 지출로 소진하기보다 미래 수익과 사회적 편익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처럼 단기 재정 지출로 흘려보낼 것인지, 노르웨이처럼 국부펀드로 축적할 것인지, 알래스카처럼 남기면서 국민과 나눌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다시 AI와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며 “청년과 소상공인 대상 금융 지원, 디지털 교육, 지역 혁신 펀드와 통합돌봄 체계 구축 등 사회 안전망 강화에도 함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산업 경쟁력과 사회 통합을 동시에 고려하는 구조적 국민환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윤 세무법인오늘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단순 임금·성과급 문제를 넘어 초과 이익 배분 구조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윤 대표는 “반도체 산업은 세제와 금융, 연구개발, 산업 인프라 등 국가적 지원과 사회적 기반 위에서 성장한 산업”이라며 “초과 이익 역시 기업 내부를 넘어 사회적 환류 관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와 노동, 주주 간 균형 있는 배분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며 초과 이익의 3분의 1은 사회적 환류, 3분의 1은 노동자 성과 보상, 나머지 3분의 1은 주주 배당에 활용하는 ‘1대1대1 구조’를 제안했다. 손 대표는 초과 세수를 단순 국채 상환에 우선 투입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는 “국가채무 비율만을 기준으로 접근하기보다 미래 산업 경쟁력과 국가 성장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자산 투자 관점이 필요하다”며 “미래 수익을 만들어내는 자산을 축적하는 것 역시 재정건전성의 중요한 축”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8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8 07: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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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삼성, 노사관계도 초격차가 필요하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는 파업을 멈췄다. 그러나 갈등을 끝낸 것은 아니다. 총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성과급 제도, 내부 형평성, 주주 반발, 정부 개입 가능성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았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을 앞두고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기준인상률 4.1%, 성과인상률 평균 2.1%,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복지 개선 등이 합의안의 주요 내용이다. 노조는 총파업을 유보하고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합의는 분명한 성과가 있다. 우선 생산 차질 우려를 줄였다. 반도체 공급망 불안을 완화했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극단적 충돌도 피했다. 노사는 법적 강제보다 자율교섭을 통해 접점을 찾았다. 하지만 합의의 내구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첫 번째 변수는 조합원 투표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파업 위기는 공식적으로 봉합된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삼성전자 노사관계는 다시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내부 형평성이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AI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반영한 조치다. 그러나 메모리와 파운드리, 반도체와 비반도체 사이의 실적 차이가 보상 격차로 이어질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 있다. 실제 이번 합의가 파업을 피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메모리 부문 직원과 일부 주주 사이의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세 번째 변수는 주주 반발이다. 삼성전자 일부 주주 그룹은 잠정합의안의 위법 가능성을 주장하며, 조합원 승인 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과급을 자사주 중심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현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주주가치와 이사회 권한, 주주 승인 필요성 논란을 동시에 불러올 수 있다. 삼성전자가 여기서 배워야 할 것은 분명하다. 노사관계는 더 이상 비용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인재 전략이고, 투자 전략이며, 지배구조의 문제다. AI 반도체 시대에는 기술 초격차만으로 부족하다. 핵심 인재를 지키는 보상 체계, 구성원이 납득하는 성과 배분 기준, 주주가 수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관리의 삼성’, ‘기술의 삼성’으로 불렸다. 이제는 ‘교섭의 삼성’이 되어야 한다. 무노조 경영의 시대가 끝난 뒤 삼성은 노조를 예외적 변수로 볼 것인지, 아니면 조직 내부의 위험 신호를 제도권 안에서 흡수하는 파트너로 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노조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의 핵심 기업이고, 반도체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노조의 요구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보상 요구는 가능하지만, 그 요구는 지속 가능한 원칙과 연결돼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정부에도 숙제를 남겼다. 긴급조정권은 법적으로 가능한 카드지만, 노동권을 제한하는 매우 무거운 수단이다.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이 공표되면 쟁의행위는 즉시 중지되고 30일간 재개할 수 없다. 이런 제도는 최후의 안전판이어야지,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협상 압박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결국 삼성전자 노사 사태의 본질은 초과이익의 배분이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을 직원 보상으로 돌릴 것인가, 미래 투자로 남길 것인가, 주주에게 환원할 것인가, 세수로 흡수해 국가 재정에 쓸 것인가의 문제다. 어느 하나만 정답이 될 수 없다. 균형이 필요하다. 정부의 올해 세입 전망도 이 문제를 뒷받침한다. 추경 과정에서 정부는 초과세수 25조2000억원을 전망했고, 법인세만 14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호황은 영원하지 않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초과 세수는 세수 결손으로 바뀔 수 있다. 기업의 초과이익도 마찬가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달라는 구호나 덜 주겠다는 방어가 아니다. 어디에 먼저 쓰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막은 합의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라며 “기술의 초격차를 말하는 기업이라면 노사관계에서도 초격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과를 낸 사람에게 합당하게 보상하되, 조직 전체가 납득할 기준을 세우는 것. 주주가치를 지키되,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는 것. 정부 개입 없이도 갈등을 제도 안에서 해결하는 것. 이것이 이번 사태 이후 삼성전자와 한국 경제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과 세수 활용 해법을 함께 모색한다. 임금과 성과급, 미래 투자,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한국 대표 기업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논의하고, 반도체 호황이 만든 세수를 단기 지출에 쓸 것인지, 국가채무와 재정준칙 복원에 활용할 것인지, 미래 성장 투자로 돌릴 것인지도 따져볼 예정이다.
2026-05-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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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권 위에 선 국가경제…반도체가 멈추면 정부가 움직인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 직전까지 치닫자 정부는 긴급조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파업은 잠정합의로 유보됐지만, 이번 사태는 국가 기간산업의 노사갈등에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남겼다. 긴급조정은 가벼운 제도가 아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규모와 성질이 특별해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긴급조정 결정이 공표되면 관계 당사자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며, 공표일부터 30일이 지나지 않으면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정부가 삼성전자 파업 위기에서 긴급조정 카드를 거론한 배경은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대기업이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메모리, HBM, 파운드리, 모바일, 디스플레이 생태계와 맞물려 있고, 협력업체와 수출, 금융시장, 세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7일 삼성전자 파업 위기와 관련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처음 시사했다. 정부는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과 노사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이는 삼성전자 파업이 개별 사업장 차원을 넘어 국가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긴급조정은 노동권 제한이라는 반대편의 문제를 동반한다.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행정권이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노사 자율 원칙과 노동3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만큼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에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노동권 제한을 쉽게 정당화돼서는 안되지만, 국가 기간산업의 파업이 공급망과 국민경제에 미칠 충격도 외면할 수 없다”며 “정부는 압박자가 아니라 중재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는 결과적으로 긴급조정 발동 없이 이뤄졌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의 막판 교섭에서 노사가 합의점을 찾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법적 강제보다 자율교섭이 우선돼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 셈이다. 하지만 ‘막판 타결’이 반복되는 구조는 위험하다. 파업 직전까지 가야 정부가 움직이고, 정부가 움직여야 노사가 접점을 찾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가 기간산업의 노사갈등은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삼성전자 사태가 보여준 것은 한국 경제의 이중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반도체 호황이 기업 실적과 국가 세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초과이익을 둘러싼 배분 갈등이 산업 현장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추경 과정에서 초과세수 25조2000억원, 법인세 증가분 14조8000억원을 전망한 것도 반도체 경기 개선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긴급조정 논란의 본질은 ‘파업을 막을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과 부담을 어떻게 나누고, 어떤 원칙으로 노사갈등을 관리할 것인가에 있다. 제도가 늦으면 갈등은 거리로 나오고, 정치가 늦으면 행정권의 강제 카드가 먼저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긴급조정 카드는 꺼내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노사 모두가 예측 가능한 교섭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도 사후 압박이 아니라 사전 조정의 역량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본지는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노사갈등을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또한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성과급 제도, 주주환원, 미래 투자 문제를 포함해 반도체 호황이 만든 초과 세수를 재정준칙 복원과 국가채무 관리, 미래 성장 투자에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한다.
2026-05-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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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이 갈라놓은 삼성의 속살
[경제일보] 성과급은 보상이다. 동시에 조직의 메시지다. 누구의 성과를 인정하고, 어떤 사업을 미래의 중심으로 볼 것인지 회사가 구성원에게 보내는 신호다.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가 내부 형평성 논란을 남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잠정합의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반도체 DS부문이다. 노사는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고, 사업성과의 10.5%를 별도 재원으로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특별성과급은 부문과 사업부 배분 구조를 거쳐 자사주 방식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메모리와 HBM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을 반영한 조치다. 메모리 부문은 글로벌 AI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 공급 경쟁에서 앞선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된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원칙만 놓고 보면 이번 합의는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하나의 사업부만으로 구성된 회사가 아니다.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DX, 네트워크, 생활가전, 모바일 등 다양한 사업부가 하나의 브랜드와 자본, 인력 시스템 아래 묶여 있다. 특정 부문의 성과급이 크게 높아질수록 다른 부문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파업을 피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비메모리 부문 직원과 주주 사이의 불만이 남아 있다”면서, “SK하이닉스와의 보상 비교,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이의 실적 차이, 자사주 지급 방식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논란의 여지가 커졌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단순하지 않다. 메모리 부문에 충분히 보상하지 않으면 핵심 인재 이탈을 막기 어렵다.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실적 책임 원칙이 흐려진다. 반대로 사업부별 성과 차이를 지나치게 크게 반영하면 조직 전체의 결속이 흔들릴 수 있다. 성과급은 숫자로 지급되지만, 구성원은 숫자만 보지 않는다. 기준의 공정성을 본다. 왜 이 사업부는 많이 받고, 왜 저 사업부는 적게 받는지 회사가 납득 가능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 보상은 격려가 아니라 분열의 언어가 된다. 이번 합의안에는 DX부문과 CSS사업팀에 상생협력 차원의 자사주 지급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한 보완 장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회성 보완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사업부별 성과급 산식, 공통 기여도 반영 기준, 적자 사업부 보상 원칙, 장기 인센티브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이 주느냐, 적게 주느냐’가 아니다. ‘왜 그렇게 주는지’를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보상 체계는 단순한 급여 제도가 아니라 인재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 인재를 지키려면, 성과급 체계도 글로벌 수준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 그 기준은 회사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반도체 호황은 기업 실적을 넘어 국가 세수 회복과도 맞물려 있다. 올해 추경 과정에서 정부는 초과세수 25조2000억원을 전망했고, 이 가운데 법인세 증가분을 14조8000억원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성과급 논란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의제로 확장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과이익은 직원 보상, 주주환원, 설비투자, 연구개발, 세수 확충이라는 여러 경로로 흘러간다.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면 다른 쪽의 불만과 비용이 커진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진짜 과제는 파업을 피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메모리와 파운드리, 반도체와 비반도체, 직원과 주주, 기업과 국가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과급은 그 출발점”이라며 “기준이 분명할 때 보상은 갈등이 아니라 경쟁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지는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내부의 성과급 갈등을 넘어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의 원칙을 논의하는 자리다. 임금과 성과급, 미래 투자,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한국의 대표 기업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집중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2026-05-2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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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파업의 밤을 넘겼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숙제는 이제 시작됐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은 아직 완결된 상태가 아니다. 노사는 총파업 직전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고, 노조는 5월 22일 오후부터 27일 오전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투표가 가결돼야 협상은 공식 타결된다. 당장의 파국은 피했다.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충돌도 일단 멈췄다. 하지만 안도의 박수를 치기에는 이르다. 이번 삼성전자 합의는 한 기업의 임금협상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한국 대기업 노사관계의 새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는 신호에 가깝다. 핵심은 분명하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다. 노동자가 성과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기업 이익은 기계와 자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구개발자의 밤샘, 생산라인의 긴장, 영업 현장의 압박, 실패를 견딘 조직의 시간이 쌓여 실적이 된다. 회사가 어려울 때 고통을 나눈 직원들이 호황기에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문제는 그 상식이 어느 순간 공식이 되는 데 있다.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 “순이익의 몇 퍼센트”라는 요구가 산업을 가리지 않고 번지는 흐름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삼성의 합의가 다른 기업 노조들에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달라”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런 조짐은 뚜렷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에 월 기본급 인상과 함께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담았다. LG유플러스 노조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카카오 노조는 성과급 규모와 보상 체계를 둘러싸고 파업 준비에 나섰고,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쟁점은 임금 인상률이 아니다. 기업 이익을 노동, 주주, 투자 사이에 어떤 원칙으로 배분할 것인가다. 여기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그러나 성과 배분이 미래 투자까지 잠식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오늘의 이익으로 내일의 공장을 짓는 산업이다. 자동차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인공지능 전환의 한복판에 있다. 통신은 AI 데이터센터와 보안 투자, 네트워크 고도화를 피할 수 없다. 조선과 방산도 호황이 왔다고 해서 불황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이들 산업에서 영업이익은 단순한 현금 보따리가 아니다. 다음 경쟁을 준비하는 종잣돈이다. 성과급을 주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은 더 투명하게 줘야 한다.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산식을 공개하고, 경영진 보상과 직원 보상의 기준을 같은 원칙 위에 올려야 한다. 회사가 “미래 투자”를 말하려면 어디에, 왜, 얼마나 필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불투명한 성과급 제도와 임원 중심 보상 체계를 그대로 둔 채 노동자에게만 절제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노조도 물어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의 성과 배분 요구가 한국 노동 전체의 정의와 맞닿아 있는가.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에게도 같은 기회가 열려 있는가. 대기업 내부의 몫만 커지고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면 그것은 노동의 승리라기보다 노동 내부 불평등의 확대일 수 있다. 삼성은 언제나 기준이었다. 임금도 기준이었고, 복지도 기준이었고, 성과급도 기준이었다. 삼성에서 만들어진 관행은 삼성 안에 머물지 않는다. 다른 기업 노조는 비교의 근거로 삼고, 다른 기업 경영진은 방어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서 이번 잠정 합의안은 삼성만의 문서가 아니다. 한국 기업사회 전체가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논어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이익을 부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익만 앞세워 의를 잃지 말라는 경계다. 노동도, 경영도, 주주도 이 말을 피해 갈 수 없다. 노동은 자신의 몫을 요구하되 기업의 내일을 보아야 한다. 경영은 투자를 말하되 직원의 기여를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주주는 배당과 주가만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 정부는 노사 자율을 존중하되,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성과 배분 경쟁이 노동시장 격차를 더 키우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고민해야 한다. 삼성이 파업을 피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한국 경제가 숙제를 푼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성과 배분을 정교한 원칙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기업마다 비율 경쟁을 벌이는 소모전으로 흘려보낼 것인가. 원칙 없는 보상 경쟁은 결국 모두를 지치게 한다. 기업도, 노동도,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단단한 기준이다. 삼성의 잠정 합의가 성과급 도미노의 면허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26-05-24 0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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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주주·투자, 세 갈래로 찢긴 초과이익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핵심은 임금 인상률 몇 퍼센트가 아니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이 만든 초과이익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어디까지 나눌 것인가의 문제였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 개시 90분을 앞두고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했다. 공개된 합의안에는 기준인상률 4.1%, 성과인상률 평균 2.1%,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주거안정 지원, 출산장려금 확대 등이 포함됐다.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해야 최종 효력이 발생한다. 이번 합의의 가장 큰 변화는 반도체 부문 성과급 체계다. 노사는 기존 성과인센티브 제도를 유지하되, DS부문에 별도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고, 일정 조건 아래 10년간 운영되는 구조로 알려졌다. 지급 방식은 현금이 아닌 자사주 중심으로 설계됐다. 노조 입장에서는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다. 회사 입장에서는 현금 유출을 줄이면서 핵심 인재 이탈을 막는 절충안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이번 합의가 파업을 피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한국 경제 전반에 안도감을 줬지만, 비메모리 부문 직원과 일부 주주 사이의 불만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다. 반도체 호황은 언제나 사이클을 탄다. AI 메모리와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금은 초과이익 배분 논의가 가능하지만, 업황이 꺾이면 같은 공식은 곧바로 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성과급 제도는 호황기에만 작동하는 보상 장치가 아니라 불황기에도 조직이 받아들일 수 있는 원칙이어야 한다. 삼성전자가 마주한 질문은 명확하다. 성과를 낸 직원에게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 동시에 미래 투자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주주가치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도 외면할 수 없다. 이 네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공식은 쉽지 않다. 때문에 이번 삼성전자 노사 사태는 한 기업의 임금협상으로만 볼 수 없다. 한국 경제 전체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과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묻는 사건이다. 임금과 성과급, 주주환원, 설비투자, 연구개발, 세수 확충, 재정 운용이 한꺼번에 연결돼 있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국세수입 전망을 본예산보다 25조2000억원 늘려 잡았고, 이 가운데 법인세만 14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거론됐다. 결국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은 기업 내부의 분배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가 재정의 문제다. 초과이익이 직원에게만, 주주에게만, 정부 세수로만 흘러가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누가 기여했고, 누가 위험을 감수했으며, 미래 경쟁력을 위해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사 사태는 끝난 것이 아니고, 잠정합의는 시작일 뿐”이라며 “초과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는 삼성전자를 넘어 한국 경제가 반드시 풀어야 할 다음 과제로 남았다”고 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 삼성전자 노사 사태 관련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임금과 성과급, 미래 투자,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의 균형점을 논의한다. 아울러 반도체 호황이 만든 초과 세수를 단기 지출에 쓸 것인지, 국가채무와 재정준칙 복원에 활용할 것인지, 미래 성장 투자로 돌릴 것인지도 함께 따져볼 예정이다.
2026-05-23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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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보, 27일 국회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 정책 간담회
[경제일보] 경제일보는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본관 3층 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 2026’을 개최합니다. 삼성전자 노사 사태는 더 이상 한 기업의 임금·성과급 갈등에 그치지 않습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만든 초과이익을 누구에게, 어떤 원칙으로, 어디까지 나눌 것인지를 묻는 한국 경제의 정면 과제입니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와 HBM 수요 확대를 등에 업고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냈습니다. 반도체 호황은 기업 실적을 넘어 국가 세수 회복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올해 세수가 당초보다 25.2조원 늘고, 이 가운데 법인세만 14.8조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호황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초과 세수는 곧바로 세수 결손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쓰자는 구호가 아니라 어디에 먼저 쓰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원칙입니다. 이번 간담회는 초과이익의 배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임금과 성과급, 미래 투자,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한국 대표 기업은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논의합니다. 동시에 반도체 호황이 만든 세수를 단기 지출에 쓸 것인지, 국가채무와 재정준칙 복원에 활용할 것인지, 미래 성장 투자로 돌릴 것인지도 함께 따져볼 예정입니다. 경제일보는 이번 정책 간담회를 통해 삼성전자 노사 사태를 기업 내부 갈등이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 의제로 끌어올리고, 반도체 호황 이후를 대비하는 책임 있는 해법을 모색하겠습니다.
2026-05-21 10: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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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성과금 갈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가까스로 파국을 피했다. 총파업 예고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노사가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멈춰 섰다. 다만 오는 22∼27일 이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라는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이를 완전한 종결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이번 잠정 합의는 정부의 적극적 중재 속에 이뤄졌고, 투표가 가결되면 협상이 공식 타결된다. 문제는 합의 그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균열이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이었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과 배분 방식의 제도화를 요구했고 회사는 경영환경과 사업부별 실적, 글로벌 경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돌아왔고, 인공지능(AI) 열풍이 삼성전자의 실적을 밀어올린 것은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DS)부문은 AI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고 HBM4와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모듈 양산도 시작했다. 그러나 좋은 실적이 곧 무제한의 성과급 요구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하지만 성과 배분은 기업의 미래 투자, 주주 책임, 협력사 생태계, 국가경제에서의 역할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한 기업이지만 동시에 한국 제조업과 수출, 고용, 자본시장 신뢰를 떠받치는 핵심 축이다.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한 회사의 손익계산서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 물류, 전력, 협력업체, 지역경제, 금융시장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일반적인 임단협 갈등과 차원이 다르다. 삼성전자 구성원들이 더 나은 보상과 투명한 성과급 기준을 요구할 권리는 당연하다. 고성과를 낸 조직이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문제는 요구의 수준과 방식이다. 성과급이 경영 성과와 연동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기업의 중장기 투자 여력과 위기 대응 능력을 훼손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 산업은 오늘 벌어 내일 나누는 장사가 아니다. 수십조 원의 선행 투자가 필요하고 기술 세대가 바뀔 때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더 우려되는 것은 노노 갈등이다. 성과급 갈등은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별 이해관계를 가른다. 반도체 부문이 초과 성과를 냈다고 해서 전사 구성원이 같은 방식으로 나눠야 하는지, 사업부별 기여도와 위험 부담을 어떻게 반영할지, 장기 투자에 필요한 내부 유보를 어느 정도 인정할지에 대한 논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논쟁이 공동체의 원칙을 세우는 방향이 아니라 ‘누가 더 가져갈 것인가’의 다툼으로 흐르면 조직 내부 신뢰가 무너진다.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과 설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성원 간 신뢰, 경영진에 대한 신뢰, 성과 배분의 예측 가능성이 함께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의 갈등은 다른 대기업 노사관계에도 파장을 주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에서 파업 찬반 투표가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카카오 노조는 경영 쇄신, 책임 경영, 고용 안정, 공정한 성과 보상과 이익 분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성과급 배분 구조가 갈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카카오 본사가 실제 파업에 나서면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작지 않다. 노사 갈등의 확산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불안과 맞물려 더 무겁다. 지금 한국경제는 겉으로는 반도체 훈풍을 타고 있지만 속으로는 성장 체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IMF는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100대 지표에서도 2026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1.7%로 제시돼 있다. 단기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는 노동공급과 내수 기반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2025년 합계출산율을 0.80명, 출생아 수를 25만4500명으로 집계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5년 20.3%에서 2072년 47.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리스크도 크다. IMF는 2026년 세계경제가 중동전쟁의 충격 속에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제한적 충돌을 가정해도 세계 성장률은 2026년 3.1%, 2027년 3.2%로 둔화될 것으로 봤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 금융 여건 긴축이 세계경제의 회복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정책과 공급망 재편, 기술 패권 경쟁이 겹치면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제조기업은 비용과 시장 양쪽에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역시 하반기 전망에서 글로벌 관세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다양한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내부의 성과 배분 갈등이 장기화하면 국가경제의 부담은 커진다. 한국경제는 지금 새로운 성장동력을 충분히 발굴하지 못한 채 반도체 의존도를 다시 키우고 있다. AI 반도체 호황은 분명한 기회지만 이것이 영구적 안전판은 아니다. 메모리 가격은 사이클을 탄다. HBM 경쟁은 기술과 수율, 고객 인증에서 매 분기 승부가 갈린다. 중국의 추격, 미국의 규제, 대만의 파운드리 우위, 일본의 소재·장비 부활까지 감안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호황기일수록 더 냉정해야 한다. 노조도 이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노동의 몫을 키우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는 요구는 결국 노동의 기반도 약하게 만든다. 성과급은 권리의 언어만으로 풀 수 없다. 책임의 언어가 함께 있어야 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고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어렵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성과급 산정 기준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업부별 성과와 전사 기여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불투명한 보상 체계는 언제든 불신을 낳고, 불신은 파업보다 더 오래가는 비용을 만든다. 노조와 회사가 같은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노동은 노동의 권리를 말하고, 경영은 경영의 책임을 말해야 한다. 다만 그 다름이 기업의 존속과 국가경제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충돌로 가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성과급 제도의 투명성, 사업부별 기여도 반영, 장기 투자 재원 확보, 위기 시 고통 분담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성과가 클수록 배분의 원칙은 더 정교해야 한다. 호황일수록 미래 투자와 위험 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는 지금 운 좋게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길목에 서 있다. 그러나 저출산, 잠재성장률 하락, 내수 부진,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의 성과를 오늘 모두 나눌 것인가, 아니면 내일의 경쟁력을 위해 원칙 있게 나눌 것인가. 성과 배분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경제의 기둥을 흔드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더 많이 가져가는 협상’이 아니라 ‘더 오래 살아남는 협상’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삼성전자에도, 노동자에게도, 한국경제에도 이롭다.
2026-05-21 09: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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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봉합'이 남긴 성과급 복마전, '시장 원칙'과 '상생'으로 틀 바꾸어야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의 극적인 잠정 합의로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충돌은 일단 피했다.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춰 서는 초유의 사태를 막았다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겉으로는 ‘봉합’됐지만, 이번 사태는 한국 산업계 전반에 훨씬 더 큰 후폭풍을 남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의 갈등을 덮기 위해 내놓은 타협이 시장 원칙과 산업 질서를 흔드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자를 기록한 사업부에도 일정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인정한 것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자본주의와 경영의 기본 원칙을 흐리게 만든 결정이다. 성과급은 말 그대로 성과에 대한 사후 보상이다. 그런데 성과와 무관하게 일정 수준을 보장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인센티브가 아니라 사실상의 고정 임금으로 변질된다. 이는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성과주의 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이미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기아, HD현대중공업, LG유플러스, 카카오 등 주요 기업 노조에서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한 기업의 노사 합의가 산업 전체의 새로운 기준처럼 굳어질 경우, 기업마다 처한 경영 환경과 미래 투자 여력은 무시된 채 ‘성과급 총액 경쟁’만 남게 된다. 결국 기업은 미래 연구개발(R&D) 투자와 시설투자 재원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대기업 내부의 성과급 갈등이 원·하청 구조 전체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대기업 정규직들이 수천만 원대 성과급을 요구하는 동안,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하청업체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대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올릴 때 왜 우리는 제자리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키는 불씨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경쟁 환경은 갈수록 냉혹해지고 있다. 중국의 메모리 업체들은 국가적 지원과 공격적 투자로 한국 반도체 산업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대만의 TSMC와 미국의 엔비디아는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해 조직 전체가 미래 투자와 혁신 경쟁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내부 성과급 갈등과 노노 갈등에 매몰된다면 결국 경쟁국만 웃게 될 것이다. 기술 패권 전쟁의 시대에 내부 분열은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제도의 전면적 재설계다. 우선 성과급 체계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획일적으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떼어주는 방식은 기업의 경기 변동성과 미래 투자 전략을 무시하는 위험한 구조다. 성과급은 기업 실적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 기술 혁신 기여도, 장기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처럼 개인별 기여도와 장기 성과를 반영한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중심 보상 체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기 현금 보상보다 기업의 지속 성장과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효과가 크다. 동시에 원·하청 상생 모델 구축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대기업의 성과가 협력업체와 하청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공동성과기금이나 협력사 성과 공유제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만의 ‘성과급 잔치’로 비쳐지는 순간 사회적 정당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노동 3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것이 기업 경쟁력을 위협하거나 사회적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산업 현장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합리적 성과배분 원칙과 노사 협력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업 경쟁력과 고용 안정, 미래 투자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정책적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삼성전자 사태는 단순한 노사 분쟁이 아니다. 한국 산업 구조의 취약성과 노동시장 양극화, 그리고 성과 배분 체계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경고음이다. 총파업을 막았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눈앞의 숫자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아니라, 시장 원칙과 상생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것이 무너진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2026-05-21 07: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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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총파업 하루 앞두고 새벽 '끝장 협상'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두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새벽까지 ‘끝장 협상’을 이어갔다.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 폐지, 사업부별 배분 기준을 둘러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은 당초 합의 시한을 넘겼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 대표와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은 19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시작했다. 중노위는 당초 이날 오후 10시 전후 합의 또는 조정안 제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협상은 자정을 넘겨 20일 새벽까지 계속됐다. 이번 협상은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전 사실상 마지막 교섭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 폐지, 성과급 재원 산정 방식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제도화하고,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사측은 사업부별 실적과 투자 여력, 경영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한 반면, 사측은 10%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 배분 문제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로 메모리 사업부 실적은 개선됐지만,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부문은 적자를 이어가면서 사업부별 성과급 격차가 커졌다. 노조는 격차가 인재 이탈과 조직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사측은 적자 사업부에 동일한 성과급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노사는 앞서 지난 11일부터 13일 새벽까지 1차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 삼성전자 사장단의 대국민 사과와 노조 면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화 호소가 이어지면서 추가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정부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 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긴급조정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나 공익에 현저한 위해를 줄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이 국가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가동되는 장치산업 특성이 강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단기간에도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산업계와 금융권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직접 생산 차질뿐 아니라 고객 신뢰와 공급망 불안까지 겹치며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노동권 제한 논란이 따르는 만큼 실제 발동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강제 개입을 앞세우기보다 노사 자율 교섭과 조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강제 개입이 아니라 자율적 교섭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후조정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노위는 노사 입장을 절충한 조정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노사 어느 한쪽이라도 이를 거부하면 협상은 결렬되고 파업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노조 지도부가 조정안을 수용하더라도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야 하는 만큼, 최종 타결까지는 추가 절차가 남아 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국내 대기업 성과급 체계 전반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AI 반도체 호황 속에서 성과 배분을 어떻게 제도화할지, 사업부별 실적 격차를 어떻게 반영할지, 미래 투자 재원과 구성원 보상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핵심이다. 향후 관건은 노사가 파업 직전까지 실질적 양보안을 마련할 수 있느냐다. 사측이 성과급 투명성과 제도 개선에 대한 구체적 안을 내놓고, 노조가 상한 폐지와 재원 비율 요구에서 접점을 찾는다면 극적 타결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반대로 조정안이 부결되거나 노조가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가 새로운 충돌 지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026-05-20 01: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