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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상장, 인류의 꿈에도 가격표가 붙었다
[경제일보] 스페이스X가 마침내 증시에 올랐다. 미국 시간으로 12일, 한국 시간으로는 13일 새벽이다. 월가의 전광판에 우주기업의 이름이 뜬 순간 사람들은 주가를 봤다. 그러나 그 숫자 뒤에는 더 큰 장면이 있었다. 인류가 오랫동안 국가의 이름으로 꾸어온 우주의 꿈이 이제 민간 기업의 주식으로 거래되기 시작한 것이다. 공모 규모는 사상 최대였다. 개인투자자들의 청약 열기도 뜨거웠다. 일부 투자자는 배정받지 못했고 일부는 첫 거래에서 프리미엄을 감수하고 뛰어들었다. 시장은 스페이스X를 로켓 회사로만 보지 않았다. 스타링크를 품은 위성통신 회사, 국방과 안보를 움직이는 우주 인프라 기업,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나아가 화성 이주라는 서사를 가진 미래 복합 플랫폼으로 평가했다. 이것이 스페이스X 상장의 본질이다. 로켓이 아니라 서사가 상장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 시대 자본주의가 낳은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다. 그는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궤도에 올렸고, 조롱을 받으면서도 시장을 설득했다. 전기차는 테슬라로, 민간 우주는 스페이스X로, 위성인터넷은 스타링크로, 인공지능은 xAI로 밀어붙였다. 과장과 돌출 발언, 정치적 논란과 경영 리스크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는 한 가지 능력만큼은 증명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미래를 투자 가능한 상품으로 바꾸는 능력이다. 스페이스X의 상장은 그래서 단순한 기업공개가 아니다. 국가가 독점하던 우주개발의 질서가 민간 플랫폼 중심으로 옮겨가는 신호다. 과거 우주는 국력의 상징이었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은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해 달을 향했다. 오늘의 우주는 다르다. 발사체는 재사용되고 위성은 통신망이 되며, 데이터는 안보와 금융, 전쟁과 재난 대응의 기반이 된다. 우주는 이제 낭만이 아니라 인프라다. 스페이스X는 그 인프라의 문지기 자리를 차지했다. 투자자들이 몰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페이스X가 당장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아직 손실도 크고 미래 사업의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시장은 현재의 손익계산서보다 미래의 지배력을 샀다. 스타링크가 지구 저궤도 통신망을 장악하고 로켓 재사용이 발사 비용을 더 낮추며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와 국방 네트워크가 현실이 된다면 스페이스X는 항공우주 기업을 넘어 21세기 인프라 제국이 된다. 이번 공모주 열기는 그 가능성에 대한 집단적 베팅이다. 물론 시장의 열광은 늘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큰 꿈이 곧 좋은 투자는 아니다. 거대한 비전은 때로 거대한 거품을 만든다. 우주 산업은 긴 시간과 막대한 자본, 규제와 기술 실패의 위험을 안고 있다. 발사 실패 한 번, 위성망 장애 한 번, 규제기관의 제동 한 번이 주가를 흔들 수 있다. 머스크 개인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도 리스크다. 투자자가 산 것은 회사의 실적만이 아니라 머스크라는 인물의 신화다. 신화는 시장을 끌어올리지만 한순간에 시장을 냉각시키기도 한다. 그래도 이번 상장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래 산업의 경쟁은 더 이상 반도체 하나, 자동차 하나, 통신망 하나로 나뉘지 않는다. 로켓과 위성,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전기차와 로봇, 국방과 통신이 하나의 생태계로 묶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 융합의 한복판에 있다. 우주에서 인터넷을 깔고 지상에서는 데이터를 모으며 AI는 그 데이터를 해석하고 로봇과 자동차는 물리 세계를 움직인다. 이것이 머스크가 그리는 세계다. 우리가 이 상장을 남의 나라 증시 이벤트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조선, 방산, 통신망을 가진 나라다. 그러나 우주 플랫폼은 아직 약하다. 발사체와 위성, 위성통신과 우주 데이터 서비스, 군사용 저궤도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는 산업 설계가 부족하다. 정부 주도 프로젝트는 있었지만, 민간이 수익을 만들고 그 수익을 다시 기술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는 아직 얕다. 국내 증시에서 스페이스X 관련주가 들썩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위성 부품, 항공우주 소재, 발사체, 방산, 통신 장비, 지상국 관련 기업에 투자자 관심이 몰릴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해야 한다. 스페이스X가 오른다고 국내 모든 우주항공주가 실적을 얻는 것은 아니다. 테마는 빠르고 산업은 느리다. 주가는 하루 만에 움직이지만 공급망 진입은 수년이 걸린다. 투자자는 이름이 비슷한 기업보다 실제 기술과 매출, 글로벌 고객을 봐야 한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우주항공청 출범만으로 우주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주개발은 구호가 아니라 조달, 규제, 보험, 인력, 시험장, 발사장, 데이터 활용 시장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군과 민간, 대학과 기업,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산업 운영 능력이 필요하다. 스페이스X의 강점은 로켓 기술 하나에 있지 않다. 실패를 반복해도 다시 쏠 수 있는 제도와 자본, 정부 수요와 민간 시장을 연결하는 생태계에 있다. 한국은 늘 기술을 따라잡는 데 강했다. 그러나 플랫폼을 만드는 데는 약했다. 부품을 잘 만들고, 제조를 잘하고, 납기를 맞추는 데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시장의 규칙을 선점하고 생태계를 설계하는 능력은 부족했다. 우주산업에서도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남의 로켓에 부품을 넣는 나라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위성과 통신, 데이터와 안보 서비스를 묶어 스스로 플랫폼을 만드는 나라가 될 것인가. 스페이스X 상장은 이 질문을 한국 앞에 던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비전은 거칠다. 때로 위험하고 때로 무책임해 보인다. 그러나 그가 바꾼 것은 분명하다. 그는 미래를 기다리지 않고 끌고 왔다. 국가가 계획서에서 맴돌던 우주를 기업의 공장과 증시의 전광판으로 가져왔다. 이것이 그의 힘이다. 그리고 이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세계는 완벽한 합의와 정교한 보고서로만 전진하지 않는다. 때로는 무모한 기업가, 참을성 없는 자본, 실패를 감수하는 기술자들이 역사를 앞으로 밀어붙인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머스크를 찬양하는 일이 아니다. 머스크를 부러워만 하는 일도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인물이 나와도 버틸 수 있는 제도, 그런 기업이 커질 수 있는 시장, 그런 실패를 견딜 수 있는 자본이다. 기술 관료가 모든 것을 허가하고 정치가 모든 위험을 피하려 하며 여론이 실패 한 번에 기업을 매장하는 구조에서는 스페이스X 같은 회사가 나오기 어렵다. 우주산업은 안전해야 하지만 완전히 무위험일 수는 없다. 위험을 통제하는 것과 위험을 아예 허용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스페이스X 상장은 자본시장의 사건이지만 본질은 문명의 사건이다. 인류의 꿈에도 가격표가 붙었다. 그 가격이 적정한지는 시간이 판단할 것이다. 주가는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거품이 섞였을 수도 있고 아직 시장이 충분히 평가하지 못한 미래가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주가 다시 산업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스페이스X 주가를 보며 테마주를 사고파는 나라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우주와 통신, AI와 방산, 제조와 데이터를 묶어 한국형 우주 플랫폼을 설계할 것인가. 사상 최대 IPO의 불빛은 뉴욕 나스닥 전광판에 켜졌지만 그 질문은 서울과 사천, 대전과 판교, 그리고 한국의 산업 현장 전체를 향하고 있다. 꿈은 돈이 될 때 빠르게 현실이 된다. 그러나 돈만 좇는 꿈은 오래가지 못한다. 스페이스X가 보여준 것은 비전과 자본이 결합할 때 미래가 얼마나 빨리 당겨지는가다. 한국이 배워야 할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우주를 낭만으로만 말하지 말고 산업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으로만 보지 말고 국가의 미래로 다뤄야 한다. 스페이스X 상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한국의 우주 시간표를 다시 쓸 때다.
2026-06-13 13: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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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갈등 아닌 '사회적 대타협'의 지혜 모을 때다
[경제일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의 역대급 초호황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혁명의 물결을 타고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이 ‘달콤한 결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둘러싼 노·사·정과 시민사회의 시선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려던 사회연대임금 긴급토론회마저 연기된 것은 이 문제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숙제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초과이익 환원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명확하다. 오늘날 반도체 대기업이 거둔 천문학적 성과는 국가의 막대한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R&D) 투자, 전력·용수 등 사회기반시설 지원이 밑바탕이 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수많은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의 헌신이 결합된 결과물인 만큼, 이익의 일부를 산업 생태계와 사회 전체로 환원해 원·하청 격차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충분히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의 우려 역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미국, 중국, 대만, 일본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벌이는 총성 없는 전장이다. 수십조 원 단위의 선제적 투자가 멈추는 순간 도태되는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명확한 기준도 없이 정부가 기업의 이익 배분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을 흔들고 미래 투자 의욕을 꺾을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이분법적 이념 논리로 해결할 수 없다. 과거 대기업들이 내놓았던 수많은 상생기금이나 사회공헌 사업이 일회성 생색내기에 그치며 구조적 불평등을 가리는 '면죄부'로 전락했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선의나 정부의 강제적 개입 모두 답이 될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대타협'이다. 원청과 협력업체, 노사와 정부,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공신력 있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초과이익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정립하는 동시에,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강화, 공정한 조세 체계 확립, 직업훈련 및 산업 전환 지원 등 노동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적 해법을 함께 도출해야 한다. 초과이익은 기업의 미래 투자, 노동자의 정당한 보상,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공멸을 부를 뿐이다. 지금의 논쟁이 소모적 갈등으로 끝난다면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축인 반도체 산업마저 흔들릴 수 있다. 이번 논의를 성장과 분배, 경쟁력과 상생이 공존하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지혜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세계적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2026-06-06 13: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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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갈등 아닌 '사회적 대타협'의 지혜 모을 때다
[경제일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의 역대급 초호황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혁명의 물결을 타고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이 ‘달콤한 결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둘러싼 노·사·정과 시민사회의 시선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려던 사회연대임금 긴급토론회마저 연기된 것은 이 문제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숙제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초과이익 환원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명확하다. 오늘날 반도체 대기업이 거둔 천문학적 성과는 국가의 막대한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R&D) 투자, 전력·용수 등 사회기반시설 지원이 밑바탕이 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수많은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의 헌신이 결합된 결과물인 만큼, 이익의 일부를 산업 생태계와 사회 전체로 환원해 원·하청 격차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충분히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의 우려 역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미국, 중국, 대만, 일본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벌이는 총성 없는 전장이다. 수십조 원 단위의 선제적 투자가 멈추는 순간 도태되는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명확한 기준도 없이 정부가 기업의 이익 배분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을 흔들고 미래 투자 의욕을 꺾을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이분법적 이념 논리로 해결할 수 없다. 과거 대기업들이 내놓았던 수많은 상생기금이나 사회공헌 사업이 일회성 생색내기에 그치며 구조적 불평등을 가리는 '면죄부'로 전락했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선의나 정부의 강제적 개입 모두 답이 될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대타협'이다. 원청과 협력업체, 노사와 정부,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공신력 있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초과이익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정립하는 동시에,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강화, 공정한 조세 체계 확립, 직업훈련 및 산업 전환 지원 등 노동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적 해법을 함께 도출해야 한다. 초과이익은 기업의 미래 투자, 노동자의 정당한 보상,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공멸을 부를 뿐이다. 지금의 논쟁이 소모적 갈등으로 끝난다면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축인 반도체 산업마저 흔들릴 수 있다. 이번 논의를 성장과 분배, 경쟁력과 상생이 공존하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지혜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세계적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2026-06-05 07: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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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초과이윤 논란, 색깔론 넘어 상생의 해법 찾아야
[경제일보]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반도체 산업이 슈퍼 호황을 맞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이 거둔 막대한 초과이윤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사 노동조합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기업 이익은 경영 판단의 영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가 예상되는 만큼 이번 논란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우리 사회의 새로운 경제 질서를 모색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기업의 초과이윤을 둘러싼 논쟁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경쟁이 곧 생존 경쟁인 분야다.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돼야 하며, 한 번 경쟁력을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경영계가 초과이윤의 상당 부분을 미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투자 여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은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초과이윤 배분 논의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최근 일부에서는 초과이윤의 사회적 활용이나 노동자와의 성과 공유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사회주의적 발상’ 또는 ‘공산주의 논리’로 규정하며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시대착오적 접근이다. 경제 현실은 이미 과거의 단순한 자본과 노동의 대립 구도를 넘어섰다. 첨단산업의 성장으로 특정 기업에 부와 기회가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그 성과를 어떻게 사회 전체의 발전으로 연결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필요한 과정이다. 더욱이 초과이윤은 경제학적으로도 충분히 논의 가능한 개념이다.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도는 이익이 발생했을 때 그 과실을 기업 내부에만 머물게 할 것인지, 아니면 협력업체와 노동자,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며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으로 삼을 것인지는 선진국에서도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다. 우리 헌법 역시 경제 주체 간의 조화와 균형 있는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시장경제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에 가깝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제 분배’와 ‘사회적 상생’을 구분하는 일이다. 기업의 경영권과 사유재산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동시에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기업은 초과이윤의 일부를 협력업체 기술 지원과 상생기금 조성, 인재 육성, 취약계층 지원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 역시 단기적 보상 확대에만 집중하기보다 기업의 지속 성장과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지금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성장으로 창출되는 막대한 부가 특정 영역에 집중될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를 둘러싼 갈등을 이념 논쟁으로 소모할 것인가, 아니면 상생과 미래 경쟁력 확보의 계기로 삼을 것인가는 우리 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색깔론도, 진영 논리도 아니다. 기업과 노동, 정부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공정한 성과 공유의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초과이윤 논란이 갈등의 씨앗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드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6-05-31 13: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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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첫 파업 기로…성과급 갈등 넘어 '플랫폼 신뢰' 시험대
[경제일보] 카카오가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 가능성 앞에 섰다. 성과급과 보상체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중지로 이어지면서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당장 카카오톡 등 핵심 서비스가 멈출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이번 사안은 단순 임금 갈등을 넘어 플랫폼 기업의 성과 배분과 조직 신뢰를 둘러싼 시험대로 번지고 있다. 29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본사 노사는 지난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 본사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고 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등 계열사 노조와 함께 공동 단체행동 가능성이 커졌다. 노조는 6월10일 판교역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파업 투쟁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 성과급 갈등서 조직 신뢰 문제로 확산 핵심 쟁점은 성과급 재원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산입 여부다.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4%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조 요구안이 회사 경영에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1인당 500만원 규모의 RSU를 성과급에 포함할지를 두고도 양측의 견해가 갈렸다. 노조는 이번 갈등을 단순한 보상 규모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 신뢰의 문제로 보고 있다. 카카오 노조 측은 “지금의 갈등은 단순한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회사와 구성원 사이 신뢰가 얼마나 무너져 있는지 보여주는 결과”라며 “지속적으로 경영쇄신을 이야기해왔지만 진정한 쇄신은 비용 절감이나 조직 개편이 아니라 구성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카카오 측은 노조 요구안이 회사의 투자 여력과 경영 부담을 고려할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측은 “현재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 보상안의 총 규모는 영업이익 기준으로 고려할 때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주주 가치를 높여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숫자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갈등의 뿌리는 더 깊다. 카카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조991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러나 본사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440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전체 성과와 본사 지급 여력, 구성원이 체감하는 보상 사이에 간극이 생긴 셈이다. 노조 요구안을 별도 영업이익 4402억원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성과급 재원은 572억~616억원 수준이다. 이를 정규직 근무자와 휴직자 제외 인원 기준으로 나누면 1인당 1600만~1700만원대가 산출된다. 다만 이는 RSU를 별도로 볼지, 성과급에 포함할지, 근무 기간과 지급 대상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에 따라 실제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 카톡 중단 가능성 낮지만 장기화 땐 부담 이번 갈등이 민감한 이유는 카카오가 단순 IT 기업을 넘어 국민 생활 인프라에 가까운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카오 공동체 서비스는 일상 결제와 이동, 커뮤니케이션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회사와 업계에서는 실제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자동화된 운영 체계와 필수 인력 대응으로 당장 대규모 서비스 중단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카카오 역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내부 프로토콜에 기반한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핵심 서비스의 유지·보수, 장애 대응, 보안 점검, 신규 기능 배포, AI 서비스 전환 일정에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카카오는 올해 에이전틱 AI 플랫폼 전환과 카카오톡 개편을 주요 성장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조직 내부 갈등이 길어지면 신사업 실행 속도와 대외 신뢰도에 동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남은 변수는 협상 재개 여부다. 양측 모두 대화 가능성은 닫지 않은 상태다. 카카오 노조 측 관계자는 “파업을 논의 중이고 다음 주 초에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아직 사측과는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업 참여 인원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 전”이라고 밝혔다. 결국 타협의 초점은 성과급 총액보다 산정 기준의 투명성, RSU의 성격, 계열사별 보상 형평성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노조가 요구하는 보상 재원과 회사가 말하는 미래 투자 여력 사이에서 납득 가능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카카오로서는 파업 자체보다 그 이후가 더 큰 과제다. 이번 갈등을 봉합하더라도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보상 원칙과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하지 못하면 같은 갈등은 반복될 수 있다. 반대로 노사가 일정 수준의 기준을 합의한다면 플랫폼 기업의 성과 배분 모델을 새로 정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여러 우려와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대화를 통해 다시 하나의 카카오로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6-05-29 17: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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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첫 파업 위기' 카카오, 공식 입장 발표…"노조 요구, 경영에 큰 부담…대화 지속할 것"
[경제일보] 카카오가 임금교섭 결렬과 관련해 공식 입장문을 내고 서비스 안정성과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며 파업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회사는 마지막까지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강조했다. 29일 카카오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이용자와 주주, 파트너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노사 간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본사 노사는 지난 27일 오후 3시부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조정 회의에서 8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노동위원회는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번 조정 결렬로 카카오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 앞서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이미 파업 가결 요건을 충족한 상태로, 별도의 추가 절차 없이 파업 등 단체행동에 돌입할 수 있다. 노조는 내달 10일 판교역 일대에서 본사와 5개 계열사 조합원 약 12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 행진을 예고한 상태다. 현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페이,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주요 계열사 노조도 이미 쟁의권을 확보해, 본사와 계열사를 아우르는 '공동 총파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갈등의 핵심 쟁점은 성과 보상 체계다. 노조 측은 지난해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급 지급 기준 명확화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 측은 경영 상황을 고려할 때 노조의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카카오 "노조 요구안, 현실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 사태가 심각해지자 카카오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해 입장을 전달했다. 카카오는 입장문에서 "최근 임금교섭과 관련한 상황으로 이용자와 주주, 파트너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카카오 측은 그간 크루(직원)들의 보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교섭 전 과정에 성실히 임했으며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 보상안의 총 규모에 대해서는 "영업이익 기준으로 고려할 때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주주 가치를 높여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카카오는 많은 주주분들이 미래 성장 가치를 믿고 투자해 주신 기업"이라며 "크루에 대한 성과보상은 미래 투자 여력과 주주가치 제고를 함께 고려하고, 지속 가능한 수준에서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 체제 아래 자체 AI 모델 '카나나'를 중심으로 메신저, 커머스, 콘텐츠 등 주요 서비스에 AI 기능을 확대하며 조직 개편과 서비스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직면한 노사 갈등과 파업 가능성은 카카오에게 상당한 경영 부담과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카카오는 "현재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AI 빅테크들과 경쟁하고 있으며, 생존과 미래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때"라며 "안팎의 어려움을 넘어 주주 및 이용자의 신뢰를 지켜내는 과정에 노사가 따로일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확실히 했다. 카카오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용자분들의 불편이 없도록 서비스 안정성을 지키는 일은 카카오의 중요한 책임"이라며 "필요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026-05-29 10: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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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두나무 지분 4% 취득…디지털자산 동맹 본격화
[경제일보] 삼성증권과 삼성SDS, 삼성카드가 국내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4%를 취득한다. 증권·IT서비스·카드 계열사가 함께 투자에 나선 만큼 단순 재무투자보다 토큰증권, 블록체인 인프라, 디지털 결제 생태계를 겨냥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는 28일 카카오 계열사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4.0%에 해당하는 주식 139만주를 총 6128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회사별 취득 지분은 삼성증권 2.0%, 삼성SDS 1.0%, 삼성카드 1.0%다. 이번 거래는 카카오의 두나무 지분 정리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을 하나은행과 한화투자증권 등에 매각하며 투자 회수에 나섰다. 카카오가 두나무 지분 처분을 통해 약 1조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이를 AI 생태계 확장과 미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통 금융사의 두나무 지분 확보 경쟁도 이미 가시화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부터 두나무 지분 3.90%를 약 5978억원에 추가 취득하기로 공시했고 인수 후 지분율은 9.84%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두나무 지분을 인수하며 전략적 파트너로 올라섰다. 삼성의 이번 투자는 계열사별 역할이 비교적 분명하다. 삼성증권은 토큰증권 발행·유통과 가상자산 서비스 등 디지털자산 전반에서 두나무와 협업할 수 있다. 이미 국내 증권업계는 토큰증권 제도화 이후 발행·유통 플랫폼 선점을 준비해 왔고 두나무는 비상장 주식 플랫폼과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 삼성SDS는 AI, 클라우드, 보안, 데이터 관리 역량에 두나무의 블록체인 운영 노하우를 결합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향후 금융권 대상 디지털자산 인프라, 블록체인 기반 인증·정산·수탁 시스템, 보안 솔루션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 삼성카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나 디지털자산 결제 인프라가 제도화될 경우 삼성금융 통합앱 ‘모니모’와 결제 생태계를 연결하는 접점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아직 제도 불확실성이 크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2단계 입법과 관련해 주요 내용이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국회 논의도 지연되면서 업계에서는 제도화 시점과 발행 주체, 준비자산 요건, 유통 규제 등이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나무 입장에서도 전통 금융·IT 대기업과의 자본 동맹은 의미가 있다. 두나무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346억원, 영업이익 8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5%, 영업이익은 78% 감소했다. 가상자산 거래량 둔화가 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친 만큼 거래 수수료 중심 구조를 넘어 결제, 수탁, 토큰증권, 기관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필요성이 커졌다. 해외 사례도 방향성을 보여준다. 미국 코인베이스는 거래 수수료 의존도를 낮추고 스테이블코인, 스테이킹, 결제 인프라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거래소가 단순 매매 중개를 넘어 디지털 금융 인프라 사업자로 진화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번 투자로 삼성은 디지털자산 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두나무는 삼성 계열사의 금융·IT·결제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를 얻었다. 실제 성과는 제도화 속도와 협업 모델의 구체성에 달려 있다. 토큰증권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기반 결제·정산 인프라가 열리면 이번 지분 투자는 삼성 금융 생태계와 두나무를 잇는 디지털자산 동맹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026-05-28 08: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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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포럼 2026, 김광석 연구실장 "반도체 초과세수 계속 이어가야"
[경제일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초과세수가 계속 달성되는 내년, 내후년을 맞이해야 한다” 27일 김광석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겸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본관에서 열린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 2026’에서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반도체 호황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이날 김 실장은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광석 실장은 최근 AI 메모리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수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출하량 증가보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확대는 시장 가격 상승 영향이 크다”며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현재 수준의 초과이익이 계속 유지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경쟁 심화도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그는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CXMT(창신메모리), 대만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미국 역시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반도체와 메모리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초격차 유지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들어서 그마저도 36%로 급증했다”며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품목이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세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방향도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김 실장은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크게 △재정 건전성을 위한 국가채무 상환 △양극화 완화를 위한 분배 △미래 산업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 등 세 가지 축으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그는 한국 재정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8년 연속 적자재정이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 재정운용계획’상 오는 2029년까지도 적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국가채무 역시 올해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실장은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해 재정 건전성을 조금 더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초과세수의 10~20%는 재정 건전성 확보와 국채 상환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 역시 외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와 AI 중심 산업 호황이 일부 대기업과 자산 보유층에 집중되면서 산업·자산·소득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5분위 고소득층은 소득 증가율이 5.9%로 치솟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절대적인 소득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며 “어려워지고 있는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하는 것도 고민의 대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가장 중요한 방향으로 미래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구조에 진입한 상황에서 노동 투입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생산성과 자본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AI 반도체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반도체 투자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인재 양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에서는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김 실장은 “기술 산업에서 미래에도 영업이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만 한다”며 “열매를 걷었다면 내일 농사를 위한, 내년 농사를 위한 씨앗은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과세수를 어떻게 써야 한다는 것에 정답은 없다”며 “대화합, 대타협의 과정을 거쳐 이 숙제(초과세수)를 해결하는 논리를 마련할 때”라고 전했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8 07: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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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포럼 2026, 삼성 반도체 초과이익 활용 공방…"미래 투자·사회 환류 함께 가야"
[경제일보]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과 초과세수가 동시에 확대되는 가운데 초과이익 배분 문제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단순 임금·성과급 갈등을 넘어 국가 지원과 사회적 기반 위에서 성장한 반도체 산업의 이익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환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재정 건전성과 미래 산업 투자, 사회적 환류 사이에서 새로운 분배 원칙과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경제일보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 2026’을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임금·성과급 갈등을 단순 노사 문제로 보지 않고 초과수익 분배와 미래 투자, 재정 운용 원칙 등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반도체 호황 국면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을 노동자와 주주, 미래 투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가 핵심 의제로 제시됐다. 조정식 국회의장 후보자는 축사를 통해 “유례없는 반도체 기업들의 초과수익에 대한 밀도 있는 사회적 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정책 간담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는 축하 메시지를 전해왔다. 양규현 경제일보 사장은 개회사에서 “기업이 기록적인 성과를 냈을 때 그 결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이제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노동의 기여와 자본의 책임, 미래 투자와 사회적 신뢰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 간 불신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오늘 간담회가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상생의 해법을 찾는 생산적 논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첫 발표를 맡은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초과세수 활용 방향을 ‘갚을까·나눌까·투자할까’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설명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은 초과세수를 단순 재정 여유가 아닌 ‘미래세대까지 이어지는 국가 전략 자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운영 이사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세수는 구조적으로 지속되는 고정 수입이 아니라 경기순환적 성격이 강한 자금”이라며 “일회성 현금 지원이나 단기 소비성 지출로 소진하기보다 미래 수익과 사회적 편익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처럼 단기 재정 지출로 흘려보낼 것인지, 노르웨이처럼 국부펀드로 축적할 것인지, 알래스카처럼 남기면서 국민과 나눌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다시 AI와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며 “청년과 소상공인 대상 금융 지원, 디지털 교육, 지역 혁신 펀드와 통합돌봄 체계 구축 등 사회 안전망 강화에도 함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산업 경쟁력과 사회 통합을 동시에 고려하는 구조적 국민환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윤 세무법인오늘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단순 임금·성과급 문제를 넘어 초과 이익 배분 구조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윤 대표는 “반도체 산업은 세제와 금융, 연구개발, 산업 인프라 등 국가적 지원과 사회적 기반 위에서 성장한 산업”이라며 “초과 이익 역시 기업 내부를 넘어 사회적 환류 관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와 노동, 주주 간 균형 있는 배분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며 초과 이익의 3분의 1은 사회적 환류, 3분의 1은 노동자 성과 보상, 나머지 3분의 1은 주주 배당에 활용하는 ‘1대1대1 구조’를 제안했다. 손 대표는 초과 세수를 단순 국채 상환에 우선 투입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는 “국가채무 비율만을 기준으로 접근하기보다 미래 산업 경쟁력과 국가 성장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자산 투자 관점이 필요하다”며 “미래 수익을 만들어내는 자산을 축적하는 것 역시 재정건전성의 중요한 축”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8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8 07: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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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삼성, 노사관계도 초격차가 필요하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는 파업을 멈췄다. 그러나 갈등을 끝낸 것은 아니다. 총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성과급 제도, 내부 형평성, 주주 반발, 정부 개입 가능성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았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을 앞두고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기준인상률 4.1%, 성과인상률 평균 2.1%,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복지 개선 등이 합의안의 주요 내용이다. 노조는 총파업을 유보하고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합의는 분명한 성과가 있다. 우선 생산 차질 우려를 줄였다. 반도체 공급망 불안을 완화했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극단적 충돌도 피했다. 노사는 법적 강제보다 자율교섭을 통해 접점을 찾았다. 하지만 합의의 내구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첫 번째 변수는 조합원 투표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파업 위기는 공식적으로 봉합된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삼성전자 노사관계는 다시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내부 형평성이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AI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반영한 조치다. 그러나 메모리와 파운드리, 반도체와 비반도체 사이의 실적 차이가 보상 격차로 이어질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 있다. 실제 이번 합의가 파업을 피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메모리 부문 직원과 일부 주주 사이의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세 번째 변수는 주주 반발이다. 삼성전자 일부 주주 그룹은 잠정합의안의 위법 가능성을 주장하며, 조합원 승인 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과급을 자사주 중심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현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주주가치와 이사회 권한, 주주 승인 필요성 논란을 동시에 불러올 수 있다. 삼성전자가 여기서 배워야 할 것은 분명하다. 노사관계는 더 이상 비용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인재 전략이고, 투자 전략이며, 지배구조의 문제다. AI 반도체 시대에는 기술 초격차만으로 부족하다. 핵심 인재를 지키는 보상 체계, 구성원이 납득하는 성과 배분 기준, 주주가 수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관리의 삼성’, ‘기술의 삼성’으로 불렸다. 이제는 ‘교섭의 삼성’이 되어야 한다. 무노조 경영의 시대가 끝난 뒤 삼성은 노조를 예외적 변수로 볼 것인지, 아니면 조직 내부의 위험 신호를 제도권 안에서 흡수하는 파트너로 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노조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의 핵심 기업이고, 반도체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노조의 요구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보상 요구는 가능하지만, 그 요구는 지속 가능한 원칙과 연결돼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정부에도 숙제를 남겼다. 긴급조정권은 법적으로 가능한 카드지만, 노동권을 제한하는 매우 무거운 수단이다.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이 공표되면 쟁의행위는 즉시 중지되고 30일간 재개할 수 없다. 이런 제도는 최후의 안전판이어야지,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협상 압박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결국 삼성전자 노사 사태의 본질은 초과이익의 배분이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을 직원 보상으로 돌릴 것인가, 미래 투자로 남길 것인가, 주주에게 환원할 것인가, 세수로 흡수해 국가 재정에 쓸 것인가의 문제다. 어느 하나만 정답이 될 수 없다. 균형이 필요하다. 정부의 올해 세입 전망도 이 문제를 뒷받침한다. 추경 과정에서 정부는 초과세수 25조2000억원을 전망했고, 법인세만 14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호황은 영원하지 않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초과 세수는 세수 결손으로 바뀔 수 있다. 기업의 초과이익도 마찬가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달라는 구호나 덜 주겠다는 방어가 아니다. 어디에 먼저 쓰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막은 합의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라며 “기술의 초격차를 말하는 기업이라면 노사관계에서도 초격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과를 낸 사람에게 합당하게 보상하되, 조직 전체가 납득할 기준을 세우는 것. 주주가치를 지키되,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는 것. 정부 개입 없이도 갈등을 제도 안에서 해결하는 것. 이것이 이번 사태 이후 삼성전자와 한국 경제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과 세수 활용 해법을 함께 모색한다. 임금과 성과급, 미래 투자,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한국 대표 기업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논의하고, 반도체 호황이 만든 세수를 단기 지출에 쓸 것인지, 국가채무와 재정준칙 복원에 활용할 것인지, 미래 성장 투자로 돌릴 것인지도 따져볼 예정이다.
2026-05-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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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권 위에 선 국가경제…반도체가 멈추면 정부가 움직인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 직전까지 치닫자 정부는 긴급조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파업은 잠정합의로 유보됐지만, 이번 사태는 국가 기간산업의 노사갈등에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남겼다. 긴급조정은 가벼운 제도가 아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규모와 성질이 특별해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긴급조정 결정이 공표되면 관계 당사자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며, 공표일부터 30일이 지나지 않으면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정부가 삼성전자 파업 위기에서 긴급조정 카드를 거론한 배경은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대기업이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메모리, HBM, 파운드리, 모바일, 디스플레이 생태계와 맞물려 있고, 협력업체와 수출, 금융시장, 세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7일 삼성전자 파업 위기와 관련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처음 시사했다. 정부는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과 노사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이는 삼성전자 파업이 개별 사업장 차원을 넘어 국가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긴급조정은 노동권 제한이라는 반대편의 문제를 동반한다.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행정권이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노사 자율 원칙과 노동3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만큼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에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노동권 제한을 쉽게 정당화돼서는 안되지만, 국가 기간산업의 파업이 공급망과 국민경제에 미칠 충격도 외면할 수 없다”며 “정부는 압박자가 아니라 중재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는 결과적으로 긴급조정 발동 없이 이뤄졌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의 막판 교섭에서 노사가 합의점을 찾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법적 강제보다 자율교섭이 우선돼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 셈이다. 하지만 ‘막판 타결’이 반복되는 구조는 위험하다. 파업 직전까지 가야 정부가 움직이고, 정부가 움직여야 노사가 접점을 찾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가 기간산업의 노사갈등은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삼성전자 사태가 보여준 것은 한국 경제의 이중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반도체 호황이 기업 실적과 국가 세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초과이익을 둘러싼 배분 갈등이 산업 현장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추경 과정에서 초과세수 25조2000억원, 법인세 증가분 14조8000억원을 전망한 것도 반도체 경기 개선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긴급조정 논란의 본질은 ‘파업을 막을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과 부담을 어떻게 나누고, 어떤 원칙으로 노사갈등을 관리할 것인가에 있다. 제도가 늦으면 갈등은 거리로 나오고, 정치가 늦으면 행정권의 강제 카드가 먼저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긴급조정 카드는 꺼내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노사 모두가 예측 가능한 교섭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도 사후 압박이 아니라 사전 조정의 역량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본지는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노사갈등을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또한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성과급 제도, 주주환원, 미래 투자 문제를 포함해 반도체 호황이 만든 초과 세수를 재정준칙 복원과 국가채무 관리, 미래 성장 투자에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한다.
2026-05-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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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이 갈라놓은 삼성의 속살
[경제일보] 성과급은 보상이다. 동시에 조직의 메시지다. 누구의 성과를 인정하고, 어떤 사업을 미래의 중심으로 볼 것인지 회사가 구성원에게 보내는 신호다.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가 내부 형평성 논란을 남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잠정합의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반도체 DS부문이다. 노사는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고, 사업성과의 10.5%를 별도 재원으로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특별성과급은 부문과 사업부 배분 구조를 거쳐 자사주 방식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메모리와 HBM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을 반영한 조치다. 메모리 부문은 글로벌 AI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 공급 경쟁에서 앞선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된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원칙만 놓고 보면 이번 합의는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하나의 사업부만으로 구성된 회사가 아니다.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DX, 네트워크, 생활가전, 모바일 등 다양한 사업부가 하나의 브랜드와 자본, 인력 시스템 아래 묶여 있다. 특정 부문의 성과급이 크게 높아질수록 다른 부문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파업을 피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비메모리 부문 직원과 주주 사이의 불만이 남아 있다”면서, “SK하이닉스와의 보상 비교,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이의 실적 차이, 자사주 지급 방식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논란의 여지가 커졌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단순하지 않다. 메모리 부문에 충분히 보상하지 않으면 핵심 인재 이탈을 막기 어렵다.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실적 책임 원칙이 흐려진다. 반대로 사업부별 성과 차이를 지나치게 크게 반영하면 조직 전체의 결속이 흔들릴 수 있다. 성과급은 숫자로 지급되지만, 구성원은 숫자만 보지 않는다. 기준의 공정성을 본다. 왜 이 사업부는 많이 받고, 왜 저 사업부는 적게 받는지 회사가 납득 가능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 보상은 격려가 아니라 분열의 언어가 된다. 이번 합의안에는 DX부문과 CSS사업팀에 상생협력 차원의 자사주 지급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한 보완 장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회성 보완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사업부별 성과급 산식, 공통 기여도 반영 기준, 적자 사업부 보상 원칙, 장기 인센티브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이 주느냐, 적게 주느냐’가 아니다. ‘왜 그렇게 주는지’를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보상 체계는 단순한 급여 제도가 아니라 인재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 인재를 지키려면, 성과급 체계도 글로벌 수준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 그 기준은 회사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반도체 호황은 기업 실적을 넘어 국가 세수 회복과도 맞물려 있다. 올해 추경 과정에서 정부는 초과세수 25조2000억원을 전망했고, 이 가운데 법인세 증가분을 14조8000억원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성과급 논란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의제로 확장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과이익은 직원 보상, 주주환원, 설비투자, 연구개발, 세수 확충이라는 여러 경로로 흘러간다.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면 다른 쪽의 불만과 비용이 커진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진짜 과제는 파업을 피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메모리와 파운드리, 반도체와 비반도체, 직원과 주주, 기업과 국가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과급은 그 출발점”이라며 “기준이 분명할 때 보상은 갈등이 아니라 경쟁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지는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내부의 성과급 갈등을 넘어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의 원칙을 논의하는 자리다. 임금과 성과급, 미래 투자,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한국의 대표 기업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집중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2026-05-2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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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파업의 밤을 넘겼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숙제는 이제 시작됐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은 아직 완결된 상태가 아니다. 노사는 총파업 직전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고, 노조는 5월 22일 오후부터 27일 오전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투표가 가결돼야 협상은 공식 타결된다. 당장의 파국은 피했다.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충돌도 일단 멈췄다. 하지만 안도의 박수를 치기에는 이르다. 이번 삼성전자 합의는 한 기업의 임금협상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한국 대기업 노사관계의 새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는 신호에 가깝다. 핵심은 분명하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다. 노동자가 성과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기업 이익은 기계와 자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구개발자의 밤샘, 생산라인의 긴장, 영업 현장의 압박, 실패를 견딘 조직의 시간이 쌓여 실적이 된다. 회사가 어려울 때 고통을 나눈 직원들이 호황기에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문제는 그 상식이 어느 순간 공식이 되는 데 있다.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 “순이익의 몇 퍼센트”라는 요구가 산업을 가리지 않고 번지는 흐름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삼성의 합의가 다른 기업 노조들에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달라”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런 조짐은 뚜렷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에 월 기본급 인상과 함께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담았다. LG유플러스 노조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카카오 노조는 성과급 규모와 보상 체계를 둘러싸고 파업 준비에 나섰고,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쟁점은 임금 인상률이 아니다. 기업 이익을 노동, 주주, 투자 사이에 어떤 원칙으로 배분할 것인가다. 여기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그러나 성과 배분이 미래 투자까지 잠식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오늘의 이익으로 내일의 공장을 짓는 산업이다. 자동차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인공지능 전환의 한복판에 있다. 통신은 AI 데이터센터와 보안 투자, 네트워크 고도화를 피할 수 없다. 조선과 방산도 호황이 왔다고 해서 불황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이들 산업에서 영업이익은 단순한 현금 보따리가 아니다. 다음 경쟁을 준비하는 종잣돈이다. 성과급을 주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은 더 투명하게 줘야 한다.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산식을 공개하고, 경영진 보상과 직원 보상의 기준을 같은 원칙 위에 올려야 한다. 회사가 “미래 투자”를 말하려면 어디에, 왜, 얼마나 필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불투명한 성과급 제도와 임원 중심 보상 체계를 그대로 둔 채 노동자에게만 절제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노조도 물어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의 성과 배분 요구가 한국 노동 전체의 정의와 맞닿아 있는가.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에게도 같은 기회가 열려 있는가. 대기업 내부의 몫만 커지고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면 그것은 노동의 승리라기보다 노동 내부 불평등의 확대일 수 있다. 삼성은 언제나 기준이었다. 임금도 기준이었고, 복지도 기준이었고, 성과급도 기준이었다. 삼성에서 만들어진 관행은 삼성 안에 머물지 않는다. 다른 기업 노조는 비교의 근거로 삼고, 다른 기업 경영진은 방어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서 이번 잠정 합의안은 삼성만의 문서가 아니다. 한국 기업사회 전체가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논어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이익을 부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익만 앞세워 의를 잃지 말라는 경계다. 노동도, 경영도, 주주도 이 말을 피해 갈 수 없다. 노동은 자신의 몫을 요구하되 기업의 내일을 보아야 한다. 경영은 투자를 말하되 직원의 기여를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주주는 배당과 주가만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 정부는 노사 자율을 존중하되,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성과 배분 경쟁이 노동시장 격차를 더 키우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고민해야 한다. 삼성이 파업을 피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한국 경제가 숙제를 푼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성과 배분을 정교한 원칙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기업마다 비율 경쟁을 벌이는 소모전으로 흘려보낼 것인가. 원칙 없는 보상 경쟁은 결국 모두를 지치게 한다. 기업도, 노동도,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단단한 기준이다. 삼성의 잠정 합의가 성과급 도미노의 면허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26-05-24 09: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