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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는 가리고 감사 땐 연다"…위메이드, 스테이블넷 월렛2 공개
[경제일보] 위메이드(대표이사 박관호)가 일반 이용자에게는 거래 상대방을 감추면서도 필요할 때 감독기관 등이 확인할 수 있는 프라이빗 송금 기술을 공개했다. 공개형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금융거래에 필요한 개인정보 보호를 동시에 확보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기업·기관 활용 기반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위메이드는 ‘스텔스 어드레스(Stealth Address)’ 기술을 적용한 ‘스테이블넷 월렛(StableNet Wallet) 버전 2’를 공개했다고 15일 밝혔다. 월렛은 안드로이드와 iOS, PC 크롬 확장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스테이블넷 홈페이지에서 체험을 신청한 이용자에게 제공된다. 다만 현재 스테이블넷은 테스트넷 단계다. 월렛에서 사용되는 자산도 실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테스트용 자산이다. 월렛2 공개는 상용 금융서비스 출시나 금융당국의 승인을 의미하기보다 제도화에 앞서 기술과 사용성을 검증하려는 행보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위메이드는 지난 1월 스테이블넷 테스트넷을 가동한 데 이어 2월 자동이체와 주소록, 알림 기능을 갖춘 첫 번째 테스트용 월렛을 공개했다. ◆ 거래마다 새 주소…‘누가 받았는지’ 연결 차단 스텔스 어드레스는 송금할 때마다 수취인을 위한 일회성 주소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동일한 기업이나 개인이 반복해서 돈을 받아도 공개된 블록체인 기록만으로 각 주소를 특정 수취인과 연결하기 어렵게 만든다. 자산을 움직이는 ‘지출키’와 거래를 식별하는 ‘열람키’를 분리하는 것도 특징이다. 수취인이 감사기관 등에 열람키를 제공하면 해당 기관은 관련 거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자산을 직접 이전할 수는 없다. 위메이드는 이를 활용해 일반 관찰자에게는 거래 관계를 감추고 권한을 부여받은 사업자나 감독기관에는 감사에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는 구조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ERC-5564 기술표준에 기반한다. 다만 스텔스 어드레스만으로 송금액과 발신자 등 모든 정보가 자동으로 비공개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 기능은 수취 주소와 실제 수취인의 연결 관계를 끊는 데 있다. 이더리움 기술 문서도 자금 이동 시점과 후속 거래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관계가 드러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메이드가 월렛2에서 주소 외 거래정보를 어느 범위까지 가리는지는 추가 기술 공개가 필요한 부분이다. ◆ 기업 급여·기관 송금 겨냥…프라이버시가 확산 열쇠 위메이드가 프라이버시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기업·기관 시장이 있다. 공개형 블록체인에서 하나의 지갑 주소를 반복해 사용하면 거래 내역과 잔액, 자금 흐름이 외부에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 임직원 급여나 기업 간 정산에 적용할 경우 개인별 보수와 거래 규모, 협력 관계까지 노출될 우려가 있다. 반대로 거래를 완전히 익명화하면 고객확인과 자금세탁방지, 제재 대상자 차단 등 금융 규제와 충돌한다. 위메이드가 택한 해법은 평상시에는 거래 관계를 보호하되 필요할 때 지정된 주체가 확인하는 ‘선택적 투명성’이다. 기업 급여 지급과 기관 간 대량 송금이 대표적인 적용 대상으로 제시됐다. 월렛의 사용성을 시중은행 앱 수준으로 단순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용 블록체인 서비스가 확산하려면 이용자가 복잡한 지갑 주소와 개인키, 네트워크 수수료를 직접 이해하지 않아도 돼야 한다. 다만 현재 공개된 것은 적용 가능성으로, 실제 급여 지급 기업이나 금융기관 고객, 처리 규모는 제시되지 않았다. ◆ ‘규제 친화’는 설계 방향…상용화는 별도 과제 정부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인가와 준비자산, 상환청구권 등을 규율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발행 주체와 감독 구조를 비롯한 핵심 제도는 아직 입법 과정에 있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이전·보관 등을 영업으로 제공할 경우 사업 형태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지난달 [미신고 사업자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거래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스테이블넷 월렛2의 상용화는 기술 구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열람키를 누가 발급·보관할지 △감독기관이 어떤 절차로 정보에 접근할지 △열람 기록과 권한 회수를 어떻게 관리할지 △고객확인·이상거래탐지·자산동결 기능을 금융기관 시스템과 어떻게 연동할지가 핵심 과제다. 열람키가 유출되거나 남용될 경우 보호하려던 거래 관계가 한꺼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도 관리해야 한다. 김석환 위메이드 부사장은 “스테이블넷 월렛 버전 2 공개는 추상적인 주장에 그치지 않고 대중이 사용 가능한 ‘실제 동작하는 앱’을 통해 금융 혁신을 실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프라이버시 보호와 규제를 모두 충족하는 월렛 인프라를 바탕으로 실제 금융 시나리오에 적용 가능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2026-07-15 17: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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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빗은 통과, 두나무는 왜 멈췄나…'금가융합' 첫 문 열렸지만 셈법 달랐다
[경제일보] 과거 17년 말 금융과 가상자산을 분리한 이른바 ‘금가분리’ 기조 이후 처음으로 금융그룹 계열사의 가상자산거래소 인수가 공정거래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미래에셋그룹은 코빗을 품으며 전통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연결할 교두보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번 승인을 금융회사의 가상자산업 진출이 전면 허용됐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공정위가 결합을 승인한 결정적 배경에는 코빗의 낮은 시장점유율이 있었다. 반대로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와 대형 플랫폼의 결합인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심사는 장기화하고 있다. 가상자산 기업이 포함됐다는 공통점보다 결합 이후 시장을 움직일 힘이 얼마나 커지는지가 심사 속도를 가른 셈이다. 공정위는 지난 9일 미래에셋컨설팅이 코빗 지분 92.06%를 약 1334억원에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호텔업을 주력으로 하는 비금융 계열사지만 그룹 내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두고 있어 증권·자산운용업과 가상자산거래소 간 혼합결합으로 심사받았다. ◆ 금가분리 9년 만의 변화…공정위가 코빗을 허용한 이유 공정위는 미래에셋 금융 계열사와 코빗이 결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쟁 제한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향후 주식과 가상자산을 한곳에서 거래하는 통합 플랫폼이 등장할 때 경쟁 증권사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는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허용될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코빗을 활용해 경쟁사보다 유리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이 검토 대상이었다. 결론은 ‘경쟁 제한 가능성이 크지 않다’였다. 코빗의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량 기준 점유율이 약 0.5%에 불과하고 거래소 경쟁을 좌우하는 유동성도 시장 판도를 바꿀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미래에셋이 코빗을 인수하더라도 당장 다른 거래소나 금융회사를 배제할 힘을 갖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을 금융그룹 계열사가 가상자산거래소를 인수한 첫 사례로 규정했다. 디지털금융 시장의 재편과 서비스 혁신을 통해 디지털자산 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업계가 이번 승인을 금가융합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금가분리는 2017년 말 가상자산 투기 과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금융회사가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하거나 관련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데 보수적인 원칙이 적용됐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와 스테이블코인, 커스터디, 실물연계자산(RWA) 제도화가 진행되면서 국내 금융회사의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금융당국도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고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 심사와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이번 승인은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나온 상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다만 공정위의 승인은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한 결과다. 금융회사의 가상자산업 직접 진출을 전면 허용하거나 금가분리 원칙을 공식 폐기한 결정은 아니다.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 적격성과 금융 계열사 간 정보 공유, 이해상충 방지 등 금융당국의 별도 규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 네이버·두나무는 다른 문제…플랫폼과 데이터까지 본다 시장 관심은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결합으로 옮겨가고 있다. 양사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 인허가가 길어지면서 주주총회와 거래 종결 일정을 두 차례 연기했다. 당초 6월 말로 예정됐던 거래 종결 시점은 12월 말까지 밀렸다. 두 결합의 가장 큰 차이는 시장 지위다. 공정위 제출자료를 기준으로 국내 원화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점유율은 업비트 69%, 빗썸 28%, 코인원 2%, 코빗 0.5%, 고팍스 0.1% 수준이다. 코빗은 인수 이후에도 시장을 좌우하기 어렵지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이미 압도적인 1위 사업자다. 네이버의 영향력도 증권사 투자 플랫폼과는 성격이 다르다. 네이버는 검색과 커머스, 콘텐츠, 광고, 간편결제를 일상적으로 연결하는 대형 플랫폼이다. 두나무와 결합하면 네이버페이의 결제 기반과 이용자 데이터, 업비트의 가상자산 거래 데이터가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심사 범위도 거래소 간 점유율 비교를 넘어설 수밖에 없다. 네이버가 검색·쇼핑·콘텐츠 이용자를 업비트로 유도하거나 두나무의 거래 정보를 네이버 금융 서비스에 활용할 가능성, 비상장주식과 스테이블코인 사업에서 경쟁사를 배제할 가능성, 결제와 투자 서비스를 묶어 이용자를 특정 플랫폼에 고착시키는 효과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빗과 두나무의 시장 지위가 크게 다른 만큼 두 기업결합을 동일한 잣대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코빗은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않아 인수 이후 시장 구도를 단기간에 바꿀 가능성이 작다. 반면 두나무는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시장의 과반을 차지한 1위 사업자다. 여기에 네이버의 이용자 기반과 플랫폼 영향력이 더해질 경우 데이터와 고객 유입 경로가 특정 생태계에 집중될 가능성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코빗 인수 승인이 네이버·두나무 결합에 그대로 적용될 선례가 되기는 어렵다. 미래에셋·코빗 심사의 핵심이 금융회사와 중소형 거래소의 결합에 따른 경쟁사 배제 가능성이었다면, 네이버·두나무 심사에서는 대형 플랫폼과 1위 거래소의 결합이 결제·투자 서비스 경쟁과 이용자 선택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더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다. ◆ 거래소 인수는 출발점…법인 ‘온보딩’이 진짜 승부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미래에셋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코빗을 인수했다고 해서 업비트·빗썸 중심의 시장 구도가 곧바로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개인 투자자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면 수수료 인하와 신규 고객 보상, 거래 종목 확대 등 상당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다. 미래에셋이 노릴 수 있는 차별화 지점은 법인·기관 고객이다. 법인은 개인처럼 계좌를 개설하고 곧바로 가상자산을 거래하지 않는다. 투자 필요성과 적합성 검토, 이사회 등 내부 승인, 투자 한도 설정, 자금 집행 권한, 자산 보관, 가격 산정, 손익 인식, 회계·세무 처리까지 여러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거래소의 주문 체결 기능보다 제도권 금융 수준의 위험관리가 중요해진다. 법인이 투자 대상을 내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리서치와 위험 안내, 감사·보고에 활용할 거래 데이터, 월렛 키와 출금 권한을 통제하는 보안 체계, 사고 발생 시 책임과 보상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리서치와 자산관리, 투자자 보호, 내부통제 경험을 갖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상품 설계와 운용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코빗이 거래·보관 인프라를 맡고 금융 계열사의 역량을 결합한다면 법인 고객을 위한 리서치와 커스터디, 운용지원 플랫폼으로 확장할 여지가 있다. 금융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기회다. 법인 참여가 본격화하면 거래소 경쟁 기준은 개인 고객 수와 수수료율에서 보관·보안·내부통제·사후관리 역량으로 이동할 수 있다. 시장점유율이 낮은 코빗이 개인 거래량 경쟁을 넘어 기관형 디지털자산 인프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법인 시장이 곧바로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가상자산의 회계·세무 처리와 투자 한도, 내부통제 기준이 더 구체화돼야 한다. 금융 계열사와 거래소 사이의 고객정보 공유 및 이해상충 방지 원칙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RWA, 커스터디 사업 역시 관련 법률의 내용에 따라 사업 범위와 수익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2026-07-12 13: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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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맡길 수 있나"…美, K-조선에 첫 정보요청
[경제일보] 미국 정부가 한국 조선사에 함정 건조·설계 역량을 묻는 정보요청(RFI·Request for Information)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논의가 투자 구상 단계를 넘어 미 국방부와 해군의 실무 검토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 국방부와 해군은 최근 국내 조선사들에 각각 전투함과 중형급 급유함 관련 RFI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조선협력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미국 측이 RFI 형식으로 국내 조선소의 함정 역량을 공식 타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번 RFI는 최근 한미 정상 간 대화가 공개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정상 차원의 관심 표명이 미 국방부와 해군의 실무 검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RFI는 발주가 확정된 입찰 절차는 아니다. 미 연방조달규정(FAR)에 따르면 RFI는 정부가 당장 계약을 체결하려는 단계가 아니라 가격, 납기, 시장 정보, 수행 역량 등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 절차다. 다만 미국 정부가 어떤 업체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는지 공식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국내 특수선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달 각사의 전투함 설계·건조 역량을 미 국방부에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해군의 중형급 급유함 RFI에는 두 회사에 삼성중공업까지 더해 국내 조선 3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절차가 주목받는 것은 한미 조선협력의 무게중심이 상선과 유지·보수·정비(MRO)를 넘어 함정 건조 가능성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헌팅턴 잉걸스와, 삼성중공업은 제너럴다이내믹스 나스코와 각각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조선업의 생산성과 납기 경쟁력이 필요하다. 미 회계감사원(GAO)은 미 해군 함정 건조 사업이 장기간 예산 초과와 일정 지연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예산국(CBO)도 해군과 해안경비대의 여러 조선 프로그램이 비용 증가와 납기 지연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해군력 확대에 대응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동맹 조선소 활용 방안을 검토할 유인이 커진 셈이다. 다만 실제 수주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국법 10 U.S.C. §8679는 미군 함정과 선체·상부구조물의 주요 구성품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안보상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예외를 허용할 수 있지만, 의회 통보 등 절차가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미국 함정 협력이 당장 국내 조선소의 완성함 건조로 이어지기보다 MRO와 생산기술 협력부터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 해군 MRO는 본토로 복귀하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개된 7함대 함정을 한반도 인근에서 정비하는 개념”이라며 “한국 조선소가 일정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조선업은 인력 부족 문제가 큰 만큼 한국의 자동화 설비와 로봇 기반 생산기술이 현지 조선소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조선소의 건조 슬롯도 한정돼 있어 미국 물량을 모두 한국에서 지어주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대미 투자 패키지 가운데 1500억 달러를 조선 협력에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마스가 프로젝트에는 미국 조선소 신설·현대화, 조선 인력 양성, 미 해군 MRO, 공동 건조 등이 포함된다. 이번 RFI는 이 같은 협력 구상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대미 투자 패키지 가운데 1500억 달러를 조선 협력에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마스가 프로젝트에는 미국 조선소 신설·현대화, 조선 인력 양성, 미 해군 MRO, 공동 건조 등이 포함된다. 이번 RFI는 이 같은 협력 구상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6-07-08 17: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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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인프라 실적 쌓는 대우건설…알포 연결도로 최종 준공
[경제일보] 대우건설이 이라크 알포 신항과 움카스르를 잇는 연결도로 공사를 최종 마무리하며 중동 인프라 시장에서 수행 실적을 다시 쌓았다. 세계 최장 방파제와 침매터널, 항만 공사에 이어 핵심 물류축인 도로까지 준공하면서 알포 신항 개발사업의 주요 파트너 입지를 굳히는 모습이다. 최근 중동 재건시장 대응을 위한 전담조직까지 꾸린 만큼 이라크 실적을 바탕으로 중동 시장 확대에 나설지 주목된다. 대우건설은 이라크 남부 알포 신항과 움카스르를 연결하는 총연장 62㎞ 규모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마치고 발주처인 이라크 항만청으로부터 최종 준공승인서를 받았다고 8일 밝혔다. 이 사업은 총공사비 4억4000만달러 규모의 설계·시공 일괄 프로젝트로 대우건설이 단독 수행했다. 공사는 2021년 8월 시작해 지난해 5월까지 45개월간 진행됐다. 이후 하자보수기간을 거쳐 최종 준공 절차까지 마쳤다. 연결도로는 왕복 4차선 고속도로와 교량 2곳, 인터체인지 1곳, 회전교차로 3곳으로 구성됐다. 이번 도로는 단순한 항만 진입로가 아니다. 알포 신항과 움카스르를 연결하는 핵심 물류축이자 이라크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전략사업 ‘Development Road’의 첫 구간이다. 특히 향후 터키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국제 물류망과 맞물려 이라크를 중동·유럽 물류 거점으로 키우는 기반시설로 평가된다. 시공 과정에서는 전체 구간 대부분이 평균 20m 두께의 연약지반 위에 놓여 있어 부등침하 관리가 핵심이었다. 대우건설은 연약지반에 맞춘 공법과 정밀 계측 시스템, 실측 자료 기반의 역해석 기술을 적용해 지반 안정성을 확보했다. 철도와 고속도로를 횡단하는 교량 구간에는 50m 장경간 PSC 거더를 적용했고 도로 포장에는 대형 화물차 반복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고성능 포장 구조를 도입했다. 사업 중 외부 변수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인근 국가 무력 충돌로 인한 물류 지연, 국경 이동 제한 등이 이어졌다. 이에 회사는 주요 자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적치장을 확대하는 한편 해외 기능 인력과 자체 장비를 투입해 공정 차질을 줄였다. 핵심 공정을 직영으로 수행해 품질과 공기를 함께 관리한 점도 준공의 배경으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2014년 세계 최장 규모인 알포 방파제 공사를 시작으로 컨테이너터미널 안벽·준설매립공사, 연결도로, 침매터널 등 총 9건, 약 37억8000만달러 규모 공사를 수행했다. 현지 발주처와의 장기 협력 관계가 후속 수주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이번 준공은 중동 인프라 시장에서 대우건설의 수행 이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알포 신항 개발사업에서 주요 공정을 연이어 마무리한 경험히 향후 중동 재건·개발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중동 지역 재건·개발 투자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재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해외영업을 총괄하는 글로벌인프라본부를 중심으로 플랜트·토목·건축 등 각 사업본부의 해외 개발사업과 수주 기능을 연계하는 협의체 형태로 운영된다. 회사는 TF를 통해 중동 피해 지역의 인프라 복구사업을 우선 검토하고 중장기적으로 이란 시장 재진출 가능성도 살필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국내 건설사들과 ‘팀 코리아’ 방식의 공동 진출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공기, 품질, 안전을 모두 만족시킨 대표적 해외 인프라 성공 사례”라며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라크는 물론 중동 지역 대형 인프라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7-08 10: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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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60조 캐나다 잠수함서 고배
[경제일보] 한화오션이 최대 60조원 규모로 거론된 캐나다 차세대잠수함도입사업(CPSP)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에 밀렸다. 기술과 납기 경쟁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나토 동맹과 북극 안보, 캐나다 내 산업 효과가 최종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 현지시간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TKMS를 캐나다 해군 차세대 잠수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총리실은 이번 사업이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최대 12척의 현대식 잠수함을 도입하는 캐나다 역사상 최대 방위 조달 사업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완전히 탈락한 것은 아니다. 캐나다 정부는 TKMS와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한화오션을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해 협상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카니 총리도 TKMS와 한화오션 모두 캐나다 해군의 요구 조건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수주전이 막판까지 경쟁 구도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캐나다가 TKMS를 택한 핵심 배경은 나토 상호운용성이다. TKMS의 212CD 잠수함은 독일과 노르웨이가 함께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캐나다 총리실은 이 잠수함이 북극 작전과 해저 감시, 특수부대 투입이 가능하고 나토와 완전한 상호운용성을 갖췄다고 밝혔다. 러시아 위협과 북극 해역 방어가 커지는 상황에서 캐나다는 동맹 체계 안에서 검증된 플랫폼을 택한 셈이다. 납기도 중요했다. 캐나다 정부는 TKMS와 계약을 2027년 말까지 마무리하고 첫 4척을 2034년에 앞당겨 인도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KSS-III 기반 잠수함과 빠른 건조 역량을 앞세워 공세를 펼쳤지만, 독일·노르웨이 기존 발주 물량과 연계한 조기 인도 제안이 캐나다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평가 기준이었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사업이 자국 공급망 투자와 고임금 일자리, 방위산업 역량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안보와 경제안보가 함께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한화오션도 캐나다 내 산업협력과 경제적 기회를 제시했지만 캐나다는 나토 플랫폼과 자국 산업전략의 결합을 더 높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과다. 한화오션은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을 기반으로 빠른 납기와 기술력을 강조했고, 정부와 군도 현지 홍보와 외교 지원에 나섰다. 캐나다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과 이 사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점도 한국 정부가 막판까지 총력전을 펼쳤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결과가 한국 방산의 경쟁력 약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캐나다 정부가 한화오션을 예비 공급자로 남긴 것은 기술적 적합성 자체를 인정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초대형 방산 조달에서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동맹 구조, 현지 산업기여, 장기 유지·보수, 정치적 신뢰가 모두 묶여야 최종 수주로 이어진다. 한편 한화오션의 고배는 K-방산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를 보여준다.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은 강점이지만 나토권 대형 조달에서는 동맹 네트워크와 현지 산업 생태계 편입 전략이 더 중요해진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끝났지만 교훈은 남았다. 한국 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주계약자로 서려면 좋은 무기만이 아니라 상대국 안보전략 안에 들어가는 파트너십을 팔아야 한다.
2026-07-07 07: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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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서비스 팔고 로봇 내보내고…여름 항공권은 낮췄다
[경제일보] 중국 경제에서 수출의 내용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처럼 공산품만 대량으로 내보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식재산권과 문화 콘텐츠, 여행 같은 서비스 수출이 늘고 있고, 공장 자동화에 쓰이는 산업용 로봇도 해외 시장으로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항공 운임 부담이 낮아지면서 여행 수요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서비스 수출이 무역수지 끌어올려 6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비스무역 규모는 3조994억8000만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했다. 수출은 1조2304억6000만위안으로 15.9% 늘었지만, 수입은 1조8690억2000만위안으로 0.4% 증가에 그쳤다. 서비스무역 적자는 6385억6000만위안으로 1년 전보다 1607억2000만위안 줄었다. 수입이 크게 줄었다기보다 수출이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 지식집약형 서비스는 전체 서비스무역의 44.2%를 차지했다. 지식재산권 사용료와 개인 문화·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수출 증가율이 높았다. 여행 서비스 수출도 31.3% 늘었다. 중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방문객 증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서비스무역 적자 축소를 중국 서비스산업의 전면적 변화로 볼 단계는 아니다. 서비스무역은 환율, 해외여행, 운송 수요에 따라 수치가 크게 움직인다. 그럼에도 콘텐츠와 기술, 지식재산권 사용료가 수출 항목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 로봇 수출, 완제품 판매 넘어 공장 설계로 산업용 로봇 수출도 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산업용 로봇 수출은 8만6597대로 전년 동기보다 39.5% 증가했다. 5월 한 달 수출은 2만90대로 51.2% 늘었다. 중국 로봇 기업들은 로봇 한 대를 납품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생산라인 설계, 자동화 설비 구축, 소프트웨어 연결, 유지·보수까지 묶어 공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로봇 가격보다 설치 이후가 더 중요하다. 기존 설비와 연결되지 않으면 생산성이 오르지 않고, 고장이 났을 때 현장 대응이 늦으면 공장 전체가 멈출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자동화 설비와 운영 서비스를 함께 내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다. 가격 경쟁력과 부품 조달 능력은 중국 기업의 강점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전자제품 생산 현장에서 쌓은 자동화 경험도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밀 감속기와 고성능 제어장치, 센서, 반도체 등 핵심 부품에서는 일본·유럽·미국 기업이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 해외 서비스망과 브랜드 신뢰도도 중국 업체들이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수출 물량이 늘었다고 해서 장기 경쟁력까지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 유류할증료 인하, 7월 초 항공권도 하락 중국 국내 여행시장에서는 항공료 부담이 낮아졌다. 중국 항공사들은 7월 5일부터 국내선 유류할증료를 내렸다. 800㎞ 이하 노선은 1인당 50위안, 800㎞ 초과 노선은 100위안으로 조정됐다. 직전보다 각각 30위안, 50위안 낮아진 수준이다. 항공권 가격은 유류할증료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항공사 증편 규모와 예약률, 휴가철 수요, 노선별 경쟁 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유류할증료 인하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여행비를 낮추는 요인이다. 7월 상순에는 항공사 공급 확대와 휴가 수요의 시차가 겹치면서 일부 노선에서 정상 운임의 10~30% 수준 항공권도 나왔다. 베이징~항저우 노선은 항공권과 공항시설 사용료, 유류할증료를 합친 가격이 고속철도 2등석보다 낮게 형성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 흐름이 휴가철 내내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학교 방학과 직장인 휴가가 본격화되는 7월 중순 이후에는 인기 관광지와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임이 다시 오를 수 있다. 유류할증료 인하가 여행 수요를 자극할 수는 있어도, 여름 성수기의 가격 상승을 모두 막기는 어렵다. ◆ 수출은 바깥으로, 소비는 안에서 최근 중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비스 수출과 산업용 로봇 수출은 늘고 있지만, 내수 소비는 업종별 차이가 크다. 항공료 인하는 여행 수요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가계의 전반적 소비심리 회복을 뜻하지는 않는다. 중국이 기대를 거는 분야는 서비스 수출과 제조업 고도화, 국내 여행 수요다. 서비스에서는 기술과 콘텐츠를 수출하고, 제조업에서는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앞세우며, 내수에서는 여행과 생활 소비의 부담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와 로봇 수출의 증가는 중국 경제가 단순 조립·가공 수출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수출 증가가 기업의 이익과 고용, 가계 소득으로 이어져야 내수 회복에도 힘이 붙을 수 있다. 항공권이 싸졌다는 소식만으로 소비가 되살아났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2026-07-06 18: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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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쿠팡 주식 거래…美 정·관계 전방위 연결 주목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운용사를 통해 쿠팡 주식을 거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쿠팡을 둘러싼 미국 정치권과의 연결고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이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확대해온 가운데 통상·외교 핵심 인사들의 자문 이력까지 드러나면서 향후 한미 통상 현안에서도 쿠팡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측은 투자 결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5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윤리청(OGE)이 최근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신고 자료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쿠팡 주식을 모두 18차례 매수·매도한 내역이 포함됐다. 거래는 대통령이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외부 운용사가 관리하는 투자계좌를 통해 이뤄졌다. 공개된 신고서는 정확한 거래금액 대신 일정 금액 구간만 기재한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보유한 쿠팡 주식은 최대 13만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체 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비중은 크지 않지만, 최근 쿠팡이 한미 통상 현안의 중심에 선 상황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투자계좌 운용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실제 거래도 외부 운용사가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미국 행정부가 쿠팡 관련 사안을 직접 거론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쿠팡 주식이 포함된 점을 두고 이해충돌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거래 시점이 쿠팡을 둘러싼 한미 갈등 국면과 일부 겹친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 쿠팡 관련 국회 논의가 이어졌고, 올해 들어서는 미국 정치권이 한국 정부의 쿠팡 규제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쿠팡 문제를 포함한 한국의 미국 기업 규제와 관련한 조사와 보고서를 잇달아 내놨다. 쿠팡과 미국 행정부 핵심 인사들의 과거 업무 관계도 확인됐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로펌 킹앤드스폴딩 파트너로 재직하던 2024년 쿠팡으로부터 강연·자문 사례금 1만달러를 받은 사실을 재산신고서에 기재했다. USTR은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받는 차별이나 비관세장벽 문제를 다루는 핵심 통상 부처다. 엘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도 취임 전 컨설팅 회사 재직 당시 쿠팡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은 것으로 신고했다. 후커 차관은 SK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에도 같은 형태의 자문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이력만으로 현재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통상과 외교를 담당하는 핵심 인사들이 과거 쿠팡과 업무 관계를 맺었던 사실이 공개되면서 국내에서는 미국 정부의 쿠팡 관련 대응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배경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미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1일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공개하며 쿠팡 사례를 비중 있게 다뤘다. 이어 백악관도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통상 현안으로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한국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와 소비자 보호 등 국내 법령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측이 기업의 입장을 중심으로 사안을 해석하고 있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통상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규제 취지와 법 집행 배경을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대미 네트워크가 단기간에 구축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도 주목한다. 쿠팡은 미국 연방 로비공개법에 따라 올해 1분기 약 109만달러(약 17억원)를 로비 자금으로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로비 대상에는 의회뿐 아니라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농무부, 중소기업청 등 주요 정부 기관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것은 일반적인 통상 전략으로 볼 수 있지만, 향후 쿠팡을 둘러싼 논란이 한미 통상 협상과 별개 사안으로 보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한다. 정부와 국회 역시 법적 근거와 규제 목적을 보다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대미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6-07-05 13: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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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을 겨눈 하청 파업…플랜트 현장서 시작된 노란봉투법의 첫 충돌
[경제일보] 정유공장과 석유화학단지, 제철소, 발전소, 반도체 플랜트 현장에서 배관·용접·전기 공정을 맡는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예고했다. 임금을 지급하는 하청업체가 아니라 발주와 공정, 안전관리의 큰 틀을 쥔 원청기업을 교섭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1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8월 총파업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전국 8개 지역에서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79.2%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달 15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맞춘 상경투쟁을 거쳐 8월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포스코·에쓰오일·고려아연·SK에너지 등 발주사와 SK에코플랜트, 현대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삼성물산 등 종합건설사다. 노조는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과 근로조건은 하청업체만의 판단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며,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원청이 직접 교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안이 주목받는 까닭은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 때문이다. 개정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았더라도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그 범위에서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했다. 노동쟁의 대상도 임금과 근로시간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넓어졌다. 그동안 플랜트 현장에서는 원청이 안전 기준과 공정, 출입 절차, 작업 일정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임금과 고용은 하청업체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직접 교섭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노란봉투법은 이 분리를 다시 따져 보겠다는 법이다. 원청이 실제로 통제하는 분야가 있다면 그 문제에 관해서는 교섭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노동위원회의 초기 판단도 노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이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영역이 있다는 취지다. 다만 SK에코플랜트 사건에서는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어느 노동조합과 어떤 단위로 교섭할지는 별도 쟁점이라는 뜻이다. 여기서부터 현장의 갈등은 더 복잡해진다. 사용자성 인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법도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사용자성을 인정한다. 현장 안전수칙, 작업 허가, 공정 변경, 인력 투입 기준처럼 원청의 권한이 뚜렷한 사안과 개별 하청업체의 임금 체계, 인사권, 고용계약을 어디까지 나눌지가 첫 교섭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파업의 적법성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조합원 찬반투표는 쟁의행위 절차의 한 단계일 뿐이다. 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을 신청하고, 교섭을 거부하는 원청을 상대로 소송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파업이 이뤄질 경우 원청별 사용자성, 교섭 요구의 범위, 조정 절차 준수, 쟁의행위 대상이 된 요구사항을 놓고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플랜트노조가 안전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조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플랜트산업 10대 원청사 현장에서 최소 7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원청에 법이 적용된 사례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 수치는 노조 집계이지만, 플랜트 현장에서 안전 책임이 하청업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문제 제기는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플랜트 공사는 여러 공종이 맞물려 돌아간다. 배관 작업이 늦어지면 용접과 검사, 시운전 일정도 함께 밀릴 수 있다. 정유·석유화학 설비의 정기 보수나 증설 공사,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처럼 공정 간 연결이 촘촘한 현장일수록 타격이 클 수 있다. 다만 총파업 예고만으로 공장 가동 중단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파업 참여 규모, 대상 공종, 해당 현장이 신설 공사인지 정기 보수인지에 따라 실제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건설업계는 원청의 법정 안전관리 의무를 곧바로 사용자성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한건설협회는 원청이 노조와 교섭해 추가 비용이나 작업 방식 변경을 수용할 경우 그 부담이 전문건설업체에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청과 노조가 합의한 내용이 실제 고용주인 하청업체의 계약·인사 운영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주장은 원청이 교섭에서 빠져야 한다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원청의 지시와 공정 압박, 계약 단가가 하청 노동자의 작업 여건에 영향을 준다면 그 책임을 하청업체에만 남겨두기도 어렵다. 반대로 원청이 모든 하청 노동자의 임금·인사 문제까지 떠안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면 현장 운영은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안전과 공정, 임금과 고용, 비용 부담을 각 사안별로 가르는 교섭 틀이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의 성패는 파업 규모보다 첫 교섭의 내용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원청이 책임져야 할 안전·공정 의제와 하청업체가 맡아야 할 고용·임금 의제를 구분하지 못하면, 교섭은 시작부터 책임 떠넘기기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 반대로 현장에서 실제 권한을 가진 주체가 안전과 작업 여건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다단계 하도급 아래 가려져 있던 책임의 빈틈을 줄일 계기가 될 수 있다. 플랜트노조의 8월 파업 예고는 노란봉투법이 조문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현장으로 들어온 첫 장면이다. 원청과 하청, 발주사와 시공사, 노동조합과 전문건설업체가 어느 선까지 책임을 나눌지에 따라 정유·석유화학·제철·반도체 건설 현장의 노사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교섭 자체를 미루는 일도, 원청 책임을 무한정 넓히는 일도 아니다. 각 현장에서 누가 실제로 무엇을 결정하는지부터 따져, 책임과 비용이 맞물린 협상 틀을 만드는 일이다.
2026-07-01 16:0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