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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은 쉼터가 아니다…폭염 속 노숙인은 어디로 가나
[경제일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폭염을 피해 공항에 머무는 노숙인들에게 퇴거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항은 하루 수십만명이 오가는 국가 주요시설인 만큼 이용객의 안전과 편의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공항 밖으로 내보내는 것만으로 노숙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퇴거 이후 이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없다면 문제는 장소만 바꾼 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30일 공항 내 노숙인들의 물품에 퇴거명령서를 부착했다. 명령서에는 공항시설법에 따라 여객터미널 내 노숙을 중단하고 즉시 퇴거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과 함께 불응할 경우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냉방시설이 갖춰진 인천공항을 찾는 노숙인은 평소보다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제1·2여객터미널을 합쳐 평소 수십명 수준이던 인원은 많을 때 200여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항공사의 고민에도 이유는 있다. 인천공항은 노숙인을 위한 보호시설이 아니라 국내외 여행객이 이용하는 공항이다. 지난 2일에는 하루 이용객이 24만7200명을 기록하며 개항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부 노숙인이 여객용 의자를 장시간 점유하거나 주변에 짐을 쌓아두고 소란을 피우는 등의 일이 발생한다면 공항공사로서는 이를 방치하기 어렵다. 이용객의 불편을 줄이고 공항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공항공사가 해야 할 일이다. 공항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고려하면 노숙 행위를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하는 것 역시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공항에서 노숙인을 내보냈다고 해서 이들의 주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냉방시설을 찾아 공항으로 들어온 이들을 폭염 속 거리로 다시 내보낸다면 노숙인의 위치가 공항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질 뿐이다. 공항의 문제는 잠시 줄어들 수 있어도 우리 사회의 노숙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더욱이 퇴거 이후 이들을 받아줄 공공 지원체계가 충분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은 인천에 노숙인복지법에 따른 노숙인종합지원센터와 노숙인일시보호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고 인천공항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거리 상담도 월 2회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항을 노숙인 보호시설처럼 운영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공항에서 내보내는 것으로 공공의 역할이 끝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공항공사가 시설의 질서를 관리한다면 지자체와 복지기관은 그 과정에서 거리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주거·복지·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 특히 폭염은 노숙인과 같은 주거 취약계층에게 단순히 불편한 날씨가 아니다. 냉방시설이나 안정적으로 머물 공간이 없는 사람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될 수 있다. 폭염이 심해질 때마다 냉방이 가능한 공공시설로 사람들이 몰리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이들을 내보낼 방법보다 안전하게 머물거나 필요한 지원을 받을 방법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인천공항 노숙인 문제를 공항공사와 노숙인 사이의 갈등으로만 바라봐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공항공사에 노숙인을 계속 수용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용객 불편을 이유로 노숙인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도 근본적인 답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공항의 질서 관리와 지자체의 복지 지원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체계다. 퇴거가 필요하다면 그 다음에는 이들이 어디로 가고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공항의 질서를 지키는 것과 폭염 속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인천공항에 붙은 퇴거명령서는 노숙인들에게 분명히 말하고 있다. 이곳에서 나가라고. 이제 공공이 답할 차례다. 폭염 속 공항을 나선 이들이 갈 곳은 어디인가.
2026-08-11 15:56:27
게임하며 수달 지킨다…카카오게임즈, 9만 이용자와 만든 ESG 성과 공개
[경제일보] 게임 이용자의 플레이가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어지는 참여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모델이 확산하고 있다. 게임사가 일방적으로 기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용자가 게임 내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환경 보호와 사회적 가치 창출에 동참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모바일 퍼즐게임 '프렌즈팝콘'을 활용해 이용자 참여형 생물다양성 보전 캠페인을 진행하며 게임의 사회적 역할 확대에 나섰다. 29일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6월 환경의 달을 맞아 '프렌즈팝콘'에서 진행한 이용자 참여형 기부 이벤트 '돌아와, 한강 수달!'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세계자연기금(WWF)에 생물다양성 보전 기금 3000만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이용자가 별도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이벤트에서 이용자가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소진한 하트 수를 기부 참여 지표로 활용했으며, 약 9만명의 이용자가 참여했고 누적 하트 수가 1000만개를 넘어섬에 따라 카카오게임즈가 기부금을 조성했다.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이용자 참여형 ESG 캠페인이 새로운 사회공헌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임사가 보유한 대규모 이용자 접점과 게임 내 이벤트 시스템을 활용해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사회적 가치 창출 과정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단순히 기업이 기부금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용자의 게임 활동 자체를 사회공헌으로 연결했다. 기존 게임사의 ESG 활동이 기부와 봉사 등 기업 중심 활동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게임 콘텐츠 자체를 활용해 이용자와 함께 사회적 문제 해결에 나서는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환경 보호와 생물다양성 보전 등 이용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를 게임 콘텐츠와 결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이번 캠페인의 대상으로 선정한 수달은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이다. 조성된 기부금은 WWF를 통해 수달 구조 활동과 구조 개체의 수의학적 치료, 전문 보호시설 내 관리 등 수달 개체 및 서식지 보전 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023년부터 환경의 달을 기념한 생물다양성 보전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23년 북극곰 보호를 시작으로 2024년 꿀벌, 2025년 저어새에 이어 올해는 수달을 주제로 이용자 참여형 ESG 활동을 진행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매년 새로운 생물종을 주제로 캠페인을 이어가며 게임 이용자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접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게임이라는 플랫폼의 특성을 활용해 이용자 경험과 사회공헌 활동을 연결하는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조정연 카카오게임즈 ESG/가치 제고실 실장은 "이번 이벤트를 통해 이용자들과 함께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수달 서식지 보전 활동에 힘을 보탤 수 있어 뜻깊다"며 "앞으로도 카카오게임즈는 이용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ESG 캠페인을 고도화해 게임의 선한 영향력을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7-29 14:46:12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사각지대 아동 보호공간 새단장
[경제일보]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가 종킴디자인스튜디오와 함께 사각지대 아동 보호공간의 주거 환경을 개선했다. 전문가와 기업의 재능·현물 기부를 연결해 노후화된 시설을 아동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꾼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이사장 권혁빈)는 공간 디자인 회사 종킴디자인스튜디오와 함께 스마일하우스 6호 아동 돌봄·성장 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11일 밝혔다. 스마일하우스는 사각지대 아동·청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와 치료 자립을 통합 지원하는 스마일게이트의 사회공헌 플랫폼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아동 보호공간의 안전과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과 전문가의 자원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스마일하우스 6호는 건물 노후화로 누전 위험과 누수 문제가 있었다. 통풍 불량에 따른 곰팡이 발생 등 위생 문제도 있었다. 30평 남짓한 공간에서 아동7명과 교사3명이 함께 생활해 개인 공간과 공동 공간이 충분히 분리되지 않는 어려움도 있었다. 종킴디자인스튜디오는 공간 개선 디자인과 설계 등 프로젝트 총괄을 맡았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개인 공간과 식사·학습이 가능한 공동체 공간을 새로 구성했다. 맞춤 가구를 제작하고 채광과 환기 구조도 개선했다. 누전 문제 해결을 위한 배선 공사도 함께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종킴디자인스튜디오의 사회공헌 브랜드 ‘JKDN’ 협력 업체 22곳이 참여했다. 디자인 마돈나는 시공 현장 총괄을 맡았고 유앤어스는 주방 시공을 담당했다. 도시상사와 다브는 벽지를 제공했고 파츠는 매립 조명과 원목 마루를 지원했다. 우딘은 도어와 몰딩을 넥서스는 위생기기를 지원했다. 두오모와 아템포코리아는 장식 조명을 제공했고 미유디자인 오름앤컴퍼니 매트플라자는 각각 책상과 의자 맞춤 침대를 제공했다. 희망스튜디오는 이번 프로젝트와 연계해 기부 캠페인 ‘함께 짓는 희망의 공간’ FUNding도 진행했다. 기부금 전액은 스마일하우스 아동을 위한 학습용품과 가전제품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FUNding은 누구나 재미있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희망스튜디오의 기부 캠페인이다. 이번 리모델링은 종킴디자인스튜디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종킴디자인스튜디오는 사회공헌 브랜드 JKDN을 통해 2024년부터 자립준비청소년 조손가정 등 취약계층의 주거공간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번 스마일하우스 6호 리모델링은 JKDN의 4번째 사회공헌 활동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시설 개보수보다 아동의 생활 안정과 성장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호공간은 잠을 자고 생활하는 장소에 그치지 않는다. 아동이 안정감을 느끼고 학습과 관계 형성을 이어가는 기반이다. 노후 시설을 개선하고 개인 공간과 공동체 공간을 분리하는 작업은 돌봄의 질과 직결될 수 있다. 기업 사회공헌도 현금 기부 중심에서 전문 역량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넓어지고 있다. 공간 디자인 설계 시공 가구 조명 등 각 분야 기업이 참여하면 한 기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 희망스튜디오가 스마일하우스를 플랫폼으로 삼아 파트너 자원을 연결한 것도 이런 협력형 사회공헌 모델의 사례로 볼 수 있다. 김종완 종킴디자인스튜디오 소장은 “희망스튜디오의 꾸준한 소셜임팩트 활동에 감화해 협업을 제안했다”며 “앞으로도 전문 역량을 활용해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연주 희망스튜디오 이사는 “공공과 민간의 자원이 닿기 어려운 사각지대 아동을 위해 세심한 정성을 쏟아준 종킴디자인스튜디오와 파트너사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희망스튜디오는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원과 재능을 연결하는 사회공헌 플랫폼으로 지속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5-11 16:49:49
"딸 지키려던 엄마의 비극"… 12시간 폭행 끝 숨지게 한 사위, 시신 유기까지
[경제일보] 딸을 보호하기 위해 신혼집에 들어갔던 어머니가 사위의 무자비한 폭행에 목숨을 잃는 참담한 비극이 발생했다. 피의자 조재복은 집안 정리가 늦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장모를 무려 12시간 동안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나 우발적인 분노 폭발로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 살인이다. 전문가들은 이 잔혹한 범죄 이면에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방치해 온 가정폭력 대응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건의 양상을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통제형 폭력의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조재복은 장시간 폭행을 이어가며 중간에 휴식을 취하는 등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지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도구로 사용했다. 피해자를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철저한 관리 대상으로 취급한 것이다. 폭력은 우발적인 충동의 결과가 아니라 관계 내의 절대적인 권력을 굳건히 다지려는 계산된 통제 행위였다. 가장 안타까운 대목은 피해자들이 그 긴 시간 동안 왜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다. 취재 결과 피해자들은 오랜 기간 가해자의 심리적 통제 아래 놓여 극심한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는 일상적인 폭력에 더해 외부와의 연락을 철저히 차단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피해자의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마비시켰다. 범행 직후에도 아내의 외출을 막고 통신을 제한하며 신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피해자들에게는 폭력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보다 그저 가해자에게 순응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 전략처럼 굳어진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살인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돌발 변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재복은 과거에도 배우자를 상대로 빈번하게 가정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었으나 비극을 막을 기회는 번번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가정폭력 재범률은 꾸준히 10%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며 보복이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한 숨은 범죄까지 포함하면 실제 수치는 훨씬 치솟는다. 초기 개입에 실패한 폭력이 점차 강도를 더해가며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강력 범죄로 진화했음을 증명하는 뼈아픈 대목이다. 이토록 반복되는 폭력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핵심 원인은 가해자 처벌보다 가정 유지를 우선시하는 낡은 법 제도에 있다. 현행법상 단순 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가해자의 잔혹한 보복이 두려워 혹은 거듭된 회유와 협박에 지쳐 피해자가 처벌 불원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사건은 가벼운 가정보호사건으로 흐지부지 종결되고 만다. 검경과 법원이 범죄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사건을 가정법원으로 이관하면서 가해자는 아무런 형사 전과도 남기지 않은 채 면죄부를 쥐게 되는 구조다. 국가가 앞장서서 개입해야 할 중대 범죄를 사적인 가족 문제로 축소하며 도리어 가해자의 폭력성을 키워준 꼴이다.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가정폭력의 패러다임을 물리적 타격에서 심리적 지배로 확장해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5년 중범죄법을 제정해 세계 최초로 친밀한 관계 내의 강압적 통제 행위를 형사 범죄로 명문화했다. 신체적인 폭력 흔적이 전혀 없더라도 피해자의 일상을 치밀하게 감시하고 경제권을 억압하며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행위만 입증되면 최고 징역 5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법망을 촘촘히 짰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역시 유사한 내용의 가정폭력법을 도입해 강압적 통제 행위를 엄단하고 있다. 물리적 폭력이 끔찍한 살인으로 번지기 전 단계부터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방어벽을 세운 것이다. 반면 한국은 긴급 임시조치나 접근금지 명령 같은 제도가 존재하지만 실효성 부족으로 현장에서는 무용지물로 전락하기 일쑤다. 가해자의 접근을 물리적으로 막아낼 확실한 강제 장치도 턱없이 부족하고 경제적 심리적으로 벼랑 끝에 몰린 피해자가 안전하게 숨을 보호시설의 문턱도 여전히 높다. 폭력을 피해 집을 탈출해도 직장이나 자녀의 학교를 통해 가해자에게 다시 위치가 발각되는 등 신고 이후의 사후 관리 시스템도 완전히 구멍이 뚫려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가 가정폭력을 은밀한 집안싸움으로 취급하며 공권력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는 동안 빚어진 참혹한 예견된 참사다.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가정폭력을 가족 관계 회복이라는 미명 아래 덮어둘 경범죄가 아니라 개인의 영혼과 생명을 파괴하는 고위험 강력 범죄로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정서적 통제 행위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교제 살인이나 가정폭력 살인의 전조 증상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폭력이 반복될 조짐이 보이는 재범 위험군을 국가가 장기적으로 철저히 감시하는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가정이란 이름 뒤에 숨은 폭력은 절대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국가의 직무 유기가 만들어낸 구조적 참사라는 사실을 통절하게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2026-04-13 17: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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