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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한컴 대표, AI 직원으로 美 1인 기업 공략…뉴욕·시카고 IR 나선다
[경제일보] 한컴이 1인 창업자용 AI 에이전트 플랫폼 ‘노마디안’을 앞세워 미국 시장과 기관투자자 공략에 나선다. 국내 기업·공공기관에 공급해온 문서·AI 기술을 소규모 사업자가 직접 쓰는 구독 서비스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김연수 대표는 미국 투자설명회에서 제품 출시 계획과 AI 사업의 성장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와 정지환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이 오는 12일부터 약 일주일간 뉴욕과 시카고에서 투자설명회(NDR)를 연다. 미래에셋증권 뉴욕법인이 주관하며 현지 AI·테크 액티브펀드 10여곳과 일대일 미팅을 진행한다. 현지 펀드들이 먼저 설명회를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NDR은 기존·잠재 투자자에게 사업 전략과 실적을 설명하는 행사다. 노마디안은 사업자가 직무별 AI 팀원을 골라 업무를 맡기는 플랫폼이다. 프로젝트 관리와 마케팅, 문서 작성, 디자인, 고객 대응 등을 담당하는 에이전트를 3차원 가상 사무실에 배치한다. 사용자가 업무를 지시하면 여러 에이전트가 역할을 나눠 수행하고, 진행 상황을 화면에서 보여주도록 설계됐다. 한컴이 강조하는 것은 기존 업무 도구와의 연결이다. 공식 제품 소개에 따르면 구글 워크스페이스, 슬랙, 노션, 캔바, 쇼피파이 등을 연동할 수 있다. 별도 설치나 서버 구축 없이 웹브라우저에서 이용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한다. 사용자의 통제권과 비용 관리 기능도 마련했다. 이메일 발송과 전자서명 요청, 결제 등 중요 작업은 실행 전 승인을 받는다. 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며, 미리 설정한 한도에 도달하면 작업을 일시 정지하는 구조다. 여러 AI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업자가 실행 범위와 지출을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을 첫 시장으로 택한 배경은 직원 없이 사업을 운영하는 고객층의 규모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3년 유급 직원이 없는 사업체는 약 3040만곳, 연간 매출은 약 1조8000억달러였다. 한컴은 필요한 직무의 인력을 모두 채용하기 어려운 1인 창업자와 소규모 팀을 주요 고객으로 설정했다. 기술적 기반은 여러 AI 에이전트를 제작·실행·통제하는 ‘에이전틱 운영체제(OS)’다. 한컴은 문서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에이전트에 역할을 배분하고 결과를 취합하는 기능을 개발해왔다. 국내에서는 BGF그룹의 AI 지식 검색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과 한국수력원자력의 AI 문서작성 사업 등에 참여했다. 회사 측이 지난달 공개한 올해 상반기 AI 매출은 약 135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실적 약 89억원을 넘어섰으며, 상반기 별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7%였다. 노마디안은 이 같은 기업 대상 사업에 개인·소규모 사업자용 해외 서비스 매출을 더하려는 시도다. 미국 사업은 사용자가 연결한 업무 도구에서 작업을 수행하고, 이용이 이어질수록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국내 기관별 구축 사업과 함께 반복 이용에 기반한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방향이다. 한컴은 오는 12월 미국에서 베타 서비스를 공개하고 사용자 검증을 거쳐 2027년 정식 구독 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다. 베타 기간에는 가격 모델과 유통 채널, 현지 규제 요건을 반영하고, 미국 출시 이후 한국과 유럽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2026-10-06 1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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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으로 태어나 또 합병으로…대륙아주, 1000억 넘어 새 판 짠다
[경제일보] 2009년 3월 법무법인 대륙과 아주가 한집 살림을 시작했다. 국제소송과 기업분쟁에서 경험을 쌓은 대륙과 해외 네트워크를 넓혀온 아주가 합쳐졌다. 이름도 두 법인의 간판을 그대로 붙인 ‘대륙아주’였다. 그해 두 조직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건물로 사무실까지 합쳤다. 17년이 흐른 2026년 대륙아주는 다시 합병을 택했다. 이번 상대는 기업 인수·합병과 금융·테크 자문을 중심으로 성장한 법무법인 린이다. 두 법인은 지난 4월 합병 업무협약을 맺었고 10월 통합 법인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새 법인의 이름은 9월 말 현재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25년 대륙아주의 매출은 1027억원이었다. 창립 이후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섰다. 린의 410억원을 합치면 1437억원이고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변호사 수도 대륙아주 247명과 린 137명을 합쳐 384명이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변호사 수로는 국내 6위권, 매출로는 8위권 규모가 된다. 대륙아주의 역사는 한 조직이 처음부터 몸집을 키운 과정과 다르다.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조직을 합치고 부족한 분야에 사람을 더하면서 체급을 올렸다. 2009년의 합병이 대륙아주를 만들었다면 2026년의 합병은 대륙아주의 다음 크기를 정하는 승부다. ◆ 미국 법정으로 간 ‘대륙’ 대륙의 시작은 1992년이다. 김대희 변호사가 개인 법률사무소를 열었고 1994년 특수부 검사 출신 함승희 변호사가 합류하면서 ‘함·김 법률사무소’로 이름을 바꿨다. 1996년 법무법인 대륙으로 정식 출범했다. 이름을 알린 사건은 국내 법정에만 있지 않았다.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사고 때 피해자들을 대리해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했다. 외환위기 때에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손실을 본 대한생명을 대리해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성과를 냈다. 해외 기업이나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분쟁 경험이 일찍 쌓였다. 당시 국내 기업의 해외 거래가 빠르게 늘면서 소송도 국경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국내법만 알고 법정에 서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외국 법률과 금융거래 구조를 함께 알아야 하는 사건이 늘었다. 대륙은 국제분쟁과 기업 송무에서 자리를 잡았다. 기업 인수·합병과 자본시장 업무도 늘렸다. 2009년 합병 직후에는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3분기 인수·합병 법률자문에서 발표 기준 2위에 올랐다. 대륙이 쌓은 송무 경험은 이후 대륙아주의 분쟁해결과 기업형사 업무로 이어졌다. ◆ 러시아부터 베트남까지 간 ‘아주’ 아주의 출발은 1993년이다. 김진한 변호사가 아주종합법률사무소를 열었고 이듬해 법무법인 아주로 전환했다. 대륙이 국제분쟁을 파고들었다면 아주가 먼저 공을 들인 곳은 해외 현장이었다. 아주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등 옛 소련권 국가로 나갔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에도 거점을 만들었고 오스트리아와 아랍에미리트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자원개발과 건설 등으로 해외에 나간 한국 기업의 현지 법률 문제를 맡았다. 2000년대 들어 한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늘면서 이런 네트워크의 활용도도 높아졌다. 국내 본사에서 계약서를 검토하는 것과 현지 정부·기업을 상대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아주가 확보한 현지 경험은 대륙이 갖고 있던 국제소송과 기업분쟁 역량과 맞물릴 여지가 있었다. 두 조직은 2008년부터 합병을 준비했다. 이듬해 3월 대륙아주 출범을 공식화했고 같은 해 9월 역삼동 동훈타워로 사무실을 합쳤다. 이름만 합친 채 조직을 따로 두지 않고 처음부터 한 공간에서 일하는 길을 택했다. ◆ 첫 합병은 ‘한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로펌 합병에서 어려운 것은 계약서보다 사람이다. 어느 조직 출신이 경영을 맡을지부터 보수와 사건 배분, 고객관리 방식을 다시 정해야 한다. 변호사가 이동하면 고객과 사건도 함께 빠져나갈 수 있다. 합병 이후 조직을 실제로 하나로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대륙아주는 출범 첫해 두 로펌의 사무실부터 합쳤다. 합병 뒤에도 각자 사무실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별도 조직으로 움직이는 방식을 피했다. 당시 대륙아주는 ‘서두르지 않으며 뿌리를 튼튼히 한다’는 기조 아래 서로의 조직문화를 인정하면서 업무를 합쳐갔다. 기업 인수·합병과 기업공개, 국제중재, 해상·항공, 구조조정으로 업무도 넓어졌다. 2013년에는 기업공개 법률자문에서 연간 3위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법무법인(유한)으로 조직을 바꿨다. 이후 공정거래와 조세, 금융, 에너지 분야도 인력을 늘렸다. 합병 효과가 곧바로 압도적인 외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김앤장과 빅5가 수백 명의 변호사를 확보하면서 대륙아주는 중대형 로펌 위치에서 오랜 경쟁을 벌였다. 다시 속도가 붙은 것은 2017년 이후다. ◆ 이규철 체제에서 다시 몸집 키워 이규철 대표변호사는 2017년부터 대륙아주 경영을 맡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이 대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특검보로 활동한 뒤 대륙아주에 합류했다. 2019년과 2021년, 2023년에 이어 2025년 네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이 대표 체제에서 대륙아주는 전통적인 송무와 기업자문에 새로운 분야를 붙였다. 중대재해와 원자력, 에너지·인프라, 공공정책, 국제업무에 인력을 늘렸다. 2025년에는 기존 팀 단위 조직을 그룹 중심으로 다시 짜면서 여러 분야가 한 사건을 함께 맡는 구조도 강화했다. 성과는 매출에서 나타났다. 2024년 933억원이던 매출은 2025년 1027억원으로 10% 늘었다. 국내 변호사는 같은 기간 244명에서 247명으로 거의 늘지 않았다. 특허법인과 관세법인, 컨설팅 계열사를 합친 전체 매출은 1152억원이었다. 다만 변호사 1인당 매출은 4억1606만원이었다. 화우와 율촌, 태평양, 세종, 광장 등 주요 대형 로펌이 7억원 안팎을 기록한 것과 차이가 있다. 외형을 키운 뒤에는 사건의 부가가치와 생산성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 중대재해부터 AI 상담까지 대륙아주는 최근 몇 년 동안 대형 로펌들이 상대적으로 늦게 뛰어든 시장에도 손을 댔다. 대표적인 분야가 중대재해다.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해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상태를 인증하는 사업을 도입했고 2026년 7월까지 240여개사가 인증을 받았다. 2024년에는 일반인을 상대로 한 인공지능 법률상담 서비스 ‘AI 대륙아주’를 선보였다. 네이버의 대규모 언어모델을 활용해 민사와 형사, 가사 등 법률 질문에 답하는 서비스였다. 국내 로펌이 직접 일반인 대상 AI 법률상담 서비스를 내놓은 첫 사례로 소개됐다. 출시 직후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을 문제 삼으면서 논란도 일었다. 기술을 법률서비스에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조계가 부딪힌 사건이었다. 대륙아주는 서비스 자체보다 리걸테크 경쟁에서 먼저 시험대를 밟은 로펌으로 이름을 알렸다. 해외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찾았다. 미국 워싱턴DC와 아프리카 관련 업무를 확대하면서 기존 아시아 중심 해외법무에서 활동 범위를 넓혔다. 대륙이 국제분쟁에서 시작하고 아주가 해외 현장을 찾아갔던 초기 경험을 다시 꺼낸 것이다. ◆ 1000억원 넘자 다시 합병을 택했다 대륙아주는 2025년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독자적으로 중견 로펌의 벽 하나를 넘은 직후 또 다른 로펌과 합치는 결정을 내렸다. 상대는 2017년 김앤장 출신 임진석 변호사가 세운 린이다. 린은 기업 인수·합병과 금융, 플랫폼·테크 등 기업자문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대륙아주는 송무와 형사·행정, 해외법무와 신산업 규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양측은 고객과 업무가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점을 합병의 장점으로 보고 있다. 두 법인은 지난 4월 29일 업무협약을 맺고 합병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양측 대표와 같은 수의 위원이 참여하고 주요 사안은 만장일치로 정하기로 했다. 합병 법인의 이름과 의사결정 구조도 이 위원회에서 논의한다. 새 이름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9월에는 통합 법인의 이름을 일반에 공모해 2000건이 넘는 제안을 받았지만 심사가 길어지면서 당초 15일로 예정됐던 발표를 미뤘다. 17년 동안 사용한 ‘대륙아주’라는 간판도 이번 합병과 함께 바뀔 가능성이 있다. ◆ 합치면 변호사 수 6위…매출은 8위권 2025년 기준 대륙아주의 매출은 1027억원, 린은 410억원이다. 단순 합산하면 1437억원이다. 지평의 1327억원을 넘어서는 규모지만 YK의 1694억원에는 못 미친다. 국내 변호사 수에서는 순위가 더 올라간다. 지난해 말 대륙아주 247명과 린 137명을 합하면 384명이다. 같은 기준 화우의 369명을 넘어서 6위권에 들어간다. 사람 숫자와 매출 순위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이규철 대표도 합병 뒤 변호사 1인당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을 과제로 제시했다. 합병 전 두 법인의 생산성은 기존 빅6보다 낮다. 사람을 합쳐 400명에 가까운 조직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상위권 로펌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합병 뒤에는 고객 충돌도 정리해야 한다. 한 사건에서 서로 반대편을 대리하던 두 로펌이 한 조직이 되면 어느 사건을 포기할지 정해야 한다. 보수체계와 파트너 지분, 사건 배분과 경영 방식도 하나로 맞춰야 한다. 로펌 합병의 성패는 변호사 숫자를 더한 뒤부터 갈린다. ◆ 중견 로펌에도 ‘합치지 않으면 밀린다’ 대륙아주와 린의 합병은 두 로펌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국내 중견 로펌에서는 합병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바른과 동인도 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LKB앤파트너스와 평산이 합쳐 LKB평산이 출범했다. 위에서는 김앤장과 빅5가 대기업의 대형 거래와 분쟁을 가져간다. 아래에서는 YK처럼 전국 사무소를 둔 로펌이 개인과 중소기업 시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그 사이에 있는 중견 로펌은 전문분야만으로 버티기도, 단순히 변호사를 조금씩 늘리기도 어려워졌다. 이규철 대표도 최근 이런 시장 양극화를 합병 추진 배경으로 들었다. 합병은 가장 빠르게 규모와 전문분야를 함께 늘리는 방법이다. 대신 잘못 합치면 내부 갈등과 고객 이탈까지 감수해야 한다. 대륙아주는 2009년 이미 한 번 같은 시험을 치렀다. 이번에는 당시보다 네 배 가까이 큰 조직을 다시 하나로 묶어야 한다. 그래서 2026년의 합병은 2009년보다 어렵다. 첫 합병이 종합로펌의 틀을 만드는 작업이었다면 이번에는 400명에 가까운 변호사를 움직여 상위권 로펌과 경쟁할 수 있는 생산성을 만드는 작업이다. ◆ 합병으로 태어난 로펌의 두 번째 합병 대륙아주의 출발에는 두 개의 이름이 있었다. 대륙은 국제분쟁과 송무를 했고 아주에는 해외 현장이 있었다. 2009년 두 조직을 합쳐 대륙아주가 만들어졌다. 그 뒤 기업자문과 구조조정, 공정거래, 중대재해, 원자력, 인공지능까지 업무를 넓혔다. 2025년에는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독자 성장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다음 단계에서는 다시 합병을 택했다. 이번에는 린의 기업자문과 금융·테크 업무를 가져온다. 대륙아주가 갖고 있는 송무와 형사·행정, 해외법무를 한 조직 안에 넣겠다는 구상이다. 10월 출범할 통합 법인은 이름부터 새로 정한다. 2009년 대륙과 아주가 합쳐질 때도 질문은 같았다. 두 로펌을 더하면 정말 하나의 로펌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17년 뒤 대륙아주는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섰다. 이번 합병이 끝나면 변호사 숫자는 6위권으로 올라간다. 그 다음부터는 숫자가 아니라 사건과 매출이 답해야 한다. 합병으로 태어난 대륙아주의 두 번째 합병은 한국 중견 로펌의 규모 경쟁이 어디까지 갈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2026-09-30 09: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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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하나금융 청라 헤드쿼터에 5G 특화망…3000명 스마트오피스 전환
[경제일보] 보안과 망분리 요건으로 고정 좌석과 유선 데스크톱 중심 업무가 일반적이었던 금융권에서도 5G 특화망을 활용한 스마트오피스가 등장하면서 업무 환경이 기존 유선 중심에서 이동성을 갖춘 무선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SK텔레콤은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에 5G 특화망을 구축하고 기업용 네트워크 사업 확대에 나선다. 28일 SK텔레콤은 하나금융그룹, 삼성전자와 함께 금융권 최초로 5G 특화망 기반 스마트오피스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단계적 이전 중인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와 10개 관계사, 3000여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청라 헤드쿼터 업무·공용 공간 16개 층(B1~15F)에 5G 특화망을 적용해 기존 유선 중심 업무 환경을 좌석과 유선 연결의 제약을 줄인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권은 보안과 망분리 요건으로 인해 업무용 단말과 네트워크를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고정된 좌석에서 근무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좌석을 재배치하거나 회의실과 프로젝트 공간에서 업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별도의 네트워크 환경을 마련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번 특화망 도입으로 사무실 좌석뿐 아니라 회의실과 협업 공간에서도 동일한 업무 환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5G 특화망을 지원하는 노트북과 태블릿 등 업무용 단말을 활용해 이동하면서도 사내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구축한 것이다. 이번 사업에는 하나금융그룹의 IT 전문기업인 하나금융티아이와 삼성전자도 참여했다. 하나금융그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할당받은 전용 주파수를 활용하고, SK텔레콤과 함께 외부 통신망과 분리된 특화망을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5G 특화망용 기업용 코어와 라디오 솔루션을 공급했다. 보안은 금융권 업무 환경에 맞춰 다중으로 구성했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그룹은 5G 특화망 전 구간에 5G 무선 구간 암호화, 가입자 정보 암호화, 방화벽, DDoS 대응 시스템, 접근 통제 등을 적용했다. 보안 USIM을 활용해 등록된 업무 단말과 사용자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도록 했으며,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물리적 망 분리를 통해 하나금융그룹 관계사별 독립된 업무망도 구성했다. 이번 사업은 SK텔레콤이 기업 고객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업무 환경과 사업 프로세스를 바꾸는 엔터프라이즈 AX 사업의 한 축으로 진행됐다. 기업이 AI와 데이터를 업무 전반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내 시스템과 데이터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특화망을 단순한 무선 네트워크 구축에 그치지 않고 향후 AI 기반 업무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관리 체계를 설계했다. SK텔레콤은 중앙집중형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을 통해 이용 현황과 장애를 통합 모니터링하고 스마트 빌딩, 지능형 출입 통제, AI CCTV, 모바일 사원증, 업무용 AI 서비스 등과 연계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향후 금융을 비롯해 제조·물류·공공 등 다양한 산업에서 기업의 업무 환경과 사업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엔터프라이즈 AX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5G 특화망을 기업 네트워크의 기반으로 확보하고, 이를 보안과 AI 서비스로 연결하는 사업 모델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김구영 SK텔레콤 엔터프라이즈사업본부장은 "이번 하나금융그룹 스마트 오피스는 SKT의 5G·보안·운영 역량을 결합해 금융권의 일하는 방식 혁신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AX 사례"라며 "앞으로도 금융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의 업무 환경과 사업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엔터프라이즈 AX 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9-28 14: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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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 없이 시작한 송무 로펌…바른 28년, 이제 동인과 합병
[경제일보] 1998년 3월 서울 서초동. 판사 출신 강훈·홍지욱·김재호 변호사가 바른법률사무소의 문을 열었다. 당시 형사·민사 사건 수임에는 이른바 ‘사무장’이나 브로커가 개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세 사람은 사건을 소개해주는 브로커를 쓰지 않고 변호사가 직접 의뢰인을 만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바른’이라는 이름에도 그런 생각을 담았다. 1997년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으로 법원과 변호사 업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던 시기였다. 평판사 출신들이 만든 작은 사무실은 전관의 이름을 앞세우기보다 직접 사건을 맡아 승부하겠다고 나섰다. 검사와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지낸 김찬진 변호사도 초기부터 힘을 보탰다. 28년이 지난 지금 바른에는 외국변호사를 포함해 300명 안팎의 변호사가 일한다. 2025년 매출은 1076억원으로 2023년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선 뒤 3년 연속 1000억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같은 해 YK가 1694억원, 지평이 1327억원을 기록하면서 중대형 로펌 사이의 외형 경쟁에서는 다시 뒤를 쫓는 처지가 됐다. 바른은 결국 다시 큰 선택을 했다. 지난 9월 14일 법무법인 동인과 합병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지난해 기준 합산 매출 1877억원, 변호사 553명 규모로 커진다. 평판사들이 만든 송무 사무실에서 출발한 바른이 28년 만에 국내 로펌 사상 최대 규모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 법조비리 뒤 문 연 평판사들의 사무실 바른이 문을 열던 1990년대 말 법률시장은 지금과 달랐다. 개인 변호사 사무실의 비중이 컸고 법원이나 검찰을 갓 나온 전관들이 사건을 소개받아 처리하는 방식도 널리 퍼져 있었다. 브로커와 사무장을 통한 사건 수임이 법조비리로 번지면서 변호사 업계 전체가 비판을 받던 때였다. 강훈·홍지욱·김재호 변호사는 모두 법원에서 10년 안팎 근무한 평판사 출신이었다. 고위 법관 출신도 아니었고 대형 기업자문 조직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잡은 시장은 송무였다. 법정에서 재판을 해본 경험을 토대로 민·형사 사건을 직접 맡았다. 사무장이 사건을 가져오면 변호사가 이름을 빌려주는 관행도 피했다. 파트너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한 뒤 저연차 변호사에게 전부 넘기는 방식도 지양했다. ‘변호사가 직접 의뢰인을 만나고 직접 책임진다’는 방식은 신생 사무실이 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송무 중심의 출발은 이후 바른의 성격을 오랫동안 규정했다. 기업과 금융회사에 계약을 자문하는 대신 이미 벌어진 분쟁을 법정에서 해결하는 사건이 먼저 쌓였다. 지금도 바른을 설명할 때 송무와 기업형사가 먼저 거론되는 배경이다. ◆ 대법관·고법부장들이 신생 로펌으로 설립 이듬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1999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원을 떠난 조중한 변호사가 2대 대표로 합류했다. 같은 해 정귀호 전 대법관도 바른으로 왔다. 2000년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박인호 변호사가 가세했다. 평판사 세 명이 시작한 사무실에 고위 법관 출신들이 들어오면서 송무 인력의 폭이 넓어졌다. 이후 검사장급 인사와 고법부장, 법원장 출신 변호사들도 잇달아 합류했다. 명로승 전 법무부 차관과 정동기·문성우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정인진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동건 전 서울고법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성과도 따라왔다.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 탱크공사 관련 5500억원대 가처분 사건과 두산중공업 희망퇴직자들의 600억원대 퇴직금 소송 등을 맡았다. 동서식품의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사건에서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냈다. 2010년에는 대법원 수임 사건 수가 국내 로펌 가운데 가장 많다는 보도도 나왔다. 바른 홈페이지 연혁에도 이 기록이 남아 있다. 송무에서 확보한 사건과 인력이 바른을 100명대 로펌으로 끌어올렸다. ◆ 송무만으로는 종합로펌이 될 수 없었다 바른이 계속 법정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기업 고객을 상대하다 보면 소송이 터지기 전 계약과 금융, 공정거래 문제부터 자문해달라는 요구가 따라왔다. 송무에서 기업을 만났지만 기업의 일은 법정 밖에서 더 많이 벌어졌다. 2005년 바른은 김·신·유에서 기업자문을 이끌던 박기태 변호사와 자문팀을 영입했다. 같은 해 법인 이름도 지금의 ‘법무법인 바른’으로 바꿨다. 김장리와의 합병을 추진했고 2007년에는 세종과의 합병도 검토했지만 두 건 모두 성사되지는 않았다. 2010년대 들어서는 조세와 부동산금융, 공정거래를 잇달아 보강했다. 2015년 조현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영입했고 이듬해 법무법인 양헌에서 부동산금융팀을 받아들였다. 2017년에는 법무법인 KCL의 공정거래팀이 합류했다. 바른의 확장은 다른 대형 로펌과 달리 한 번의 대형 합병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송무라는 기존 기반을 두고 필요한 자문팀을 하나씩 붙였다. 법원과 검찰 출신 인력 중심의 조직에 세무와 금융, 공정거래 전문가가 들어오면서 업무 범위도 넓어졌다. ◆ 론스타에서 통상임금까지 법정에서 이름 알려 기업형사 사건에서도 바른의 송무 경험이 이어졌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에서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을 대리해 1심부터 대법원까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신한은행이 45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신상훈 전 사장 사건에서도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냈다. 노동과 공정거래 사건에서도 굵직한 판결이 나왔다. 2014년 쌍용자동차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2016년 액화천연가스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담합 사건에서는 SK건설을 대리해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승소했다. 최근 매출을 끌어올린 사건에도 송무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 사이의 1조원대 과징금 분쟁에서 공정위를 대리했고 HD현대중공업의 6300억원대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근로자 측을 대리했다. 2023년 바른의 매출이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서는 데 이런 대형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설립 당시의 주력이었던 송무가 20년 넘게 바른의 매출과 브랜드를 떠받쳐온 것이다. 다만 대형 로펌 시장이 기업자문과 M&A, 금융, 국제중재 중심으로 커지면서 송무에 강하다는 것만으로는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어려워졌다. ◆ 남들이 덜 보던 상속·도산도 파고들었다 바른은 대형 로펌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하던 분야에도 사람을 붙였다. 대표적인 분야가 상속과 자산승계다. 2013년 상속신탁연구회를 만들었고 2022년에는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자산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EP센터를 출범시켰다. 기업 오너와 고액 자산가의 상속은 유언장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세금과 기업 지분, 경영권, 신탁, 가족 간 분쟁이 한꺼번에 얽힌다. 바른은 조세와 가사, 기업법무 변호사를 묶어 이 시장을 따로 키웠다. 도산에서도 새로운 사건을 맡았다. 2018년 레이크힐스순천 회생에서 서울회생법원의 첫 ‘한국형 프리패키지 제도’ 적용을 이끌고 이후 골프존으로의 매각까지 관여했다. 회생 절차와 인수·합병을 한 조직에서 이어간 사건이었다. 최근에는 국제중재와 지식재산권도 확대하고 있다.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기술 분쟁이 늘면서 외국변호사를 영입하고 특허 분야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AI와 디지털자산, 재생에너지 같은 신산업 규제 분야에도 별도 인력을 붙이고 있다. ◆ 1000억원 넘었지만 경쟁자는 더 빨리 컸다 바른은 2023년 매출 1058억원을 기록하며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24년 1064억원, 2025년 1076억원으로 3년 연속 1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적어도 외형에서는 중대형 로펌의 문턱을 넘었다. 문제는 경쟁사들이 더 빨리 컸다는 데 있다. 2025년 YK는 1694억원, 지평은 1327억원을 기록했다. 대륙아주도 1027억원으로 바른을 바짝 따라붙었다. 1000억원대 로펌 사이에서도 변호사 영입과 합병 경쟁이 시작됐다. 기업 고객 평가에서도 아직 상위권과 거리가 있다. 한국경제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실시한 2025년 평가에서 바른은 종합·전문성·서비스 모두 9위를 기록했다. 송무에서 오랫동안 이름을 쌓았지만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 종합 서비스에서는 빅6와 차이가 남아 있다. 2025년 이동훈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바른은 기업자문과 국제중재, 지식재산권을 다음 성장 분야로 잡았다. 같은 해 기업전략연구소도 세웠다. 법률문제가 생긴 뒤 대응하는 송무에서 기업의 사업과 규제를 미리 들여다보는 쪽으로 업무를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 28년 만에 다시 꺼낸 합병 카드 바른은 지난 9월 14일 법무법인 동인과 합병 추진 MOU를 체결했다. 양측은 합병추진위원회를 만들고 12개월 안에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통합 법인의 가칭은 ‘바른동인’이다. 아직 합병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두 로펌의 2025년 매출을 합하면 1877억원이다. 외국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사는 바른 303명, 동인 250명으로 모두 553명이다. 계획대로 합병이 끝나면 매출 기준 국내 7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는 규모다. 바른과 동인은 모두 송무와 형사 분야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로펌이다. 양측은 여기에 기업과 금융, 공정거래 등 자문 역량을 합치겠다는 구상이다. 2005년 김장리, 2007년 세종과의 합병을 추진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던 바른이 약 20년 만에 다시 대형 합병 카드를 꺼냈다. 합병의 규모가 큰 만큼 풀어야 할 일도 많다. 500명이 넘는 변호사의 보수와 사건 배분, 고객 충돌, 파트너 지분과 경영구조를 하나로 맞춰야 한다. 송무 중심 조직 두 곳이 단순히 사람을 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자문까지 함께 키울 수 있는지가 합병 이후의 문제다. ◆ ‘바르게 하자’에서 500명 로펌으로 바른의 출발에는 거창한 기업법무 전략이 없었다.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뒤 법원을 나온 젊은 판사들이 사무장과 브로커 없이 사건을 맡아보겠다고 만든 사무실이었다. 그 조직에 대법관과 고법부장, 검사장 출신들이 들어오면서 송무가 커졌고 뒤이어 조세와 금융, 공정거래, 기업자문을 붙였다. 2011년에는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 사옥인 바른빌딩도 마련했다. 2023년에는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변호사 6명 규모로 출발했던 조직은 이제 300명 안팎의 변호사가 일하는 중대형 로펌이 됐다. 그동안 바른은 송무의 힘으로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지금 법률시장에서 더 큰 로펌이 되려면 기업자문과 금융, 국제분쟁까지 함께 가져가야 한다. 바른이 동인과 합병을 추진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1998년에는 사무장 없이 사건을 맡는 일이 도전이었다. 2026년에는 500명이 넘는 변호사를 한 조직으로 묶는 일이 새로운 도전이 됐다. 바른의 다음 10년은 이번 합병이 실제로 어떤 조직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2026-09-28 09: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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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사에 잇단 법원 제동…조사권·기업 방어권 경계 다시 세워야
[경제일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조사와 처분에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행정조사권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고법은 쿠팡이 제기한 현장조사 결정 효력정지 신청과 한화의 자료제출명령 효력정지 신청을 각각 받아들였다. 제지·제분업체에 대한 가격 재결정 명령도 집행이 정지됐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법원 판단에 “굉장히 유감”이라며 쿠팡 조사의 경우 약 30일간 유보돼 조사 실효성이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기업 대 공정위’의 힘겨루기로 볼 일은 아니다. 쿠팡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공정위 현장조사에 대해 사전통지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법원에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공정위는 해당 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상 사전통지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절차적 방어권과 경쟁당국의 조사 실효성이 정면으로 부딪힌 것이다. 한화 사건에서는 전자정보 조사 방식까지 쟁점이 됐다. 공정위는 계열사 간 상표권 사용료와 관련한 부당 내부거래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직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관련된 자료제출 명령을 내렸다. 한화 측은 영장 없이 휴대전화 자료를 열람하고 휴대전화를 별도로 보관하는 등 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변호인과 피조사인의 사전 동의를 받았으며 강압적인 조사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서울고법은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을 내년 1월 말까지 정지했다. 다만 법원이 공정위 현장조사 자체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자료제출명령의 적법성은 본안소송에서 가려질 사안이다. 두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불공정행위를 밝혀내기 위해 공정위에 어디까지 조사권을 허용할 것인가. 동시에 조사받는 기업의 방어권은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 공정위의 우려에는 이유가 있다. 담합이나 부당지원,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는 자료 확보의 적시성이 중요하다. 기업이 조사 단계마다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그때마다 상당 기간 조사가 중단된다면 증거 확보가 어려워지고 조사권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적 약자와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경쟁당국의 손발을 지나치게 묶어서도 안 된다. 주 위원장이 조사 회피의 여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배경일 것이다. 다만 그는 강제조사권이나 특별사법경찰 도입을 본격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조사의 목적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모든 조사 방식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사무실에 들어가 자료를 요구하고 임직원의 휴대전화와 전자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기업 활동뿐 아니라 개인의 권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 한 대에는 업무정보와 사생활이 뒤섞여 있다. 디지털 시대의 행정조사는 과거 서류철을 들여다보던 조사와 차원이 다르다. 조사 대상과 범위, 전자정보 확보 방법을 보다 세밀하게 규정해야 하는 이유다. 주 위원장이 법원의 판단에 공개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시한 대목도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행정조사의 실효성을 걱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행정권에 대한 사법적 통제 역시 법치주의의 한 축이다. 법원의 집행정지 판단에 이견이 있다면 정해진 사법절차를 통해 다투고 조사제도의 법적 근거와 절차를 보완하는 것이 정도다. 사법적 통제를 곧바로 조사권의 무력화와 동일시하는 인상을 줘서는 곤란하다. 법치의 힘은 권한의 크기보다 절차의 정당성에서 나온다. <논어>에는 “도지이정, 제지이형, 민면이무치(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라는 구절이 있다. 정령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기만 하면 백성은 처벌을 피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권력의 행사만으로 질서를 세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오래된 경계다. 기업이라고 법의 밖에 있을 수 없고 행정기관이라고 절차의 밖에 있을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위 조사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사전통지를 생략할 수 있는 요건부터 전자정보의 조사 범위, 개인 휴대전화 접근 절차, 자료제출명령의 한계까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긴급하게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을 구분하고, 조사 단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사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절차도 검토할 만하다. 물론 기업의 절차적 권리가 정당한 조사를 지연하거나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상황 역시 경계해야 한다. 공정위와 법원이 대립하는 모양새가 반복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기관의 권한 행사를 통제하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이고, 법원의 판단을 통해 드러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것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몫이다. 기업 역시 적법한 조사에는 협조해야 한다. 세 주체가 각자의 선을 지킬 때 경쟁법 집행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다. 조사권이 강해질수록 절차는 더 엄격해야 한다. 기업의 방어권이 두터워질수록 정당한 조사에 협조할 책임도 커진다. 공정한 시장을 지키는 힘은 강한 권한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누구도 쉽게 시비 걸 수 없는 명확하고 공정한 절차에서 나온다.
2026-09-22 11: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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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크리에이터 데리고 일본行…'U+BOOSTUS' 글로벌 역량 키운다
[경제일보] LG유플러스가 자사 서비스와 상품을 알리는 크리에이터를 단순 홍보 채널이 아닌 장기적인 콘텐츠 파트너로 육성하고 있다. 일회성 제품 체험이나 광고 콘텐츠 제작에 그치지 않고 해외 연수와 콘텐츠 제작 교육, 글로벌 플랫폼 경험 등을 제공하며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LG유플러스는 최근 '유플러스 부스터스(U+BOOSTUS)' 시즌5의 우수 크리에이터 12명과 함께 일본 도쿄를 찾아 글로벌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메타 일본 현지 사무실을 방문해 콘텐츠 제작 워크숍과 글로벌 크리에이터 트렌드 교육을 받았으며, 레이밴 메타 스마트 안경과 메타 퀘스트 등을 직접 체험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크리에이터들이 단순히 LG유플러스의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데서 벗어나 콘텐츠 기획과 제작 과정 자체를 고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다. 메타 워크숍에서는 콘텐츠 기획·제작 방식과 플랫폼 활용법, 콘텐츠 확산 전략 등을 공유하고 참가자들이 각자의 제작 경험과 노하우를 나눴다. 유플러스 부스터스는 LG유플러스가 지난 2023년부터 운영해온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이다. LG유플러스의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경험한 뒤 각자의 콘텐츠와 표현 방식으로 이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약 260명의 크리에이터가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4700개 이상의 콘텐츠를 제작했다. 누적 조회수는 약 1억5000만회, 누적 참여 수는 약 118만건에 달한다. 단순한 체험단과 다른 점은 운영 기간과 지원 방식이다. LG유플러스는 시즌별 크리에이터를 선발한 뒤 상품·서비스 체험뿐 아니라 교육과 네트워킹, 콘텐츠 제작 기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도쿄 프로그램 역시 이 같은 운영 방식의 연장선이다. 특히 시즌5에서는 크리에이터의 제작 역량과 성장에 더 초점을 맞췄다. 글로벌 플랫폼을 직접 경험하고 최신 콘텐츠 제작 도구를 접할 수 있도록 하면서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역량 자체를 높이는 방식이다. 최근 LG유플러스는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콘텐츠를 통해 기존 광고와 다른 고객 접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통신 상품뿐 아니라 AI 서비스, 콘텐츠, 플랫폼 등 소비자가 직접 경험해야 하는 서비스가 늘면서 기업이 직접 상품을 설명하는 방식만으로는 이용자에게 전달하기 어려운 영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플러스 부스터스에서 제작된 콘텐츠도 단순 통신 상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심플리.U+', 'ixi-O', 'U+two+', 로밍패스 등 LG유플러스의 주요 서비스와 MWC 등 회사가 참여한 글로벌 행사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최근 도쿄 프로그램에서도 참가자들은 LG유플러스의 ixi-O 로밍 통화와 로밍패스 등을 직접 이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유플러스 부스터스를 일회성 홍보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속적인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희진 LG유플러스 브랜드마케팅팀장은 "'유플러스 부스터스'는 크리에이터들이 LG유플러스의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의 시선에서 직접 경험하고 자신만의 관점과 언어로 전달하는 커뮤니티"라며 "앞으로도 크리에이터들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교육과 협업 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9-21 09: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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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는 남았는데 시효는 끝났다…기술침해 시계는 누가 맞추나
[경제일보] 기술에는 흔적이 남았지만 형사책임을 물을 시간은 지났다는 판단이 나왔다. 카카오의 음성통화 서비스 ‘보이스톡’에 다른 기업의 비공개 소스코드가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경찰이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사건을 불송치한 것이다. 개발자의 손을 떠난 코드가 오랫동안 제품 안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디지털 산업에서 범죄의 종료 시점을 어디로 볼 것인지, 오래된 질문이 새로운 무게로 돌아왔다.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은 카카오 법인과 개발자들의 영업비밀 침해 의혹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통신 솔루션 기업 네이블이 2024년 2월 고소한 사건이다. 경찰은 지난해 5월 카카오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보이스톡 소스코드를 분석했고, 네이블이 자체 작성한 비공개 코드가 개발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코드 사용 사실의 확인이 곧바로 범죄 성립의 확인을 뜻하지는 않는다. 경찰은 초기 개발자들이 담당 부서를 떠난 2013년 무렵과 2014년 5월 1일을 영업비밀 사용행위의 종료 시점으로 봤다. 이를 기준으로 10년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판단이다. 이후 후임 개발자들이 해당 코드의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을 알고도 사용했다는 증거 역시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네이블의 판단은 다르다. 보이스톡이 2024년 10월까지도 해당 소스코드를 사용했으므로 침해행위가 이전에 끝났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9일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사건은 수원지검의 재판단을 받게 됐다. 카카오는 문제의 코드가 영업비밀이 아니며 공개된 오픈소스 등을 이용해 쉽게 작성할 수 있는 유틸리티성 코드라고 반박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카카오의 기술 탈취가 법적으로 확정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찰의 불송치가 법원의 무죄 판결인 것도 아니다. 검찰의 검토와 향후 절차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은 특정 기업의 형사책임을 넘어 기술 보호제도의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침해 여부를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기술을, 법은 어떤 시간표로 보호해야 하는가." 소스코드는 공장에서 사라진 설계도와 다르다. 복제해도 원본이 그대로 남는다. 가져간 흔적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고, 코드가 어떤 경로로 다른 제품에 들어갔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수백만 줄의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가 사용됐다면 원본과 대상 제품을 확보한 뒤 전문적인 분석을 거쳐야 비로소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그사이 서비스는 개선되고 담당 개발자는 바뀐다. 코드는 다른 모듈과 결합하고 제품은 새로운 버전을 거듭한다. 최초의 작성자와 현재의 운영자가 달라지는 일도 흔하다. 이런 산업의 특성은 공소시효와 만날 때 복잡한 법적 문제를 만든다. 형사소송법 제252조는 공소시효가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한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과 네이블의 판단이 갈리는 지점도 바로 그 종료 시점이다. 초기 개발자가 프로젝트에서 떠났을 때 사용행위가 끝난 것인지, 이후에도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용이 계속됐는지를 따져야 한다. 코드가 계속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계속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후임자가 그 출처를 몰랐다면 고의에 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최초 개발자의 부서 이동만으로 이후 모든 행위가 법적으로 단절됐다고 볼 수 있는지도 구체적인 증거에 따라 검토할 문제다. 디지털 기록의 존속과 범죄행위의 존속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살펴볼 쟁점 역시 그 경계에 있다. 공소시효 제도 자체를 불필요한 장벽으로 취급해서도 안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희미해지고 증인은 사라진다. 기록의 맥락이 없어지면서 피의자 역시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워진다. 국가가 무기한 형사처벌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도록 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방어권을 위한 장치다. 기술 침해가 늦게 발견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건의 시효를 발견 시점부터 계산한다면 반대편 문제가 생긴다. 수십 년 전의 개발행위까지 끝없이 형사책임을 묻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형사처벌의 증거 기준과 방어권을 약화시키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침해가 은밀할수록 책임을 물을 기회가 줄어드는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도 없다. 범죄가 늦게 드러나는 기술의 특성과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가의 처벌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원칙 사이에서 어떤 기준이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공소시효의 길이만큼 중요한 문제가 있다. 증거를 얼마나 빨리,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느냐다. 피해를 주장하는 기업이 경쟁사의 소스코드를 직접 열어볼 수는 없다. 내부 자료에 접근하려면 법적 절차와 기술 분석이 필요하다. 작은 기업이라면 전문인력과 소송비용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침해 의혹을 발견한 뒤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흐르면 기술의 권리관계를 가릴 기회도 좁아진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2024년 고소 이후 압수수색과 코드 분석을 진행했다. 이미 오래된 의혹을 다루는 수사였다는 점은 디지털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기술 보호제도의 실효성을 논할 때 시효 연장과 함께 전문 수사역량, 신속한 증거보전 절차, 코드의 출처와 변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관리가 거론되는 이유다. 형사책임과 민사책임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와 제11조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금지·예방 청구와 손해배상책임을 별도로 규정한다. 형사사건의 불송치가 민사상 책임의 유무를 자동으로 확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민사에서도 영업비밀 해당성과 침해행위, 손해 등의 요건을 입증해야 하며 적용되는 기간 제한도 따로 검토해야 한다. 기술을 지키는 방법이 형벌 하나뿐일 수 없는 까닭이다. 침해가 확인됐다면 사용을 중지시키거나 손해를 회복할 수 있는 절차가 중요하고,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기업과 개발자가 부당한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한비자’ 유도편에는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 법은 귀한 사람에게 아첨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나무에 맞춰 휘지 않는다)’이라는 말이 있다. 기술 분쟁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판단이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 피해를 주장하는 기업이 작다는 이유로 증거 없이 상대방의 죄를 인정해서도 안 된다. 법이 해야 할 일은 어느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권리관계를 제때,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는 절차를 제공하는 것이다. 카카오와 네이블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검찰의 재판단이 남아 있고, 코드 사용 사실과 영업비밀 침해죄의 성립 여부 역시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그 결과와 별개로 우리 산업이 마주한 과제는 선명하다. 기업의 핵심 자산이 물리적인 설비에서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으로 옮겨갈수록 침해의 발견과 증명에는 이전과 다른 어려움이 생긴다. 기술에는 오랜 흔적이 남고 법에는 정해진 시간이 있다. 그 두 시간의 간극에서 권리 보호와 방어권을 함께 지킬 수 있는지가 이번 사건이 남긴 질문이다. 코드가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하는 일만큼, 그것이 어떤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는지 제때 판단할 수 있는 제도가 중요하다. 기술강국의 조건은 기술을 많이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술의 권리를 둘러싼 분쟁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기반에도 달려 있다.
2026-09-18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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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로 시작해 빅5까지…율촌, 합병 없이 키운 29년
[경제일보] 1997년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 변호사 6명이 모였다. 조세를 맡은 우창록, 공정거래와 국제조세의 윤세리, 기업금융의 강희철, 금융의 한봉희, M&A의 정영철 변호사 등이었다. 대형 로펌들이 이미 기업법무 시장의 자리를 잡아가던 때였다. 새 로펌의 이름은 ‘법률가의 마을’이라는 뜻을 담아 율촌(律村)으로 지었다. 29년이 지난 지금 율촌의 연 매출은 4000억원을 넘어섰다. 2025년 매출은 4080억원으로 전년 3709억원보다 10% 늘었다. 태평양과 세종, 광장에 이어 국내 법무법인 가운데 네 번째 4000억원대 로펌이 됐다. 한국 변호사 1인당 매출은 약 7억6000만원으로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율촌의 성장 과정은 앞서 출발한 대형 로펌과 조금 다르다. 다른 로펌을 합쳐 단기간에 변호사 숫자를 늘리지 않았고 처음부터 모든 업무를 갖추지도 않았다. 조세와 공정거래에서 이름을 알린 뒤 기업자문과 M&A, 송무, 금융으로 영역을 넓혔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대형 로펌과의 합병 없이 조직을 키워왔다. ◆ 김앤장을 나온 조세 변호사가 만든 사무실 율촌의 시작은 법무법인 설립보다 5년 앞선 1992년이다. 우창록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자신의 이름을 건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사법연수원 6기인 우 변호사는 김앤장과 미국 뉴욕 로펌에서 일했고 국내에서는 일찍부터 조세 분야를 파고들었다. 조세가 기업법무의 주요 전문분야로 자리 잡기 전이었다. 1994년 사무실 이름은 율촌합동법률사무소로 바뀌었다. 이후 우 변호사는 조세만으로 로펌을 키우기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변호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와 국제조세를 다룬 윤세리 변호사, 기업금융의 강희철 변호사, 조세의 한만수 변호사, 금융과 지식재산권의 한봉희 변호사 등이 합류했다. 1997년 법무법인 율촌이 공식 출범했다. 윤세리 변호사의 경력도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았다. 검사 생활을 거쳐 하버드 로스쿨에서 LL.M.,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에서 J.D.를 받은 뒤 미국 베이커앤드맥켄지 뉴욕·시카고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이후 한미합동법률사무소와 우방종합법무법인을 거쳐 율촌 설립에 참여했다. 처음부터 분야를 나눠 사람을 모은 것도 규모보다 전문성을 먼저 세우려는 선택이었다. 이미 시장에서는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세종이 앞서 있었다. 후발주자가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격차를 좁히기 어려웠다. 율촌은 처음부터 모든 분야를 갖추기보다 경쟁할 수 있는 전문분야를 먼저 만드는 길을 택했다. ◆ 첫 승부처는 조세와 공정거래 율촌이라는 이름을 법률시장에 알린 분야는 조세였다. 우창록 변호사는 현대그룹 계열사를 둘러싼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등 대기업 조세 사건을 맡았다. 조세 사건은 세법만 알아서는 다루기 어렵다. 기업의 회계와 거래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국세청의 과세 논리와 법원의 판단 기준도 함께 읽어야 한다. 율촌은 변호사와 회계사, 세무사가 함께 사건을 다루는 방식으로 조세 분야의 인력을 늘렸다. 공정거래는 윤세리 변호사가 한 축을 맡았다. 기업결합과 카르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기업의 영업 자체를 좌우하는 사건이 늘어나면서 공정거래법도 기업법무의 주요 분야로 올라왔다. 율촌은 설립 초기부터 공정거래를 별도 전문분야로 키웠다. 두 분야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소송이 벌어진 뒤 법정에서 다투는 일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기업이 거래를 시작하기 전부터 세금과 규제를 검토해야 했고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단계에서도 대응해야 했다. 율촌은 이 시장에서 먼저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2026년 체임버스앤파트너스 평가에서도 율촌은 조세와 공정거래 분야 모두 국내 Band 1에 올라 있다. 조세는 김앤장·세종과 함께 최상위 그룹에 들었고 공정거래는 김앤장·광장·세종과 같은 등급을 받았다. 창립 초기 선택한 두 분야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주력 업무로 남아 있다. ◆ 큰 로펌을 사지 않고 사람과 분야를 늘렸다 2000년대 국내 로펌 시장에는 합병 바람이 불었다. 광장은 한미와 합쳤고 세종은 열린합동을 받아들였다. 대형 로펌으로 빨리 몸집을 키우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다른 조직과의 결합이었다. 율촌은 다른 길을 택했다. 설립 이후 대형 로펌을 합병하지 않고 변호사를 직접 뽑거나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조직을 키웠다. 조세와 공정거래에서 기업법무·금융, 송무, 지식재산권, 부동산·건설로 업무가 늘어났다. 대형 조직을 통째로 받아들이기보다 필요한 사람과 분야를 하나씩 붙이는 방식이었다.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1997년 6명의 파트너 변호사로 출발했지만 2010년에는 국내외 변호사와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인력이 230여명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변호사만 500명을 넘어섰다. 2021년 381명이던 변호사는 2025년 537명으로 4년 동안 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687억원에서 4080억원으로 52% 늘었다. 사람을 늘리면서도 1인당 매출을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몸집을 키우되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한 것이 율촌 성장 과정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 ‘조세 로펌’에서 M&A까지 조세와 공정거래만으로 500명이 넘는 변호사를 먹여 살릴 수는 없다. 율촌도 기업법무와 M&A, 금융 분야를 계속 키웠다. 2026년 체임버스앤파트너스는 율촌의 기업·M&A 부문을 국내 Band 1로 평가했다. 복잡한 거래에서 조세와 공정거래 전문가를 기업자문팀과 함께 투입하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M&A 계약만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결합 심사와 세금 문제를 같은 조직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최근 사례가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합작투자다. 양측은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묶어 6조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고 율촌은 신세계 측 법률자문을 맡았다. 기업결합 승인과 지마켓 지분의 현물출자에 필요한 법원 인가 등 여러 절차가 함께 진행된 거래였다. 기업법무가 커져도 조세와 공정거래는 뒤에서 함께 움직인다. M&A 한 건에는 계약과 금융뿐 아니라 기업결합 심사와 세금, 노동 문제가 동시에 따라붙는다. 율촌이 처음부터 나눠 키운 전문분야들이 대형 거래에서 다시 만나는 방식이다. ◆ 베트남에서 먼저 해외 거점 늘려 국내 조직이 커지면서 해외에도 눈을 돌렸다. 율촌은 2007년 베트남 호찌민에 사무소를 열었고 2010년 하노이, 2011년 중국 베이징에 진출했다. 이후 미얀마 양곤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도 거점을 두면서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업무를 늘렸다. 2007년에는 국문과 영문 사명을 모두 ‘율촌(Yulchon)’으로 통일했다. 해외에서 창업자들의 성을 조합한 이름을 쓰는 국내 로펌이 적지 않았지만 율촌은 한국 이름을 그대로 영문 브랜드로 사용했다. ‘법률가의 마을’이라는 창업 당시 이름을 해외에서도 그대로 가져갔다. 해외 확장도 대형 외국 로펌과 합병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한국 기업이 많이 나가는 국가에 직접 사무소를 열거나 현지 로펌과 협업하는 방법을 택했다. 국내에서 선택했던 자체 성장 방식이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다만 국내 대형 로펌의 해외사업은 여전히 숙제가 많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대형 거래나 소송을 벌일 때 현지 영미계 로펌을 직접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쌓은 전문성을 해외 매출로 얼마나 연결하느냐는 율촌을 포함한 국내 대형 로펌들이 풀어야 할 문제다. ◆ 창업자 물러나고 조세 전문가가 대표 맡아 율촌의 세대교체는 2019년 한 차례 큰 변화를 맞았다. 창업자인 우창록 변호사가 일선 경영에서 물러났고 윤용섭·강석훈·윤희웅 변호사 등이 경영을 맡았다. 현재 대표변호사인 강석훈 변호사는 17년간 판사로 근무한 뒤 2007년 율촌에 합류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을 지낸 조세 전문가로 율촌 조세그룹 대표를 거쳐 2019년 경영대표가 됐다. 최근에는 그룹별 세대교체도 진행했다. 2025년 초 조세와 송무, 기업법무·금융 등 주요 그룹 대표를 1970년대생 변호사들로 바꿨다. 강 대표도 2027년 하반기 차기 대표에게 경영을 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업세대에서 2세대, 다시 다음 세대로 경영권을 옮기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율촌의 인재 기준에는 ‘협업’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창립 20주년 사사에는 전문성과 윤리성, 협동정신을 인재 영입의 세 가지 기준으로 제시했다. 우창록 변호사도 개인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조직과 함께 일하기 어려운 사람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인재관을 설명한 바 있다. 대형 합병을 하지 않고 조직 안에서 사람을 계속 붙이는 방식에서는 이 문제가 더 중요하다. 새로 들어온 전문가가 개인 고객만 관리하면 덩치는 커져도 종합로펌의 장점은 줄어든다. 서로 다른 전문분야의 변호사가 사건을 나눠 맡을 수 있어야 자체 성장 방식도 유지된다. ◆ 매출은 5위, 고객 평가는 달랐다 현재 율촌의 외형은 국내 5위권이다. 2025년 매출은 태평양 4402억원, 세종 4363억원, 광장 4309억원에 이어 율촌이 4080억원을 기록했다. 2위 태평양과 율촌의 차이는 322억원이다. 김앤장을 제외하면 대형 법무법인 네 곳이 모두 4000억원대에 들어왔다. 고객을 대상으로 한 평가는 매출 순위와 조금 다르다. 한국사내변호사회의 2025년 조사에서 율촌은 종합 2위와 전문성 2위, 서비스 1위를 기록했다. 조세·관세 분야에서는 2020년 이후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TMT에서도 2025년 1위에 올랐다. 외형보다 전문성과 서비스 평가에서 강점을 보였다. 매출 2~4위 로펌보다 변호사 숫자는 적지만 1인당 매출은 높다. 율촌은 2025년 한국 변호사 1인당 약 7억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요 대형 로펌의 경쟁이 단순히 변호사 수를 늘리는 단계에서 생산성을 따지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율촌도 최근 방향을 외형 확대보다 생산성에 두고 있다. 강석훈 대표는 리걸테크와 고부가가치 업무가 향후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고 매출 자체를 키우기 위한 양적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규모보다 전문성과 생산성을 앞세웠던 창립기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 30년을 앞두고 다시 꺼낸 ‘전문성’ 율촌은 2027년 창립 30년을 맞는다. 1997년 여섯 명이 모였을 때 가장 먼저 나눈 것은 사무실 지분보다 업무 분야였다. 우창록은 조세, 윤세리는 공정거래와 국제조세, 강희철은 기업금융, 정영철은 M&A, 한봉희는 금융과 지식재산권을 맡았다. 큰 조직부터 만든 뒤 전문분야를 나눈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문분야를 들고 모여 조직을 만들었다. 조세와 공정거래에서 출발한 율촌은 기업법무와 금융, 송무, M&A로 업무를 넓혔다. 다른 대형 로펌과의 합병 없이 변호사를 뽑고 분야별 전문가를 붙이며 조직을 키웠다. 그 결과 2025년 매출 4080억원, 변호사 500명대의 로펌이 됐다.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으려면 같은 길을 더 빨리 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율촌은 모든 분야를 한꺼번에 갖추는 대신 조세와 공정거래부터 파고들었다. 그 분야에서 확보한 기업 고객을 M&A와 금융, 송무로 연결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1997년 선택한 이름은 ‘법률가의 마을’이었다. 30년을 앞둔 지금 그 마을에는 5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일한다. 율촌이 커진 과정은 처음부터 큰 조직을 만든 역사가 아니라 전문분야를 가진 사람들을 하나씩 모아온 역사다.
2026-09-17 07: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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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무·서울대, 창업 고정비 2년 덜어준다…스타트업 7곳 키운다
[경제일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과 손잡고 초기 스타트업의 사무공간과 경영 인프라를 지원한다. 단순 공간 제공을 넘어 창업 선배와 전문가의 경험을 연결해 청년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돕는 산학협력 모델이다. 두나무는 서울대 경영대학과 청년 창업 지원 공간 ‘SNU x UPbit Startup Studio’를 출범하고 지난 10일 입주 환영 행사인 ‘웰컴 데이’를 열었다고 14일 밝혔다. 선정 기업들은 지난 1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입주 기업은 브레드크럼, 스틸컷, 이루리랩스, Beli Labs, 세타원코리아, PION, LeadAxis 등 7개사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딥페이크 탐지, 의료, 불면증 개선, 교육 분야 AI 전환(AX) 등 기술 기반 사업을 추진하는 초기 기업들이다. 두나무는 입주사에 최대 2년간 전용 사무실과 공유공간, 업무기기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법무·재무·회계·보안·마케팅 전문가가 참여하는 상담 프로그램 ‘오피스 아워’와 최고경영자(CEO) 라운드테이블도 운영한다. 공개된 지원 내용에는 직접 투자나 지분 취득 조건이 포함되지 않았다. 초기 스타트업에는 임대료와 장비 구매비 같은 고정비 절감이 사업 지속 기간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서울대의 연구·창업 인프라와 두나무가 보유한 보안·금융·플랫폼 운영 경험을 연결하면 기술 검증과 사업화 과정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스튜디오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참석해 입주 기업들의 사업 구상을 듣고 창업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경영 경험을 공유했다. 송 회장은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견뎌내고 결실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초기 스타트업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라며 “대한민국 혁신을 이끌 스타트업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든든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두나무의 청년 지원 활동이 교육에서 창업 보육으로 확장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두나무는 올해 서울대를 포함한 서울 지역 6개 대학에서 디지털자산 교육 프로그램 ‘업클래스’를 진행했다. 서울대도 창업지원단과 산학협력단 등을 중심으로 교내 기술과 청년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지원해 왔다. 박소정 서울대 경영대학 벤처경영 연합전공 주임교수는 “대학의 연구 역량과 청년의 잠재력이 기업의 실질적인 지원과 결합한 모범적 협력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프로그램의 성과는 입주 기업 수보다 후속 투자 유치와 매출, 고객 확보, 사업 생존율 등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두나무와 서울대가 공간 지원 이후에도 투자자·고객사 연결과 기술 사업화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뒷받침하느냐가 스타트업 스튜디오의 경쟁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2026-09-14 09: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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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다시 3위…세종이 판을 뒤집은 방법
[경제일보] 2025년 국내 대형 로펌의 순위가 바뀌었다. 법무법인 세종은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 매출 4363억원을 기록하며 광장과 율촌을 앞섰다. 2007년 광장에 자리를 내준 뒤 19년 만에 매출 3위로 돌아왔다. 2021년 말 455명이던 변호사는 2025년 말 603명으로 늘었다. 순위 하나가 바뀐 것보다 그 과정이 더 눈에 들어온다. 한동안 세종은 대형 로펌 경쟁에서 성장 속도가 더딘 곳으로 꼽혔다. 2007년 광장에 밀렸고 2013년에는 율촌에도 뒤졌다. 최근 5년 사이 세종은 조세와 정보통신기술(TMT), 송무와 형사, 공정거래 등 필요한 분야의 사람을 공격적으로 끌어들이며 다시 선두권으로 올라왔다. 1983년 문을 연 세종은 올해로 43년째다. 처음부터 모든 분야를 갖춘 종합로펌은 아니었다. 출발점에는 증권과 금융이 있었고 성장 과정에는 몇 차례 합병이 있었다. 최근의 세종은 여기에 인재 영입이라는 승부수를 더했다. ◆ ‘증권법 1호 박사’가 만든 로펌 세종의 출발에는 신영무 변호사가 있다. 신 변호사는 판사로 법조 생활을 시작했지만 2년 만에 법복을 벗었다. 미국 예일대 로스쿨에서 증권법을 공부했고 미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 연수와 뉴욕 로펌 근무를 거쳤다. 국내에서 증권법을 전공한 법률가를 찾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1980년 귀국한 신 변호사는 남산합동법률사무소에 합류했다. 1983년 사무실을 광화문 교보빌딩으로 옮기면서 세종합동법률사무소가 출범했다. 당시 함께 일하던 김두식 변호사의 성을 더해 영문 이름도 지금의 ‘SHIN & KIM’으로 정착했다. 창업 초기부터 금융과 증권을 주력 분야로 잡았다. 자본시장 개방이 시작되면서 세종은 외국인전용수익증권과 코리아펀드 설립을 자문했다. 삼성전자 해외 전환사채(CB), 삼미종합특수강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삼성물산 해외 주식예탁증서(DR), 포스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에도 관여했다. 한국 기업이 해외 자본시장으로 나가기 시작하던 때였다. 세종은 그 길목에서 금융과 증권을 다룬 경험을 쌓았다. ◆ 창업자 혼자 가져가는 로펌을 만들지 않았다 신영무 변호사가 신경 쓴 것은 사건만이 아니었다. 로펌을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운영할지도 중요하게 봤다. 당시 국내 법률사무소 상당수는 창업자의 영향력이 강했고 젊은 변호사가 일정 기간 일한 뒤 독립하는 일도 흔했다. 신 변호사는 미국 로펌에서 경험한 파트너십을 세종에 도입했다. 연공과 성과를 배당에 함께 반영하고 지분을 가진 파트너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 운영 방식은 지금도 남아 있다. 세종은 지분 파트너들의 직접 투표로 경영위원을 선출하고 현재 오종한 경영대표를 비롯한 5명의 경영위원이 주요 경영 판단에 참여한다. 한 명의 창업자나 대표에게 경영권을 집중시키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신 변호사는 2013년 세종에서 물러났다. 창업자가 조직을 떠난 뒤에도 로펌 이름과 경영체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개인의 이름으로 시작한 법률사무소를 구성원들이 이어가는 조직으로 바꾸려 했던 초기 선택이 세대교체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 외환위기가 증권·금융 로펌을 바꿨다 1997년 외환위기는 세종에도 큰 전환점이었다.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법률시장의 일도 달라졌다. 새로운 투자와 증권 발행보다 부도와 회생, 워크아웃, 채권 회수가 급해졌다. 세종은 대농과 한일합섬, 쌍방울그룹, 미도파, 국제상사, 삼성자동차, 기아자동차, 진로 등 당시 도산 절차를 밟은 기업들의 사건에 관여했다. 대우그룹 워크아웃과 하이닉스·SK글로벌 구조조정에도 참여했다. 금융과 증권을 다루던 변호사들이 부실기업의 채권관계와 구조조정까지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후 세종의 기업법무 영역도 M&A와 도산, 기업분쟁으로 넓어졌다. 외환위기가 금융·증권 중심의 로펌을 종합 기업법무 쪽으로 밀어낸 셈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문제와 구조조정, 소송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자문만 잘해서는 기업 고객의 문제를 끝까지 맡기 어려웠다. 세종은 2000년대 초 송무를 크게 보강하는 선택을 했다. ◆ 국내 첫 로펌 간 합병…송무를 붙였다 2001년 1월 세종은 열린합동법률사무소와 합쳤다. 열린합동에는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황상현 당시 부장판사와 이건웅 부장판사 등 법원 출신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금융과 기업자문에 강했던 세종에 송무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이 대거 들어왔다. 국내 법무법인 사이에서 이뤄진 첫 합병으로 알려져 있다. 합병 뒤 세종은 김앤장에 이어 국내 2위권 종합로펌으로 몸집을 키웠다. 제조물 책임 소송 등 대형 송무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2010년에는 세종 출신 변호사들이 설립했던 에버그린을 다시 합쳐 국내외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인력을 280여명으로 늘렸다. 금융·증권이라는 기존 기반에 송무와 기업분쟁을 붙이는 작업이 계속됐다. 광장도 2001년 한미와 합병하며 기업자문과 송무를 결합했다. 세종은 합병 이후에도 금융·증권을 중심축으로 두고 송무와 기업분쟁을 계속 보강했다. 지금의 세종에는 창립기의 금융·증권과 2000년대 이후 강화한 송무가 함께 남아 있다. 다만 몸집을 키운다고 순위가 계속 올라간 것은 아니었다. ◆ 2위권에서 밀려난 뒤 길었던 정체 2000년대 초 세종은 김앤장 다음을 다투는 로펌이었다. 이후 경쟁사들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2007년 광장이 세종을 앞섰고 2013년에는 율촌에도 추월당했다. 기업법무 시장이 M&A와 공정거래, 조세, 노동, 지식재산권, 국제중재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전문인력 확보 경쟁도 거세졌다. 세종은 오랫동안 상위권을 지켰지만 순위에서는 4~5위권에 머물렀다. 금융과 증권이라는 전통적인 강점만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격차를 다시 벌리기 어려웠다. 변화가 빨라진 것은 2021년 오종한 대표변호사가 경영을 맡으면서부터다. 오 대표는 1989년 세종에 입사해 기업분쟁과 M&A를 맡아온 내부 출신 변호사다. 취임 이후 세종은 부족한 분야를 외부 인재 영입으로 빠르게 채우기 시작했다. 2020년 말 434명이던 세종의 변호사는 2025년 말 603명으로 늘었다. 5년 동안 169명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매출은 93% 늘었다. 대형 로펌 가운데서도 빠른 외형 확장이었다. ◆ 사람을 데려와 팀째 키웠다 세종의 최근 성장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영입 방식이다. 유명한 전관 한두 명을 데려오는 데 그치지 않고 조세와 TMT, 공정거래, 송무·형사처럼 경쟁력이 부족했던 분야에 필요한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붙였다. 조세에서는 2022년 백제흠 변호사를 영입한 뒤 인력을 확대했고 송무에는 법원 출신 변호사들을 보강했다. 방송·통신과 개인정보 분야에도 정부와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들어왔다. 결과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는 영풍·MBK 연합을 대리했고 한미약품과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에도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 사이의 2500억원대 계약금 소송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대리해 대법원까지 승소했다. 송무와 기업분쟁에서 존재감이 커졌다. M&A에서도 대형 거래가 늘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플랫폼 합작법인 설립과 아워홈 경영권 지분 매각, 교보생명의 SBI저축은행 인수 등에 참여했다. 2026년 상반기에는 부동산·SOC 법률자문에서도 거래금액과 건수 기준 선두에 올랐다. 외부에서 데려온 인력이 기존 금융·기업자문 조직과 맞물리면서 업무 폭도 넓어졌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의 2026년 평가에서는 금융과 자본시장, 공정거래, 기업자문·M&A, 국제중재, 송무, 노동, 부동산, 조세, TMT 등 11개 분야가 최고등급인 Band 1을 받았다. 김앤장 다음으로 많은 숫자였다. 초기 금융·증권 중심의 로펌에서 여러 분야를 함께 가져가는 조직으로 업무 구성이 달라졌다. ◆ 19년 만의 3위…격차는 39억원 인재 영입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세종은 2025년 매출 4363억원으로 전년보다 18% 성장했다. 태평양은 4402억원, 광장은 4309억원을 기록했다. 2위 태평양과 세종의 차이는 39억원, 세종과 광장의 차이는 54억원에 불과했다. 세종에는 19년 만의 3위 복귀지만 안심할 만한 격차는 아니다. 한두 건의 대형 M&A나 송무 수임만으로 순서가 바뀔 수 있다. 공격적인 인재 영입으로 몸집을 키운 만큼 새로 들어온 변호사들과 기존 조직을 얼마나 잘 묶느냐도 중요해졌다. 외형 확대 다음 단계의 문제다. 고객 평가에서는 가능성과 한계가 함께 나타난다. 2025년 한국경제·한국사내변호사회 조사에서 세종은 종합평가와 전문성에서 각각 3위, 서비스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M&A·IPO와 금융 일반, 경영자문에서는 2위였고 민사·송무와 형사·수사기관 대응, 조세·관세에서는 3위였다. 1위 김앤장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김앤장의 2025년 추정 매출은 약 1조6000억원이다. 세종을 포함한 2위권 로펌들이 4000억원대에서 치열하게 순위를 다투는 것과는 시장 규모가 다르다. 세종의 경쟁 상대는 당장 김앤장보다 태평양과 광장, 율촌 쪽에 더 가깝다. ◆ 변호사만 늘리는 경쟁은 끝나고 있다 세종도 다음 단계에서는 다른 문제를 풀어야 한다. 오종한 대표는 최근 로펌이 변호사만으로 구성된 조직에서 회계사와 세무사, 변리사, 컨설턴트 등이 함께 일하는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세종은 방산·국방과 통상 분야에 비변호사 전문가를 늘리고 AI·디지털 경쟁법팀과 통상산업정책센터도 새로 만들었다. AI도 업무 안으로 들어왔다. 세종은 글로벌 법률 AI 서비스 ‘하비’ 사용 계정을 기존 30개에서 1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계약서 검토에 주로 사용하던 AI를 소장과 준비서면 등 송무 업무로 넓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변호사를 더 뽑는 방식에서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쟁이 옮겨가고 있다. 600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같은 고객을 놓고 경쟁하지 않고 서로 사건을 연결하는 일도 중요하다. 영입한 스타 변호사의 개인 실적이 조직 전체의 실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매출 4000억원대에서 5000억원대로 넘어가려면 인력의 숫자뿐 아니라 협업과 생산성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 오 대표는 2026년 목표로 5000억원을 언급하면서 외형보다 조직의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법률 수요 상당 부분이 현지 로펌으로 흘러가는 한계도 직접 거론했다. 국내에서 몸집을 키우는 것과 해외에서 한국 기업의 사건을 가져오는 것은 또 다른 경쟁이다. ◆ 밀린 순위를 사람으로 되찾았다 세종의 43년에는 앞선 대형 로펌과 다른 굴곡이 있다. 신영무 변호사는 증권법을 들고 로펌을 만들었고 자본시장이 열리자 금융과 증권 분야에서 자리를 잡았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기업 구조조정과 도산으로 업무를 넓혔고 송무가 부족해지자 2001년 열린합동과 합쳤다. 그 뒤 경쟁사들이 더 빨리 성장하면서 세종은 2위권에서 밀려났다. 2021년부터는 방향을 바꿨다. 부족한 분야를 하나씩 오래 키우는 대신 필요한 전문가를 외부에서 데려와 기존 조직과 묶었다. 조세와 TMT, 기업송무, 형사, 공정거래에서 사람이 늘자 사건도 따라왔다. 2025년 세종은 19년 만에 다시 3위에 올라섰다. 창업기의 무기는 증권법이었고 최근의 무기는 사람이다. 한 번 밀린 순위를 되찾는 데 19년이 걸렸다. 세종이 다시 치고 올라온 방법은 복잡하지 않았다. 부족한 곳에 사람을 넣었고 그 사람들이 가져온 사건을 조직의 일로 만들었다. 43년 전 금융과 증권에서 시작한 로펌은 이제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으로 다시 순위를 올리고 있다.
2026-09-14 08: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