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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코드는 남았는데 시효는 끝났다…기술침해 시계는 누가 맞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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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코드는 남았는데 시효는 끝났다…기술침해 시계는 누가 맞추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창원 기자
2026-09-18 13:00:00

카카오 보이스톡 타사 코드 사용 확인에도 경찰 불송치

개발자 이탈 시점 기준 10년 시효…검찰 재판단 주목

디지털 침해의 발견 지연·증거 확보와 법적 안정성의 충돌

사진ChatGPT
[사진=ChatGPT]

[경제일보] 기술에는 흔적이 남았지만 형사책임을 물을 시간은 지났다는 판단이 나왔다. 카카오의 음성통화 서비스 ‘보이스톡’에 다른 기업의 비공개 소스코드가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경찰이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사건을 불송치한 것이다. 개발자의 손을 떠난 코드가 오랫동안 제품 안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디지털 산업에서 범죄의 종료 시점을 어디로 볼 것인지, 오래된 질문이 새로운 무게로 돌아왔다.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은 카카오 법인과 개발자들의 영업비밀 침해 의혹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통신 솔루션 기업 네이블이 2024년 2월 고소한 사건이다. 경찰은 지난해 5월 카카오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보이스톡 소스코드를 분석했고, 네이블이 자체 작성한 비공개 코드가 개발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코드 사용 사실의 확인이 곧바로 범죄 성립의 확인을 뜻하지는 않는다.

경찰은 초기 개발자들이 담당 부서를 떠난 2013년 무렵과 2014년 5월 1일을 영업비밀 사용행위의 종료 시점으로 봤다. 이를 기준으로 10년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판단이다. 이후 후임 개발자들이 해당 코드의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을 알고도 사용했다는 증거 역시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네이블의 판단은 다르다. 보이스톡이 2024년 10월까지도 해당 소스코드를 사용했으므로 침해행위가 이전에 끝났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9일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사건은 수원지검의 재판단을 받게 됐다. 카카오는 문제의 코드가 영업비밀이 아니며 공개된 오픈소스 등을 이용해 쉽게 작성할 수 있는 유틸리티성 코드라고 반박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카카오의 기술 탈취가 법적으로 확정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찰의 불송치가 법원의 무죄 판결인 것도 아니다. 검찰의 검토와 향후 절차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은 특정 기업의 형사책임을 넘어 기술 보호제도의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침해 여부를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기술을, 법은 어떤 시간표로 보호해야 하는가."

소스코드는 공장에서 사라진 설계도와 다르다. 복제해도 원본이 그대로 남는다. 가져간 흔적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고, 코드가 어떤 경로로 다른 제품에 들어갔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수백만 줄의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가 사용됐다면 원본과 대상 제품을 확보한 뒤 전문적인 분석을 거쳐야 비로소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그사이 서비스는 개선되고 담당 개발자는 바뀐다. 코드는 다른 모듈과 결합하고 제품은 새로운 버전을 거듭한다. 최초의 작성자와 현재의 운영자가 달라지는 일도 흔하다.

이런 산업의 특성은 공소시효와 만날 때 복잡한 법적 문제를 만든다.

형사소송법 제252조는 공소시효가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한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과 네이블의 판단이 갈리는 지점도 바로 그 종료 시점이다. 초기 개발자가 프로젝트에서 떠났을 때 사용행위가 끝난 것인지, 이후에도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용이 계속됐는지를 따져야 한다.

코드가 계속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계속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후임자가 그 출처를 몰랐다면 고의에 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최초 개발자의 부서 이동만으로 이후 모든 행위가 법적으로 단절됐다고 볼 수 있는지도 구체적인 증거에 따라 검토할 문제다.

디지털 기록의 존속과 범죄행위의 존속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살펴볼 쟁점 역시 그 경계에 있다.

공소시효 제도 자체를 불필요한 장벽으로 취급해서도 안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희미해지고 증인은 사라진다. 기록의 맥락이 없어지면서 피의자 역시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워진다. 국가가 무기한 형사처벌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도록 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방어권을 위한 장치다.

기술 침해가 늦게 발견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건의 시효를 발견 시점부터 계산한다면 반대편 문제가 생긴다. 수십 년 전의 개발행위까지 끝없이 형사책임을 묻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형사처벌의 증거 기준과 방어권을 약화시키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침해가 은밀할수록 책임을 물을 기회가 줄어드는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도 없다. 범죄가 늦게 드러나는 기술의 특성과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가의 처벌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원칙 사이에서 어떤 기준이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공소시효의 길이만큼 중요한 문제가 있다. 증거를 얼마나 빨리,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느냐다.

피해를 주장하는 기업이 경쟁사의 소스코드를 직접 열어볼 수는 없다. 내부 자료에 접근하려면 법적 절차와 기술 분석이 필요하다. 작은 기업이라면 전문인력과 소송비용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침해 의혹을 발견한 뒤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흐르면 기술의 권리관계를 가릴 기회도 좁아진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2024년 고소 이후 압수수색과 코드 분석을 진행했다. 이미 오래된 의혹을 다루는 수사였다는 점은 디지털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기술 보호제도의 실효성을 논할 때 시효 연장과 함께 전문 수사역량, 신속한 증거보전 절차, 코드의 출처와 변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관리가 거론되는 이유다.

형사책임과 민사책임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와 제11조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금지·예방 청구와 손해배상책임을 별도로 규정한다. 형사사건의 불송치가 민사상 책임의 유무를 자동으로 확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민사에서도 영업비밀 해당성과 침해행위, 손해 등의 요건을 입증해야 하며 적용되는 기간 제한도 따로 검토해야 한다.

기술을 지키는 방법이 형벌 하나뿐일 수 없는 까닭이다. 침해가 확인됐다면 사용을 중지시키거나 손해를 회복할 수 있는 절차가 중요하고,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기업과 개발자가 부당한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한비자’ 유도편에는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 법은 귀한 사람에게 아첨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나무에 맞춰 휘지 않는다)’이라는 말이 있다.

기술 분쟁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판단이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 피해를 주장하는 기업이 작다는 이유로 증거 없이 상대방의 죄를 인정해서도 안 된다.

법이 해야 할 일은 어느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권리관계를 제때,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는 절차를 제공하는 것이다.

카카오와 네이블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검찰의 재판단이 남아 있고, 코드 사용 사실과 영업비밀 침해죄의 성립 여부 역시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그 결과와 별개로 우리 산업이 마주한 과제는 선명하다. 기업의 핵심 자산이 물리적인 설비에서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으로 옮겨갈수록 침해의 발견과 증명에는 이전과 다른 어려움이 생긴다.

기술에는 오랜 흔적이 남고 법에는 정해진 시간이 있다. 그 두 시간의 간극에서 권리 보호와 방어권을 함께 지킬 수 있는지가 이번 사건이 남긴 질문이다.

코드가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하는 일만큼, 그것이 어떤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는지 제때 판단할 수 있는 제도가 중요하다.

기술강국의 조건은 기술을 많이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술의 권리를 둘러싼 분쟁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기반에도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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