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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투표자 수 통계 수정 정황' 수사…노태악 책임론 다시 부상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전산 통계 수정 정황을 포착하고 추가 강제수사에 나섰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과 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합수본은 수사 과정에서 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관위와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자 수와 관련된 전산 통계를 임의로 수정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본은 수정 시점과 횟수, 수정 전후 수치, 전산 접속 기록과 내부 보고 자료 등을 확보해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수사는 투표용지 인쇄량 산정과 현장 대응을 넘어 선거 이후 전산 통계가 처리된 과정으로 확대됐다. 누가 어떤 자료를 근거로 수치를 바꿨는지, 정상적인 오류 정정 절차를 거쳤는지, 변경 사실이 상급자에게 보고됐는지가 확인 대상이다. 합수본은 지난달에도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송파구선관위 등을 압수수색해 투표용지 인쇄 계획과 투표록, 내부 결재 문서 등을 확보했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전 사무총장 등 선관위 관계자 10여명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입건됐고 출국금지 조치도 받았다. 투표자 수 통계가 수정됐다는 정황만으로 선거 결과에 손을 댔다고 볼 근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합수본도 현재는 통계 수정의 목적과 절차,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의 관련성을 확인하는 단계다. 그렇다고 선관위 내부의 통상적인 업무 처리로 가볍게 넘길 사안도 아니다. 투표자 수는 투표용지 교부 수량과 잔여 수량, 투표록의 기록을 대조하는 기초 자료다. 전산 수치를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면 근거 자료와 승인 절차, 변경 전후 내역이 남아 있어야 한다. 합수본은 전산 통계가 실제 투표소별 기록과 일치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투표용지 부족 사실이 발생한 뒤 수치가 변경됐다면 변경 사유와 보고 경로도 살펴야 한다. 부족 수량이나 추가 공급량을 사후에 맞추기 위한 수정이었는지도 수사 대상에서 빠질 수 없다. 수사가 전산 통계로 확대되면서 노 전 위원장의 재임 중 책임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노 전 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까지 중앙선관위를 이끌었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이틀 뒤인 지난달 5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합수본은 노 전 위원장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을 금지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결정은 인쇄 기준 축소였다. 중앙선관위는 선거인 수 대비 투표용지 최소 인쇄 비율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췄다. 국민의 투표권 행사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준이었지만 중앙선관위원회의 공식 회의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사무총장과 선거정책실장의 전결로 처리됐다. 어떤 사항을 위원회 의결에 부치고 어떤 사항을 사무처 전결로 처리할지 판단하는 내부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문이 나왔지만 선거1국장은 규칙과 편람·지침을 구분하는 별도 기준이 없다고 답했다.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10%포인트 낮추는 결정은 비용 절감이나 행정 편의에 머물지 않는다.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이 나오거나 지역별 투표율 편차가 커지면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실제 송파구의 최종 투표율은 65.8%로 서울 평균보다 높았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거나 마감 시간이 연장됐다. 중앙선관위원장은 각 투표소의 용지 수량을 직접 계산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선거인의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주는 기준이 어떤 절차로 정해지고 있는지, 사무처의 결정이 현장에서 어떤 위험을 낳을 수 있는지는 감독해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이 인쇄 기준 축소를 언제 보고받았는지, 관련 위험에 관한 검토를 지시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상황도 투표 종료 약 40분 전에야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이라면 선거 현장의 중대한 문제가 중앙선관위원장에게 전달되는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이 인쇄량 축소와 전산 통계 수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정황은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직접 지시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재임 당시 수장의 지휘·감독 책임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인쇄 기준 축소를 보고받았다면 결정의 타당성과 위험을 검토한 과정을 밝혀야 한다. 보고받지 못했다면 투표권 행사와 직결된 사안을 사무처가 자체 판단하도록 둔 경위를 설명해야 한다. 선거 당일 전국의 투표소에서 용지가 부족한데 위원장에게 보고가 늦어진 이유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산 통계 수정 정황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관계 직원 개인이 임의로 수치를 바꾼 것인지, 지역선관위와 중앙선관위 사이에 보고가 오갔는지, 지휘부가 수정 사실을 알았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통계 수정이 여러 기관에서 이뤄졌다면 동일한 지침이나 지시가 있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은 사의를 밝히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임기 종료를 앞둔 사퇴가 선거관리 실패에 대한 사실 규명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누가 기준을 낮췄고 누가 위험을 검토했으며 사고 발생 뒤 어떤 보고와 조치가 있었는지는 별도로 확인돼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정치권이나 행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도록 독립성을 보장받는 대신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투표용지조차 충분히 준비하지 못하고 사후 전산 통계까지 수정한 정황이 드러났다면 독립성만 내세울 수 없다. 합수본 수사가 통계 수정에 관여한 실무자를 확인하는 데 그쳐서도 안 된다.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낮춘 결정 과정과 선거 당일 보고 지연, 전산 통계 수정 경위가 서로 연결돼 있는지 살펴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을 비롯한 당시 지휘부가 각 단계에서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투표용지는 선거관리의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이다. 투표자 수 통계는 투표용지의 교부와 잔여 수량을 검증하는 자료다. 두 업무에서 동시에 문제가 드러난다면 현장 직원 몇 명의 착오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노태악 전 위원장 개인의 형사책임은 증거와 수사 결과에 따라 판단할 문제다. 재임 중 선거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은 별개로 남는다. 이번 수사는 선관위 직원들이 전산 수치를 왜 고쳤는지만 확인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이 가능했던 의사결정과 보고 체계, 당시 선관위 수뇌부의 관리 책임까지 규명해야 한다.
2026-07-23 10: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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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으로 끝나지 않은 4743만원…노태악 배우자 출장 의혹의 다섯 쟁점
[경제일보]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재임 중 배우자의 해외 출장에 들어간 비용 4743만8900원을 국고에 반납했다. 호주·뉴질랜드, 독일·에스토니아, 덴마크·스웨덴 등 세 차례 출장에서 배우자에게 지출된 비용을 중앙선관위가 산출한 금액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전 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배우자 출장 비용을 국고에 반납하거나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국정조사에서는 배우자 동행과 관련해 “지금까지는 전부 다 그렇게 해왔고 아무런 이의 제기도 없어 특별히 의문을 갖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국고 반납으로 4743만여원은 회수됐다. 그러나 배우자 출장비를 국고에서 부담한 근거와 배우자의 공적 역할, 예산 편성·집행 과정, 외부 공개자료에서 동행 사실이 빠진 경위는 그대로 남아 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노 전 위원장 등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합동수사본부에 고발했다. 합수본은 지난 20일 노 전 위원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수사의 초점도 반납 사실보다 지출 당시의 의사결정 과정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반납은 국고 지출의 근거를 설명하지 못한다 공금 지출의 적법성은 돈을 돌려줬는지가 아니라 지출 당시 법령과 예산 목적에 맞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배우자 동행이 선관위원장의 공식 업무 수행에 필요했는지, 배우자가 현지에서 맡은 공적 역할이 있었는지, 상대 기관이 배우자를 공식 초청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배우자 비용을 국고에서 부담할 수 있는 규정과 내부 지침이 존재했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업무상 횡령 혐의는 노 전 위원장의 예산 집행 관여 정도와 국고 부담의 근거, 지출 경위와 당시 인식을 종합해 판단된다. 사후 반환은 지출 당시의 행위와 판단을 소급해 바꾸지 않는다. 반납 시점도 짚어야 한다. 배우자 동행은 노 전 위원장 재임 중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비용 반환은 국정조사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형사 고발이 이뤄진 뒤 진행됐다. 선관위 내부 점검으로 먼저 바로잡은 사안이 아니라 외부 문제 제기를 거친 뒤 취해진 조치다. 노 전 위원장이 국고에 반납한 4743만8900원이 배우자에게 들어간 비용 전부인지도 공개돼야 한다. 항공료와 숙박비, 식비, 현지 교통비를 어떻게 계산했는지, 공동 지출 가운데 배우자 몫은 어떤 기준으로 나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 그렇게 해왔다”는 말이 넓힌 책임 노 전 위원장은 배우자 동행을 의심하지 않은 이유로 과거의 관행을 들었다. 선관위도 헌법기관장의 지위와 역할에 상응하는 예우를 고려해 예산 편성 단계부터 배우자 비용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관행은 국고 지출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법령과 예산 목적에 맞지 않는 지출이 반복됐다면 문제의 범위는 노 전 위원장의 세 차례 출장을 넘어선다. 선관위가 기관장 배우자의 출장 비용을 계속 부담해왔다면 전임 위원장 때도 같은 사례가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 배우자 동행을 누가 제안했고 어느 부서가 예산을 편성했는지, 법률 검토와 내부 감사가 있었는지, 누가 최종 결재했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노 전 위원장의 기관장 책임도 사라지지 않는다. 예산 편성과 집행을 실무 부서가 맡았더라도 배우자를 세 차례 동반한 당사자이자 선관위의 최고 책임자는 노 전 위원장이었다. 관행을 따랐다는 설명은 국고 부담의 근거를 확인해야 할 기관장의 책임에 대한 답이 되지 못한다. 선관위는 정당과 후보자, 유권자에게 선거법과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한다. 후보자의 회계보고와 선거비용을 감독하고 작은 기재 오류와 기한 위반에도 책임을 묻는다. 기관장 배우자에 대한 예우가 오랜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별도의 검증 없이 이어졌다면 선관위가 외부에 요구해온 기준과 내부에서 적용한 기준이 달랐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국민 눈높이’는 법적 근거를 대신할 수 없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장으로서 지위와 역할에 상응하는 예우를 고려해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 배우자 예산을 편성했다”며 앞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눈높이는 국고 지출의 법적 근거를 대신하지 못한다. 배우자 동행이 공식 업무에 필요했다면 선관위는 관련 규정과 공식 일정, 초청 문서, 배우자가 수행한 역할을 제시해야 한다. 공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비용은 개인 부담 영역에 속한다. ‘헌법기관장 예우’라는 포괄적인 표현만으로 수천만원의 국고 부담을 설명하기도 어렵다. 예산에 배우자 비용이 편성돼 있었다는 사실도 지출의 정당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공공예산은 편성 목적과 실제 사용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 선관위 해명은 배우자가 어떤 자격으로 출장에 동행했는지 답하지 않았다. 공식 대표단 구성원이었는지, 의전상 동반이 필요했는지, 현지에서 수행한 일정이 무엇인지가 공개되지 않았다. 예우라는 설명만 있고 예우에 국고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내부 예산에는 있고 외부 출장 내역에는 없었다 선관위는 배우자 비용을 예산 편성 단계부터 포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관위가 외부에 제출한 국외출장 내역에는 배우자 동행 사실이 기재되지 않았다. 내부에서는 배우자 동행을 전제로 비용을 편성하면서 외부 자료의 출장자 명단에서는 배우자가 빠진 것이다. 공식 출장 참여자로 보았다면 외부 자료에서 제외된 이유가 남는다. 공식 출장 참여자가 아니었다면 국고로 비용을 부담한 근거가 약해진다. 기재 누락이 서식과 작성 기준에 따른 것인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배우자가 제외된 것인지 조사해야 한다. 출장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실무자와 검토자, 승인권자도 확인 대상이다. 예산자료와 공개자료의 불일치는 선관위의 정보 공개 기준과 연결된다. 배우자 동행 비용이 국고에서 지출됐다면 국민은 누가 어떤 자격으로 출장에 참여했고 얼마의 예산이 사용됐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선거비용과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감독하는 기관이라면 내부 출장 예산과 참여자 정보도 같은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배우자 비용은 공식 예산에 반영하면서 동행 사실은 공개자료에서 확인할 수 없도록 한 구조는 선관위의 설명 책임을 무겁게 한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함께 드러난 내부 통제 문제 배우자 동반 출장 의혹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조사하는 국회 국정조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투표용지 부족과 배우자 출장비는 발생 원인과 성격이 다르다. 두 사안에서 함께 제기되는 문제는 선관위 내부 통제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 수량을 점검하고 부족 사태를 막아야 할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같은 과정에서 기관장 배우자의 출장비가 세 차례에 걸쳐 국고에서 지출됐고, 외부 출장 내역에는 동행 사실이 없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선거 관리의 기본 업무와 수뇌부 관련 예산 집행에서 각각 어떤 점검과 감독이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무자의 판단에만 맡겨진 것인지, 중간 결재와 사후 감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된 것인지, 기관장이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가 조사돼야 한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선거 관리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부여된 지위다. 예산 집행과 조직 운영까지 외부 감시에서 벗어나게 하는 특권은 아니다. 선관위가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과 선거 관리 부실에 이어 기관장 배우자 출장비 논란까지 맞으면서 독립기관의 책임 구조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독립성은 스스로 법과 절차를 더 엄격하게 지킬 때 설득력을 얻는다. 수사와 자체 조사에서 확인해야 할 네 가지 합수본의 압수자료 분석은 배우자 출장비의 사용처와 함께 동행 결정, 예산 편성, 내부 결재, 공개자료 작성 과정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배우자 동행에 공적 필요성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공식 초청과 현지 일정, 배우자의 역할이 판단 자료가 된다. 둘째, 국고 부담의 법령상·예산상 근거를 밝혀야 한다. 헌법기관장에 대한 예우가 어떤 규정에 따라 어느 범위까지 인정됐는지가 핵심이다. 셋째, 세 차례 출장의 의사결정과 결재 구조를 확인해야 한다. 노 전 위원장과 선관위 관계자들이 배우자 비용 편성과 집행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알았는지가 형사책임과 기관 책임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넷째, 외부 출장 내역에서 배우자 동행 사실이 빠진 경위를 밝혀야 한다. 예산자료와 공개자료가 달라진 과정과 작성·검토·승인 책임을 확인해야 한다. 선관위의 자체 점검도 필요하다. 노 전 위원장 재임 기간에 한정하지 않고 역대 위원장의 배우자 동반 출장과 비용 부담 사례를 조사해야 한다. 관련 규정과 출장보고서 공개 기준을 함께 손보지 않으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노 전 위원장은 배우자 출장 비용 4743만8900원을 국고에 반납했다. 반납으로 확인된 것은 비용이 회수됐다는 사실이다. 세 차례 배우자 동행에 어떤 공적 필요성이 있었는지, 국고 부담은 어떤 근거와 결재를 거쳤는지, 공개자료에서 동행 사실이 빠진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노 전 위원장과 선관위가 설명해야 할 책임은 바로 그 지점에 남아 있다.
2026-07-21 09: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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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은 그 자리에 무엇을 하러 갔나
[경제일보] 대법관까지 지낸 전직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출국금지됐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전 사무총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합수본은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송파·서초·강남·광진·동작구선관위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투표용지 인쇄 계획서, 회의록, 예산서, 투표록 등 선거 준비와 당일 대응을 보여줄 자료들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출국금지는 유죄 판단이 아니다. 압수수색 역시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그러나 이 사태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선관위의 공적 권위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선거관리의 최종 책임자였던 인물이 대법관 출신 노태악이라는 점은 이 사안을 더 무겁게 만든다. 국민이 묻는 것은 단순하다. 노태악은 그 자리에 무엇을 하러 갔나. 투표용지가 모자랐다는 말은 사소한 행정 실수가 아니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갔는데 국가가 표를 줄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선거관리에서 가장 기초적인 물적 준비가 무너진 것이다. 선거는 추상적인 민주주의 의식이 아니다. 유권자 명부, 투표소, 기표대, 투표함, 투표용지가 있어야 작동하는 국가 절차다. 그중 투표용지는 선거의 시작점이다. 그것이 부족했다면 선거관리 기관은 가장 낮은 문턱도 넘지 못한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규모다. 처음에는 일부 투표소의 돌발 상황처럼 알려졌다. 그러나 선관위 자체 조사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전국 50곳으로 늘어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가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유권자는 줄을 서서 기다렸고, 선거관리 직원들은 현장에서 혼란을 수습했다. 투표소 현장의 실무자만 탓할 일이 아니다. 이런 사태가 선거 당일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면 중앙선관위의 준비, 점검, 보고, 대응 체계 전반이 허술했다는 뜻이다. 공직선거법은 투표용지와 투표함 작성·송부의 실무 주체를 구·시·군선관위로 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앙선관위원장이 지역 실무 뒤에 숨을 수는 없다. 중앙선관위는 전국 선거관리 기준을 세우고,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선거 당일 돌발 상황에 대응할 체계를 갖춰야 하는 기관이다. 선거관리의 독립성은 책임을 피하라는 방패가 아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한 선거를 관리하라는 헌법적 신뢰다. 그 신뢰가 투표소 앞에서 무너졌다. 노 전 위원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법원 주요 보직을 거쳤고, 법원장을 지냈고, 대법관까지 올랐다. 이후 중앙선관위원장에 취임했다. 사법부 엘리트가 밟을 수 있는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마지막 공직의 장면으로 남긴 것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출국금지라면, 국민은 그의 공직 생활 전체를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는 법정에서, 법원에서, 선관위에서 어떤 긴장감으로 일했는가. 물론 이번 사태만으로 과거 판결까지 싸잡아 의심할 수는 없다. 판결은 기록과 법리에 따라 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최고 법관 출신에게 기대했던 공적 자세와 관리 능력이 이번 사태에서 너무 초라하게 드러난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법관이라는 이력은 단순한 명예가 아니다. 국가 의사결정의 최상층에서 법과 절차의 무게를 다뤄본 경력이다. 그런 사람이 선거관리 기관의 수장이 됐다면 적어도 선거의 기본 절차만큼은 누구보다 엄격하게 챙겼어야 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선관위는 유권자가 투표소에 온 뒤에야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선거 전에 예상 투표율을 어떻게 계산했는지, 인쇄 매수를 어떻게 정했는지, 지역 선관위의 준비 상황을 중앙선관위가 어떻게 점검했는지, 부족 가능성을 보고받고도 묵살한 정황은 없었는지 수사가 밝혀야 한다. 그러나 법적 책임과 별개로 행정적 책임은 이미 분명하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모자랐다. 중앙선관위원장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 전 위원장에게 이번 일이 처음 맞은 위기는 아니었다. 그는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 이후 중앙선관위원장에 취임했다. 사전투표 부실 관리로 선관위 신뢰가 흔들린 뒤 조직을 바로 세우라는 요구 속에서 자리에 올랐다. 그 뒤 선관위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터졌고, 선관위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다. 사과는 반복됐고 쇄신 약속도 있었다. 그러나 국민이 본 것은 바뀐 선관위가 아니라 또 무너진 선관위였다. 이쯤 되면 문제는 한 번의 실수가 아니다. 책임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책임지지 않는 조직 문화, 독립성을 말하면서 내부 통제를 미루는 관행, 선거가 끝나면 논란도 지나간다는 안이함이 누적된 결과로 봐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헌법기관이라는 지위에 기대어 외부 감시에는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그러나 독립성은 무능을 덮어주는 명분이 될 수 없다. 헌법기관일수록 책임의 기준은 더 높아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의 사퇴도 충분하지 않다. 물러나는 것은 정치적·도의적 책임의 시작일 뿐이다. 사퇴했다고 해서 선거 당일 투표권 행사에 차질을 빚은 유권자의 문제 제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선관위 내부에서 어떤 판단이 있었는지, 누가 보고했고 누가 승인했는지, 어떤 지침이 내려갔는지, 예산과 인쇄 물량 산정에 어떤 오류가 있었는지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책임선이 실무자 몇 명에서 끊겨서도 안 된다. 실무자는 지시와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 기준을 세운 사람, 점검하지 않은 사람, 위험 신호를 놓친 사람이 함께 드러나야 한다. 대법관 출신이라는 경력은 이번 사태에서 오히려 더 무거운 질문을 부른다. 법관은 절차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직업이다. 작은 송달 하자 하나, 증거조사 절차 하나, 기일 통지 하나가 재판 전체의 적법성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매일 다루는 사람이 법관이다. 그런 법관 출신이 선거관리 기관의 정점에 있었다면 투표 절차의 작은 허점이 얼마나 큰 불신으로 번지는지 몰랐다고 할 수 없다.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면 더 큰 책임이다. 국민은 선관위원장에게 선거 당일 투표소마다 서 있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국 선거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점검하고, 실패 가능성을 줄이라고 요구한다. 그 자리는 명예직이 아니다. 선거가 끝난 뒤 사과문을 읽는 자리도 아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 절차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책임지는 자리다. 노 전 위원장은 그 책임을 다했는가. 이번 사태가 던지는 질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사는 차분하게 진행돼야 한다. 정치권도 이 사안을 정파적 공방으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선거관리 실패를 이유로 근거 없는 음모론을 키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정쟁화를 걱정한다는 이유로 책임 규명을 흐려서도 안 된다. 투표용지 부족은 실제로 발생했다. 선관위가 자체 조사로도 전국 50곳의 문제를 확인했다. 이 정도 사안이라면 조직 내부 감사나 위원장 사퇴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노태악 개인의 불명예로만 볼 사안도 아니다. 이번 사태는 우리 공직사회 엘리트 시스템의 취약한 단면을 보여준다. 높은 자리에 오른 경력과 실제 관리 능력은 같지 않다. 법복의 권위가 행정 능력을 보증하지 않는다.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사실이 현장의 위험을 읽는 감각까지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높이 올라간 사람일수록 조직의 보고서와 의전 뒤에 숨어 현장의 균열을 놓치기 쉽다. 그 균열이 선거 당일 투표소 앞에서 터졌다. 국민이 느끼는 허탈감은 여기에 있다. 선관위는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다. 도로 포장도, 재난 구조도, 산업 정책도 아니다. 선거가 본업이다. 그런데 본업의 가장 기본인 투표용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국가기관이 자신의 존재 이유에 해당하는 일을 실패한 것이다. 그 실패의 정점에 있던 사람이 대법관 출신 중앙선관위원장이었다. 이것이 이번 사태를 더 부끄럽게 만든다. 노 전 위원장은 사과했고 물러났다. 그러나 사과와 사퇴만으로 끝낼 수 없는 공적 실패가 있다. 이번 일이 그렇다. 합수본 수사는 누가 어떤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가려야 한다. 동시에 중앙선관위는 선거관리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열어야 한다. 투표율 예측, 투표용지 인쇄 기준, 예비 물량 관리, 지역 선관위 보고 체계, 선거 당일 비상 대응, 중앙의 지휘 권한과 책임 구조를 모두 공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로만 지켜지지 않는다. 투표소 문이 열리고, 유권자가 신분을 확인받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하고, 투표함에 넣는 절차가 차질 없이 이어질 때 지켜진다. 그 기본 절차가 멈추면 국민은 선거 결과 이전에 선거관리 자체를 의심하게 된다. 선관위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일은 특정 정당의 비판이 아니라 유권자의 신뢰 상실이다. 노태악은 그 자리에 무엇을 하러 갔나. 이 질문은 한 사람을 겨냥한 분노에 그치지 않는다. 헌법기관의 독립성이 책임 공백으로 변질되지 않았는지, 사법 엘리트의 권위가 실제 행정 실패를 가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선관위가 국민 앞에 충분히 낮은 자세로 일해왔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투표용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선관위라면 국민에게 신뢰를 요구할 자격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이번 사태의 결론은 수사기관의 판단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법적 처벌 여부와 별개로 노태악이라는 이름은 선거관리 실패의 책임자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관에서 중앙선관위원장으로 이어진 화려한 경력의 끝이 왜 이런 모습이어야 했는지, 그 답은 노 전 위원장과 선관위가 스스로 내놓아야 한다. 국민은 이미 묻고 있다. 그 자리가 그렇게 가벼운 자리였느냐고.
2026-06-13 12: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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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까지 나선 6·3 지선…"통합 상징이 정파 선거에 소비" 비판 확산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막판 전직 대통령들이 잇따라 선거전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후보 지원 행보에 나섰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 잇따라 ‘좋아요’를 누르며 간접 지원 논란에 휩싸였다. 정치권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의 선거 개입성 행보를 두고 “핵심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국민 통합의 상징이어야 할 전직 대통령이 다시 정파 정치의 전면에 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방선거가 지역 일꾼과 정책을 검증하는 장이 아니라 과거 권력의 영향력 경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근혜·이명박, 보수 결집 지원 행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대구 칠성시장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유세 현장을 찾았다. 이어 25일에는 충북 옥천의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한 뒤 대전으로 이동해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았고, 충남 공주 산성시장에서는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와 시민들을 만났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경남 진주, 울산, 부산, 강원 원주·횡성 등에서도 국민의힘 후보 지원 일정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이후 제한적 활동만 해오던 박 전 대통령이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 단위 선거 지원에 나선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등판이 보수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행보가 중도층 확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전직 대통령이 선거 막판 전면에 나서는 장면은 보수 지지층 일부에는 결집 효과를 줄 수 있지만, 탄핵의 기억을 가진 중도층과 무당층에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선거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 중구 청계천을 함께 걸으며 공개 지원에 나섰다. 현장에서는 “청계천을 내가 만들었지만, 청계천을 아름답게 만든 사람이 여기 있다”며 오 후보 지지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후보 측은 이를 서울시정 경험과 도시행정 성과를 부각하는 행보로 해석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가 주거, 교통, 복지, 도시경쟁력 등 현재의 정책 경쟁으로 치러져야 하는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의 성과와 후광이 선거 쟁점을 대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조국 후보 SNS ‘좋아요’…민주당 내서도 미묘한 파장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의 SNS 게시물에 최근 30여 건의 ‘좋아요’를 누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게시물에는 선거사무소 개소식 공지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은 평택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의 게시물에는 같은 방식의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조국혁신당 후보를 사실상 지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특정한 지지를 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지만, 정치적 해석은 이어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SNS 반응은 일반 정치인의 온라인 활동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공개 유세는 아니더라도 지지층에는 분명한 정치적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평택을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경쟁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문 전 대통령의 행보는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당 후보가 있는 지역에서 전직 민주당 대통령이 다른 야권 후보에게 우호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되면 야권 내부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는 ‘개인’ 아닌 ‘직위 상징성’에 대한 예우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 퇴임 이후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 있고, 특정 후보나 정당에 호감을 표시할 자유도 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기준은 일반 정치인과 다르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대통령은 재임 중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 퇴임 뒤에도 경호와 예우를 받는 것은 개인적 특권이라기보다 대통령직의 상징성과 국가적 연속성을 존중하기 위한 장치다. 따라서 전직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선거운동에 적극 가담한다면 그 상징성이 정파적 자산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은 어느 정당 출신이든 퇴임 후에는 국민 전체를 향한 메시지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선거 막판 특정 후보 옆에 서는 순간 전직 대통령의 발언은 통합의 언어가 아니라 동원의 언어로 바뀐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논란은 여야 모두가 후보의 자질과 정책보다 전직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선거 막판에는 지지층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중요하지만, 과거 대통령의 이름값과 팬덤에 기대는 방식은 지방선거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지방선거 본질은 후보 검증과 정책 경쟁 지방선거는 지역의 4년을 책임질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유권자가 따져야 할 핵심은 전직 대통령의 선택이 아니라 후보자의 자질, 정책의 실현 가능성,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도다. 교통망 확충, 주택 공급, 지역산업 전환, 지방재정 건전성, 교육과 돌봄, 인구 감소 대응 같은 문제는 전직 대통령의 이름값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후보가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갈등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선거의 중심에 서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선거 지원을 두고 “불법은 아니지만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법상 명백한 위반이 아니더라도, 전직 대통령의 공적 지위와 상징성을 고려할 때 정치적 절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 소멸 △수도권 과밀 △산업 구조 전환 △주거 불안 △복지 재정 부담 등 복합 과제를 안고 치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의 선거전 등판은 일시적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지역의 미래를 설명하는 답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을 선거판으로 불러내는 것은 후보 경쟁력과 정책 경쟁이 충분하지 않다는 방증일 수 있다”며 “전직 대통령들도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남을 것인지, 특정 정파의 선거 자산으로 소비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권자 역시 전직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니라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을 기준으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6-05-29 12: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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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정쟁의 광장'을 '생활의 일터'로 바꿀 유권자의 안목
[경제일보] 국민의 엄중한 선택을 기다리는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마침내 그 막을 올렸다. 앞으로 13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은 표심을 잡으려는 후보자들의 목소리와 현수막, 유세 차량으로 가득 찰 것이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고개를 숙이는 후보들의 행렬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목격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밤 9시까지는 확성장치를 통한 공개 연설이 허용된다. 이 시간적 제약은 민주주의의 축제를 즐기면서도 시민의 일상적 평온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자 법치의 기본이다. 모든 후보는 이 최소한의 규칙을 준수하는 것에서부터 자신의 도덕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의 막이 오르는 오늘, 유권자들의 가슴속은 설렘보다 무거운 심난함이 앞선다. 언제나 그러했듯, 선거판의 서막을 장식하는 것은 지역 발전을 위한 창의적인 정책이나 주민 삶을 보듬는 따뜻한 비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선거운동 첫날부터 서로를 향해 ‘내란 세력’, ‘독재 세력’, ‘청산 대상’이라는 극단적이고 거친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상대를 품어 안아야 할 경쟁자가 아니라 반드시 절멸시켜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증오의 정치가 또다시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이처럼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만 혈안이 된 진흙탕 싸움 속에서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주민들의 구체적인 삶은 저 멀리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선거의 본질을 다시 한번 엄중히 되짚어보아야 한다. 지방선거는 여야가 세 대결을 벌이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이나 정권 심판 혹은 정권 지지의 시험대가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의 고질적인 교통 문제를 누가 해결할 것인지, 소멸해 가는 지역 경제의 불씨를 누가 살려낼 것인지,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과 어르신들의 복지, 그리고 일상의 안전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경쟁하는 ‘생활 정치’의 장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후보의 도덕성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과거 행적을 들춰내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부풀리며, 무차별적인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정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재원 조달 계획도 없는 장밋빛 공약이 난무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악순환을 우리는 얼마나 더 반복해서 보아야 하는가.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라 가르쳤다. 군자는 주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되 맹목적으로 편을 가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최선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정치가 가져야 할 품격이다. 그러나 지금의 선거판은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고 상대를 말살하려는 거대한 ‘전쟁’처럼 보인다. 선거는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지만, 선거가 남긴 증오와 갈등의 상처는 지역 공동체에 깊게 패어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된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주민들은 같은 마을에서, 같은 이웃으로 살아가야 한다. 정치인들이 권력을 쥐기 위해 흩뿌려 놓은 반목의 대가를 왜 무고한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여기에 노자가 《도덕경》에서 강조한 “지족불욕(知足不辱)”의 지혜를 더하고 싶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다는 이 말은 오늘의 정치인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절제와 겸손의 미덕이다. 당장 한 표를 얻기 위해 상대를 악마화하고 거짓과 과장을 일삼는 정치는 일시적인 승리를 가져다줄지언정, 결국은 정치 전체의 파멸과 국민적 냉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나 선동이 아니다. 내가 발을 딛고 사는 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실천 가능한 정책’과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책임 있는 태도’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움직이는 예산은 연간 수백조 원에 달한다. 이들의 결정 하나에 지역의 개발 방향이 바뀌고, 복지 혜택의 향방이 갈리며, 도시의 안전망이 촘촘해지거나 느슨해진다. 주민 삶의 모든 질적 수준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유권자가 후보 개인이 가진 역량과 공약의 타당성을 따지기보다, 정당의 간판이나 중앙정치의 바람에 휩쓸려 투표권을 행사하곤 한다. “이번에는 몇 번 당 바람이 분다”는 식의 묻지마 투표가 계속되는 한, 우리의 지방자치는 결코 성숙한 궤도에 오를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 본인과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제는 유권자가 깨어나야 할 시간이다. 정당의 색깔이나 진영의 논리라는 두꺼운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누가 진정으로 우리 지역을 위해 땀 흘릴 ‘진짜 일꾼’인지 냉정하게 아키타입(Archetype)을 감별해 내야 한다. 선거공보물에 적힌 공약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재원 마련 대책은 구체적인지 꼼꼼히 읽어보아야 한다. TV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의 위기 대처 능력과 정책적 깊이, 그리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도덕성을 매섭게 비교·평가해야 한다. 맹자는 일찍이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이라 하여 백성이 가장 귀하고 권력자는 가장 가볍다고 했다. 정치의 본령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힌 이 준엄한 선언을 유권자가 투표장 현석(席)에서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수준은 결코 정치인들의 품격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오직 유권자의 깨어 있는 안목과 냉철한 판단의 크기만큼만 발전한다. 남은 13일 동안 후보자들은 상대를 향한 흑색선전과 비방에 쏟아부을 에너지를 우리 지역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는 데 사용하라. 그리고 유권자들은 감정적인 선동이나 혐오의 언사에 흔들리지 말고, 정책의 내실을 따지는 엄격한 심판관이 되어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무의미한 정쟁의 광장을 닫고,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진정한 생활 정치’의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의 소중한 한 표로 중앙정치의 눈치만 보는 ‘정당의 대리인’을 퇴출하고, 오직 지역과 주민을 위해 헌신할 ‘진짜 일꾼’을 찾아 세우자.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품격을 높이고 우리 삶의 터전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혁신이다.
2026-05-21 14:4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