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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사법부 흔드는 정치 공세, 삼권분립의 본령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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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데스크 칼럼] 사법부 흔드는 정치 공세, 삼권분립의 본령을 되새긴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석진 기자
2026-10-06 10:59:23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6일 대법원 국감의 관심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쏠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일반증인으로 채택해 대법관 후보 재제청 문제를 직접 묻겠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삼권분립과 사법권 독립에 어긋난다며 증인 출석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가 사법부를 감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법원과 각급 법원이 쓰는 예산도 국민 세금이다. 법원행정과 인사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따져야 한다. 재판 지연으로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 그 원인도 물어야 한다. 사법부 독립이 국회의 감시를 거부할 방패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국회의 감사권에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61조는 국회에 국정감사와 조사 권한을 준다. 같은 헌법 제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에 의해 독립해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어느 한쪽의 권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 감사권과 사법부의 독립은 함께 지켜야 할 헌법 원칙이다.
 

법률은 그 경계를 더 분명하게 정해 놨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는 국정감사가 계속 중인 재판이나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사법행정을 감사할 수는 있어도 국회가 재판 과정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지난해 대법원 국감은 그 경계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줬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을 한 뒤 자리를 뜨던 종전 관례와 달리 90분가량 국감장에 남아 있어야 했다. 의원들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을 대법원이 빠르게 파기환송한 경위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사건 기록을 언제 봤는지부터 특정 인사를 만났는지까지 질문이 이어졌다. 조 대법원장은 답하지 않았다.
 

국정감사는 재판의 옳고 그름을 다시 심판하는 자리가 아니다. 판결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상소 절차가 있고 법관에게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 있다고 판단하면 헌법이 정한 탄핵 절차가 있다. 정치권이 국감장에서 특정 판결의 심리 과정과 법관의 판단을 직접 추궁하기 시작하면 재판은 정치와 거리를 두기 어렵다.
 

올해 논란은 대법관 제청권으로 옮겨갔다. 헌법 제104조는 대법관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정한다. 대통령에게는 임명권이 있고 대법원장에게는 제청권이 있다. 두 헌법기관이 충돌하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풀어야 한다. 어느 쪽의 해석이 맞는지는 따져볼 수 있다. 하지만 국회 다수 의석을 앞세워 대법원장을 증인석에 세우고 제청권 행사 과정을 추궁하는 방식이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더 돌아볼 장면도 있다. 2018년 자유한국당이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에게 국감장에서 직접 답변하라고 요구했을 때 민주당은 반대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장이 직접 질의응답에 응하지 않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대법원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전례를 만들면 나중에는 재판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장이 국회에서 답해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8년이 지나 여야의 자리는 바뀌었다. 그렇다고 삼권분립의 원칙까지 자리를 바꿀 수는 없다. 야당일 때 지켜야 한다고 했던 사법부 독립이 여당이 됐다고 달라지고 여당일 때 강조했던 국회의 권한이 야당이 됐다고 달라진다면 그것은 헌법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따른 주장일 뿐이다.
 

사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법부 독립은 대법원장이나 판사를 보호하기 위한 특권이 아니다.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국민의 비판을 막는 장벽도 아니다. 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인사와 행정을 투명하게 하고 설명할 것은 설명해야 한다. 대법관 공석이 장기간 계속되는 상황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국회 역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행정을 감사하는 것과 재판을 압박하는 것은 다르다. 헌법기관의 권한을 검증하는 것과 정치적 힘으로 그 권한의 행사를 흔드는 것도 구별해야 한다. 그 선이 무너지면 오늘은 마음에 들지 않는 대법원장을 압박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내일은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한 법관이 국회의 정치 공세를 걱정해야 한다.
 

삼권분립은 권력기관끼리 서로 편하게 지내라고 만든 제도가 아니다. 권력이 한곳에 몰리는 것을 막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만든 장치다. 그래서 불편해도 지켜야 한다. 국회가 사법부를 감시하는 것도 헌법이고 사법부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것도 헌법이다.
 

국정감사가 사법부를 바로 세우는 감시의 장이어야지 판결과 인사에 정치적 힘을 과시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정권도 바뀌고 국회의 다수당도 바뀐다. 바뀌지 않아야 할 것은 권력을 나눠 서로 넘지 못하게 한 헌법의 선이다. 지금 국회가 되새겨야 할 삼권분립의 본령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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