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67건
-
-
수출 68.7% 증가, 숫자가 너무 좋아서 더 걱정되는 이유
[경제일보] 숫자만 보면 한국 경제는 눈부시다. 8월 수출이 982억5000만달러다. 1년 전보다 68.7% 늘었다. 역대 월간 수출 3위다. 6월과 7월에 이어 석 달 연속 900억달러를 넘겼다. 무역수지는 347억5000만달러 흑자다. 더 놀라운 것은 반도체다. 466억5000만달러를 팔았다. 1년 전보다 209% 늘었다. 역대 최대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이 한국의 반도체 공장을 거대한 수출 기계로 만들고 있다. 컴퓨터 수출도 419.5% 뛰었다. 정부가 경기를 낙관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제조업의 생산과 설비투자는 살아 있고 수출은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숫자가 국민의 장바구니에도 반영되고 있는지 잘 봐야한다. 최근 발표된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답은 간단하지 않다.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4% 줄었다.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도 0.8%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1.3% 감소했다. 설비투자만 7.5% 늘었다. 기업이 생산시설에는 돈을 쓰는데 소비자는 지갑을 닫는 모습이다. 더 불편한 숫자도 있다. 6월 말 가계신용은 2019조8000억원이다.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한 분기 만에 25조9000억원이 늘었다. 집을 사기 위한 돈도, 생활과 투자를 위한 대출도 함께 증가했다. 수출이 잘되는데 소비는 왜 힘든가. 한국 경제의 오래된 병이다. 수출과 내수가 서로 다른 경제처럼 움직인다. 반도체와 대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번 돈으로 성장하지만, 그 돈이 국내 서비스업과 자영업, 가계소득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연결고리는 약하다. 특히 이번 수출 증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다. 반도체가 전체 증가분을 압도한다. 자동차는 29.8% 감소했고 선박도 45.9% 줄었다. 20대 주력 품목 가운데 14개가 증가했지만 모든 산업이 같은 속도로 좋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반도체 호황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순간 위험해진다. 지금의 수출을 끌어올리는 가장 강력한 힘은 AI다.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되고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한국의 수출은 더 늘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AI 투자 사이클이 꺾이거나 공급망이 재편되면 한국 경제 전체가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도 커진다. 그래서 수출 기록을 축하하는 것과 동시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돈이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얼마나 많은 중소기업의 매출을 늘리고, 얼마나 많은 가계의 소득으로 돌아가는지를 따져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는 ‘성장률’보다 ‘성장의 전달 과정’을 봐야 한다. 수출기업이 돈을 벌었다고 국민의 삶이 자동으로 좋아지는 시대는 지났다. 대기업의 투자와 중소기업의 매출, 임금과 소비, 지역 상권이 연결되지 않으면 수출 1000억달러 시대도 일부 산업의 기록에 그칠 수 있다. 정부 역시 “수출이 좋다”는 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소비가 왜 다시 꺾였는지, 가계가 왜 빚을 늘리고 있는지, 건설과 자영업의 체감경기는 왜 회복이 더딘지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8월 소비자심리지수도 104.5로 전월보다 2.3포인트 떨어졌다. 경제 전체에 온기가 퍼지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수출 기록을 깎아내리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 호황을 어떻게 내수의 회복으로 연결할 것인지 답을 찾는 일이다. 반도체가 벌어온 달러가 기업의 곳간에만 머물지 않고 투자와 임금, 협력업체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동네 식당의 매출과 자영업자의 소득, 청년의 일자리로 다시 돌아간다. 982억달러의 수출은 분명 대단한 기록이다. 하지만 경제에서 더 중요한 숫자는 따로 있다. 그 기록이 국민의 삶을 얼마나 바꿨느냐는 숫자다. 수출이 이렇게 좋은데도 국민이 경기를 좋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문제는 국민의 체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구조에 있는지도 모른다. 숫자가 너무 좋을 때 오히려 경제의 그늘을 더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2026-09-01 14:13:00
-
전매기업서 국경 없는 글로벌 기업으로…KT&G 140년 '생존 본능'
[경제일보] 1883년 조선 후기 국영 연초제조소 순화국이 문을 열었다. KT&G가 공식 연혁의 시작으로 삼는 해다. 현재 세계 140개국에서 담배를 판매하는 KT&G의 출발점은 경쟁시장이 아니었다. 국가가 담배와 인삼의 생산과 유통을 관리하던 전매사업이었다. 순화국에서 시작된 흐름은 1952년 전매청, 1987년 한국전매공사로 이어졌다. 한 세기 가까이 국가사업의 영역에 있던 기업의 운명을 바꾼 것은 ‘보호막의 소멸’이었다. 1988년 국내 담배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계 담배기업이 들어왔다. 국가가 공급을 책임지던 사업자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경쟁기업으로 바뀌었다. 1997년 상법상 주식회사 전환, 1999년 증권거래소 상장에 이어 2002년 정부와 정부 출자은행의 민영화 대상 지분 매각도 마무리됐다. 같은 해 한국담배인삼공사라는 이름을 KT&G로 바꿨다. 이후 KT&G의 선택에는 일정한 패턴이 나타난다. 기존 시장을 지키는 데 머물기보다 경쟁 조건이 달라질 때마다 제품, 시장, 사업방식을 바꿨다는 점이다. 외국계 기업이 들어오자 자체 브랜드를 키웠고 내수가 줄자 해외로 나갔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등장하자 ‘릴(lil)’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수출을 넘어 해외 현지 생산체제 구축에 나섰다. KT&G의 140년을 관통하는 기업 DNA를 압축하면 결국 ‘전환’이다. 보호막 사라지자 ‘에쎄’로 승부…내수 한계 넘어 세계시장으로 시장 개방 이후 담배산업의 경쟁 기준은 생산과 공급에서 브랜드와 제품 차별화로 바뀌었다. KT&G가 내놓은 대표적인 답이 1996년 출시한 초슬림 담배 ‘에쎄(ESSE)’였다. 일반형 담배가 시장의 중심이던 당시 초슬림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공략했고 이후 에쎄 라이트, 에쎄 원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2013년에는 필터 속 캡슐로 맛을 바꾸는 ‘에쎄 체인지’도 선보였다. 에쎄는 국영 전매사업자가 소비재 브랜드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2001년 중동과 러시아를 시작으로 해외 판매를 확대했고 미주와 유럽, 동남아시아까지 시장을 넓혔다. 해외 누적 판매량은 2012년 1000억 개비, 2016년 2000억 개비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는 시장 축소와 점유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다. 국내 궐련 총수요는 2023년 616억2000만 개비에서 2025년 561억5000만 개비로 줄었지만 KT&G 점유율은 같은 기간 66%에서 67.3%로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67.9%를 기록했다. 문제는 시장점유율이 높아져도 전체 수요가 줄면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KT&G의 국내 궐련 판매량 역시 2023년 406억6000만 개비에서 2025년 377억6000만 개비로 감소했다. 이에 KT&G는 다시 성장의 무대를 해외로 옮겼다. 2025년 해외 궐련 사업 운영 국가는 140개국까지 늘었다. 제품 변화에도 같은 전략이 적용됐다. KT&G는 2017년 독자 전자담배 플랫폼 ‘릴 솔리드’를 출시했다. 2018년 ‘릴 하이브리드’, 2022년 ‘릴 에이블’에 이어 올해 2월 ‘릴 에이블 3.0’을 선보이며 NGP(차세대 담배) 사업을 확대했다. 해외 유통망 확보에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활용했다. 2020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릴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계약을 맺었고 2023년에는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PMI가 KT&G NGP 제품을 판매하는 15년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NGP 진출 국가는 2025년 34개국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NGP 시장점유율은 48.2%를 기록했고 2분기 NGP 매출은 24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8% 증가했다.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베이퍼와 경구용 니코틴으로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알트리아와 북유럽 니코틴 파우치 업체 ASF(Another Snus Factory)를 공동 인수했다. 과거 초슬림이라는 틈새에서 에쎄를 키웠다면 이제는 달라지는 소비 방식 자체를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자료=KT&G] 수출기업서 현지 제조기업으로…외형 성장 뒤 ‘얼마나 남기느냐’ 승부 해외 판매가 커지자 KT&G는 또 한 번 사업모델을 바꾸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를 넘어 주요 시장 인근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식이다. 2008년 튀르키예에 첫 해외 공장을 세웠고 2010년 러시아로 생산거점을 확대했다.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를 인수해 동남아시아 생산·판매 기반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해외 생산망 투자가 더욱 빨라졌다. 튀르키예 공장은 2025년 증설을 통해 연간 최대 120억 개비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같은 해 4월 준공된 카자흐스탄 공장은 연간 45억 개비를 생산해 유럽과 CIS 시장에 대응한다. 핵심은 인도네시아다. KT&G는 기존 공장에 2·3공장을 추가해 현지 생산능력을 연간 약 350억 개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를 아시아·태평양과 중동을 잇는 생산·수출 거점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는 KT&G가 ‘한국에서 만들어 세계에 파는 회사’에서 ‘세계 각 권역에서 생산해 주변 시장에 공급하는 회사’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현지 생산을 통해 물류비와 관세, 원재료 조달비용 등을 줄이고 시장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실적의 무게중심도 이미 해외로 이동했다. 2025년 해외 궐련 매출은 1조8775억원으로 전년보다 29.4%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궐련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은 54.1%로 처음 국내를 넘어섰다. 해외 판매량도 652억 개비로 사상 최대였다. 올해 2분기 해외 궐련 매출은 5577억원으로 1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5.6% 늘었다. 같은 기간 연결 매출은 1조7016억원, 영업이익은 4145억원으로 각각 9.9%, 18.5% 증가했다. KT&G는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5~7%로, 영업이익 성장률 전망치를 6~8%에서 10~13%로 높였다. 이제 시험대는 외형보다 수익성이다. 해외 공장은 대규모 투자 이후 충분한 가동률을 확보해야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환율과 원재료 가격, 담배세와 규제, 현지 유통환경도 수익성을 흔들 수 있는 변수다. KT&G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약 68%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해외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기반은 제품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이라며 "에쎄는 단일 수출 브랜드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전자담배 역시 PMI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활용해 릴의 해외 판로를 확대하는 동시에 직접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인도네시아 신공장 등 해외 생산거점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을 통해 원재료 조달과 인건비, 물류비·관세 등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T&G의 출발은 국가 독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KT&G를 만든 것은 오히려 독점이 사라진 뒤의 선택이었다. 시장 개방에는 에쎄로, 내수 축소에는 수출로, 흡연 방식 변화에는 릴로 대응했다. 해외 판매가 커지자 이번에는 생산기지까지 세계시장으로 옮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G의 DNA가 ‘변화에 살아남는 능력’이었다면 앞으로 증명해야 할 것은 ‘변화를 이익으로 만드는 능력’"이라며 "140개국으로 넓힌 영토를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바꿀 수 있는지 KT&G의 다음 전환은 바로 그 지점에서 평가될 것"이라고 했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0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9-01 11:14:53
-
-
'에쎄'로 버티고 '릴'로 넓혔다…KT&G, 전매기업서 글로벌 담배기업으로
[경제일보] 1883년 조선 후기 국영 연초제조소 순화국이 문을 열었다. KT&G가 공식 연혁의 시작으로 삼는 해다. 이후 국가가 담배와 인삼을 관리하는 전매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는 1952년 전매청, 1987년 한국전매공사를 거쳐 오늘날 KT&G가 됐다. 국가 전매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KT&G는 시장 개방과 민영화를 거치며 국내외 기업과 경쟁하는 회사로 전환했다. 1988년 국내 담배시장이 개방됐고 1997년 상법상 주식회사 전환, 1999년 증권거래소 상장을 거쳐 2002년 정부와 정부 출자은행이 보유한 민영화 대상 지분 매각이 마무리됐다. 같은 해 회사 이름도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KT&G로 바뀌었다. 이후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며 2025년 기준 해외 궐련 사업 운영 국가를 140개국까지 넓혔다. KT&G가 택한 생존 방식은 바뀐 경쟁 환경에 맞춰 제품과 시장을 재편하는 것이었다. 외국계 담배회사가 국내에 들어오자 에쎄와 레종, 보헴 등 자체 브랜드를 키웠고 국내 담배 수요가 줄자 해외 판매를 확대했다. 담배 소비 방식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분화하자 2017년 '릴(lil)'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해외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KT&G의 역사는 변화하는 소비와 경쟁 환경에 맞춰 사업 방향을 조정해온 기록이다. 시장 개방에는 브랜드로, 내수시장 성숙에는 수출로, 흡연 방식 변화에는 NGP(차세대 담배)로 대응했다. 이제 관건은 해외에서 확대된 외형을 안정적인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전매에서 브랜드 경쟁으로…'에쎄' 앞세운 시장 공략 KT&G 현대사의 첫 번째 변곡점은 1988년 담배시장 개방이다. 이전까지 국내 담배산업은 국가 전매체제 아래 운영됐지만 시장 개방 이후 글로벌 담배기업 제품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경쟁은 생산·공급 능력보다 브랜드와 제품 차별화, 마케팅 역량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KT&G는 제품을 세분화하며 대응했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1996년 출시한 초슬림 담배 '에쎄(ESSE)'다. 일반형 담배가 주류였던 당시 얇은 형태의 초슬림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했고 이후 에쎄 라이트와 에쎄 원, 에쎄 체인지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2013년에는 필터 속 캡슐을 이용해 맛을 바꿀 수 있는 초슬림 캡슐 담배 '에쎄 체인지'를 선보였다. 에쎄는 KT&G의 해외시장 공략을 이끈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01년 중동과 러시아로 첫 수출된 이후 미주와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판매 지역을 넓혔다. 해외 누적 판매량은 2012년 1000억 개비를 넘어선 데 이어 2016년 2000억 개비를 돌파했다. 에쎄를 앞세워 해외 판로를 넓히는 한편 국내에서는 시장 축소에도 점유율을 높이며 기반을 지켰다. KT&G 자료에 따르면 국내 궐련 총수요는 2023년 616억2000만 개비에서 2024년 591억9000만 개비, 2025년 561억5000만 개비로 감소했다. 반면 KT&G의 국내 궐련 점유율은 같은 기간 66%에서 66.7%, 67.3%로 꾸준히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67.9%를 기록했다. 시장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KT&G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커졌다. 국내 궐련에서 확보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면서 다음 성장축은 해외와 NGP로 넓혀가는 모습이다. 다만 높은 시장점유율이 국내 사업의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담배 소비 감소가 이어지면 점유율이 높아져도 판매량 자체는 줄어들 수 있다. 실제 KT&G의 국내 궐련 판매량은 2023년 406억6000만 개비에서 2024년 394억8000만 개비, 2025년 377억6000만 개비로 감소했다. 내수에서 확보한 시장 지위를 해외와 NGP 등 새로운 성장축의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진 이유다. 궐련에서 NGP로…'릴' 앞세운 제품 전환 두 번째 시험은 소비 방식의 변화에서 왔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등장하면서 기존 궐련 중심의 시장구조에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겼다. KT&G는 2017년 독자 전자담배 플랫폼 '릴 솔리드'를 출시했고 1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어섰다. 2018년에는 전용 스틱과 액상 카트리지를 함께 사용하는 '릴 하이브리드'를, 2022년에는 하나의 기기에서 여러 종류의 전용 스틱을 사용할 수 있는 '릴 에이블'을 선보였다. 올해 2월에는 예열·충전 시간을 줄인 '릴 에이블 3.0'을 추가했다. 제품 개발과 함께 해외 유통망 확보에도 나섰다. KT&G는 2020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했다. 2023년에는 한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PMI가 KT&G의 NGP 제품을 판매하는 15년 장기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유통 기반을 강화했다. 릴을 앞세운 NGP 사업 진출 국가는 2025년 기준 34개국까지 늘었다. 성과는 국내 시장점유율과 매출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KT&G의 국내 NGP 시장점유율은 48.2%를 기록했고 2분기 NGP 매출은 24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8% 증가했다. KT&G는 지난 2월 출시한 '릴 에이블 3.0' 판매 확대와 고가 스틱 비중 증가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KT&G가 공략하는 NGP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회사는 궐련형 전자담배(HNB)에 더해 베이퍼와 경구용 니코틴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알트리아와 함께 북유럽 니코틴 파우치 업체 ASF(Another Snus Factory)를 공동 인수하며 니코틴 파우치를 새로운 NGP 사업축으로 추가했다. 이는 궐련 수요 감소를 되돌리기보다 담배 소비의 제품 전환 흐름에 대응하는 전략에 가깝다. 기존 궐련에서 에쎄라는 세부 카테고리를 키웠던 것처럼 NGP에서도 디바이스와 스틱, 사용 방식에 따라 시장을 나누고 각각의 수요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NGP 역시 안정적인 성장이 보장된 시장은 아니다. 글로벌 담배업체들이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국가마다 전자담배와 니코틴 제품에 적용하는 규제와 세금 체계도 다르다. 진출 국가가 늘어날수록 현지 규제에 맞춘 제품 개발과 인증, 생산·판매 방식 조정에 필요한 비용과 관리 부담도 커진다. 제품 경쟁력과 함께 국가별 제도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이 NGP 사업의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수출 넘어 현지 생산으로…글로벌 제조망 재편 KT&G의 글로벌 확장은 판매망 확대를 넘어 생산기지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KT&G의 해외사업은 국내 생산 제품을 해외시장에 공급하는 수출 모델에서 출발했다. 이후 해외 판매가 확대되면서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 2008년 튀르키예에 첫 해외 공장을 설립하며 현지 생산에 나섰고 2010년 러시아로 생산거점을 확대했다.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를 인수하며 현지 생산과 판매 기반을 동남아시아까지 넓혔다. KT&G는 해외 생산거점을 권역별 수요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튀르키예 공장은 2025년 증설을 통해 연간 최대 120억 개비 생산능력을 갖추고 북아프리카와 중남미 시장을 겨냥한 핵심 생산거점으로 확대됐다. 같은 해 4월 준공한 카자흐스탄 신공장은 연간 45억 개비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유럽과 CIS(독립국가연합) 등 유라시아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KT&G가 해외 최대 생산거점으로 육성하는 핵심 지역이다. KT&G는 기존 생산시설에 2·3공장을 추가해 연간 약 350억 개비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2·3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210억 개비 규모다. 신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으로 수출해 인도네시아를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지역을 잇는 수출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현지 생산 확대는 비용 효율과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주요 수요처 인근에 생산거점을 두면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줄이고 시장 변화에 맞춰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현지 생산과 판매를 연계해 원가 경쟁력과 공급 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해외 매출 국내 추월…다음 평가 기준은 '수익성' 해외 궐련 사업은 매출 기준으로 이미 국내를 넘어섰다. 2025년 KT&G의 해외 궐련 매출은 1조87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궐련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54.1%로 처음 국내를 앞질렀다. 해외 궐련 판매량도 652억 개비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해외사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2분기 해외 궐련 매출은 5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5.6% 늘었다. 해외 궐련과 NGP 성장에 힘입어 같은 기간 KT&G의 연결 매출은 1조7016억원, 영업이익은 4145억원으로 각각 9.9%, 18.5% 증가했다. 실적 개선에 따라 회사는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5~7%로, 영업이익 성장률 전망치를 6~8%에서 10~13%로 상향 조정했다. 향후 관건은 해외 생산 확대를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신규 공장 건설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데다 가동 이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량을 확보해야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환율과 원재료 가격, 국가별 담배세·규제, 현지 유통환경 등 대외 변수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생산거점과 판매 국가가 확대될수록 생산·재고·품질 관리에 필요한 운영 역량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신규 생산거점의 가동률과 수익성은 KT&G가 추진해온 글로벌 현지화 전략의 성과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해외 궐련 매출이 국내를 넘어선 만큼 향후에는 판매량 확대뿐 아니라 현지 생산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과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KT&G는 외형 확대보다 사업의 질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해외 생산과 NGP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향후 성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시장 변화에 맞춰 제품과 사업 방식을 바꿔온 KT&G가 확장의 성과를 이익으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KT&G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약 68%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해외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기반은 제품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이라며 "에쎄는 단일 수출 브랜드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전자담배 역시 PMI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활용해 릴의 해외 판로를 확대하는 동시에 직접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인도네시아 신공장 등 해외 생산거점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을 통해 원재료 조달과 인건비, 물류비·관세 등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8-27 18:19:09
-
-
미래대응기금, 200조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의 원칙이다
[경제일보] 국가 재정은 돈을 많이 쓰는 기술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제때 쓰는 지혜다.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초과 세수를 활용해 약 200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고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성장동력 육성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은 시대적 문제의식만큼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세계 경제가 AI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지금, 대한민국 역시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설명하는 미래대응기금의 핵심은 분명하다. 호황기에 더 걷힌 세금을 흥청망청 소비하지 않고 적립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세수가 풍부한 해에는 저축하고 경기 침체나 국가적 전환기에 활용하는 ‘재정 저수지’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재정의 경기 순응성을 줄이고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취지는 타당하다. 그러나 좋은 취지와 좋은 제도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우리 경제가 수없이 경험했듯 재정은 한번 원칙을 잃으면 가장 손쉬운 정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2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투명하게 그 돈을 운용하느냐이다. 국민의 세금은 정부의 재량 자금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적 자산이라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초과 세수라는 재원의 성격부터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은 영원하지 않다. 국제 경기와 수출 환경에 따라 세수는 언제든 급증하거나 급감할 수 있다. 일시적인 호황에서 얻은 재원을 영구적인 지출 구조로 연결한다면 미래에는 오히려 재정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대응기금은 상시적인 복지 확대나 선심성 사업의 재원이 아니라 국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에 한정돼야 한다. AI라고 해서 모두 미래 투자인 것도 아니다. 이름만 첨단일 뿐 경제적 효과가 불투명한 사업도 얼마든지 있다. 정부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 한다면 투자 대상은 정치적 인기나 지역 안배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이라는 냉엄한 기준으로 선정돼야 한다. AI 인프라와 차세대 반도체,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핵심 원천기술, 과학기술 인재 양성처럼 민간의 투자만으로는 부족하지만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은 ‘지원금’이 아니라 ‘투자금’이어야 한다. 기금 운용에 대한 국회 통제와 국민 공개도 철저해야 한다. 기금은 예산보다 탄력적인 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통제 장치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은 국회의 사전 심의를 거치고 투자 목적과 집행 내역, 성과 평가를 정기적으로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독립적인 재정평가기구가 경제적 효과와 정책 효율성을 검증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성과가 없는 사업은 과감히 중단하고 재원을 다른 분야로 재배분하는 원칙도 분명히 해야 한다. 재정 운용의 원칙은 어렵지 않다. 오늘의 호황이 내일의 의무 지출이 돼서는 안 되며, 소비보다 미래의 부가가치를 만드는 곳에 우선 배분해야 한다. 특정 지역이나 산업, 세력을 위한 정치적 배분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성장 기회를 넓혀야 한다. 모든 재정 지출에는 분명한 목표와 측정 가능한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은 저출산과 고령화, 노동생산성 정체, 산업 전환이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돈의 절대 규모가 아니라 돈의 질에 있다. 200조 원을 쓰고도 성장률이 제자리라면 그것은 역사상 가장 비싼 실패가 될 것이다. 반대로 200조 원 가운데 단 한 푼이라도 국가의 기술 경쟁력과 인재 역량, 혁신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높인다면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값진 자산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재정 저수지’라고 부른다. 저수지는 물을 가두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뭄과 홍수에 대비해 생명을 살리는 데 존재한다. 미래대응기금 역시 정권의 정치적 필요를 채우는 저수지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지키는 저수지가 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200조 원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그 돈을 어떤 원칙으로 모으고, 어디에 투자하며,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실패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다. 재정의 기본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투명하고 절제된 운용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신뢰 위에서만 AI 대전환과 잠재성장률 반등이라는 거대한 국가 목표도 현실이 될 수 있다.
2026-08-27 09:55:56
-
엔비디아, 내년에도 70% 성장 자신…AI 투자 사이클 아직 안 끝났다
[경제일보]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6% 늘어난 데 이어 회계연도 2028년 매출도 약 7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다. 특히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AI가 수행하는 추론 작업이 급증하면서 GPU뿐 아니라 메모리·네트워크·전력 등 데이터센터 전반의 수요가 함께 늘어날 것으로 진단했다.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회계연도 2028년 매출이 전년 대비 약 7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공급망 제약이 없다면 성장률이 70%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실적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4% 이상 상승하는 배경이 됐다. ◆ 에이전틱 AI가 ‘GPU 수요’를 다시 키운다 실제 실적은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2027년 2분기 매출은 962억2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고,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달러로 117% 급증했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데이터센터가 차지한 셈이다. 3분기 매출 전망도 1080억달러로 제시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수요를 더 끌어올리는 변수로 엔비디아가 꼽은 것은 에이전틱 AI다. AI가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획을 세우고 외부 도구를 호출하며 여러 단계의 추론을 반복하면서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연산량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AI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데이터센터의 연산 수요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젠슨 황 CEO는 “AI가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토큰이 실제 생산성과 수익을 만들어내면서 “연산이 곧 매출”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이런 변화에 맞춰 GPU뿐 아니라 CPU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모두 연결한 ‘AI 팩토리’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다. ◆ GPU 넘어 ‘메모리’까지…NVHBM 공개 이번 실적 발표와 함께 엔비디아가 공개한 NVHBM도 주목된다. 엔비디아는 NVLink Fusion 생태계에 자체 설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을 결합한다고 밝혔다. NVHBM은 기존 HBM4E 대비 메모리 대역폭을 최대 30% 높이고 HBM 전력 소모를 최대 15% 줄이며, XPU 다이에서 연산에 활용할 수 있는 면적도 최대 25% 확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만 엔비디아가 메모리 공장을 직접 운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NVHBM은 여러 메모리 업체가 생산할 수 있는 표준화된 설계·검증 기술에 가깝다. 첫 협력 대상으로는 아마존의 반도체 개발 조직인 안나푸르나 랩스가 선정됐다. 아마존은 차세대 AI 인프라에 NVLink Fusion과 NVHBM을 결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엔비디아가 메모리까지 설계 영역을 넓히는 것은 AI 인프라의 병목이 GPU 연산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규모 AI 모델이 커질수록 메모리 대역폭과 데이터 이동, 전력 효율이 전체 시스템 성능과 비용을 좌우한다. 엔비디아가 GPU와 네트워크에 이어 메모리까지 최적화하려는 이유다. ◆ 공급 부족은 여전…AWS에만 2027~2028년 GPU 200만장 문제는 공급이다. 젠슨 황 CEO는 전력, 냉각, 메모리, 웨이퍼 등 데이터센터 공급망 전반에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확보한 공급량이 현재 수요의 약 70% 수준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메모리 가격 상승 역시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전망했다. 실제 수요를 보여주는 사례도 나왔다. 엔비디아와 AWS는 2027~2028년 AWS 인프라에 엔비디아 GPU 200만장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기존 공급 계획에 더해 대규모 GPU 투자가 계속된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또 아폴로·블랙록·블랙스톤·브룩필드·골드만삭스·KKR과 함께 5000억달러 이상의 제3자 자본을 AI 컴퓨팅 인프라에 동원하는 금융 플랫폼도 추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IT 설비가 아니라 장기간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인프라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엔비디아가 이번 실적에서 보여준 것은 단순한 ‘실적 호조’가 아니다. AI 모델의 추론과 에이전트 활용이 늘면서 연산 수요가 다시 확대되고, 이에 맞춰 GPU·HBM·네트워크·데이터센터 금융까지 AI 인프라의 전 영역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객들의 막대한 자본지출이 실제 AI 서비스 매출로 얼마나 전환될지는 여전히 시장이 확인해야 할 과제다. AI 투자 사이클의 다음 승부처는 GPU 판매량이 아니라 그 연산능력이 얼마나 많은 매출과 생산성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
2026-08-27 09:46:37
-
-
확장재정, 많이 쓰는 것보다 무엇을 남기느냐가 중요하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생산적 재정’으로의 전환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지금은 눈앞의 재정 수치 관리에 매몰되는 우를 범할 때가 아니다”라며 늘어난 재정 여력을 미래에 더 큰 성과를 만드는 분야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불요불급한 예산은 과감하게 조정해 재정을 건실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재정을 단순한 지출 수단이 아닌 성장 기반을 만드는 투자 수단으로 보겠다는 방향에는 공감할 부분이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저출생 대응, 지역균형발전, 국방, 인재 육성처럼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민간에만 맡겨서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 정부가 마중물을 놓고 민간투자를 끌어내야 할 영역도 분명히 있다. 특히 산업 대전환기에는 적절한 재정투자가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 AI 인프라와 연구개발, 전력망, 인재 양성 같은 분야는 투자 시기를 놓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지역 소멸과 저출생 역시 대응을 미룰수록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다만 ‘생산적 재정’이라는 이름만으로 지출 확대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핵심은 투입한 재정이 얼마나 큰 생산성과 민간투자, 일자리로 돌아오느냐다. 1조원을 투입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 사업과 같은 돈을 쓰고도 효과를 검증하지 못한 사업을 같은 선상에서 볼 수는 없다. 재정 확대가 한번 시작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도 경계할 대목이다. 새로운 사업은 조직과 이해관계를 만들고 지원을 받기 시작한 계층과 지역은 사업 축소에 반발한다. 그래서 재정 확대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재정 구조조정이다. 이 대통령이 불요불급한 예산을 과감하게 조정하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현실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예산안에서 무엇을 줄이느냐다. 오래됐지만 효과가 떨어지는 보조금, 중복된 연구개발 사업, 성과가 불분명한 지역 사업, 일회성 현금지원부터 손보는 것이 순리다. 정부가 신규 사업만 늘리고 기존 사업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생산적 재정’은 결국 지출 총액을 키우는 명분에 그칠 수 있다. 새로운 투자에 얼마를 넣을지 제시하는 동시에 기존 지출에서 무엇을 얼마나 덜어냈는지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성과평가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 예산 집행률보다 그 돈이 생산성과 성장률, 일자리, 민간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져야 한다. AI나 첨단산업 지원이라면 민간투자 유발 효과와 기술 경쟁력, 사업화 성과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지역 사업이라면 인구 유입과 고용, 기업 투자로 이어졌는지를 보는 것이 관건이다. 성과가 없는 사업을 정리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정부 사업은 한번 시작하면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예산을 계속 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좀비 사업을 정리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돈을 미래 산업에 투입해도 재정의 생산성은 높아지기 어렵다. 저출생 대책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생률 반등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그렇다면 기존 정책을 그대로 늘리기보다 주거·일자리·돌봄·교육비 가운데 실제 출산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를 가려 자원을 집중하는 편이 낫다. 지역균형발전 예산 역시 지역별 나눠주기로 흐르면 곤란하다. 모든 지역에 비슷한 사업을 배분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다. 산업 기반과 대학, 교통, 인재 여건을 따져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에는 과감하게 집중하고 성과가 낮은 사업은 정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균형발전의 목표는 지역마다 같은 돈을 나누는 데 있지 않고 지역 스스로 성장할 기반을 만드는 데 있다. 국방 예산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첨단전쟁에 대응하려면 국방비 확대는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병력과 조직을 그대로 둔 채 장비와 예산만 늘리는 방식은 생산적 재정과 거리가 멀다. AI·드론·무인체계·정찰위성 등 미래전력에 우선순위를 두고 낡은 전력과 중복 조직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 확대를 주장할수록 국가채무에 대한 원칙도 분명해야 한다. 대통령이 말한 대로 단기적인 재정수치에만 매몰돼 미래투자를 포기하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 그렇다고 국가채무 증가를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재정 부담은 결국 미래 세대와 연결된다. 지금의 지출이 미래 성장률을 높여 세수 증가로 돌아온다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할 이유가 있다. 반대로 미래 수익을 만들지 못하는 지출을 국채로 충당한다면 다음 세대는 원금과 이자를 함께 떠안는다. 이런 이유에서 재정준칙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기 침체나 대규모 재난, 미래 전략산업 투자처럼 재정 확대가 필요한 경우에는 일정한 유연성을 허용하고 평상시에는 국가채무와 재정적자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예외를 인정할 때도 이유와 기간, 정상화 계획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순리다. 재정준칙은 정부의 손발을 묶는 장치로만 볼 일이 아니다. 평소 원칙을 지켜 신뢰를 쌓아야 위기 때 더 과감한 재정정책을 펼칠 여지도 생긴다. 재정의 신뢰와 정책의 유연성을 함께 확보하는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과의 관계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세수를 미래 산업과 청년에 투자하는 구상은 장기투자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일반회계와 기금, 정책금융이 중복되면 전체 재정 규모와 정책 효과를 국민이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어떤 사업을 예산으로 하고 어떤 사업을 기금으로 할지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관건이다. 생산적 재정의 성패는 결국 선택과 집중에 달려 있다. 모든 정책의 예산을 늘리는 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미래 성장에 꼭 필요한 분야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되 효과가 낮은 곳에서는 과감하게 거둬들이는 구조가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인기 있는 사업을 줄이지 못한 채 미래투자만 더하면 재정은 계속 팽창한다. 반대로 국가채무 숫자를 지키는 데만 집중해 필요한 투자를 미루면 성장잠재력이 떨어진다. 이 두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재정정책의 실력이다. 국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구조조정한 사업을 지역구 이해관계 때문에 다시 살리고 새로운 지출을 얹으면서 재정건전성만 정부 탓으로 돌려서는 곤란하다. 국회 역시 증액 경쟁에서 벗어나 감액과 사업 통폐합에 책임 있게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확장재정은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다. AI 경쟁력이 높아졌는지, 청년에게 더 좋은 일자리가 생겼는지, 지역에 기업과 사람이 모였는지, 저출생의 구조적 원인이 완화됐는지가 성적표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을 때는 총지출 규모와 함께 이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1만원을 내일의 10만원, 100만원으로 키우겠다’는 생산적 재정의 취지를 현실로 만들려면 투자 성과를 측정하고 실패한 사업을 정리하는 시스템이 먼저 작동해야 한다. 좋은 사업을 새로 만드는 능력만큼 오래된 사업을 끝낼 수 있는 결단도 중요하다. 재정은 필요한 곳에는 과감해야 하고 효과 없는 곳에는 냉정해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긴축도, 무조건적인 확장도 아니다. 미래 성장에 필요한 투자를 놓치지 않으면서 국가채무의 지속 가능성까지 지켜내는 정교한 운용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가 말하는 생산적 재정이 구호인지 새로운 재정운용 원칙인지 판가름하는 첫 시험대다. 신규 투자 규모만큼 기존 지출을 얼마나 덜어냈는지, 투자의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검증할지, 늘어난 국가채무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 미래에 투자한다는 명분은 충분하다. 이제 정부가 증명해야 할 것은 그 돈이 정말 미래를 바꾸는가 하는 점이다.
2026-08-26 09:58:25
-
-
KT, 18조원 투자보다 중요한 것…'AI로 얼마나 벌 것인가'
[경제일보] KT가 향후 5년간 18조원을 투입해 통신 중심 사업구조를 인공지능(AI) 중심으로 바꾼다. 정보보안·IT·네트워크 등에 12조원, AI 데이터센터(AIDC)와 해저케이블 등 AX 인프라에 6조원을 투자한다. AIDC 용량도 2031년까지 1GW를 추가 확보한다. 이제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투자액이 아니다. 이 돈을 투입해 얼마나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얼마의 이익을 만들어낼지가 핵심이다. KT는 최근 2028년 AX 매출을 2025년 대비 2배 이상으로 확대하고 연결 영업이익률 9%, 자기자본이익률(ROE) 9~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비핵심·저효율 자산을 유동화하고 누적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추진한다. 성장 투자와 수익성 개선, 주주환원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 AX, 일단 ‘말’에서 ‘수주’로 넘어갔다 2분기 실적만 보면 KT의 전환 전략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연결 매출은 6조6799억원, 영업이익은 64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36.1% 감소했다. 지난해 대규모 분양이익에 따른 높은 기저와 고객 보답 프로그램, 개인정보 침해사고 관련 비용 등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1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34.3% 증가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AX다. 2분기 AX 매출은 금융권의 AI 도입 확대와 KT클라우드 성장에 힘입어 22.3% 증가했다. 상반기에만 금융권 AX 사업 22건을 수주했고, 국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4곳의 AI 챗봇·상담봇 구축·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AI 기반 개발·운영체계(AIDLC)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기업 고객의 실제 지출을 끌어내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매출 증가율만으로는 부족하다. AX 사업이 기존 시스템통합(SI) 사업에 AI를 덧붙이는 수준에 머문다면 높은 성장률이 지속되기 어렵다. 금융권에서 확보한 레퍼런스를 공공·제조 등으로 확대하고 AI 모델, 클라우드, 보안, 데이터센터를 묶어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일회성 구축 매출을 반복적인 운영·서비스 매출로 전환할 수 있다. ◆ 1GW보다 중요한 건 ‘가동률’이다 AIDC는 KT 전략의 또 다른 승부처다. KT는 2031년까지 AIDC 용량 1GW와 해저케이블 용량 90Tbps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를 AI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삼고 클라우드와 네트워크를 결합해 기업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인 선투자 사업이라는 점이다. 전력과 냉각설비, GPU, 네트워크 등에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지만 고객이 실제 용량을 사용하지 않으면 투자 회수는 늦어진다. 따라서 시장이 앞으로 확인해야 할 숫자는 ‘1GW’라는 총량보다 가동률과 장기 계약 고객, 매출 대비 이익률이다. 특히 KT는 통신망이라는 기존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와 차별화할 여지가 있다. AIDC와 클라우드, 네트워크, 보안을 하나의 기업용 패키지로 제공하면 데이터센터 단독 사업보다 고객당 매출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가 고객 확보보다 앞서면 감가상각과 운영비 부담이 커져 18조원 투자가 오히려 수익성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 결국 18조원의 성패는 ‘현금’이다 주주환원 역시 AI 사업의 수익성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KT는 2028년 영업이익률 9%와 ROE 9~10%를 목표로 하면서 누적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한다. 결국 대규모 투자와 주주환원을 동시에 지속하려면 본업과 AX에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확보해야 한다. 하반기부터 KT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통신 가입자와 배당을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바라봤다면 앞으로는 AX 수주가 실제 매출로 얼마나 전환되는지, AIDC 고객이 얼마나 확보되는지, 그리고 AI 사업이 영업이익을 얼마나 끌어올리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18조원은 KT의 변화를 설명하는 숫자일 뿐이다. 1GW의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설을 채울 고객이고, AX 매출을 두 배로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매출이 실제 이익과 현금으로 남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KT의 하반기는 AI에 얼마나 투자했는지를 설명하는 시간이 아니라, AI로 얼마나 벌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25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25 09:55:19
-
-
'카카오AI' 독립시키는 카카오…복합기업 할인·의사결정 비효율 정면돌파
[경제일보] 카카오가 AI 사업과 투자·자회사 관리 기능을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단행한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 사업에 집중하는 '카카오AI'와 금융·콘텐츠·모빌리티 등 주요 자회사를 관리하고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는 '카카오X'로 회사를 나눠 사업별 전문성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겠다는 전략이다. 21일 카카오는 '카카오 인적분할 설명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해 인적분할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설명회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11월 23일을 주주확정일로 정한 뒤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 승인을 받는다. 오는 12월 31일을 신주 배정 기준일로 하고 내년 1월 1일 분할을 완료하며 이후 내년 1월 27일 카카오X와 카카오AI의 변경상장 및 재상장이 이뤄질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번 분할의 핵심 배경으로 카카오가 그동안 받아온 '복합기업 할인' 해소를 꼽았다. 카카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증권사들이 평가한 카카오의 주요 자산 합산 가치는 약 34조2000억원이지만 최근 3개월 기준 카카오 시가총액은 약 16조8000억원에 그쳤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는 이날 인적분할 설명회를 통해 "현저한 복합기업 할인을 해소하고자 한다"며 "국내외 증권사가 평가하는 카카오 개별 사업 부문들의 모든 합산은 34조2000억원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최근까지의 카카오 3개월 신규 시총은 16조8000억원으로 비교해 보면 50% 이상 절하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가 제시한 또 다른 이유는 AI 사업의 독립적인 가치 평가다. 현재 카카오가 B2C IT 서비스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AI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 명확한 성장 전략과 수익 모델을 제시하면 AI 기업에 적용되는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의사결정 구조의 비효율도 분할 배경으로 제시했다. 카카오는 최근 5년간 이사회 의사결정 가운데 약 85%인 23건이 카카오 본체의 기업가치 제고보다 자회사 지원이나 경영 현안과 관련된 안건이었다고 밝혔다. 최근 1년간 내부 투자심의기구에서 다룬 32건의 안건 중에서도 약 84%가 자회사 관련 안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 내정자는 "최근 2~3년간 카카오 경영자원의 상당 부분이 자회사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관리하느라 쓰였다"며 "이번 분할을 통해 복합기업 할인을 명시적으로 해소하고, 카카오가 자랑하던 성장 속도를 복원하고, 사업별 전문화된 의사결정으로 자원을 배분해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 카카오AI, 카카오톡 기반 'B2C AI'에 집중 카카오AI는 카카오톡과 AI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 카카오가 보유한 5000만 이용자의 일상과 관계·맥락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이전틱 AI 서비스를 구축하고 광고·커머스와 결합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신아 카카오AI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AI의 가장 큰 경쟁력은 5000만 이용자에게 안정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한 풀스택 AI 역량"이라며 "인프라부터 모델, 플랫폼, 서비스까지 AI 전 레이어를 최적화하면서 카카오톡 내 새로운 에이전틱 AI 경험을 만들어 나가는 동시에 광고와 커머스에서 이미 AI가 단단하게 구축되어 있는 다양한 도구로 전반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온디바이스 우선' 전략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이용자 요청의 절반가량을 자체 경량 AI 모델을 통해 기기에서 처리하고 복잡한 요청은 서버 AI 모델과 전문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AI 컨덕터를 통해 요청의 복잡도와 난이도를 판단하고 최적의 AI 모델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이를 통해 서버 추론 비용을 최대 90%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추론 비용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를 피하고 5000만 이용자를 대상으로 AI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비용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AI는 AI 에이전트가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광고·검색·상품 구매·외부 서비스 이용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목표로 기업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광고에서는 이용자의 의도를 분석해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하고 구매까지 연결하는 '에이전틱 광고'를 선보인다. 검색 광고 시장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5%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카카오AI는 오는 2030년까지 AI 매출 1조원 이상, 전체 매출 6조원 이상,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약 20%,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조원 이상, 영업이익률은 30% 이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5%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오는 2030년에는 하루 200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AI를 사용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 내정자는 "현재 카카오톡에서 능동적 이용자 3000만명에서 80%를 잡더라도 2000만명"이라며 "AI가 실질적으로 적용될 경우 DAU 2000만명은 가능한 숫자"라고 설명했다. ◆ 카카오X, 금융·콘텐츠·모빌리티 중심 투자회사로 카카오X는 금융·콘텐츠·모빌리티 등 주요 자회사를 기반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역할을 맡는다. 카카오X 산하 주요 사업은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증권 등 테크핀, 카카오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픽코마 등 콘텐츠, 카카오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등 3대 축으로 구성된다. 테크핀에서는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 콘텐츠에서는 팬덤과 IP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사업 확대, 모빌리티에서는 로보택시와 로봇 물류 등 피지컬 AI 영역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카카오X 산하 사업의 매출도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약 13% 성장해 지난해 5조600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카카오는 인적분할 이후 두 법인은 독립적인 경영 체계를 갖추지만 카카오톡과 자회사 간 사업 협력까지 끊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 내정자는 "양사의 사업 목적이 다른 만큼 기본적으로는 독립적인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카카오 플랫폼과 자회사 간 유기적 협업은 과거와 동일하게 진행되며 그룹 안에서 달라질 것은 없다는 점은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특히 카카오X를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대표 내정자는 "분할 이후 카카오X를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은 전혀 없다"며 "기존 CA협의체와 같은 공동 조직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선언했다. 카카오 창업자의 역할과 지분율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인적분할 특성상 분할 전후 주주의 지분율은 동일하게 유지되며 창업자와 K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역시 같은 비율로 배분된다. 카카오 본사 임직원은 대부분 카카오AI로 이동한다. 사업 단위별 인력 재배치가 이뤄지더라도 근로조건은 포괄 승계되며, 기존 스톡옵션도 분할 비율에 따라 나뉜다. 카카오는 분할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낮추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도 함께 제시했다. 카카오X는 자회사 배당수익의 30%를 우선 주주에게 배당하고, 특별한 투자수익이 발생할 경우 해당 수익의 30%를 특별배당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나머지 70%는 재투자해 추가적인 성장과 주주환원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매각과 관련해 발생하는 세후 수익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약 3000억원을 분할과 연계해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AI 역시 기존 주주환원 정책을 유지한다. 잉여현금흐름의 20~35%를 주주환원에 배정하고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한다. 오는 2027년부터는 잉여현금흐름이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할 경우 주주환원 규모를 30%에서 최대 40%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이나 계열사 합병·상장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 특별히 고려하고 있는 안은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향후 신규 투자나 사업 재편 과정에서는 자본시장 규제와 중복상장 관련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주주가치 훼손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양사 간 거래와 비용 정산도 독립경영 원칙에 따라 시장가격에 부합하는 조건으로 진행한다. 브랜드와 데이터, 인프라 등을 공유할 경우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분할 이후 양 법인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AI 사업의 성장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금융·콘텐츠·모빌리티 등 기존 핵심 자산의 가치도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분할 자체가 기업가치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만큼, 카카오AI가 제시한 AI 이용자와 매출 목표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고 카카오X가 자회사 가치와 투자 성과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분할 이후 기업가치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 대표 내정자는 "이번 분할은 카카오의 미래 성장 전략과 AI 시대에 적합한 사업 구조를 검토한 결과"라며 "카카오X는 미래 가치를 키우는 투자 전문 회사로, 카카오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가보지 않는 길'을 가는 도전, 즉 각 사업에 있어서 '0 to 1'을 해냈던 경험들을 사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 내정자는 "모바일 시대의 카카오는 대화와 연결로 사람들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왔다"며 "카카오AI는 이번 인적분할을 계기로 자회사 관리라는 비중 있는 역할을 분리하면서 핵심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명확한 사업구조가 갖춰졌다"고 말했다.
2026-08-21 16:07: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