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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리서치, 리쥬란 브랜드 지킨다…가품부터 유사상표까지 대응
[경제일보] 파마리서치가 대표 브랜드 ‘리쥬란’의 지식재산권과 유통망 관리에 나섰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가품을 인공지능(AI)으로 감시하고 정품인증 시스템을 통해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한편 유사 상표를 이용한 모방 행위에는 법적 대응을 이어가기로 했다. 파마리서치는 리쥬란의 브랜드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 모니터링, 정품인증, 지식재산권 침해 대응을 아우르는 브랜드 보호 체계를 가동한다고 8일 밝혔다. 가장 최근에는 유사 상표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파마리서치가 PN(폴리뉴클레오티드) 성분 한방 약침 제조·판매 관계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파마리서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 측이 사용한 ‘미주란(MIZURAN·美主爛)’ 표장이 파마리서치의 등록상표 ‘리쥬란’과 외관과 호칭이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두 제품의 수요자가 피부미용 주사 시술을 받는 소비자로 겹친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또 피고 측이 한의원 등에서 PN 성분의 동일성을 내세우며 리쥬란과 직접 비교해 홍보한 점과 일반 소비자가 의료기관의 면허나 규제 차이를 명확하게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출처 혼동 가능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해당 표장이 표시된 제품의 용기와 포장 사용을 비롯해 양도·전시·광고 등을 금지하고 보관 중인 완제품 포장을 폐기하도록 했다. 파마리서치는 온라인 가품 유통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전문 보안·단속 기관과 협력해 국내외 이커머스 플랫폼과 오픈마켓, 소셜미디어 등을 대상으로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리쥬란의 디자인과 로고, 문구 등을 분석하고 이를 무단으로 사용한 가품이나 불법 게시물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해외에서 모조품이나 비정상적인 유통 정황이 확인되면 현지 세관과 사법당국에 단속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제품 포장에 위·변조 방지 기술을 적용한 정품인증 솔루션을 탑재해 의료진과 소비자가 모바일을 통해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비공식 유통이나 불법 재판매에 대해서는 공급 중단과 경고장 발송, 민·형사상 법적 대응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환자가 시술 전에 제품의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소비자 대상 정품인증 캠페인도 이어갈 계획이다. 파마리서치가 브랜드 보호에 나선 배경에는 피부미용 시장에서 PN·PDRN 성분을 활용한 제품이 늘면서 제품 간 차이를 소비자가 구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있다. 피부에 직접 주입하는 의료제품의 경우 출처와 품질 관리 여부가 안전성과 직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같은 PN 성분을 표방하더라도 원료의 출처와 순도, 분자량, 제조방법, 품질관리 수준 등에 따라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보장하는 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출처가 불분명한 제품은 이상사례 발생 시 추적과 안전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리쥬란을 둘러싼 브랜드 보호 활동은 단순히 가품을 차단하는 수준을 넘어 유사 상표와 불법 유통까지 관리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파마리서치는 온라인 감시와 정품 확인, 법적 대응을 병행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2026-10-08 09: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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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美정부 상대 국제무역법원 제소…상계관세 판정 법정공방
[경제일보] 미국 정부로부터 3.64%의 상계가능 보조금률을 산정받은 포스코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냉연강판 상계관세 행정재심에서 포스코의 보조금률을 현대제철의 약 2.8배 수준으로 확정한 지 한 달 만이다. 6일 경제일보가 미국 국제무역법원(U.S. Court of International Trade·CIT)과 미 상무부 자료를 확인한 결과 포스코는 지난달 29일 미국 정부를 피고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번호는 1:26-cv-04229다. 법원 기록에는 원고가 포스코(POSCO), 피고가 미국 정부(United States)로 기재돼 있다. 포스코 측은 소송 제기 당일 소환장(Summons)과 기업정보공개서(Corporate Disclosure Statement), 영업비밀정보 관련 서류 등을 제출했다. 미국 무역·규제 전문매체 MLex도 5일 포스코가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한 미 상무부의 상계관세 행정재심 결과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포스코의 3.64% 상계가능 보조금률 확정 사실은 앞서 국내에 알려졌지만, 이번에 새로 확인된 것은 포스코가 해당 행정재심 결과를 놓고 미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무역법원 소송에 나섰다는 점이다. ◆포스코 3.64%·현대제철 1.28%…2.8배 차이 미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은 지난달 1일 2023년을 조사기간으로 하는 한국산 냉연강판 상계관세 행정재심 최종 결과를 공개했다. 상무부가 산정한 상계가능 보조금률은 포스코 3.64%, 현대제철 1.28%다. 포스코는 지난 3월 예비판정 당시 3.67%에서 0.03%포인트 낮아졌고 현대제철은 1.28%가 유지됐다. 이에 따라 9월 1일 이후 미국으로 수입되는 해당 냉연강판에는 포스코 3.64%, 현대제철 1.28%의 현금예치율(cash deposit rate)이 적용된다. 다만 3.64%가 포스코의 모든 대미 수출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이번 상계관세 명령 대상인 특정 냉연강판에 한정된다. 같은 한국산 냉연강판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조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미 상무부는 지난 7월 별도의 반덤핑 행정재심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조사기간 대상 제품을 정상가격보다 낮게 판매하지 않았다고 최종 판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냉연강판의 덤핑 여부가 아니라 한국 정부 등의 지원 가운데 미국 상계관세법상 상계 가능한 보조금으로 판단된 부분과 행정재심 결과를 둘러싼 별개의 절차"라고 설명했다. ◆홀딩스·퓨처엠 등 그룹 계열사까지 조사 이번 행정재심에서는 미국 정부가 조사 범위를 포스코 한 회사에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미 상무부는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엠텍, POSCO Nippon Steel RHF Joint Venture,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등 5개사를 포스코와 'cross-owned(교차소유)' 관계에 있는 기업으로 판단했다. 미국 상계관세 제도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관계기업을 cross-owned로 판단할 경우 해당 기업과 관련된 보조금이 조사대상 회사의 보조금률 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이들 5개사가 받은 모든 지원이 포스코의 3.64% 산정에 일괄 합산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미 상무부는 포스코가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일부 대상 제품을 수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보조금을 포스코의 전체 보조금률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결국 미국 정부의 조사 범위가 냉연강판 생산법인을 넘어 지주회사와 소재·가공·무역 계열사와의 관계까지 확대된 셈이다. 다만 포스코홀딩스나 포스코퓨처엠 등에 각각 3.64%의 상계관세가 부과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송 세부쟁점 아직 공개 안돼 향후 관심은 포스코가 미 상무부의 행정재심 결과 가운데 어떤 부분을 법적으로 다툴지에 쏠린다. 상무부의 행정재심에서는 한국 정부의 전력 공급과 배출권거래제(K-ETS), 수출금융 등을 포함한 여러 프로그램이 검토됐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국제무역법원 사건기록만으로는 포스코가 이 가운데 어떤 프로그램이나 산정방식을 문제 삼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포스코홀딩스·포스코퓨처엠 등에 대한 cross-owned 판단 자체를 다투고 있다고 단정할 근거도 아직 없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소환장과 기업정보공개서 등 소송 초기 서류다. 향후 구체적인 청구내용이 공개되면 양측의 법적 쟁점도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이번 행정재심 결과는 과거 수입분에 대한 관세 정산뿐 아니라 향후 대상 냉연강판의 현금예치금에도 영향을 준다. 포스코에는 미국 시장에서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의 비용·자금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3.64%의 비율이 포스코 전체 대미 수출과 실적에 미칠 영향을 현재 공개자료만으로 산정하기는 어렵다. 포스코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한국산 냉연강판 상계관세를 둘러싼 공방은 행정절차에서 법정으로 옮겨가게 됐다.
2026-10-06 09: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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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분쟁 '한 우물' 피터앤김 vs 글로벌 연합 KL파트너스
[경제일보] 수조원이 걸린 국제중재에서는 로펌의 변호사 숫자만으로 승부가 갈리지 않는다. 수백명 이상의 변호사를 둔 대형 로펌과 수십명 규모의 전문 로펌이 같은 사건을 놓고 경쟁한다. 국제중재 경험과 해외 변론 능력이 필요한 만큼 특정 분야만 깊게 파고든 로펌이 대형 로펌과 맞설 수 있는 시장이다. 법률시장에서는 이런 전문 로펌을 ‘부티크 펌(Boutique Firm)’이라고 부른다. 기업 인수·합병과 금융, 조세, 형사, 노동 등 거의 모든 법률업무를 다루는 종합로펌과 달리 특정 분야에 인력과 경험을 집중한다. 규모보다 전문성을 앞세우고 사건을 맡은 파트너가 직접 실무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국제중재 시장의 대표적인 부티크 펌으로 피터앤김과 KL파트너스가 꼽힌다. 두 곳 모두 대형 로펌에서 국제분쟁을 다룬 변호사들이 주축이지만 성장법은 다르다. 피터앤김은 국제분쟁에 집중한 채 자기 이름으로 해외 사무소를 늘렸고 KL파트너스는 국제중재와 기업자문을 함께 가져가면서 글로벌 로펌 베이커맥켄지와 손잡았다. 한쪽은 직접 세계로 나갔다. 다른 한쪽은 세계적인 로펌의 네트워크를 서울로 끌어왔다. 국제중재 부티크 시장을 두고 피터앤김과 KL파트너스가 벌이는 첫 번째 싸움이다. ◆ 자체 해외망 피터앤김 vs 글로벌망 붙인 KL 피터앤김의 선택은 직접 진출이다. 2020년 출범한 뒤 서울을 비롯해 스위스 제네바·취리히와 싱가포르, 호주 시드니·퍼스까지 6곳에 사무소를 냈다. 해외 로펌과 제휴해 사건을 넘기는 대신 주요 국제중재 거점에 자기 간판을 달았다. KL파트너스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2015년 설립된 뒤 국제중재와 기업 인수·합병을 주력으로 삼았고 2023년 베이커맥켄지와 합작법무법인을 만들었다. 국내 로펌과 미국계 글로벌 로펌이 만든 첫 합작법무법인이다. 베이커맥켄지는 세계 70개가 넘는 사무소를 두고 있다. KL파트너스는 각국에 자기 사무소를 하나씩 만드는 대신 베이커맥켄지의 해외 변호사와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현재 합작법인은 국제중재와 소송뿐 아니라 기업 인수·합병과 조세, 에너지·인프라 등도 함께 다룬다. 피터앤김은 해외 거점의 통제권과 브랜드를 직접 가져간다. KL파트너스는 사무소를 직접 늘리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곧바로 사용한다. 어느 방식이 해외 사건을 더 많이 가져올지는 앞으로 수임 실적에서 갈린다. ◆ 국제분쟁 집중 피터앤김 vs M&A까지 넓힌 KL 업무를 넓히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피터앤김은 출범 이후 국제중재와 국제분쟁이라는 영역에 힘을 모았다. 기업 간 상사중재뿐 아니라 투자자와 국가 사이의 분쟁과 중재판정 관련 소송까지 다룬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는 2026년 한국 국제중재 분야에서 피터앤김을 최고등급인 Band 1에 올렸다. 국제중재 전문매체 GAR도 피터앤김을 2025년 세계 주요 국제중재 로펌 30곳 가운데 26위로 평가했다. 2020년 출범 이후 5년 가운데 4차례 GAR 30에 이름을 올렸다. 변호사 숫자가 많은 종합로펌이 아니라 국제중재 사건의 규모와 수행시간 등을 토대로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부티크 전략을 보여준다. KL파트너스도 출발점에는 국제중재가 있었다. 김범수 대표변호사는 세종에서 16년간 일하며 국제분쟁팀장을 지냈고 국제상업회의소(ICC)와 싱가포르국제중재원(SIAC),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 등의 사건을 수행했다. 투자자·국가 분쟁도 주요 업무다. 다만 KL파트너스는 국제중재만 남겨두지 않았다. 설립 때부터 기업 인수·합병을 함께 키웠고 베이커맥켄지와 합작한 뒤 기업자문과 조세, 에너지·인프라까지 해외 네트워크와 연결했다. 피터앤김이 국제분쟁의 깊이를 더하는 동안 KL파트너스는 국제분쟁에서 확보한 고객의 다른 법률 수요까지 가져가는 전략이다. ◆ 파트너 직접 투입…결국 사람 싸움 두 곳이 대형 로펌과 맞설 수 있는 무기는 결국 사람이다. 국제중재는 한 사건이 몇 년씩 이어지기도 한다. 계약서와 증거를 분석하고 외국법을 검토한 뒤 해외 중재판정부에서 영어로 직접 변론해야 한다. 사건 경험이 많은 파트너가 실제 사건 수행에서 얼마나 오래 관여하느냐가 중요하다. 피터앤김은 사건마다 파트너가 참여하는 전담팀을 구성하는 방식을 내세운다. 서로 다른 국가와 법체계에서 경험을 쌓은 변호사를 사건 성격에 따라 묶는다. 서울 사무소뿐 아니라 유럽과 싱가포르, 호주의 변호사들이 한 사건에 함께 참여한다. 올해도 사람을 늘렸다. 지난 7월 광장과 화우에서 약 15년간 근무한 김진욱 변호사가 파트너로 합류했고 9월에는 김앤장 국제중재팀에서 10년간 일한 최준학 변호사를 영입했다. 싱가포르에서도 국제중재 경력 20년 안팎의 엘로디 둘락 변호사를 파트너로 데려왔다. KL파트너스의 무기는 김범수 대표를 비롯한 자체 중재팀과 베이커맥켄지의 해외 인력이다. 한국법 문제는 서울에서 맡고 외국법과 현지 규제가 걸리면 해외 사무소를 붙일 수 있다. 2026년 7월부터는 조세·통상 전문가 곽장운 변호사가 합작법인의 한국 대표를 맡아 조직 확대를 이끌고 있다. 피터앤김은 국제중재 스타 변호사를 자기 조직으로 끌어들인다. KL파트너스는 자체 전문가에 글로벌 로펌 인력을 붙인다. 두 전략 모두 결국 좋은 변호사를 얼마나 빨리 사건에 투입하느냐의 싸움으로 모인다. ◆ 굵직한 국제분쟁 놓고 실적 경쟁 피터앤김은 고액 국제분쟁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교보생명과 어피니티·GIC 등이 벌인 주주 간 분쟁에서는 사모펀드 측을 대리해 유리한 중재판정과 합의를 이끌었다. 체임버스는 이 사건을 피터앤김의 대표 업무로 소개하고 있다. 투자자·국가 분쟁도 다룬다. 기업 간 계약분쟁만 아니라 국가를 상대로 한 투자중재와 국제공법까지 업무 범위를 가져가고 있다. 건설과 에너지, 자원개발, 기업 인수·합병 등 국제중재가 많이 발생하는 산업도 주요 시장이다. KL파트너스 역시 투자자·국가 분쟁 경험을 쌓아왔다. 김범수 대표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미국·유럽 투자자의 분쟁을 비롯해 ICC와 SIAC, HKIAC 등 여러 국제중재 사건을 수행했다. 대형 로펌 세종의 국제분쟁팀장을 떠나 부티크를 만든 뒤 같은 시장에서 독자적인 고객을 확보했다. 여기에 기업 인수·합병이 붙는다. 베이커맥켄지와의 합작 이후에는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와 외국 기업의 한국 진출을 중재·송무와 연결할 수 있다. 국제분쟁이 터진 뒤 사건을 가져오는 것뿐 아니라 거래 단계부터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KL파트너스의 계산이다. ◆ ‘한 우물’이냐 ‘두 시장’이냐 부티크 펌에는 성장할수록 피하기 어려운 선택이 있다. 잘하는 분야에 계속 집중할지 아니면 고객이 요구하는 다른 업무까지 받을지 정해야 한다. 피터앤김은 아직 첫 번째 길을 택하고 있다. 사무소는 6곳까지 늘었지만 중심 업무는 국제중재와 국제분쟁이다. 해외로 나가면서도 종합로펌으로 바꾸지 않고 분쟁 전문 로펌이라는 간판을 유지한다. KL파트너스는 두 번째 길로 움직이고 있다. 국제중재라는 출발점은 유지하면서 기업 인수·합병과 송무 등으로 업무를 넓혔다. 베이커맥켄지와의 합작법인은 조세와 에너지·인프라까지 다루면서 종합적인 국제 기업자문 조직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위험도 다르다. 피터앤김은 국제중재 시장이 흔들리면 다른 업무로 매출을 보완하기 어렵다. KL파트너스는 영역을 넓힐수록 ‘국제중재 전문 부티크’라는 기존 색깔이 약해질 수 있다. 한 곳은 전문성을 더 좁고 깊게 가져간다. 다른 곳은 전문성을 발판으로 고객의 다른 사건까지 가져간다. 부티크 펌이 커지는 두 가지 방법이 국내 국제중재 시장에서 동시에 시험대에 올라 있다. ◆ 다음 승부는 ‘한국 밖의 사건’ 두 펌 모두 한국 국제중재 시장에서 이름을 알렸다. 다음 싸움은 한국 기업이나 한국 정부가 당사자인 사건을 넘어 제3국 기업과 정부의 분쟁을 얼마나 가져오느냐에 있다. 피터앤김에는 자체 해외 사무소가 무기다. 스위스와 싱가포르, 호주에 직접 변호사를 두고 있어 한국과 관계없는 국제분쟁도 자기 브랜드로 받을 수 있다.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을 연결하는 국제분쟁 로펌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KL파트너스에는 베이커맥켄지의 70여개 해외 사무소가 있다. 세계 각지의 고객을 서울로 연결하고 한국 기업의 해외 사건을 현지 사무소와 함께 가져올 수 있다. 2026년 새 한국 대표 선임 이후 합작법인도 해외 기업의 한국 투자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성장 방향으로 제시했다. 피터앤김은 자기 간판을 들고 세계로 나갔다. KL파트너스는 세계적인 간판과 손을 잡고 서울에서 세계를 연결한다. 국제중재 부티크 시장에서 두 펌의 승부는 이제 국내 순위로 가리기 어렵다. 어느 쪽이 더 많은 국경 밖 사건을 반복해서 수임하느냐가 다음 성적표가 된다.
2026-10-02 0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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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으로 태어나 또 합병으로…대륙아주, 1000억 넘어 새 판 짠다
[경제일보] 2009년 3월 법무법인 대륙과 아주가 한집 살림을 시작했다. 국제소송과 기업분쟁에서 경험을 쌓은 대륙과 해외 네트워크를 넓혀온 아주가 합쳐졌다. 이름도 두 법인의 간판을 그대로 붙인 ‘대륙아주’였다. 그해 두 조직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건물로 사무실까지 합쳤다. 17년이 흐른 2026년 대륙아주는 다시 합병을 택했다. 이번 상대는 기업 인수·합병과 금융·테크 자문을 중심으로 성장한 법무법인 린이다. 두 법인은 지난 4월 합병 업무협약을 맺었고 10월 통합 법인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새 법인의 이름은 9월 말 현재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25년 대륙아주의 매출은 1027억원이었다. 창립 이후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섰다. 린의 410억원을 합치면 1437억원이고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변호사 수도 대륙아주 247명과 린 137명을 합쳐 384명이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변호사 수로는 국내 6위권, 매출로는 8위권 규모가 된다. 대륙아주의 역사는 한 조직이 처음부터 몸집을 키운 과정과 다르다.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조직을 합치고 부족한 분야에 사람을 더하면서 체급을 올렸다. 2009년의 합병이 대륙아주를 만들었다면 2026년의 합병은 대륙아주의 다음 크기를 정하는 승부다. ◆ 미국 법정으로 간 ‘대륙’ 대륙의 시작은 1992년이다. 김대희 변호사가 개인 법률사무소를 열었고 1994년 특수부 검사 출신 함승희 변호사가 합류하면서 ‘함·김 법률사무소’로 이름을 바꿨다. 1996년 법무법인 대륙으로 정식 출범했다. 이름을 알린 사건은 국내 법정에만 있지 않았다.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사고 때 피해자들을 대리해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했다. 외환위기 때에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손실을 본 대한생명을 대리해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성과를 냈다. 해외 기업이나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분쟁 경험이 일찍 쌓였다. 당시 국내 기업의 해외 거래가 빠르게 늘면서 소송도 국경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국내법만 알고 법정에 서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외국 법률과 금융거래 구조를 함께 알아야 하는 사건이 늘었다. 대륙은 국제분쟁과 기업 송무에서 자리를 잡았다. 기업 인수·합병과 자본시장 업무도 늘렸다. 2009년 합병 직후에는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3분기 인수·합병 법률자문에서 발표 기준 2위에 올랐다. 대륙이 쌓은 송무 경험은 이후 대륙아주의 분쟁해결과 기업형사 업무로 이어졌다. ◆ 러시아부터 베트남까지 간 ‘아주’ 아주의 출발은 1993년이다. 김진한 변호사가 아주종합법률사무소를 열었고 이듬해 법무법인 아주로 전환했다. 대륙이 국제분쟁을 파고들었다면 아주가 먼저 공을 들인 곳은 해외 현장이었다. 아주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등 옛 소련권 국가로 나갔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에도 거점을 만들었고 오스트리아와 아랍에미리트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자원개발과 건설 등으로 해외에 나간 한국 기업의 현지 법률 문제를 맡았다. 2000년대 들어 한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늘면서 이런 네트워크의 활용도도 높아졌다. 국내 본사에서 계약서를 검토하는 것과 현지 정부·기업을 상대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아주가 확보한 현지 경험은 대륙이 갖고 있던 국제소송과 기업분쟁 역량과 맞물릴 여지가 있었다. 두 조직은 2008년부터 합병을 준비했다. 이듬해 3월 대륙아주 출범을 공식화했고 같은 해 9월 역삼동 동훈타워로 사무실을 합쳤다. 이름만 합친 채 조직을 따로 두지 않고 처음부터 한 공간에서 일하는 길을 택했다. ◆ 첫 합병은 ‘한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로펌 합병에서 어려운 것은 계약서보다 사람이다. 어느 조직 출신이 경영을 맡을지부터 보수와 사건 배분, 고객관리 방식을 다시 정해야 한다. 변호사가 이동하면 고객과 사건도 함께 빠져나갈 수 있다. 합병 이후 조직을 실제로 하나로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대륙아주는 출범 첫해 두 로펌의 사무실부터 합쳤다. 합병 뒤에도 각자 사무실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별도 조직으로 움직이는 방식을 피했다. 당시 대륙아주는 ‘서두르지 않으며 뿌리를 튼튼히 한다’는 기조 아래 서로의 조직문화를 인정하면서 업무를 합쳐갔다. 기업 인수·합병과 기업공개, 국제중재, 해상·항공, 구조조정으로 업무도 넓어졌다. 2013년에는 기업공개 법률자문에서 연간 3위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법무법인(유한)으로 조직을 바꿨다. 이후 공정거래와 조세, 금융, 에너지 분야도 인력을 늘렸다. 합병 효과가 곧바로 압도적인 외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김앤장과 빅5가 수백 명의 변호사를 확보하면서 대륙아주는 중대형 로펌 위치에서 오랜 경쟁을 벌였다. 다시 속도가 붙은 것은 2017년 이후다. ◆ 이규철 체제에서 다시 몸집 키워 이규철 대표변호사는 2017년부터 대륙아주 경영을 맡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이 대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특검보로 활동한 뒤 대륙아주에 합류했다. 2019년과 2021년, 2023년에 이어 2025년 네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이 대표 체제에서 대륙아주는 전통적인 송무와 기업자문에 새로운 분야를 붙였다. 중대재해와 원자력, 에너지·인프라, 공공정책, 국제업무에 인력을 늘렸다. 2025년에는 기존 팀 단위 조직을 그룹 중심으로 다시 짜면서 여러 분야가 한 사건을 함께 맡는 구조도 강화했다. 성과는 매출에서 나타났다. 2024년 933억원이던 매출은 2025년 1027억원으로 10% 늘었다. 국내 변호사는 같은 기간 244명에서 247명으로 거의 늘지 않았다. 특허법인과 관세법인, 컨설팅 계열사를 합친 전체 매출은 1152억원이었다. 다만 변호사 1인당 매출은 4억1606만원이었다. 화우와 율촌, 태평양, 세종, 광장 등 주요 대형 로펌이 7억원 안팎을 기록한 것과 차이가 있다. 외형을 키운 뒤에는 사건의 부가가치와 생산성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 중대재해부터 AI 상담까지 대륙아주는 최근 몇 년 동안 대형 로펌들이 상대적으로 늦게 뛰어든 시장에도 손을 댔다. 대표적인 분야가 중대재해다.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해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상태를 인증하는 사업을 도입했고 2026년 7월까지 240여개사가 인증을 받았다. 2024년에는 일반인을 상대로 한 인공지능 법률상담 서비스 ‘AI 대륙아주’를 선보였다. 네이버의 대규모 언어모델을 활용해 민사와 형사, 가사 등 법률 질문에 답하는 서비스였다. 국내 로펌이 직접 일반인 대상 AI 법률상담 서비스를 내놓은 첫 사례로 소개됐다. 출시 직후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을 문제 삼으면서 논란도 일었다. 기술을 법률서비스에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조계가 부딪힌 사건이었다. 대륙아주는 서비스 자체보다 리걸테크 경쟁에서 먼저 시험대를 밟은 로펌으로 이름을 알렸다. 해외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찾았다. 미국 워싱턴DC와 아프리카 관련 업무를 확대하면서 기존 아시아 중심 해외법무에서 활동 범위를 넓혔다. 대륙이 국제분쟁에서 시작하고 아주가 해외 현장을 찾아갔던 초기 경험을 다시 꺼낸 것이다. ◆ 1000억원 넘자 다시 합병을 택했다 대륙아주는 2025년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독자적으로 중견 로펌의 벽 하나를 넘은 직후 또 다른 로펌과 합치는 결정을 내렸다. 상대는 2017년 김앤장 출신 임진석 변호사가 세운 린이다. 린은 기업 인수·합병과 금융, 플랫폼·테크 등 기업자문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대륙아주는 송무와 형사·행정, 해외법무와 신산업 규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양측은 고객과 업무가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점을 합병의 장점으로 보고 있다. 두 법인은 지난 4월 29일 업무협약을 맺고 합병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양측 대표와 같은 수의 위원이 참여하고 주요 사안은 만장일치로 정하기로 했다. 합병 법인의 이름과 의사결정 구조도 이 위원회에서 논의한다. 새 이름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9월에는 통합 법인의 이름을 일반에 공모해 2000건이 넘는 제안을 받았지만 심사가 길어지면서 당초 15일로 예정됐던 발표를 미뤘다. 17년 동안 사용한 ‘대륙아주’라는 간판도 이번 합병과 함께 바뀔 가능성이 있다. ◆ 합치면 변호사 수 6위…매출은 8위권 2025년 기준 대륙아주의 매출은 1027억원, 린은 410억원이다. 단순 합산하면 1437억원이다. 지평의 1327억원을 넘어서는 규모지만 YK의 1694억원에는 못 미친다. 국내 변호사 수에서는 순위가 더 올라간다. 지난해 말 대륙아주 247명과 린 137명을 합하면 384명이다. 같은 기준 화우의 369명을 넘어서 6위권에 들어간다. 사람 숫자와 매출 순위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이규철 대표도 합병 뒤 변호사 1인당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을 과제로 제시했다. 합병 전 두 법인의 생산성은 기존 빅6보다 낮다. 사람을 합쳐 400명에 가까운 조직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상위권 로펌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합병 뒤에는 고객 충돌도 정리해야 한다. 한 사건에서 서로 반대편을 대리하던 두 로펌이 한 조직이 되면 어느 사건을 포기할지 정해야 한다. 보수체계와 파트너 지분, 사건 배분과 경영 방식도 하나로 맞춰야 한다. 로펌 합병의 성패는 변호사 숫자를 더한 뒤부터 갈린다. ◆ 중견 로펌에도 ‘합치지 않으면 밀린다’ 대륙아주와 린의 합병은 두 로펌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국내 중견 로펌에서는 합병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바른과 동인도 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LKB앤파트너스와 평산이 합쳐 LKB평산이 출범했다. 위에서는 김앤장과 빅5가 대기업의 대형 거래와 분쟁을 가져간다. 아래에서는 YK처럼 전국 사무소를 둔 로펌이 개인과 중소기업 시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그 사이에 있는 중견 로펌은 전문분야만으로 버티기도, 단순히 변호사를 조금씩 늘리기도 어려워졌다. 이규철 대표도 최근 이런 시장 양극화를 합병 추진 배경으로 들었다. 합병은 가장 빠르게 규모와 전문분야를 함께 늘리는 방법이다. 대신 잘못 합치면 내부 갈등과 고객 이탈까지 감수해야 한다. 대륙아주는 2009년 이미 한 번 같은 시험을 치렀다. 이번에는 당시보다 네 배 가까이 큰 조직을 다시 하나로 묶어야 한다. 그래서 2026년의 합병은 2009년보다 어렵다. 첫 합병이 종합로펌의 틀을 만드는 작업이었다면 이번에는 400명에 가까운 변호사를 움직여 상위권 로펌과 경쟁할 수 있는 생산성을 만드는 작업이다. ◆ 합병으로 태어난 로펌의 두 번째 합병 대륙아주의 출발에는 두 개의 이름이 있었다. 대륙은 국제분쟁과 송무를 했고 아주에는 해외 현장이 있었다. 2009년 두 조직을 합쳐 대륙아주가 만들어졌다. 그 뒤 기업자문과 구조조정, 공정거래, 중대재해, 원자력, 인공지능까지 업무를 넓혔다. 2025년에는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독자 성장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다음 단계에서는 다시 합병을 택했다. 이번에는 린의 기업자문과 금융·테크 업무를 가져온다. 대륙아주가 갖고 있는 송무와 형사·행정, 해외법무를 한 조직 안에 넣겠다는 구상이다. 10월 출범할 통합 법인은 이름부터 새로 정한다. 2009년 대륙과 아주가 합쳐질 때도 질문은 같았다. 두 로펌을 더하면 정말 하나의 로펌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17년 뒤 대륙아주는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섰다. 이번 합병이 끝나면 변호사 숫자는 6위권으로 올라간다. 그 다음부터는 숫자가 아니라 사건과 매출이 답해야 한다. 합병으로 태어난 대륙아주의 두 번째 합병은 한국 중견 로펌의 규모 경쟁이 어디까지 갈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2026-09-30 09:3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