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6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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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시행인데 아직도 '누가 어떻게'가 없다
[경제일보] 검찰청이 문을 닫는 날은 정해졌다. 10월 2일이다. 지난해 10월 정부조직법을 고쳐 1년 뒤 시행하기로 했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도 이날 출범한다. 그런데 같은 날부터 전국 2만여 명의 특별사법경찰이 누구의 지휘와 통제를 받으며 어떻게 수사할지는 아직 정리할 것이 남아 있다. 검찰청 폐지 날짜는 1년 전에 못 박아 놓고 현장에서 돌아갈 수사 방식은 시행 두 달 전까지 논란이다. 특사경은 일반인에게 이름부터 낯설다. 하는 일은 그렇지 않다. 세금과 관세, 노동, 환경, 식품, 의약품 등 생활과 맞닿은 범죄를 수사한다.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진 공무원에게 수사권을 준 제도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인원만 2만 명이 넘는다. 지금까지 특사경 수사에는 검사의 지휘가 있었다. 10월 2일부터 이 지휘권이 사라진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특사경이 필요하면 검사에게 ‘지도·조언’을 요청할 수 있고 검사도 필요한 경우 지도·조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 지휘와 지도·조언은 다르다. 전자는 따를 의무가 있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수사와 기소를 떼어놓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방침에 따라 법을 그렇게 고쳤다. 여기까지는 입법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검사 지휘가 빠진 자리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메울지도 함께 내놓았어야 한다. 법률 판단은 어디서 받고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갈 때 누가 바로잡을지까지 준비한 뒤 제도를 바꾸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다. 특사경에게 수사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범죄 혐의가 성립하는지 살피고 수집한 증거가 법정에서 쓰일 수 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행정 경험이 많다고 이런 일을 바로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특사경의 48%는 수사 경력이 1년 미만이었다. 검사가 하던 지휘를 없앤다고 법률 판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사 경험이 짧을수록 그 필요는 커진다. 압수수색의 범위를 잘못 잡으면 영장을 다시 받아야 하고 절차를 어긴 증거는 재판에서 쓰지 못할 수 있다. 공소시효를 놓치면 수사를 아무리 잘해도 처벌할 길이 막힌다. 형사절차는 나중에 틀린 곳을 찾아 고치는 행정 서류와 다르다. 새 형사소송법은 검사에게 보완수사요구권과 시정조치요구권, 재수사요구권 등을 두고 있다. 정부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서 수사기관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하지만 사건이 공소청으로 넘어온 뒤 기록을 검토하는 것과 수사 과정에서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압수수색이 이미 끝났고 피의자 조사가 잘못 진행된 뒤라면 사후 보완에도 한계가 있다. 특사경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있다. 경찰은 경찰청을 중심으로 지휘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특사경은 다르다. 고용노동부,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 등 곳곳에 흩어져 있다. 같은 특사경이라도 조직과 수사 경험, 인력 여건이 제각각이다. 전국의 특사경을 한 덩어리로 놓고 검사 지휘만 걷어낸다고 새 수사 방식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수사하다 자신의 관할 밖 범죄를 발견했을 때도 생각해야 한다. 특사경은 법에 정해진 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 본래 맡은 사건을 파다가 횡령이나 뇌물 같은 다른 범죄 혐의가 나오면 어느 기관으로 넘기고 그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는 어떻게 처리할지 정교한 연결 장치가 필요하다. 검사에게 직접수사권도 없고 특사경 지휘권도 없는 새 제도에서는 기관 사이의 사건 인계가 지금보다 중요해진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의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하는 개정 형사소송법도 10월 2일 시행된다. 정부도 이런 논란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지난 3월 공소청법과 중수청법 정부안을 확정하면서 보완수사와 새 형사사법 체계의 쟁점을 놓고 두 달간 공개토론회와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특사경 지휘권 폐지를 둘러싼 우려도 같은 달부터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시간이 없었던 셈은 아니다. 그런데 10월 2일은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일선 특사경이 어디에서 법률 지원을 받을지, 기관마다 다른 수사 역량을 어떻게 보완할지, 수사가 겹치면 어떻게 조정할지, 수사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어느 단계에서 바로잡을지 현장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답이 필요하다. 검사에게 다시 모든 지휘권을 주자는 얘기로 돌릴 필요도 없다. 국회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기로 했으면 새 제도를 제대로 굴러가게 만드는 것도 국회와 정부가 할 일이다. 기존 제도를 없애는 것과 그 자리를 대신할 제도를 만드는 것은 별개의 일일 수 없다. 형사사법 제도를 잘못 바꾸면 피해는 관청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사가 늦어지면 피해자가 기다려야 하고 압수수색을 잘못하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다. 범죄 혐의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면 처벌해야 할 사람을 놓친다. 시행 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규정을 고치는 방식으로 버티기에는 국민이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 검찰청을 없애는 날짜는 지난해 10월 이미 정했다. 준비할 시간도 그때부터 있었다. 10월 2일 아침 2만여 명의 특사경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때 가서 묻도록 해서는 안 된다. 검찰청을 없애는 데 1년을 썼다면 새 수사체계를 준비할 시간도 1년 있었다.
2026-08-20 08: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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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9440억 재산분할 재상고…SK 지분 지킬까, 현금화 나설까
[경제일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하면서, 9440억원 규모 재산분할금 마련 방식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상고로 판결 확정 시점은 미뤄졌지만, 대법원이 재산분할액을 그대로 확정할 경우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번 재상고의 배경에는 재산분할금 지급 방식에 대한 양측 입장차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측은 현금과 주식을 섞어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노 관장 측은 파기환송심 판결 주문대로 전액 현금 지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이 일부 주식 지급을 제안했으나 노 관장 측이 현금 지급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금 9440억’ 부담…재상고로 시간은 벌었지만 16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1부는 지난 7월 24일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 측은 재상고 기한 만료일인 지난 14일 다시 대법원 판단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재상고심이 사실관계를 다시 따지는 절차가 아니라 법률 판단을 다루는 절차인 만큼, 파기환송심 결론이 크게 뒤집힐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다만 최 회장 측으로서는 판결 확정 시점이 늦춰지는 동안 지급 방식과 재원 마련 방안을 조율할 시간을 벌게 됐다. 재상고가 기각돼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은 재산분할금을 지급해야 한다. 지급이 늦어질 경우 연 5% 수준의 지연이자가 붙어 하루 약 1억3000만원, 연간 약 472억원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 관장 측이 9440억원 현금 지급을 고수하면서 최 회장 측이 재상고에 나섰고, 이에 따라 하루 1억3000만원 수준의 지연이자 부담도 일단 현실화하지 않게 됐다. ◆시나리오①, SK㈜ 지분은 지키고 담보대출 확대 재계가 보는 첫 번째 시나리오는 최 회장이 SK㈜ 지분을 직접 팔지 않고 추가 차입과 다른 자산 매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최 회장은 SK그룹 지주사인 SK㈜의 최대주주다. SK㈜ 지분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만큼,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가능한 한 이 지분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가장 현실적인 수단은 주식담보대출이다. 주식을 팔지 않고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는 가장 부담이 작은 방식으로 꼽힌다. 다만 이미 상당한 주식담보대출이 설정돼 있다는 점이 변수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기준 한국증권금융에 118만4616주를 담보로 제공해 4000억원을, 하나은행에 34만276주를 담보로 제공해 365억원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대출금액이 공개되지 않은 질권설정 주식까지 포함하면 담보 제공 주식은 272만8955주로, 공시상 확인되는 대출만 4365억원 규로모 전해진다. 추가 대출이 가능하더라도 부담은 작지 않다. 부족한 금액을 5000억~6000억원으로 가정하면 총 차입 규모는 1조원 안팎으로 커질 수 있다. 금리를 연 4%로 단순 계산해도 연 이자 부담만 400억원을 넘는다. SK㈜ 주가가 하락할 경우 담보 가치가 줄어 추가 담보 요구나 반대매매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시나리오②, SK실트론 등 개인 자산 매각 두 번째 시나리오는 SK㈜ 지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SK실트론 지분 등 개인 자산을 현금화하는 방식이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은 재산분할금 마련 과정에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재계에서는 SK실트론 지분 매각이 성사될 경우 상당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비상장사 지분인 만큼 매각 시점과 가격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재산분할금 마련 방안으로 SK㈜ 주식담보대출과 SK실트론 지분 매각 가능성을 함께 거론했다. 다만 비상장 지분은 거래 상대방을 찾아야 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지분이 아닌 경우 기대한 만큼의 현금이 바로 확보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재산분할금은 현금 지급이 원칙이어서, 지분 가치와 실제 현금화 가능액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세금과 거래 비용, 매각 조건 등을 감안하면 지분 평가액이 곧바로 가용 현금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부족분은 담보대출이나 배당 수입 등으로 메워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나리오③, SK㈜ 지분 일부 매각…가능성은 제한적 세 번째 시나리오는 SK㈜ 지분 일부를 직접 매각하는 방식이다. 가장 빠르게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최 회장 입장에서는 가장 부담이 큰 선택지다. SK㈜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최 회장이 보유 지분을 줄이면 시장은 곧바로 경영권 안정성과 지배구조 변화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SK그룹은 과거 소버린 사태를 겪으며 경영권 방어의 중요성을 경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SK㈜ 지분 매각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둘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현금 마련이 여의치 않고, 주식담보대출과 비상장 지분 매각만으로 9440억원을 맞추기 어렵다면 일부 지분 현금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한국CXO연구소도 최 회장의 자금 마련 방안으로 SK㈜ 지분 일부는 담보대출을 받고 일부는 직접 매각하는 방식이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다만 SK㈜ 지분을 매각할 경우 지배구조와 주가에 미치는 파장이 커 최 회장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주가가 핵심 변수…배당 확대 가능성도 거론 어떤 시나리오를 택하든 핵심 변수는 SK㈜ 주가다. 주가가 높게 유지되면 담보대출 여력이 커지고, 지분 일부를 매각하더라도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이 늘어난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같은 금액을 빌리기 위해 더 많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야 하고, 담보비율 관리 부담도 커진다. SK㈜ 주가는 재산분할 판결 이후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SK㈜의 지분 가치가 크게 올라 담보대출 가능 여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최근 주가 급등락은 최 회장의 자금조달 시나리오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배당 확대도 거론된다. SK텔레콤과 SK스퀘어 등 SK㈜가 지분을 보유한 주요 계열사의 배당이 늘어나면 지주사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최 회장 개인의 배당 수입도 늘어날 수 있다. 다만 배당만으로 9440억원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재상고 이후에도 남은 과제는 ‘현금 확보’ 이번 재상고로 최 회장은 판결 확정과 지연이자 부담 현실화를 일단 늦추게 됐다. 그러나 대법원이 파기환송심 판단을 유지할 경우 9440억원 현금 마련이라는 과제는 그대로 남는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SK㈜ 지분을 최대한 지키는 방향에서 주식담보대출, SK실트론 등 개인 자산 매각, 배당 수입 확대를 조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에게 SK㈜ 지분은 단순한 금융자산이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라며 “지분 매각은 시장에 주는 신호가 크기 때문에 우선은 담보대출과 비상장 자산 현금화, 배당 등을 조합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26-08-16 17: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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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뷰 싸움인 줄 알았더니…조정호 609평 저택 부지에 들어간 '용산구 도로' 43평
[경제일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한강 조망권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회장은 조 회장이 짓고 있는 단독주택 때문에 한강 조망이 가려진다며 공사를 멈춰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달 이를 기각했고 이 회장은 즉시항고했다. 용산구청을 상대로 조 회장 주택의 건축허가 무효확인 소송도 제기했다. 조 회장이 짓는 집은 지하 2층~지상 2층, 연면적 2014.19㎡로 약 609평에 이른다. 겉으로 보면 한남동에서 벌어진 재계 거물들의 ‘한강뷰 싸움’이다. 그러나 신축 부지를 들여다보면 조망권 분쟁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땅이 나온다. 2022년까지 용산구가 도로로 관리했던 한남동 743-61번지 143.7㎡, 약 43.5평이다. 이 땅은 용산구의회에서 두 차례 제동이 걸린 뒤 세 번째 심사에서 처분 절차를 통과했다. 이후 도로에서 대지로 바뀌어 조 회장에게 26억7117만원에 수의매각됐고 현재 그의 신축 저택 부지에 포함돼 있다. 두 회장의 조망권 다툼은 법정에서 결론이 날 문제지만,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이 어떤 판단을 거쳐 개인 주택 부지로 넘어갔는지는 행정기관이 설명해야 할 사안이다. ◆ 조정호 집이 점유했던 구유지, 결국 조정호 소유로 한남동 743-61번지는 용산구가 1989년 서울시로부터 넘겨받아 도로로 관리해 온 땅이다. 일반인의 통행이 거의 없는 막다른 길이었고 남쪽 도로와는 약 15m의 높이 차이가 있었다. 나무와 수풀이 자라 사실상 공터처럼 남아 있었다. 용산구는 이런 사정을 근거로 앞으로도 도로 등 공공 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용도폐지에 앞서 이 땅 일부를 사용하고 있던 사람은 조정호 회장이었다. 조 회장이 2004년 지은 기존 주택 일부가 용산구 땅 9.5㎡를 점유하고 있었고 용산구는 2018년 측량 과정에서 이를 확인했다. 구청은 과거 5년분 변상금 830만원을 부과했고 조 회장 측은 2019년부터 정식 사용허가를 받아 사용료를 냈다. 이후 조 회장 측은 해당 도로의 용도폐지를 신청했다. 용산구는 2022년 3월 내부 검토를 거쳐 도로 용도를 폐지했다. 같은 해 11월 4일 지목은 도로에서 대지로 바뀌었고 일주일 뒤인 11월 11일 용산구는 143.7㎡ 전체를 조 회장에게 26억7117만원에 수의매각했다. 변상금 부과, 사용허가, 용도폐지, 수의매각은 각각 별개의 행정 절차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면 조 회장 주택이 일부를 점유했던 구유지가 사용허가를 거쳐 용도폐지됐고 결국 조 회장 소유가 돼 새 저택 부지에 들어갔다. 각 단계가 어떤 판단과 자료에 근거해 이어졌는지는 행정기록으로 확인돼야 한다. ◆ 3월 보류, 6월 부결…9월 세 번째 심사에서 통과 용산구의 공유재산 처분 계획은 곧바로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용산구청장은 2022년 3월 4일 한남동 743-61번지 매각을 포함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구의회에 제출했다. 소관 행정건설위원회는 같은 달 16일 안건을 처리하지 않고 보류했다. 용산구는 석 달 뒤인 6월 다시 의회의 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도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장정호 의원은 임기 말에 해당 안건을 처리하면 정치적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취지로 다음 의회에서 판단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냈고 위원들이 합의해 부결 처리했다. 두 차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 매각안은 새 의회가 출범한 뒤 다시 올라왔다. 용산구는 2022년 9월 해당 토지를 인접 토지 소유자에게 수의계약으로 처분한다는 내용의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다시 제출했다. 세 번째 심사에서는 의회를 통과했고 두 달 뒤 조정호 회장과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3월 보류와 6월 부결을 거친 안건이 9월에는 통과됐다. 그 사이 토지 이용 상태가 달라진 것인지, 공공재산으로 계속 보유해야 할 필요성에 새로운 판단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의회의 판단만 달라진 것인지 용산구는 기록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두 차례 제동이 걸렸던 안건이 세 번째에는 어떤 근거로 처리됐는지가 이번 매각 과정의 핵심 중 하나다. ◆ 매각가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처분 과정 매각가격은 26억7117만원으로 ㎡당 약 1859만원이다. 당시 개별공시지가보다 높았고 비슷한 시기 주변 토지 거래가격과도 큰 차이는 없었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헐값 매각 문제로 볼 근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관심을 둘 부분은 도로의 용도폐지와 수의계약 상대방 결정 과정이다. 용산구는 해당 토지의 위치와 형태, 이용 상태 등을 고려해 인접 토지 소유자에게 수의계약으로 처분하는 방식을 택했다. 당시 현장 보도에 따르면 이 땅은 조정호 회장 소유 주택뿐 아니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소유 주택과도 맞닿아 있었다. 다른 인접 토지 소유자의 매수 의사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확인했는지, 143.7㎡ 전체를 조 회장에게 매각하는 방안 외에 다른 처분 방식도 검토했는지는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국내 대형 금융그룹을 이끄는 현직 회장이 매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행정처분의 적정성을 의심할 수는 없다. 반대로 매수인이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처분에는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특히 구유지 일부 점유가 확인된 사람이 이후 그 땅의 용도폐지를 신청하고 전체 부지를 수의계약으로 사들인 경우라면 행정기관의 설명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 이중근, 조망권 넘어 건축허가까지 법정으로 용산구 도로의 처분 과정이 다시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이중근 회장이 조정호 회장의 신축공사를 법정으로 가져가면서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14일 서울서부지법에 조 회장과 시공사 장학건설을 상대로 공사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조 회장 주택이 들어서면 자신이 누리던 한강 조망이 침해된다는 주장이었다. 서울서부지법은 7월 27일 신청을 기각했다. 조 회장 주택이 이 회장 기존 자택의 정면이 아니라 대각선 방향에 있고 한강 조망이 모두 막히지는 않는 점 등이 판단에 반영됐다. 골조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공사를 중단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도 고려됐다. 이 회장은 다음 날 즉시항고했다. 이 회장 측은 한강 조망 외에 건물 높이 산정과 성토 과정의 행정절차도 문제 삼고 있다. 경사지에 들어서는 조 회장 주택의 높이를 계산할 때 기준 도로를 잘못 적용했다는 주장과 성토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지난 6월에는 용산구청장을 상대로 조 회장 주택의 건축허가 무효확인 소송도 제기했다. 조 회장 측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뒤 공사의 법적 정당성과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가처분 재판부는 건축법 위반 가능성과 건축허가 하자에 대해서는 본안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며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공사를 당장 멈출 필요가 없다는 판단과 건축허가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은 같은 것이 아니다. ◆ 2009년에는 이명희 집 공사 멈춰 세운 법원 이중근 회장이 한남동 자택 주변의 신축공사를 법정으로 가져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에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측과 한강 조망권을 놓고 맞붙었다. 당시 이 회장은 자신의 자택 앞에 이명희 회장 측이 짓고 있던 주택 때문에 한강 조망이 침해된다며 이명희 회장과 신세계건설 등을 상대로 공사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신축주택은 이 회장의 딸 정유경 당시 조선호텔 상무가 거주할 목적으로 짓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용산구청을 상대로 건축허가 취소소송도 제기했다. 서울서부지법은 당시 이중근 회장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신세계 측 주택이 완공되면 이 회장 집에서 바라보던 남쪽 한강 조망 대부분이 가려질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고저차가 있는 부지의 지표면과 건물 높이 산정 방법에도 건축관계 법규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명희 회장 측이 이후 주택 높이를 낮추는 방향으로 건축계획을 조정하면서 분쟁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17년 뒤 이 회장은 다시 같은 한남동에서 조망권과 건물 높이, 용산구의 건축행정을 법정으로 가져갔다. 이번 상대는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다. 이번에는 법원의 판단이 달랐다. 2009년 신세계 측 주택은 이 회장 자택의 한강 조망 대부분을 가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 회장 주택은 정면이 아닌 대각선 방향에 있다는 차이가 있었다. 이 회장이 2015년 추가로 매입한 나대지에 앞으로 주택을 지을 경우 정면 조망이 침해된다는 주장도 했지만 법원은 아직 건물이 없는 토지의 장래 조망까지 현재 단계에서 폭넓게 보호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 두 번 막힌 안건은 왜 세 번째에 통과했나 이중근 회장과 조정호 회장 중 누구의 한강 조망이 얼마나 침해되는지는 법정에서 가릴 문제다. 건축허가가 관계 법령에 맞게 이뤄졌는지도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에서 판단하게 된다. 두 사람의 다툼과 별도로 용산구가 보유했던 143.7㎡의 처분 과정은 행정기관이 설명해야 할 영역으로 남아 있다. 한남동 743-61번지는 33년 동안 용산구가 도로로 관리한 공유재산이었다. 조정호 회장 기존 주택이 이 땅 9.5㎡를 점유한 사실이 확인된 뒤 변상금과 사용허가 절차를 거쳤고 조 회장 측의 용도폐지 신청이 이어졌다. 매각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은 2022년 3월 보류됐고 6월에는 부결됐다가 9월 세 번째 심사에서 통과했다. 이후 도로에서 대지로 지목이 바뀐 토지는 조 회장에게 26억7117만원에 수의매각됐다. 현재는 그의 연면적 609평짜리 신축 저택 부지에 포함돼 있다. 두 차례 의회에서 제동이 걸린 처분안이 세 번째에는 어떤 근거로 통과됐는지, 33년간 도로로 관리한 땅의 공공 기능이 끝났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는 용산구가 밝힐 부분이다. 조정호 회장이 왜 이 땅을 사고 싶어 했는지는 사인의 이해관계다. 용산구가 왜 이 땅을 팔기로 결정했는지는 행정의 책임이다. 인접 토지 소유자가 복수였던 상황에서 143.7㎡ 전체를 조 회장에게 수의매각하기까지 어떤 검토가 있었는지도 같은 맥락에서 확인돼야 한다. 한강 조망권을 둘러싼 두 회장의 다툼은 법원이 결론을 낸다. 그러나 두 차례 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던 용산구 공유재산 43.5평이 세 번째 심사를 통과해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한남동 저택 부지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일이 아니다. 처분 주체인 용산구가 당시 기록과 근거를 내놓고 설명할 문제다.
2026-08-15 21: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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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서 입점'에서 '입점해서 유명'으로…올리브영이 키운 K-뷰티 '발견의 힘'
[경제일보] 1999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문을 연 작은 화장품 매장은 2026년 한국인의 뷰티 소비 지도를 뒤집었다. 특정 브랜드와 제품을 정해 구매하던 소비자는 이곳에서 여러 브랜드를 한눈에 비교하고 이름조차 낯선 제품을 직접 써본 뒤 선택하기 시작했다. 국내 첫 헬스앤뷰티(H&B) 스토어로 출발한 CJ올리브영은 해외 드럭스토어를 그대로 옮기는 대신 뷰티를 중심에 둔 한국형 모델을 만들었다. 27년이 지난 지금은 단순한 화장품 유통점을 넘어 소비자가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을 접하고 신생 브랜드는 고객과 만남의 기회를 얻는 K뷰티 '발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올리브영의 성장사를 관통하는 DNA도 이 '발견'에 있다. 이미 검증된 인기 상품에만 의존하기보다 가능성 있는 브랜드와 제품을 발굴하고 매대와 랭킹·행사·체험 등을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구매로 연결해왔다. 구매할 제품을 정한 뒤 매장을 찾던 소비 방식을 매장을 둘러보며 새로운 선택지를 발견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올리브영은 단순한 화장품 판매점을 넘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혀주는 큐레이터이자 신생 브랜드가 시장 반응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로 변했다. 과거 해외 브랜드와 국내 소비자를 연결하는 역할에 가까웠다면 현재는 국내 중소·인디 브랜드를 발굴해 한국은 물론 해외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K뷰티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낯선 브랜드를 '발견'으로…올리브영이 만든 K뷰티 성장 공식 올리브영은 신사점 이후 수도권과 지방으로 점포망을 넓혔다. 2008년 부산에 첫 지방 매장을 열며 전국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고, 닥터자르트와 메디힐 등 중소 브랜드의 판로 역할을 하며 상품군을 넓혔다. 2017년에는 전국 매장 수가 1000개를 넘어섰다. 경쟁자도 잇따랐다. GS리테일은 랄라블라를, 롯데쇼핑은 롭스를 운영했고 이마트도 영국 드럭스토어 부츠를 들여와 H&B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부츠는 2020년 국내 매장을 모두 철수했고 랄라블라도 2022년 사업을 접었다. 롭스 역시 가두점에서 철수하고 롯데마트 내 숍인숍 형태로 사업을 재편했다. 경쟁사들이 잇따라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면서 올리브영 중심의 시장 구도가 굳어졌다. 경쟁자도 잇따랐다. GS리테일은 랄라블라를, 롯데쇼핑은 롭스를 운영했고 이마트도 영국 드럭스토어 부츠를 들여와 H&B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부츠는 2020년 국내 매장을 모두 철수했고 랄라블라도 2022년 사업을 접었다. 롭스 역시 가두점에서 철수하고 롯데마트 내 숍인숍 형태로 사업을 재편했다. 경쟁사들이 잇따라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면서 올리브영 중심의 시장 구도가 굳어졌다. 다만 H&B 전문점 중심의 경쟁이 약화된 것과 달리 최근 경쟁 구도는 오히려 다변화되고 있다. 다이소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화장품 시장을 확대하고 무신사와 컬리 등 패션·커머스 플랫폼도 각자의 고객층과 큐레이션 역량을 기반으로 뷰티 사업을 키우고 있다. 소비자가 새로운 브랜드를 접하는 유통채널도 올리브영을 넘어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올리브영이 매장 수를 늘리는 동안 함께 축적한 경쟁력은 새로운 상품과 브랜드를 발굴해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선별 역량이었다. 유명 화장품 회사의 베스트셀러만 채우기보다 새로운 제형과 콘셉트, 소비자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카테고리를 발굴해 매대에 선보였다. 이후 올영세일과 올리브영 어워즈, 페스타, 온라인 랭킹과 리뷰 등 다양한 마케팅 장치를 더해 소비자의 관심을 한 데 모았다. 성과는 입점 브랜드의 성장에서도 나타난다. 2025년 올리브영 온·오프라인에서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입점 브랜드는 116개로 2020년 36개에서 5년 만에 세 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닥터지와 달바, 라운드랩, 메디힐, 클리오, 토리든 등 6개 브랜드는 올리브영 내 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고 메디힐은 입점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했다. 매장 줄이고 경험 키웠다…온라인과 연결된 옴니채널 진화 두 번째 변곡점은 온라인이었다. 화장품 구매가 빠르게 온라인으로 이동하자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에는 매장이 비용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올리브영은 반대로 매장을 온라인 경쟁력을 만드는 자산으로 활용했다. 2014년 모바일 앱을 출시하고 2017년 공식 온라인몰을 열었다. 이듬해에는 화장품업계 최초 당일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을 선보였다.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하면서 매장은 상품을 체험하고 구매하는 공간을 넘어 온라인 주문을 뒷받침하는 옴니채널 거점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이는 '발견'과 '구매' 사이의 시간을 단축했다. 매장에서 테스트한 제품을 앱으로 주문하고 온라인 랭킹이나 리뷰에서 처음 본 제품을 가까운 매장에서 직접 테스트할 수 있게 됐다. 고객에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별개의 채널이 아니라 하나의 쇼핑 과정으로 묶인 셈이다. 최근에는 점포 전략도 양적 확대에서 매장 대형화와 기능 강화로 옮겨가고 있다. 올리브영 국내 매장은 지난해 2분기 1393개에서 올해 2분기 1367개로 줄었다. 지난해 3분기 1394개를 정점으로 4분기 1381개, 올해 1분기 1369개, 2분기 1367개로 3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대신 기존 소형 점포를 통합하거나 더 넓은 공간으로 확장 이전하고 체험·특화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점포망을 재편하고 있다. 지난 3월 문을 연 '센트럴 명동 타운'이 대표적이다. 3개 층 약 950평 규모에 1000여개 브랜드와 약 1만5000개 상품을 갖춰 올리브영 매장 중 최다 상품을 선보인다. '마스크 라이브러리'에는 마스크팩 800여개를 모아 피부 타입과 기능별로 구분하며 소비자가 다양한 제품을 쉽게 비교·탐색할 수 있도록 진열을 세분화했다. 방한 쇼핑 명소에서 미국 현지로…해외 유통망 확장 올리브영의 발견 기능은 K뷰티의 해외 확산과 맞물리며 새로운 성장축이 됐다. 과거 올리브영이 해외 화장품과 새로운 뷰티 트렌드를 한국 소비자에게 소개했다면 이제는 반대로 세계 소비자가 한국의 새로운 브랜드를 찾기 위해 올리브영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025년 1~11월 전국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한 방한 외국인 누적 구매금액은 1조원을 달성했다. 2022년 연간 실적과 비교하면 약 26배 커진 규모다. 전체 오프라인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약 2%에서 2025년 25% 이상으로 뛰었다. 외국인 고객의 58%는 6개 이상의 브랜드를 구매했고 10개 이상의 브랜드를 구매한 고객도 33%에 달했다. 이는 특정 K뷰티 히트상품 몇 개만 구매해가는 현상과는 차이가 있다. 올리브영 매장 자체가 여러 국내 브랜드를 비교하고 새 제품을 찾는 쇼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소 브랜드 입장에서 올리브영은 국내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관문인 동시에 세계 각국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글로벌 쇼케이스가 됐다. 올리브영은 이제 외국인이 한국을 찾아오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 해외 소비자 곁으로 가고 있다. 지난 5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미국 1호점을 열었고 6월 13일에는 로스앤젤레스(LA) 웨스트필드 센추리시티에 2호점을 냈다. 패서디나점은 개점 당시 약 400개 뷰티·웰니스 브랜드의 상품 5000여종을 구성했으며 현지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짧게는 2주 단위로 매대 상품 큐레이션을 업데이트한다는 운영 방침도 세웠다. 한국 매장을 그대로 복사하지도 않았다. 센추리시티점은 미국에서 수요가 높은 스킨케어 매대를 국내 표준점보다 약 1.5배 크게 구성하고 피부 상태 진단과 제품 추천을 결합한 체험형 서비스를 도입했다. 미국 전용 온라인몰과 멤버십도 함께 운영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옴니채널 기반을 구축했다. 현지 운영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블루밍턴에는 약 3600㎡ 규모의 미국 서부 물류센터를 구축해 통관과 보관·재고 관리·배송 등을 지원한다. 올리브영이 발굴·큐레이션한 브랜드가 세포라 등 현지 유통채널에 공급될 경우 해당 물류센터를 활용해 현지 물류도 지원할 계획이다. 자체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사를 넘어 국내 브랜드가 다른 해외 채널에 진입하는 과정까지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상품 아닌 생활방식 제안…올리브영, 웰니스까지 영역 확대 올리브영은 올해 1월 웰니스 전문 플랫폼 '올리브베러'를 출범시키고 서울 광화문에 첫 매장을 열었다. 약 130평 규모의 공간에 500여개 브랜드와 3000여종의 상품을 구성하고 영양제와 건강식품을 비롯해 운동·휴식·셀프케어 등 일상적인 건강관리와 관련된 상품을 한데 모았다. 상품을 단순히 품목별로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생활 방식과 건강관리 목적에 따라 다양한 웰니스 상품을 탐색할 수 있도록 카테고리의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온라인에서도 기존 올리브영의 옴니채널 전략을 접목했다. 올리브영 앱 내 별도 서비스를 통해 웰니스 상품을 탐색하고 추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섭취 알림 기능과 오늘드림·매장 픽업 등 기존 배송 서비스를 연계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새로운 상품을 직접 살펴보고 온라인에서는 관련 정보를 확인한 뒤 구매와 재구매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한 셈이다. 접근 방식은 1999년 H&B 시장에 진입했던 당시와 닮아 있다. 당시 소비자에게 생소했던 H&B라는 범주를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 체험을 통해 하나의 소비 영역으로 구체화했다면 이번에는 건강기능식품과 운동, 휴식, 셀프케어 등 여러 산업에 분산된 상품을 '웰니스'라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재구성하고 있다. 기존 시장에 상품을 추가하는 방식보다 새로운 소비 범주를 제시하고 그 안에서 브랜드와 제품의 발견을 유도해 온 올리브영의 성장 공식을 재적용하는 시도다. 커진 영향력만큼 무거워진 책임 올리브영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입점·납품 브랜드와의 관계도 숙제다. 플랫폼에서의 노출이 브랜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수록 행사 참여와 판매 조건, 수수료 등 거래관계에 대한 책임도 갑과 을 관계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올리브영과 납품업체 간 거래관계는 이미 공정당국과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CJ올리브영이 납품업체의 경쟁사 행사 참여를 제한하고 판촉행사 종료 후 정상 납품가격을 환원하지 않은 행위, 정보처리비를 받은 행위 등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18억96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고발했다. 이후 행정소송에서 경쟁사 행사 참여 제한과 관련한 처분은 취소됐고 대법원도 2025년 9월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과징금은 약 14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법원은 올리브영이 납품업체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가진다는 점 자체는 인정했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여부는 이와 별개의 문제다. 공정위는 2023년 올리브영의 일부 거래정책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하는지도 검토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화장품 유통시장의 범위와 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해당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며 무혐의가 아닌 심의절차종료 결정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 역시 올리브영의 화장품 소매유통 채널 내 위치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관련 거래행위가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999년 낯선 브랜드와 제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하며 시작된 올리브영의 '발견' 스토리는 이제 브랜드와 시장의 연결 방식 자체를 재편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신제품을 발굴하는 선별 역량을 넘어 입점 브랜드와의 동반 성장 및 유망 브랜드의 시장 안착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량에 달려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을 발견하고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매장과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옴니채널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국내에서 축적한 카테고리 육성과 큐레이션 역량을 바탕으로 K뷰티의 글로벌 확산과 K웰니스 생태계 육성을 함께 추진하고 지역과 브랜드가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K뷰티·웰니스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2026-08-13 17:4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