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5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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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 수사 중립성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다
[경제일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원칙은 권력분립과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이다. 권력이 한곳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 수사기관이 정권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법과 증거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출발점이다. 수사기관이 권력자의 비위까지 성역 없이 들여다볼 수 있어야 국민은 공권력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을 둘러싼 논란은 정부가 수사의 독립성과 국정 운영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은 지난 20일 취임 직후 국무회의에 배석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권력형 부패와 금융범죄 등을 성역 없이 엄단하라고 당부했다. 개별 사건에 대한 지시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사기관장이 행정부의 최고 정책 심의기구에 참석하고 대통령으로부터 수사 방향과 관련한 당부를 듣는 장면은 수사의 독립성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국가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행정부의 핵심 기구다. 수사기관은 법률이 정한 권한에 따라 범죄 혐의를 규명하고, 권력자를 포함해 누구에게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두 영역은 국가 운영이라는 틀 안에서 연결돼 있지만 기능과 책임은 구분돼야 한다. 현행 국무회의 규정은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중앙행정기관인 청의 장 등을 배석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장의 참석 자체를 곧바로 위법이나 위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배석의 필요성과 범위, 참석이 정례화될 경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일회성 참석을 넘어 관행으로 굳어질 가능성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부처 소속 외청도 국무회의에 참석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올해 초부터 수사·공소기관장들의 배석을 이어왔다. 이번 중수청장 참석도 그 연장선에 있다. 수사기관장이 국정 기조를 공유하고 정책 방향을 듣는 일이 반복되면 수사와 정권 사이의 거리가 흐려질 수 있다. 실제로 부당한 지시가 없더라도 권력의 의중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심이 생기면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타격을 받는다. 반대로 정권에 부담이 되는 수사를 외면하거나 권력의 비위를 덮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면 피해는 정부를 넘어 법치주의 전체로 번진다. 정부는 국정 효율성과 기관 간 협조만을 앞세워 이런 우려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범정부 차원의 정책 협의와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면 이미 마련된 법적 절차 안에서 목적과 범위를 명확히 하면 된다. 수사기관장을 국무회의에 배석시키는 것이 어떤 정책적 필요에 따른 것인지, 어떤 의제에서 발언할 수 있는지, 개별 사건에 대한 지시나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법적 근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운영 방식의 적절성까지 자동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설명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비판을 정치 공세로 몰아붙이면 불신만 키울 뿐이다. 수사기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독립성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것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간섭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경계하고, 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기관장은 원활한 국정 협조보다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 참석이 불가피하다면 목적과 의제를 분명히 하고 개별 수사에 관한 지시나 논의가 이뤄지지 않도록 제도적 방화벽을 마련해야 한다. 그 필요성과 경계를 납득시킬 수 없다면 정례 배석을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권력과 거리를 두는 것은 국정에 대한 비협조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국민에게 져야 할 책임이다. 국회도 이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만 삼아서는 안 된다. 국무회의 배석의 운영 기준을 점검하고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 법령에 참석 요건과 허용 범위, 발언 및 회의 내용의 취급 원칙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의 누구도 개별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며, 수사기관장 역시 정권의 국정 기조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제도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헌법의 원칙은 정권의 임기보다 길다. 자유와 법치는 권력자의 선의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에 절제와 책임이 따르고, 부당한 개입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작동해야 한다. 정부는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구체적인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 수사기관은 권력의 곁이 아니라 법과 국민의 곁에 서야 한다. 정권과 수사의 경계가 흐려지면 법치에 대한 신뢰도 흔들린다. 수사의 독립성은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원칙이 아니다. 이를 지키는 것이 정부가 헌법과 국민 앞에 져야 할 기본 책무다.
2026-10-21 1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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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망서 걸러내고 현장서 교육…SKT, 보이스피싱 대응 확대
[경제일보] AI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이 새로운 보안 위협으로 떠오르면서 통신업계가 인공지능(AI) 기반 사기 탐지와 차단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금융감독원과 손잡고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확대하는 한편, AI 기반 스팸 필터링과 사기 탐지 기능을 강화해 고객 보호에 나선다. 21일 SK텔레콤은 금융의 날을 앞두고 금감원과 함께 보이스피싱 예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 기술을 활용한 사전 차단과 금융당국의 피해 사례·대응 요령을 결합해 이용자가 사기 수법을 인지하고 실제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SK텔레콤은 지난 20일부터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SK나이츠 홈경기에서 관람객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 체험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금감원이 제공한 최신 사례를 바탕으로 사기 수법을 가상 체험하고, 의심 상황에서 필요한 예방 행동수칙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했다. 경기 전과 쿼터 브레이크, 하프타임에는 예방 영상과 OX 퀴즈를 마련해 관람객이 금융사기 대응 요령을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오는 26일에는 SKT타워에서 금감원 전문가가 고객과 직접 만나는 '찾아가는 서비스' 담당 구성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수사기관이나 금융회사를 사칭하는 범죄부터 AI를 이용해 가족·지인의 목소리를 변조하는 사례까지 다양한 유형과 대응 요령을 공유할 예정이다. 양측은 내달 중 경남 합천군에서도 금융사기 예방과 안전한 통신 이용을 위한 보안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교육과 홍보뿐 아니라 통신망에서 발생하는 스팸과 보이스피싱을 걸러내는 기술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해 AI 필터링을 통해 음성 스팸·보이스피싱 통화와 스팸 문자 약 11억건을 선제 차단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이 제공하는 검증된 번호를 음성·문자 스팸 필터링 시스템에 적용해 정상적인 금융기관 연락이 잘못 차단되는 일을 줄이고, 보이스피싱·스캠 탐지 기능도 고도화할 방침이다. 통신사의 사전 차단 기술은 범죄자가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단계에서 이용자와 범죄의 접점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의심 번호와 스팸 정보를 분석해 이용자에게 전달되기 전에 차단하면 피해자가 사기범과 접촉하거나 악성 링크를 누를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정교해지는 점도 통신업계가 탐지 기술을 고도화하는 배경이다. 과거에는 발신 번호나 메시지에 포함된 의심 문구를 활용해 사기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 주요 대응 수단이었다. 최근에는 AI로 가족이나 지인의 목소리를 모방하거나 기관 관계자를 사칭하는 등 이용자의 판단을 흐리는 수법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익숙한 목소리를 들려주며 긴급한 상황을 연출하거나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발신 번호만으로 사기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것으로 꼽힌다. 이용자가 실제 가족·지인의 연락으로 오인할 수 있는 만큼, 의심 번호 차단과 함께 통화 중 경고, 별도 경로를 통한 본인 확인, 금융기관의 이상거래 탐지 등 여러 단계의 방어 체계가 필요하다. 통신사의 역할도 단순한 스팸 차단을 넘어 이용자가 사기 위험을 인지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AI를 활용해 의심스러운 통화와 메시지를 탐지하는 기술에 더해 금융당국의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이용자 교육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이 금감원과 진행하는 이번 캠페인도 이러한 대응 체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장 체험과 교육으로 이용자의 경각심을 높이는 동시에 필터링 시스템을 개선해 사기 시도와 이용자의 접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관련 수법과 대응 요령을 국민들이 쉽게 확인하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SK텔레콤과 협력해 예방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연 SK텔레콤 고객가치혁신실장은 "금융의 날을 앞두고 고객이 생활 속에서 보이스피싱 예방법을 접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현장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며 "금융감독원과 함께 교육, 체험, 기술 고도화 등 고객의 안전한 일상을 지키는 활동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2026-10-21 08: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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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금지 위반 전에도 격리 검토…가정폭력법 개정안 32건 계류
[경제일보] 잇따른 가정폭력 살인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가해자 격리와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관련 법률 개정안은 국회에서 좀처럼 처리되지 않고 있다. 기존 접근금지 조치 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재범 위험성이 높은 가해자를 격리하거나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방안 등이 이미 법안으로 발의됐지만, 상당수가 소관 상임위원회에 묶여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총 32건으로,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16건은 법사위 심사 단계에 있으며, 나머지 16건은 접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계류 법안에는 최근 잇따른 가정폭력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검토하는 가해자 격리·감시 강화 방안과 맞닿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존 퇴거·접근금지 조치를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가해자의 유치장 유치를 신청하거나, 긴급임시조치 위반에 대한 제재를 과태료에서 형사처벌로 강화하는 방안 등이다.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이른바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 접근금지 위반해야 격리 가능…현행 제도의 한계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폭력 재발 우려가 있는 경우 가해자에게 퇴거·격리와 접근금지 등의 임시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수사 단계에서 가해자를 유치장 등에 유치하도록 신청하려면 기존 임시조치를 위반하고 가정폭력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에 경찰은 해당 요건의 한계에 주목하고 있다.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반복적인 폭력이나 협박 정황 등으로 피해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가해자를 신속하게 격리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스토킹 범죄와 유사하게 기존 조치 위반 여부만이 아니라 재범 위험성도 고려해 유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긴급임시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긴급임시조치는 가정폭력이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고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기 어려운 긴급한 상황에서 경찰이 가해자에게 퇴거나 접근금지 등을 명령하는 제도다. 현행법상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반면 스토킹 범죄의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비슷하게 피해자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라도 범죄 유형에 따라 위반에 따른 제재 수준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경찰이 가정폭력 긴급임시조치 위반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배경이다.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역시 피해자와 가해자의 접촉을 제한하고 재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으로 거론된다. 스토킹 범죄에는 법원 결정에 따라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가정폭력 사건에 이를 적용하려면 관련 법률의 정비가 필요하다. 해당 개선안은 이번 국회에서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다. 20대와 21대 국회에서도 가해자 격리와 긴급임시조치 위반 처벌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정폭력방지법상 경찰의 현장조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를 과태료에서 형사처벌로 강화하는 개정안이 지난 3월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 올해 들어 관련 분야의 주요 입법 성과로 꼽힌다. ◆ 국감에선 보호 공백 질타…입법 논의는 제자리 가정폭력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경찰의 초기 대응과 피해자 보호 체계에 대한 비판은 이어져 왔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가 만료되기 전에 피해자의 위험성을 다시 평가하고, 반복 신고와 접근금지 위반 이력 등을 구속영장 신청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는 개별 신고에 대한 대응을 넘어 과거 폭력과 위협이 반복된 맥락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신고 당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가해자가 접근금지 조치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성을 낮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과도 이어진다. 입법 논의의 필요성이 커지자 관련 법안을 종합적으로 다루기 위한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남인순 국회부의장은 지난 15일 친밀관계폭력 관련 법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발의했다. ◆ '가정 회복'보다 피해자 안전…법 목적도 손질해야 전문가들은 가해자 격리 수단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과 사건 처리 원칙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 제1조는 법의 목적을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함'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정의 회복과 피해자 보호를 함께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가정 유지가 강조될 경우 피해자의 안전과 가해자에 대한 책임 추궁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 발간한 '친밀한 관계 기반 폭력 대응 및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법제화 연구' 보고서도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위험 상태나 보호 필요성보다 관계 유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에 따라 형사처벌 대신 보호관찰이나 상담위탁 등 보호처분을 하는 가정보호사건 절차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짚었다. 해당 보고서는 중대하거나 상습적인 가해자에게 실효성 있는 형사책임을 묻고, 피해자에게는 주거·생계·치료·자립 등을 지원하는 원칙을 법령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가정폭력은 한 차례 신고만으로 위험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피해자가 가해자와 생활공간이나 경제적 기반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어 피해자 보호에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가해자 격리와 처벌을 강화하는 동시에 피해자가 안전하게 거처를 옮기고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 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후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쳐서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국회가 계류 법안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신속히 처리하는 한편, 피해자의 안전을 우선하는 법적 원칙과 현장 대응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6-10-18 15: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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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의 독립, 권력의 선의에 맡길 수 없다
[경제일보] 법의 권위는 권력자의 의지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데서 나온다. 힘 있는 사람이라고 감싸지 않고, 힘없는 사람이라고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성경 레위기 19장 15절도 재판에서 공의를 지킬 것을 강조한다. 법 집행의 공정성이 흔들리면 수사기관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 지난 14일 열린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남긴 질문도 결국 여기에 있다. 지난 2일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검찰에 집중됐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분리해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구축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러나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고 해서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을 막고 수사권 남용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과거 검찰 재직 당시 감찰 민원 처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무배제 반대 성명 참여 경위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후보자는 감찰 민원을 묵살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당시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직무배제 반대 성명에 참여한 데 대해서는 당사자의 소명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정치적 중립성을 검증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책무다. 다만 의혹은 구체적인 사실과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 후보자의 해명 역시 같은 기준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어느 진영에 가까운 인물인지를 따지는 데 그친다면 정작 국민이 확인해야 할 수사기관장의 자질과 독립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청문회에서 더욱 주목할 대목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이다. 중수청법 제6조는 행안부 장관이 중수청장과 소속 직원을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하되,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관의 감독권 자체가 법률에 근거한 권한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모든 지휘와 감독을 정치적 외압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반대로 법률상 권한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행사가 언제나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 11일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중수청은 이튿날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감찰의 필요성과 적법성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다만 이번 사례는 장관의 감독권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사되고, 그 적절성을 누가 검증할 것인지라는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수사기관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정당한 감독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감독권이 개별 사건의 수사 방향이나 결론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통로가 돼서도 안 된다. 법률이 허용한 지휘권과 정치적 개입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권한 행사에 대한 기록과 사후 통제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권력의 선의에 기대는 제도는 권력이 바뀔 때마다 흔들릴 위험이 있다. 수사 독립을 청장 개인의 소신이나 조직 내부의 결의에만 맡길 수 없는 이유다. 우선 인사 절차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현행 제도에는 후보추천위원회와 청장 임기 규정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추천위원회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위원회 구성의 객관성과 심사 기준의 투명성을 높이고,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 정치적 중립성을 일관된 기준으로 검증해야 한다. 청장의 신분을 보호하되 법률에 따른 정당한 책임 추궁 절차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건 배당과 수사 진행 과정 역시 외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객관적인 배당 기준을 마련하고 담당자 교체나 수사 종결에는 합리적인 사유를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 사건의 특수성과 수사 전문성을 고려한 예외가 필요하더라도 그 판단 근거는 남겨야 한다. 표적 수사나 부당한 사건 지연, 선택적 수사 논란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수사권이 커질수록 통제의 책임도 무거워진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법원의 영장 심사와 적법절차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하면 실효성 있는 구제와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 국회 역시 기관 운영과 권한 남용 여부를 감시하되 개별 사건의 수사 결론을 정치적으로 요구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독립은 감시받지 않을 권리가 아니다.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수사하되 법과 절차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책임지는 것이 수사기관의 독립이다. 중수청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조직의 실질적인 수사 역량이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인력 확보율이 약 66%, 물적 인프라 확보 수준은 60∼70% 정도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관이 법률상 권한을 갖췄더라도 인력과 시설,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한 인력 확보와 전문성 강화도 서둘러야 한다. 중수청 개혁의 성패는 과거 검찰의 문제를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수사 강도가 달라지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선택적으로 처리한다는 의혹이 반복된다면 조직 개편의 의미는 퇴색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새로운 권한 집중이나 책임 회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관 사이의 역할과 통제 절차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본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후보자의 자질과 과거 행적을 철저히 검증하되 같은 기준을 여야 모두에게 적용해야 한다. 의혹을 제기할 때는 근거를 제시하고, 해명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청문회가 정치적 공방에만 머문다면 국민이 판단할 정보는 오히려 부족해진다. 공직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특정 권력자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을 지킬 의지다. 특히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의 수장이라면 정치적으로 불편한 사건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중수청은 정권의 칼도, 정치권의 방패도 돼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독립 선언이 아니다. 지휘·감독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권한 행사의 근거를 기록하며, 위법하거나 부당한 개입에는 책임을 묻는 제도다. 동시에 수사권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장치도 갖춰야 한다. 진리와 정의의 저울을 권력자의 손에 맡겨둘 수는 없다. 새 수사기관에 대한 평가는 조직을 얼마나 크게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권력 앞에서도 법과 원칙을 지켰느냐로 내려질 것이다. 중수청의 독립은 권력의 선의가 아니라 권력조차 함부로 넘을 수 없는 제도적 경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2026-10-15 10: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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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만 앞세운 '중수청'의 자중지란, 기본과 상식이 먼저다
[경제일보] 국가 형사사법 체계를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재편하겠다며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열흘여 만에 내부 갈등과 운영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중대범죄를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기관이 정작 조직의 기초를 다지는 일부터 삐걱거린다면 국민이 무엇을 믿어야 하겠는가. 검찰개혁이라는 거창한 깃발을 앞세웠지만, 정작 그 깃발을 받쳐야 할 행정 역량과 조직 운영의 기본은 갖췄는지 의문이다. 제도 개편의 명분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준비 부족과 권력 다툼으로 얼룩진다면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출범 과정부터 문제다. 현장에서는 핵심 수사 인력 부족과 주요 보직 공백, 수사 기밀을 다룰 전산망 등 필수 인프라의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이라면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중대범죄 수사는 전문 인력과 정보 보안, 증거 관리, 기관 간 공조 체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런 기반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정치 일정에 맞춰 조직부터 출범시켰다면 그 자체가 무책임한 행정이다. 간판을 먼저 달고 내부를 나중에 채우겠다는 식의 개문발차는 국가 수사기관이 취할 방식이 아니다. 수사기관의 부실은 일반 행정기관의 시행착오와 다르다. 증거 확보가 늦어지고 수사 정보가 유출되거나 사건 처리에 공백이 생기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범죄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수사의 완결성이 훼손되면 그 책임은 누구도 대신 질 수 없다. 정부는 출범 당시 인력과 시설, 예산, 전산 보안, 사건 이관 및 공조 절차를 얼마나 면밀하게 점검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준비가 미흡했다면 누가 어떤 판단으로 출범을 강행했는지부터 규명해야 한다. 제도 개편의 속도가 수사의 질과 국민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인사와 감찰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다. 조직 출범 초기에는 지휘 체계를 안정시키고 구성원 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초대 청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에 이어 감찰과 인사 조치를 둘러싼 갈등까지 불거졌다면 지도부의 관리 능력을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감찰이 비위 규명을 위한 정당한 절차인지, 내부 비판을 억누르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한 수단인지 의혹이 제기된다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사실관계를 가리지 않은 채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도 안 된다. 중수청의 존립 근거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특정 인물이나 세력에는 관대하고 반대편에는 엄격하다면 국민은 그 기관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내부 비판을 무조건 조직 흔들기로 몰아붙이거나 감찰권을 사적으로 행사한다면 기강 확립이라는 명분도 설 자리가 없다. 인사는 전문성과 청렴성, 실적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하며 감찰은 명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장치가 없다면 조직 개편으로 간판만 바뀌었을 뿐 권력 수사의 고질적 문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무겁다. 검찰개혁의 당위만 강조하며 제도 설계와 현장 준비의 허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개혁의 성패는 조직을 얼마나 빨리 출범시켰느냐가 아니라 범죄를 얼마나 정확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느냐로 판가름 난다. 정부는 출범 준비 과정과 인사·감찰 논란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전산 보안과 전문 인력 확보, 사건 처리 기준 등 운영 전반의 취약점을 공개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중수청 지도부 역시 책임을 실무진에 떠넘기지 말고 조직 혼란을 초래한 의사결정과 지휘 체계부터 돌아봐야 한다. 정치권도 수사기관을 정쟁의 전리품으로 삼으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이 특정 정권의 이해에 따라 흔들리고 기관의 독립성이 정치적 유불리에 좌우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중수청이 신뢰를 얻으려면 외부의 정치적 간섭을 차단하는 동시에 내부의 전횡과 무능에도 엄격해야 한다. 독립성은 책임을 면제하는 특권이 아니며, 기강 확립은 비판을 봉쇄하는 명분이 아니다. 중수청 출범 이후의 혼란은 정부가 추진한 제도 개편이 현장의 수사 역량과 조직 운영 체계를 충분히 갖췄는지 되묻게 한다. 국회와 정부는 정치적 명분을 앞세우기보다 수사기관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전산망, 지휘 체계를 안정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조직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함께 확보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깃발이 제도를 대신할 수 없고, 명분이 실력을 대신할 수도 없다. 중수청은 지금이라도 출범의 속도보다 운영의 완성도를 우선해야 한다. 정부는 졸속 준비와 인사 난맥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지도부는 공정한 인사와 투명한 감찰, 전문적인 수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기본과 상식이 무너진 개혁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중수청이 진정한 개혁의 성과를 입증하는 길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수사,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시작된다.
2026-10-13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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