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2건
-
1호점서 1만점까지…세븐일레븐, 이제 규모보다 '점포 질' 높인다
[경제일보] 국내 편의점 1호를 연 세븐일레븐이 이제는 점포 확대보다 점포 효율화에 힘을 싣고 있다. 1989년 5월 서울 송파구에 국내 첫 편의점 '올림픽선수촌점'을 연 뒤 출점과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워왔지만 2022년 1만4265개까지 늘었던 점포는 올해 1분기 1만1040개로 줄었다. 점포 수를 늘려 성장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기존 점포 한 곳의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는 쪽으로 성장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국내에 24시간 편의점이라는 새로운 유통 공간을 들여온 뒤 점포망을 넓히며 성장해왔다. 자체 출점에 더해 로손, 바이더웨이, 한국미니스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전국 단위의 점포 기반을 빠르게 확보했다. 점포 수가 구매력과 소비자 접근성, 매출 규모로 직결되던 성장기에는 점포 수를 다량 확보하는 것이 곧 경쟁력을 키우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편의점이 골목마다 들어선 지금 성장 공식은 달라졌다. 세븐일레븐은 저수익 점포를 정리하는 대신 남은 매장의 상품, 공간, 배달 기능을 재편하며 점포당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37년 전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처음 만든 회사가 이제는 기존 점포의 고객 유입과 수익성을 높이는 새로운 성장 방식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로손·바이더웨이·미니스톱 품었다…점포 확대로 키운 37년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은 1988년 설립된 뒤 이듬해 서울 송파구에 올림픽선수촌점을 열며 국내 편의점 산업의 첫 장을 썼다. 당시에는 정해진 영업시간에 맞춰 시장이나 슈퍼마켓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만큼 집이나 직장 가까운 곳에서 늦은 시간에도 필요한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새로운 소비 경험이었다. 24시간 영업을 앞세워 시장을 연 세븐일레븐은 이후 점포망을 넓히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 더 많은 점포를 확보할수록 접근성이 높아지고 구매력과 매출 규모도 함께 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체 출점과 함께 기존 편의점 업체를 인수한 것도 이런 성장 전략의 연장선이었다. 첫 번째 대규모 점포 확장은 2000년 로손 248개 점포를 인수하면서 이뤄졌다. 2010년에는 바이더웨이를 품으며 세븐일레븐 약 2000개 점포에 바이더웨이 1200여개를 더해 3000개가 넘는 점포망을 확보했다. 인수를 발판으로 몸집을 키운 세븐일레븐은 2012년 말 점포 수를 7202개까지 늘리며 당시 GS25를 앞서기도 했다. 점포망을 인수로 확충하는 전략은 2022년 한국미니스톱 인수로 다시 이어졌다. 롯데그룹은 당시 약 3133억원에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인수했고 코리아세븐은 약 2600개에 달하는 미니스톱 점포망을 세븐일레븐으로 통합하며 규모를 키웠다. 이에 따라 2022년 말 세븐일레븐의 점포 수는 1만4265개까지 늘어나며 전국 1만점이 넘는 점포망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점포 확대를 통한 성장 공식은 편의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편의점이 촘촘하게 들어선 상권에서는 신규 점포를 추가할수록 기존 점포와 고객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커졌고 임차료와 인건비 등 운영비 부담도 높아졌다. 점포 수 자체보다 기존 점포 한 곳에서 더 많은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진 배경이다. 점포 줄이고 매출 높이고…세븐일레븐의 '선택과 집중' 세븐일레븐은 2023년부터 점포 수 확대보다 기존점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저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기존점 계약 종료와 신규 출점 조절을 병행하는 한편 신규 점포는 고매출이 기대되는 우량 입지를 중심으로 선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점포 수는 빠르게 줄었다. 2022년 말 1만4265개였던 점포는 2023년 1만3130개, 2024년 1만2152개로 감소했고 올해 3월 말에는 1만1040개까지 내려왔다. 미니스톱 인수 직후와 비교하면 3000개 이상 줄어든 수치다. 반면 남은 점포의 생산성은 높아졌다. 점포당 매출은 2023년 3억9600만원에서 지난해 4억5700만원으로 2년 간 15.4% 증가했다. 점포 수를 줄이는 동시에 기존 매장의 상품 구성, 진열, 운영 방식을 손보며 점포 한 곳에서 더 많은 매출을 내는 데 집중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는 상권과 매출 데이터를 활용한 점포 개선 작업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약 1700개 점포를 대상으로 상품과 운영 방식을 조정한 결과 개선 점포의 매출 신장률은 미시행 점포보다 약 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올해는 적용 대상을 약 5000개 점포로 늘렸으며 이들 점포의 매출 신장률 역시 미시행 점포 대비 약 10%포인트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존 점포를 손보는 데서 나아가 매장 자체의 구조를 바꾸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2024년 10월 처음 선보인 차세대 가맹 모델 '뉴웨이브'다. 뉴웨이브는 상권별 고객 특성에 맞춰 상품 구성과 공간을 달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3월 문을 연 한양대프라자점은 대학 상권의 소비 특성을 반영해 라면 진열 공간을 일반 점포보다 약 3배 확대하고 셀프 라면 조리기와 셀프 계산대를 설치했다. 매장 전면에는 치킨·즉석피자·군고구마·커피 등 즉석식품을 한데 모은 '푸드스테이션'을 배치해 판매와 점포 운영 효율을 함께 높였다. 김밥부터 24시간 배달까지…기존점 판매력 키운다 기존 점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장 판매 품목도 중요하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김밥류·샌드위치·베이커리·치킨·퀵커머스를 5대 중점 카테고리로 정하고 먹거리와 배달을 중심으로 점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편의점 핵심 상품인 간편식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약 1년에 걸쳐 개발한 '라이스 프로젝트'를 통해 냉장밥의 노화를 방지하고 수분 보존 기술을 적용했으며 삼각김밥과 김밥에 이어 초밥과 마끼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빼킷'과 건강 간편식 브랜드 '밸런스푼'도 선보이며 간편식 선택지를 확대했다. 글로벌 소싱도 상품 차별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세븐일레븐을 벤치마킹한 즉석 스무디를 도입하고 일본에서 저지우유푸딩과 토라쿠 로얄커스타드푸딩, 오하요 브륄레 밀크 등 인기 디저트를 들여왔다.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협업 상품도 확대하며 세븐일레븐만의 상품 구성을 강화하고 있다. 점포의 판매 범위도 매장 안에서 주변 상권으로 넓히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7월부터 쿠팡이츠 배달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도입해 전국 약 1500개 점포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연내 24시간 운영 점포와 연계한 24시간 배달 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상품 경쟁력으로 점포 방문 수요를 높이는 동시에 기존 점포를 배달 거점으로 활용해 매장 밖 주문까지 흡수하는 방식이다. 37년 전 24시간 영업으로 소비자의 시간 제약을 낮췄다면 지금은 전국 점포망을 활용해 판매 범위를 주변 상권까지 넓히며 점포 한 곳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점포 효율화 통했다…11개 분기 만에 흑자, 다음은 연간 수익성 점포 효율화 효과는 실적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 4조8227억원, 영업손실 686억원을 기록했다. 점포 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9% 줄었지만 영업손실은 2024년 844억원에서 158억원 축소됐다. 올해 들어서는 수익성 개선 폭이 더 커졌다. 상반기 매출은 2조293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 감소했지만 영업손실은 427억원에서 156억원으로 271억원 줄었다. 특히 2분기에는 점포 축소 영향으로 매출이 2.6% 감소한 1조2178억원에 그쳤음에도 4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 동기 87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2023년 3분기 이후 11개 분기 만에 거둔 분기 흑자로 외형 축소 속에서도 수익성 개선 흐름이 뚜렷해진 모습이다. 외형 감소에도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세븐일레븐이 추진해온 점포 효율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저효율 점포를 정리하는 동시에 기존점의 상품 구성과 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신규 출점도 우량 입지 중심으로 선별하면서 점포당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 결과다. 코리아세븐 역시 기존점 개선과 고매출·우량 입지 중심의 출점 전략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2분기 흑자 전환이 곧바로 수익성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반기 전체로는 여전히 1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연간 적자를 냈다. 점포 효율화로 손실 폭을 줄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미니스톱 인수 이후 축소된 매출 외형을 기존점 성장과 점포당 수익성 개선으로 보완하는 것이 관건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가맹점의 경쟁력이 곧 브랜드 경쟁력이라는 판단 아래 기존점 개선과 우량 입지 중심의 출점을 통해 점포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간편식과 글로벌 소싱 등 차별화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퀵커머스 등 O4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확대해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9-11 15:28:21
-
-
가격·거리·속도 다 잡아라…유통업계 '소비자 장바구니' 쟁탈전
[경제일보] 고물가 속 소비자의 일상 장보기를 차지하기 위해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퀵커머스가 장바구니 대결에 나섰다. 대형마트는 대량 매입으로 가격을 낮추고 SSM은 촘촘한 점포망에 1시간 배송을 붙였으며 퀵커머스는 즉시배송에 최저가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가격, 접근성, 배송 속도 삼박자를 함께 따지는 소비가 늘면서 유통업체들은 각 업태의 강점을 앞세워 소비자의 반복적인 장보기 수요를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603개 점포 깐 GS더프레시…'집 앞 장보기'에 배송까지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더프레시는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에 '송파석촌역점'을 열며 업계 최초로 가맹 500호점을 돌파하며 전체 점포가 603개로 늘었다. GS더프레시는 팬데믹 이후 커진 근거리 장보기 수요에 대응해 직영 중심이던 사업 구조를 가맹 중심으로 바꿔왔다. 2010년 가맹 1호점을 연 이후 16년 만에 500호점을 넘어서며 현재 전체 점포에서 가맹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3%다. 촘촘해진 점포망에는 퀵커머스를 붙였다. 우리동네GS를 비롯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네이버 장보기 등과 연계해 1시간 장보기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GS더프레시 점포에서 이용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GS더프레시 퀵커머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9% 증가했다. 2분기 전체 매출에서 퀵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대인 9.9%까지 올라왔다. 올해 1~7월 기존점 매출 역시 전년 동기와 비교해 6.2% 늘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더프레시는 가맹사업을 중심으로 생활권 점포망을 확대하고 퀵커머스를 강화해 고객의 장보기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AX와 데이터 기반 경영을 통해 가맹점의 운영 효율과 경쟁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대량 매입으로 가격 낮춘 이마트…'초저가 장보기' 확대 대형마트는 대량 매입을 바탕으로 장바구니 가격을 낮추고 있다. 이마트는 오늘까지 국산 '가을 햇 꽃게'를 100g당 689원에 판매한다. 지난해 금어기 해제 직후 행사 가격인 741원보다 약 7% 낮은 수준이다. 이마트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충남 태안 등 서해안 주요 산지의 선박 50여척 이상을 단독 계약해 물량을 확보했다. 행사 첫날 준비 물량도 약 20톤으로 전년보다 70% 이상 늘렸다. 산지에서 잡은 꽃게는 항구 인근 전용 작업장에서 상품화하고 콜드체인을 통해 전국 매장으로 공급한다. 포도·배·고구마·햅쌀 등 제철 농산물도 할인 판매한다. 이마트 앱에서 주문해 산지 상품을 배송받는 '오더 투 홈'에서는 가을 햇 전어도 선보인다. 대형마트가 대규모 매입을 활용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면서 배송 편의도 함께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제철 먹거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기 위해 산지 물량 확보와 가격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상품과 행사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했다. B마트는 '빠른데 비싸다' 인식 공략…최저가 상품 600개로 퀵커머스는 약점으로 꼽히던 가격에 힘을 싣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선보인 배민B마트 '최저가도전'이 대표적이다. 최저가도전은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을 업계 최저 수준 가격으로 제공하는 상시 프로모션이다. 지난해 7월 처음 시작해 같은 해 9월 전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가격을 내세우자 이용도 늘었다. 지난 7월 최저가도전 상품 주문 수는 지난해 9월 대비 약 62% 증가했고 거래액은 약 53% 늘었다. 전체 B마트 주문 가운데 최저가도전 상품이 포함된 비중은 출시 이후 80%를 웃돌았다. 판매 품목도 초기 250여개에서 이달 약 600개로 두 배 넘게 늘었다. 특히 우유, 두부, 계란 등 장바구니에 자주 담기는 신선식품의 수요가 두드러졌다. 자체브랜드(PB) '배민이지' 우유는 240만개 이상 판매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배민 관계자는 "초기에는 채소, 계란, 정육, 우유 등 필수 장바구니 품목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일반 상품군까지 구매가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생필품 중심으로 품목을 늘리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고객이 다양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빠르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2026-08-23 07:00:00
-
배달에서 장보기로 커머스에서 배달로…배민·쿠팡이츠, 소비자 '일상 락인' 확장 공식
[경제일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전선이 '한 끼'에서 '장바구니'로 확장되고 있다. 배민은 B마트를 앞세워 음식배달 고객의 장보기까지 책임지고 쿠팡이츠는 와우 멤버십과 로켓배송 물류망에 최근 '쿠팡나우'까지 얹으며 식사부터 생필품까지 소비자의 일상 주문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출발점은 정반대다. 배민은 음식배달에서 확보한 고객과 배달망을 기반으로 커머스 영역을 넓히는 반면 쿠팡이츠는 쿠팡이 구축한 상품·멤버십·물류 생태계를 음식배달과 즉시배송으로 확대하고 있다. 결국 두 회사의 경쟁은 음식배달을 넘어 장보기와 생필품 구매 등 일상 소비 전반을 아우르는 생활 플랫폼 주도권 경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무료배달이 업계의 기본 경쟁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양사는 음식 주문을 넘어 장보기와 생필품 구매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소비자의 일상적인 구매 수요까지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이른바 '하루 주문' 선점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B마트·장보기쇼핑 투트랙…배민, '배달 고객'을 장보기로 이 같은 변화에 배민은 음식배달에서 쌓은 이용자 기반과 배달 인프라를 커머스 영역으로 확장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자체 퀵커머스 서비스인 '배민B마트'와 외부 유통업체가 입점하는 '장보기·쇼핑'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배민B마트는 상품을 직접 매입해 소비자와 가까운 도심형 물류거점인 피패킹센터(PPC)에 미리 배치한 뒤 주문 즉시 포장·배달하는 직매입형 퀵커머스 서비스다. 중앙물류기지(DC)에서 확보한 상품을 전국 PPC로 공급하고 최종 배송은 배민커넥트와 연결하는 자체 물류 체계를 통해 평균 30분 내외의 빠른 배송을 구현하고 있다. PPC 내부도 자주 찾거나 무거운 상품을 포장 구역 가까이에 배치하는 등 피킹 동선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해 배송 시간을 단축한다. 배민은 지난 2019년 B마트를 선보인 이후 수도권에서 충청·경상·강원권 주요 도시로 서비스 지역을 넓혀 현재 약 80개의 PPC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광주 서구·광산구와 전남 목포, 경북 경산, 경기 양주 등에 신규 거점을 마련하며 지방으로 즉시배송망을 확대했다. 실제 이용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배민B마트의 누적 주문 수와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약 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네마트와 편의점, 기업형슈퍼마켓(SSM), 대형마트 등이 입점한 장보기·쇼핑도 주문 수가 약 33%, 거래액이 약 27% 늘었다. 직접 상품을 매입·배송하는 B마트와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배민 앱에 연결하는 장보기·쇼핑을 동시에 확대하며 다양한 장보기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B마트는 빠른 배송뿐 아니라 상품 구색도 일반 장보기에 가깝게 넓히고 있다. 올해 1분기 신선식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고 자체브랜드(PB) '배민이지' 매출은 98% 늘었다. 같은 기간 누적 주문 고객은 800만명을 넘어섰으며 월 3회 이상 이용하는 고객도 54% 증가했다. 지난해 장보기·쇼핑 매출 역시 전년 대비 84%, 주문 수는 약 70% 늘었고 올해 4월 기준 입점 오프라인 매장도 약 2만4000개로 확대됐다. 음식배달에서 확보한 이용자를 일회성 즉시구매뿐 아니라 반복적인 장보기 수요로 연결하려는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배민이 노리는 것은 음식배달에서 형성된 고객 소비 습관을 다른 소비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치킨이나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열던 앱에서 과일·정육·세제·화장지까지 구매하게 만들어 앱 활용 빈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배민클럽 등 기존 구독 서비스와 장보기 혜택을 결합하는 것도 이 같은 '락인'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와우·무료배달 등에 업은 쿠팡이츠…'쇼핑 고객'을 배달로 같은 생활 플랫폼을 향하지만 쿠팡이츠의 접근 방식은 배민과 다르다. 쿠팡이츠는 음식배달에서 커머스로 나아가는 배민과 달리 쿠팡이 구축한 커머스 생태계를 배달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가장 큰 무기는 음식배달에서 새롭게 구축한 생태계가 아니라 이미 쿠팡이 확보한 와우 멤버십과 상품, 물류망이다. 쿠팡이츠 성장에는 쿠팡이 기존에 확보한 와우 멤버십이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2024년 와우회원 대상 무료배달을 도입한 뒤 같은 해 5월에는 서비스 운영 지역 전체로 확대하며 이커머스 고객을 음식배달 이용자로 끌어들였다. 올해 5월부터는 혜택 대상을 일반회원까지 넓혀 8월까지 '매 주문 배달비 0원'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이용자 기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외형 성장도 이어졌다. 배달대행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쿠팡이츠서비스의 지난해 매출은 2조9005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5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818억원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와우 멤버십을 매개로 쇼핑과 음식배달을 하나의 생태계 안에 묶는 쿠팡 특유의 '락인' 전략이 쿠팡이츠의 빠른 성장 기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달앱 이용자 규모에서는 여전히 배민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쿠팡이츠의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배민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469만2917명, 쿠팡이츠는 1385만2043명으로 각각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배민이 1000만명 이상 앞서며 1위를 지킨 가운데 쿠팡이츠는 전년 동월 대비 이용자가 20.9% 늘어 배민의 증가율인 6.8%를 크게 웃돌았다. 와우 멤버십과 무료배달을 기반으로 이용자 저변을 빠르게 넓히며 배달앱 2위 입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전용 PPC 배민 vs 기존 로켓망 쿠팡…각기 다른 퀵커머스 물류 해법 최근에는 음식배달을 넘어 퀵커머스에도 쿠팡이 보유한 물류 인프라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쿠팡이츠는 제주시 도심 일부 지역에서 직매입형 퀵커머스 서비스 '쿠팡나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곰곰·탐사 등 자체브랜드(PB)를 비롯해 정육·수산,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과 화장지·세제·생활잡화·뷰티 상품 등을 판매하며 주문 후 1시간 이내 배송을 제공한다. 와우회원은 묶음배달로 1만5000원 이상 주문할 경우 무료배송을 받을 수 있다. 쿠팡나우의 특징은 기존 쿠팡 물류 인프라를 퀵커머스에 활용한다는 점이다. 별도의 도심형 다크스토어를 새롭게 구축하기보다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운영하는 서브 풀필먼트센터(서브FC)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 상품을 포장·출고하는 방식이다. 배민이 즉시배송을 위해 도심 곳곳에 전용 PPC를 구축해왔다면 쿠팡은 로켓배송을 위해 확보한 기존 물류 거점에 퀵커머스 기능을 얹는 방식이다. 기존 재고와 공간을 즉시배송에도 활용할 수 있어 신규 거점 구축과 재고 운영에 드는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향하는 곳은 '일상 소비' 배민은 배달망을 커머스로 넓히고 쿠팡이츠는 커머스 인프라를 배달로 끌어오지만 두 전략이 향하는 지점은 결국 일상 소비 전반이다. 배민에게 B마트와 장보기·쇼핑은 음식배달 의존도를 낮추면서 고객의 앱 이용 횟수를 늘릴 수 있는 또 다른 성장축이다. 쿠팡이츠에게는 와우회원과 로켓배송으로 모은 고객을 음식배달과 즉시배송으로 연결해 쿠팡 생태계에 오래 머물도록 만들 수 있는 수단이다. 향후 과제는 각사가 보유한 경쟁력을 생활 소비 전반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 배민은 전국 80여개 PPC와 B마트·장보기·쇼핑을 기반으로 음식배달에서 확보한 이용자를 반복적인 장보기 고객으로 전환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쿠팡이츠는 와우 멤버십과 로켓배송 물류망이라는 기존 자산을 앞세워 음식배달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운 만큼 현재 제주에서 시험 중인 쿠팡나우를 비롯한 즉시배송 사업의 확장성과 사업성을 증명해야 한다. 결국 배달에서 커머스로 향하는 배민과 커머스에서 배달로 내려오는 쿠팡이츠 가운데 소비자의 일상 소비에 촘촘하게 파고들면서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까지 구축하는 플랫폼이 향후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B마트는 신선식품을 산지에서부터 콜드체인으로 관리하고 PB를 비롯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기존에 진출하지 않았던 지역과 소도시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며 "장보기·쇼핑 역시 주요 유통업체뿐 아니라 전자제품·생활용품·도서 등 다양한 판매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소비자가 배민 앱 안에서 필요한 상품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편의점주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업주들이 쿠팡이츠 쇼핑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판로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판매자와의 협업을 넓혀 고객에게 보다 폭넓은 상품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2026-08-18 17:32:10
-
'LG백화점 시대' 연 유수남 초대 대표 별세…향년 82세
[경제일보] LG그룹이 백화점 사업을 본격화하던 1990년대 초대 LG백화점 대표이사를 맡아 사업의 기틀을 닦은 유수남 전 대표가 별세했다. 향년 82세. 16일 정상국 전 LG그룹 홍보팀장(부사장) 등에 따르면 유 전 대표는 지난 10일 세상을 떠났다.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70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에 입사했다. 이후 그룹 홍보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1990년 럭키금성그룹 회장실 상무와 홍보 담당 전무를 거쳐 LG유통 전무를 맡았다. 1994년부터 2000년까지 LG백화점 대표이사를 지냈다. 고인이 LG백화점을 맡은 것은 럭키금성그룹이 백화점 사업을 본격적인 독립 사업으로 키우기 시작한 시기였다. 그룹은 1992년 10월 LG유통 생활백화점 안산점을 열며 백화점 시장에 진입한 뒤 1994년 2월 별도 법인 LG마키를 설립했다. 같은 해 회사 이름을 LG백화점으로 바꾸고 유 전무를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유 전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뒤 LG백화점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점포망을 넓혔다. 안산점에 이어 1996년 부천점을 열었고, 1998년에는 구리점을 개점하면서 3개 점포 체제를 갖췄다. 부천점은 문화·레저 기능을 결합한 생활밀착형 점포를 지향했고, 구리점 역시 구리·남양주와 서울 동북권 소비층을 겨냥한 지역 거점형 백화점으로 추진됐다.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경험이 짧았던 백화점 운영 노하우를 확보하기 위해 일본 유통업체와의 협력에도 나섰다. LG백화점은 1995년 일본 마쓰야백화점과 경영 협력관계를 맺고 상품정책과 판매계획, 매장 운영, 판매시점관리(POS), 정보시스템, 인사·교육 등 백화점 경영 전반의 노하우를 교류했다. 이후 2000년에는 마쓰야백화점과 포괄적 기술협조 계약을 다시 맺어 고객관리와 서비스, 매장 구성 등을 공동 연구하기도 했다. 고객을 백화점에 묶어두는 멤버십 전략에도 일찍 눈을 돌렸다. LG백화점은 전용카드를 발급해 고객 기반을 확대했고, 1997년에는 카드 회원이 10만명을 넘어섰다. 당시 LG백화점은 부천점에서 10만번째 카드 회원에게 기념품과 여행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백화점이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고객정보와 구매 이력을 기반으로 관계를 관리하는 유통업으로 바뀌던 흐름에 대응한 것이다. 유 전 대표의 재임 말기에는 인터넷을 새로운 유통 채널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2000년 LG유통은 기존 인터넷 쇼핑몰 ‘숍포인트’를 개편해 인터넷쇼핑몰 주소를 LG마트로 통합하고 ‘LG마트 밀레니엄몰’을 선보였다. 인터넷 백화점과 슈퍼마켓, 지역명품관뿐 아니라 기업운영자원관리(ORM), 인터넷 입찰구매까지 한 사이트에 담아 B2C와 B2B를 함께 겨냥했다. LG슈퍼마켓과 편의점 LG25의 정보를 온라인에서 연결하는 이른바 ‘온·오프라인 원클릭 토탈서비스’도 추진했다. 유 전 대표가 이끌었던 LG백화점의 이름은 이후 그룹 재편 과정에서 사라졌지만 사업의 계보는 이어졌다. 2002년 LG유통은 LG수퍼센타와 LG백화점을 통합했고, 2004년 LG그룹과 GS그룹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GS홀딩스로 바뀌었다. 2005년 LG유통은 GS리테일로 사명을 변경했고 LG백화점은 ‘GS스퀘어’로 간판을 바꿨다. 백화점 사업은 다시 2010년 주인이 바뀌었다. 당시 GS리테일은 GS스퀘어 백화점 3개 점포와 GS마트 14개 점포를 롯데쇼핑에 매각하기로 했다. 당시 알려진 거래 규모는 약 1조3400억원이었다. 롯데쇼핑은 임직원 약 2600명의 고용을 승계했으며 GS스퀘어 점포들은 이후 롯데백화점으로 간판을 바꿨다. 유 전 대표가 초창기부터 키웠던 LG의 백화점 사업이 LG에서 GS를 거쳐 롯데로 이어진 셈이다. 1970년 화학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그룹 홍보를 거쳐 백화점 최고경영자에 오른 유 전 대표의 경력은 LG가 사업영역을 넓혀가던 시기와 겹친다. 특히 백화점 사업 초기 점포망 확대뿐 아니라 해외 유통 노하우 도입과 고객카드, 인터넷쇼핑 등 새로운 유통 방식에 대응했다는 점에서 LG 유통사업 초창기의 한 축을 담당한 경영인으로 기록됐다.
2026-08-16 20:21:37
-
-
'여기저기 사장님'…자영업 과잉의 한국경제
[경제일보] 한국 경제의 특징 중 하나는 자영업자가 많다는 점이다. 골목마다 음식점과 카페, 편의점, 미용실, 학원, 배달·운송 사업자가 몰려 있다. 외형상으로는 창업 열기가 강한 사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 조기 퇴직, 재취업 시장의 한계, 사회안전망의 빈틈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의 2025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비임금근로자는 655만4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2.6%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43만5000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4만1000명이었다. 비임금근로자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함께 포함하는 개념이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편으로 분류된다. 다만 국가별 통계는 단순 비교에 주의가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영업률은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지만, 국가마다 법인화된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 처리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세계은행의 국제노동기구(ILO) 모델 추정치도 고용주, 자기계정근로자, 생산자협동조합원, 무급가족종사자 등을 자영업 범주에 포함한다. 그럼에도 큰 흐름은 분명하다. 한국은 자영업자만 따로 봐도 20% 안팎,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 비임금근로자 기준으로는 20%대 초반 수준이다. 반면 미국은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 자릿수 중후반에서 10% 안팎으로 집계되고, 독일과 일본도 대체로 10% 안팎으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높은 자영업 비중은 단순한 개인 선택의 결과라기보다 노동시장 구조가 만들어낸 현상에 가깝다.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영세 자영업 비중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전문 서비스 기업이 구매력과 물류, 마케팅, 디지털 시스템을 앞세워 개인 점포를 대체하거나 흡수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더 낮은 가격과 표준화된 서비스를 선택하고 근로자는 사업 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자영업보다 안정적인 임금근로를 선호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자영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임금근로자가 의료보험, 연금, 유급휴가, 실업보험 등 각종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실직하더라도 실업급여와 재취업 지원을 통해 일정 기간 버틸 수 있다. 약국, 슈퍼마켓, 식당, 자동차 정비, 요양 서비스 등 생활 서비스의 상당 부분도 대형 체인과 기업 중심으로 운영된다. 개인이 점포를 열어 생계를 해결해야 할 압력이 한국보다 낮은 셈이다. 창업과 유지 비용도 차이가 있다. 미국과 유럽은 건축·소방·위생 규정, 장애인 편의시설 기준, 노동법 준수 부담이 크다.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무리한 생계형 창업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다만 유럽도 국가별 차이는 크다.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는 가족 사업과 관광·소매 서비스 비중이 커 북유럽이나 독일보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국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압축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 인구가 도시로 빠르게 이동했지만 기업 일자리가 이를 모두 흡수하지 못했다. 제조업과 대기업은 성장했지만 직접 고용의 폭은 제한적이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복지 격차도 커졌다. 안정적인 일자리에 진입하지 못한 인력은 소규모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으로 흘러갔다. 조기 퇴직과 늦은 실질 은퇴도 한국 자영업 구조를 키운 요인이다. 50대 전후로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지만 경력을 살릴 재취업 시장은 충분하지 않다.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하고 퇴직금은 생계형 창업의 초기 자금으로 쓰인다. 음식점, 카페, 편의점, 프랜차이즈, 배달·운송업 등은 비교적 진입이 쉽지만, 같은 업종에 창업자가 몰리면서 과당경쟁이 반복된다. 자영업은 한국 경제에서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기업과 노동시장이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인력을 받아들이고, 퇴직 이후 소득 공백을 메우는 제2의 노동시장 기능을 해온 것이다. 문제는 이 완충지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 증가보다 점포 수가 빠르게 늘면 매출은 나뉘고, 임대료와 인건비, 원재료비, 플랫폼 수수료 부담은 커진다. 결국 상당수 자영업자는 ‘사장’이라는 이름과 달리 장시간 노동과 낮은 수익성에 노출된다. 동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구조는 독특하다. 일본은 장기고용 문화와 정년 후 재고용 제도, 대형 유통망 발달로 한국보다 자영업 비중이 낮은 편이다. 중국은 농업 인구와 비공식 경제, 플랫폼 노동 비중이 커 자영업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OECD 회원국 중심의 선진국 비교와는 별도로 봐야 한다. 대만은 중소기업과 소규모 제조업 생태계가 발달해 자영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으로 평가되지만, 공식 통계 기준을 따로 확인해 비교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영업 문제를 창업 지원만으로 풀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창업 교육과 금융 지원이 필요하더라도 이미 포화된 업종에 더 많은 창업자를 밀어 넣는 방식은 한계가 크다는 것이다. 핵심은 양질의 임금 일자리 확대, 중장년 재취업 시장 개선, 직업훈련 강화, 실업·연금 안전망 보완으로 꼽힌다. 한 노동시장 전문가는 “한국의 높은 자영업 비중은 창업 정신이 강해서라기보다 노동시장이 충분한 선택지를 제공하지 못한 결과에 가깝다”며 “자영업자는 경제 활력의 한 축이지만, 동시에 임금 노동시장이 흡수하지 못한 인력이 스스로 위험을 떠안는 구조의 반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영업 대책은 소상공인 지원 정책인 동시에 고용·복지·은퇴 정책이어야 한다”며 “창업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재취업 기회, 실업·연금 안전망을 넓히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2026-08-08 06:00:00
-
-
-
GS, 57년 동업이 남긴 '연결의 기술'… 석유·편의점 넘어 AI 전력망으로
[경제일보] GS가 인공지능(AI) 시대에 택한 길은 반도체나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세상에 나온 기술을 누구보다 빠르게 받아들여 정유공장과 발전소, 편의점, 건설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GS그룹 관계자는 “계산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남들보다 먼저 스프레드시트를 받아들이고 능숙하게 활용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원천기술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외부 기술과 그룹이 보유한 산업 현장을 연결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GS의 성장사를 관통하는 단어도 ‘연결’이다. 정유와 발전, 유통, 건설은 서로 다른 사업처럼 보이지만 에너지와 상품, 공간을 이어 생활과 산업의 기반을 운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GS는 독자 기술로 시장을 뒤집기보다 파트너와 장기간 협력하고, 각 계열사가 가진 자산을 결합해 사업을 확장해 왔다. 57년 동업이 만든 화합의 DNA GS의 뿌리는 구씨와 허씨 가문의 동업에서 시작됐다. 허만정 창업주가 구인회 LG 창업주의 사업에 참여한 뒤 두 집안은 3대에 걸쳐 57년간 공동경영을 이어갔다. 2005년 GS가 LG에서 계열분리할 때도 경영권 분쟁이나 소송 없이 정유·유통·건설 부문을 나눴다. 재계에서 이를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부른 이유다. GS가 장기간 동업이 가능했던 배경은 화합과 포용이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문화가 공동경영과 원만한 분리를 가능하게 했다. GS는 지난해 출범 20주년 행사에서도 LG·LS·LIG 총수들을 초청해 과거 한 뿌리에서 출발한 기업 간 동행과 협력의 의미를 강조했다. 분리 이후 GS는 정유·유통·건설을 기반으로 발전과 종합상사, 호텔, 벤처투자까지 사업을 넓혔다. 그룹 자산은 출범 당시인 2005년 18조7000억원에서 2024년 80조8000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3조원에서 84조3000억원으로 3배 넘게 성장했다. 성장의 중심에는 에너지가 있었다. GS칼텍스는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를 석유와 윤활유, 석유화학 제품으로 바꿔 국내외에 공급했다. GS에너지와 GS EPS, GS E&R, GS파워는 LNG와 발전, 지역 냉난방, 재생에너지로 영역을 확장했다. 원료 조달부터 생산과 판매까지 연결하는 운영 역량이 GS 에너지 사업의 기반이 됐다. 유통은 소비자의 일상을 연결했다. GS리테일은 편의점과 슈퍼마켓, 홈쇼핑, 물류망을 통해 고객 접점을 넓혔다. GS건설은 주택과 플랜트, 인프라를 구축하며 에너지와 유통 사업이 작동할 공간을 만들었다. GS는 하나의 대표 제품보다 생활과 산업에 필요한 여러 기반시설을 운영하며 외형을 키운 그룹에 가깝다. 독립경영에 혁신을 연결하다 GS는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각 회사가 사업 특성과 시장 상황에 맞춰 의사결정을 내리고, 지주회사는 중장기 방향과 계열사 간 협력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정유와 발전, 유통, 건설의 업황과 경쟁구조가 서로 다른 만큼 현장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다. 독립경영은 책임과 전문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여러 계열사의 역량을 한 사업에 모아야 할 때는 지주회사의 조정 능력과 의사결정 속도가 중요해진다. 유가와 정제마진, 전력가격, 소비심리, 건설경기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한 기존 사업을 보완하려면 그룹 전체가 움직이는 새로운 성장축이 필요하다. 허태수 GS 회장은 2020년 취임 이후 연결의 대상을 조직과 기술로 넓혔다. 취임 직후 지주사에 디지털 혁신조직 ‘52g’를 신설하고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AI·디지털전환 과제를 공동으로 추진하도록 했다. IT 개발자와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 업무혁신 전문가가 계열사 현장 인력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다. 혁신 방식도 위에서 과제를 내려보내는 방식보다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에 무게를 뒀다. 직원들은 해커톤과 프로젝트에 참여해 발전소와 정유공장, 편의점, 건설현장의 개선 과제를 찾는다. 임원 회의실은 좌석과 구조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개방형 공간인 ‘오픈홀’로 전환했고, 보안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 회의는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있다. GS 관계자는 “고객을 중심에 두고 임직원이 자발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협력하는 것이 GS가 지향하는 기업문화”라고 했다. 과거 두 가문이 서로의 역할과 의견을 존중하며 회사를 운영했다면, 현재는 계열사와 직급의 경계를 낮춰 현장의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셈이다. 외부 기술을 받아들이는 오픈이노베이션도 같은 맥락이다. GS는 GS벤처스와 GS퓨처스를 통해 AI와 로봇, 에너지 전환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핵심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외부 기업의 기술을 발전소와 물류센터, 건설현장 등 그룹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이다. 동해에서 시험받는 AI 승부수 연결의 역량을 집약한 차세대 사업은 강원 동해 AI 데이터센터다. GS는 동해시 북평 제2산업단지에 총 2.4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028년까지 1.2GW를 먼저 조성하고 2029년까지 1.2GW를 추가하는 구상으로, 기반시설 투자비는 약 30조원으로 제시됐다. 사업 총괄을 위해 ㈜GS 산하에 GS AI인프라도 설립했다. GS파워와 GS EPS, GS E&R은 발전사업에서 쌓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역량을 제공한다. GS건설과 자이C&A, 디씨브릿지는 데이터센터 건설과 운영 경험을 맡는다. GS칼텍스는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는 액침냉각 제품을 상용화했고, 벤처투자 계열사는 관련 AI 기술 생태계를 연결한다. 발전과 건설, 운영, 냉각을 하나의 사업에 묶을 수 있다는 점은 GS의 강점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조달해야 하고, 대규모 시설을 설계·건설한 뒤 장기간 운영해야 한다. GS가 기존 사업에서 축적한 자산이 모두 필요한 분야다. 그러나 보유 역량을 모으는 것과 수익을 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데이터센터를 장기간 사용할 국내외 빅테크와 클라우드 기업을 확보해야 하고, 전력망과 용수, 핵심 기자재, 인허가와 자금 조달도 해결해야 한다. GS 측은 앵커테넌트 협상과 구체적인 수익구조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가 기존 발전·건설 계열사에 일감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칠지, GS가 개발과 운영을 아우르는 인프라 사업자로 성장할지도 관건이다. 독립경영을 지향해온 계열사들이 하나의 목표 아래 얼마나 빠르게 자본과 인력을 결집할 수 있는지도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GS는 출범 20주년을 맞아 다음 성장의 경영정신으로 ‘변화와 도전’을 다시 제시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정유산업을 키우고, 유통망과 발전소를 구축했던 경험을 AI 인프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GS는 디지털과 친환경을 중심으로 고객과 사회, 파트너가 함께 성장하는 그룹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GS의 경쟁력은 모든 기술과 사업을 직접 소유하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파트너의 기술과 계열사의 현장 역량을 하나의 사업으로 묶는 능력이 GS를 성장시켰다. 다만 AI 인프라 경쟁은 화합과 신중함뿐 아니라 빠른 결정과 과감한 투자까지 요구한다. 57년 동업에서 축적한 ‘연결의 기술’이 동해 데이터센터를 정유와 유통에 이은 새로운 수익축으로 만들 수 있을지, GS의 다음 20년이 시험대에 올랐다.
2026-08-03 15:21:45
-
일곱 별로 시작해 세계로…롯데칠성의 76년 확장사
[경제일보] 1950년 5월 9일 서울 용산의 작은 공장에서 '칠성사이다'가 세상에 나왔다. 롯데칠성음료의 전신인 동방청량음료가 내놓은 첫 제품이었다. 탄산음료 한 병으로 출발한 회사는 76년이 지난 현재 사이다와 콜라, 커피, 생수, 주스는 물론 소주·맥주·청주·와인·RTD(즉석음용주류)까지 아우르는 국내 대표 종합음료기업으로 성장했다. 음료 넘어 주류까지…76년간 넓힌 사업영역 롯데칠성의 역사는 단순히 제품 수를 늘린 과정이 아니다. 소비자의 음용 습관 변화에 맞춰 사업영역을 넓히고, 시장이 성숙하면 새로운 카테고리와 해외 시장으로 무대를 옮겨온 역사다. 하나의 브랜드를 오래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 롯데칠성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 '칠성'이라는 이름에도 이런 철학이 담겨 있다. 창립 당시 주주 7명의 성씨가 모두 달랐지만 단순히 '칠성(七姓)'이 아닌 북두칠성처럼 오래 빛나는 기업이 되자는 의미를 담아 '칠성(七星)'을 선택했다. 이후 회사는 하나의 제품이나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소비자가 무언가를 마시는 거의 모든 순간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국내 음료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인구 감소와 내수 둔화로 성장 여력이 제한된 가운데 주요 식음료기업들은 제품 다변화와 해외시장 확대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롯데칠성은 이러한 흐름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칠성사이다는 지금도 롯데칠성을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칠성사이다는 2024년 10월 기준 250㎖ 캔 환산 누적 판매량 375억캔을 돌파했다. 레몬·라임 향과 청량감이라는 제품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용기와 용량을 다양화하고 제로슈거 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층을 꾸준히 넓혔다. 하지만 롯데칠성의 경쟁력은 장수 브랜드 하나에 머물지 않았다. 회사는 소비자가 무엇을 마시는지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넓혀왔다. 1976년 미국 펩시콜라와 생산·판매 계약을 체결했고, 1982년에는 미국 델몬트와 기술 제휴를 맺어 주스 사업에 진출했다. 자체 브랜드만 고집하기보다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며 탄산과 과즙음료 시장을 빠르게 확대했다. 이후 레쓰비와 칸타타로 커피 시장을, 아이시스로 생수를, 핫식스와 게토레이로 기능성 음료 시장을 공략했다. 특정 품목의 성장세가 둔화되더라도 다른 제품군이 이를 보완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사업 안정성을 높였다. 이와 같은 전략은 경쟁사와도 차별화된다. 코카콜라음료가 탄산 중심, 동아오츠카가 기능성 음료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면 롯데칠성은 탄산·커피·생수·주스·기능성 음료를 모두 아우르는 국내 최대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사이다 회사'에서 소비자의 갈증과 휴식, 건강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음료기업으로 변모한 것이다. 제품보다 강한 유통망…음료 넘어 주류로 사업 확장의 또 다른 축은 유통망이었다. 롯데칠성은 1974년 롯데그룹 편입 이후 생산시설과 물류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다만 성장의 배경을 그룹 유통망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세븐일레븐뿐 아니라 음식점, 슈퍼마켓, 자판기, 온라인몰 등 판매 채널을 촘촘하게 구축하고 채널별 소비 특성에 맞춘 제품과 용량을 공급한 것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소비자는 아침에는 커피를, 점심에는 탄산음료를, 운동 후에는 스포츠음료를, 저녁에는 주류를 찾는다. 롯데칠성은 이러한 서로 다른 소비 순간을 하나의 사업영역으로 연결하며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결국 롯데칠성의 경쟁력은 히트상품 하나보다 다양한 제품군과 이를 소비자에게 연결하는 유통망에 있다. '마시는 모든 순간'을 사업영역으로 만든 전략이 76년 동안 이어진 성장의 기반이었다. 롯데칠성의 두 번째 변곡점은 주류사업 진출이었다. 회사는 2009년 두산주류 사업부문을 인수하며 처음처럼과 청하, 백화수복 등을 확보했고, 2011년 롯데주류를 합병하면서 음료와 주류를 하나의 사업 포트폴리오로 통합했다. 칠성사이다에서 출발한 기업이 소주와 맥주, 청주, 와인, 위스키, RTD까지 아우르는 종합 주류·음료기업으로 체질을 바꾼 순간이었다. 주류사업에서도 전략은 같았다. 특정 브랜드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시장을 세분화해 다양한 소비층을 공략했다. 처음처럼과 새로로 소주 시장을, 클라우드로 맥주를, 청하와 백화수복으로 청주를, 마주앙으로 와인을 공략하며 카테고리별 브랜드를 구축했다. 국내 음료기업 가운데 음료와 주류를 모두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는 곳은 사실상 롯데칠성이 유일하다. 경기 변동이나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특정 사업이 부진하더라도 다른 사업군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소비 트렌드를 가장 먼저 상품으로 최근 롯데칠성의 성장 전략은 '무엇을 더 만들 것인가'보다 '소비자가 어떻게 마시는가'에 맞춰져 있다. 대표 사례가 '새로'다. 2022년 출시한 새로는 설탕을 넣지 않은 제로슈거 소주와 투명병, 구미호 캐릭터를 앞세워 기존 소주 브랜드와 차별화했다. 회사와 경향신문에 따르면 새로는 출시 약 3년 만인 2025년 말 누적 판매량 8억병을 돌파했다. 올해에는 알코올 도수를 15.7도로 낮추고 국산 쌀 증류주를 적용하는 리뉴얼도 단행했다. 음료에서는 제로슈거가 새로운 성장축이 됐다. 칠성사이다 제로를 시작으로 펩시 제로슈거, 밀키스 제로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건강과 저당 소비 트렌드에 대응했다. 최근에는 RTD 시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칠성에 따르면 과실탄산주 '순하리 진'은 올해 상반기 매출 17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매출(162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레몬과 자몽, 유자, 상그리아 등 맛을 다양화하고 알코올 도수도 4.5도부터 9도까지 세분화하면서 소비자의 취향을 공략했다. 과거 회식 중심이던 음주문화가 홈술과 혼술, 가벼운 모임 중심으로 바뀌면서 술을 고르는 기준도 다양해지고 있다. 롯데칠성은 소비량 증가보다 소비 방식 변화에 맞춰 제품을 세분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다만 사업영역 확대가 항상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품군이 늘어날수록 생산과 재고, 물류 운영은 복잡해지고 브랜드 간 판매 잠식 가능성도 커진다. 신제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것보다 어떤 브랜드를 오래 키울 것인지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실제로 제로슈거 제품군 확대 이후 브랜드 간 역할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새로와 처음처럼의 시장 포지셔닝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도 향후 과제로 꼽힌다. 맥주사업 역시 브랜드 경쟁력 회복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음료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는 신제품 출시 자체보다 브랜드 운영 효율과 수익성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칠성 역시 '많이 만드는 기업'보다 '잘 운영하는 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76년간 다양한 제품군을 구축했다면 앞으로는 그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46% 시대…필리핀에서 증명할 다음 성장 롯데칠성의 세 번째 성장축은 해외사업이다. 과거 해외사업이 국내에서 생산한 밀키스와 레쓰비, 소주 등을 수출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현지 기업을 인수해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구조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단순 수출기업에서 현지 생산과 유통망을 갖춘 글로벌 음료기업으로 사업 모델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대표 사례가 필리핀펩시다. 롯데칠성은 2010년 필리핀펩시 지분을 처음 취득한 뒤 추가 매수와 공개매수를 거쳐 2023년 지분율을 73.6%까지 높이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필리핀 전역의 생산시설과 영업망을 갖춘 현지 보틀링 기업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해외사업의 외형도 크게 확대됐다. 미얀마와 파키스탄에서도 현지 생산·판매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완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공장과 원료, 인력, 유통망을 기반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국내 음료업계가 수출 확대에 집중해온 것과 달리 롯데칠성은 현지 기업 인수와 생산기지 확보를 통해 시장에 직접 진입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해외사업의 무게중심이 '수출'에서 '현지화'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롯데칠성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95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78억원으로 91% 늘었다. 해외 자회사와 수출을 포함한 글로벌 매출은 3783억원으로 11.1% 증가하며 전체 매출의 약 46%를 차지했다. 필리핀 법인은 매출 2589억원, 영업이익 5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고 미얀마 법인 역시 흑자로 돌아섰다. 국내 음료와 주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해외 자회사의 실적 개선이 전체 수익성 회복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해외사업의 성패는 외형보다 수익성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해외 법인은 환율과 원재료 가격, 현지 경쟁, 정치·경제 환경 변화에 직접 노출된다. 특히 필리핀은 수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지리적 특성상 물류와 재고 관리가 쉽지 않은 시장이다. 롯데칠성은 디지털 영업관리와 자동화 설비, 물류 효율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 분기 실적만으로 구조적인 경쟁력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사업 역시 과제를 안고 있다. 제로슈거 음료와 RTD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수 소비 둔화와 고환율, 원부자재 가격 부담은 여전히 변수다. 새로의 성장세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처음처럼과의 브랜드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맥주사업 역시 브랜드 경쟁력과 수익성 회복이 요구된다. 해외사업 비중이 커질수록 본사와 현지 법인의 품질관리와 재무관리, 공급망 운영 역시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수록 관리해야 할 영역도 함께 넓어지는 셈이다. 확장의 시대를 넘어 '운영의 시대' 롯데칠성의 76년은 하나의 제품에 머물지 않고 소비 변화에 맞춰 사업영역을 넓혀온 역사였다. 칠성사이다에서 시작해 탄산과 커피, 생수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고, 이후 주류를 더했다. 국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자 다시 해외시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지금까지의 성장을 이끈 키워드가 '확장'이었다면 앞으로의 경쟁력은 '운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품을 추가하고 회사를 인수하면 외형은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은 넓어진 사업영역을 얼마나 안정적인 이익과 현금흐름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롯데칠성은 이미 국내 소비자의 '마시는 대부분의 순간'에 자리 잡았다. 앞으로의 과제는 더 많은 제품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구축한 포트폴리오와 해외사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다. 일곱 개 별에서 시작한 76년의 역사는 이제 '얼마나 더 넓힐 것인가'보다 '넓어진 영토를 얼마나 수익성 있게 관리할 것인가'를 증명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필리핀과 미얀마 법인의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동시에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밀키스', '레쓰비', '새로', '순하리' 등 글로벌 브랜드 육성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제로 음료와 에너지·스포츠음료, 리뉴얼한 '새로'와 RTD 브랜드 '순하리진'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 트렌드에 대응하는 제품 혁신을 지속하는 한편 수익성 중심 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2026-07-29 15:40:52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