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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는 아직도 '기억' 위를 달린다
[경제일보] 서울 성수대교 남단 진입 램프에서 약 9㎝의 단차가 발견되자 시민들의 신고가 이어졌다. 서울시는 해당 구간이 교량 본체가 아닌 진입 램프이며 시공 직후부터 존재했던 단차로 2016년 이후 추가 침하가 없어 구조적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정밀 안전진단과 한강 교량 연결 램프 전수조사에도 착수했다. 문제는 서울시의 안전 판단 자체가 아니다. 구조적 안전성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은 관리기관의 역할이다. 정기점검과 정밀안전점검을 통해 해당 구간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는 서울시의 설명도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단차가 발견된 장소가 성수대교였기 때문이다. 성수대교는 서울의 수많은 교량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1994년 붕괴 사고로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고 우리 사회에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운 상징적인 공간이다. 시민들에게 성수대교는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대형 참사의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다. 그렇기에 시민들은 단차의 원인이나 구조적 특성을 먼저 떠올리지 않는다. '성수대교에서 단차가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과거 사고를 연상하고 불안을 느낄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과 시민이 체감하는 안전 사이에 간극이 생기는 이유다. 이번 논란은 안전이 구조물의 상태만으로 판단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행정은 점검 결과와 계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전을 판단하지만, 시민은 과거 사고의 기억과 행정에 대한 신뢰를 함께 고려해 안전을 체감한다. 특히 사회적 기억이 남아 있는 시설일수록 이러한 차이는 더욱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현장 점검 이후 전문가 검증과 정밀검사, 보강 공사를 추진하고 모든 한강 교량 연결 램프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필요한 조치다. 다만 대형 참사의 기억이 남아 있는 시설일수록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민들이 궁금한 것은 단순한 안전 여부가 아니다. 왜 안전한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다. 점검 결과와 관리 과정, 향후 계획을 시민의 눈높이에서 투명하게 공개할 때 비로소 안전에 대한 신뢰도 함께 쌓일 수 있다. 안전은 구조물이 무너지지 않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민이 관리 체계를 믿고 안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성수대교는 여전히 많은 시민에게 과거의 기억 위를 달리는 다리다. 그 다리를 관리하는 행정이라면 구조물의 안전뿐 아니라 시민의 기억과 불안까지 함께 살피는 안전 행정이 필요하다.
2026-07-21 1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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