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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명 위한 특수분유부터 셀렉스까지…매일유업이 57년간 찾은 '영양의 빈칸'
[경제일보] 매일유업은 지난 57년간 소비자에게 부족한 영양을 찾아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해왔다. 1969년 우유가 부족하던 시기 낙농사업으로 출발해 1974년 영유아용 조제분유 생산에 나섰고 이후에는 일반 분유를 먹기 어려운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까지 개발하며 영양 수요를 세분화했다. 이러한 방식은 유아식에만 머물지 않았다. 우유 속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소비자에게는 '락토프리 우유'를 내놓고 중장년층의 단백질 섭취 수요에는 '셀렉스'를 선보였으며 우유 대신 식물성 음료를 찾는 소비자를 겨냥해 두유와 오트음료로 제품군을 넓혀왔다. 질환·연령·소화 능력·식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미충족 수요를 찾아 영양 설계와 유가공 기술로 제품화해온 것이다. 우유와 분유에서 시작한 기술이 50여년 뒤 중장년·고령자·환자의 영양관리까지 이어진 배경도 여기에 있다. '낙농보국'에서 시작한 57년…우유·분유로 식품사업 기반 구축 출발점은 우유였다. 매일유업의 전신 한국낙농가공은 1969년 2월 '낙농보국'을 창업정신으로 출범했다. 같은 해 5월 정부와 김복용 창업주가 각각 절반씩 출자해 자본금 3억원으로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우유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유를 공급할 낙농 기반 확보가 먼저였다. 매일유업은 1972년 미국산 처녀우 850마리와 호주산 임신우 850마리를 들여왔고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로 젖소를 비행기로 수송하며 원유 공급 기반을 넓혔다. 이렇게 확보한 낙농 기반을 바탕으로 1973년 호남공장을 준공해 테트라팩 우유 생산에 들어갔으며 1974년에는 중부공장을 가동해 조제분유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생산 기반을 갖춘 뒤에는 해외로 눈을 돌려 1981년 매일분유를 중동에 수출하며 국내에서 축적한 유가공 역량을 해외시장으로 연결했다. 우유와 분유에서 쌓은 식품 제조·유통 역량은 냉장주스, 발효유, 컵커피와 같은 인접 식품군으로 이어졌다. 1992년 국내 최초 냉장주스 '썬업'을 출시한 데 이어 컵커피·발효유·두유까지 제품군을 넓히며 소비자의 다양한 식음 수요를 공략했다. 이 과정에서 매일유업이 반복해온 방식은 단순히 제품 종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영양과 식생활에서 아직 충족되지 않은 수요를 찾아 새로운 제품으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2017년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회사 구조를 재편했다. 기존 매일유업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매일홀딩스로 바뀌고 우유와 분유 등 유가공 사업은 새로 출범한 매일유업이 맡는 방식으로 분리됐다. 회사의 법인 구조는 달라졌지만 생산시설과 브랜드, 유가공 사업의 역사는 1969년 창립 때부터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350명 위한 특수분유부터 락토프리까지…작은 영양 수요도 제품으로 매일유업의 사업 방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매출 규모가 큰 우유나 커피보다 1999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자용 특수분유에서 찾을 수 있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자는 특정 아미노산 등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생성되지 않아 모유와 일반 분유는 물론 고기와 쌀밥 같은 일상적인 식품도 자유롭게 섭취하기 어렵다. 매일유업은 이런 환아가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문제가 되는 아미노산은 제거하고 비타민과 미네랄 등 필수 영양성분은 보충한 특수 유아식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이렇게 시작한 특수분유 생산은 올해로 27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8종 12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특수분유는 효율성이 높은 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선천성 대사이상 환자는 약 350명 수준에 불과한 데다 일반 제품과 성분이 섞이지 않도록 생산 때마다 일반 분유 공정을 멈추고 설비를 별도로 세척한 뒤 소량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일유업은 20년 넘게 특수분유 생산을 이어오고 있다. 수익성보다 반드시 필요한 수요에 대응하는 이 같은 방식은 매일유업이 강조해온 ‘한 명의 아이도 건강한 삶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을 실제 제품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특정 소비자가 기존 제품을 섭취하기 어려운 문제를 제품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출시한 '소화가 잘되는 우유'다. 우유 속 유당을 소화하기 어려운 소비자를 위해 미세한 필터로 유당을 제거하는 UF(Ultra Filtration) 공법을 적용했다. 출시 당시 국내에서는 락토프리라는 개념이 생소했지만 유당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 수요가 확인되면서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닐슨 집계 기준 국내 락토프리 우유 시장은 2019년 300억원대에서 2023년 약 870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고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같은 시기 시장점유율 44%로 1위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출시 19년 만에 누적 판매량 8억개를 넘어서는 등 우유 섭취에 불편을 느끼던 소비자를 새로운 유제품 수요층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2008년 선보인 상하목장은 소비자 선택 기준이 가격에서 원료와 생산 방식, 품질까지 넓어지는 흐름을 겨냥했다. 일반 백색우유와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 유기농 원유와 생산 과정에 가치를 두는 소비자층을 공략하면서 차별화된 시장을 구축했다. 락토프리 우유가 소화 여부에 따른 수요를 겨냥했다면 상하목장은 원료와 생산 방식에 대한 선호를 제품에 반영해 동일한 우유 시장 안에서도 소비 기준을 한층 세분화한 사례다. 분유 기술을 중장년·환자까지…셀렉스·메디웰로 '평생 영양' 공략 인구구조 변화는 매일유업이 공략해야 할 영양 수요의 방향도 바꿨다. 영유아 인구 감소로 우유와 분유 시장의 성장 여력이 줄어드는 사이 고령화와 건강관리 수요는 커졌고 매일유업은 이에 맞춰 분유에서 축적한 영양 설계 역량을 중장년층으로 확장했다. 2018년 선보인 성인영양식 브랜드 '셀렉스'가 대표적이다. 같은 해 식품업계 최초로 근감소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를 설립해 중장년층의 근육과 단백질 섭취를 연구했다. 이후 △분말형 단백질 △RTD 음료 △프로틴바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고 셀렉스 누적 매출은 지난해 5월 5000억원을 넘어섰다. 분유가 성장기 영유아에게 필요한 영양을 설계한 제품이었다면 셀렉스는 연령이 높아지면서 부족해지기 쉬운 단백질과 영양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생애주기별 영양 설계는 고령자와 환자로도 이어져 매일유업은 전문 균형영양식 '메디웰'을 통해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을 보충하는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올해는 이 사업을 한 단계 더 세분화하며 한림대학교의료원, 푸드테크 기업 슈팹과 환자·고령자 맞춤형 영양식 개발을 위한 협력을 시작했다. 의료기관의 임상 역량과 식품 기술을 결합해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아이의 연령과 상태에 맞춰 분유를 설계했던 방식이 중장년, 고령자, 환자의 상태별 영양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새로운 영양 수요를 공략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유가공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7월 국산 우유를 UF 공법으로 3배 농축한 단백질 RTD 음료 '퓨어틴'을 출시했다. 330㎖ 한 팩에 단백질 23g을 담으면서 유당은 제거했다. 2005년 락토프리 우유에 활용했던 여과 기술을 최근 커지는 단백질 음료 시장에 적용한 것이다. 영양의 빈칸은 식습관에서도 나타났다. 건강과 환경, 소화 문제 등을 이유로 우유 대신 식물성 음료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매일유업도 콩, 아몬드, 귀리를 기반으로 한 제품군을 구축했다. 기존 매일두유에 아몬드브리즈를 더한 데 이어 2021년 귀리를 활용한 '어메이징오트'를 선보였다. 유제품을 주력으로 해온 매일유업이 우유를 마시지 않는 소비자까지 겨냥해 제품군을 확대한 것이다. 올해 8월에는 상하목장 브랜드의 첫 두유 제품인 '콩물두유' 3종도 출시했다. 국산 서리태를 활용한 제품으로 기존 유기농 유제품 중심이던 상하목장 브랜드를 식물성 음료까지 확장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매일유업이 식물성 음료를 주요 성장 품목으로 꼽고 있다는 점에서 일회성 신제품보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가깝다. 이 흐름을 놓고 보면 매일유업의 고객은 점차 연령과 원료의 경계를 넘어섰다. 매일유업은 영유아용 분유부터 유당불내증 소비자를 위한 락토프리 우유, 중장년층 대상 단백질 제품, 환자·고령자용 균형영양식, 식물성 음료까지 고객별 생애주기와 식습관에 따라 제품군을 세분화하고 있다. 뉴트리션 영업익 338%·수출 26% 증가…백색우유·해외 수익성은 과제 이러한 전략은 올해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매일유업의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94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392억원으로 54.3% 늘었다. 2분기만 보면 매출 4800억원, 영업이익 204억원으로 각각 4.8%, 64.4% 증가했다. 특히 조제분유와 성인영양식 등이 포함된 뉴트리션 사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뉴트리션 매출은 120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2%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6%에서 12.7%로 높아졌다. 수익성 개선 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억원으로 338.3% 늘었고 2분기만 보면 매출 632억원으로 16.4% 증가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2억원에서 27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유가공 부문 매출 증가율이 1%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뉴트리션 사업이 매일유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유 사업에는 최근 출생아 반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는 14만580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늘었다. 지난 6월 출생아 수도 2만3111명으로 15.6% 증가해 2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매일유업도 출생아 증가에 따른 조제분유 판매 호조를 상반기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았다. 뉴트리션 사업의 성장세에 맞춰 조직 구조도 재정비했다. 매일유업은 2021년 헬스앤뉴트리션 사업을 분리해 설립한 100%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을 올해 5월 다시 흡수합병했다. 이를 통해 뉴트리션 사업의 글로벌 성장전략을 본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동시에 온·오프라인 영업과 상품개발, 마케팅 역량을 한데 묶어 경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별도 법인에서 키워온 셀렉스 사업을 본체로 편입해 기존 유가공·영양 연구 역량과 판매조직 간 시너지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국내에서 축적한 영양 제품 경쟁력은 해외시장에서도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일유업의 수출액은 53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4% 늘어 같은 기간 2.5% 증가에 그친 내수 매출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4.6%에서 5.6%로 높아지면서 해외사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해외 소비자와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매일두유와 셀렉스 등 8개 제품을 미국 올리브영 패서디나점과 온라인몰에 입점시키며 현지 판매 채널을 확대했다. 저당·고단백 두유와 콜라겐 제품 등을 앞세워 국내에서 세분화해온 식물성·건강관리 수요를 미국의 'K-웰니스' 소비로 연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특수분유 역시 해외시장으로 공급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헬스케어 계열사 알리건강을 통해 선천성 대사질환자용 특수분유를 현지에 공급해왔으며 이를 통해 국내 수백명의 환자를 위해 유지해온 제품을 해외 희귀질환 환자까지 연결하고 있다. 이처럼 제품별 해외 판매 접점은 넓어지고 있지만 이를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올해 상반기 수출이 빠르게 증가했음에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그쳤고 지난해 해외 종속기업인 북경매일유업유한공사와 매일호주유한회사는 각각 7억원과 6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판매 규모를 확대하는 것과 현지 사업 기반을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인 만큼 향후 해외사업의 이익 창출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뉴트리션과 식물성 음료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매일유업의 출발점이자 핵심 사업인 백색우유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원유 공급과잉으로 백색우유 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한 데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포장재와 수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원가 부담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말 매일유업의 원유 매입가격은 ℓ당 1359.97원으로 지난해 말 1357.71원, 2024년 말 1343.9원보다 높아졌다. 백색우유 소비가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원유 매입 부담은 쉽게 낮추기 어려워 수익성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매일유업은 하반기 백색우유의 손익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조제분유와 셀렉스 등 뉴트리션, 식물성 음료의 국내외 판매를 확대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의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매일유업이 이제 증명해야 할 것은 '영양의 빈칸'을 발견하는 감각보다 그 빈칸을 충분한 규모의 시장으로 키워내는 힘이다. 국내 유업시장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뉴트리션과 식물성 음료의 외형과 수익성을 함께 높이고 해외에서도 국내에서 검증한 제품 경쟁력을 안착시켜야 한다. 지난 57년간 세분화된 소비자 수요를 제품으로 구현해온 역량이 향후 시장 확대와 수익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매일유업의 다음 성장 곡선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본질적인 영양 수요를 발굴해 보다 건강한 식음료로 제품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50년 이상 축적한 영양 설계 기술과 지속적인 연구개발(R&D), 소비자 건강 증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온 진정성이 고객 신뢰와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프리미엄 유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식물성 음료와 성인·장노년층 영양식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조제분유와 식물성 음료, 셀렉스 등을 판매하고 미국에서도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등 수출 활로를 확보해 해외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8-31 17: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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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방해꾼" 양성자를 에너지원으로…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제일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차세대 배터리 후보로 꼽히는 수계 아연이온전지에서 그동안 성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여겨졌던 양성자를 오히려 에너지 저장에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아연 이온과 양성자가 전극에 저장되는 순서를 제어해 높은 에너지 저장량과 빠른 충·방전 속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전극 설계법이 제시됐다. KAIST는 박선아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2차원 전도성 금속-유기 구조체(MOF)를 활용해 아연 이온과 양성자를 차례로 저장하는 새로운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켐(Chem)’에 지난달 7일 게재됐다. 수계 아연이온전지는 물을 기반으로 한 전해질을 사용하는 충전식 배터리다.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화재 위험이 낮고 원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대규모 ESS에 적용할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다. 전기를 저장하는 아연 이온은 전하가 커 전극 내부에서 이동하는 속도가 느리다. 저장 용량을 높이면서 동시에 충·방전 속도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반대로 양성자는 크기가 작아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양성자가 너무 일찍 전극과 반응하면 부산물이 만들어지고, 이 부산물이 아연 이온의 이동을 방해해 오히려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양성자의 불필요한 반응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박선아 교수팀은 여기서 발상을 전환했다. 양성자를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저장 순서만 제어하면 추가적인 에너지 저장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금속과 유기 분자를 연결해 미세한 구멍을 만든 2차원 금속-유기 구조체에 양성자를 붙잡을 수 있는 ‘아민 작용기’를 도입했다. 이 작용기가 특정 전압에서 양성자를 저장하도록 설계해 아연 이온과 양성자가 동시에 뒤섞여 반응하는 것을 막았다. 핵심은 ‘순서’다. 높은 전압 구간에서는 아연 이온이 먼저 전극에 저장되고, 전압이 낮아지면 양성자가 추가로 저장된다. 서로 다른 이온이 서로 다른 전압 영역에서 순차적으로 에너지 저장에 참여하도록 만든 것이다. 실험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충·방전 속도를 기존보다 16배 높인 조건에서도 초기 저장 용량의 46.9%를 유지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충·방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양이 크게 감소하지만, 새 전극은 빠른 충·방전 환경에서도 상당한 저장 성능을 유지했다. 500회 이상의 빠른 충·방전을 반복한 뒤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X선 분석을 통해 아연 이온이 먼저 저장된 뒤 양성자가 추가로 저장되는 과정을 확인했다. 특히 양성자를 저장했다가 다시 내보내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단순히 새로운 배터리 소재를 개발했다는 데 있지 않다. 배터리 내부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던 화학 반응을 억제하는 대신, 반응의 발생 시점과 순서를 제어해 에너지 저장 과정으로 전환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전극 소재 수준의 가능성을 확인한 단계인 만큼 실제 배터리 셀과 대형 ESS 환경에서도 동일한 성능이 구현되는지, 장기간 반복 충·방전 과정에서 소재의 안정성이 유지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ESS 시장에서는 단순히 높은 에너지 밀도뿐 아니라 수천~수만 회에 이르는 충·방전 수명, 소재 가격, 제조 공정의 경제성, 대형화 가능성 등이 함께 요구된다. 따라서 이번 연구가 실제 상용 배터리로 이어지려면 소재 성능을 시스템 수준으로 확장하는 후속 연구가 중요할 전망이다. 박선아 교수는 “기존에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해꾼’으로 여겼던 양성자를 오히려 에너지를 더 저장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번 원리를 다양한 전극 소재에 적용해 더 많은 에너지를 빠르게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08-19 14: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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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아연 넘어 핵심광물로…52년 키운 '끝까지 뽑아내는 기술'
[경제일보] 고려아연의 52년은 아연을 많이 만든 역사가 아니다. 같은 원료에서 얼마나 다양한 금속을 효율적으로 뽑아내느냐를 끊임없이 고민해온 역사에 가깝다. 아연과 연, 동에서 출발해 금·은 같은 귀금속과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 등 희소금속까지 회수했고, 최근에는 게르마늄과 갈륨처럼 첨단산업과 경제안보에서 중요성이 커진 핵심광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1974년 설립된 고려아연은 1978년 온산제련소를 준공하며 본격적으로 제련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아연·연·동 통합공정을 고도화하고 한 공정에서 나온 부산물과 잔재를 다른 공정의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쌓아왔다. 지난달 31일 창립 52주년을 맞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꺼낸 화두도 ‘도가니(Crucible)’였다. 뜨거운 열을 견디며 불순물을 걷어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도구처럼 위기와 도전을 기술과 조직을 단련하는 과정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많이 만드는 회사’보다 ‘끝까지 뽑아내는 회사’ 고려아연의 경쟁력은 단순 생산 규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아연·연·동 통합공정을 통해 한 공정의 부산물과 잔재를 다른 공정에 다시 투입하고, 그 과정에서 금·은 등 가치 있는 금속과 핵심광물을 추가로 회수한다. 제련 잔재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TSL 공법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DSR 연 제련 공법, 저온·저압 헤마타이트 공정 등 기술과 운전 노하우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구조의 핵심은 한정된 원료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특정 금속 가격이 흔들리더라도 금·은과 희소금속 등 다양한 제품을 함께 생산하면서 수익원을 넓힐 수 있다. 안티모니와 인듐, 비스무트도 대표적인 사례다. 고려아연은 안티모니와 인듐을 국내에서 사실상 독보적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비스무트 역시 주요 생산품목으로 키웠다. 최근에는 게르마늄과 갈륨 등으로 회수 영역을 확대 중이다. 중국이 주요 전략광물의 생산·정제에서 높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이런 역량의 전략적 가치도 커지고 있다. 광물을 보유하는 것만큼 복잡한 원료에서 필요한 금속을 분리·정제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해진 것이다. 제련을 중심으로 넓히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역시 본업인 제련과 동떨어진 사업 확장이 아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자원순환,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를 세 축으로 한다. 회사는 이를 제련을 중심으로 원료와 에너지, 최종 제품의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자원순환은 제련소로 들어오는 원료를 넓히는 사업이다. 미국 페달포인트를 통해 전자폐기물과 IT 폐기자산, 금속 스크랩 등을 확보하고 이를 다시 고순도 금속으로 재생산한다. 천연 광석뿐 아니라 폐자원까지 제련 원료로 활용하는 구조다.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는 제련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바꾼다. 호주 SMC가 자체 태양광발전으로 필요한 전력 일부를 조달하고 있으며, 아크에너지를 중심으로 풍력·태양광·BESS·그린수소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사업 자체의 수익과 함께 장기적으로 제련 과정의 탄소 부담을 낮춰 ‘그린메탈’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차전지 소재는 제련으로 확보한 금속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인다. 황산니켈과 전구체, 전해동박은 기존 비철금속 제련·정제 기술과 맞닿아 있다. 고려아연은 켐코와 KPC, 케이잼 등을 통해 이를 사업화하고 있다. 결국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폐자원으로 원료 확보를 하고 친환경 에너지로 제련한 뒤 금속 회수해 고부가 소재 생산’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이다. ‘도가니 DNA’로 핵심광물 플랫폼 도전 고려아연 관계자는 “도가니는 뜨거운 열을 견디며 불순물을 걷어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도구”라며 “크고 작은 위기와 도전을 피하기보다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기술과 조직, 사람을 끊임없이 단련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했다. 이어 “세계 최대 단일 제련소라는 점도 경쟁력이지만, 한정적인 원료에서 얼마나 다양한 금속을 효율적으로 회수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드느냐가 고려아연의 경쟁력”이며 “특정 광물 하나보다 공급망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핵심광물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통해 제련을 중심으로 원료와 에너지, 최종 제품의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전략의 다음 무대는 미국이다. 고려아연은 미국에서 아연·연·동뿐 아니라 안티모니와 게르마늄, 갈륨 등 전략광물을 생산하는 통합제련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의미는 단순한 해외 생산능력 확대에 있지 않다. 온산제련소에서 축적한 다금속 회수와 통합공정 기술을 미국의 비중국 핵심광물 공급망에 적용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현지에서 발생하는 전자폐기물과 금속 스크랩까지 원료로 활용한다면 자원순환 사업과도 직접 연결된다. 고려아연이 목표로 하는 ‘글로벌 핵심광물 플랫폼’의 형태가 미국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고려아연의 52년을 관통하는 성장 공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원료에서 하나의 금속만 뽑아내지 않는다. 남은 것을 다시 원료로 쓰고, 부산물에서 또 다른 금속을 찾아내며, 폐기물까지 자원으로 되돌린다. 사업은 넓어졌지만 중심은 여전히 제련이다. 과거에는 아연과 연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하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안티모니와 인듐, 게르마늄과 갈륨까지 공급망이 필요로 하는 금속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회수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른다. 결국 고려아연의 DNA는 아연 그 자체가 아니다. 한정된 원료에서 끝까지 가치를 찾아내고, 그 가치를 다시 새로운 원료와 소재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52년 전 온산의 도가니에서 시작된 제련은 이제 폐전자제품과 이차전지 소재, 친환경 에너지,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고려아연은 제련업을 떠나는 회사가 아니다. 제련의 범위를 계속 넓히는 회사다.
2026-08-11 15: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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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한국건강관리협회에 반지형 혈압측정기 공급 外
[경제일보] 대웅제약은 한국건강관리협회에 반지형 커프리스 활동혈압측정기 ‘카트 비피 프로(CART BP pro)’ 공급을 시작했다고 11일 밝혔다. 카트 비피 프로는 팔을 반복적으로 압박하는 커프 없이 24시간 혈압 변화를 측정하는 기기다. 광혈류측정센서(PPG)를 통해 일상생활은 물론 수면 중 혈압까지 확인할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측정한 혈압만으로는 백의고혈압이나 가면고혈압, 야간고혈압 등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의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카트 비피 프로는 2024년 6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국내 1800여 개 의료기관에 도입됐으며 누적 24만건 이상의 활동혈압 측정에 활용됐다. 대웅제약은 이번 공급을 계기로 건강검진 이후 혈압 이상자를 24시간 혈압 데이터로 정밀하게 관리하는 사후관리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는 “카트 비피 프로의 활용 영역이 병·의원을 넘어 건강검진과 예방관리 분야로 확대되는 의미 있는 사례”라며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유유제약, 하루 한 캡슐 ‘프로폴리스 아연 이뮨’ 출시 유유제약이 하루 한 캡슐로 면역력과 항산화 관리를 돕는 건강기능식품을 내놨다. 유유제약은 프로폴리스와 아연, 셀레늄을 주원료로 한 건강기능식품 ‘프로폴리스 아연 이뮨’을 출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제품은 호주 청정 자연에서 추출한 프로폴리스를 주원료로 사용했다. 1캡슐당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일일 섭취량 기준인 플라보노이드 20mg을 함유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아연과 셀레늄을 배합했다. 아연은 정상적인 세포 분열과 면역기능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이며 셀레늄은 유해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다. 유유제약은 하루 한 캡슐 섭취로 면역기능과 항산화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불필요한 첨가물을 줄인 점도 특징이다. 제품에는 합성향료와 이산화티타늄 등을 넣지 않았다. 180캡슐, 6개월분 대용량으로 구성해 장기간 건강관리를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우승표 유유제약 e커머스본부 본부장은 “가족의 면역력 강화를 위한 제품을 찾는 분들에게 하루 한 번 간편하게 섭취하면서 장기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한 제품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파마리서치, 하반기 전국 의료진·병원 대상 교육 확대 파마리서치가 올 하반기에도 전국 주요 지역에서 의료진과 병원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학술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파마리서치는 연간 20회 이상 교육·학술 프로그램을 열고 3000명 이상의 의료진과 병원 구성원에게 교육과 교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대표 프로그램은 의료진 대상 ‘ART 심포지엄’, 상담실장·코디네이터 등을 위한 ‘ACE 세미나’, 메디컬 에스테틱 산업 전반을 다루는 ‘AA CENTER’다. ART 심포지엄에서는 의료진이 리쥬란을 비롯한 메디컬 에스테틱 분야의 임상 경험과 학술적 견해를 공유한다. 올해 서울·여수·부산에 이어 하반기에는 대전과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ACE 세미나는 병원 상담실장과 코디네이터 등을 대상으로 제품 이해와 고객 상담, 커뮤니케이션, 현장 민원 대응 등을 교육한다. 하반기에는 부산·대구·서울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열고 온라인 교육도 병행한다. AA CENTER는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 동향과 병원 실무 등 산업 전반을 다루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하반기에는 온·오프라인 교육을 확대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도 강화할 계획이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의료진의 임상·학술 교류부터 병원 현장의 상담과 실무, 산업 동향까지 대상별 수요에 맞춘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지역별 오프라인 프로그램과 온라인 교육을 병행해 현장의 전문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8-11 15: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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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상반기 '은빛 질주'…영업익 1.3조로 반기 최대
[경제일보] 고려아연이 은을 중심으로 한 귀금속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다만 2분기 영업이익은 은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1분기보다 줄었다. 5일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12조4450억원, 영업이익 1조333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62.5%, 영업이익은 151.5%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6.9%에서 10.7%로 3.8%포인트 상승했다. 별도 기준 상반기 매출은 8조3400억원, 영업이익은 1조2820억원으로 각각 72.0%, 137.8% 증가했다. 별도 영업이익률도 11.1%에서 15.4%로 높아졌다. 실적 개선을 이끈 핵심은 은이었다. 상반기 은 판매액은 4조10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0.4% 급증했다. 금 판매액도 58.5% 늘어난 1조2250억원을 기록했다. 아연 판매액은 1조5630억원, 연은 7170억원으로 각각 22.6%, 9.5% 증가했다. 동 판매액은 51.8% 늘어난 3340억원으로 집계됐다. 첨단·방위산업에 사용되는 인듐과 비스무트 판매액도 각각 300억원, 40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6조3730억원, 영업이익은 587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66.6%, 126.8% 늘었다. 증권가가 예상했던 5900억원대 영업이익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다. 고려아연은 분기 실적 공시 이후 106분기 연속 영업흑자 기록도 이어갔다. 다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약 5.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1.3% 감소했다. 1분기 급등했던 은 가격이 2분기 들어 낮아지면서 귀금속 부문의 이익 확대 효과가 일부 약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임직원의 기술 혁신 노력과 선제적 투자, 독보적인 유가금속 회수 역량,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가 시장 환경의 변화 속에서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구현했다”며 “앞으로도 생산성과 수익성 증대에 힘쓰면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2026-08-05 17: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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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한-칠레, 글로벌 격변기 위기를 공동번영의 기회로"
칠레를 공식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한국과 칠레가 글로벌 경제 질서의 격변기라는 위기 상황을 공동 번영이라는 새로운 기회로 전환해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산티아고 시내 한 호텔에서 한국과 칠레의 기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지금은 세계 경제의 대전환기이며, 아시아와 칠레를 포함한 국가 간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칠레에 대해 "대한민국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이자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중남미를 연결하는 핵심 관문"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칠레는 세계적인 리튬과 구리 생산국으로 글로벌 친환경 산업의 핵심 공급 기지이며, 한국은 배터리와 첨단 소재, 자동차,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 제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양국은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핵심 광물 분야에서 양국은 이미 성공적 협력 사례를 갖추고 있다. 한국의 LS와 칠레 국영 기업 코델코의 합작 사업 같은 모델이 더 확대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또 "양국이 힘을 합친다면 핵심 광물의 보급과 가치화와 공급망뿐만 아니라 첨단 제조업과 방산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놀라운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2004년 FTA 협정 체결 당시에는 농산물과 광산물 교역 확대가 주요 관심사였으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양국이 미래 협력의 새로운 측면을 더 넓혀가면 좋겠다"며 협정의 현대화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동시에 "우리 정부도 양국 기업들이 함께, 그리고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에서 장인화 포스코 회장, 구자은 LS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기업인 11명이 참석했고, 칠레 측에서도 경제계 인사 11명이 자리했다. 파트리시오 토레스 칠레 외교부 차관은 환영사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오늘날의 국제 환경 속에서 신뢰와 제도적 안정성, 그리고 명확한 규범을 갖춘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칠레와 대한민국은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양한 협의체에서 긴밀히 협력 중"이라며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추진해 양국이 공유하는 경제 통합의 기반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로사리오 나바로 칠레 산업협회장은 "양국의 협력 기반을 시대의 변화에 맞게 새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양국 FTA의 현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며 "한국 정부가 협정 현대화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한상의 한-칠레 민간 경협위원장인 이우현 OCI 홀딩스 회장은 "이제 양국 협력은 핵심 광물에서 공급망, AI와 디지털,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산업으로 더 확대되고 있다"며 "양국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지는 든든한 동반자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6-07-31 08: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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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홀딩스, 철강 가격 올리고 리튬 생산 늘린다…2분기 영업익 8190억원
[경제일보] 포스코홀딩스가 하반기 철강 가격 인상과 리튬 생산 확대를 양축으로 실적 회복에 속도를 낸다. 2분기에는 리튬과 액화천연가스(LNG)가 주력 철강의 원가 부담을 보완했다면 하반기에는 자동차·조선용 강재 가격에 원가 상승분을 얼마나 반영하고, 처음 흑자로 돌아선 리튬 사업의 생산량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실적을 가를 전망이다. 30일 포스코홀딩스는 연결 기준 2분기 매출 19조2590억원, 영업이익 8190억원, 순이익 76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비해서 매출은 9.7%, 영업이익은 34.9% 늘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7.7%, 15.8% 증가했다. 우선 철강 부문 매출은 15조3930억원, 영업이익은 403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580억원 늘었지만 전년 동기보다 2000억원 줄었다. 포스코 별도 영업이익도 2740억원으로 46.6% 감소했다. 가격 인상과 판매량 증가에도 원료 가격과 유가 상승에 따른 제조·물류비 부담을 모두 상쇄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철강 가격이 점진적으로 정상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원료·에너지 비용 상승분을 완성차업체와 조선사를 상대로 순차 반영할 방침이다. 다만 자동차와 조선업계의 비용 부담도 커진 만큼 실제 인상 폭과 적용 시점이 철강 수익성 회복의 첫 관문이다. 증권가도 상반기에 누적된 원가 상승분을 장기 고객사 가격에 반영할지가 하반기 철강 마진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호무역 강화에는 판매처 조정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의 연간 철강 무관세 수입 한도는 이달부터 3382만톤에서 1835만톤으로 46% 줄었고, 한도를 넘는 물량의 관세는 50%로 높아졌다. 한국 전용 쿼터는 258만톤에서 207만톤으로 19.7% 감소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줄어든 물량을 내수와 제3시장으로 돌리고 EU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전략 고객 중심으로 판매를 강행할 예정이다. 일본의 도금강판 등 반덤핑 조사에는 최종 판정 전까지 산정 근거를 적극 소명한다. 일본은 한국산 용융아연도금 강판에 대해 32.49∼42.69%의 덤핑 마진을 산정한 예비 판정을 내리고 조사 기간을 오는 12월까지 연장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조사당국이 제시한 원가와 가격 산정 방식 가운데 불합리한 부분을 바로잡는 데 대응의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이차전지소재 부문은 1분기 70억원 적자에서 2분기 41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포스코아르헨티나는 염수리튬 1공장 조업 안정화로 매출 1080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을 내며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하반기 2공장 초기 가동비가 발생하지만 생산량과 판매를 단계적으로 늘려 흑자 기조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리튬 가격의 변동성은 남은 변수다. 포스코홀딩스는 호주 광산 재가동에 따른 가격 하락 가능성이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반면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주 업체들이 생산시설을 다시 가동하고 생산량을 늘리면서 공급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반기 리튬 실적은 가격 반등보다 공장 가동률과 생산원가 안정화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인프라 부문 영업이익은 493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880억원 증가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호주 가스전과 인도네시아 팜 사업 호조로 분기 최대인 4290억원을 거뒀다. 철강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확대한 LNG와 자원 사업이 실적 방어를 넘어 이익 증가에 기여하기 시작한 셈이다. 새로운 수요처 발굴도 과제로 떠올랐다. 포스코는 AI 데이터센터가 대형화할수록 공기 단축과 공간 활용에 유리한 강구조 채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외장재용 포스맥과 전기강판, 데이터랙용 강재 등 관련 제품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6월 준공한 연산 250만톤 규모의 광양 전기로에서는 저탄소 고급강 생산을 늘린다. 향후 탄소저감 강재 시장이 본격 형성되면 가격 프리미엄을 확보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2026-07-30 17: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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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DX, AI 네이티브 기업 전환 선언…철강 현장부터 사무 업무까지 AI화
[경제일보] 인공지능(AI) 경쟁이 생성형 AI 서비스 성능을 넘어 산업 현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변화시키느냐의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고령화와 숙련 인력 부족, 고위험 작업 환경 등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면서 AI와 로봇을 결합한 '피지컬 AI'와 업무를 스스로 수행하는 '에이전틱 AI'가 핵심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DX가 AI가 공장과 사무실을 동시에 움직이는 'AI 네이티브 컴퍼니' 전환을 선언하고 산업 현장 AX(인공지능 전환)에 속도를 낸다. 29일 포스코DX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언론 간담회를 열고 피지컬 AI와 에이전틱 AI를 양대 축으로 한 AI 사업 전략과 산업 현장 적용 사례를 공개했다. 포스코DX는 사람과 AI, 현장 설비·로봇이 협업하는 인텔리전트 팩토리 구현을 통해 제조 현장의 지능화를 추진하는 한편, 사무·경영 영역에서는 AI 에이전트를 조직 구성원처럼 관리하는 'AI 워크포스'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엄기용 포스코DX 경영지원실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어렵고 힘들고 뜨거운 온도 속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AI의 목적이 사무공간에서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은 산업 현장에서 AI를 접목하고, 피지컬 AI를 접목해서 보다 안전하고 사고 없이 효율적으로 작업이 이뤄지는 것을 목표로 포스코DX는 전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DX가 추진하는 피지컬 AI는 철강 생산 현장의 대형 설비와 로봇을 AI 기반으로 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철강재를 운반하는 대형 크레인과 원료 이송 설비인 리클레이머, 선박 원료 하역기 등 고위험 설비에 AI 기술을 적용해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조석주 포스코DX AX융합연구소장은 "많은 회사들이 당면한 과제가 비슷하지만 특히 제조업에 대해서는 고숙련자들이 대거 은퇴를 하고 있고 노동 시장이 변해 어렵고 힘든 고강도의 일을 할 젊은이들을 찾기가 상당히 쉽지 않다"며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AX의 핵심 기술로서 멘토링 AI와 인더스트리얼 로봇을 주요 기술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DX는 고숙련 작업자가 보유한 경험과 노하우를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장 운전자가 AI와 협업해 설비와 로봇을 운영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윤석준 포스코DX 로봇자동화센터장은 "포스코 그룹은 인텔리전트 팩토리가 제조 전 프로세스에서 데이터 기반의 최적화를 수행하는데, 사람과 로봇과 AI가 협업을 하는 지능형 자율 제조라고 정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100% 무인화해서 팩토리에 사람을 없애야겠다는 개념보다는 사람이 잘하는 것은 사람이, 로봇이 잘하는 것은 로봇이, AI가 잘하는 것은 AI가 하는 것이 인텔리전트 팩토리"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스코DX는 산업 현장 적용 사례도 공개했다. 제철소 아연도금 공정 용융로에서 발생하는 불순물 제거 작업 로봇과 냉연 공정 밴드 커터 로봇, 65톤급 철강 제품을 자동 운송하는 AGV(무인운반차) 등이 대표 사례다. 이와 함께 친환경 소재와 차량 부품 생산 공장을 대상으로 한 원료 샘플링, 물류 자동화 로봇 적용 사례도 소개했다. 포스코DX는 물리 영역뿐 아니라 사무·경영 환경에서도 AI 전환을 추진한다.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 플랫폼 '에이전티(Agentee)'를 통해 AI 에이전트를 조직 구성원처럼 관리하고 업무별 AI 직원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AI 에이전트가 특정 업무 자동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포스코DX는 AI 에이전트의 생성부터 배치, 관리, 평가까지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플랫폼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김병석 포스코DX AI워크포스 태스크포스팀 팀장은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더 많은 AI 에이전트가 아니라 우리 조직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함께 일을 하는 AI 직원"이라며 "포스코DX의 에이전트는 AI를 조직의 일원으로 관리하는 방법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포스코DX는 재무와 인사, 노무, 사업관리 등 다양한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적용하고 있다. 매월 반복되는 사전 결산 리스크 점검 업무에서는 AI 에이전트가 전 계정과목을 자동 분석하고 이상 계정과 누락 전표를 찾아 리포트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업무 시간을 기존 3시간에서 1분 내외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포스코DX를 비롯한 포스코그룹 계열사에는 약 200개의 AI 에이전트가 개발·운영되고 있다. 포스코DX는 그룹 내 검증된 AI 에이전트 모델을 표준화해 확산하고 향후 외부 시장에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최태환 포스코DX 경영기획실장은 "포스코DX는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포스코DX는 공장 물리 영역과 경영 사무 영역 두 세계를 모두 아는 국내에 거의 유일한 회사"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 역시 '목표 지향적 AI 전환' 전략을 기반으로 사업(Process), 사무(Work), 가치(Value) 전 영역의 AI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DX는 철강 생산 현장에서 축적한 설비 자동화 경험과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조업 전반의 피지컬 AI 사업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2026-07-29 1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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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을 겨눈 하청 파업…플랜트 현장서 시작된 노란봉투법의 첫 충돌
[경제일보] 정유공장과 석유화학단지, 제철소, 발전소, 반도체 플랜트 현장에서 배관·용접·전기 공정을 맡는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예고했다. 임금을 지급하는 하청업체가 아니라 발주와 공정, 안전관리의 큰 틀을 쥔 원청기업을 교섭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1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8월 총파업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전국 8개 지역에서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79.2%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달 15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맞춘 상경투쟁을 거쳐 8월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포스코·에쓰오일·고려아연·SK에너지 등 발주사와 SK에코플랜트, 현대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삼성물산 등 종합건설사다. 노조는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과 근로조건은 하청업체만의 판단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며,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원청이 직접 교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안이 주목받는 까닭은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 때문이다. 개정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았더라도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그 범위에서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했다. 노동쟁의 대상도 임금과 근로시간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넓어졌다. 그동안 플랜트 현장에서는 원청이 안전 기준과 공정, 출입 절차, 작업 일정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임금과 고용은 하청업체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직접 교섭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노란봉투법은 이 분리를 다시 따져 보겠다는 법이다. 원청이 실제로 통제하는 분야가 있다면 그 문제에 관해서는 교섭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노동위원회의 초기 판단도 노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이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영역이 있다는 취지다. 다만 SK에코플랜트 사건에서는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어느 노동조합과 어떤 단위로 교섭할지는 별도 쟁점이라는 뜻이다. 여기서부터 현장의 갈등은 더 복잡해진다. 사용자성 인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법도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사용자성을 인정한다. 현장 안전수칙, 작업 허가, 공정 변경, 인력 투입 기준처럼 원청의 권한이 뚜렷한 사안과 개별 하청업체의 임금 체계, 인사권, 고용계약을 어디까지 나눌지가 첫 교섭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파업의 적법성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조합원 찬반투표는 쟁의행위 절차의 한 단계일 뿐이다. 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을 신청하고, 교섭을 거부하는 원청을 상대로 소송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파업이 이뤄질 경우 원청별 사용자성, 교섭 요구의 범위, 조정 절차 준수, 쟁의행위 대상이 된 요구사항을 놓고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플랜트노조가 안전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조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플랜트산업 10대 원청사 현장에서 최소 7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원청에 법이 적용된 사례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 수치는 노조 집계이지만, 플랜트 현장에서 안전 책임이 하청업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문제 제기는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플랜트 공사는 여러 공종이 맞물려 돌아간다. 배관 작업이 늦어지면 용접과 검사, 시운전 일정도 함께 밀릴 수 있다. 정유·석유화학 설비의 정기 보수나 증설 공사,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처럼 공정 간 연결이 촘촘한 현장일수록 타격이 클 수 있다. 다만 총파업 예고만으로 공장 가동 중단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파업 참여 규모, 대상 공종, 해당 현장이 신설 공사인지 정기 보수인지에 따라 실제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건설업계는 원청의 법정 안전관리 의무를 곧바로 사용자성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한건설협회는 원청이 노조와 교섭해 추가 비용이나 작업 방식 변경을 수용할 경우 그 부담이 전문건설업체에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청과 노조가 합의한 내용이 실제 고용주인 하청업체의 계약·인사 운영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주장은 원청이 교섭에서 빠져야 한다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원청의 지시와 공정 압박, 계약 단가가 하청 노동자의 작업 여건에 영향을 준다면 그 책임을 하청업체에만 남겨두기도 어렵다. 반대로 원청이 모든 하청 노동자의 임금·인사 문제까지 떠안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면 현장 운영은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안전과 공정, 임금과 고용, 비용 부담을 각 사안별로 가르는 교섭 틀이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의 성패는 파업 규모보다 첫 교섭의 내용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원청이 책임져야 할 안전·공정 의제와 하청업체가 맡아야 할 고용·임금 의제를 구분하지 못하면, 교섭은 시작부터 책임 떠넘기기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 반대로 현장에서 실제 권한을 가진 주체가 안전과 작업 여건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다단계 하도급 아래 가려져 있던 책임의 빈틈을 줄일 계기가 될 수 있다. 플랜트노조의 8월 파업 예고는 노란봉투법이 조문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현장으로 들어온 첫 장면이다. 원청과 하청, 발주사와 시공사, 노동조합과 전문건설업체가 어느 선까지 책임을 나눌지에 따라 정유·석유화학·제철·반도체 건설 현장의 노사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교섭 자체를 미루는 일도, 원청 책임을 무한정 넓히는 일도 아니다. 각 현장에서 누가 실제로 무엇을 결정하는지부터 따져, 책임과 비용이 맞물린 협상 틀을 만드는 일이다.
2026-07-01 16: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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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보안도 '진짜 사장' 책임…노동위원회, 원청 사용자성 잇단 인정
[경제일보] 구내식당·통근버스 운영 직원에 대해서도 원청 대기업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서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이번 결정으로 인해 비핵심 외주 업무까지 교섭 책임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노동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한화오션에 대해, 같은 날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자동차에 대해 하청노동자 단체교섭과 관련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잇따라 인정했다. 두 건 모두 생산공정을 넘어 지원 업무까지 교섭 책임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제조업체들은 구내식당·청소·경비 등 비핵심 업무를 협력업체에 맡기고, 해당 업체가 소속 근로자의 임금과 노사관계를 책임지는 도급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한화오션 또한 거제사업장에서 급식·통근버스·시설관리를 도급업체 웰리브에 맡겨 왔다. 다만 중노위는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을 산업안전·작업환경 의제에 한정해 인정했다. 중노위는 "한화오션이 해당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노동위가 사용자성의 핵심 근거로 삼은 것은 원청의 '시설 승인권'이다. 조리실·세탁실·통근버스 등 작업장의 노후 시설과 설비 개선은 소유자인 한화오션의 협조·승인 없이 웰리브가 단독으로 이행할 수 없다는 이유다. 원청이 임금이나 인사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더라도 작업환경에 실질적 결정권을 가지면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울산지노위의 현대차 판단은 적용 범위가 더 넓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와 울산·아산·전주공장 사내하청을 비롯해 구내식당·보안·판매대리점 노동자 등 금속노조 산하 하청노조 10곳, 조합원 1675명이 교섭 요구 대상이다. 다만 어떤 직군과 의제가 인정됐는지는 약 한 달 뒤 나올 결정문에서 확인된다. 이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교섭 요구가 산업 안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향후 협상에서 임금·성과급·복리후생 등으로 의제가 확대되고, 경비·보안·시설관리 등 원청 사업장 내 외주 업무 전반에 유사한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웰리브지회는 앞서 한화오션에 노동환경 개선, 근무시간 조정, 성과급 동일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번 판단이 노동부 해석지침과 엇갈린 점은 산업계의 가장 큰 부담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용노동부는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서 공장 구내식당 등을 도급·위임 계약상 일반적 지시권이 인정되는 영역으로, 원청의 구조적 통제에 해당하지 않는 대표적 사례로 예시했다"며 "지원 업무까지 교섭 상대방을 확대하면 산업 전반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 대법원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행정소송을 통해 최종 판단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중노위에는 포스코, 인천국제공항공사, 고려아연, 현대제철, 동희오토, CJ대한통운 등 주요 기업의 사용자성 재심 사건이 줄줄이 계류 중이어서 파장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결정문을 송달받은 이후 면밀한 법적 검토를 거쳐 입장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도 "결정서 송달 이후 법 절차와 규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2026-06-17 11: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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