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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는 있는데 못 온다… 호르무즈 '운송 리스크' 커지나
[경제일보] 국내 정유업계가 7~8월 원유 도입 물량을 확보했지만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선박 운항 불안이 이어지면서 실제 국내 도착 일정과 운송비 부담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해협 밖에서 원유를 다른 유조선으로 옮겨 싣는 선박 간 환적 작업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가 확보한 7~8월 원유 도입 물량은 전년 동기 수준 이상이다. 정부는 확보 물량과 국내 비축 상황을 고려할 때 중동 정세 불안이 단기적인 원유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계약상 물량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원유의 국내 도착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산유국 항구에서 선적한 원유가 호르무즈해협 안팎에서 대기하거나 운항 일정이 조정되면 정유사들이 실제로 원유를 인도받는 시점도 늦어질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 밖 오만만에서 진행돼 온 선박 간 환적 작업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박 간 환적은 항구가 아닌 해상에서 유조선 두 척을 나란히 붙인 뒤 호스로 연결해 한 선박의 원유를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 작업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8일 위성사진에서 오만 해안 인근에서 환적 중인 유조선은 한 쌍에 그쳤다. 일주일 전인 11일에는 세 쌍의 선박이 포착됐다. 현지 해운업계 관계자들도 최근 며칠간 이뤄진 환적 작업이 두세 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했다.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초대형 유조선 운항도 감소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해협을 통과한 초대형 유조선은 하루 평균 2척으로, 직전 주 5척과 6월 말·7월 초 평균 8척보다 줄었다. 초대형 유조선 한 척은 최대 약 200만배럴의 원유를 운송할 수 있다. 선박이 위험 해역 안팎에서 운항하지 못하고 대기하면 비용 부담도 누적된다. 선원 임금과 식량·청수 등 기본 운영비가 발생하는 데다 위험 해역에서 근무하는 선원에게는 별도의 전쟁위험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선박을 빌려 운항하는 경우 일일 단위로 책정되는 용선료도 대기 기간만큼 쌓인다. 선박을 당초 예정된 항로나 다른 화물 운송에 투입해 얻을 수 있었던 수익을 포기하면서 발생하는 기회비용도 부담이다. 전쟁위험보험료 역시 선박 운항의 주요 변수다. 전쟁위험보험은 일반적인 선박보험과 별도로 부과되며 선사의 국적과 선박 종류·톤수, 선박 가격, 운항 시기와 실제 항로, 위험 해역 체류 여부 등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같은 호르무즈 인근에 있더라도 해협 안에서 정박한 채 대기하는 경우와 실제 위험 항로를 통과하는 경우의 보험료가 다르게 산정될 수 있다. 공격 위험이 큰 항로를 이용할수록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해운협회도 선박과 선원의 안전 문제로 호르무즈해협 통항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행 원유운반선의 구체적인 위치와 통항 계획은 선사의 영업비밀이자 선박 안전과 관련된 보안 사항이어서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는 “선박과 선원의 안전 문제와 선박 자체의 위험도를 고려하면 현재 호르무즈해협을 통항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개별 선박이 어디에서 대기하고 어떤 항로를 이용하는지는 선사에서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전쟁위험보험료는 어느 선사의 어떤 선박이 언제,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운항 경로가 정해지지 않으면 보험사도 위험도를 계산하기 어려워 전체적인 상승 폭을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오만만에서 진행된 선박 간 환적이 한국행 원유 운송에도 실제 활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행 유조선의 위치와 항로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환적 감소는 국내 원유 도입 차질을 직접 보여주는 지표라기보다 글로벌 원유 운송 통로가 좁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호르무즈를 피해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홍해 항구를 이용하는 우회 경로의 위험도도 높아지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다. 홍해 남단의 바브엘만데브해협까지 운항이 어려워지면 사우디산 원유가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한다. 이 경우 아시아 지역 도착이 약 한 달가량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국내 원유 수급 상황을 판단할 때는 계약 물량뿐 아니라 실제 선적 여부와 호르무즈 통항 일정, 국내 도착 시점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발 운송 불안이 장기화하면 원유 도입선 다변화와 우회 운송 경로 확보가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의 주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2026-07-21 14:16:06
삼성물산 노조 "중동 현장 급지 상향·위험수당 지급해야"
[경제일보] 삼성물산 건설부문 노동조합이 중동 현장 근무 직원에 대한 급지 상향과 위험수당 지급을 회사에 공식 요청했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현장 위험도가 높아진 만큼 이에 상응하는 보상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건설업계 전반에서 중동 파견 직원 보호 대책이 확대되는 흐름도 이번 요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 노조는 전날 대표이사에게 ‘중동 현장 직원 위험수당 지급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달했다. 노조는 공문에서 중동 지역 근무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안전 확보를 위해 관계사 및 타사 사례를 참고해 급지 변경 또는 위험수당 지급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아직 공식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조는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대표이사가 직접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각종 위험을 감수하며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요구가 정당한 만큼 회사가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문은 최근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면서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지원 강화 요구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역 내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주변 국가로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주요 국가에 200여명의 직원을 파견하고 있다. 회사는 해외 현장을 위험도와 지역 여건에 따라 급지별로 구분해 수당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이란 충돌 이후에도 중동 지역 급지는 기존 수준이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장 직원들은 실제 위험도 상승이 보상 체계에 반영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급지는 해외 근무지의 위험 수준과 생활 여건, 근무 환경 등을 종합 평가해 수당 수준을 정하는 기준이다. 급지가 오르면 해외근무수당과 체류 지원 등 보상 수준도 함께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위험 지역 파견 인력의 사기와 현장 운영 안정성에도 직결되는 요소로 본다. 삼성물산은 노조 공문 접수 이후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노조 공문을 수령했으며 직원 지원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 다른 기업들은 이미 중동 현장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달 말 중동 지역 국가별 위험 수준을 반영해 해외수당을 최상급지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가족과 함께 근무하던 직원이 귀국할 경우 가족이 머물 수 있는 레지던스 호텔도 제공하기로 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임직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필요한 조치를 적극 시행하겠다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다. 삼성E&A도 중동 파견 직원 수당 인상을 결정했다. 대우건설은 체류비 추가 지급 방안을 노사 협의 중이며 유급휴가와 상품권, 휴양시설 이용권 등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사업 비중이 큰 국내 건설사들이 인력 이탈을 막고 현장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원책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중동 지역은 국내 건설사들의 핵심 해외 시장으로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를 비롯해 플랜트, 인프라, 주택 개발 사업이 이어지고 있어 주요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도 치열하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경우 공사 지연과 비용 증가, 인력 운영 차질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어 현장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도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해외건설협회 등 관계기관과 함께 중동 사태 비상대책반을 운영하며 기업별 현장 대피 계획과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피해와 대피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해 근로자 안전 확보와 기업 보호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삼성물산 노조의 요구가 단일 회사의 노사 현안을 넘어 해외 위험지역 근무자 보상 체계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 수주 확대 경쟁이 이어지는 만큼 인력 안전과 처우 개선이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26-04-21 16: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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