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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국가책임' 9년, 끝까지 책임진 건 가족이었다
[경제일보] 생활고와 간병 부담에 짓눌린 50대 남성이 친형을 살해하고 80대 어머니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수원지법은 살인과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 남성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범죄의 결과만 놓고 보면 무거운 형이 선고될 만한 사건이다. 그러나 법원이 형을 정하면서 적시한 사정은 따로 읽어볼 필요가 있다. 남성은 부친이 숨진 뒤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정신질환이 있는 형을 혼자 부양했다. 직장까지 그만두면서 생계가 어려워졌고 간병 스트레스도 극심해졌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양형에 참작했다. 형사재판은 피고인의 책임을 묻는 절차다. 법원이 간병 부담과 생활고를 참작했다고 해서 살인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판결문에 적힌 양형사유는 한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무너졌는지를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기록한 대목이다. 정부가 읽어야 할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치매환자를 본인과 가족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겠다고 했다.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치매안심센터를 전국에 설치하고 의료비 부담을 낮추며 장기요양 지원을 확대했다. 치매를 더 이상 한 집안의 문제로 두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름부터 무거웠다. ‘지원 확대’도 아니고 ‘관리 강화’도 아닌 ‘국가책임’이었다. 정부가 스스로 책임의 범위를 넓혀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다. 그렇다면 9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이 실제 가정에서 어디까지 작동했는지를 따져보는 것은 당연하다. 문재인 정부가 물러나고 윤석열 정부를 거쳐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다. 정권은 두 번 바뀌었고 치매 관련 조직과 사업, 예산은 계속 늘었다. 그런데 치매환자를 먹이고 씻기고 병원에 데려가고 밤새 지켜보는 마지막 책임은 아직도 가족에게 남아 있다. 정부 조사에서도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절반 가까이가 돌봄 부담을 호소했다.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소진도 반복해서 확인됐다. 정부가 몰랐던 문제가 아니다. 수년 전부터 통계에도 잡히고 정책보고서에도 적혀 있던 문제다. 이번 용인 사건은 그 숫자가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치매 노모와 정신질환 형을 한 사람이 동시에 돌봤다. 간병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쳤다. 복지행정의 관점에서 보면 위험신호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치매환자와 정신질환자가 한 집에 있고 보호자는 한 명뿐이다. 그 보호자가 생업까지 포기했다. 소득도 줄고 외부와의 접촉도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 상황을 국가의 돌봄망이 붙잡지 못했다면 제도가 어디에서 끊겼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치매안심센터가 몇 곳인지, 상담을 몇 건 했는지는 행정 보고서에 필요한 숫자다. 국가책임제의 성적표는 다른 곳에 있어야 한다. 보호자 한 사람이 간병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생계까지 흔들릴 때 국가가 그 집 안으로 들어갔는지, 하루 몇 시간이라도 돌봄을 대신했는지, 버틸 수 없는 상태에 이른 보호자를 다른 제도와 연결했는지가 성적표가 돼야 한다. 국가는 치매환자를 등록하고 검진하고 상담하는 일에는 상당한 체계를 갖췄다. 정작 가족이 무너지지 않도록 책임을 나눠 갖는 부분은 여전히 허술하다. 국가가 책임진다고 했지만 밤을 새운 사람은 가족이었고 직장을 그만둔 사람도 가족이었다. 생활비와 간병비를 걱정하며 끝까지 버틴 사람 역시 가족이었다. 그래서 ‘치매 국가책임제’와 지금의 현실 사이에는 간단히 넘길 수 없는 간극이 있다. 국가는 환자를 관리했지만 가족은 환자의 삶을 떠안았다. 국가가 제도를 만들었지만 가족은 자신의 직업과 소득, 일상을 내놓았다. 책임의 가장 무거운 부분이 여전히 가족에게 남아 있다면 간판만 국가책임제인 셈이다. 이재명 정부도 이 문제에서 전임 정부를 바라볼 처지가 아니다. 정부가 바뀌면 장관과 정책 이름은 바뀌지만 국가의 약속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치매 국가책임제를 계승하고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확대하겠다면 문재인 정부가 내건 ‘국가책임’이라는 미완의 약속도 함께 넘겨받은 것이다. 새로운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지원 대상자가 몇 명 늘었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혼자 중증환자를 돌보는 사람, 간병 때문에 생업을 포기한 사람, 생활비가 끊긴 가정부터 찾아내야 한다. 도움을 신청하러 찾아오는 사람만 지원하는 복지로는 이미 지쳐 쓰러진 사람을 잡아낼 수 없다. 법의 시간과 복지의 시간도 다르다. 형법은 범죄가 벌어진 뒤 책임을 묻는다. 복지행정은 범죄나 극단적인 선택, 가족 붕괴가 벌어지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사후에 정확하게 처벌하는 국가보다 사전에 한 가정을 붙잡는 국가가 훨씬 어렵지만 ‘국가책임’을 내걸었다면 그 어려운 일을 하겠다는 뜻이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범행이 벌어진 뒤 국가 시스템은 정확하게 작동했다. 경찰은 피고인을 체포했고 검찰은 기소했으며 법원은 증거와 양형사유를 따져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형사사법기관은 각자의 절차에 따라 역할을 했다. 문제는 그 전에 작동했어야 할 국가의 돌봄망이다. 살인사건의 판결문에 ‘치매를 앓는 모친과 정신질환이 있는 형을 홀로 부양했다’는 문장이 남았다. 간병 때문에 직장까지 그만둔 한 사람이 가족을 죽이는 순간까지 갔다. ‘치매는 국가가 책임진다’고 선언한 지 9년이 된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다. 정책은 발표할 때가 아니라 국민이 가장 어려울 때 평가받는다. 센터의 숫자도, 예산의 규모도, 지원 실적도 한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면 다시 따져봐야 한다. ‘국가책임제’라는 이름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국가가 책임진다던 9년 동안, 끝까지 버티고 끝내 무너진 것은 가족이었다.
2026-08-30 12: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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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 고민하는 정부…공급 해법 되려면 '시간차' 줄여야
[경제일보]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다시 고민하고 있다. 서울에서 대규모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보존 가치가 낮은 지역을 활용해 공급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지구 지정과 토지 보상, 주민 이주, 인허가를 거쳐야 해 해제된 땅이 적기에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31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7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필요하다면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서라도 주택을 공급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벨트는 도심 정비사업과 달리 정부가 공급 규모와 기반시설을 계획해 택지를 조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재개발·재건축처럼 조합 설립이나 조합원 간 이해관계 조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 정부가 공급 의지를 보여줄 때마다 우선 검토되는 수단이다.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그린벨트는 149.09㎢로 전체 행정구역의 24.6%를 차지한다. 서초구가 23.89㎢로 가장 넓고 강서구 18.91㎢, 노원구 15.90㎢, 은평구 15.21㎢, 강북구 11.67㎢, 도봉구 10.20㎢ 순이다. 시장에서는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과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 강서구 김포공항 주변, 강남구 세곡·자곡동 등이 주요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이거나 기존 시가지와 맞닿아 있어 교통·생활 기반을 활용할 수 있는 곳들이다. 다만 구체적인 대상지와 공급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역대 정부도 집값 불안과 공급 부족이 겹칠 때 그린벨트를 활용했다. 노무현 정부는 은평구 진관동 일대를 풀어 은평뉴타운을 조성했고 이명박 정부는 강남 세곡·내곡지구 등에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서초구 원지·신원·염곡·내곡·우면동 일대가 서리풀 공공주택지구로 선정됐다. 과거 사례는 그린벨트 해제와 주택 공급 사이에 긴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도 보여준다. 개발제한이 풀리더라도 환경영향평가와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승인, 토지 보상, 이주를 차례로 밟아야 한다. 주민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방향에 반대하면 행정소송과 보상 협의까지 겹치면서 사업 일정이 밀릴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정부가 2만가구 공급을 추진하는 서리풀지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원지·신원·염곡·내곡동 일대 201만8000㎡ 규모의 서리풀1지구에는 1만8000가구, 우면동 일대 19만3000㎡ 규모의 서리풀2지구에는 2000가구가 계획됐다. 서리풀1지구는 지난 2월, 2지구는 지난 6월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 정부는 통상 56개월가량 걸리는 지구 지정 이후의 행정절차를 줄여 서리풀2지구를 2028년 12월 착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구 지정이 끝났지만 주민과의 갈등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서리풀1지구에서는 보상과 원주민 이주 대책을 둘러싼 반발이 이어지고 있으며 2지구 주민들은 우면동 성당과 송동·식유촌 마을을 사업구역에서 제외하거나 기존 형태로 보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2지구에서는 지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도 제기됐다. 공급 속도를 높이려는 정부와 생활 터전 및 재산권을 지키려는 주민의 이해관계가 충돌한 것이다. 정부가 지구 지정을 서둘러도 주민 협의가 늦어지면 보상과 지구계획 단계에서 다시 시간이 걸린다. 추가 후보지를 발표하기 전에 개발 범위와 원주민 재정착, 기존 시설 존치 원칙을 구체화가 필요한 이유다. 토지시장 관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후보지가 공개되면 개발 기대가 주변 땅값을 끌어올리고 보상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24년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검토 당시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서울 내 개발제한구역 대부분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공급 계획과 거래 규제를 동시에 내놓지 않으면 사업비 부담만 키울 가능성도 존재한다. 서울에서 대규모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공감할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공급 규모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보상과 이주, 기존 마을 존치 문제를 풀어 실제 착공과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갈등을 조정할 기준 없이 후보지만 추가한다면 그린벨트 해제는 공급을 앞당기는 해법이 아니라 장기 계획을 하나 더 늘리는 선택에 그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2026-07-31 09: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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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국회 과방위로 돌아왔다…후반기 여야 진용 확정
[경제일보] 국민의힘이 제22대 국회 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배치를 마치면서 과방위가 활동 채비를 갖췄다.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낸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과방위에 합류해 방송 규제체계 개편과 공영방송 관련 현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후반기 과방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맡는다. 여당 간사는 한준호 민주당 의원, 야당 간사는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으로 정해졌다. 정원 20명인 과방위에서 민주당은 송 위원장과 한 간사를 비롯해 김남국·김우영·김현·이연희·이정헌·이주희·이훈기·정동영·황정아 의원을 배치했다. 조국혁신당에서는 김선민 의원, 무소속에서는 최혁진 의원이 참여한다. 국민의힘에서는 최형두 간사를 비롯해 박정하·서천호·김장겸·이진숙·조경태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언론인 출신인 김장겸 의원과 전직 방송 규제기관 수장인 이진숙 의원이 함께 배치되면서 방송·미디어 현안에 대한 야당의 대응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이진숙 의원이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냈으며, 방통위 조직 개편과 공영방송 이사 선임 문제를 놓고 민주당 소속 과방위원들과 여러 차례 충돌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 규제와 진흥 기능을 통합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법안에 담긴 정무직 임기 종료 규정을 두고 자신을 방통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이제 피감기관 수장이 아닌 국회의원 신분으로 과방위에 들어오면서 정부조직 개편의 정당성과 방미통위 운영을 둘러싼 논쟁이 상임위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에서는 전반기 과방위 간사를 맡았던 김현 의원이 잔류해 두 사람의 재대결도 예상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이사회 구성, 방송 규제기관의 독립성, YTN·TBS 관련 현안도 여야가 부딪힐 수 있는 분야다. 방송사업자 재허가·재승인 제도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포함한 미디어 규제체계 정비 역시 후반기 과방위가 다뤄야 할 과제로 꼽힌다. 과방위의 다른 한 축인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관련 입법과 예산 심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반도체 등 정부의 전략사업 지원과 AI 안전·데이터 활용 규제를 어느 수준에서 조정할지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 분야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지원과 6G·AI-RAN 등 차세대 네트워크, 통신비 부담 완화, 알뜰폰 경쟁력 강화 등이 논의 대상이다. 최근 통신업계가 요구한 AIDC 세액공제와 3G 종료 기준, 보편적 역무 요금감면 제도 개편도 국회 입법 과정과 연결될 수 있다. 송기헌 위원장은 과방위가 AI·반도체 등 미래 전략산업의 입법을 지원하는 동시에 방송의 공정성과 통신 소비자의 권익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준호·최형두 간사가 쟁점 법안과 현안질의 일정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후반기 과방위 운영의 흐름이 결정될 전망이다.
2026-07-23 16: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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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디올백 종결' 뒤집어 보는 경찰…권익위는 누구의 권익을 지켰나
[경제일보]경찰이 20일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대상은 유철환 전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사용하던 사무실 등이다. 경찰청 3대 특검 인계사건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6일 정 전 부위원장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적용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이다. 수사의 출발점은 300만원짜리 가방이 아니다. 권익위가 2024년 김건희씨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하는 과정에서 수뇌부가 실무진의 조사와 전원위원회의 심의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가 핵심이다. 당시 언론이 흔히 사용한 ‘무혐의’라는 표현도 정확하지 않다. 권익위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아니다. 형사책임의 유무를 확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를 조사해 수사기관이나 감사기관에 이첩·송부할 사안인지 판단하는 반부패 행정기관이다. 권익위가 내린 결론은 형사재판의 무죄판결이 아니라 신고사건의 종결 결정이었다. 그 종결 결정이 정상적인 조사와 심의를 거쳐 나왔는지를 경찰이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처벌 규정이 없다는 말로 덮을 수 없는 문제 사건은 202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 취임 후 서울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2023년 12월 19일 김씨와 윤 전 대통령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신고 접수 후 업무일 기준 116일이 지난 2024년 6월 10일 사건을 종결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신고사항을 접수일부터 6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하고, 보완이 필요할 때도 30일 범위에서만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권익위는 최장 90일의 법정 처리기간도 넘겼다. 정승윤 당시 부위원장은 대통령 배우자를 제재하는 규정이 청탁금지법에 없다는 점을 종결 이유로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과 가방 제공자의 직무 관련성, 가방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도 논의한 뒤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배우자 본인을 직접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는 설명 자체는 틀리지 않는다. 청탁금지법은 금품을 받은 공직자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실 하나로 사건 전체를 끝낼 수는 없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한다. 공직자가 배우자의 수수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를 처벌하는 구조도 두고 있다. 금품 제공자에 대한 제재 규정도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청탁금지법이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지 않는 대신 공직자의 신고 의무와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두고 있다는 법률 구조를 전제로 판단했다. 따라서 권익위가 확인했어야 할 대상은 김씨 개인의 처벌 가능성에 그치지 않는다. 가방 제공과 대통령 직무 사이에 관련성이 있었는지, 윤 전 대통령이 가방 수수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알게 된 뒤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거나 반환·인도 조치를 했는지, 제공자의 행위가 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는지까지 조사했어야 했다.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다는 문구는 조사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에 가까웠다. 권익위는 법률의 한 문장을 꺼내 사건 전체에 덮었다. 법조문을 좁게 잘라 읽으면 결론은 쉬워진다. 그러나 반부패기관의 임무는 권력자에게 가장 유리한 문구를 찾아주는 데 있지 않다.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법률이 요구하는 책임의 범위를 가려내는 것이 권익위가 해야 할 일이었다. 조사 마감일 밤, 조사 대상 대통령과 만난 권익위 2인자 2026년 출범한 권익위 정상화 추진 태스크포스의 조사 결과는 당시 종결 결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권익위 TF에 따르면 정 전 부위원장은 담당 부서의 의견과 달리 판단을 유보하고 추가 보완을 반복적으로 지시해 사건 처리를 지연시켰다. 전원위원회가 열리기 약 2시간 전에는 일부 정무직·상임위원을 따로 불러 수사기관 이첩이나 송부가 아닌 ‘사건 종결’을 처리 방향으로 제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더 심각한 대목은 대통령 관저 회동이다.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사건 처리기간 중 윤 전 대통령 등과 심야에 대통령 관저에서 약 1시간 동안 비공식 회동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동 시점은 당초 사건 처리 마감일 밤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배우자와 함께 권익위 신고사건의 피신고자였다. 조사기관의 수뇌부가 조사 대상자를 비공식적으로 만난 셈이다. 권익위가 회동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경찰이 밝혀야 한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사건 처리 방향에 관한 요청이나 언급이 있었는지, 회동 뒤 실무진에 어떤 지시가 내려갔는지, 회동 사실을 전원위원들에게 알렸는지가 수사의 중심에 놓인다. 조사 대상자와 조사기관 수뇌부의 비공식 접촉은 그 자체로 기관의 공정성을 훼손한다. 법률가라면 사건 당사자와 심판자의 접촉이 어떤 의심을 낳는지 모를 수 없다. 사건 당사자에게 특혜를 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혜를 의심할 만한 접촉부터 피하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다. 그런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면 법률 지식의 부족이 아니다. 직업적 양심의 문제다.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문구까지 의결서에 추가 TF가 확인한 의결서 작성 과정도 정상적인 행정기관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권익위 의결서는 원칙적으로 사건을 조사한 담당 부서가 전원위원회의 논의와 의결 내용에 따라 작성한다. 그런데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상정 의안에 없거나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하지 않은 사항을 의결서에 직접 추가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전원위원회는 장식물이 아니다. 여러 위원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사건을 심의하고 다수 의견으로 결론을 내리도록 만든 합의제 기관이다. 회의 전에 결론을 정해 놓거나 회의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사후에 의결서에 넣었다면 합의제 의사결정의 외형만 빌린 셈이다. 의결서는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설명문이 아니다. 실제 회의에서 논의하고 결정한 내용을 기록하는 공문서다. 수뇌부가 원하는 결론에 맞춰 의결서의 논리를 사후 보강했다면 전원위원들의 심의권과 실무진의 고유 업무를 침해했는지가 문제 된다.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한다. 대법원은 실무 담당자에게 법령과 절차에 따른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있는데도 상급자가 그 기준과 절차를 어기도록 지시한 경우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 경찰은 정 전 부위원장과 유 전 위원장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실무진이 원래 작성한 보고서와 최종 의결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전원위원들의 독립적인 판단이 침해됐는지를 문서와 전자정보로 확인해야 한다. 직권남용죄 성립은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무진이 법령상 의무가 없는 일을 실제로 했거나 고유한 권한 행사가 방해된 결과까지 입증해야 한다. 이번 압수수색의 성패도 그 연결고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복원하느냐에 달렸다. 반대 의견을 낸 간부에게 돌아온 발언 제한과 업무 배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가장 참담한 대목은 실무 책임자였던 김모 부패방지국장의 죽음이다. 김 국장은 명품가방 사건이 종결된 지 약 두 달 뒤인 2024년 8월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공개된 김 국장의 메시지에는 “지난 20년간 만든 제도를 제 손으로 망가뜨렸다”, “가방 건과 관련된 여파가 너무 크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국장은 종결 결정에 반대 의견을 표시한 권익위원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한 사람의 죽음을 특정 사건 하나와 곧바로 연결해 형사책임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권익위 자체 TF가 확인한 조직 내부의 처우는 별개의 문제다.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사건 종결에 반대했던 김 국장의 회의 발언권을 제한하고 주요 사건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토대로 공개적으로 비난한 정황을 확인했다. 권익위는 해당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정 전 부위원장의 현 소속기관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 고인과 유족에게 기관 차원의 사과도 결정했다.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실무자의 의견이 조직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발언 제한과 업무 배제로 돌아왔다면 권익위의 내부 통제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반대 의견을 설득하지 못하자 사람을 배제하고 결론을 밀어붙이는 조직에서 합의제 의사결정은 작동할 수 없다. 부하 직원에게 청렴을 교육하면서 정작 수뇌부는 권력자의 사건 앞에서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면 그보다 모순적인 일도 없다. 법률가의 지식이 권력의 방패가 될 때 유 전 위원장과 정 전 부위원장은 모두 법률가다. 유 전 위원장은 판사 출신이고 정 전 부위원장은 검사 출신 법학교수다. 법률의 문언과 행정절차가 왜 존재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법률가 출신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책임은 법조문을 많이 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권력자가 불편해하더라도 법과 절차에 따라 판단하고, 실무자가 외압 없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그 일을 하라고 장관급 위원장과 차관급 부위원장 자리를 맡긴다. 법률 지식을 권력자의 책임을 가리는 데 사용하면 무지보다 해롭다. 법을 모르는 사람은 잘못 해석할 수 있지만, 법을 아는 사람이 결론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문구를 찾아 붙이면 법률은 책임을 묻는 기준이 아니라 책임을 피하는 기술로 전락한다. 청탁금지법에 대통령 배우자 직접 처벌 규정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은 없다. 국민이 권익위에 물은 것은 법 조항 한 줄이 아니었다. 대통령 배우자가 고가의 금품을 받고 대통령이 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최고 권력자에게도 일반 공직자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지를 물었다. 권익위 수뇌부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116일을 끈 뒤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는 설명을 내놓고 사건을 닫았다. 그 과정에서 조사 대상 대통령과 비공식 회동이 있었고, 회의 직전 종결 방향을 제시했으며,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내용이 의결서에 들어갔다는 것이 권익위 자체 조사 결과다. 이런 정황이 확인되고도 공직자의 재량이나 법률 해석의 차이라고 둘러댈 수는 없다. 재량은 정해진 절차 안에서 행사할 때 보호받는다. 법률 해석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반대 의견을 검토한 뒤 내놓아야 설득력을 얻는다. 결론을 정해 놓고 절차를 거꾸로 밟았다면 재량이 아니라 권한의 사유화다. 권익위가 잃은 것은 한 사건의 신뢰가 아니다 권익위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반부패 총괄기관’이라고 소개한다.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을 관장하고 공직사회 청렴도를 평가하며 부패 신고자를 보호하는 기관이다. 그런 기관이 최고 권력자의 배우자 사건 앞에서 처리기간을 넘기고, 조사 대상자와 수뇌부가 비공식으로 만나고, 실무진의 반대 의견을 누르고,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내용까지 의결서에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익위가 잃은 것은 김건희씨 사건 하나에 대한 신뢰가 아니다. 일반 공무원과 국민에게 청렴을 요구할 자격을 잃었다. 민원인에게 절차를 지키라고 말하고 공직자에게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신고하라고 교육하면서 대통령 부부에게는 법의 빈틈부터 찾아줬다는 인식이 남았다. 공직자는 정권과 함께 일할 수 있지만 정권을 위해 일해서는 안 된다. 임명권자에게 인간적인 의리를 느낄 수는 있어도 법률상 직무를 그 의리 아래 둘 수는 없다. 권력자의 눈치를 살펴 결론을 정하는 사람이라면 반부패기관의 수뇌부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된다.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경력, 판사와 검사를 지냈다는 이력, 법을 가르친다는 직함도 공직자의 양심을 대신하지 못한다. 오히려 법과 절차를 잘 아는 사람이 본분을 저버렸다면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경찰 수사는 누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 밝히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대통령 관저 회동과 사건 지연, 사전회의, 의결서 수정, 실무진 배제 사이에 어떤 연결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권익위의 독립적인 심의 절차가 권력을 위해 훼손됐다면 그 책임을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물어야 한다. 권익위 간판에는 아직도 ‘청렴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그 문구를 다시 사용할 수 있으려면 먼저 권익위 내부에서 벌어진 일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반부패기관의 신뢰는 홍보 문구나 사과문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권력 앞에서 법을 굽힌 사람이 누구인지 가려내고 그에 맞는 책임을 묻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2026-07-20 1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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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대출·공급 한꺼번에 논의…부동산 정책 분기점 온다
[경제일보]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을 앞두고 공개 토론 절차에 들어간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보유세와 거래세, 대출 규제, 공급 확대 등 부동산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정하는 과정으로 읽힌다. 집값 상승 지역이 다시 늘고 전세 부담도 커지는 상황에서 ‘똘똘한 한 채’ 쏠림과 다주택자 과세, 실수요자 금융지원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13일 업계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3일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한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는 14일 공급, 금융위원회는 15일 금융, 재정경제부는 16일 세제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연다. 정부는 부처별 토론에서 나온 의견을 모아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한 뒤 정책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세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부동산 보유세의 적정 수준과 실거주 1주택자와 비거주·다주택자 간 차이 여부, 보유세와 거래세의 관계, 보유세수 활용 방안 등을 핵심 쟁점으로 제시했다. 세율을 일부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주택 보유와 거래에 대한 과세 원칙을 다시 정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선 종합부동산세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 거론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을 과세표준에 반영하는 비율로 이를 높이면 세율을 그대로 두더라도 종부세 부담이 커진다. 문재인 정부 당시 95%까지 올랐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60%로 낮아진 바 있다. 이를 다시 높이면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다. 양도소득세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 혜택 축소가 쟁점으로 꼽힌다. 현재는 일정 거주 요건을 채우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장기 실거주가 아닌 절세 목적의 보유까지 같은 혜택을 주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있다. 등록임대사업자 혜택에 대해서는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이후에도 주택을 계속 보유하는 경우 종부세 합산 배제와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장기보유자 공제 역시 핵심 논의 대상이다. 현행 종부세는 5년 이상을 보유하면 기간에 따라 20%까지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15년 이상 보유의 경우 50%까지다. 하지만 고가 주택을 장기간 보유했더라도 실제 거주 여부나 보유 목적에 따라 혜택을 달리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어 폐지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 중과 대상을 2주택자로 넓히거나 고가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기준을 조정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급 절벽 상황에서 세 부담 강화만으로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높이면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기보다 보유를 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거래세를 낮춰 주택이 시장에 나올 통로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미 세제 개편 가능성을 의식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다주택자와 고액 자산가는 부동산 비중을 낮추고 금융자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분야에서는 실수요자 지원과 가계부채 관리 사이의 균형이 핵심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주택 매매 수요를 직접 자극하는 방식보다 전월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는 분위기다. 다만 전월세 금융지원이 확대되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매매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남는다. 청년층 대출 한도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적용받지만 실제 대출 한도에 막혀 주택 구입이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일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인 상황이라 실수요자 지원과 부채 관리 사이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논의는 단기 대책보다 세제 원칙을 다시 정리하는 성격이 강하다. 실거주 1주택자와 투자 목적 보유자를 어떻게 구분할지, 세 부담을 높이면서도 거래를 막지 않을 장치를 어떻게 둘지가 향후 제도 설계의 핵심 쟁점이다. 특히 대토론회는 세금과 대출, 공급을 어떤 조합으로 설계할지 가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투기 수요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고가 1주택자와 은퇴자의 반발이 커질 수 있고 금융지원을 늘리면 실수요자 부담은 줄어들지만 가계부채 관리와 충돌한다. 정부가 공급과 시장 안정, 실수요 보호, 세 부담 형평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제시할지가 향후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가를 변수로 평가된다.
2026-07-13 08: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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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쫓아낸 돈 3200억, 서울 아닌 오사카로 향했다
[경제일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내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 취득 목적으로 송금한 금액은 2억1030만달러, 원화로 약 3191억원이다. 최근 5년 기준 연간 최고치였던 지난해 전체 송금액(5억9050만달러)의 35%에 해당하는 수치로, 현재 속도가 유지된다면 연말 기준 지난해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고강도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다주택 취득 시 적용되는 대출 규제나 중과세를 피해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이 움직인 방향 5년치 추이를 보면 해외 부동산 취득 목적 송금액은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1년 5억8900만달러로 고점을 형성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 임기 중인 2022년 5억4090만달러, 2023년 3억6680만달러로 줄었다. 그러다 2024년 4억1950만달러로 반등한 뒤 2025년 들어 5억9050만달러로 다시 2021년 수준까지 올라섰다. 다만 2025년 연간 수치를 이재명 정부 규제의 결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은 2025년 6월 초로, 연간 수치의 절반가량은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집계됐다. 2025년 상승은 공급 절벽 우려에 따른 시장 기대 심리가 정권 교체 이전부터 이미 형성돼 있던 영향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의 규제 강화 효과는 2026년 올해 수치에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가 열어준 탈출구 해외 부동산이 국내 규제망의 사각지대가 되는 구조는 단순하다. 해외 부동산은 국내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라 다주택자의 국내 주택담보대출은 전면 금지됐고, 대출 한도는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됐다. 갭투자 차단을 위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봉쇄됐다. 이후 서울 전역과 과천·광명 등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도 4년 만에 재시행됐다. 이 조치들은 국내 소재 부동산에 적용된다. 해외 부동산은 이 규제 체계의 적용 범위 밖에 있다. 국내에서 추가 주택을 취득할 때 수반되는 대출 제한과 세금 중과를 해외 부동산에서는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이 투자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역외 과세의 허점 해외 부동산 취득이 세금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해외 부동산 양도차익도 국내 과세 대상이며, 이중과세 방지 협정에 따라 현지 납부 세액을 공제한 뒤 나머지를 국내에서 납부하는 방식이다. 국세청도 역외 탈세 대응을 위해 해외 신탁 신고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조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국가별 과세 체계와 환율 변동에 따른 추가 세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대출 규제와 양도세 중과가 즉각적이고 강제적인 방식으로 작동하는 데 비해, 해외 부동산에 대한 국내 과세 집행은 자진 신고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구조다. 세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행 역량의 한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국내외 규제 부담의 비대칭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본으로의 쏠림: 두 가지 동기 올해 1~4월 국가별 송금액을 보면 미국이 1억1200만달러로 가장 많고, 일본이 3600만달러로 두 번째다. 이 중 일본 투자 증가 속도가 두드러진다. 올해 1~4월 일본 송금액은 지난해 연간 합산액(7770만달러)의 46.3%에 육박했다. 현재 속도라면 일본 단일 국가 송금액만으로도 지난해를 상회할 전망이다. 일본 투자 급증의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는 자산 분산과 환 헤지 수요다.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원화 기준 매입 비용이 낮아진 데다 오사카 등 주요 도시의 경기 회복 기대감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올해 초 오사카에 1억5000만엔짜리 타워맨션을 매입한 A씨는 "원화 자산에만 집중하기보다 자산을 분산하고 싶었다"며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외국인 투자 규제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 비해 안정적인 정치 구도"를 매입 이유로 꼽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국내 규제 회피 수요다. A씨의 발언에서도 드러나듯, 해외 부동산이 국내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 투자 결정의 명시적 배경으로 거론된다. 엔저는 환경 변화에 따라 끝날 수 있지만, 국내 규제 강도가 유지되는 한 이 두 번째 동기는 환율과 무관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빠져나간 자금과 국내 임대 시장 이 자금 흐름이 국내 임대차 시장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올해 들어 해외로 향한 3200억원 가운데 일부라도 국내 임대차 시장에 남아 있었다면 물량 부족이 심화되는 임대 공급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서울 임대차 시장은 전세 물량 감소와 함께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국면에 있다. 매매 수요를 억누를수록 임대차 수요가 늘어나는 한편,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강화와 양도세 중과 재시행이 임대 매물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다주택 보유자 일부가 국내 규제를 피해 해외로 투자처를 옮기면서 국내 임대 공급 기반이 추가로 이탈한다면, 수요 억제 정책의 의도와 실제 임대 시장 여건 사이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규제의 직접적인 효과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부차적인 시장 반응을 함께 살펴야 정책 효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금 유치 경쟁에 나선 해외 업계 이 같은 수요 변화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고 있는 곳은 해외 현지 부동산 업계다. 서울글로벌부동산협회 소속 중개사들은 이달 17일부터 22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태국·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해외부동산 투어를 진행한다. 지난해 말 말레이시아 현지 업체가 쿠알라룸푸르로 국내 공인중개사들을 초청한 지 반년 만이다. 이번에는 태국 파타야와 말레이시아 경제특구 조호바루가 일정에 추가됐다. 협회 관계자는 "자산 여력이 있는 한국인들을 유치하려는 현지 업계의 움직임이 크다"며 "서울은 물론 미국·싱가포르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기대 요인"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내 다주택자를 겨냥한 규제가 이어지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 수요가 당분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하반기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와 공급 관련 입법 처리 여부가 국내 투자 여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그 이전까지는 해외 부동산으로 향하는 자금 흐름이 현재의 속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026-06-05 1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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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막고 세금 올리고 규제 묶고… 카드 다 꺼냈는데 서울 집값은 참여정부 이후 최대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수도권 아파트 가격 오름폭은 2000년대 이후 역대 정권 집권 첫 1년 기준으로 노무현 참여정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대출을 막았다.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세금 중과를 재시행했다. 통상적인 부동산 정책 수단을 집권 첫해 안에 사실상 모두 꺼냈다. 그런데도 시장은 굴하지 않았다. 수치 자체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집값이 정책 변수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 역시 부동산 시장을 오래 지켜본 사람이라면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두 가지 사실을 함께 놓는다고 해서 정책 선택의 책임이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수치에는 불편한 선례가 있다. 참여정부가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 참여정부의 기시감 참여정부(2003~2008)를 기억하는 세대라면 지금의 상황에서 묘한 데자뷔를 느낄 것이다. 당시에도 부동산 불로소득 근절이라는 강한 이념적 지향을 가진 정권이 들어섰고, 10·29 대책(2003년)과 8·31 대책(2005년) 등 굵직한 수요 억제 패키지가 잇달았다.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된 것도 그 시기였다. 그 모든 조치에도 서울 강남 아파트값은 참여정부 5년 내내 상승 곡선을 그었다. 임기 종료 시점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집권 초 대비 두 배 가까이 오른 지역이 적지 않았다. 그 정치적 상처는 2007년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역사에 기록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정치적 유산과 맥이 닿아 있는 인물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겠다는 소신은 취임 이전부터 공개적으로 밝혀온 것이다.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의 문법을 여러 지점에서 닮아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소신이 정책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1년치 데이터와 함께 들여다보면, 어떤 카드가 어떤 순서로 소진됐는지, 그리고 시장은 그때마다 어떻게 응답했는지가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난다. 물려받은 조건 카드를 꺼내기 전에 판세부터 따져야 한다. 윤석열 정부 임기 중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부진했고, 그 여파로 2025~2026년 서울·수도권의 입주 물량 감소가 이미 예고된 상태였다. 공급 절벽 우려는 정권 교체 훨씬 전부터 시장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결정적 선행 변수가 더해졌다. 새 정부 출범 직전 강남3구와 용산구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됐다. 이 결정은 수요 억제의 빗장이 일부 풀린다는 신호로 시장에 읽혔고, 집값은 정권 교체와 함께 상승 기대가 더욱 커지는 방향으로 이미 기울어져 있었다. 새 정부 입장에서는 준비 기간도, 인수위도 없는 상태에서 이 상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판은 기울어진 채로 게임이 시작됐다. 첫 번째 카드: 대출을 막다 이 대통령은 취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카드를 꺼냈다. 가계부채 관리방안이었다. 정책 기반을 다지는 데 통상 수개월이 소요되는 새 정부 초기 일정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행보였다.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으며, 갭투자 차단을 위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봉쇄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및 관련 감독 규정을 동원한 6·27 대책은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 빈틈 없이 짜인 대출 억제 패키지였다. 시장의 응답은 달랐다. 6·27 대책 이후에도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호가는 내려오지 않았다. 이미 수억원대 현금을 보유한 고자산층의 매수를 대출 규제가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시장에서 나왔다. 강남권 일부 단지에서는 오히려 희소성이 부각되며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첫 번째 카드는 시장에 긁힌 자국을 남겼지만, 방향을 바꾸지는 못했다. 두 번째 카드: 공급을 내걸다 대출 규제가 시장에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자 두 달여 뒤 정부는 두 번째 카드를 꺼냈다. 9·7 주택 공급 확대방안에서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수요 억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급을 병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읽혔고, 방향성 자체는 비판받기 어려운 전환이었다. 그러나 대책의 속살을 들여다본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공공 주도의 고밀 개발과 도심 복합사업 중심의 공급 방식이 문재인 정부 시절 이미 내놓았다가 시장의 외면을 받은 방안들과 본질적으로 달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은 강남·마포·용산 같은 선호 입지의 아파트다. 공공분양이나 도심 복합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주거 상품이 그 수요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9·7 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주요 지역 호가는 내려오지 않았고,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대책 전후 수 주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카드 역시 시장을 움직이지 못했다. 세 번째 카드: 규제로 묶다 공급 계획이 시장에 먹히지 않자 정부는 세 번째 카드를 꺼냈다. 서울 전역과 과천·광명 등 12개 인접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일괄 묶는 전방위 규제 지정이었다. 이미 6억원으로 제한된 주담대 한도 위에 추가 상한까지 얹었다. 주택 가격이 25억원을 초과할 경우 대출 상한을 2억원으로, 15억~25억원 구간은 4억원으로 더 낮췄다. 고가 주택을 대출에 기대어 매수하는 경로를 사실상 봉쇄하는 설계였다. 출범 후 네 달여 만에 초강도 대출 규제, 공급 계획 발표, 규제지역 전방위 지정이라는 세 가지 카드를 모두 소진한 셈이었다. 참여정부가 집권 2~3년차에 걸쳐 순차적으로 꺼냈던 카드들을 이재명 정부는 집권 첫해 안에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네 번째 카드: 세금을 올리다 수요 억제 대책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는 역대 정권이 번번이 미뤄온 숙제 하나를 정면으로 끌어안았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의 재시행이다. 「소득세법」 제104조에 근거한 이 조치는 윤석열 정부에서 4년 연속 1년 단위 시행령 유예라는 방식으로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법률에 명시된 세율 조항이 행정부 시행령을 통해 해마다 유예되는 이 방식은 조세 법률주의의 원칙과 긴장 관계에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일부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추가 유예는 없다"고 못 박은 것은, 이런 맥락에서 법 규정의 본래적 효력 회복이라는 의미도 함께 지닌다. 역대 정권이 기득권의 저항 앞에 번번이 물러섰던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 시행의 시장 효과는 단방향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도를 미루고 보유를 이어가거나 매매 대신 임대로 전환할 경우, 매매 시장의 매물 감소와 전월세 시장의 물량 축소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네 번째 카드가 불러온 부작용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완: 1·29 공급 신속화 방안 9·7 대책에 대해 "공급 청사진이 추상적이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올해 1월 후속 공급 계획을 내놨다. 1·29 도심 주택 공급 신속화 방안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과천 경마장 부지, 군부대 이전지, 태릉CC 등 구체적 사업지와 공급 시기를 명시해 전작의 추상성을 상당 부분 보완했다. 공급 계획으로서의 구체성은 높아졌다. 그러나 실행 경로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 사업지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의 협조와 주민 동의를 전제로 한다. 태릉CC는 과거 여러 정부에서 개발 구상이 제기됐다가 주민 반발과 환경 논란으로 번번이 제동이 걸렸던 전례가 있다.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사전 교감 없이 청사진부터 공개하는 방식이 9·7 대책에 이어 1·29 대책에서도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책의 속도와 설득의 절차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하느냐는 결국 실행 결과로 판가름 날 것이다. 임대차 시장에 켜진 경고등 네 장의 카드가 순서대로 소진되는 동안, 압력은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매매 수요를 억누를수록 임대차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이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강화로 임대 매물 자체가 줄어드는 압력까지 겹쳤다. 양도세 중과 재시행으로 매물을 거둬들인 다주택자들이 임대를 통해 수익을 유지하려 할 경우에도 시장에는 반대 효과가 작용한다. 최근 서울 강남권과 마포·용산 일대에서 전세 물량이 줄고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 대부분에게 전·월세 부담은 매매 가격보다 훨씬 즉각적이고 절박한 생계 문제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뉴스가 체감되려면 상당한 자산이 있어야 하지만, 전세금이 수천만원 오르거나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중산층 세입자에게 당장의 위기로 작용한다. 정책이 막아선 매매 시장의 압력이 임대차 시장으로 고스란히 흘러드는 형국이다. 그리고 이 흐름의 이면에는 정책 결정 방식 자체의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비판 부동산 정책의 내용 못지않게 결정 방식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전문가 집단 사이에 적지 않다. 정책의 방향이 대통령 수준에서 사실상 확정된 뒤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이 빈번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양도세 중과 재시행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보완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보면 전문가 집단의 검토나 이해당사자 협의가 사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의사결정 방식이 누적되면 결국 시장은 정책보다 빨리 움직인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부동산 정책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충분한 협의를 거치다 보면 결국 기득권의 저항에 밀려 무력화되는 일이 역대 정부에서 반복됐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종합부동산세가 초기 설계와 달리 헌법재판소 결정과 정치적 타협 과정을 거치며 점차 약화된 사례는 이 논거를 뒷받침한다.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결국 후퇴한다는 학습 효과가 현 정부 내에 축적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어느 쪽이 더 맞는 진단인지는 앞으로 나올 정책의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남은 변수들 네 장의 카드를 소진한 이재명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시장을 움직일 수단은 사실상 세제 개편과 공급 입법으로 좁아졌다. 올 하반기 나올 세제 개편안에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어떤 방향으로 손보느냐에 따라 시장 반응이 달라질 것이다. 세율 인상이나 과세 기준 강화 쪽으로 무게가 실릴 경우 투기 억제 신호로 읽히겠지만, 동시에 매물 잠김과 임대차 시장 압박이 심화되는 부작용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속도를 높일 경우 가계 부채 부담 증가와 함께 매수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은 전세 대출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동전의 양면을 지닌다. 1·29 대책에 포함된 공급 사업들이 현실화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비롯한 관련 입법 과제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의 정치 지형이 협력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공급 계획의 실현 속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참여정부는 가용한 카드를 모두 꺼냈지만 끝내 서울 집값을 잡지 못했고, 그 대가를 임기 말 민심으로 치렀다. 이재명 정부는 그 카드들을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강하게 썼다. 참여정부와 같은 결말을 맞을 것인지, 아니면 세제와 입법이라는 마지막 수단으로 다른 결말을 써낼 것인지 그 답을 쓸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
2026-06-05 15: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