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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BTS 완전체 복귀에 분기 매출 1조 첫 돌파
[경제일보] 하이브가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활동 재개와 월드투어 흥행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BTS를 비롯한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반·공연 활동이 확대되면서 상품(MD)과 팬 플랫폼 위버스도 동반 성장했다. 하이브는 28일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4500억원, 영업이익 170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05.5%, 영업이익은 159.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098억원으로 613%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하이브의 분기 매출이 1조원,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률은 11.8%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2조1483억원, 영업이익은 2294억원으로 집계됐다. 반기 매출이 2조원을 돌파한 것도 처음이다. 실적 성장을 주도한 분야는 공연과 음반이다. 콘서트 등 직접 참여형 매출 가운데 공연 부문은 6477억원, 음반·음원 부문은 3268억원을 기록했다. 공연과 연계해 판매가 늘어난 MD·라이선싱 매출도 310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BTS의 완전체 복귀가 실적 확대의 중심에 섰다. BTS는 복귀 앨범 ‘아리랑(ARIRANG)’을 발표하고 지난 4월부터 월드투어에 돌입했다. 글로벌 음악 데이터 분석업체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아리랑은 미국 내 바이닐과 CD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월드투어는 티켓 매출뿐 아니라 앨범과 MD, 콘텐츠 소비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공연 개최 지역에서 관광과 숙박, 외식 등 연관 소비가 늘면서 ‘BTS 노믹스’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BTS는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쇼에도 출연하며 글로벌 대중성과 영향력을 다시 확인했다. ◆ 7개 팀 밀리언셀러…멀티레이블 성과 확대 BTS 외 아티스트들의 성장도 실적을 뒷받침했다. 올 상반기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CD 앨범 상위 10개 가운데 절반을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가 차지했다. 국내 써클차트 기준으로는 BTS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앤팀, 보이넥스트도어, 투어스, 코르티스 등 7개 팀이 상반기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코르티스는 미니 1·2집으로 누적 판매량 525만장을 넘어섰다. 캣츠아이는 ‘2026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3관왕에 오르며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했다. 하이브는 신인부터 정상급 아티스트까지 활동 성과가 고르게 나타나면서 특정 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멀티레이블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연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12개 팀은 상반기 119회의 공연을 진행했다. 하반기에는 200회 이상의 공연이 예정돼 있어 연간 공연 횟수는 지난해 279회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공연 확대는 티켓 매출을 넘어 현장 MD와 라이선싱, 도시 연계 행사인 ‘더 시티’ 프로젝트 등으로 수익원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아티스트 활동 증가와 함께 위버스도 성장했다. 2분기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443만명으로 1분기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체 결제액은 전 분기보다 12%, 유료 이용자당 평균 결제액(ARPPU)은 24% 증가했다. 아티스트의 앨범 발매와 공연이 위버스 방문으로 이어지고, 팬들이 멤버십과 콘텐츠, 앨범 및 MD를 구매하는 구조가 강화된 결과다. 하이브는 위버스를 팬 소통 서비스에서 공연·커머스·콘텐츠를 연결하는 종합 팬덤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공연 횟수 증가와 BTS 월드투어, 글로벌 아티스트 활동이 실적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다만 대규모 투어와 신인 육성에 따른 제작비 증가 속에서도 두 자릿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향후 실적 평가의 주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상 하이브 대표는 “2분기 실적은 하이브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선도하고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핵심 수출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비즈니스 혁신과 글로벌 확장 전략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26-07-28 16: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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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토론은 반복되는데 정책의 원칙은 보이지 않는다
[경제일보]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놓고 토론을 거듭하고 있다. 공급과 금융, 세제를 주제로 분야별 토론회를 연 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했다. 며칠 뒤에는 국무총리 주재로 두 번째 토론회가 열렸다. 첫 토론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했거나 의견이 엇갈린 쟁점을 다시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국민 생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무게를 생각하면 정부가 전문가와 시장 참여자,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의견을 충분히 듣지 못해서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오래전부터 나왔다. 투기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요구도 반복됐다. 대출을 조여야 한다는 목소리와 실수요자의 금융 문턱은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자는 방안,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도심 공급을 늘리자는 처방도 이미 여러 차례 검토됐다. 정부가 답해야 할 대목은 서로 충돌하는 요구 가운데 무엇을 우선하고 어떤 기준으로 정책을 운용할 것인지에 있다. 부동산 정책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에서 부담이 생기기 쉽다. 집값 상승세를 꺾으려고 대출을 강하게 제한하면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도 어려워진다. 재건축과 재개발의 사업성을 높여 공급을 늘리면 개발 기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 보유세 부담을 높이면서 양도세까지 무겁게 두면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기보다 버티는 쪽을 택할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정책의 우선순위다. 정부가 집값 하락에 무게를 둘 것인지, 급등을 막으면서 거래가 가능한 시장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인지부터 국민이 알 수 있어야 한다. 가계부채 관리를 앞세운다면 생애 최초 구입자와 실거주 목적의 수요를 어디까지 보호할지도 기준을 세워야 한다. 세금 역시 보유 단계와 거래 단계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부담을 둘 것인지 장기적인 방향이 필요하다. 지난 1년간 나온 대책을 차례로 놓고 보면 시장이 정부의 방향을 쉽게 읽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을 강하게 제한했다. 가계부채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금융 규제였다. 9월에는 수도권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한 달여 뒤에는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고가주택 대출 한도도 더 낮췄다. 올해 들어서는 도심 유휴부지를 활용한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고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한 규제 완화도 추진했다. 집값이 빠르게 오른 지역에는 다시 규제를 적용했다. 최근 토론회에서는 보유세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논의 대상에 올랐다.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정책을 바꿀 때마다 왜 바꾸는지, 어떤 조건에서 다시 조정하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 집값이 어느 정도 오르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지, 규제지역은 어떤 조건에서 지정하고 언제 해제하는지 시장 참여자가 미리 가늠하기 어렵다. 공급 부족을 인정하면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어느 수준까지 풀 것인지도 정리돼 있지 않다. 세금도 앞으로 보유 부담과 거래 부담을 어떤 방향으로 조정할지 장기적인 그림보다 당장의 시장 움직임에 따라 새로운 방안이 계속 등장한다. 국민은 20년, 30년짜리 대출을 안고 집을 산다. 건설사는 몇 년 뒤 시장을 내다보고 토지를 확보하고 사업을 시작한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추진부터 입주까지 십수 년이 걸리기도 한다. 몇 달 뒤 대출 규제가 어떻게 바뀔지, 세 부담이 얼마나 달라질지 알 수 없다면 가계도 기업도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정책의 수명이 짧아질수록 시장 참여자는 정부가 세운 장기 방향보다 다음 대책을 예상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쓰게 된다. 집값이 오르면 대출 규제가 추가될 것으로 보고, 거래가 얼어붙으면 다시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세 부담이 커지면 언젠가 다시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생긴다. 정부 정책이 시장의 기준이 되지 못하고 또 다른 변수가 되는 순간이다. 최근 주택시장 지표도 이런 문제를 가볍게 넘길 수 없게 한다.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한국은행의 7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7까지 올랐다. 2021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4월 104에서 5월 112, 6월 120, 7월 127로 상승했다. 대출 규제와 공급 대책이 잇따르고 부동산 토론회가 계속되는 동안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기대는 오히려 강해졌다. 이미 대출 규제는 상당한 수준까지 강화됐고 규제지역도 확대됐다. 공급 대책도 여러 차례 발표됐다. 그럼에도 시장의 상승 기대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면 규제의 강도만 더 높이는 방식으로는 답을 찾기 어렵다. 시장이 정부 정책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서울과 지방의 사정이 크게 다른 점도 같은 문제로 이어진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에서는 가격 상승을 걱정하지만 지방에서는 미분양과 거래 침체를 걱정하는 지역이 적지 않다. 서울의 과열을 잡기 위한 규제를 지방까지 폭넓게 적용하면 침체를 더 깊게 만들 수 있고, 지방을 살리려고 규제를 풀면 수도권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지역별 상황이 다른 만큼 정부가 어떤 가격 상승률과 거래량, 대출 증가율을 보고 규제를 강화하거나 해제할 것인지 기준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같은 조건에는 같은 잣대가 적용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시장도 정부 정책을 계산에 넣을 수 있다. 세제와 공급도 마찬가지다. 보유세와 거래세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 것인지 장기 방향을 정하고, 공급 정책은 발표한 물량보다 착공과 준공 시점을 중심으로 책임지는 편이 낫다. 몇십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발표보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 실제 집이 시장에 나오는지다. 부동산 정책에서 국민이 바라는 것은 모든 상황에서 같은 규제를 유지하는 일이 아니다. 시장이 달라지면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다만 그 변화가 미리 정한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정부가 세운 원칙도 쉽게 뒤집혀서는 안 된다. 국민의 재산과 주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면 예측 가능성은 더욱 중요하다. 오늘 허용된 일이 내일 어떤 이유로 제한되는지 알 수 없고, 어느 수준에서 규제가 시작되고 끝나는지도 알기 어렵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는 쌓이기 어렵다. 정부는 이미 상당한 의견을 들었다. 국민 의견도 수천 건 접수됐고 전문가들이 공급과 금융, 세제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토론했다. 각 분야에서 서로 다른 처방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충분히 확인했다. 토론이 길어질수록 정부의 책임까지 토론 속에 묻혀서는 곤란하다. 의견을 듣는 과정은 정부가 판단하기 위한 절차다. 의견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판단까지 계속 미룰 수는 없다. 서로 충돌하는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 결과에 책임지는 일까지 정부의 몫이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다음달 어떤 이름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지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대출을 조이고 언제 풀 것인지, 투기 수요와 실수요를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 세금은 어느 방향으로 가져갈 것인지, 공급 계획은 언제 실제 주택으로 이어질 것인지 알고 싶어 한다. 몇 차례 토론회를 더 연다고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정부가 판단하고 기준을 세워야 한다. 한번 세운 기준도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지켜야 한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힘은 대책의 횟수에서 나오지 않는다. 국민이 자신의 집과 대출, 세금을 놓고 몇 년 뒤를 내다볼 수 있도록 정부가 오래 지킬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대로 움직이는 데서 시작된다.
2026-07-28 08: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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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브라질 첫 일정은 수송기 시찰…방산·핵심광물 협력 넓힌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브라질 국빈방문 첫 일정으로 한국 공군이 도입할 C-390 수송기를 시찰했다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미국과 유럽 중심이던 국방 협력을 브라질로 넓히는 동시에 방산과 핵심광물, 공급망을 묶은 남미 경제안보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마친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26일 오후 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 도착했다. 브라질 외교부 관계자와 최영한 주브라질대사 등이 공항에서 이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이 대통령은 환영행사를 마친 뒤 브라질리아 공군기지에 전시된 엠브라에르의 다목적 수송기 C-390 밀레니엄을 살펴봤다. 기체 제원과 생산·납품 계획을 설명받고 현지에서 교육 중인 한국 공군 조종사 및 정비사들과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과 국방 협력의 첫 시작이라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더 많은 협력을 만들자”고 말했다. 국빈방문 첫 행보로 군용기를 선택하면서 C-390 도입을 단순 구매가 아닌 양국 방산·항공산업 협력의 출발점으로 부각한 것이다. C-390은 브라질 항공기 제조업체 엠브라에르가 개발한 중형 군용 수송기다. 최대 26톤의 화물을 싣고 병력과 장비 수송, 공중 투하, 의무 후송, 재난 구조, 공중급유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비포장 활주로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국은 2023년 공군 대형수송기 2차 사업 기종으로 C-390을 선정했다. 미국 록히드마틴 C-130J 등과 비교해 성능과 가격, 계약 조건, 국내 산업 협력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한국은 C-390을 도입하는 첫 아시아 국가다. 사업 규모는 교육과 예비부품, 지상 지원장비 등을 포함해 총 8830억원이다. 올해 12월 1호기를 시작으로 2027년 12월까지 3대가 한국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3대의 기체 가격만을 합산한 금액이 아니라 후속 지원을 포함한 전체 사업비라는 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엠브라에르는 지난 2월 한국 공군용 첫 C-390이 최종 조립 단계에 들어갔다고 발표했고, 3월에는 초도 비행을 마쳤다. 한국 기업이 일부 부품 공급과 정비 체계 구축에 참여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어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C-390 운용국을 지원하는 정비·부품 거점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29일까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초청에 따른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브라질리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방산과 공급망, 기후·에너지, 첨단산업 분야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 정상은 노동 현장에서 출발해 대통령에 올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올해 2월 한국을 국빈방문했으며, 양국은 정상 간 교류를 이어가며 협력 분야를 넓히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후 상파울루에서 동포 오찬 간담회와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주재한다. 브라질은 남미 최대 경제국이자 한국의 중남미 최대 교역·투자 파트너로, 항공우주와 바이오연료, 농업, 희토류 등에서 협력 여지가 크다. 브라질 방문을 마친 뒤에는 29일부터 칠레,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아르헨티나를 찾는다. 칠레에서는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과 자유무역협정(FTA) 현대화와 구리·리튬 공급망을 논의한다. 아르헨티나 방문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22년 만으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셰일가스와 광물, 통상 협력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라질의 희토류와 칠레의 구리·리튬, 아르헨티나의 셰일가스를 언급하며 “남미 주요 3개국과 경제안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한국 외교의 지평을 글로벌사우스로 확대하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2026-07-27 07: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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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AI 외교 첫 시험대…글로벌 빅테크와 협력 강화 나선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7박 11일간의 해외 순방을 위해 첫 방문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했다. 이번 순방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 협력 확대와 글로벌 투자 유치가 핵심 의제로, 새 정부의 AI 전략과 경제외교 방향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첫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대통령은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한 뒤 현지 도착 즉시 엔비디아, 오픈AI, 앤트로픽, 브로드컴 등 세계 AI 산업을 이끄는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연쇄 면담을 갖는다. 생성형 AI와 반도체, AI 인프라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 수장들과 직접 만나 기술 협력과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는 글로벌 AI 생태계 구축과 산업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행사에서는 국내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 간 양해각서(MOU) 체결도 예정돼 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AI 산업 육성 의지와 국제 협력 비전을 담은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선언은 AI를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을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제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행사에는 이 대통령과 면담하는 글로벌 기업 CEO들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국내 주요 기업인들도 참석한다. 정부와 글로벌 기업, 국내 산업계가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AI 산업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접어든 만큼 이번 순방이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한미 기업인들이 참석하는 만찬도 주재한다. 공식 회담과 별도로 진행되는 이번 만찬에서는 더욱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기업 간 협력 방안과 투자 확대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튿날에는 실리콘밸리 상위 벤처캐피털(VC) 6개사 대표들과 만나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확대와 양국 벤처 생태계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정부는 AI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 스타트업 육성을 미래 성장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만큼,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AI 투자와 글로벌 협력 의지를 강조하고, 글로벌 AI 공급망 핵심 기업들로부터 투자와 협력 등 실질적인 성과를 끌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미국 일정은 새 정부 출범 이후 AI를 중심으로 한 경제외교의 방향성을 가늠할 첫 시험대로 평가된다. 한편 이 대통령은 미국 일정을 마친 뒤 브라질과 칠레, 아르헨티나, 독일을 차례로 방문해 경제협력과 공급망, 에너지, 미래산업 분야 협력을 논의한 뒤 다음 달 3일 귀국할 예정이다.
2026-07-24 14: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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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국민 대토론회, 소통보다 결론과 책임이 중요하다
[경제일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놓고 대대적인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지난 14일부터 사흘 동안 주택 공급과 금융, 세제를 주제로 분야별 토론회를 열었고 2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종합토론회를 주재했다. 당초 100분으로 예정됐던 토론은 세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들을 만큼 들었다. 정부가 이제 보여줘야 할 것은 더 많은 발언과 추가 토론이 아니라 정책의 결론이다. 부동산 정책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영역이다. 집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의 요구가 다르고 서울과 지방의 처지도 같지 않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민과 임대주택 확대를 요구하는 무주택자의 이해도 충돌한다. 세금을 올리자는 주장과 거래를 막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한 자리에서 좀처럼 합쳐지지 않는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은 뒤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접근으로는 어느 결론에도 이르기 어렵다. 국민 의견을 듣는 절차는 필요하지만 정책 결정의 책임까지 국민에게 나눠줄 수는 없다. 정부는 서로 충돌하는 요구 가운데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포기할지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을 설명하고 정치적 부담까지 감당하는 일이 국정 운영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는 토론보다 시간이 더 비싼 자원이 됐다. 서울 아파트값은 7월 셋째 주까지 76주 연속 올랐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6.03% 상승했고 성북구와 강서구, 구로구 등 비강남권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역시 같은 주 0.27% 올랐다. 강남 일부 지역에 머물던 가격 불안이 중저가 지역과 임대차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결론을 미루는 동안 시장은 멈춰 서 있지 않는다. 집을 살 사람은 세금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계약을 늦춘다. 집을 팔 사람은 양도소득세 개편 가능성을 지켜보며 매물을 거둬들인다. 전세대출 규제 강화 가능성이 거론되면 임차인은 대출이 막히기 전에 계약부터 서두른다. 공급 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건설사는 토지 매입과 사업 추진을 미룬다. 정책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도 시장에서는 하나의 정책으로 작용한다.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정보와 현금을 가진 사람은 기다릴 수 있지만 자금 사정이 빠듯한 실수요자는 버티기 어렵다. 결정 지연의 비용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부담한다. 이번 대토론회에서는 낯선 주제가 등장한 것도 아니다. 보유세를 어느 수준으로 올릴지, 실거주 1주택과 비거주 주택을 어떻게 구분할지, 초고가 주택의 기준을 어디에 둘지 의견이 엇갈렸다. 초고가 주택 기준으로 10억원과 30억원, 50억원이 각각 거론됐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생애 한 차례로 제한하는 방안도 나왔다. 전세대출을 줄이되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임차인에게는 선별적으로 지원하자는 제안도 제시됐다. 쟁점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다. 정부가 정해야 할 기준과 수치가 남아 있을 뿐이다. 부동산 세제는 국민의 재산권과 직접 맞닿아 있다. 보유세를 올리면 보유 비용이 커지고 양도소득세를 손질하면 매물의 양과 거래 시점이 달라진다. 취득세는 무주택자가 처음 집을 마련하는 단계부터 영향을 미친다. 세율과 공제 기준을 조금만 바꿔도 누군가에게는 수천만원의 부담이 생긴다. 세금은 여론의 흐름에 따라 수시로 움직일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아니다. 누가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지 법률로 정하고 납세자가 자신의 재산 처분과 주거 계획을 미리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주택을 보유하고도 정책 발표 전후에 따라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면 조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 대출 규제도 마찬가지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잔금대출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다. 한 가구의 이사와 결혼, 자녀 교육, 노후 계획이 걸려 있다. 계약 당시 가능했던 대출이 잔금 지급 직전에 막히면 국민은 집을 포기하거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정부가 대출 기준을 바꿀 수는 있다. 가계부채와 집값을 관리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할 필요도 생긴다. 그러나 예고 기간과 경과조치 없이 정책 변경의 비용을 계약 당사자에게 넘길 권한까지 정부가 가진 것은 아니다. 기존 계약을 어디까지 보호할지, 어떤 사람을 실수요자로 볼지, 예외를 어느 범위에서 인정할지 정책 발표와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 공급 문제는 더 단순하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몇 년 뒤까지 몇십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총량이 아니다. 어느 지역에서 언제 인허가가 끝나고 착공과 준공은 언제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 공급 예정 물량은 삽을 뜨기 전까지 주택이 아니다. 준공과 입주로 이어지지 못한 공급 계획은 가격 불안을 잠시 달래는 발표문에 그친다. 정부가 할 일은 공급 확대의 당위성을 다시 토론하는 것이 아니다. 사업이 늦어지는 지구를 찾아 보상과 인허가, 기반시설 설치가 어디에서 막혔는지 밝히고 부처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별로 처리 기한을 정해야 한다. 지연이 반복되면 담당 기관과 책임자가 설명해야 한다. 이번 대토론회가 정책 전환의 출발점이 되려면 정부는 적어도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먼저 부동산 정책의 목표부터 정해야 한다. 집값을 일정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것인지, 단기간 급등을 막겠다는 것인지,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인지 정부의 우선순위가 보여야 한다. 집값과 가계부채, 주택 공급, 전월세 안정을 한꺼번에 내세우면 정책수단이 서로 충돌한다. 대출을 강하게 조이면 가계부채는 줄일 수 있지만 현금 보유자에게 유리한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 규제를 풀면 장기적으로 입주 물량이 늘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해당 지역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정부는 무엇을 먼저 잡을지 선택해야 한다. 정책 발표와 시행 시점도 제시해야 한다. 세제 개편안을 언제 국회에 제출할지, 금융 규제는 어느 날짜부터 어떤 계약에 적용할지, 공급 사업은 지구별로 언제 착공하고 입주할지 공개해야 한다. “검토하겠다”는 말이 반복될수록 국민은 정부 발표보다 시장의 소문을 먼저 믿게 된다. 책임을 맡은 사람도 드러나야 한다. 공급 일정은 국토교통부가 책임지고 대출 규제는 금융위원회가 맡아야 한다. 세제 개편은 재정경제부가 설명해야 한다. 부처 간 정책이 충돌하면 국무총리와 대통령실이 조정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했을 때 시장 상황과 전임 정부, 투기 세력만 탓해서는 책임 행정이 성립하지 않는다. 정부는 정책 시행 뒤 평가 기준도 공개해야 한다. 집값 상승률 하나만 놓고 성공과 실패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주택 인허가와 착공, 준공 물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이 줄었는지, 전세대출 축소로 월세 부담이 커지지 않았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분기마다 이행 상황을 공개하고 목표에서 벗어난 정책은 수정해야 한다. 법률과 행정에는 권한을 행사한 사람이 책임을 진다는 원칙이 따른다. 정책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 정부가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국민 여론에 돌릴 수는 없다. 국민 대토론회에서 다수가 찬성했다는 이유로 잘못된 정책의 책임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반대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고 해서 정책 실패가 면책되는 것도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토론회에서 “공직자의 최대 덕목은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비난과 갈등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 발언이 대토론회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토론회를 한 차례 더 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정한 목표와 기준을 국민에게 알리고 정책의 효과가 예상과 다를 때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일이다. 정책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면 필요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담당자가 설명해야 한다. 정부는 오는 27일 총리 주재 토론회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쟁점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추가 토론이 결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마지막 점검이라면 의미가 있다. 토론 뒤에도 결론과 일정이 나오지 않는다면 국민 대토론회는 정책 결정을 미루기 위한 긴 회의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국민은 이미 집값과 전셋값, 대출이자와 세금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고 있다. 무주택자는 오르는 집값을 보며 불안을 호소하고 집을 가진 사람은 또다시 세제가 바뀔까 걱정한다. 청년은 대출 규제 앞에서 주거 계획을 다시 세우고 건설사는 수익성을 계산하며 사업을 멈출지 결정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더 물어야 할 질문은 많지 않다. 이제까지 나온 의견 가운데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버릴지 정해야 한다. 시행 시점을 못 박고 담당 부처와 책임자를 밝혀야 한다. 정책이 실패했을 때 누가 어떤 방식으로 수정할지도 제시해야 한다. 소통은 결론을 늦추는 면허가 아니다. 국민이 의견을 냈다면 정부는 선택해야 한다. 선택했다면 설명해야 하고 시행했다면 책임져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신뢰는 토론 시간이나 참석자 수에서 생기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 기준과 지켜지는 일정, 책임지는 사람의 이름에서 생긴다.
2026-07-24 07: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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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의 한국행, 공짜 투자는 없다
[경제일보] 미국 빅테크의 투자를 한국으로 끌어오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등을 만난다.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기업 총수들도 함께한다. 청와대는 단순한 양해각서를 넘어 전략적 제휴, 장기계약, 실질적인 투자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출국을 앞두고 이번 방문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늘리는 자리가 아니라 미국 기업이 한국 투자를 강화하도록 만드는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브로드컴과 오픈AI, 앤트로픽, 엔비디아 등을 상대로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국이 미국 빅테크에 돈을 들고 찾아가는 외교에서 미국의 자본과 기술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외교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의미다. 방향은 옳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업 기반, 빠른 통신망, 높은 교육 수준을 갖고 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도 반도체와 기계·장비 수출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건설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 경제를 떠받쳤다는 것은 한국 산업의 힘과 약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반도체는 강하지만, 국내 투자와 내수의 온기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와 연구소, 클라우드 거점을 유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투자는 애국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엔비디아와 오픈AI가 한국을 좋아해서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정상과 기업인이 악수했다고 공장이 세워지는 것도 아니다. 기업은 전력 가격과 공급 안정성, 인허가 속도, 세금, 인재, 시장 접근성, 데이터 규제를 계산한다. 한국이 경쟁국보다 더 나은 수익과 더 적은 불확실성을 제공하지 못하면 빅테크의 돈은 미국이나 일본, 싱가포르, 중동으로 향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내줘야 할까. 먼저 내줄 것은 속도다. 공장을 짓고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까지 몇 년씩 허가를 기다려야 하는 나라에 초대형 투자가 들어오기 어렵다. 환경과 안전 기준을 낮추라는 뜻이 아니다.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돌며 같은 서류를 반복해서 내는 행정,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해석이 달라지는 규제, 허가 일정을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 빅테크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엄격한 규제보다 예측할 수 없는 규제다. 두 번째로 내줄 것은 전력과 기반시설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반도체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막대한 전기와 냉각용수, 통신망, 변전소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외치면서도 송전망 건설과 전력 공급 결정을 미룬다면 투자 유치 구호는 공허해진다. 전력을 기업에 싸게 퍼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이 부담할 비용과 정부가 구축할 기반시설,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전력조달 방식, 지역사회에 돌아갈 이익을 사전에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세 번째는 시장이다. 미국 빅테크가 한국에 데이터센터와 연구개발 거점을 두면 정부와 공공기관, 금융·의료·제조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공공부문의 AI 도입을 국내 기업 보호라는 명분 아래 무조건 막아도 안 되고, 반대로 해외 플랫폼에 통째로 넘겨서도 안 된다.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공동으로 제품을 만들고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세제 혜택도 필요하다. 경쟁국들이 법인세 감면과 부지, 전력, 정책금융을 한 묶음으로 제공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시장원리를 외치며 빈손으로 기다릴 수는 없다. 다만 보조금은 투자 발표가 아니라 투자 이행에 지급해야 한다. 공장 착공과 고용, 국내 조달, 공동 연구개발 등 약속이 실제 집행되는 단계마다 혜택을 나누는 방식이 옳다. 일자리도 기술도 남기지 않는 서버 건물 하나를 유치하기 위해 세금과 전력을 무제한 제공하는 것은 투자 유치가 아니라 임대업에 가깝다. 내주지 말아야 할 것도 분명하다. 첫째는 데이터 주권이다. 의료와 금융, 공공행정, 산업기술 데이터가 해외 기업의 폐쇄된 플랫폼 안에 갇히면 한국은 AI를 사용하는 나라는 될 수 있어도 AI를 통제하는 나라는 되기 어렵다. 민감정보의 저장 위치와 처리 방식, 제3국 이전, 정부의 감독권은 협상 가능한 부수 조건이 아니다. 둘째는 규제 면책특권이다. 빅테크의 투자가 크다고 해서 개인정보 보호나 공정경쟁, 저작권, 소비자 보호 기준까지 면제해서는 안 된다. 국내 기업에는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면서 해외 기업에는 투자 유치를 이유로 예외를 준다면 시장은 기울어진다. 규제는 단순해야 하지만 공평해야 한다. 셋째는 국내 산업의 성장 기회다. 미국 빅테크가 한국 시장과 전력, 데이터를 이용하면서 국내 클라우드·소프트웨어·AI 스타트업을 하청업체로만 남겨서는 안 된다. 투자 협약에는 국내 기업의 공급망 참여, 대학·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 국내 인재 채용과 교육, 한국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이 포함돼야 한다. 한국이 제공한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가 모두 본사로 빠져나가는 구조라면 투자액이 아무리 커도 국익은 작다. 노자는 ‘도덕경’ 36장에서 “장차 얻으려면 먼저 주어야 한다(將欲取之 必固與之)”고 했다. 투자를 얻으려면 한국도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한다. 문제는 많이 주느냐 적게 주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다. 한국이 줘야 할 것은 신속한 행정과 안정적인 전력, 예측 가능한 세제, 매력적인 시장이다. 내줘서는 안 될 것은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과 공정한 경쟁질서, 국내 산업이 성장할 몫이다. 전자는 투자의 기반이고, 후자는 국가의 주권이다.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빅테크 투자 유치는 막대한 보조금으로 외국 기업의 건물과 서버를 대신 지어주는 사업으로 전락한다. 정부는 이번 정상외교의 성과를 투자금액 한 줄로 발표해서는 안 된다. 어느 지역에 무엇을 짓는지, 전력과 물은 누가 얼마를 부담하는지, 국내 기업은 어떤 공급망에 참여하는지, 몇 명을 고용하고 어떤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지까지 공개해야 한다. 투자 유치의 성적표는 협약서에 적힌 달러가 아니라 한국에 남은 기술과 일자리, 세수와 수출로 작성돼야 한다. 미국 빅테크의 한국 투자는 구걸할 대상도, 두려워할 대상도 아니다. 국가와 기업의 이해관계를 맞추는 거래다. 한국은 반도체와 제조업, 시장과 인재라는 귀한 카드를 갖고 있다. 그 카드를 헐값에 내주지 않으면서도 상대가 들어올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빅테크를 불러오는 데 공짜 점심은 없다. 그렇다고 식당과 주방까지 넘길 필요도 없다. 문은 열되 집문서는 지키는 협상, 그것이 AI 정상외교가 갖춰야 할 국익의 원칙이다.
2026-07-24 07: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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