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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오픈AI 협력, '칩 이후' 설계해야
[경제일보] 삼성전자와 오픈AI의 관계가 흥미로운 단계로 들어섰다. 삼성은 오픈AI가 필요로 하는 첨단 반도체를 만들고, 동시에 오픈AI가 만든 인공지능을 회사 안에서 대규모로 사용한다. 한쪽에서는 공급자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고객이다. 글로벌 AI 산업의 가치사슬이 얼마나 빠르게 뒤섞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오픈AI는 지난 9일 서울에서 삼성전자와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 협력이 진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기술이나 생산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역시 고객 관련 사안이라며 세부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계기로 시작된 양사의 관계가 메모리 공급을 넘어 차세대 칩 연구·생산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 오픈AI의 설명이다. 반대 방향의 거래도 이미 크게 열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국내 전 임직원과 전 세계 DX부문 직원에게 ChatGPT Enterprise와 Codex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오픈AI는 이를 자사의 역대 최대 규모 기업 도입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연구개발과 제조, 소프트웨어 개발, 제품기획과 마케팅까지 사용 영역도 넓다. 한국 기업들의 AI 도입 속도는 더 가파르다. 오픈AI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기업·기관의 ChatGPT Enterprise 이용자는 1년 전보다 약 28배 늘었다. 불과 1년 사이 생성형 AI가 일부 개발자의 실험도구에서 기업 업무의 기반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모두 반길 일이다. AI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삼성이라고 예외일 이유가 없다. 기업은 국적이 아니라 성능과 생산성을 보고 도구를 선택해야 한다. 오픈AI가 삼성의 반도체를 필요로 하듯 삼성도 오픈AI의 모델과 개발도구를 활용해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고 업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에서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삼성은오픈AI에 무엇을 팔고, 오픈AI를 쓰면서 무엇을 자기 것으로 남길 것인가." 이번 협력의 진짜 쟁점은 여기에 있다. 한국은 AI 시대의 핵심 생산국이다. 오픈AI와 삼성이 지난해 맺은 협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스타게이트에 필요한 첨단 메모리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오픈AI가 예상한 메모리 수요는 웨이퍼 투입량 기준 월 최대 90만장에 달한다. 삼성은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까지 갖춘 몇 안 되는 종합 반도체 기업이기도 하다. AI 붐이 거세질수록 이런 생산능력의 가치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칩 공급자’라는 역할 자체를 낮춰 볼 이유는 없다. 세계가 원하는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은 한국 산업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힘이다. AI 서버 한 대도 메모리와 반도체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문제는 거기에서 가치사슬이 끝날 때다. 삼성이 첨단 칩을 공급하고 그 칩 위에서 돌아가는 AI 모델과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다시 해외 플랫폼에서 사오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한국은 AI 시대에도 익숙한 위치에 머물 수 있다. 제조는 강하지만 플랫폼은 약하고, 부품은 팔지만 서비스를 사는 구조다. 반도체와 AI 소프트웨어의 사업 구조는 다르다. 반도체는 생산해 납품하면 매출이 발생한다. 기업용 AI는 고객의 업무 안으로 들어가 매일 사용된다. 개발자가 코드를 짜고 연구원이 자료를 분석하며 생산현장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플랫폼은 업무 방식 자체의 일부가 된다. 사용이 늘수록 생태계와 개발 경험, 서비스 매출이 함께 쌓인다. 때문에 AI 플랫폼 기업들은 오히려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오픈AI는 모델 개발에 머물지 않고 브로드컴과 자체 AI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다. 9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직접 개발한 AI 모델을 자체 칩 설계에도 활용했고 이미 테이프아웃 단계까지 진행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칩이라는 하드웨어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이 움직임은 삼성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픈AI가 모델에서 칩으로 내려오고 있다면 삼성은 칩에서 AI로 올라가야 한다. 이 말은 삼성이 오픈AI와 경쟁할 범용 초거대 모델을 당장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이미 앞서 있는 글로벌 플랫폼을 그대로 복제하자는 것도 아니다. 더 현실적인 목표가 있다. 오픈AI의 AI를 삼성 내부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삼성만이 가질 수 있는 AI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다. 반도체 공정을 예로 들어보자. 수율이 왜 떨어지는지, 어느 장비에서 어떤 이상이 발생하는지, 공정조건을 어떻게 바꾸면 불량률이 낮아지는지에 대한 경험은 삼성의 생산현장에 있다. 수십 년간 축적한 제조 노하우는 범용 AI 기업이 돈을 주고도 단숨에 얻기 어려운 자산이다. ChatGPT와 Codex를 활용해 엔지니어의 일을 빠르게 만드는 것은 첫 단계다. 그 다음은 그 도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공정지식과 엔지니어링 경험을 AI 기술로 바꾸는 일이어야 한다. 생산 최적화와 반도체 설계, 품질관리와 장비 유지보수에 특화된 AI 역량이 삼성 내부에 남아야 한다. 그래야 AI 사용료가 비용으로 끝나지 않고 경쟁력으로 전환된다. 이 대목에서 지난해 삼성SDS와 오픈AI가 맺은 협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SDS는 스타게이트 AI 데이터센터의 설계·구축·운영뿐 아니라 오픈AI 모델을 기업 업무에 도입하려는 고객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구축·운영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이 단순히 오픈AI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용 AI 사업에 참여할 통로도 이미 열려 있다는 뜻이다. 이 방향을 더 키워야 한다. 삼성·오픈AI 협력의 성적표가 ‘삼성이 HBM을 얼마나 팔았는가’와 ‘삼성 직원이 ChatGPT를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가’라는 두 숫자로만 남아서는 부족하다. 차세대 칩을 함께 연구하면서 어떤 설계 역량을 쌓았는지, AI를 제조현장에 적용하면서 어떤 독자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삼성SDS가 기업용 AI 시장에서 얼마나 새로운 사업을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한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외부 기술의 활용과 내부 역량의 축적이 함께 가야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노붐 오르가눔’에서 ‘지식과 인간의 힘은 서로 같은 것’이라고 했다. 원인을 알지 못하면 원하는 결과도 얻을 수 없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네 세기가 지난 AI 시대에도 산업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술을 사용하는 것과 그 기술을 이해하고 자기 능력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오픈AI의 뛰어난 AI를 쓰는 것은 경쟁력이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 외부 AI 없이는 핵심 업무를 개선하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 기술과 사람이 자라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른 종류의 의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글로벌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그 위에 자신의 데이터와 업무지식,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쌓는다면 협력은 산업 역량을 키우는 지렛대가 된다. 때문에 삼성·오픈AI 관계를 ‘누가 누구에게 종속되느냐’는 식으로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이 기회다. 오픈AI에는 삼성의 메모리와 반도체 제조능력이 필요하다. 삼성에는 최전선 AI 모델과 개발도구가 필요하다. 서로 필요한 것이 분명할 때 협상력도 생긴다. 중요한 것은 이 교환의 끝이다. 칩을 팔아 매출을 얻고 AI를 사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까지는 좋은 거래다. 하지만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은 그 거래가 끝난 뒤 무엇이 남았는지에 달려 있다. "삼성 내부에 AI를 이해하고 설계할 사람이 남았는가.", "제조 노하우가 독자적인 AI 역량으로 바뀌었는가.", "오픈AI와 함께 만든 경험이 삼성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이어졌는가." 이 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ChatGPT Enterprise 이용자가 1년 만에 28배 늘었다는 숫자도 같은 의미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이 AI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빨리 늘어나는 것과 AI 산업이 빨리 성장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AI를 많이 쓰는 나라와 AI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파는 나라는 다르다. 한국이 후자로 가려면 삼성 같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제조기업이 글로벌 AI를 가장 빨리 도입하고, 그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을 다시 제조 AI와 기업용 서비스로 만들어낸다면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라는 강점을 AI 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다. 삼성과 오픈AI의 협력 확대를 반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픈AI가 삼성의 칩을 더 많이 사는 것도 중요하다. 삼성 직원이 오픈AI의 AI를 더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협력의 궁극적인 성적표는 다른 곳에 있어야 한다. 삼성이 칩을 팔고 AI를 사는 동안, 삼성과 한국에 어떤 AI 기술과 사업이 새로 남았는가. 공급자와 고객 사이에는 아직 넓은 공간이 있다. 삼성·오픈AI 협력이 그 공간을 한국의 기술과 사람, 서비스로 채우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좋은 기술협력은 많이 사고 많이 파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거래가 끝난 뒤 서로에게 없던 능력이 남을 때 비로소 전략적 협력이 된다.
2026-09-10 09: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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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TPU 일부 삼성 품으로…AI칩 공급망 다변화에 2나노 시험대
[경제일보] 구글이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일부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의 첨단 공정 생산능력이 AI 수요로 빠듯해지면서 빅테크가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흐름으로 풀이된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미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 등에 따르면 구글은 코드명 ‘아이스피시(Icefish)’로 불리는 10세대 텐서처리장치(TPU)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칩은 미디어텍과 협력해 설계 중이며 이르면 2028년 양산에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PU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가속기다. 구글 검색, 유튜브, 클라우드, 제미나이 등 대규모 AI 서비스 운영에 쓰이는 핵심 인프라다. 구글은 그동안 TPU 생산을 주로 TSMC에 맡겨왔지만 AI 모델 학습과 추론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체 칩 물량 확대와 생산 파트너 다변화 필요성이 커졌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삼성전자가 전체 칩이 아니라 메모리 입출력 다이(I/O Die)를 맡을 가능성이다. 보도에 따르면 TPU의 핵심 연산 다이는 TSMC가 1.4나노 공정에서 생산하고 삼성전자는 연산 다이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연결하는 메모리 인터페이스 부품을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AI 반도체에서 메모리 I/O 다이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대형 AI 모델은 막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쓰는 능력이 성능을 좌우한다. 연산 칩이 아무리 빨라도 HBM과의 데이터 이동이 막히면 전체 효율이 떨어진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구글의 검토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는 중요한 기회다. 삼성 파운드리는 첨단 공정에서 TSMC를 추격해왔지만 수율과 대형 고객 확보에서 줄곧 시험대에 서 있었다. 구글 TPU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2나노 공정의 제조 역량과 AI 칩 패키징 경쟁력을 동시에 입증할 수 있다. 특히 HBM과 로직 반도체를 함께 다루는 구조는 삼성의 종합 반도체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다. 최근 삼성 파운드리는 대형 고객 확보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와 차세대 AI6 칩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22조8000억원대로, 삼성 파운드리 역사상 의미 있는 대형 수주로 평가됐다. 여기에 구글 TPU 일부 생산 논의까지 이어질 경우 삼성의 첨단 파운드리 신뢰도 회복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구글 입장에서도 전략적 의미가 있다. AI 인프라 경쟁이 엔비디아 GPU 중심에서 빅테크 자체 칩 경쟁으로 넓어지면서 안정적인 생산능력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됐다. TSMC 의존도를 낮추고 삼성, 인텔 등 대체 파트너를 검토하는 것은 비용과 공급 리스크를 동시에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과도한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 보도 내용은 계약 확정이 아니라 논의와 검토 단계다. 실제 양산까지는 설계 변경, 공정 검증, 수율 확보, 패키징 테스트, 고객 승인 등 여러 관문이 남아 있다. 2028년 양산 목표 역시 개발 일정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이제 시장 시선은 삼성의 2나노 수율과 고객 대응력에 쏠린다. AI 반도체 고객은 성능뿐 아니라 안정적 공급, 전력 효율, 패키징 완성도, 장기 생산능력을 함께 본다. 구글이 삼성에 일부 역할을 맡긴다면 그것은 단순한 보조 생산이 아니라 TSMC 일극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신호가 될 수 있다.
2026-06-12 09: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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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MS 자체 AI칩 '마이아' 사용 논의…엔비디아 의존 낮춘다
[경제일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 ‘마이아’를 앤트로픽에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성사되면 MS가 자체 AI칩을 외부 대형 AI 모델 개발사에 제공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로이터는 21일(현지시간)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을 인용해 앤트로픽이 MS가 설계한 AI칩 기반 서버를 임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최종 타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MS와 앤트로픽은 해당 보도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논의 대상은 MS의 최신 AI 가속기 ‘마이아 200’이다. MS는 지난 1월 마이아 200을 공개하며 대규모 AI 추론 작업에 특화된 자체 칩이라고 설명했다. 마이아 200은 TSMC 3나노 공정 기반으로 제작됐고 FP4 기준 10페타플롭스 이상, FP8 기준 5페타플롭스 이상의 연산 성능을 제공한다고 MS는 밝혔다. 또 표준 이더넷 기반 네트워크로 최대 6144개 AI 가속기 클러스터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앤트로픽이 마이아 200을 사용하게 될 경우 주된 용도는 클로드 모델의 추론 작업이 될 전망이다. 추론은 이미 학습된 AI 모델이 이용자 질문에 답변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이용량이 빠르게 늘어날수록 추론 비용은 AI 서비스 운영비의 핵심 부담이 된다. 대형 AI 기업들이 엔비디아 GPU뿐 아니라 자체 칩과 클라우드 전용 가속기를 병행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앤트로픽은 이미 아마존과 구글의 자체 칩 생태계를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은 앤트로픽의 주요 투자자이자 클라우드 파트너이며 앤트로픽은 AWS의 트레이니움·인퍼런시아 계열 칩을 활용해왔다. 구글과도 협력을 확대해 차세대 TPU 기반 다중 기가와트 규모 컴퓨팅 용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구글·브로드컴과의 협력을 발표하며 2027년부터 차세대 TPU 용량을 순차적으로 확보한다고 밝혔다. MS와의 협상이 성사되면 앤트로픽은 아마존, 구글, MS 등 3대 클라우드 사업자의 자체 AI칩을 모두 활용하는 주요 AI 모델 개발사가 된다. 이는 단순한 서버 임대를 넘어 AI 인프라 조달 전략의 다변화를 뜻한다. 엔비디아 GPU는 여전히 학습과 고성능 추론의 중심이지만 공급 부족과 높은 비용 때문에 AI 기업들은 자체 칩과 전용 가속기를 함께 사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MS에도 의미가 크다. MS는 지난해 앤트로픽, 엔비디아와 전략적 협력을 발표하며 앤트로픽이 클로드 모델을 애저에서 확장하고 300억달러 규모의 애저 컴퓨팅 용량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협력은 엔비디아 시스템 기반 애저 인프라가 중심이었다. 이번 마이아 논의는 MS가 단순 클라우드 제공자를 넘어 자체 반도체를 외부 AI 기업에 공급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신호가 될 수 있다. MS는 그동안 마이아 칩을 주로 내부 AI 서비스에 활용해왔다. MS는 마이아 200이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 파운드리 모델, 오픈AI 최신 모델 등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와 AI 모델 운영에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체 칩을 외부 고객에게 본격 제공할 수 있다면 구글 TPU, 아마존 트레이니움처럼 클라우드 차별화 수단으로 키울 수 있다. AI 반도체 경쟁 구도도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AI 인프라 시장은 엔비디아 GPU가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추론 수요가 폭증하면서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비용 효율과 공급 안정성을 위해 자체 칩을 키우고 있다. 구글은 TPU를 제미나이와 외부 고객용 클라우드에 활용하고 아마존은 트레이니움과 인퍼런시아를 AWS 고객에게 제공한다. MS가 마이아를 앤트로픽에 공급한다면 후발주자로 평가받던 자체 칩 전략이 외부 검증을 받는 계기가 된다. 다만 단기간에 엔비디아 의존이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 앤트로픽은 MS·엔비디아와의 기존 협력에서 엔비디아 Grace Blackwell과 Vera Rubin 시스템을 활용하는 컴퓨팅 용량도 확보하기로 했다. 프런티어 모델 학습에는 여전히 엔비디아 GPU 생태계와 소프트웨어 스택의 강점이 크다. 마이아 200은 주로 대규모 추론 비용을 낮추고 공급처를 넓히는 보완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아200이 실제 AI 인프라 시장에서 통할지는 가격 대비 성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좌우할 전망이다. AI 칩은 연산 성능만 높다고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모델 최적화, 컴파일러, 네트워크, 메모리 대역폭, 개발자 도구, 운영 안정성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앤트로픽이 차세대 마이아 설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MS가 고객 워크로드에 맞춘 반도체 공동 최적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논의는 AI 경쟁의 중심이 모델 성능에서 인프라 조달 능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클로드 이용량이 늘어날수록 앤트로픽은 더 많은 데이터센터 전력, 칩, 네트워크, 클라우드 용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MS는 마이아를 통해 애저의 원가 구조를 개선하고 외부 AI 고객을 붙잡을 수 있다. 협상이 타결된다면 AI 반도체 시장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엔비디아 독주가 끝났다는 뜻은 아니지만 빅테크 자체 칩이 더 이상 내부 실험용에 머물지 않고 대형 AI 서비스의 실제 운영 인프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MS의 마이아가 앤트로픽 클로드의 추론 비용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2026-05-22 09: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