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사이트
아주일보
베트남
회원서비스
로그인
회원가입
지면보기
[데스크 칼럼] 삼성·오픈AI 협력, '칩 이후' 설계해야
기사 읽기 도구
공유하기
기사 프린트
글씨 크게
글씨 작게
2026.09.10 목요일
흐림 서울 19˚C
흐림 부산 23˚C
흐림 대구 19˚C
흐림 인천 18˚C
흐림 광주 23˚C
흐림 대전 20˚C
흐림 울산 22˚C
흐림 강릉 19˚C
흐림 제주 24˚C
딥인사이트

[데스크 칼럼] 삼성·오픈AI 협력, '칩 이후' 설계해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창원 기자
2026-09-10 09:21:17

차세대 AI 반도체 공동개발·기업용 AI까지 협력 확장

삼성, 핵심 공급자이자 오픈AI 최대급 기업 고객

반도체 매출 넘어 제조 AI·소프트웨어 역량까지 남겨야

사진ChatGPT
[사진=ChatGPT]

[경제일보] 삼성전자와 오픈AI의 관계가 흥미로운 단계로 들어섰다. 삼성은 오픈AI가 필요로 하는 첨단 반도체를 만들고, 동시에 오픈AI가 만든 인공지능을 회사 안에서 대규모로 사용한다. 한쪽에서는 공급자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고객이다. 글로벌 AI 산업의 가치사슬이 얼마나 빠르게 뒤섞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오픈AI는 지난 9일 서울에서 삼성전자와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 협력이 진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기술이나 생산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역시 고객 관련 사안이라며 세부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계기로 시작된 양사의 관계가 메모리 공급을 넘어 차세대 칩 연구·생산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 오픈AI의 설명이다.

반대 방향의 거래도 이미 크게 열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국내 전 임직원과 전 세계 DX부문 직원에게 ChatGPT Enterprise와 Codex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오픈AI는 이를 자사의 역대 최대 규모 기업 도입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연구개발과 제조, 소프트웨어 개발, 제품기획과 마케팅까지 사용 영역도 넓다.

한국 기업들의 AI 도입 속도는 더 가파르다. 오픈AI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기업·기관의 ChatGPT Enterprise 이용자는 1년 전보다 약 28배 늘었다. 불과 1년 사이 생성형 AI가 일부 개발자의 실험도구에서 기업 업무의 기반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모두 반길 일이다.

AI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삼성이라고 예외일 이유가 없다. 기업은 국적이 아니라 성능과 생산성을 보고 도구를 선택해야 한다. 오픈AI가 삼성의 반도체를 필요로 하듯 삼성도 오픈AI의 모델과 개발도구를 활용해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고 업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에서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삼성은오픈AI에 무엇을 팔고, 오픈AI를 쓰면서 무엇을 자기 것으로 남길 것인가."

이번 협력의 진짜 쟁점은 여기에 있다. 한국은 AI 시대의 핵심 생산국이다. 오픈AI와 삼성이 지난해 맺은 협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스타게이트에 필요한 첨단 메모리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오픈AI가 예상한 메모리 수요는 웨이퍼 투입량 기준 월 최대 90만장에 달한다. 삼성은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까지 갖춘 몇 안 되는 종합 반도체 기업이기도 하다.

AI 붐이 거세질수록 이런 생산능력의 가치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칩 공급자’라는 역할 자체를 낮춰 볼 이유는 없다. 세계가 원하는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은 한국 산업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힘이다. AI 서버 한 대도 메모리와 반도체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문제는 거기에서 가치사슬이 끝날 때다.

삼성이 첨단 칩을 공급하고 그 칩 위에서 돌아가는 AI 모델과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다시 해외 플랫폼에서 사오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한국은 AI 시대에도 익숙한 위치에 머물 수 있다. 제조는 강하지만 플랫폼은 약하고, 부품은 팔지만 서비스를 사는 구조다.

반도체와 AI 소프트웨어의 사업 구조는 다르다. 반도체는 생산해 납품하면 매출이 발생한다. 기업용 AI는 고객의 업무 안으로 들어가 매일 사용된다. 개발자가 코드를 짜고 연구원이 자료를 분석하며 생산현장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플랫폼은 업무 방식 자체의 일부가 된다. 사용이 늘수록 생태계와 개발 경험, 서비스 매출이 함께 쌓인다. 때문에 AI 플랫폼 기업들은 오히려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오픈AI는 모델 개발에 머물지 않고 브로드컴과 자체 AI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다. 9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직접 개발한 AI 모델을 자체 칩 설계에도 활용했고 이미 테이프아웃 단계까지 진행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칩이라는 하드웨어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이 움직임은 삼성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픈AI가 모델에서 칩으로 내려오고 있다면 삼성은 칩에서 AI로 올라가야 한다. 이 말은 삼성이 오픈AI와 경쟁할 범용 초거대 모델을 당장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이미 앞서 있는 글로벌 플랫폼을 그대로 복제하자는 것도 아니다. 더 현실적인 목표가 있다.

오픈AI의 AI를 삼성 내부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삼성만이 가질 수 있는 AI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다.

반도체 공정을 예로 들어보자. 수율이 왜 떨어지는지, 어느 장비에서 어떤 이상이 발생하는지, 공정조건을 어떻게 바꾸면 불량률이 낮아지는지에 대한 경험은 삼성의 생산현장에 있다. 수십 년간 축적한 제조 노하우는 범용 AI 기업이 돈을 주고도 단숨에 얻기 어려운 자산이다.

ChatGPT와 Codex를 활용해 엔지니어의 일을 빠르게 만드는 것은 첫 단계다. 그 다음은 그 도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공정지식과 엔지니어링 경험을 AI 기술로 바꾸는 일이어야 한다. 생산 최적화와 반도체 설계, 품질관리와 장비 유지보수에 특화된 AI 역량이 삼성 내부에 남아야 한다. 그래야 AI 사용료가 비용으로 끝나지 않고 경쟁력으로 전환된다.

이 대목에서 지난해 삼성SDS와 오픈AI가 맺은 협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SDS는 스타게이트 AI 데이터센터의 설계·구축·운영뿐 아니라 오픈AI 모델을 기업 업무에 도입하려는 고객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구축·운영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이 단순히 오픈AI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용 AI 사업에 참여할 통로도 이미 열려 있다는 뜻이다. 이 방향을 더 키워야 한다.

삼성·오픈AI 협력의 성적표가 ‘삼성이 HBM을 얼마나 팔았는가’와 ‘삼성 직원이 ChatGPT를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가’라는 두 숫자로만 남아서는 부족하다. 차세대 칩을 함께 연구하면서 어떤 설계 역량을 쌓았는지, AI를 제조현장에 적용하면서 어떤 독자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삼성SDS가 기업용 AI 시장에서 얼마나 새로운 사업을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한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외부 기술의 활용과 내부 역량의 축적이 함께 가야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노붐 오르가눔’에서 ‘지식과 인간의 힘은 서로 같은 것’이라고 했다. 원인을 알지 못하면 원하는 결과도 얻을 수 없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네 세기가 지난 AI 시대에도 산업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술을 사용하는 것과 그 기술을 이해하고 자기 능력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오픈AI의 뛰어난 AI를 쓰는 것은 경쟁력이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 외부 AI 없이는 핵심 업무를 개선하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 기술과 사람이 자라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른 종류의 의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글로벌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그 위에 자신의 데이터와 업무지식,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쌓는다면 협력은 산업 역량을 키우는 지렛대가 된다. 때문에 삼성·오픈AI 관계를 ‘누가 누구에게 종속되느냐’는 식으로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이 기회다.

오픈AI에는 삼성의 메모리와 반도체 제조능력이 필요하다. 삼성에는 최전선 AI 모델과 개발도구가 필요하다. 서로 필요한 것이 분명할 때 협상력도 생긴다.

중요한 것은 이 교환의 끝이다. 칩을 팔아 매출을 얻고 AI를 사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까지는 좋은 거래다. 하지만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은 그 거래가 끝난 뒤 무엇이 남았는지에 달려 있다.

"삼성 내부에 AI를 이해하고 설계할 사람이 남았는가.", "제조 노하우가 독자적인 AI 역량으로 바뀌었는가.", "오픈AI와 함께 만든 경험이 삼성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이어졌는가." 이 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ChatGPT Enterprise 이용자가 1년 만에 28배 늘었다는 숫자도 같은 의미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이 AI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빨리 늘어나는 것과 AI 산업이 빨리 성장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AI를 많이 쓰는 나라와 AI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파는 나라는 다르다. 한국이 후자로 가려면 삼성 같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제조기업이 글로벌 AI를 가장 빨리 도입하고, 그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을 다시 제조 AI와 기업용 서비스로 만들어낸다면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라는 강점을 AI 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다.

삼성과 오픈AI의 협력 확대를 반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픈AI가 삼성의 칩을 더 많이 사는 것도 중요하다. 삼성 직원이 오픈AI의 AI를 더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협력의 궁극적인 성적표는 다른 곳에 있어야 한다.

삼성이 칩을 팔고 AI를 사는 동안, 삼성과 한국에 어떤 AI 기술과 사업이 새로 남았는가.

공급자와 고객 사이에는 아직 넓은 공간이 있다. 삼성·오픈AI 협력이 그 공간을 한국의 기술과 사람, 서비스로 채우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좋은 기술협력은 많이 사고 많이 파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거래가 끝난 뒤 서로에게 없던 능력이 남을 때 비로소 전략적 협력이 된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 더보기
보령
삼성전자
농협
신한카드
KB금융그룹
한화
우리금융
삼성물산
kt
KB금융그룹
한국토지주택공사
현대
사회안전망
기업은행
HD한국조선해양
kb손해보험
컴투스
LG화학
카카오
대신증권
KB국민은행
KB금융그룹
네이버
한미그룹
동국제약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
우리은행_삼성월렛
우리은행
하이닉스
태광
다음
이전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