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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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간판 바꾼 뒤가 더 중요하다…형사사법 개편은 '사후평가'가 필요하다
[경제일보] 오는 10월 2일 검찰청 간판이 내려간다. 1948년 출범한 검찰청은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갈라진다. 공소청은 법무부에, 중수청은 행정안전부에 둔다. 수사와 기소를 조직적으로 나눈다는 것이 이번 형사사법 개편의 뼈대다.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은 이미 제정됐고 개정 형사소송법도 같은 날 시행된다. 하지만 형사사법 개편의 성패를 가르는 날은 10월 2일이 아니다. 그날부터다. 조직을 둘로 나누고 권한을 새로 배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결과 국민이 이전보다 빨리 수사를 받고 제대로 된 처분을 받을 수 있느냐다. 피해자의 기다림은 줄었는지 피의자가 수사기관을 오가는 일은 늘지 않았는지 중대범죄 수사 역량은 유지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우리는 이미 한 차례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생기고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크게 바뀌었다. 그러나 시행 뒤 보완수사와 재수사를 거치면서 사건이 장기화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경찰의 보완수사 사건 가운데 3개월을 넘긴 비율은 2021년 하반기 47.1%였다. 2023년 하반기에도 38.2%였다. 재수사 사건은 그 비율이 한때 60%에 이르렀다. 정부도 결국 제도를 다시 손봤다. 2023년 수사준칙을 개정해 경찰이 고소·고발 사건을 원칙적으로 3개월 안에 수사하도록 하고 보완수사와 재수사에도 3개월의 처리기한을 뒀다.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문제가 제도 변경 2년여 뒤 또 다른 제도 변경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번 개편은 그보다 규모가 크다. 검찰청이라는 하나의 조직을 없애고 수사와 공소 기능을 서로 다른 부처 산하 기관으로 나눈다. 국회는 출범을 불과 보름 앞둔 지난 17일에도 공소청·중수청 관련 후속 법률을 포함한 51개 법안을 처리했다. 제도의 세부 설계가 시행 직전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인력도 아직 완전히 갖춰진 상태가 아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중수청 1차 특례임용 최종 신청자는 1761명이고 2차 신청자는 201명이다. 합치면 1962명이다. 중수청 정원 2874명의 68% 수준이다. 정부는 부족한 인력을 경찰과 변호사, 회계사, 금융·사이버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한 경력채용으로 충원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개편의 성공을 미리 선언하는 것도 실패를 예단하는 것도 아니다. 측정할 준비부터 해야 한다. 시행 전과 시행 후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통계를 만들어 놓고 1년 뒤, 3년 뒤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볼 지표는 어렵지 않다. 사건 접수부터 최종 처분까지 평균 몇 일이 걸렸는지부터 보면 된다. 3개월과 6개월, 1년을 넘긴 사건은 얼마나 되는지 공개하면 된다. 공소청이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요구한 사건이 얼마나 되는지 한 사건이 경찰과 중수청, 공소청 사이를 몇 차례 오갔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피해자에게 처분 결과가 전달되는 기간과 이의신청 처리기간도 비교할 수 있다. 중대범죄 수사에는 다른 지표가 필요하다. 사건 착수부터 송치까지 걸린 기간과 범죄수익 환수 규모, 전문수사 인력 충원율 등을 매년 공개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바뀐 뒤 대형 경제범죄와 부패범죄 수사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도 장기간 추적해야 한다. 몇 건을 잡았다는 숫자 하나보다 수사의 속도와 완결성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통계의 연속성도 확보해야 한다. 조직이 바뀔 때마다 사건 분류와 통계 기준까지 달라지면 개편 전후를 비교하기 어렵다. 2026년 이전 검찰과 경찰의 사건 처리 자료를 기준값으로 삼고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 이후에도 같은 항목을 계속 집계해야 한다. 그래야 3년 뒤 제도가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를 자료로 말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법을 만든 뒤 다시 들여다보는 절차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영국 정부의 2025년 입법 지침은 원칙적으로 법률이 국왕 재가를 받은 뒤 3~5년 안에 담당 부처가 실제 작동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하원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법을 만들 때 제시했던 목표와 실제 결과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다시 따져보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사후평가를 강조한다. 법과 제도는 시행 뒤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처음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OECD는 사회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효과에 불확실성이 큰 제도일수록 사후평가 장치를 처음부터 제도 안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에게도 낯선 개념은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미 사후입법영향분석을 별도 연구하고 효과성과 효율성, 사회·경제적 영향과 예상하지 못한 결과 등을 법 시행 뒤 분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형사사법처럼 국민의 기본권과 일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대수술을 하면서 이런 장치를 얼마나 촘촘하게 준비했느냐다. 정부와 국회는 공소청과 중수청의 출범을 개혁의 종착점으로 볼 일이 아니다. 시행 1년 뒤에는 초기 운영 결과를 공개하고 3년 뒤에는 독립적인 종합평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건 처리기간과 장기미제 사건, 보완수사와 재수사, 기관 간 이첩, 인력과 비용 같은 핵심 지표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편이 타당하다. 형사사법 제도는 정치적 구호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국민에게는 수사기관 이름보다 내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는지가 먼저다. 검찰청 간판을 내리고 두 기관의 간판을 새로 다는 것으로 개편 작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법을 바꾸는 데에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바꾼 법의 결과를 확인하는 데에는 그보다 더 긴 책임이 필요하다. 10월 2일은 검찰청 개혁의 결승선이 아니라 새 형사사법 체제를 검증하는 출발선이어야 한다.
2026-09-22 09: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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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더 큰 수사권 줬다면 통제장치도 함께 세워야
[경제일보]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권한을 나누는 데 있었다. 검찰에 집중됐던 수사·기소 권한을 분산하고 경찰의 독립적 수사 역량을 키우자는 취지였다.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권한을 넘긴 만큼 책임과 통제 장치도 함께 세웠느냐다. 최근 제주에서 벌어진 실종사건 허위 종결은 그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제주서부경찰서 실종팀에서 근무한 한 경찰관은 자신이 처리한 실종사건 298건 가운데 27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1건은 허위 종결로 확인됐다. 실제로 연락하지 않고 소재가 확인된 것처럼 처리하거나, 실종자가 사망했다는 허위 내용을 시스템에 입력해 관리 대상에서 해제한 사례도 드러났다. 기존 허위 종결 사건 당사자 2명은 이후 숨진 채 발견됐다. 다만 이 사건에서 말하는 ‘실종사건 종결’과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행사하는 형사소송법상 ‘불송치 결정’은 같은 제도가 아니다. 전자는 실종신고 관리와 관련된 경찰 업무이고, 후자는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형사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 절차다. 두 제도를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형사사법 개혁과 맞닿는 지점은 분명하다. 경찰의 판단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그 판단을 점검하고 바로잡는 장치도 정교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가 된 초기 사건들은 해당 경찰관의 야간 1인 당직 때 처리됐다. 당시 별도의 보고·검토 절차가 있더라도 전산상 실종 해제는 담당자가 직접 할 수 있었다. 경찰은 논란 이후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입력 내용을 다시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도록 이중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의 일탈로만 정리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찰은 수사기관이면서 거대한 행정조직이다. 내부 위계와 동료 관계가 강한 조직에서는 부실 판단이나 잘못된 관행이 내부에서 충분히 걸러지지 않을 위험이 존재한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도 제 식구 감싸기, 사건 암장, 무단 종결, 증거 은폐·조작, 수사정보 유출, 개인정보 침해를 ‘6대 폐단’으로 지목했다. 외부 감사 확대와 수사 제척사유 강화, 피해자 설명 책임, 부실 수사의 법적 책임 강화도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거치면서 경찰은 일반 형사사건의 1차 수사에서 훨씬 큰 역할을 맡게 됐다. 앞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영역이 더 줄어들수록 경찰 판단의 무게는 커진다. 수사를 시작할지, 더 이어갈지, 불송치할지에 대한 결정 하나가 국민의 권리와 직결된다. 물론 형사사건에는 이미 통제 장치가 있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고소인이나 피해자 등은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검사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불송치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충실히 작동하느냐와, 실종사건처럼 형사 불송치 절차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영역의 공백이다. 그래서 논의의 초점은 ‘경찰에게 권한이 많다’는 데서 멈춰서는 곤란하다. 어떤 판단을 내렸고, 그 판단이 어떻게 기록되며, 누가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지를 촘촘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사건 종결에는 충분한 이유가 남아야 한다. ‘혐의 없음’이나 ‘소재 확인’ 같은 결과만 기록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자료를 확인했고, 어떤 절차를 거쳤으며, 왜 추가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남겨야 한다. 특히 실종·성범죄·아동·가정폭력처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사건은 종결 기준을 더 엄격하게 둘 필요가 있다. 둘째, 고위험 사건에는 내부 결재를 넘어선 점검 장치가 필요하다. 모든 사건을 외부기관이 다시 심사하는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장기 실종이나 중대한 피해 사건, 담당자 단독 판단 비중이 큰 사건은 일정 비율을 표본 감사하거나 외부위원회가 사후 검증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신고자와 피해자에게 종결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형사사건의 불송치에는 법정 이의신청 절차가 있지만 실종사건 등 다른 경찰 업무에서는 재검토 요구 통로가 상대적으로 약한 경우가 있다. 사건이 왜 끝났는지 설명하고, 이의가 있을 때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다시 판단을 요구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려야 한다. 넷째, 부실 처리의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 단순 실수와 고의적 은폐는 구분해야 하지만 허위 기록, 사건 암장, 증거 삭제처럼 중대한 행위는 징계만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형사책임과 지휘 책임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조직도 긴장한다. 고대 로마 공화정은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을 경계했다. 집정관을 두 명으로 두고 임기를 제한한 것도 상호 견제를 제도화하려는 장치였다. 권력은 선의만으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경험에서 나온 제도였다. 현대 형사사법 역시 다르지 않다. 좋은 경찰관이 많다는 믿음과 경찰 권한을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견제 장치는 경찰을 불신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경찰의 판단을 더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다. 이번 제주 사건을 계기로 ‘성인실종법’ 제정 필요성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일반 성인 실종은 아동·치매환자 등에 적용되는 별도 법률의 보호 대상에서 빠져 있어 제도적 공백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실종사건 종결 때 객관적 증빙을 남기고 제3기관이 수사·수색 과정을 점검하는 방안도 논의할 만하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줄였다는 이유로 경찰의 역할 확대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권력분산의 목적은 한 기관의 힘을 다른 기관에 옮겨 싣는 데 있지 않다. 국민의 기본권이 어느 한 조직의 자의적 판단에 좌우되지 않도록 견제와 책임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경찰개혁은 경찰을 약하게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정당한 수사는 흔들림 없이 할 수 있게 하고, 잘못된 판단은 조직 내부와 외부에서 신속하게 걸러내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검찰 권한을 줄이고 경찰의 역할을 키웠다면 책임의 기준 역시 달라져야 한다. 사건을 왜 끝냈는지 기록이 남고, 그 판단이 잘못됐을 때 다시 들여다볼 통로가 작동해야 국민도 경찰의 판단을 신뢰한다. 제주 실종사건이 보여준 것은 한 경찰관의 일탈만이 아니다. 담당자의 잘못된 판단을 제때 걸러내지 못한 시스템의 허점이다. 경찰권이 커지는 시대라면 개혁의 다음 순서는 분명하다. 더 많은 권한에 걸맞은 더 촘촘한 책임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2026-09-09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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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 615명 철회, 준비 안 된 개혁의 대가는 국민이 치른다
[경제일보] 중대범죄수사청에 가겠다고 신청했던 검찰 인력 615명이 막판에 지원을 철회했다. 당초 2376명이던 특례임용 신청자는 1761명으로 줄었다. 신청자의 4명 중 1명꼴이다. 중수청 정원 2874명과 비교하면 최종 신청자는 61.3%에 그친다. 철회자 대부분은 검찰 수사관으로 알려졌다. 중수청이 맡을 부패·경제·마약·방위사업·사이버범죄 등은 숙련된 수사 경험이 필요한 사건들이다. 계좌를 추적하고 압수수색 자료를 분석하며 사건 기록을 다뤄온 실무 인력이 출범 직전에 대거 발을 뺀 셈이다. 정부는 경찰과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을 경력채용하고 공소청 공무원을 상대로 내년 4월 말까지 추가 특례임용을 하겠다고 한다. 중수청은 오는 10월 2일 출범한다. 출범은 10월인데 인력 충원은 내년 4월까지다. 사람을 제대로 채우기도 전에 문부터 열겠다는 얘기다. 1761명도 실제 근무 인원은 아니다. 정부는 근무 희망지와 경력, 전문성 등을 따져 다시 임용 대상을 정한다. 출범 당일 중수청에서 일할 사람은 지금보다 줄어들 수 있다. 숫자를 채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경험 많은 수사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번 철회 과정만 봐도 준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알 수 있다. 검찰 구성원에게 중수청으로 갈지 공소청에 남을지 선택하라고 했지만 철회 시한인 8월 31일까지 공소청 직제는 확정되지 않았다. 어느 기관에서 일할지 결정하라면서 그 기관의 정원과 보직, 근무지, 승진이 어떻게 될지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철회 시한을 앞두고 공소청의 정원 감축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직제안 윤곽이 알려지자 상당수 수사관이 잔류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중수청과 공소청을 만드는 법은 지난 3월 제정됐다. 시행일도 10월 2일로 정했다. 그런데 중수청의 조직과 정원, 인사 기준을 담은 하위법령은 8월 18일에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범 45일 전이었다. 형사소송법은 더 늦었다. 검사의 수사 권한을 없애고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구 절차를 손질한 개정법은 8월 4일 공포됐다. 시행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때였다. 수십 년간 이어온 수사와 기소의 관계를 바꾸면서 현장에서 적용할 법을 출범 직전에야 확정했다. 형사사건은 간판을 바꾸고 사람을 옮긴다고 그대로 이어지는 일이 아니다. 사건을 누가 맡을지,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은 어떻게 이어갈지, 부족한 수사는 어디에 다시 맡길지, 사건 기록과 증거물은 어떻게 넘길지 하나라도 엇박자가 나면 수사가 늦어진다. 수사가 늦어지면 피해자는 기다려야 한다. 증거가 사라질 수 있고 피의자 신병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구속 사건에서는 하루가 피의자의 신체 자유와 직결된다. 정부 조직 하나를 바꾸는 문제와 차원이 다르다. 검찰 개혁의 명분이 준비 부족을 덮어주지는 못한다. 수사와 기소를 나누겠다고 결정했다면 법과 직제, 인사와 전산, 사건 이관 절차를 먼저 갖춰 놓았어야 한다. 사람을 배치하고 실제 사건을 놓고 문제를 확인한 뒤 문을 여는 것이 순서다. 정부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10월 2일이라는 날짜를 먼저 정해놓고 사람과 조직, 절차를 그날에 맞추고 있다. 출범 한 달을 남겨놓고 인력이 흔들렸고 공소청 직제도 늦어졌다. 부족한 인력은 출범 뒤에도 계속 뽑겠다고 한다. 615명 철회는 우연히 튀어나온 숫자가 아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선택을 재촉하자 현장의 사람들이 움직인 결과다. 정부가 중수청 출범에 필요한 조건을 먼저 갖췄다면 이런 대규모 철회가 나왔을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10월 2일 이후다. 중수청과 경찰, 공소청 사이에서 사건이 오가고 보완수사가 늦어지면 피해는 곧바로 국민에게 간다. 정부는 조직을 만들었다고 발표하면 끝이지만 피해자는 사건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개혁의 성패는 검찰청 간판을 예정된 날짜에 내리는 데 있지 않다. 범죄를 제대로 수사하고 피해자를 제때 보호하는 데 있다. 수사가 늦어지고 사건이 밀린다면 이름을 무엇으로 바꿨든 실패다. 준비가 부족하면 일정을 늦추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다. 날짜를 지키기 위해 수사기관부터 열고 부족한 사람과 절차를 뒤에서 채우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졸속이다. 정부가 10월 2일 중수청 간판을 다는 데 성공하더라도 수사가 늦어지고 사건이 표류한다면 그 대가는 정부가 치르지 않는다. 사건 당사자와 범죄 피해자, 결국 국민이 치른다. 615명 철회가 보여준 것은 인력 부족만이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개혁을 밀어붙였을 때 누가 그 비용을 떠안게 되는지다.
2026-09-02 10: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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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보완수사권, 누구를 위해 폐지하나
[경제일보] 김민석 국무총리가 25일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최종 입장이라고 밝혔다. 불과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예외적 경우까지 봉쇄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펴던 것과 정반대다. 대통령은 국회의 숙의를 당부했는데, 총리는 그 숙의를 건너뛰고 결론부터 내놓았다. 정부 안의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국민이 지켜본 셈이다. 이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의 배경을 짚어보면 사정이 드러난다. 8월 17일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다.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줄곧 외쳐온 정청래 전 대표가 당권 경쟁의 한 축에 서 있고, 친명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 총리 역시 그 흐름에서 비켜설 처지가 아니었다. 김 총리의 발표가 나오자 정 전 대표는 곧바로 "환영한다. 국회에서 불가역적으로 완전 폐지할 테니 시행령도 완벽한 폐지로 준비해 달라"고 화답했다. 한 사법 제도의 운명이 정책 토론이 아니라 당내 세력 다툼의 자장 안에서 정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문제는 이 논쟁이 추상적인 권력 다툼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올해 3~4월 일선 검찰청 12곳이 처리한 송치사건 5만5174건 가운데 보완수사를 거친 사건이 2만5152건, 45.59%에 달한다. 송치된 사건 절반가량이 보완수사라는 절차를 통해 다시 검토받았다는 뜻이다. 이 수치가 말해주는 건 단순하다. 보완수사권은 정치인이나 대기업 수사 같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에만 작동하는 권한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적인 분쟁을 처리하는 데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사례 하나를 보자. 전주지검은 최근 지인들에게 해산물 대금과 차용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가로챈 60대 여성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은 처음에 변제 능력이 인정되고 기망 행위가 불분명하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던 사건이다. 검찰이 직접 조사에 나서 이 여성이 이미 채무초과 상태였고 사실상 소득 없이 차용금으로 생활해왔다는 점, 사기죄 처벌 전력이 여섯 번이고 불송치로 끝난 사건이 일곱 건이나 된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비로소 상습 사기의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멈췄더라면 피해자들은 끝내 가해자의 죗값을 묻지 못했을 사건이다. 법조계가 우려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한 현직 검사는 "사건을 수사한 당사자가 자신의 수사 결과가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이를 뒤집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형사 사건을 다뤄온 한 변호사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두고 "경찰 수사에 대한 채점 기능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해도 경찰이 결론을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돌려보내는 사건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이를 교정할 마지막 장치마저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화여대 이창온 교수는 보완수사권이 "기소·불기소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과 책임을 검사에게 두는" 제도적 근거라는 점을 짚으며, 수사 자료를 충실히 살피지 못한 채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은 책임의 원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물론 폐지론에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보완수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실질은 영장 청구와 압수수색, 피의자 조사까지 가능한 수사권이며, 이를 남겨두는 한 검찰의 권한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권력 집중을 막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는 점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이 원칙이 현실의 형사사법 절차에서 어떤 공백을 만들어낼지에 대한 답이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검찰개혁추진단이 검토하던 절충안, 곧 검사에게 참고인 조사와 자료 요청 권한만 주는 '보완조사권'에 대해서도 고려대 장영수 명예교수는 "그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를 재판에 쓸 수 있다면 간판만 바꾼 사기이고, 쓸 수 없다면 해봤자 소용없는 제도"라고 잘라 말했다. 오는 10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형사소송법의 핵심 쟁점을 정리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런데 정부는 정작 정부안조차 내놓지 않은 채 국회에 결론을 떠넘겼고, 그 국회의 논의는 당권 경쟁의 일정에 휘말릴 처지에 놓였다. 검찰 내부에서 "그간의 공청회와 토론은 다 무엇이었느냐"는 반발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제도를 설계하는 책임 있는 주체들이 토론의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형식적 절차만 남겨두려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보완수사권 존폐는 결국 누가 사건 처리의 마지막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로 돌아온다. 그 책임을 어떤 기관에 맡길지는 신중하게 따져볼 일이지만, 적어도 그 논의가 당권을 잡기 위한 셈법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제도가 바뀌면 사건은 다시 사람을 향한다. '동네 언니들'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처럼, 그 사람들 대부분은 정치적 주목을 받지 못하는 평범한 시민들이다.
2026-06-26 10:3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