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8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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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복합 위기', 기본으로 돌아가 체질 개선의 기회 삼아야
[경제일보] 중동의 화염이 다시 세계 경제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확전 우려가 번지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국내 증시는 급락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의 고점을 위협한다. 기름값은 오르고, 수입 원자재 가격은 뛰며, 기업의 채산성은 얇아진다. 성장률 전망치는 내려가고, 물가 상승은 가계의 장바구니를 더욱 무겁게 한다.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오는데 돛은 찢어질 듯하다. 비관론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우리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무역수지와 물가에 파급된다. 환율 급등은 외화 조달 비용을 키우고, 해외 차입이 많은 기업에는 이자 부담을 얹는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출 기업의 마진을 잠식한다. 실물과 금융이 동시에 압박을 받는 형국이다. 그러나 역사는 위기 속에서도 다른 얼굴을 보여 왔다. 1970년대 오일 쇼크는 한국 산업 구조를 중화학 공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됐다. 1997년 외환위기는 혹독했지만 기업 지배구조와 금융 시스템을 정비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위기는 고통을 남기되, 체질을 바꾸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도 긍정의 싹은 있다. 첫째, 에너지 가격 급등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에너지 효율 산업의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높인다. 둘째, 환율 상승은 단기적으로 수입 물가를 자극하지만 수출 기업에는 가격 경쟁력을 부여한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이 환율 효과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충격을 완충할 여지는 있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은 국가로 생산 거점을 옮기려는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 안정성과 제도적 신뢰를 갖춘 한국은 그 수혜 대상이 될 잠재력이 있다. 문제는 이를 기회로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공자는 “군자는 위태로울 때에 그 근본을 돌아본다”고 했다. 위기일수록 원칙과 상식을 붙들어야 한다. 첫째, 물가 관리의 기본은 통화·재정의 절제다. 선심성 지출로 단기 체온만 올리려 하면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키울 뿐이다. 취약 계층에 대한 정밀한 지원은 하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둘째, 에너지 안보를 국가 전략의 최상단에 두어야 한다. 전략 비축유 확충과 수입선 다변화, 장기 계약 확대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동시에 재생에너지, 수소, 원전 등 대체 에너지에 대한 기술 투자와 규제 합리화를 서둘러야 한다. 에너지 효율 혁신은 가장 값싼 ‘새로운 유전’이다. 셋째, 기업의 원가 부담을 덜어 줄 구조적 처방이 필요하다. 관세와 물류 비용을 점검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 내야 한다. 외환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시장 원리를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 투명하게 움직여야 한다. 신뢰는 개입의 빈도가 아니라 일관성에서 나온다. 넷째, 가계의 부담을 줄이는 길은 일자리와 생산성 향상이다. 임시방편의 가격 통제는 부작용이 더 크다. 기업이 투자하고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근본 처방이다. 교육과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성장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 맹자는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몸을 괴롭게 한다”고 했다. 위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여전히 수입 에너지에 기대어 안온함을 누릴 것인가, 아니면 체질을 바꿀 것인가. 금융 시장의 파고는 높지만, 방향을 잃지 않는 한 배는 나아갈 수 있다. 비관은 현실 인식이지만, 체념은 선택이다. 시장은 공포에 과잉 반응하고, 정치는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 그럴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재정의 절제, 통화의 신중함, 에너지 전략의 장기성, 기업 환경의 개선. 이것이 상식이고, 원칙이다. 중동의 화염은 당장 꺼지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위기는 늘 지나간다. 남는 것은 그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했는가다. 오늘의 충격을 내일의 도약으로 바꿀 수 있다면, 이 또한 역사의 한 고비가 될 것이다.
2026-03-05 1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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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유배지 청령포의 봄, '이벤트 행정' 아닌 '신뢰 행정'이 지킨다
[경제일보] 영화 한 편이 지방 도시의 운명을 바꿔놓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유배의 땅’을 ‘희망의 땅’으로 되살리는 경우라면 더욱 뜻깊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단종의 유배지였던 강원도 영월 청령포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매표소 일대는 연일 장사진이고, 배를 타기 위한 대기 시간이 두 시간을 넘긴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때 적막하던 강변이 다시 살아 숨 쉰다. 그런데 이 반가운 소식 한켠에 씁쓸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자체가 청령포 일대 음식점 100여 곳을 상대로 대대적인 위생 점검에 나선다는 발표다. 식중독 예방과 가격표시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일정 비율 이상을 ‘식품안심업소’로 지정해 ‘식품안심구역’으로 묶겠다는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다. 그러나 시점과 방식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묻지 않을 수 없다. 관광객이 몰리기 전에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평소 위생 관리와 가격 점검을 충실히 했다면, 방문객이 늘었다고 해서 갑자기 특별 점검에 나설 이유가 있었겠는가. 평일에는 느슨하다가 인파가 몰리자 서둘러 칼을 빼 드는 모습은 행정이 상시적 관리 대신 ‘이벤트 대응형’으로 움직여 왔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셈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정치는 바름이다(政者正也)”라고 했다. 행정의 기본은 일관성과 공평성이다. 사람이 많을 때만 엄격하고, 한산할 때는 관대한 것은 ‘정’이 아니라 ‘편의’다. 상인들 역시 주민이다. 그들이 호황을 맞았다고 해서 일시에 집중 단속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이는 보호가 아니라 위축을 낳을 수 있다. 모처럼 찾아온 손님을 반기기도 전에 ‘점검 대상’이라는 긴장감부터 안긴다면, 지역 상권은 숨을 고를 틈도 없다. 물론 위생 관리와 바가지요금 근절은 필요하다. 관광지의 흥망은 신뢰에 달려 있다. 조선 후기 한양의 육의전 상인들이 난전을 단속하며 상도의(商道義)를 지키려 했던 것도 결국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신뢰를 잃으면 사람은 떠난다. 1990년대 일부 관광지에서의 폭리 논란이 지역 이미지를 훼손하고 긴 침체를 불러왔던 전례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방법이 문제다. 행정은 ‘단속’보다 ‘동행’이어야 한다. 갑작스러운 점검보다 사전 교육과 자율 개선을 유도하고, 위반 업소는 계도 후 개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식품안심업소 지정도 서둘러 비율을 맞추기보다, 상인들과 협력해 기준을 공유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점검이 관광객 동선과 겹쳐 불필요한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해야 한다. 영월은 단종의 눈물이 서린 곳이다. 권력의 변덕 속에 어린 임금이 유배됐던 역사는 우리에게 ‘권력의 자의성’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일깨운다. 행정 역시 다르지 않다. 권한은 있지만, 그 행사는 절제되어야 한다. 법과 원칙은 냉정하되, 적용은 따뜻해야 한다. 지금 영월이 필요한 것은 ‘엄포’가 아니라 ‘신뢰의 관리’다. 관광객이 급증한 것은 지역에 찾아온 기회다. 이를 일시적 특수로 끝낼 것인지, 지속 가능한 관광 자산으로 키울 것인지는 행정의 태도에 달려 있다. 상인들에게는 위생과 가격의 자율 준수를 촉구하되, 당국은 상시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위기 대응 매뉴얼을 미리 갖춰야 한다. 성수기 이전에 점검을 마치고, 성수기에는 지원과 안내에 집중하는 ‘사전 예방형 행정’이 답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이라고 한다. 영월에 찾아온 이 손님들을 다시 돌려보낼지, 단골로 만들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행정이 공평과 상식을 되찾고, 상인과 손잡고 신뢰를 쌓아간다면 청령포의 봄은 길어질 것이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점검과 뒷북 대응이 반복된다면, 영화의 흥행이 끝나는 날 사람들의 발길도 함께 끊길지 모른다. 정치는 바름이고, 행정은 책임이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2026-03-03 10: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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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컨선 동시 수주…HD한국조선해양, '균형 포트폴리오'로 판 짠다
※ '강철부대'는 철강·조선·해운·방산 같은 묵직한 산업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붉게 달아오른 용광로, 파도를 가르는 조선소, 금속보다 뜨거운 사람들의 땀방울까지. 산업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슈를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HD한국조선해양이 이틀 연속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며 연간 목표의 14%를 채웠다. 표면적으로는 개별 계약이지만 흐름을 보면 전략이 읽힌다. 고부가가치 선종과 범용 선종을 병행 확보하는 '포트폴리오 균형 전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오세아니아 선사와 3678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1척, 아시아 선사와 3724억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6척 건조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총 7400억원 규모다. 해당 선박은 모두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돼 오는 2028년 상·하반기 중 순차 인도된다. 이번 수주를 포함해 올해 누적 실적은 25척, 33억6000만 달러로 늘었다. 연간 목표 233억1000만 달러의 14.4% 수준이다. LNG운반선 6척, 컨테이너선 10척, LPG·암모니아운반선 3척,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4척, PC선 2척 등으로 선종도 다변화돼 있다. 겉으로 보면 물량 확대지만 실제 핵심은 구성이다. LNG운반선은 국내 조선 '빅3'가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대표 고부가가치 선종이다. 고사양 화물창 기술과 친환경 연료 추진 시스템이 요구돼 진입 장벽이 높다. 중동·미국발 LNG 프로젝트 확대와 맞물려 안정적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반면 컨테이너선은 중국 조선사와 가격 경쟁이 치열한 영역이다. 운임 사이클에 민감해 발주 흐름이 급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대형 발주를 확보한 것은 납기 신뢰도와 품질 경쟁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성 중심의 LNG선과 물량 기반의 컨테이너선을 병행하며 수익과 가동률을 동시에 관리하는 구조다. 2028년 인도 슬롯이 상당 부분 채워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조선업계는 현재 수주 잔량 기준 2~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이제 경쟁의 초점은 '얼마나 수주했는가'보다 '어떤 선가와 마진으로 채웠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고선가 기조가 유지되는 현 국면은 수익성 개선의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변수는 존재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운임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는 해운사 발주 심리를 흔들 수 있다. 특히 컨테이너선 시장은 사이클 변동성이 크다. 이 때문에 단일 선종 의존 전략은 위험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LNG·컨테이너·원유·가스 운반선을 아우르는 다각화된 선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종을 축으로 하되 범용 선종 물량을 병행 확보하는 구조다. 조선 호황 국면에서 '선종 믹스' 자체를 전략 변수로 활용하는 셈이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조선 산업의 경쟁은 더 이상 단순 수주 규모가 아니다. 고부가가치 선종과 범용 선종을 어떻게 배합하느냐 그리고 이를 통해 수익성과 가동률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느냐가 다음 판의 기준이 된다.
2026-02-2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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