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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 K팝 글로벌 '공동제작' 나선다…아틀란틱과 전략적 협력
[경제일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K팝 아티스트의 해외 진출 방식을 '국내 제작 후 해외 유통'에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공동 기획·제작으로 넓힌다. 글로벌 음악시장 주요 사업자인 워너뮤직그룹 산하 아틀란틱 뮤직 그룹과 손잡고 아티스트 발굴부터 음악 제작, 유통, 마케팅, 프로모션까지 협력하면서 K팝 글로벌 IP를 공동으로 만들어가는 사업 모델 구축에 나선다. 7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워너뮤직그룹 산하 아틀란틱 뮤직 그룹(AMG)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K팝 아티스트의 글로벌 성장 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하고 음악 제작과 유통, 마케팅, 프로모션, 팬덤 커뮤니케이션 등 글로벌 활동 전반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이미 만들어진 K팝 콘텐츠를 해외 시장에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초기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고려할 목적으로 진행된다. 양사는 아티스트의 음악적 색깔과 활동 단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등을 고려해 해외 진출 전략을 공동으로 설계할 계획이다. 음악 제작 단계에서는 송캠프와 피처링 등 글로벌 아티스트 및 음악 관계자와의 협업을 추진한다. 음원이 완성된 이후에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유통·디지털 마케팅을 진행하고 현지 TV·라디오 출연 등 프로모션까지 연계한다. 팬덤 커뮤니케이션 역시 글로벌 시장을 고려해 공동으로 진행한다. 앞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음악 IP 기획·제작과 유통,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마케팅, 팬덤 커뮤니케이션 등 K팝 산업 전반에서 사업 역량을 축적해온 바 있다. AMG는 글로벌 시장에서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음악을 제작하는 A&R과 마케팅, 프로모션, 글로벌 네트워크 등에 강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양사의 역할을 결합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K팝 제작·매니지먼트 역량에 북미 음악시장의 A&R과 네트워크를 더하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완성된 음악을 해외 플랫폼에 유통하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아티스트와 음악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해외 사업자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AMG의 글로벌 음악시장 영향력도 이번 협력의 배경으로 꼽힌다. AMG 산하 아틀란틱 레코드는 브루노 마스, 콜드플레이, 찰리 푸스, 카디 비, 마일리 사이러스 등 글로벌 아티스트를 배출했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협업한 'APT.'는 역시 아틀란틱 레코드와 연결된 대표적인 글로벌 프로젝트다. AMG는 아틀란틱 레코드 외에도 라이징 아티스트 발굴에 강점을 가진 10K 프로젝트와 힙합·알앤비(R&B) 중심의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보유한 300 엔터테인먼트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글로벌 음악시장 내 다양한 장르와 아티스트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 범위도 음악 제작에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아틀란틱 뮤직 그룹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아티스트와 팬들의 접점을 다각도로 넓히며 탁월한 성과를 쌓아왔다"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K팝 비즈니스의 전문성과 아틀란틱 뮤직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 및 아티스트 육성 역량을 결합해 아티스트의 성장을 함께 만들며 전 세계 팬들에 울림을 전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양사는 향후 K팝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새로운 레이블 파트너십도 추진한다. 향후 공동으로 선보일 첫 아티스트나 음악 IP, 투자 규모와 수익 배분 구조 등이 이번 파트너십의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가늠할 요소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협력을 통해 국내 음악 IP를 해외에 공급하는 사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음악 IP를 직접 공동 기획·제작하는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통할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음악 제작부터 마케팅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할 경우 K팝 글로벌 사업의 수익 모델도 다변화할 수 있다. K팝의 글로벌 경쟁이 커지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도 음원 자체의 경쟁력뿐 아니라 현지 음악산업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는지로 확대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AMG와 제작 초기부터 글로벌 전략을 함께 설계하는 것도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파트너십은 양사의 역량을 총결집해 K팝 아티스트와 IP의 가능성을 함께 발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해 나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각자 쌓아온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K팝의 글로벌 팬덤과의 접점을 다각도로 확장하고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을 지속 확대해가겠다"고 설명했다.
2026-10-07 16: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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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성분 덜고 식이섬유 더하고…식품업계, '성분표' 다시 짠다
[경제일보]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커피 한 잔, 요거트, 밥 한 끼의 '성분표'가 달라지고 있다. 엔제리너스는 크림 라떼의 풍미를 유지하면서 당류와 칼로리를 낮췄고 서울우유는 플레인 요거트의 유당을 0g으로 설계했으며 오뚜기는 즉석 흑미밥에 식이섬유를 더했다. 맛과 형태는 익숙하게 유지하되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는 성분은 덜고 필요한 영양소는 보강해 일상적인 식사와 음료 선택만으로 건강관리가 가능하도록 제품을 설계하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GRS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는 오는 17일 저당 음료 2종과 디저트 2종으로 구성한 가을 신제품 4종을 출시한다. 이 가운데 '라이트 모카크림 라떼'와 '라이트 그레인크림 라떼'는 기존 크림 라떼의 진한 풍미를 유지하면서 당류와 칼로리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시중 고당도 크림폼 라떼와 비교해 당도를 최대 68%, 칼로리를 최대 39% 줄였다. '라이트 모카크림 라떼'에는 저당 바닐라와 연유 베이스, 에스프레소와 저당 초코 소스를 사용했다. '라이트 그레인크림 라떼'는 17곡 파우더와 저당 바닐라 라떼 베이스에 라이트 카라멜 소스를 조합했다. 엔제리너스가 제품에서 조정한 것은 맛의 방향보다 영양 부담이다. 크림 라떼 특유의 달고 진한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당류와 칼로리를 낮춰 혈당 관리와 체중 조절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건강과 맛의 균형을 강조한 '엔제린 밸런스' 라인업도 함께 확대한다. 롯데GRS 관계자는 "맛있는 음료는 당류가 높다는 편견을 깨고 부담 없이 매일 찾을 수 있는 가을 시즌 저당 크림 라떼를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트렌드와 건강을 모두 고려한 '엔제린 밸런스' 라인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플레인 요거트에서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유당을 덜어냈다. 신제품 '더 진한 플레인 요거트 락토프리'는 기존 제품의 고소하고 담백한 풍미와 활용도는 유지하면서 유당 함량을 0g으로 설계했다. 제품에는 체세포수 기준 1급, 세균수 기준 1급A의 국산 나100% 원유를 99.946% 사용했다. 색소, 안정제, 향료, 감미료는 넣지 않은 무가당 제품으로 1.8L 대용량으로 출시했다. 서울우유가 락토프리 제품을 확대한 데에는 관련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가 영향을 미쳤다. 닐슨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락토프리 우유 시장은 약 876억원 규모로 2019년 이후 연평균 8% 이상 성장했다. 기존 플레인 요거트를 즐기던 소비자 가운데 유당에 민감하거나 섭취에 부담을 느끼는 수요까지 끌어안기 위해 제품의 기본 특성은 유지하면서 특정 성분만 조정한 것이다. 대용량 제품으로 구성해 홈메이드 그릭요거트·요거트볼·드레싱·베이킹 등 활용 범위도 넓혔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기존 '더 진한 플레인 요거트'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당에 보다 민감한 소비자까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락토프리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소비자의 다양한 섭취 니즈를 충족하고 제품 선택폭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당류나 유당처럼 특정 성분을 줄이는 대신 필요한 영양성분을 더하는 방식을 택했다. 국산 찰흑미를 사용한 130g 소용량 잡곡밥 '식이섬유 플러스 흑미밥'을 출시하고 기존 즉석밥에 식이섬유 기능을 보강했다. 신제품에는 식이섬유 5.5g이 들어 있어 한 팩으로 하루 섭취량 기준 22%를 채울 수 있으며 수용성 식이섬유인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을 더해 △식후 혈당 상승 억제 △혈중 중성지질 개선 △원활한 배변 활동에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제품은 건강관리와 체중 조절을 위해 적정량 식사를 원하는 소비자를 고려해 130g 소용량으로 구성했다. 여기에 국산 찰흑미를 12.3% 사용해 양에 대한 부담은 낮추면서도 구수한 풍미와 쫀득한 식감은 살렸다. 오뚜기 관계자는 "건강을 고려하면서도 한 끼를 부담 없는 양으로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식이섬유 플러스 흑미밥'을 선보이게 됐다"며 "변화하는 식생활과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맛, 영양, 편의성을 갖춘 즉석밥 제품을 지속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2026-09-16 09: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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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정쟁의 광장'을 '생활의 일터'로 바꿀 유권자의 안목
[경제일보] 국민의 엄중한 선택을 기다리는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마침내 그 막을 올렸다. 앞으로 13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은 표심을 잡으려는 후보자들의 목소리와 현수막, 유세 차량으로 가득 찰 것이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고개를 숙이는 후보들의 행렬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목격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밤 9시까지는 확성장치를 통한 공개 연설이 허용된다. 이 시간적 제약은 민주주의의 축제를 즐기면서도 시민의 일상적 평온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자 법치의 기본이다. 모든 후보는 이 최소한의 규칙을 준수하는 것에서부터 자신의 도덕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의 막이 오르는 오늘, 유권자들의 가슴속은 설렘보다 무거운 심난함이 앞선다. 언제나 그러했듯, 선거판의 서막을 장식하는 것은 지역 발전을 위한 창의적인 정책이나 주민 삶을 보듬는 따뜻한 비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선거운동 첫날부터 서로를 향해 ‘내란 세력’, ‘독재 세력’, ‘청산 대상’이라는 극단적이고 거친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상대를 품어 안아야 할 경쟁자가 아니라 반드시 절멸시켜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증오의 정치가 또다시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이처럼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만 혈안이 된 진흙탕 싸움 속에서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주민들의 구체적인 삶은 저 멀리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선거의 본질을 다시 한번 엄중히 되짚어보아야 한다. 지방선거는 여야가 세 대결을 벌이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이나 정권 심판 혹은 정권 지지의 시험대가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의 고질적인 교통 문제를 누가 해결할 것인지, 소멸해 가는 지역 경제의 불씨를 누가 살려낼 것인지,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과 어르신들의 복지, 그리고 일상의 안전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경쟁하는 ‘생활 정치’의 장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후보의 도덕성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과거 행적을 들춰내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부풀리며, 무차별적인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정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재원 조달 계획도 없는 장밋빛 공약이 난무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악순환을 우리는 얼마나 더 반복해서 보아야 하는가.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라 가르쳤다. 군자는 주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되 맹목적으로 편을 가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최선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정치가 가져야 할 품격이다. 그러나 지금의 선거판은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고 상대를 말살하려는 거대한 ‘전쟁’처럼 보인다. 선거는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지만, 선거가 남긴 증오와 갈등의 상처는 지역 공동체에 깊게 패어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된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주민들은 같은 마을에서, 같은 이웃으로 살아가야 한다. 정치인들이 권력을 쥐기 위해 흩뿌려 놓은 반목의 대가를 왜 무고한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여기에 노자가 《도덕경》에서 강조한 “지족불욕(知足不辱)”의 지혜를 더하고 싶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다는 이 말은 오늘의 정치인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절제와 겸손의 미덕이다. 당장 한 표를 얻기 위해 상대를 악마화하고 거짓과 과장을 일삼는 정치는 일시적인 승리를 가져다줄지언정, 결국은 정치 전체의 파멸과 국민적 냉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나 선동이 아니다. 내가 발을 딛고 사는 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실천 가능한 정책’과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책임 있는 태도’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움직이는 예산은 연간 수백조 원에 달한다. 이들의 결정 하나에 지역의 개발 방향이 바뀌고, 복지 혜택의 향방이 갈리며, 도시의 안전망이 촘촘해지거나 느슨해진다. 주민 삶의 모든 질적 수준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유권자가 후보 개인이 가진 역량과 공약의 타당성을 따지기보다, 정당의 간판이나 중앙정치의 바람에 휩쓸려 투표권을 행사하곤 한다. “이번에는 몇 번 당 바람이 분다”는 식의 묻지마 투표가 계속되는 한, 우리의 지방자치는 결코 성숙한 궤도에 오를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 본인과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제는 유권자가 깨어나야 할 시간이다. 정당의 색깔이나 진영의 논리라는 두꺼운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누가 진정으로 우리 지역을 위해 땀 흘릴 ‘진짜 일꾼’인지 냉정하게 아키타입(Archetype)을 감별해 내야 한다. 선거공보물에 적힌 공약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재원 마련 대책은 구체적인지 꼼꼼히 읽어보아야 한다. TV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의 위기 대처 능력과 정책적 깊이, 그리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도덕성을 매섭게 비교·평가해야 한다. 맹자는 일찍이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이라 하여 백성이 가장 귀하고 권력자는 가장 가볍다고 했다. 정치의 본령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힌 이 준엄한 선언을 유권자가 투표장 현석(席)에서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수준은 결코 정치인들의 품격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오직 유권자의 깨어 있는 안목과 냉철한 판단의 크기만큼만 발전한다. 남은 13일 동안 후보자들은 상대를 향한 흑색선전과 비방에 쏟아부을 에너지를 우리 지역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는 데 사용하라. 그리고 유권자들은 감정적인 선동이나 혐오의 언사에 흔들리지 말고, 정책의 내실을 따지는 엄격한 심판관이 되어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무의미한 정쟁의 광장을 닫고,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진정한 생활 정치’의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의 소중한 한 표로 중앙정치의 눈치만 보는 ‘정당의 대리인’을 퇴출하고, 오직 지역과 주민을 위해 헌신할 ‘진짜 일꾼’을 찾아 세우자.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품격을 높이고 우리 삶의 터전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혁신이다.
2026-05-21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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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이 던지는 '신뢰'의 청구서… 멈추는 순간, 초일류도 멈춘다
[경제일보]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의 미세 공정이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반도체 팹(Fab)에서 ‘정지’는 단순한 일시정지가 아니다. 그것은 곧 ‘사멸’을 뜻한다. 1초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진공의 클린룸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예고한 ‘18일간의 장기 파업’이라는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인 평택과 기흥 사업장에 전례 없는 정적이 예고된 것이다. 이 정적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반도체 생산 라인의 차질은 단순히 웨이퍼 몇 장을 덜 찍어내고 마는 산술적인 손실이 아니다. 이는 수만 개의 부품과 수백 개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거미줄처럼 얽힌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에 가하는 거대한 충격파다. 무엇보다 수십 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피땀 흘려 쌓아 올린 ‘삼성’이라는 이름의 ‘신뢰 자본’에 치명적인 균열을 내는 행위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차가운 의심의 눈초리로 묻고 있다. “세계 최고의 수율과 기술력을 자랑해 온 삼성이, 과연 약속한 납기일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조직인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칼럼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내부적 노사 갈등은 경쟁국들에게 뜻밖의 호재(unexpected boon)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갈등의 도화선은 삼성전자가 스스로 증명해 낸 ‘역대급 실적’이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이라는 경이로운 숫자를 시장에 내놨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발에 올라탄 DS(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전사의 94%에 육박한다. 노조의 요구는 바로 이 화려한 숫자에 근거하고 있다. 기본급 7% 인상, 성과급(OPI) 산정 기준의 투명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정하라는 주장은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보상받겠다’는 선명한 명분을 띠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끊임없이 비교되는 보상 체계는 이제 단순한 돈의 문제를 넘어 직원들의 자존심 문제로 번진 지 오래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익의 본질과 성격’을 차갑고 냉철하게 해부해 볼 필요가 있다. 57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은 결코 현재 팹을 지키는 인력들만의 오롯한 성과물이 아니다. 이는 과거 불확실성 속에서도 조 단위의 자금을 쏟아부은 경영진의 과감한 설비 투자, 밤을 지새운 연구원들의 피땀, 그리고 AI 사이클이라는 우호적인 거시 경제 환경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빚어낸 종합적 결과물이다. 이를 오로지 현재 인력의 몫으로만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은, 급변하는 반도체 사이클의 겨울을 버텨낼 ‘기초 체력’과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 재원을 갉아먹는 위험한 근시안적 도박이 될 수 있다. 전체 직원의 70%에 달하는 9만명의 조합원. 규모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 노조는 한국 노동 운동사에 유례가 없는 ‘매머드급’ 조직이다. 파업 찬성률 93%라는 압도적 수치는 사측의 일방통행식 소통과 보상 체계에 대한 직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이미 임계점을 돌파했음을 방증한다. 다만, 이 거대 조직의 외양 뒤에는 ‘내부의 소외’라는 짙은 그림자가 존재한다. 가전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DX 부문 노조가 최근 공동투쟁본부를 이탈한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철저하게 DS 부문의 성과에만 초점을 맞춘 투쟁 방식과 보상 요구안은 결과적으로 같은 ‘파란 피’를 나눈 동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계급’을 나누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노조가 부르짖는 정의가 진정으로 보편적인 공감을 얻으려면, 그것은 특정 부문의 이익주의를 넘어 조직 전체의 상생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야만 한다. 내부 구성원의 지지조차 온전히 결집하지 못하는 투쟁은 결국 ‘반쪽짜리 외침’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는 잔혹하리만치 냉정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2027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삼성에게 천재일우의 기회인 동시에 치명적인 위기다. 애플, 엔비디아, 구글 등 삼성의 명운을 쥐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들에게 납품 단가보다 수백 배 중요한 것은 바로 ‘안정성(Stability)’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AI 칩 공급망에서 단 한 번의 납기 지연은 고객사의 1년 단위 제품 출시 로드맵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듯, 한 번 멈춘 라인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르면 다시 돌릴 수 있지만, 신뢰를 잃고 한 번 떠난 고객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라인이 노사 갈등으로 휘청이는 그 짧은 찰나, 대만의 TSMC나 미국의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은 ‘안정적 공급망’이라는 무기를 들고 하이에나처럼 삼성의 고객을 가로챌 준비를 마친 상태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최근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한 것도 바로 이러한 ‘복합 위기’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다. 경영진 역시 ‘파업은 합법적 권리’라는 원론적이고 방어적인 태도 뒤에 숨을 때가 아니다. 이 사태가 한국 반도체 생태계 전반, 나아가 국가 경제 펀더멘털에 미칠 파급력을 직시하고 전향적인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서 노동자의 파업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신성한 기본권이다. 그러나 자유와 권리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의 무게가 뒤따른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단순한 일개 사기업이 아니다. 수천 개의 중소 협력업체와 연관 산업의 생존, 그리고 국가 수출의 막대한 비중을 짊어진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8일 전면 파업이라는 극단적 카드는 단기적인 협상의 지렛대로는 강력할지 모르지만, 자칫 삼성전자라는 거함을 구조적 침몰로 이끄는 자폭 버튼이 될 수 있다”며 “글로벌 패권 경쟁이라는 정글에서 노사가 다투는 사이, 경쟁국들은 그 빈틈을 파고들어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일류 기업의 생존과 쇠락을 가르는 마지막 보루는 결국 ‘신뢰’다. 이는 고객과의 약속이며, 직원과의 약속이고, 국가 경제와의 약속이다. 지금 삼성전자 노사가 벌이는 벼랑 끝 전술 속에서 우리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가치는 진리와 상식이다. ‘일한 만큼 정당하게, 그리고 투명하게 보상받아야 한다’는 명징한 진리, 그리고 ‘기업의 둑이 무너지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노동자의 터전도 흔적 없이 휩쓸려 간다’는 냉혹한 상식 말이다. 파업이 남기고 갈 가혹한 청구서는 결코 삼성전자라는 담장 안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경제 전체의 문 앞을 두드릴 것이다. 이제는 소모적인 파국을 멈추고 미래를 향한 ‘솔로몬의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 숨죽인 클린룸이 아니라, 24시간 눈부시게 회전하는 웨이퍼의 궤적 위에서만 삼성의 초격차와 대한민국 경제의 생동하는 내일을 다시 써 내려갈 수 있다. 멈추는 순간, 초일류의 자격도 함께 멈춘다.
2026-05-07 16:3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