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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중앙정치의 그림자를 넘어 진정한 지방자치로
[경제일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가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역대급 투표율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유권자들의 높은 참여 의지는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투표는 시민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리이자 책임이다. 소중한 한 표는 단순히 후보 한 사람을 선택하는 행위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와 공동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택이다. 그러나 축제여야 할 지방선거의 과정은 아쉬움을 남겼다. 선거 막판까지 거대 양당은 정책 경쟁보다 상대를 흠집 내기 위한 네거티브 공방에 몰두했다. 지역 발전 비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안은 뒷전으로 밀렸고, 중앙 정치의 갈등 구도가 선거판 전체를 지배했다. ‘내란 심판’이냐 ‘정권 견제’냐를 둘러싼 프레임 대결은 지방선거의 본질을 흐렸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주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교통, 교육, 복지, 주거, 환경, 지역경제 활성화 등 주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비전을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 맞춤형 공약과 정책 경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후보들은 중앙 정치의 거대 담론에 기대었고, 정당 역시 지역 현안보다 진영 논리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우리 지방자치가 여전히 중앙정치의 강한 영향력 아래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정당 공천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많은 지방정치인은 주민보다 중앙당의 눈치를 먼저 살피는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사실상 중앙정치의 연장전으로 치러지는 한, 진정한 지방자치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제 중요한 것은 당선 이후다. 당선인들은 선거 기간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뿐 아니라 모든 주민의 대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앙정치의 이해관계와 정쟁에 휘둘리지 않고 지역 발전과 주민 행복이라는 본연의 책무에 집중해야 한다. 지방의회 역시 정당의 거수기가 아니라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책임 있는 기관으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성공은 결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평가받는다. 선거 때마다 거창한 구호가 넘쳐나지만 정작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제는 정치적 충성 경쟁이 아니라 실력과 성과로 평가받는 지방정치가 자리 잡아야 한다. 오늘 유권자들이 행사하는 한 표의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 한 표가 지역의 미래를 만들고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투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선출된 권력이 주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중앙정치의 그림자를 넘어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할 때 비로소 이번 지방선거는 성공한 선거로 기록될 것이다.
2026-06-03 15: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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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보다 강한 것은 소통이다… 미·중, 갈등의 악순환 멈춰야
국제사회의 두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또다시 충돌하고 있다. 이번에는 관세도, 반도체도, 군사훈련도 아니다. 상대국 기자의 비자 취소와 체류 제한을 둘러싼 언론 갈등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불씨로 번지고 있다. 중국은 NYT가 대만을 국가로 표현한 점을 문제 삼았고 미국은 중국 기자 비자를 취소하며 맞대응하고 나섰다. 언뜻 보면 외교 현안 가운데 하나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통 창구마저 닫히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무역, 첨단기술, 공급망, 대만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 수많은 현안을 놓고 경쟁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언론인 비자 문제까지 정치적 보복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양국 관계는 더욱 경직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자는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아니라 사실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관찰자다. 언론인의 취재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상대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자국 국민이 객관적인 정보를 접할 기회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국제사회는 오랫동안 소통을 통해 위기를 관리해 왔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도 핵전쟁 위험 속에서 직통전화를 설치하며 대화 채널만큼은 유지했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을 때조차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던 이유는 분명했다. 소통이 끊어지면 오해가 생기고, 오해는 충돌을 낳으며, 충돌은 결국 누구도 원하지 않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의 지혜 역시 같은 교훈을 전한다. 《도덕경》은 강함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조화를 추구할 것을 강조한다. 상대를 억누르려는 힘의 논리는 일시적인 승리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갈등과 반작용을 불러온다. 국가 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향해 문을 닫을수록 자신 역시 좁은 시야에 갇히게 된다. 오늘날 세계는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경제와 기술, 안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경제와 국제 질서, 그리고 수많은 국가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들은 미·중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외교적·경제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제재나 맞대응이 아니라 냉정한 절제와 대화다. 언론 문제를 외교적 보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악순환부터 끊어야 한다. 기자의 펜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창이다. 그 창을 스스로 깨뜨리는 것은 결국 양국 모두에게 손해다. 미국은 자유와 개방이라는 자신들의 가치가 실제 정책에서도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국 역시 자신감을 가진 대국이라면 비판적 시각을 포용하는 성숙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진정한 강대국은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른 목소리를 억누르기보다 관리하고 설득할 줄 안다. 미·중 관계는 앞으로도 경쟁과 협력을 반복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이 곧 적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언론과 소통의 영역까지 전쟁터로 만들어서는 더욱 안 된다. 지금 양국이 해야 할 일은 상대를 향해 닫힌 문을 여는 것이다. 갈등의 확대가 아니라 대화의 복원, 보복의 악순환이 아니라 상호 존중의 회복이야말로 세계가 기대하는 책임 있는 강대국의 모습이다. 펜을 꺾는다고 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통의 창구가 막힐수록 오해와 불신은 더욱 커진다. 미·중 양국이 한 걸음씩 물러서서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양국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2026-06-03 13: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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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위기 넘긴 건설업계…레미콘·원청 책임 리스크는 여전
[경제일보] 타워크레인 총파업이 나흘 만에 종료되면서 건설업계가 일단 대규모 현장 셧다운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건설사의 사용자성이 잇따라 인정되면서 건설현장 노사 갈등의 초점은 임금 협상보다 원청 책임 범위를 둘러싼 문제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2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는 사용자 측과 임금 협상에 잠정 합의하고 지난달 31일 오전 8시부로 총파업을 종료했다. 앞서 양대 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는 지난 5월 27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임금 총액 15% 인상과 주 40시간 근무 준수, 표준시장단가 현실화, 장비 사용 제한 완화, 발주자 직접지급제 확대, 타워크레인 수급 조절 등을 요구했다. 파업 기간 전국 2100여 대 규모의 타워크레인 가동이 영향을 받았고 일부 사업장에서는 골조 공사와 자재 인양 작업이 차질을 빚었다.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적체,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사업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장기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공기 지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노사는 임금 총액 8% 인상 등을 골자로 잠정 합의했으며 국토교통부도 표준시장단가와 품셈 현실화 검토, 발주자 직접지급제 확대, 안전관리 체계 개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파업은 일단 마무리됐지만 현장의 시선은 이미 다음 변수로 향하고 있다.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가 이달 8일부터 운송 거부와 휴업을 예고한 상태다. 레미콘 역시 골조 공사의 핵심 자재인 만큼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주요 공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건설사들이 더 주목하는 부분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확대되고 있는 원청 건설사의 사용자성 인정 문제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에 대해 하청노조와 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앞서 포스코이앤씨와 삼성물산, GS건설,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도 같은 결정을 받았다. 현재까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대우건설과 DL이앤씨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가 관련 판단 대상에 포함됐다. 이 같은 사용자성 인정 확대 움직임은 현장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노란봉투법에 따른 건설 하도급업체 영향 및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전국 하청 노조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 가운데 97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은 공종별 협력업체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작업 공정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특정 공정에서 교섭 갈등이나 쟁의행위가 발생하면 해당 공정에 그치지 않고 전체 공사 일정으로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 건설사들이 우려하는 대목도 여기에 있다. 사용자성이 폭넓게 인정될 경우 지금까지 협력업체가 담당했던 노사 문제가 원청의 직접 교섭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어서다. 반면 사용자 책임이 어디까지 인정되는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주목되는 부분은 노동위원회가 단순 시공 관리뿐 아니라 안전관리와 공정 운영 과정에서 행사하는 권한까지 판단 근거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극동건설과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 간 교섭 요구 사건에서도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됐는데 안전관리 권한 행사 여부가 주요 판단 근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됐다. 업계에서는 건설현장 노사 갈등의 중심이 임금 수준보다 원청의 교섭 책임 범위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축적될수록 사용자성 인정 기준도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건설사들의 현장 운영과 노무 관리 방식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건설정책연구원은 “정부차원에서 노란봉투법이 안착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대상, 교섭범위 및 대응 방안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실효적인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며 “특히 하청 노조의 임금, 성과급, 안전,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 등은 원청사 대상 교섭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해 사회적 갈등과 원청사의 책임 전가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6-06-02 09: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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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갑, 하정우·박민식·한동훈 3파전…영남 표심의 축소판 됐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막판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맞붙으면서 한 지역구 선거를 넘어 여야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는 대결이 됐다. 부산 북갑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전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의원직을 사퇴해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이다. 전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3선을 지냈다. 부산의 보수 성향 속에서도 지역 밀착형 행보로 기반을 다졌던 곳인 만큼 이번 보궐선거는 단순한 의석 보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민주당에는 전재수 이후 북갑을 지켜낼 수 있느냐의 문제이고, 국민의힘에는 보수 강세 지역에서 갈라진 표를 다시 모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한동훈 후보에게는 당 밖에서 정치적 생존력을 입증해야 하는 첫 승부다. 세 후보의 정치적 색깔도 서로 다르다. 하정우 후보는 전 AI 미래기획수석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이 투입한 인물이다. 부산 출신과 AI 전문가 이미지를 앞세워 전재수 전 의원의 지역 기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공약을 결합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박민식 후보는 재선 의원과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낸 보수 진영의 중량급 인사다. 지역 정치 경험과 정부·국회 경력을 앞세워 보수층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한동훈 후보는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전국적 인지도 높은 정치인으로 이번 선거에는 무소속으로 나섰다. 기존 보수 지지층과 무당층을 향한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 북갑이 전국적 관심을 받는 배경에는 3자 구도가 있다.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의 맞대결이라면 전통적인 여야 대결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한동훈 후보가 무소속으로 뛰어들면서 선거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 구도를 넘어 보수 진영 내부 경쟁까지 겹친 판이 됐다. 하 후보에게는 보수 후보가 둘로 나뉜 상황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박 후보는 당의 공식 후보라는 정통성을 앞세워 보수표 결집을 노린다. 한 후보에게는 무소속 출마로도 지역구 선거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느냐가 걸려 있다. 전재수의 빈자리, 북갑 판세 흔들었다 부산 북갑은 보수세가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그러나 전재수 전 의원이 3선을 기록한 곳이기도 하다. 지역 언론과 주요 매체들은 이 지역을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하지만 전 전 의원의 지역 기반이 작동했던 지역으로 보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가 부산 전체 선거판을 흔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은 하정우 후보를 통해 전재수의 지역 기반을 이어가려 한다. 하 후보는 AI 분야 전문성을 앞세우면서도 구포시장, 만덕, 덕천 등 생활권을 훑는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전 전 의원의 확장성과 북갑 보궐선거를 함께 묶어야 한다. 전 전 의원이 부산 전체를 향해 확장성을 보여야 한다면, 하 후보는 전 전 의원이 떠난 지역 기반을 지켜야 한다. 하 후보 역시 넘어야 할 지점이 있다. AI 전문가라는 이력은 신선하지만 지역 정치 경험은 상대적으로 짧다. 북갑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중앙의 큰 구호가 아니라 동네 문제를 풀 사람일 수 있다. 만덕과 구포, 덕천의 주거 환경, 교통, 상권, 고령층 복지, 청년 일자리 문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전재수의 후광만으로는 부족하다. 하 후보가 자신의 지역성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박민식 후보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그는 부산 북·강서갑에서 재선을 지냈고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냈다. 보수 유권자에게 익숙한 이름이고, 지역 정치 경험도 있다. 국민의힘이 박 후보를 공천한 것은 한동훈 후보의 무소속 출마로 흔들리는 보수표를 조직과 경력으로 묶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박 후보가 풀어야 할 문제는 보수층을 다시 한곳으로 모으는 일이다. 국민의힘 공식 후보라는 점은 가장 큰 자산이지만, 한동훈 후보의 무소속 출마로 갈라진 보수표를 되돌리는 과정은 쉽지 않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보궐선거에서는 정당 조직과 투표 독려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박 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층을 얼마나 되돌려 세우느냐에 따라 선거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박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대목도 있다. 한동훈 후보의 존재다. 보수 진영에서 전국적 인지도와 정치적 상징성은 한 후보가 더 강하다. 박 후보가 아무리 공식 후보라는 점을 강조해도 일부 보수층은 한 후보를 보수 진영의 다른 선택지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박 후보가 과거 다른 지역 출마를 시도했던 이력을 두고 지역을 떠났던 인물이라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박 후보가 한 후보와의 차별화를 지나치게 강하게 밀면 보수 분열 책임론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충돌을 피하면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다. 박 후보에게 이번 선거는 민주당 후보와의 싸움이면서 동시에 한동훈 후보와의 보수 대표성 경쟁이다. 한동훈의 무소속 승부, 보수 재편의 시험대 한동훈 후보의 출마는 이번 선거를 전국적 관심사로 끌어올린 변수다. 한 후보는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뒤 이번 선거에는 무소속으로 나섰다. 부산 북구 만덕동으로 전입신고를 하며 출마 의지를 드러냈고, 이후 독자 행보를 이어갔다. 한 후보에게 부산 북갑은 정치적 복귀와 재기를 가늠하는 무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후보의 강점은 전국적 인지도다. 지역 선거임에도 그의 출마 자체가 뉴스가 됐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피로감, 국민의힘 내부 갈등, 보수 재편 가능성을 모두 끌어안고 있다. 한 후보가 선전할 경우 국민의힘 내부 권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패배할 경우 당 밖에서 독자 생존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확인하게 된다. 한 후보 앞에도 만만치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보궐선거는 인지도만으로 이기기 어렵다. 지역 조직과 투표 동원, 생활 공약, 골목 민심이 중요하다. 북갑은 만덕과 구포, 덕천의 생활권이 뚜렷하고 고령층 비중도 높은 지역이다. 전국적 메시지만으로는 지역 유권자를 설득하기 어렵다. 한 후보가 부산 북갑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얼마나 쌓았느냐가 막판 승부를 가를 수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보수 단일화 무산이다.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와 무소속 한동훈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은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박 후보는 공개적으로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보수 후보가 둘로 갈라진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갈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한 반면, 두 후보가 각기 다른 지지층을 끌어낼 경우 표 분산의 효과도 단순하게 계산하기 어렵다. 표 분산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동할지, 보수층의 막판 위기감을 자극해 결집을 부를지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선거 막판에는 일부 지지자 관련 논란 등을 둘러싸고 후보 간 책임 공방도 벌어졌다. 박 후보는 보수층 결집을 호소하며 막판 유세에 집중했다. 정책 경쟁에 지지층 결집과 책임 공방까지 겹치면서 북갑 선거는 막판까지 뜨거운 전선을 형성했다. 지역 의제와 전국 정치가 겹친 선거 부산 북갑 보궐선거는 전국 정치의 축소판처럼 보이지만, 지역 의제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구포·덕천·만덕 생활권을 중심으로 한 북갑은 노후 주거지, 도시철도와 도로망,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고령층 복지 문제가 함께 있는 지역이다. 유권자들은 대통령, 대표, 장관 출신이라는 명함보다 동네의 변화를 묻는다. 하정우 후보는 AI와 미래산업을 말한다. 부산을 AI 강국 실현의 핵심 도시로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구상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AI가 지역 주민의 삶과 연결되려면 교육, 일자리, 창업, 공공서비스 개선으로 내려와야 한다. AI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선거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북갑의 학교와 기업, 청년 일자리와 연결된 구체적 설계가 필요하다. 박민식 후보는 경험과 안정감을 앞세운다. 재선 의원과 장관 경력은 지역 현안을 중앙정부와 연결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다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과거 경력보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보수 결집만으로는 부족하다. 북갑의 주거와 교통, 상권 회복을 어떻게 풀 것인지가 박 후보의 경쟁력을 가를 수 있다. 한동훈 후보는 정치적 상징성이 강하다. 그는 무소속이지만 전국적 인지도가 높다. 그러나 지역구 선거에서 상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앙 정치의 메시지를 지역 문제로 번역해야 한다. 만덕과 구포의 교통 불편, 노후 아파트와 주택 정비, 전통시장 활성화, 청년층 정착 문제를 자신의 의제로 만들지 못하면 지지층 확장은 제한될 수 있다. 북갑의 승부는 세 후보 모두에게 물러설 수 없는 시험대다. 하정우 후보는 전재수 전 의원이 남긴 민주당의 지역 기반을 이어받아야 하고, 박민식 후보는 국민의힘 공식 후보로서 갈라진 보수표를 다시 묶어야 한다. 한동훈 후보는 무소속으로도 지역구 선거를 버틸 수 있는 정치적 체력을 보여줘야 한다. 세 후보의 이해가 한곳에서 충돌하면서 부산 북갑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보궐선거는 투표율에 민감하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만큼 광역단체장 선거의 열기와 정당 지지층 결집이 함께 작동한다. 사전투표 열기도 높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최종 사전투표율은 24.12%였고, 부산 북갑은 25.57%를 기록했다. 높은 관심이 실제 본투표까지 이어질지가 막판 관전 포인트다. 부산 북갑의 승부는 단순히 누가 금배지를 달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에는 영남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선거이고, 국민의힘에는 보수 강세 지역의 조직력을 시험하는 선거다. 한동훈 후보에게는 무소속 정치 행보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무대다. 지역 유권자에게는 중앙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북갑의 일꾼을 고르는 선거다. 세 후보 모두 전국 정치의 무게를 등에 지고 있지만, 최종 판단은 지역민이 한다. 북갑 유권자는 유명세와 정당 간판만 보지 않는다. 동네를 알고, 예산을 끌어오고, 지역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을 고를 것이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가 6·3 재보선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6-06-01 15: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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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노조, 10일 4시간 부분파업…창사 첫 파업 현실화
[경제일보] 카카오 노사 갈등이 창사 이래 첫 파업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성과급과 보상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고용안정 요구로 번지면서 노조는 오는 10일 4시간 부분파업과 판교 집회를 예고했다.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 중단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서비스 운영과 신사업 추진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오는 10일 4시간 부분파업과 판교 집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은 즉각적인 전면 파업이 아니라 제한적 부분파업 형태다. 다만 노조는 향후 교섭 상황에 따라 파업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파업에는 카카오 본사뿐 아니라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쟁의권을 확보한 계열사들도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카카오 본사 노사는 지난달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의 요구는 성과급 문제를 넘어 고용안정으로 확장됐다. 노조는 “카카오지회의 핵심 요구는 지속적인 경영실패로 인한 매각, 분사, 구조조정을 멈추고 고용안정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고용불안을 야기하고도 압도적인 보상을 독점하는 경영진 중심의 보상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카카오 노사 갈등이 커진 배경에는 실적과 구성원 체감 보상 사이의 간극이 있다. 카카오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8조991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조9421억원, 영업이익 2114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노조는 구조조정과 분사, 매각 논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구성원 고용불안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안이 민감한 이유는 카카오가 국민 생활 인프라에 가까운 플랫폼 기업이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서비스는 커뮤니케이션과 결제, 이동, 소상공인 영업 활동과 연결돼 있다. 노조도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 전면파업이 아닌 4시간 부분파업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실제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즉각적인 ‘카톡 먹통’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IT 플랫폼은 상당 부분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비조합원과 필수 대기 인력을 통해 기본 유지·보수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되거나 참여 범위가 확대될 경우 장애 대응, 서비스 점검, 신규 기능 배포, AI 서비스 전환 일정에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톡 개편과 에이전틱 AI 플랫폼 전환을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조직 내부 갈등이 커질수록 서비스 안정성보다 더 큰 문제는 실행 속도와 내부 신뢰 회복이다. 보상체계와 고용안정에 대한 기준을 정리하지 못하면 향후 계열사 재편이나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남은 변수는 파업 전까지의 추가 교섭이다. 노조는 부분파업을 시작점으로 삼고 사측의 태도 변화에 따라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이용자 불편을 막기 위한 대응 체계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파업의 확산 여부는 고용안정 약속, 성과 보상 기준, 계열사 재편 방향을 둘러싼 접점 마련에 달려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당사는 수많은 이용자의 일상을 연결하고 소상공인과 파트너들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플랫폼 기업”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이용자분들의 불편이 없도록 서비스 안정성을 지키는 일은 카카오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필요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06-01 10: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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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떠받친 증시 호황, 가계부채 시한폭탄 키워선 안 된다
[경제일보] 국내 가계부채에 또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이 한 달 만에 2조6000억 원 넘게 증가하며 107조 원에 육박했다. 특히 증가분 대부분이 마이너스통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단순한 생활자금 수요가 아니라 투자 목적의 차입이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억제되자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신용대출 급증의 배경에 ‘빚투’ 열풍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과 증시 상승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크게 늘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가 자기 자본이 아닌 빚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카드론까지 동원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은 과열 신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투자는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는 경제활동이지만, 과도한 레버리지는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특히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가 동시에 지속되는 이른바 ‘3고 현상’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 역시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일부 산업의 호조가 경제 전체의 체력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금리 인상과 증시 조정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그 충격은 개인 투자자와 금융시장 전반에 고스란히 전이될 수 있다. 주가가 급락하면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이는 다시 시장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개인회생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생각보다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칫 가계부채 부실이 금융권의 건전성 문제로 확산될 경우 우리 경제는 소비 위축과 성장 둔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금의 상황을 단순한 시장 활황의 부산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신용대출과 카드론의 용도와 증가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고, 고위험 차입 투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회사 역시 단기 실적에만 매몰되지 말고 대출 건전성 관리에 더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상승장에서는 누구나 수익을 기대하지만, 시장은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빚을 내 투자하는 행위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손실도 배가시킨다. 투자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포모(FOMO) 심리에 휩쓸려 무리한 차입에 나선다면 결국 그 대가는 개인과 가계, 나아가 경제 전체가 떠안게 된다. 빚으로 만든 호황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투기적 낙관론이 아니라 냉정한 위험 관리다.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의 초침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정부와 금융권, 그리고 투자자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2026-06-01 09: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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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이냐 인물이냐…이원택 '정통성' vs 김관영 '실용 성과'
[경제일보]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무소속 김관영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되면서 막판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승부로 흐르고 있다. 전북은 오랫동안 민주당의 절대 우세 지역으로 분류돼 왔던 지역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현직 도지사인 김 후보가 민주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민주당은 이 후보를 내세워 ‘당의 정통성’과 ‘전북 도정 교체’를 동시에 외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선거 판세의 공통된 흐름은 김 후보가 무소속임에도 민주당 후보와 정면 승부를 벌일 만큼 개인 경쟁력을 확보했고, 이 후보는 민주당 조직력과 정권 연계성을 앞세워 막판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라일보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한 여론조사(전라일보 의뢰, 조원씨앤아이 조사, 2026년 5월 25~26일, 전북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 휴대전화 가상번호 ARS 방식, 성별·연령별·지역별 비례할당 무작위 추출 방식 표본 선정, 응답률 12.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및 전라일보 홈페이지 참조)에서 김 후보는 51.9%의 지지율로 35.3%의 지지율을 보인 이 후보를 16.6%p 앞섰다.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의 구조는 단순한 여야 대결이 아니다. 실제 김 후보는 “전북 발전에는 정당보다 실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고, 이 후보는 “전북 도정은 민주당 정부·국회와 한 몸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원택 ‘내부 생태계·SOC 완성’ vs 김관영 ‘외자 유치·RE100’ 김 후보의 무기는 현직 프리미엄과 투자 유치 성과다. 반면, 이 후보의 무기는 민주당 간판과 지역 조직력이다. 전북 유권자 입장에서는 어느 쪽도 가볍지 않다. 낙후와 소외를 오래 겪은 전북에서 ‘누가 더 중앙정부 예산과 기업 투자를 끌어올 수 있느냐’는 질문은 곧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 후보의 핵심 공약은 새만금과 투자 유치다. 그는 대기업 15개, 투자 50조원 유치를 목표로 내걸고 금융도시 조성 구상을 제시했다. 새만금을 전북의 미래산업 수도로 키우겠다는 구상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새만금 7대 공약’을 통해 새만금 지도를 다시 그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고, 전북의 오랜 숙원인 새만금 개발을 행정 구호가 아니라 기업 투자와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겠다고 밝혀왔다. 이 후보는 김 후보의 외부 투자 유치론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는 민선8기 전북도정이 집중한 외부 투자 유치 방식은 체감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보고, 전북 경제 내부 생태계를 키우는 ‘전북성장공사’ 설립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전문직종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지역 안에서 성장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또 도지사 직속 ‘내발적 발전위원회’ 신설을 통해 전북의 자체 성장전략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새만금을 보는 시각도 다르다. 이 후보는 새만금을 재생에너지와 첨단산업 거점으로 키우고, 현대차 투자와 새만금공항 등 SOC 완성을 전북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김 후보는 RE100 산업단지와 대기업 투자 유치를 앞세워 새만금을 글로벌 기업이 들어오는 실질적 산업지대로 만들겠다는 쪽이다. TV토론에서는 정책보다 정치적 책임 공방이 더 날카로웠다. 지난 19일 JTV전주방송 토론회에서 이 후보와 김 후보는 지역경제와 미래 먹거리 전략을 두고 맞붙었고, 특히 김 후보를 둘러싼 ‘12·3 비상계엄 내란 동조 의혹’ 무혐의 처분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이 후보가 사법기관의 무혐의 판단과 도지사로서의 역사적·도의적 책임은 별개라고 지적했고, 김 후보 측은 정치 공세라고 맞서는 흐름이었다. ‘성과의 전북’인가 ‘정당의 전북’인가…결국 승패는 ‘실행계획’과 ‘투표율’ SWOT 분석 결과 김 후보의 강점은 현직 프리미엄과 투자 유치 성과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전북의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점, 새만금과 기업 유치 의제를 구체적 숫자로 제시한다는 점은 유권자에게 비교적 선명하게 전달된다. 반면, 약점은 민주당 제명 이후 무소속 출마가 낳은 정치적 부담이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전북에서 ‘당을 떠난 현직’이라는 이미지는 마지막까지 방어해야 할 지점이다. 정당보다 인물과 성과를 보는 중도·무당층 확장은 김 후보의 기회 요소이지만, 민주당 조직표의 결집과 각종 책임론 공세는 위협 요소로 꼽힌다. 이 후보의 강점은 민주당 후보라는 정통성과 중앙정치 연결성이다. 전북은 여전히 민주당 지지 기반이 강하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국회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예산과 제도 개선이 가능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이 후보의 약점은 김 후보에 비해 현직 도정 성과를 직접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민주당 조직력의 막판 결집과 김 후보의 무소속 출마에 대한 거부감은 이 후보의 기회 요소이고, 김 후보의 개인 지지율, 현직 성과론, 전북 발전을 위해서는 실용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위협 요소가 된다. 전북도지사 선거의 막판 승부처는 새만금·민주당 조직표·김 후보의 현직 평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전북에서 새만금은 단순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자존심이다. 누가 더 현실적인 새만금 산업화 전략을 내놓느냐가 군산·김제·부안뿐 아니라 전주권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 조직표는 이 후보가 마지막까지 ‘민주당 후보’라는 정체성을 선명하게 가져갈 경우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은 결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김 후보가 도정 성과를 생활 체감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큰 숫자 공약’은 추상적 약속으로 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북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정당의 전북’과 ‘성과의 전북’이 맞붙었다는 점에서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가 주목을 받고 있다”며 “김 후보가 전북 발전을 위해 당적보다 실행력을 봐야 한다고 말하고, 이 후보는 전북이 다시 민주당의 중심축 안에서 정부·국회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이어 “전북 유권자들은 새만금, 일자리, 청년 정착, 농생명 산업, 교통망 확충을 실제 결과로 만들 후보가 누구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라며 “남은 승부는 더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투표장에 실제로 나오는 조직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2026-05-3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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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 복원' 김경수 vs '현직 안정' 박완수…투표율·조직력이 승패 가른다
[경제일보] 경남도지사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의 전·현직 맞대결로 막판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 후보는 민선7기 경남도정을 완주하지 못했다는 약점을 ‘부울경 메가시티 복원’과 ‘산업대전환’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고, 박 후보는 현직 도지사의 행정 연속성과 원전·조선·방산 산업 기반을 앞세워 보수 표심을 결집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판세는 단정하기 어렵다. KBS창원총국 3차 여론조사(KBS창원총국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 2026년 5월 24~27일, 경남도민 800명,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및 KBS창원 홈페이지 참조)에서 김 후보가 45%의 지지율로 34%의 지지율을 얻은 박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같은 조사에서 김 후보는 1차 37%, 2차 40%, 3차 45% 흐름을 보였고, 박 후보는 27%, 35%, 34% 흐름을 보였다. 중도층에서도 김 후보 47%, 박 후보 32%로 김 후보가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지지 후보 없음 10%, 모름·무응답 10% 등 유보층이 적지 않아 막판 변동성은 남아 있다. 반면, 경남신문 2차 여론조사(경남신문 의뢰, 모노리서치 조사,2026년 5월 25~26일, 창원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4명, 통신 3사 무작위 추출 가상 번호, 무선전화 ARS 조사, 응답률 8.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박 후보가 47.8%의 지지율로 43.1%의 지지율을 보인 김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또한 중서부 내륙에서 박 후보가 57.8%, 김 후보가 35.3%로 크게 앞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같은 경남 안에서도 창원·김해·양산 등 동부권과 진주·거창·합천 등 서부내륙의 정치 지형이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다. 김경수 “교통·산업 대전환” vs 박완수 “주력산업 기반 수성” 김 후보의 1호 공약은 ‘경남 교통 대전환’이다. 부울경을 30분대 생활권으로 묶고, 메가시티를 다시 작동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부울경 메가시티 즉각 복원을 경남 경제 혁신의 첫 과제로 제시하고, 4대 광역철도망을 중심으로 도시 간 연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청년 정착과 산업 인력 이동 문제를 교통망으로 풀겠다는 전략이다. 산업 공약도 공격적이다. 김 후보는 SMR과 방산 등 5대 주력산업을 세계 1위 수준으로 키우고, 5000개 기업에 AI를 도입하는 산업대전환 프로젝트로 신규 일자리 15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또 청년 공약으로 2030년까지 청년 일자리 6만개 확보와 최대 3000만원 목돈 마련 방안을 제시했다. 막판 TV토론 무산…‘과거 도정 하차’ vs ‘현직 책임론’ 공방 박 후보의 전략은 ‘경남 산업의 현장 안정론’이다. 박 후보는 창원과 거제의 원전·조선 산업 현장을 잇따라 찾으며 제조업 기반을 지키는 도지사 이미지를 강화했다. 그는 주요 원전·조선업체를 방문해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행보를 보였고, 소상공인종합지원센터 건립과 AI·디지털 전환 지원 등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대책도 공약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복지 분야에서는 박 후보가 여성과 4050세대를 겨냥한 5대 복지공약을 앞세웠다. 이는 산업 현장 노동자와 중장년 가구가 많은 경남의 인구구조를 겨냥한 행보로 읽힌다. 첫 TV토론은 두 후보의 약점을 동시에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BC경남 초청 토론에서 두 후보는 전·현직 지사답게 경제 성과와 통계, 과거 발언을 놓고 충돌했다. 김 후보는 “민선7기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한 데 진심으로 도민들께 사과드린다”고 했고, 박 후보는 “경남이 정치의 볼모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맞섰다. 경남경제 성장률과 청년 정착 해법을 두고도 통계 해석과 도정 책임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막판 토론 변수는 줄었다. 두 후보는 29일 예정됐던 KBS창원방송총국 초청 TV토론에 나란히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 측은 이미 방송사 초청 토론과 법정 토론 등 3차례 TV토론을 통해 공약과 비전을 충분히 설명했고, 29일이 사전투표 시작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남은 기간 승부는 추가 검증보다 조직력, 투표율, 지역별 동원력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 동부권·서부내륙·중도층, 경남 미래 가를 승부처 SWOT로 분석한 김 후보의 강점은 전국적 인지도와 부울경 메가시티 의제다. 경남을 부산·울산과 연결한 광역경제권으로 다시 설계하겠다는 메시지는 청년·산업·교통 문제를 한 묶음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약점은 민선7기 도정 중도하차의 기억이 꼽힌다. 여당 프리미엄과 중도층 우세 흐름은 기회 요소이지만, 서부내륙 보수 결집과 박 후보의 현직 안정론은 위협 요소로 지목된다. 박 후보의 강점은 현직 프리미엄과 산업 현장 네트워크다. 원전, 조선, 방산, 항공우주 등 경남 주력산업을 도정 성과와 연결해 설명할 수 있다. 약점은 변화 요구가 커질 경우 ‘현직 책임론’에 직면한다는 점이다. 중서부 내륙과 고령층 보수 결집은 박 후보의 기회 요소이고, 김 후보의 중도층 확장, 민주당 정당 지지도 상승, 청년·동부권 표심 이탈 등은 위협 요소로 분석된다. 정치권에서는 경남도지사 선거의 막판 승부처는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인구가 많고 산업·주거·교통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힌 지역 창원·김해·양산의 동부권에서 김 후보의 메가시티·광역철도 공약이 먹힐 수 있지만, 박 후보도 현직 도정과 산업 기반을 앞세워 방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경남신문 조사에서 박 후보가 강세를 보인 서부내륙에서 김 후보가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전체 판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도층과 유보층의 규모가 작지 않은 만큼 마지막 투표장 동선이 승부를 바꿀 수 있다. 경남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경남 선거의 본질은 ‘과거 도정 평가’와 ‘미래 산업 선택’의 충돌”이라며 “경남 유권자들은 어느 한쪽의 구호보다 분명한 기준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누가 더 경남의 일자리와 생활권, 산업 전환을 실제 결과로 만들 수 있느냐가 승부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05-30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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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정권 심판보다 생활정치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여야는 총력전에 들어갔다. 여당은 국정 안정을, 야당은 정권 견제를 내세우고 있다. 중앙정치의 시각에서 보면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민심 평가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본령은 따로 있다. 주민의 삶을 누가 더 잘 돌볼 것인가, 지역의 살림을 누가 더 책임 있게 운영할 것인가, 낡은 행정과 무능한 의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묻는 선거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을 다시 뽑는 선거가 아니다. 국회를 새로 구성하는 선거도 아니다.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이들이 결정하는 것은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생활의 조건이다. 버스 노선 하나, 학교 주변 안전 하나, 노후 주택 정비 하나, 보육과 돌봄 예산 하나가 주민의 하루를 바꾼다. 지역 산업단지 규제 완화와 청년 창업 공간, 전통시장 주차장, 병원 접근성, 하천 정비, 쓰레기 처리, 재난 대응 역시 지방정부의 실력과 직결된다.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승패표로만 소비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물론 이번 선거에 중앙정치의 의미가 없을 수는 없다. 정권 출범 이후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투표장에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가와 집값, 고용과 세금, 복지와 재정, 외교와 안보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도 선거에 담긴다. 그러나 모든 지방 의제를 정권 심판론 하나로 덮어버리면 정작 지역은 사라진다. 서울의 교통과 주거, 부산의 산업 재편, 대구·경북의 청년 유출, 호남의 인구 감소, 충청의 행정수도와 산업벨트, 강원의 접경지 경제, 제주 관광과 환경 문제는 모두 다른 해법을 요구한다. 하나의 정치 구호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후보의 간판이 아니라 실력이다. 어느 당 소속인가보다 무엇을 해왔는지 누구와 가까운가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중요하다. 지방정부는 이제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다. 지역 경제의 기획자이자 복지의 집행자이며 재난과 안전의 최전선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생존 전략을 짜야 하고 수도권에서는 과밀과 주거비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인공지능(AI) 산업과 디지털 전환,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전환도 중앙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다.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둘 것인지, 전력망과 산업단지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지역 대학과 기업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지방의 미래를 좌우한다. 그런데 선거 현장은 여전히 낡은 정치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물 검증보다 진영 동원이 앞서고 정책 경쟁보다 상대 흠집 내기가 더 쉽게 소비된다.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보장되는 지역도 적지 않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는 무투표 당선자가 500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한 규모로 지방자치 경쟁이 얼마나 약화됐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선택지가 없는 선거는 유권자의 권리를 반쪽으로 만든다. 지방의원 선거가 생활정치의 입구가 아니라 정당 조직의 하부 구조로 굳어지면 지방자치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교육감 선거 역시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교육은 한 세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영역이다. 학력 저하와 사교육비 부담, 학교폭력, 교권 회복, 디지털 교육, 지역 간 교육 격차는 어느 하나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상당수 유권자는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충분히 알지 못한 채 투표장에 들어선다. 정당 표시가 없다는 이유로 정보는 부족하고 후보들은 이념 구호 뒤에 숨는다. 교육감은 아이들의 학교와 교사의 일터, 학부모의 삶을 바꾸는 자리다. 모른 채 찍는 투표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유권자에게도 책임은 있다.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투표하지 않는 시민의 몫은 언제나 더 조직된 세력이 가져간다.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생활정치의 질을 떨어뜨린다. 주민이 묻지 않으면 후보는 답하지 않는다. 공약을 따지지 않으면 선거 이후 책임도 물을 수 없다. 누가 우리 지역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지, 빚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 개발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 복지는 지속 가능한지, 청년과 노인은 어디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 꼼꼼히 물어야 한다. 정당들도 달라져야 한다.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전초전으로만 여기는 태도는 이제 버려야 한다. 좋은 후보를 키우지 않고 지역 정책을 준비하지 않고, 선거 때마다 심판론과 방어론만 반복하는 정당은 지방자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 공천은 정당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다. 부실한 후보를 내놓고 당만 보고 찍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무책임이다. 지방의회 역시 거수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행부를 감시하지 못하는 의회, 예산을 읽지 못하는 의원, 주민보다 정당의 눈치를 보는 지방정치는 결국 지역을 병들게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의 기준은 단순해야 한다. 내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사람인가. 지역의 돈을 제대로 쓸 사람인가. 갈등을 키우기보다 문제를 해결할 사람인가. 중앙정치의 바람에 기대는 후보보다 현장을 아는 후보를, 구호만 외치는 후보보다 숫자와 예산을 설명할 수 있는 후보를, 당색보다 책임을 아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반복되는 선택의 축적이다. 지방선거는 그중에서도 가장 생활에 가까운 민주주의다.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의 함성만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심판도 필요하고 견제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는 것은 주민의 삶이다. 정치가 다시 주민의 삶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 지방정부가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기능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와 정치권 모두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2026-05-30 12: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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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전직 대통령의 법정, 체통과 책임의 마지막 시험대
[경제일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재판은 1심을 지나 항소심으로 넘어왔지만 사건의 무게는 줄지 않았다. 1심 법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사실관계와 법리, 형량이 다시 다퉈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 재판이 묻는 것은 유무죄와 형량만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 행사로 발생한 결과를 법정에서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도 함께 놓여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의 내란 사건 항소심은 재판부 기피신청과 재항고 절차가 이어지면서 본격 심리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김 전 장관과 일부 피고인들도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법원은 기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피고인 측은 이에 불복했다. 피고인에게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법관 기피신청 역시 형사소송 절차 안에 있는 제도다. 다만 내란 사건처럼 헌정질서와 군 지휘 체계가 함께 다뤄지는 사건에서는 절차적 다툼의 방식과 시점도 공적 평가의 대상이 된다. 전직 대통령의 법정은 일반 피고인의 법정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혐의를 다투고 증거를 반박하며 법률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였고 계엄 선포권자였다. 그 권한은 개인에게 주어진 권력이 아니라 헌법이 맡긴 공적 권한이다. 그 권한 행사로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군과 경찰, 행정부가 영향을 받았다면 법정에서의 태도 역시 개인 방어권의 차원을 넘어선다.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불리하게 평가돼서는 안 된다. 재판부 기피신청이나 증거 다툼도 법이 인정한 절차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과 전직 국방부 장관처럼 국가권력의 정점 또는 그에 가까운 위치에 있던 인물들의 절차적 대응은 그 자체로 별도의 메시지를 남긴다. 특히 그 재판이 군과 경찰, 헌법기관을 움직인 계엄 사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전직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체통은 침묵을 뜻하지 않는다. 혐의를 다투지 말라는 뜻도 아니다. 자신의 결정을 둘러싼 법적 책임을 다투더라도 그 결정이 국가기관과 하급 공직자에게 남긴 부담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부하와 실무자들이 수사와 재판의 부담을 나누어 지는 상황에서 최고 결정권자가 절차적 대응만을 앞세우는 모습으로 비치면 책임의 방향은 다시 아래로 흘러갈 수 있다. 법정 태도도 공적 평가의 대상 윤 전 대통령 측은 계엄이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이 아니라 경고성 조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왔다. 항소심에서도 이 주장은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법원이 살필 부분은 계엄을 어떻게 불렀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이 움직였느냐이다. 군 병력이 국회와 선관위 등 헌법기관을 향해 이동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명령이 내려갔는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군·경 수뇌부가 어떤 인식을 공유했는지가 판단의 중심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전직 대통령의 법정 태도는 바로 이 대목에서 중요해진다. 계엄을 경고성 조치로 설명하더라도 실제 병력 이동과 기관 장악 시도 의혹이 있었다면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문제다. 법정에서는 혐의를 다툴 수 있다. 그러나 군과 경찰, 행정부 공직자들이 그 결과로 수사와 재판에 서게 된 현실까지 외면하기는 어렵다. 대통령의 권한은 결과가 발생한 뒤에도 책임을 동반한다. 김용현 전 장관의 위치도 이와 맞물려 있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의 판단이 군 지휘 계통으로 전달되는 자리였다. 1심 법원은 김 전 장관의 책임을 중대하게 판단했다. 항소심에서는 김 전 장관이 단순 전달자였는지, 아니면 군사적 실행을 구체화한 인물이었는지가 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책임은 서로를 지우는 관계가 아니다. 대통령의 권한과 장관의 실행 관여는 각자의 지위에 따라 함께 평가돼야 한다. 충암고 출신 핵심 인맥 논란도 마지막까지 남는 대목이다. 학연 자체가 형사책임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다만 같은 인맥에 속한 인물들이 계엄 국면에서 핵심 직책을 맡았고 실제 지시와 실행 과정에 관여했다면 그 역할은 재판에서 검토될 수밖에 없다. 전직 대통령 주변의 사적 신뢰 관계가 공식 절차를 대신했는지, 국방부와 군 지휘 체계가 어떤 경로로 움직였는지도 항소심의 주요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 군에 남은 부담 이 시리즈가 반복해 짚은 대목은 군 전체를 계엄의 책임 주체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다수 군인은 계엄을 설계하지 않았다. 현장의 장병과 실무 간부 상당수는 명령 체계 안에서 움직였다. 이들이 위법성을 어느 정도 인식했는지는 개별 사정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 그러나 계엄을 기획하고 지시한 사람들과 같은 선상에서 평가할 수는 없다. 계엄은 군에 오래 남을 부담을 남겼다. 일부 지휘관은 피고인석에 앉았고 일부는 증언대에 섰다. 수많은 장병은 자신이 수행한 명령의 의미를 뒤늦게 평가받는 위치에 놓였다. 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 신뢰도 흔들렸다. 이 부담은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아니다. 국가 최고 권한자의 판단과 국방부 장관, 핵심 지휘 라인의 결정이 군 조직을 정치적 논란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인 결과다. 전직 대통령의 책임 문제는 이 지점에서 다시 제기된다. 대통령은 군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가졌지만 그 권한이 군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방식으로 행사됐다면 그 결과도 감당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의 체통은 법정 밖 의전의 문제가 아니다. 군과 국가기관에 남긴 부담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하는지에서 드러난다. 군인들에게 남은 억울함은 감정적 표현으로 소비할 문제가 아니다. 계엄에 동원된 군인 상당수는 정치적 판단의 주체가 아니었다. 그들은 명령을 받았고 조직 안에서 움직였으며 이후 수사와 재판의 그림자 속에 놓였다. 이 차이를 인정해야 책임의 경계가 바로 선다. 명령받은 사람과 명령한 사람, 실행을 지시받은 사람과 실행을 설계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남은 재판의 출발점이다. 헌정질서와 형사책임의 접점 내란 재판은 일반 형사사건보다 무거운 헌정적 의미를 갖는다. 형사재판은 피고인의 행위와 책임을 판단하는 절차다. 그러나 내란 사건에서는 그 판단이 헌법기관의 권한, 군 통수권의 한계, 비상권한 행사 요건과 맞물린다. 윤 전 대통령 재판이 단지 한 개인의 형량 문제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항소심에서 법원은 공모관계와 지시 경로, 실행 관여 정도, 국헌문란 목적 인정 여부를 다시 살피게 된다. 형량 판단에서는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라는 지위, 군·경 수뇌부의 권한 행사, 계엄이 헌법기관과 군 조직에 남긴 결과가 함께 고려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이라는 지위는 자동 감경 사유가 되기 어렵다. 권한이 컸던 만큼 그 권한의 사용 방식도 엄격하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 다만 항소심이 정치적 심판의 장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법정은 여론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거와 법리에 따라 책임을 가리는 곳이다. 윤 전 대통령에게도 방어권은 보장돼야 하고 김 전 장관 등 다른 피고인들도 각자의 혐의와 증거에 따라 판단받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책임의 범위를 넓게 흐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권한과 행위에 맞게 정확히 나누는 일이다. 그 점에서 전직 대통령의 재판 태도는 법정 안팎에서 계속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방어권 행사는 권리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한 행사로 군과 국가기관이 움직였고 그 결과 수많은 공직자가 수사와 재판의 부담을 지게 됐다면 최고 결정권자의 태도도 함께 기록된다.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서 보여야 할 최소한의 체통은 절차를 포기하는 데 있지 않고 책임의 방향을 흐리지 않는 데 있다. 남은 재판이 남길 것 윤 전 대통령 재판의 마지막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항소심과 이후 절차에서 유무죄와 형량은 다시 다퉈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법정 쟁점만으로도 이 사건이 남긴 숙제는 적지 않다. 대통령의 비상권한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국방부 장관과 군 지휘부는 위법한 지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명령을 받은 군인과 명령을 내린 권력의 책임은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가 그것이다. 이 사건은 군 전체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정리돼서는 안 된다. 군은 국가의 명령 체계 안에서 움직이는 조직이다. 그 조직이 정치적 판단의 실행 수단으로 불려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따져야 할 대상은 현장에 투입된 장병이 아니라 그 병력을 움직이도록 만든 의사결정 과정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핵심 지휘 라인의 책임 문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 전직 대통령의 법정은 개인의 방어권과 공적 책임이 동시에 드러나는 자리다. 법률상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했던 사람에게는 그 권한이 남긴 결과를 감당하는 태도도 요구된다. 군과 국가기관에 남은 부담을 외면하지 않고 책임의 경계를 흐리지 않는 것, 그것이 전직 대통령의 법정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남은 재판은 계엄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을 넘어 공식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판단을 했고 그 판단이 군과 헌법기관에 어떤 결과를 남겼는지를 가려내는 절차가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군인에게 남은 부담과 억울함도 함께 정리돼야 한다. 명령받은 사람과 명령한 사람의 책임을 구분하는 일은 윤석열 재판의 중간 결산을 넘어 한국 헌정질서가 다시 확인해야 할 기준이다.
2026-05-30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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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행정' 정원오 vs '시정완성' 오세훈…승부 가를 '실행력'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되면서 막판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특히 한 달 전만 해도 정 후보가 비교적 안정적 우위를 보이는 흐름이었지만,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오 후보의 추격세가 뚜렷해졌다. 서울은 이번 지방선거 전체 판세를 가늠하는 최대 승부처다. 정권 안정론과 야권 견제론, 생활행정 성과와 시정 연속성, 강북 교통망과 주택공급 속도전이 한 선거구 안에서 충돌하고 있다. 정원오 선두 속 오세훈 추격… 세대·권역별 지지세 뚜렷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한 여론조사(MBC 의뢰,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 2026년 5월 26~27일, 서울특별시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800명, 통신3사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성·연령·권역별 가상번호 내 무작위 추출, 응답률 14.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및 MBC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정 후보와 오 후보는 각각 41%, 37%의 지지율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열흘 전과 비교해 정 후보는 2%p 하락했고, 오 후보는 2%p 상승했다. 적극 투표층에서도 정 후보 45%, 오 후보 39%로 격차가 줄었다. 조선일보가 의뢰한 메트릭스 여론조사(조선일보 의뢰, 메트릭스 조사, 2026년 5월 16~17일, 서울 거주 만18세 이상 유권자 800명, 통신3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응답률 13.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및 조선일보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정 후보와 오 후보는 각각 40%, 37%의 지지율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연령별로 정 후보는 40대와 50대에서 강했고, 오 후보는 20대·30대·70대 이상에서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권역별로는 정 후보가 동북권, 오 후보가 동남권에서 강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관계자는 “정 후보는 앞서가고 있지만 굳히지 못했고, 오 후보는 추격하고 있지만 뒤집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30분 통근·36만호 공급” vs “도시철도 속도전·31만호 공급” 정 후보의 선거 전략은 ‘생활행정의 서울 확장’이다. 성동구청장 경험을 바탕으로 교통, 주거, 돌봄, 도시안전 문제를 현장형 행정으로 풀겠다는 접근이다. 핵심 공약은 ‘30분 통근 도시’다. 정 후보는 동부선·서부선·강북횡단선·GTX-D를 연결하는 격자형 철도망을 내세웠고, 교통 소외지역을 줄이기 위해 버스 노선 개편과 공공버스 투입, 기후동행카드의 전국 확장 구상 등을 제시했다. 주택 분야에서도 정 후보는 방어가 아니라 공세를 택했다. 그는 평균 15년 이상 걸리는 정비사업 기간을 10년 이내로 줄이고 2031년까지 총 36만호 착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비사업 30만호 이상, 신축 매입임대 5만호, 노후 영구임대주택단지 재건축 1만호가 골자다. 청년주택 5만호, 청년 주거비 지원, 신혼부부 분양·공공임대 공급도 포함했다. 오 후보의 전략은 ‘검증된 시장의 완성론’이다. 서울시장을 지낸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작한 사업을 끝낼 사람은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 후보는 주택 공급을 선거의 전면에 세웠다. 2031년까지 총 31만호 주택 공급 물량을 확보하고, 3년 안에 착공 가능한 85개 구역 8만5000호를 핵심전략정비구역으로 집중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추진위원회 구성 생략,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동시 처리 등 ‘쾌속통합’ 트랙도 내세웠다. 교통 분야에서 오 후보는 도시철도 조기 완공과 출퇴근 시간 단축을 강조하고 있다. 강북횡단선, 면목선, 서부선, 목동선, 난곡선, 우이신설연장선, 동북선 등 7개 도시철도 노선을 조기에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이신설선과 지하철 9·2호선에는 무선통신 기반 제어 기술을 도입해 배차 간격을 줄이고, 새벽·심야 이동 수요를 위한 버스 서비스 확대도 약속했다. TV토론 직후 불붙은 ‘안전·부동산 프레임’ 전쟁 두 후보의 차이는 ‘새로운 확장’과 ‘기존 완성’의 차이다. 정 후보는 서울의 불균형을 교통망과 생활SOC로 풀겠다는 쪽에 가깝다. 반면, 오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정상화와 도시철도 사업의 속도전을 앞세운다. 또한 정 후보가 강북과 서남권의 생활 불편을 파고든다면, 오 후보는 주택 공급과 시정 경험을 통해 중도·보수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 막판 변수는 지난 28일 개최된 TV 토론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서울시장 후보 TV토론에서 정 후보와 오 후보는 GTX-A 노선 철근 누락 책임, 성동구 행당7구역 준공 지연, 부동산 공급 실적 등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토론 이후 남은 쟁점은 안전·부동산·인물 검증 등이다. 우선 GTX 철근 누락 논란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행정 책임의 문제로 번지고 있고,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정 후보는 오 후보의 공급 실적을, 오 후보는 전임 민주당계 시정의 정비구역 해제를 주택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또한 인물 검증 과정에서 선거 막판 네거티브가 중도층에 피로감을 줄지 아니면 후보 적합성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믿을 수 있는 청사진’ 선거 승패 판가름 SWOT로 분석한 정 후보의 강점은 생활행정 이미지와 여당 프리미엄이다. 구청장 출신으로 현장 밀착형 행정 경험을 쌓았고, 여론 흐름에서도 선두권을 유지해왔다. 반면, 서울시 전체 규모의 행정 경험이 오 후보보다 부족하다는 점은 정 후보의 약점이다. 국정 안정론과 민주당 구청장·시의원 후보와의 동반 상승효과는 정 후보의 기회 요소이고, 선거 막판 오 후보의 추격세, 안전·부동산 검증 공세, 적극 투표층에서의 보수 결집 등은 위협 요소로 분석된다. 오 후보의 강점은 서울시장 경험과 정책 브랜드다. 신속통합기획, 기후동행카드, 한강 개발 등 유권자에게 익숙한 시정 자산이 있다. 약점은 장기 재임 피로감과 주택 공급 성과 논란이다. 오 후보의 기회 요소는 20대·30대와 강남3구 중심의 결집, 막판 보수층 투표율 상승이고, 정권 안정론이 서울에서도 일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과 부동산·안전 공방이 현직 책임론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위협 요소로 꼽힌다.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시장 선거의 막판 승부처는 한강벨트와 동북권, 사전투표율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강벨트는 정권심판론과 생활경제 이슈가 동시에 작동하는 지역이다. 동북권은 정 후보의 교통 공약이 먹히는 곳이고, 동남권은 오 후보가 주택·세금·재건축 이슈로 방어선을 칠 수 있는 곳이다. 서남권은 출퇴근, 노후 주거지, 청년 주거 문제가 겹쳐 있어 두 후보 모두에게 확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 후보가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오세훈 심판’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30분 통근 도시와 36만호 공급이 실제로 가능한 계획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오 후보의 경우 ‘경험 있는 시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미 오래 맡았는데 왜 아직 해결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변 내놓을 필요가 있다”며 “서울 유권자는 구호보다 실행표를 보는 만큼 남은 기간 승부는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믿을 만한 실행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026-05-3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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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형량은 어디에서 갈리나
[경제일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재판은 항소심에서 형량 판단을 다시 다투게 됐다. 1심 법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에게도 유죄 판단과 중형이 선고됐다. 항소심은 유무죄 판단뿐 아니라 각 피고인의 지위와 관여 정도에 따른 형량의 무게를 다시 따지는 절차가 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특검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무기징역 선고 등에 항소했다. 항소심 첫 국면에서는 재판부 기피신청과 재항고 절차까지 이어지면서 본격 심리가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형량 판단의 큰 틀은 이미 1심에서 상당 부분 제시됐다. 계엄을 누가 구상했는지, 누가 군 지휘 체계로 옮겼는지, 누가 실제 병력 이동과 기관 장악 시도에 관여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내란죄의 법정형은 무겁다. 형법은 내란의 우두머리에 대해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를 규정한다.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사람도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한다. 단순 가담자와 달리 우두머리와 중요임무 종사자는 국가권력 배제 또는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에서 핵심 역할을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형량 판단에서도 지위와 역할, 실행 관여 정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가장 먼저 따져질 부분은 우두머리 지위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이고 계엄 선포권자였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그 결정 이후 군과 경찰, 행정부가 움직였다면 법원은 그 권한이 어떤 목적과 절차에 따라 행사됐는지를 살피게 된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지위는 형량 판단에서 단순한 감경 요소로만 작용하기 어렵다. 국가 최고 권한을 가진 사람이 헌정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렸다면 그 지위는 책임의 무게를 키우는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다. 반면 김 전 장관 등은 대통령과 다른 층위에서 판단된다. 김 전 장관은 국방부 장관으로서 대통령의 판단을 군 지휘 체계로 연결하는 위치에 있었다. 1심 법원이 김 전 장관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것은 그가 계엄 준비와 실행 과정에서 수행한 역할을 중대하게 본 결과로 읽힌다. 항소심에서는 김 전 장관이 단순 전달자였는지, 아니면 군사적 실행을 구체화한 인물이었는지가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법정형보다 중요한 것은 역할의 차이 내란 사건의 형량은 법정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같은 사건 안에서도 피고인의 지위와 관여 정도, 지시의 구체성, 실행 결과, 범행 후 태도에 따라 형량은 달라진다. 우두머리인지, 중요임무 종사자인지, 단순 가담자인지에 따라 법률상 출발점부터 다르다. 같은 중요임무 종사 혐의라도 실제로 계획을 세운 사람과 명령을 전달한 사람, 현장에서 제한적으로 움직인 사람의 책임은 같을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대다수 군인은 형량 분석의 중심에 놓여서는 안 된다. 계엄에 동원된 장병과 실무 간부 상당수는 명령 체계 안에서 움직였다. 이들이 위법한 명령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현장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필요하면 개별적으로 따질 문제다. 그러나 계엄을 기획하고 명령을 내리거나 실행 방향을 정한 사람들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형량 분석의 출발점은 현장 병력이 아니라 그 병력을 움직인 의사결정권자들이다. 김 전 장관의 형량 판단에서도 이 구분은 중요하다.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명을 받는 자리이지만 동시에 군이 정치적 판단의 실행 수단이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자리다. 장관이 대통령의 결심을 군 지휘 체계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어떤 법적 검토를 했는지, 반대 의견을 냈는지, 오히려 실행 방향을 구체화했는지는 양형에서 주요 요소가 된다. 권한이 컸던 만큼 그 권한이 어떻게 행사됐는지가 형량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군 정보·방첩 라인의 역할도 별도로 검토될 부분이다. 이들은 계엄 국면에서 특정 기관 장악이나 정치인 체포 의혹, 선거관리위원회 관련 조치와 맞물려 거론돼 왔다. 항소심에서는 이들이 어떤 지시를 받았고 무엇을 실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내란의 고의와 국헌문란 목적을 어느 정도 인식했는지가 다뤄질 수 있다. 군 정보기관의 특성상 상부 지시와 독자적 판단의 경계도 쟁점이 된다. 공모관계와 지시 경로가 형량을 가른다 항소심에서 형량을 좌우할 첫 번째 요소는 공모관계다. 내란 사건에서 공모가 인정되려면 단순한 동석이나 의견 교환을 넘어 범행의 기본적 내용에 대한 의사 결합이 있었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군·경 수뇌부 사이에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사전에 어떤 준비가 진행됐는지, 각자가 계엄의 목적과 실행 방식을 어떻게 인식했는지가 중요하다. 두 번째 요소는 지시 경로다. 계엄 선포 이후 군과 경찰이 실제로 움직였다면 그 명령이 어느 경로로 전달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통령의 발언이 장관을 거쳐 군 지휘부에 전달됐는지, 장관이나 군 지휘관이 이를 어떻게 구체화했는지, 현장 부대에는 어떤 내용으로 하달됐는지가 형량 판단의 기초가 된다. 같은 명령 체계 안에서도 상층부에서 명령을 설계한 사람과 하층부에서 이를 받은 사람의 책임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요소는 실행 관여 정도다. 계엄이 선포됐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피고인의 책임이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국회와 선관위 등 헌법기관을 대상으로 한 병력 이동, 주요 인사 체포·구금 의혹, 계엄 문건 작성이나 사후 보완 과정에 누가 얼마나 관여했는지가 각각 따져져야 한다. 실행 단계에서 역할이 구체적일수록 형량은 무거워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지시를 받았으나 실제 실행에 제한적으로 관여했거나 위법성을 인식하기 어려웠던 사정이 인정되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네 번째 요소는 범행 후 태도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혐의를 다투는 것 자체는 불리한 사정으로 볼 수 없다.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 다만 책임 있는 지위에 있던 사람이 하급자나 기관 실무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상황을 외면하거나 재판 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으로 비칠 경우 공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전직 대통령과 전직 국방부 장관의 법정 태도가 일반 피고인보다 더 엄격하게 주목받는 이유다. 전직 대통령 지위는 어떻게 평가될까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형량 판단에서 전직 대통령이라는 지위는 핵심 변수다. 대통령은 헌법기관의 수반이고 군 통수권자다. 계엄 선포권은 국가비상권한 가운데서도 가장 강한 권한에 속한다. 그 권한을 행사한 결과 국회와 선관위, 군과 경찰, 행정부가 동시에 흔들렸다면 법원은 권한의 크기와 책임의 크기를 함께 볼 수밖에 없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사정은 두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국가 최고 책임자였다는 점에서 더 높은 법적·정치적 책임이 요구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피고인이 재판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도 함께 평가될 수 있다. 법원이 중하게 볼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대통령의 권한이 개인의 정치적 판단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는지,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제한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군과 경찰 조직이 어떤 부담을 떠안았는지다. 이 대목에서 군 전체의 피해는 형량 판단의 배경 사정이 될 수 있다. 계엄에 동원된 군인들이 모두 피해자라는 식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다수 장병과 실무 간부가 정치적 결정을 만든 주체가 아니라 명령 체계 안에서 움직인 사람이라는 점은 고려돼야 한다. 국가 최고 권한자의 판단이 군 조직 전체를 수사와 재판, 사회적 불신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면 그 결과는 양형에서 가볍게 볼 수 없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전직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체통 문제도 이와 맞닿아 있다. 형사재판에서 체통이라는 말은 법률용어는 아니다. 그러나 책임 있는 태도는 양형과 공적 평가에서 완전히 분리되기 어렵다. 혐의를 다투더라도 자신의 결정이 불러온 결과를 어떻게 대하는지, 군과 경찰의 하급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법정 밖 평가에 남는다.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했던 사람에게는 방어권 행사와 별개로 그 권한의 결과를 감당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군 피해와 양형의 연결점 12·3 비상계엄 재판에서 군 피해 문제는 감정적 호소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 형량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계엄이 군 조직에 남긴 구체적 결과다. 지휘관들은 피고인 또는 증인으로 법정에 섰고 일선 장병들은 자신이 수행한 명령의 의미를 뒤늦게 평가받는 위치에 놓였다. 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 신뢰도 흔들렸다. 이 결과가 누구의 판단에서 비롯됐는지를 따지는 일은 형량 판단과 무관하지 않다. 대다수 군인은 계엄을 설계하지 않았다. 국회와 선관위로 이동한 병력 상당수는 상급자의 명령을 받은 위치에 있었다. 이들이 위법성을 어느 정도 인식했는지는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계엄의 목적과 실행 방향을 결정한 사람들과 같은 수준에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양형은 책임의 크기를 구분하는 절차다. 군 전체를 묶어 비난하는 방식은 그 구분을 어렵게 만든다. 김 전 장관과 군 지휘부의 형량은 바로 이 구분 위에서 다뤄져야 한다. 장관과 고위 지휘관은 하급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고 더 큰 권한을 행사했다. 그만큼 위법성을 판단하고 제동을 걸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계엄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이들이 어떤 판단을 했고 그 판단이 하급자에게 어떤 부담을 남겼는지는 항소심에서도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다. 형량 분석은 결국 책임의 방향을 정하는 작업이다. 현장에서 움직인 병력에게 모든 부담을 돌릴 것인지, 아니면 병력을 움직이도록 만든 권한 행사와 지시 경로를 추적할 것인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진다. 이번 재판에서 법원이 살필 부분은 후자에 가깝다. 계엄이라는 비상권한을 누가 어떤 목적과 방식으로 사용했는지, 그 권한 행사가 군과 헌법기관에 어떤 결과를 남겼는지를 따지는 절차다. 항소심 형량 판단의 기준 항소심에서 형량은 여러 요소가 함께 검토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의 경우 우두머리 지위 인정 여부와 국헌문란 목적, 계엄 선포 전후 지시 내용, 군·경 수뇌부와의 공모관계, 재판 과정에서의 태도가 핵심이다. 김 전 장관의 경우 대통령의 결심을 군 지휘 체계로 옮기는 과정에서의 역할, 각 부대와 지휘관에게 전달한 지시 내용, 실행 관여 정도가 주요 판단 대상이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다른 피고인들의 형량은 각자의 위치와 실행 정도에 따라 다시 검토될 수 있다. 특히 군·경 수뇌부는 상급자의 지시를 받는 위치였다는 사정과 동시에 자신이 지휘권을 행사하는 위치였다는 사정이 함께 있다. 어느 쪽이 더 크게 평가되는지는 각 피고인의 구체적 행위와 인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전직 대통령이라는 지위는 항소심에서도 중심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은 계엄 선포권자이자 군 통수권자였다. 그 권한의 행사로 군 조직이 움직였고 헌법기관이 영향을 받았다면 책임의 출발점은 위에서부터 살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형량이 자동으로 낮아질 수는 없다. 오히려 권한의 크기와 헌정질서에 미친 영향은 법원이 무겁게 볼 수 있는 요소다. 계엄 재판의 형량 분석은 숫자를 예측하는 문제가 아니다. 법원이 어떤 책임을 더 무겁게 보고 어떤 역할을 구분할 것인지를 살피는 일이다. 항소심은 계엄을 기획·지휘한 인물과 명령 체계 안에서 움직인 사람을 나누고, 각자의 권한과 행위에 맞게 책임을 정리하는 절차가 될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군 전체를 향한 비난보다 의사결정권자의 권한 행사와 지시 경로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2026-05-30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