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집을 둘러본 뒤 계약하지 않아도 비용을 받는 이른바 ‘임장비’를 도입하자는 공인중개업계의 요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중개업계는 현장 안내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에 최소한의 대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 사이에서는 기존 중개보수에 비용을 더 얹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구상하는 방식은 고객이 매물을 보러 갈 때 임장비를 먼저 내고 이후 계약이 성사되면 중개보수에서 해당 금액을 빼주는 형태다. 2만원을 임장비로 냈다면 계약할 때 지급하는 중개보수에서 2만원을 차감하는 식이다.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장 기본보수제 도입 필요성을 다시 언급했다. 등기부등본 열람이나 차량 이동 등에 비용이 들어가고 다른 전문자격사의 상담처럼 공인중개사의 현장 서비스에도 대가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개업계에서는 실제 매수나 임차 의사 없이 부동산 공부 등을 목적으로 매물을 둘러보는 이른바 ‘임장 크루’도 문제로 꼽는다. 여러 매물을 안내하고도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개사는 별도의 보수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시선은 다르다. 주택 거래 때 적지 않은 중개보수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을 확인하는 과정까지 별도 비용을 매기면 사실상 중개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임장비 논란이 커지면서 관심은 현행 중개보수 제도로도 옮겨가고 있다. 주택 매매 중개보수는 거래금액에 따라 상한요율을 적용하고 이 범위 안에서 거래당사자와 개업공인중개사가 협의해 결정한다.
중개업계 입장에서는 계약 한 건이 성사될 때까지 여러 고객을 상대하고 매물을 반복해 안내하더라도 계약 이전 단계의 업무에 별도의 보상이 없다.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계약이 성사되면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중개보수를 이미 지급한다.
임장비를 중개보수에서 차감하더라도 계약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비용이 된다. 집을 구하기 위해 여러 중개사무소를 거치거나 여러 지역의 매물을 확인해야 한다면 부담이 누적될 수도 있다.
보수를 둘러싼 논의가 확대되면서 공인중개사가 제공해야 할 서비스와 책임 범위도 함께 거론된다. 공인중개사법은 개업공인중개사에게 중개대상물의 상태와 입지, 권리관계 등을 확인해 중개의뢰인에게 성실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근거자료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은 확인·설명 범위를 더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소유권과 전세권, 저당권, 임차권 등 권리관계뿐 아니라 거래예정금액과 중개보수·실비의 금액 및 산출내역도 설명 대상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개사의 책임에 관한 규정도 있다. 공인중개사법 제30조는 중개 과정에서 고의나 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킨 개업공인중개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고 있다.
개업공인중개사는 이런 손해배상책임에 대비해 업무를 시작하기 전 보증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하거나 공탁해야 한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의무를 소홀히 해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이어져 왔다.
법제처 역시 공인중개사에게 상세한 확인·설명의무를 부여한 이유로 부동산 거래에 관여하는 전문자격사의 역할과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들고 있다. 중개사가 단순히 매도인과 매수인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래 안전을 확인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는 취지다.
때문에 임장비 논의가 현실화되면 얼마를 받을 것인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장 안내를 유료 서비스로 인정할 경우 어디까지를 임장 서비스로 볼지, 기존 중개보수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을 때 중개사가 어느 수준까지 확인·설명할지도 함께 정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는 중개보수 변경과 손해배상책임 보장 등을 심의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 정책심의위원회를 두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다. 중개보수와 책임을 서로 분리된 문제로만 다루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이미 있는 것이다.
임장비는 2만원을 받을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돈을 받는 서비스의 범위를 새로 정하기 시작하면 결국 중개사가 무엇을 제공하고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도 다시 정해야 한다.
임장비 논란이 공인중개사의 보수체계만 바꿀지, 수십 년간 이어진 국내 부동산 중개 서비스의 가격과 책임 범위를 함께 바꾸는 논의로 이어질지가 다음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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