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40건
-
'전격전'도 좋다, 대통령이 모든 길을 뚫을 순 없다
[경제일보] 대통령이 다시 기업들의 투자 일정표를 펼쳐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메가프로젝트’ 제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대형 투자사업의 진행 상황을 직접 챙겼다. 지난달 첫 회의를 연 지 한 달여 만이다. 광주 군공항 이전에서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전력과 용수 공급, 각종 인허가와 규제 개선까지 대통령 앞에 올라왔다. 이 대통령은 “속도전을 넘어서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세계 산업전쟁의 시계에 한국 행정의 느린 걸음을 맞출 수 없다는 주문일 것이다. 맞는 진단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피지컬AI에서 1~2년은 단순히 달력 몇 장이 넘어가는 시간이 아니다. 기술 세대가 바뀌고 고객사가 공급망을 다시 짜고, 경쟁국이 새로운 공장을 먼저 돌릴 수 있는 시간이다. 기업이 수십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섰는데 부지와 전력, 용수, 환경영향평가를 놓고 정부 부처를 몇 년씩 오가게 한다면 국가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꼴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특구특별법’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각종 인허가 기간을 줄이고 전력·용수·교통 등 기반시설을 함께 구축하며, 여러 부처에 흩어진 사안을 범정부 차원에서 신속하게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광주 군공항의 기능을 조기에 분산 배치해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을 앞당기고, 필요한 전력도 사업 일정에 맞춰 공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충청권과 영남권에서도 수백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가 예정돼 있다. 대통령이 나서자 오래 얽혀 있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기업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이런 일이라면 대통령이 몇 번이고 회의를 열어도 좋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하지만 박수를 치고 끝내기에는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왜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일이 움직이는가.’ 군공항 이전 시점부터 산업단지 착공, 송전망과 용수 공급까지 대통령이 일일이 일정표를 확인해야 비로소 부처가 움직인다면 그것은 대통령의 추진력을 보여주는 장면인 동시에 우리 행정의 허약함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처음 길을 뚫는 것은 필요하다. 군과 지방자치단체, 여러 정부 부처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수십 년간 뒤엉킨 사업이라면 최고 책임자의 결단 없이는 첫 삽을 뜨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 누구도 책임지고 먼저 움직이지 못하는 사안에서 대통령이 “이 방향으로 가라”고 정리하는 것은 지도자의 역할이다. 대통령이 첫 문을 열었다면 두 번째 문부터는 장관들이 열어야 한다. 산업부 장관은 투자 일정을 책임지고, 국토·환경 행정은 부지와 교통망, 환경과 용수를 맡아야 한다. 전력 당국은 송전망의 완공 시점을 책임져야 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은 주민을 설득하고 정주 여건을 갖추는 일을 자신의 이름으로 해내야 한다. 약속한 날짜를 지키지 못했다면 왜 늦었는지 설명하고, 필요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 책임도 져야 한다. 그것이 정상적인 행정이다. 한국 행정의 고질적인 문제는 책임자가 없어서라기보다 책임이 너무 잘게 쪼개져 있다는 데 있다. 대형 공장 하나를 짓는 데 산업·국토·환경·전력·지방행정이 모두 관여한다. 하지만 각 기관은 자기 업무만 처리하면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산단 지정에는 문제가 없고, 환경 절차에도 문제가 없고, 전력 공급도 규정대로 검토했다고 한다. 모든 기관이 자기 몫을 했다는 데 정작 공장 착공은 늦어진다. 기업 눈에는 정부가 여러 개가 아니다. 하나다. 이 단순한 상식을 행정이 자주 잊는다. 기업인은 어느 부처의 어느 과가 무엇을 맡았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 공장을 지을 수 있는가”라는 한 가지 답을 원한다. 하지만 그 답을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니 결국 대통령 앞까지 사안이 올라간다. 대통령 주재 회의가 열리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그동안 “어렵다”고 하던 사안에 대안이 붙고, “검토 중”이던 사업에 날짜가 생긴다. 법이 갑자기 바뀐 것이 아니다. 책임지고 결정할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 직할 행정’의 효용과 위험이 함께 있다. 초기에는 빠르다. 강력한 정치적 권위가 부처의 칸막이와 오래된 이해관계를 단숨에 넘어설 수 있다. 이런 방식이 일상화되면 다른 문제가 생긴다. 대통령이 관심을 가진 사업은 빨리 가고, 대통령의 회의 안건에 올라가지 못한 사업은 다시 평소의 속도로 돌아간다. 기업 입장에서 법과 제도보다 대통령의 관심 여부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된다면 그것은 좋은 투자 환경이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대통령에게도 시간은 하루 24시간뿐이다. 반도체 공장의 물길과 송전선까지 대통령이 끝까지 챙기는 동안 외교와 안보, 복지와 교육, 저출생과 재정도 대통령을 기다린다. 메가프로젝트가 늘어날수록 대통령실이 거대한 민원조정실이 되는 구조는 오래갈 수 없다. 이번 ‘전격전’의 진짜 성과는 특정 공장의 착공 시점을 몇 년 앞당기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챙기지 않아도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정부를 만드는 데까지 가야 한다. 먼저 대형 전략투자에는 한 사람이 전체 일정을 책임지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원스톱 창구’를 설치했다고 해놓고 접수만 한 곳에서 받은 뒤 서류가 다시 여러 기관을 순회한다면 간판만 바꾼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국가전략 프로젝트에는 총괄 책임자를 두고 부지·전력·용수·환경·교통 문제를 한꺼번에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행정 방식도 바꿔야 한다. 환경 검토가 끝난 뒤 전력을 논의하고, 전력 문제가 정리된 뒤 용수를 검토하는 식으로 순서대로 일을 처리해서는 세계 산업경쟁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사업 초기부터 환경·전력·용수·교통 문제를 동시에 들여다봐야 한다. 이것은 환경 기준을 낮추자는 얘기가 아니다. 절차를 없애는 것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주민의 권리와 노동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가전략산업이라는 이유로 주민 의견을 건너뛰거나 노동·환경 기준을 일괄적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빨라 보일지 몰라도 갈등이 쌓이면 소송과 반발로 더 많은 시간을 잃는다. 빠른 정부는 절차를 무시하는 정부가 아니라, 필요한 절차를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는 정부다. 공무원이 결정을 피하지 않게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새로운 사업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성공하면 정치권의 성과가 되고 실패하면 실무자의 책임이 되는 구조에서는 누구라도 전례를 찾고 결재를 미룬다. 명백한 특혜나 위법이 아니라면 당시의 자료와 절차에 따라 내린 합리적인 정책 판단은 보호할 필요가 있다. 적극행정은 구호가 아니라 감사와 인사제도에서 시작해야 한다. ‘맹자’에는 “도선부족이위정 도법불능이자행(徒善不足以爲政 徒法不能以自行)”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뜻만으로 정치를 할 수 없고, 법도 스스로 실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사람이 움직여야 제도가 움직인다. 지금 메가프로젝트에 대통령의 힘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래 굳어버린 행정을 처음 움직이려면 최고 책임자의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국가는 뛰어난 지도자 한 사람의 독촉에 오래 의존하지 않는다. 지도자의 의지를 제도로 바꾸고, 제도를 조직의 습관으로 만드는 나라가 강한 나라다. 대통령의 역할은 방향을 정하고 처음 막힌 길을 여는 데 있어야 한다. 그다음부터는 총리가 부처를 조정하고 장관이 일정에 책임을 지며, 지자체장이 현장의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사업이 늦어질 때마다 대통령이 다시 등장하는 구조가 아니라, 대통령이 없어도 담당자가 움직이고 정해진 날짜에 답을 내놓는 구조가 필요하다. 메가프로젝트의 성적표도 그렇게 바꿔야 한다. 대통령이 몇 차례 회의를 열었는지가 아니라 그 뒤 대통령이 회의를 열지 않아도 사업이 일정대로 진행됐는지를 봐야 한다.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전에 장관이 문제를 풀었는지, 지자체장이 기업과 주민을 설득했는지, 담당 기관이 약속한 날짜 안에 결정을 내렸는지를 따져야 한다. ‘전격전’은 시작할 때 필요하다. 다만, 국가가 언제까지나 전격전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 지금은 대통령이 직접 뛰어 막힌 길을 열어야 할 때일 수 있다. 그 길이 열렸다면 이제 장관과 지자체장이 달려야 한다. 대통령은 방향을 정하고, 장관은 일정과 결과에 책임지며, 공무원은 법과 원칙 안에서 결정을 내리는 정부. 그것이 메가프로젝트 속도전의 다음 단계다. 대통령의 속도는 임기와 함께 끝난다. 시스템의 속도는 정권이 바뀌어도 남는다. 이번 ‘전격전’의 가장 값진 성과는 공장 몇 곳을 빨리 세우는 데 있지 않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지 않아도 제시간에 움직이는 정부를 남기는 데 있다.
2026-08-11 09:17:47
-
유기농 농장에서 세계 1위 두부기업으로…'바른 먹거리'가 키운 풀무원
[경제일보] 온라인 식품 구매가 일상이 된 지금도 풀무원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두부 회사'다. 하지만 풀무원의 출발은 두부가 아니었다. 한국전쟁 직후 전쟁 고아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세운 공동체와 국내 최초 유기농 농장이 그 시작이었다. 사람을 살리는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철학은 포장두부와 냉장식품, 식물성 식품을 거쳐 글로벌 사업으로 이어졌다. 풀무원의 역사는 제품을 늘려온 과정이 아니라 '바른 먹거리'를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키워온 역사였다. 유기농 농장에서 시작된 '바른 먹거리' 1981년 서울 압구정의 작은 유기농 농산물 직판장에서 출발한 풀무원은 현재 두부와 생면, 만두, 냉장간편식(HMR), 식물성 식품 등을 아우르는 국내 대표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유기농 채소를 판매하던 작은 가게는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시대에 따라 제품과 사업 영역은 달라졌지만 '바른 먹거리'라는 창업 철학만큼은 40여년 동안 기업의 중심을 지켜왔다. 사업이 확장되는 동안에도 풀무원의 중심에는 '바른 먹거리'가 있었다. 풀무원은 건강한 식재료를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고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 제조를 기업의 존재 이유로 삼아왔다. 이러한 철학은 두부와 콩나물 등 신선식품에서 출발해 생면과 냉장간편식(HMR), 식물성 식품으로 사업을 넓히는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됐다. 소비자의 식생활 변화에 맞춰 제품군은 끊임없이 확장했지만 '건강한 먹거리'라는 본질은 지키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사업으로 연결한 것이 풀무원의 성장 동력이었다. 풀무원의 출발은 일반 식품회사 성장사와 다르다. 1981년 원경선 원장이 서울 압구정동에 문을 연 유기농 농산물 직판장이 시작이었다. 당시만 해도 유기농 개념이 낯설던 시절,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인 농산물을 판매하며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가치를 알렸다. 이후 1984년 풀무원식품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식품사업에 뛰어들었다. 포장두부가 바꾼 식탁…두부에서 식물성 식품으로 성장의 중심에는 두부가 있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두부는 재래시장이나 동네 가게에서 큰 판두부를 잘라 신문지나 비닐봉지에 담아 파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위생 문제가 잦고 쉽게 상하는 탓에 전국 유통에도 한계가 있었다. 풀무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물이 담긴 비닐 포장두부를 선보인 데 이어 1987년에는 플라스틱 용기를 적용한 포장두부를 출시하며 두부의 유통 방식을 바꿨다. 위생성과 보관성을 높인 포장 기술과 냉장 유통망을 기반으로 두부를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품질로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두부는 시장에서 사는 식품'이라는 인식을 '마트에서 믿고 사는 식품'으로 바꿨다. 이후 콩나물과 생면 등 냉장 신선식품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건강한 먹거리를 일상 속 식탁으로 확장했다. 풀무원은 두부를 기반으로 식탁 전체를 확장했다. 두부와 콩나물로 쌓은 냉장 신선식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생면과 만두, 냉장간편식(HMR), 김치,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을 넓히며 소비자의 식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식물성 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을 앞세워 식물성 불고기와 제육볶음, 두유면, 만두 등 대체육 중심에서 한 끼 식사 중심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K-원볼밀' 시리즈를 선보이며 비빔밥과 잡채, 짜장면 등 한식을 식물성 식품으로 구현하는 등 K-푸드와 식물성 식품을 결합한 새로운 성장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신제품을 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과거 두부와 콩나물 등 건강한 식재료를 공급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간편하면서도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는 식품기업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물성 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을 앞세워 식물성 불고기와 제육볶음, 만두, 두유면 등 제품군을 확대하는 한편 비빔밥·잡채·짜장면 등을 담은 'K-원볼밀' 시리즈를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식물성 K-푸드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두부 중심 기업에서 식물성 식품 플랫폼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시도다. 미국에서 세계 1위…글로벌 두부기업의 탄생 풀무원의 또 다른 성장축은 해외사업이다. 1991년 미국 현지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중국·일본·베트남·유럽까지 생산·판매 거점을 확대하며 국내 식품기업 가운데 가장 일찍 글로벌 시장에 도전했다. 초기에는 교민시장을 중심으로 두부를 수출하는 수준이었지만 이후 미국 유기농 식품기업 와일드우드(Wildwood)를 인수하고 2016년에는 미국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Nasoya)를 인수하면서 현지 생산과 유통 체계를 구축했다. 일본에서는 2014년 현지 두부기업 아사히코를 인수했고 중국에서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거점으로 두부와 생면, 냉동만두, 김치 등을 직접 생산·판매하는 체제를 갖췄다. 최근에는 네덜란드에 유럽 법인을 설립하고 K-푸드와 식물성 식품을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국내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을 넘어 현지 생산과 브랜드, 유통망을 직접 운영하는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체질을 바꾼 것이다. 현지화 전략은 최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6년 현지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를 인수한 이후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올해 11년 연속 선두 자리를 지켰다. 식물성 단백질 수요 확대에 힘입어 두부 사업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생면과 냉동식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일본 아사히코는 두부를 넘어 두유 디저트와 식물성 단백질 제품까지 제품군을 넓히며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풀무원의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85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90억원으로 68.9% 늘었다. 미국 법인은 지난해 하반기 흑자 전환 이후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고 중국 법인은 면류와 냉동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했다. 일본 법인도 생산거점 효율화와 K-푸드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적자 규모를 전년보다 40% 이상 줄였다. 해외사업이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 기반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른 먹거리의 다음 과제…철학과 수익성의 균형 다만 풀무원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식품시장은 저출생과 내수 소비 둔화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고 두부와 생면, 냉장간편식(HMR) 등 주력 시장도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예전과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CJ제일제당과 대상, 동원F&B 등 주요 식품기업들도 냉장간편식과 식물성 식품, 고단백 제품 투자를 확대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때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았던 식물성 식품 시장 역시 초기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제품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시장을 선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찾는 제품을 만들고 식물성 식품을 일상적인 식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풀무원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사업도 숙제가 남아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해외 법인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원재료 가격과 환율 변동, 현지 경쟁 심화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크다. 해외 생산거점과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품질 관리와 공급망 운영,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 역량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두부를 중심으로 성장한 글로벌 사업을 식물성 식품과 K-푸드 전반으로 확대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풀무원의 40여 년은 두부를 만든 역사가 아니라 '바른 먹거리'를 산업으로 만든 역사였다. 유기농 농장에서 시작한 철학은 이제 포장두부와 냉장식품을 거쳐 식물성 식품과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창업 당시의 철학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식문화와 글로벌 시장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바른 먹거리를 향한 철학이 앞으로도 풀무원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남을 수 있을지가 미래 성장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창업 초기부터 이어온 '이웃사랑과 생명존중' 정신,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바른 먹거리'는 사업이 확장된 지금도 풀무원의 가장 중요한 DNA"라며 "제품 개발부터 원재료 조달, 품질·안전관리, 식물성 식품, 글로벌 사업까지 모든 경영활동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풀무원다움'을 확산하고 지속가능한 식생활 문화를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8-07 17:04:46
-
바나나맛우유에서 더단백까지…빙그레 '장수 브랜드' 공식
[경제일보] 1974년 출시된 단지형 바나나맛우유는 지금도 편의점 냉장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한다. 반세기 동안 소비 트렌드는 수없이 바뀌었다. 흰 우유에서 커피로, 아이스크림에서 단백질 음료로 소비자의 관심이 이동했고 건강을 중시하는 식문화도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 요플레, 투게더는 여전히 빙그레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빙그레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가장 많은 장수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다른 식품기업들이 신제품을 반복적으로 출시하며 시장을 공략한 것과 달리 빙그레는 한 번 잘 만든 브랜드를 수십 년 동안 유지하면서 시대 변화에 맞게 진화시키는 전략을 선택했다. 빙그레의 성장사를 관통하는 DNA는 '축적과 재해석'이다. 제품을 계속 바꾸기보다 브랜드 본질은 유지하고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을 바꾸는 전략이다. 용기와 패키지, 제품군, 마케팅, 해외시장까지 확장하면서 브랜드의 수명을 늘려왔다. 단지 용기가 브랜드 되다…빙그레의 자산 축적법 빙그레의 출발점은 바나나맛우유다. 1974년 출시된 바나나맛우유는 당시 흔하지 않았던 바나나 향을 우유에 접목하며 빠르게 시장을 넓혔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경쟁 제품이 등장했지만 바나나맛우유는 단지형 용기와 노란색 패키지, 특유의 맛을 유지하며 대표 가공우유로 자리 잡았다. 빙그레가 지켜온 것은 바나나맛우유의 맛만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자산은 출시 당시부터 이어져 온 단지 모양 용기다. 둥근 항아리를 닮은 독특한 용기는 당시 시중에서 판매되던 사각 종이팩이나 병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제품보다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상징이 됐다. 소비자는 제품명을 확인하지 않아도 노란색 단지 형태만 봐도 바나나맛우유를 연상한다. 대부분 식품이 맛이나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과 달리 빙그레는 용기 자체를 브랜드 자산으로 축적한 셈이다. 이후 맛과 패키지 디자인, 용량은 시대에 맞게 바꾸면서도 단지 형태만큼은 유지해 세대가 바뀌어도 소비자 기억 속 브랜드 정체성을 이어왔다. 이는 단순히 오래 같은 포장을 사용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제품의 핵심 이미지를 쉽게 바꾸지 않는 대신 새로운 맛과 한정판, 협업 제품을 같은 브랜드 아래 추가하면서 소비자는 익숙함을 유지하고 기업은 새로운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기존 브랜드를 쉽게 없애지 않은 점도 한 몫 했다. 요플레는 떠먹는 발효유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고 투게더는 가족이 함께 먹는 대용량 아이스크림이라는 소비 장면을 선점했다. 메로나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판매되는 대표 아이스크림으로 자리 잡았으며 붕어싸만코 역시 계절을 가리지 않는 장수 제품으로 남았다. 빙그레가 만든 장수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소비가 이뤄지는 특정 순간을 먼저 선점했다는 데 있다. 요플레는 아침 식사나 간식, 건강관리를 위한 발효유라는 이미지를 구축했고 투게더는 가족이 함께 나눠 먹는 대용량 아이스크림이라는 소비 문화를 만들었다. 메로나는 더운 날 가볍게 즐기는 아이스크림으로, 바나나맛우유는 출출할 때 간편하게 마시는 간식형 우유로 자리 잡으며 각기 다른 소비 장면을 차지했다. 제품마다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먹는가'를 명확하게 각인시키면서 소비자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이는 경쟁사가 비슷한 제품을 출시해도 쉽게 대체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단순히 바나나맛이 나는 우유나 멜론 맛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브랜드와 연결된 경험을 함께 소비한다. 빙그레는 새로운 제품을 계속 내놓기보다 기존 브랜드가 차지한 소비 장면을 유지하면서 맛과 용량, 패키지, 협업 콘텐츠 등을 추가해 브랜드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제품은 그대로, 브랜드는 진화…IP로 젊어진 장수 브랜드 장수 브랜드는 오랜 인지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특정 세대의 추억에만 머무는 제품으로 굳어질 위험도 있다. 익숙함이 구매 이유가 되는 동시에 젊은 소비자에게는 '부모 세대가 먹던 제품'으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빙그레는 이를 막기 위해 제품의 핵심 정체성은 유지하되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은 지속적으로 바꿔왔다. 대표적인 방식이 굿즈와 캐릭터, 이종업계 협업이다. 바나나맛우유의 단지형 용기와 노란색 패키지처럼 소비자가 즉시 알아보는 시각적 자산을 의류와 생활용품, 화장품, 문구류 등에 적용해 브랜드 경험을 식품 매대 밖으로 확장했다.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마시거나 먹지 않는 순간에도 익숙한 형태와 색상을 통해 브랜드를 접하도록 만든 것이다. 한정판 패키지와 팝업스토어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 제품의 맛이나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패키지 디자인과 전시 공간, 체험 콘텐츠를 새롭게 구성해 브랜드를 다시 화제의 중심에 올렸다. 특히 온라인과 SNS에서 공유하기 좋은 시각적 요소와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하면서 오래된 제품을 추억의 식품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소비되는 문화적 소재로 재해석했다. 이 같은 전략은 장수 브랜드의 세대교체를 가능하게 했다. 기존 소비자에게는 익숙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젊은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콘텐츠와 협업을 통해 처음 접하는 브랜드처럼 다가간 것이다. 제품 본체는 지키되 브랜드가 등장하는 장소와 방식만 바꾸면서 연령대별 소비자와의 접점을 동시에 넓힌 셈이다. 이는 브랜드를 단순히 먹고 마시는 식품이 아니라 하나의 IP(지식재산)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소비자는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굿즈와 협업 상품, 팝업스토어, SNS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접하게 됐고 브랜드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소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장수 브랜드의 노후화를 막는 역할도 한다. 식품은 구매 주기가 제한적이지만 IP는 일상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소비자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제품'이 아니라 '경험'으로 확장하면서 기존 소비자에게는 친숙함을 유지하고 젊은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메로나에서 더단백까지…축적한 브랜드 확장 빙그레의 장수 브랜드 전략은 국내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표 사례가 메로나다. 1992년 출시된 메로나는 국내에서는 30년 넘게 사랑받아온 장수 아이스크림이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K-디저트 브랜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빙그레는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지 유통망을 꾸준히 확대하며 메로나를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키워왔다. 해외 소비자에게 메로나는 오래된 제품이 아니라 한국에서 온 새로운 디저트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국내에서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브랜드라도 해외에서는 시장 진입 초기 단계인 만큼 성장 여력이 크기 때문이다. 기존 브랜드 자산과 인지도를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에서는 신제품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별도의 글로벌 브랜드를 새로 육성하기보다 오랜 시간 축적한 브랜드 경쟁력을 해외 시장으로 확장해 브랜드 수명을 다시 늘리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최근에는 단백질 음료 '더단백'을 앞세워 웰니스(Wellness)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건강을 단순히 질병 예방이 아닌 일상 속 자기관리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인식하는 웰니스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단백질 음료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오랜 기간 축적한 유가공 기술과 냉장 유통망을 기반으로 단백질 음료와 고단백 식품 시장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하고 있다. 과거 달콤한 가공우유가 성장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단백질과 영양, 건강을 앞세운 제품이 미래 먹거리 역할을 맡기 시작한 것이다. 더단백은 단순히 새로운 제품군을 추가한 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 트렌드가 간식 중심에서 건강관리와 웰니스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맞춰 차세대 장수 브랜드를 육성하려는 시도라는 의미가 크다. 기존 브랜드의 자산을 오래 축적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를 꾸준히 발굴하는 전략이다. 과거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가 한 시대를 대표했다면 더단백은 웰니스 시대를 대표할 차기 브랜드 후보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수 브랜드 넘어…미래 성장동력 찾기가 과제 다만 축적된 브랜드 자산이 곧바로 미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빙그레가 주력으로 삼아온 유가공과 빙과 사업은 모두 시장 구조상 성장 한계가 뚜렷하다. 국내 유제품 시장은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 우유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양적 성장이 쉽지 않고, 원유 가격과 물류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빙과 사업 역시 여름철 매출 비중이 높은 데다 장마와 폭염 등 날씨 변화에 따라 판매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이후의 통합 효과를 높이는 것도 과제다. 제품군과 브랜드가 늘어난 만큼 생산시설과 물류망, 영업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겹치는 상품과 채널을 정리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단순히 외형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인수한 브랜드를 기존 포트폴리오 안에서 재배치하고 성장시키는 역량이 향후 경쟁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빙그레의 지난 50년은 브랜드를 오래 지켜온 역사였다.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 요플레, 투게더는 시대가 바뀌어도 소비자의 일상 속 자리를 지켜왔다. 이제 남은 과제는 과거의 장수 브랜드를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대가 다시 30~50년 동안 찾을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결국 빙그레의 다음 반세기 경쟁력은 축적한 브랜드 자산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반세기를 이끌 대표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데 달려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장수 브랜드를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랜 기간 축적된 제품 고유의 맛과 형태, 색상, 패키지 등 소비자가 기억하는 핵심 자산을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이라며 "브랜드가 지닌 본질과 가치는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새로운 방식으로 브랜드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브랜드가 가진 익숙함과 신뢰는 지키면서도 소비자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장수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라며 "기존 브랜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도 꾸준히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26-07-31 16:54:21
-
부영그룹, 중복 앞두고 임직원·협력업체에 삼계탕 지원…폭염·장마 안전관리 병행
[경제일보] 부영그룹이 임직원과 현장 근로자, 협력업체 직원에게 삼계탕을 지급하고 전국 사업장 안전점검을 진행했다. 폭염과 장마가 겹치며 건설현장 안전관리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직원 복지와 현장 안전을 동시에 챙기는 행보다. 부영그룹은 중복을 앞두고 그룹 임직원과 전국 현장 근로자, 관리소,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삼계탕 5920세트를 전달했다고 22일 밝혔다. 지급 규모는 약 6600만원 상당이다. 부영그룹의 삼계탕 지급은 지난 2006년부터 이어온 사내 복지제도다. 올해도 현장 근로자와 관리소 직원, 계열사 임직원뿐 아니라 5000여명에 이르는 협력업체 직원까지 지급 대상에 포함했다. 임직원 복지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4부터 직원 자녀 1명당 출산장려금 1억원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 위한 사내 복지 정책이다. 이 밖에도 주택 할인, 자녀 학자금 전액 지원, 직계가족 의료비 지원, 자녀수당 등 생애주기별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 건강과 자기계발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식사와 간식 지원, 어학 비용 지원, 리조트·골프장 지원 등을 통해 임직원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장 근로자의 체감도가 높은 복지와 생활 지원을 병행해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여름철 현장 안전관리도 강화했다.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장마철을 맞아 ‘용산 한강로3가 신축현장’을 포함한 전국 건설현장과 사업장을 대상으로 장마철 대비 안전관리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대상에는 용산 한강로3가 신축현장, 뚝섬부영복합빌딩, 소공동 부영호텔 등 건설현장과 영업·관리소, 레저사업장이 포함됐다. 회사는 장마철 재해예방계획 수립 여부와 취약 요인,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이행 상황, 안전보건관리 기술 사항,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이행 사항 등을 살폈다. 특히 올해 장마는 국지성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나타날 가능성이 큰 만큼 온열질환, 지반 약화, 감전, 자재 낙하 등 현장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집중호우 이후에는 지반 침하와 가시설물 변형, 전기 설비 이상 여부 등을 즉시 확인해야 하는 만큼 현장별 대응 체계도 점검했다. 부영그룹은 전문 안전관리부서를 중심으로 전 임직원 대상 안전 교육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이번 여름철 장마기는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하기 어려운 집중호우와 폭염이 빈번하게 발생해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며 “사전 점검을 통해 근로자의 안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중대재해 없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2026-07-23 09:18:09
-
"제헌 헌법 제정에 UN 함께"…부영그룹, 보훈단체들과 공동 캠페인 전개
[경제일보] 부영그룹이 제헌절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6·25전쟁 과정에서 유엔이 수행한 역할을 되새기고 10월 24일 ‘유엔데이’를 국경일로 지정하자는 공동 캠페인에 나섰다. 부영그룹은 대한노인회, 광복회, 대한민국헌정회,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유엔한국협회와 함께 ‘제헌절, 대한민국 제헌 헌법 제정에는 UN이 함께했습니다’라는 내용의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제헌절의 의미를 헌법 공포에만 한정하지 않고 제헌국회 구성의 출발점이 된 1948년 5월 10일 총선거까지 함께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당시 선거는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의 감시 아래 치러졌으며 이를 통해 구성된 제헌국회가 같은 해 7월 17일 헌법을 공포하고 8월 15일 정부 수립으로 이어졌다. 캠페인에 참여한 단체들은 총선거를 가능하게 한 유엔의 역할 또한 함께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유엔의 도움으로 민주 선거를 실시해 헌법을 제정하고 정부를 수립했으며 유엔군의 희생으로 국가를 지켜낸 역사를 가진 유일한 나라로 유엔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예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수립 이후에도 유엔의 지원은 이어졌다. 6·25전쟁에는 전투지원국과 의료지원국 등 22개국이 참여했으며 유엔군 희생자는 4만896명에 달한다. 이에 단체들은 민주공화국 출범과 국가 수호 과정에 함께한 유엔을 국가 차원에서 예우해야 한다며 과거 공휴일이었던 유엔데이의 국경일 지정을 제안했다. 부영그룹은 이번 캠페인과 함께 저출생 대응과 임직원 생활 안정을 위한 사내 복지도 확대하고 있다. 출산한 직원에게 자녀 1명당 1억원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해 올해 시무식에서도 36억원을 지원했으며 지난 2024년 제도 도입 이후 누적 지급액은 134억원으로 늘었다. 이와 함께 자녀 학자금과 직계가족 의료비, 가족수당을 지원하고 리조트·골프장 이용, 건강관리, 어학 능력 개발, 식사 지원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복리후생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유엔 참전용사 예우를 위한 공익 캠페인과 임직원 복지를 함께 추진하며 사회적 책임의 범위를 기업 안팎으로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제헌절은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날인만큼 유엔의 역할도 함께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유엔데이 국경일 지정’은 대한민국의 탄생과 보존을 위해 헌신한 유엔의 희생을 기억하고 역사적 사실과 감사의 가치를 계승하며 미래세대에게 외교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자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2026-07-16 15:25:01
-
800조 '수퍼 재정', 미래를 위한 투자인가 미래를 담보 잡는 도박인가
[경제일보] 국가 예산은 한 해의 살림살이를 넘어 국가의 철학과 미래를 담는 설계도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800조 원 안팎의 '수퍼 재정'으로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고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기술 등 첨단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구상이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미래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세계가 기술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거는 시대에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향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재정은 의지만으로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의 흐름과 재정 원칙 속에서 집행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시기를 놓치면 독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긴 고물가와 고금리의 터널을 겨우 벗어나 거시경제의 안정을 회복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물가는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고,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 역시 언제든 다시 과열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정부가 10%를 넘는 초확장 재정을 집행할 경우 물가와 자산 가격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정부의 재정 확대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도 충돌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을 유지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대규모 재정을 풀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재정과 통화정책은 경제라는 수레의 두 바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결국 국민 경제가 그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재정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명확하다. 경기가 좋을 때는 재정을 비축하고 국가채무를 줄이며, 어려울 때 과감히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 세수 여건이 개선된 것은 반도체 산업의 호조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이를 구조적인 세수 증가로 착각해 지출을 대폭 늘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판단이다. 일시적인 호황을 영구적인 성장으로 오인하는 순간 재정 건전성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늘어난 세수는 무엇보다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우선 활용해야 한다. 국가 부채는 미래 세대가 반드시 갚아야 할 부담이다. 지금 곳간이 조금 채워졌다고 해서 소비부터 늘리는 것은 가계든 국가든 바람직한 재정 운용이 아니다. 미래의 경기 침체가 닥쳤을 때 사용할 재정 여력을 미리 소진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더 큰 우려는 막대한 예산이 정치적 논리에 휘둘릴 가능성이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원성 사업이나 현금성 지원이 확대된다면 재정은 성장의 마중물이 아니라 포퓰리즘의 연료가 된다. 과거에도 선심성 재정은 단기적인 인기만 남겼을 뿐 국가 경쟁력을 높이지 못했다. 특히 경직성 복지와 현금성 지원은 한 번 시작되면 줄이기 어려워 국가 재정을 장기간 압박하는 구조적 부담으로 남는다. 정부가 신설하려는 미래대응기금은 반드시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분야에 집중되어야 한다. AI와 반도체, 바이오, 양자컴퓨터, 차세대 에너지 등 미래 산업은 물론, 기술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생태계 구축에도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동시에 사업 선정부터 집행, 성과 평가까지 전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철저한 사후 검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예산은 규모보다 효율이, 속도보다 성과가 더욱 중요하다. 아울러 저출생과 고령화, 노동시장 구조개혁, 지역 균형발전 등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재정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단순한 경기부양보다 국가 체질을 개선하는 데 쓰이는 예산만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오늘의 인기와 정치적 성과를 위해 미래의 부담을 키우는 재정 운용은 결코 책임 있는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정부는 800조 원이라는 숫자의 화려함보다 그 예산이 가져올 거시경제적 파급 효과를 더욱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면서 미래 산업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균형 감각, 그것이 지금 정부가 보여야 할 진정한 국가 운영의 지혜다. 풍년일수록 흉년을 준비하라는 경제의 기본 원칙을 잊지 않을 때만이 대한민국의 재정은 미래 세대에게 희망이라는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
2026-07-14 12:21:47
-
SKT, 휴가철 맞춤 혜택 강화…로밍·레저·숙박 한 번에
[경제일보] 여름 휴가철을 맞아 SK텔레콤이 해외여행객과 국내 여행 수요를 겨냥한 혜택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는 로밍 요금 할인과 데이터 제공량 확대를, 국내에서는 멤버십 기반 레저·숙박 혜택을 강화하며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SK텔레콤은 여름 휴가 시즌을 맞아 해외여행 고객을 위한 T 로밍 프로모션과 국내 여행·나들이 고객을 위한 T 멤버십 혜택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해외여행부터 워터파크, 호텔 등 국내 레저까지 아우르는 혜택을 통해 휴가철 고객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내달 21일까지 최근 36개월 내 T 로밍을 이용하지 않은 1986~2006년 출생 고객을 대상으로 '첫 로밍 70%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대상 고객은 바로(baro) 요금제와 바로 YT 요금제를 정가 대비 7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T 멤버십 '클럽 T 로밍' 혜택을 통해 데이터 1GB 무료 충전과 귀국 후 제휴사 할인 혜택까지 받을 경우 체감 부담은 더욱 낮아진다. 가족로밍 서비스도 함께 이용하면 최대 5명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의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데이터 혜택도 확대했다. SK텔레콤은 '바로 6GB' 등 바로 요금제 4종과 '바로 YT 7GB' 등 바로 YT 요금제 4종 이용 고객에게 기존 요금 그대로 최대 16GB의 데이터를 추가 제공한다. 기본 제공량을 모두 사용한 이후에도 최대 1Mbps 속도로 데이터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여행 중 데이터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 국내 여행객을 겨냥한 멤버십 혜택도 강화했다. 오는 17일까지 진행되는 'T day Week2'는 '서머 럭키 위크'를 주제로 운영되며, T 멤버십 고객은 캐리비안 베이 대인 종일권 50% 할인과 재킷 무료 대여, 오션월드 이용권 50%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VIP 고객을 대상으로는 '럭키찬스'를 통해 서울·부산·강릉·제주 등 전국 주요 지역 5성급 호텔 숙박권 응모 이벤트도 마련했다. 추첨을 통해 서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와 파크 하얏트 부산 등 7개 호텔의 숙박권을 총 100명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T 멤버십 상시 제휴처에 해커스, 플래시백 계림, 오붓 등을 새롭게 추가해 자기계발과 문화 체험, 웰니스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혜택을 확대했다. 최근 SK텔레콤은 단순한 통신 서비스 경쟁을 넘어 멤버십과 생활 밀착형 혜택을 강화하며 고객 락인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 회복으로 로밍 시장 경쟁이 다시 활기를 띠는 가운데, 여행과 쇼핑, 문화생활 등을 아우르는 멤버십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SK텔레콤 역시 로밍 할인과 멤버십 혜택을 결합해 고객 체감 가치를 높이고 이용자 접점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윤재웅 SK텔레콤 프로덕트&브랜드본부장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고객은 물론 국내 여행과 나들이를 즐기는 고객을 위한 맞춤 혜택들을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차별화된 혜택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2026-07-13 09:08:35
-
-
-
-
오찬을 넘어 국정 협력으로, 지금은 대한민국을 재설계할 때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오찬은 전·현직 대통령의 예우를 넘어 우리 정치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적 자리다. 여권 내부에서는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과 노선이 제기되고 있다. 집권 여당에서는 정책 방향과 국정 운영 방식을 둘러싼 토론이 이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을 생각하면 정치의 중심은 내부 경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강화에 맞춰져야 한다. 세계는 거대한 전환기에 들어섰다. 생성형 AI는 산업과 일자리, 교육과 행정, 국방과 금융까지 국가 시스템 전반을 바꾸고 있다. 여기에 미·중 전략 경쟁, 중동 정세의 불안,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공급망 재편, 저출생과 고령화, 지방 소멸 등 복합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정치 문법만으로는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제 대한민국은 부분적인 보수나 미세한 조정보다는 국가 운영 시스템을 시대 변화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수준의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용어가 아니라 내용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장 전략을 마련하고, AI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며, 산업과 교육, 행정과 규제를 미래 환경에 맞게 혁신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다. 집권 세력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선거를 치르는 정당과 국정을 운영하는 집권 세력은 역할이 다르다. 집권 이후에는 지지층의 기대를 존중하는 동시에 국민 전체의 삶을 책임지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국정 운영은 통합과 협력, 그리고 실용적 해법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민주개혁 진영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다. 국정 경험을 가진 전직 대통령의 조언과 협력은 국가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전임 정부의 성과와 경험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적 연속성과 시대적 혁신은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목표다. 민주당 역시 내부 경쟁을 미래 비전 경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다양한 의견은 민주주의의 힘이지만, 그것이 소모적 갈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집권당의 책무는 정권의 성공이 아니라 국민의 성공이며, 국정의 안정이 곧 국민의 안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AI 시대 국가 경쟁은 더 이상 특정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와 피지컬 AI, 교육 혁신과 규제 개혁, 지역 균형발전과 인재 양성은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은 물론 사회 각계의 협력이 절실하다. 오늘의 오찬이 단순한 정치 일정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국정 운영을 위한 신뢰를 쌓고, 미래를 위한 협력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과거를 둘러싼 논쟁보다 미래를 향한 공동의 비전이다. 정치는 갈등을 확대하는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지혜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새로운 도약의 문 앞에 서 있다. 정치가 시대의 변화를 읽고 국민을 하나로 모을 때,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도 비로소 힘을 얻게 될 것이다.
2026-07-01 15:24:00
-
-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의 정면충돌, 사회적 대타협이 시급하다
[경제일보] 정년 65세 논의가 다시 국회와 노사정의 의제로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을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올려 2037년 65세에 이르게 하는 방안과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 아직 최종 합의안은 아니다. 그러나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의 간극을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현행 법정 정년은 60세 이상이다. 반면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는다. 직장을 떠난 뒤 연금이 나오기까지 5년을 견뎌야 하는 세대가 생겼다는 뜻이다. 퇴직금과 개인연금으로 메우라는 식으로 넘길 수 있는 간격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과 자녀 지원, 부모 부양을 거친 뒤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세대에게 60세 이후의 소득 단절은 생활 자체를 흔드는 변수다.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기존 일자리의 혜택을 더 누리려는 집단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생산현장과 기술직, 영업과 관리 업무에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숙련이 있다. 인구 감소로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건강과 능력이 있는 근로자를 나이만으로 노동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도 한계에 닿고 있다. 고령층의 계속고용은 노후소득 보장과 인력 활용이라는 두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청년층이 바라보는 현실은 다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금융회사 등 안정된 일자리의 채용문은 좁아졌다. 공개채용은 줄고 경력직 중심 채용은 늘었다. 학업을 마친 뒤 첫 직장을 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지고, 취업준비와 단기 일자리를 오가는 청년도 많다. 지난 5월 청년층 고용률은 43.8%로 1년 전보다 2.4%포인트 낮아졌고, 실업률은 7.2%로 0.6%포인트 높아졌다. 청년에게 정년 연장은 자신의 취업 순서가 더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소식으로 들릴 만하다. 세대 갈등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60세 정년 의무화의 영향을 분석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는 민간기업에서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는 고령 근로자가 1명 늘 때 청년 고용이 약 0.2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규모 사업장과 고용보호가 강한 업종, 기존 정년이 낮았던 사업체에서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기업이 인건비와 정원을 조정할 때 해고 대신 신규 채용을 줄이는 선택을 한다면, 정년 연장은 청년에게 채용 감소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고령층의 일자리를 줄여 청년 채용을 늘리자는 결론도 현실성이 없다. 업종에 따라 고령 근로자의 경험과 청년의 기술 적응력이 결합할 때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숙련 인력의 계속고용이 경영의 숨통을 틔울 수도 있다. 공공부문에서 청년 의무고용과 임금 조정을 병행한 경우에는 고령층 고용 증가가 청년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정년 연장 자체보다 이를 어떤 조건 아래 시행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정년 65세를 추진하려면 청년 채용을 함께 보장하는 약속이 필요하다. 정년 연장의 혜택이 큰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단계별 청년 신규채용 계획을 노사 협의에 담고, 그 이행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고령 근로자의 계속고용을 지원하는 세제와 재정 지원도 청년 채용 유지, 직무훈련 확대, 인턴의 정규직 전환과 연동할 필요가 있다. 정년은 연장됐는데 청년 채용은 줄어드는 상황을 막을 장치가 있어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도 피할 수 없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연공급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늘리면 기업은 신규 채용보다 기존 인력 유지에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된다. 그렇다고 나이를 이유로 임금을 일방적으로 깎는 방식은 갈등만 키운다. 맡은 일의 난도와 책임, 숙련도와 성과를 반영하는 보상체계로 옮겨 가야 한다. 고령 근로자에게는 기술 전수와 품질 관리, 현장 교육처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업무를 맡기고, 청년에게는 새 업무와 승진의 기회를 넓히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중소기업에는 대기업과 같은 처방을 들이밀 수 없다. 인력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사업장에 획일적 정년 연장을 요구하면 조기퇴직과 외주화, 비정규직 확대를 부를 우려가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임금 부담과 직무 전환 비용을 지원하되, 청년 채용과 숙련 전수 프로그램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고령 근로자의 계속고용이 인력난 해소로 이어지는 곳도 있고,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는 곳도 있다는 점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과도기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2037년 65세라는 장기 목표만 내세우고 그 사이 60세 정년을 맞는 세대의 소득 공백을 외면하면 또 다른 불공정이 생긴다. 정년 상향 속도와 재고용 의무 시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함께 맞춰야 한다. 제도 전환기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는 5년의 소득 공백을 떠안고, 누군가는 그 부담을 피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 기다리라고만 할 수도 없고, 고령층에게 일터를 비우라고만 할 수도 없다. 정년 연장 논의는 한 세대의 고용을 지키기 위한 법률 개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령층의 소득 공백을 줄이고 청년의 첫 일자리 기회를 지키며,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임금과 직무 체계를 만드는 일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 정년 65세를 둘러싼 논쟁의 기준은 퇴직 연령을 몇 살로 높였느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령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을 열면서도 청년의 출발선이 더 뒤로 밀리지 않았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 조건을 갖춘 합의라야 세대 갈등을 줄이는 제도 개편으로 남을 수 있다.
2026-06-22 09:21:57
-
-